“사두개인의 신앙을 본받지 말라”

<누가복음 20장 1-10절>

1. 삭개오 이후 잇따른 논쟁들

지난주 우리는 삭개오가 주님 앞에서 참회하고 변화되는 아름다운 구원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삭개오가 그랬던 것처럼, 마치 벌레 먹은 돌무화과나무 열매처럼 살고 있던 우리에게 거룩한 상처를 주시고자 찾아오셨고, 또한 신비 속에서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시는 주의 부르심에 삶의 변화로 응답하자는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505주년 종교개혁 기념주일]을 맞았던 지난주에, 비록 우리가 거창한 종교개혁을 말할 수는 없더라도, 삭개오처럼 우리 일상의 변화로부터 작은 종교개혁을 만들어나가자고 다짐했습니다.

삭개오를 만나신 뒤로 예수께서는 서둘러 예루살렘을 향하셨습니다. 예루살렘은 예수님 공생애에 있어서 최종 종착지였기 때문에, 이후로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누가복음 20장은 시작부터 거친 논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20장 1절에서는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이 함께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모략을 꾸밉니다.

그리고 20장 19절로 넘어가 가면, 서기관들과 대제사장들이 로마 황제에게 바치는 세금을 가지고 예수님을 올가미에 가두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 유명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논쟁”(25절)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 장면에서 우리는 참으로 지혜롭고도 통쾌한 주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2. 바리새인 뺨치는 문자주의자 사두개인

오늘 본문은 이 논쟁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삭개오를 만난 뒤로, 예수께서는 연이어 논쟁에 휘말렸는데, 오늘 본문에서는 지금까지 누가복음에 자주 등장했던 바리새인이나 서기관이 아니라, 그동안 잘 나오지 않았던 부류의 사람들이 불쑥 등장합니다. 곧 ‘사두개인’입니다. 그러고 보니 사두개인은 누가복음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 27절은 저들의 특징을 꼬집어 소개하기를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개인”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두개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던 사람들입니다. 오직 ‘눈에 보이는 것’만 믿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천사나 영혼과 같은 영적인 존재를 믿지 않습니다. 인간이 죽어서 가게 될 사후세계는 물론이고 우리가 믿는 부활도 믿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두개인들은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39권의 구약성경 중에 오직 ‘모세오경’만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모세오경 외에는 그 어떤 것이라 해도 신뢰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세오경에 나오지 않는 천사라든가 부활, 그리고 내세 따위를 믿을 수 없다고 고수했던 사람들이 바로 사두개인이었던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한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중에 어느 쪽이 더 율법을 문자적으로 믿었을까요? 정답은 ‘사두개인’입니다. 성경에 줄곧 소개되었던 것처럼, 바리새인들은 모세오경뿐만 아니라 소위 말하는 ‘장로들의 유전’(Tradition of the Elders)도 율법처럼 여겼던 것입니다. 반면에 사두개인들은 모세오경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모세가 직접 전해준 모세오경 외에 ‘장로들의 유전’ 같은 것을 믿는 바리새인들의 행태에 반발하면서 생겨난 것이 사두개인이었던 것입니다.<알프레드 에더스하임 지음, 김기철 옮김, 『유대인 스케치』(복있는사람)> “바리새인 너희들은 하나님의 율법에 해석을 덧붙여 ‘장로들의 유전’이라 부르더니, 어쩌자고 그것을 율법처럼 믿고 지키고 있느냐!” 했던 사람들이 바로 사두개인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사두개인들을 크게 나무랄 것은 없어 보입니다. 저들이 하나님 말씀을 문자적으로 믿고, 좁은 시야로 사는 것은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모습을 신랄하게 비난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3. 사두개인들을 꾸짖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이러한 사두개인들을 분명 꾸짖으십니다. 예수께서는 사두개인들이 하는 말에 냉정한 어조로 또박또박 반박하시며 말씀하시는데요, 그렇다면 사두개인들은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요? 오늘 본문에 보면 사두개들은 그럴싸한 논리를 들고 예수께 도전하고 있습니다. 28절 이하를 읽어보겠습니다. “선생님이여, 모세가 우리에게 써 주기를 만일 어떤 사람의 형이 아내를 두고 자식이 없이 죽으면 그 동생이 그 아내를 취하여 형을 위하여 상속자를 세울지니라 하였나이다. 그런데 칠 형제가 있었는데 맏이가 아내를 취하였다가 자식이 없이 죽고 그 둘째와 셋째가 그를 취하고 일곱이 다 그와 같이 자식이 없이 죽고 그 후에 여자도 죽었나이다. 일곱이 다 그를 아내로 취하였으니 부활 때에 그중에 누구의 아내가 되리이까”(눅 20:28-33)

