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엑소더스와 제자들에의 초상”

<누가복음 9장28-36절>

1. 보나벤투라에 의한 성 프란치스코

중세 시대에 살았던 수도사 중에 보나벤투라(Sanctus Bonaventura, 1221-1274)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태어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을 때 보나벤투라는 목숨을 잃을 중병에 걸렸다고 하는데요, 그의 어머니는 발만 동동 구르다가, 아기 보나벤투라를 가슴에 품고 어떤 수도원을 찾아가서 유명한 수도사에게 아기를 보여줬다고 합니다. 그 수도사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는 그 아기를 보고는 “잘 왔습니다!” 혹은 “잘 됐습니다!”라는 뜻으로 당시 이탈리아 말로 “Bona ventura!”라고 환영했던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어머니는 아기의 이름을 ‘보나벤투라’라고 지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이후 아기 보나벤투라는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는데요, 그때 그 아기를 축복한 수도사가 바로 성 프란치스코St. Francisco였습니다. 보나벤투라는 자라면서 성 프란치스코의 신앙에 감화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신앙을 배우고자 힘썼습니다. 그래서 훗날 성 프란치스코의 일대기를 역사상 처음으로 저술한 인물이 바로 보나벤투라였던 것입니다.

보나벤투라는 자신의 책에서 성 프란치스코를 이렇게 술회합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늘 선을 행하도록 애썼다. 마치 야곱이 보았던 ‘층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천사들’처럼(창 298:12), 그는 기도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하나님께로 들어 올리든지’ 아니면 ‘이웃에게로 내리든지’ 하면서 늘 바빴다.”<[보나벤뚜라에 의한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 대전기](분도출판사)>

여러분,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보나벤투라가 바라본 성 프란치스코는, 마치 하늘을 오르락내리락하던 ‘천사’처럼 보였다는 말입니다. 하늘에 올라가서 하나님의 사랑을 직접 받아들고 내려와서 이 세상 사람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전해 주는 천사와도 같았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시인 크리스티앙 보뱅Christian Bobin의 말을 빌리자면, “성 프란치스코는, 진리는 분명 ‘높은 곳’에 있기보다 ‘낮은 곳’에 있음을, ‘충족’ 속에 있기보다 ‘결핍’ 속에 있음을 그는 본능적으로 감지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아시시의 프란체스코](마음산책)>

여러분