여러분, 사두개인들이 무엇을 주장하고 싶은지 이해하실 것입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만약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그 여인은 일곱 형제 중 당신이 말하는 부활 뒤에 누구의 아내가 되겠느냐?’는 짓궂은 질문을 한 것입니다. 아마도 저들은 이렇게 묻고 나서 ‘완벽한 논리로 예수의 입을 틀어막았다’고 좋아하면서 낄낄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늘 예수께 논리적으로 묵사발 당하기 일쑤였던 바리새인이나 서기관들 보란 듯이 희희낙락했을 법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저들이 인용하는 성경 말씀은 신명기 25장입니다. 사두개인들은 “모세가 우리에게 써 주기를”(Moses wrote for us that...) 이렇게 말하면서, 마치 모세와 자기들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말문을 엽니다. 모세를 자기들의 전유물처럼 여기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저들이 근거로 삼고 있는 신명기 25장 5-10절은 정작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신명기 25장은 고대사회에서 남편을 잃고 오갈 데 없는 가련한 과부들을 보호하려는 하나님의 율법입니다.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이 특별히 보호하시려는 세 부류의 사람들, 곧 “나그네, 고아 그리고 과부” 그 중 하나인 과부를 보호하는 법이었으니, 하나님이 이 법을 주실 때 그 마음이 얼마나 애절하셨겠습니까?

이 법을 한자로는 ‘형사취수법’[兄死娶嫂法]이라고 합니다. 형이 죽어 세상을 떠나면 동생은 형수에게 장가를 가서, 그 불쌍한 형수를 돌봐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명기는 말하기를, 만약 동생이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그 동생의 “발에서 신을 벗기고 그 얼굴에 침을 뱉으라”(신 25:9)고 합니다. 가련한 형수를 돌보지 않는 비정한 동생에게 “신발이 벗겨진 자의 집”(신 25:10)이란 오명을 씌워서 사람들에게 수치를 당하게 할 것이라는 준엄한 하나님의 율법이었던 것입니다. 그만큼 과부를 돌보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이 간절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두개인들은 이러한 고결한 율법을 우스꽝스럽게 인용합니다. 예수님을 반대하고, 부활을 부정하려는 단순한 목적으로, 현실적으로 일어날 확률이 전혀 없는 ‘일곱 형제와 그의 아내’라는 상황을 억지로 가정하더니,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여인의 존재마저 농락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4. 첫째, 알지 못한 것에 대해 함구하라

이에 예수께서 사두개인들에게 응대하십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너희가 알지 못하고 믿지 않는 것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너희가 부활을 믿지 않는 것은 자유지만, 믿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 사두개인 너희의 선입견 따위로 함부로 하나님 말씀을 재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곧 예수께서는 34-36절에서 대답하시기를 “이 세상의 자녀들은 장가도 가고 시집도 가되 저 세상과 및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함을 얻기에 합당히 여김을 받은 자들은 장가 가고 시집 가는 일이 없으며, 그들은 다시 죽을 수도 없나니 이는 천사와 동등이요 부활의 자녀로서 하나님의 자녀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입니까? 사두개인 너희들은 천국이 이 세상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이라 섣불리 가정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천국은 이 세상과 시스템도 다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맺은 관계와는 전혀 다른 관계로 맺어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한마디로 ‘사두개인 너희는 부활과 천국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쥐뿔도 모르면서,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장가가고 시집가는 것처럼, 또한, 이 세상에서 살던 사람들은 누구나 죽는 것처럼, 천국도 그런 세상적인 일이 똑같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단정하는 것 자체도 틀려먹은 것인데, 그렇게 좁디좁고, 얕디얕은 이해로 부활과 천국을 부정하는 너희들의 논리가 차마 기가 찰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신 말씀이 저 세상에서는 “장가가고 시집가는 일이 없으며, 그들은 다시 죽을 수도 없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저 하나님의 나라가 어찌 잠시 잠깐 살다가는 이 세상과 같을 수 있겠냐는 말씀입니다. 이 세상에 대한 협소한 너희들의 논리 따위에 저 영원하신 하나님 나라를 함부로 비교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5. 너희는 하나님 말씀을 모른다

그리고 두 번째로, 예수께서는 더 본질적인 말씀을 사두개인들에게 하십니다. 곧 너희는 하나님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37-38절에서 말씀하십니다. “죽은 자가 살아난다는 것은 모세도 가시나무 떨기에 관한 글에서 주를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시라 칭하였나니,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 아니요 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이시라” 말씀하십니다.

사실 구약성경에는 이사야서(26장 19절)나 다니엘서에 부활에 관한 명확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특별히 다니엘서 12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땅의 티끌 가운데에서 자는 자 중에서 많은 사람이 깨어나 영생을 받는 자도 있겠고 수치를 당하여서 영원히 부끄러움을 당할 자도 있을 것이며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나리라.”(단 12:2-3) 이보다 더 명확한 부활에 대한 증언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오늘날 이스라엘의 유대교인들은 죽어서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예루살렘 부근에 있는 공동묘지에 묻히기를 선호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왜 그럴까요? 메시아가 올 때 하나님의 도성 예루살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부활하겠다는 신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신을 매장할 때도 구체적입니다. 곧 시신의 발을 ‘예루살렘 쪽으로’ 향하게 해서 매장합니다. 그래서 메시아가 올 때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을 향해 가겠다는 뜻입니다. 물론 저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혀 엉뚱한 메시아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기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두개인들은 오직 모세오경만을 성경이라 고집합니다. 그러니 예수께서 다니엘서의 말씀을 가지고 대답한들 저들은 들을 리 만무합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출애굽기 3장에 나오는 하나님의 현현 이야기를 꺼내 드십니다. 이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인간 모세에게 자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주시는 장면입니다. 하나님은 거룩한 임재 속에서 자신을 소개하시며 모세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네 조상의 하나님이니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니라.”(출 3:6)

여러분,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을 위시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에 대해 말할 때마다, “우리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하나님요, 이삭의 하나님이며, 야곱의 하나님이시다”라고 입버릇처럼 고백합니다. 누구 하나 그렇게 말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두개인 저들이 만약 죽은 자의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면, 저들이 정녕 산 자의 하나님을 믿는 것이라면, 이처럼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을 입으로 고백할 때, 저들은 과연 어떤 하나님을 고백한 것이며, 지금껏 어떤 하나님을 믿어왔단 말입니까? 마치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에 들어있는 지니처럼, 그저 모세오경이라는 램프 속에 갇혀 있는 하나님을 믿어 왔단 말입니까?

하나님을 모세오경에 가두어둔 채, 자기들만의 협소한 신앙 속에 영원하신 하나님을 구겨 넣으려 했던 사두개인들은 도대체 얼마나 무모한 자들이며, 얼마나 커다란 죄인들이었단 말입니까?

6. 대제사장 뒤에 숨은 사두개인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두개인들은 지극히 현세적이고 세속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식민지배를 받던 암울한 이스라엘의 현실 속에서도, 저들은 자기 배만 불리고자 로마 관료들과 결탁했던 최상류층 귀족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증오한 나머지, 그를 십자가 처형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이 바리새인들이었다면, 그 십자가 처형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대제사장 계층이 바로 사두개인이었습니다. 대제사장은 사두개인들의 놀이터이자 전유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 18장에서 산헤드린 공회를 열어, 예수님을 심문하고 매질했던 대제사장 안나스와 가야바, 저들도 대제사장이란 가면을 쓰고 있는 사두개인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셨을 때, 그곳에서 매매하고, 돈 바꾸는 자들의 상을 뒤집어엎으신 사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막 11:15-18). 하나님의 성전을 이렇게 ‘강도의 굴혈’로 만든 장본인이 누구였습니까? 그들은 ‘대제사장’이란 이름 뒤에 숨어 있던 사두개인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어느 목사님은 이런 사두개인에 대해서 칼럼을 쓰기를, “사두개인들은 내세의 그 어떤 형태의 육체적 부활을 부정한다. … 그들의 무신론적 철학은 저들의 마음을 강팍하게 만들었고 결국 돈과 권력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처럼 마음의 궤도를 벗어난 사두개인들은 마피아처럼 눈이 벌게진 나머지 예루살렘을 마치 오늘날의 카지노처럼 만든 것이다.”<Jeff Crotts, “Modern Day Pharisees and Sadducees” https://anchoragegrace.org>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혹시 이러한 사두개인들의 신앙이 은연중에 우리 안에 스며들어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가 안나스와 가야바처럼 예수님을 심문하거나 매질한 적은 없지만, 혹여 우리 삶이 여전히 예수님을 십자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입으로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을 찾으면서도, 그 하나님이 산 자의 하나님인 줄 몰랐던 사두개인처럼, 날마다 부활하신 주님을 고백하고, 살아계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도, 우리 삶에서 부활의 능력을 찾아볼 수 없다면, 우리가 어찌 사두개인을 나무랄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러한 사두개인의 신앙이 혹시 우리 안에 쓴뿌리처럼 자리잡고 있음을 보거들랑, 그 즉시 걷어내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여러분의 삶 속에 산자의 하나님이 주시는 부활의 능력이 날마다 샘솟듯 일어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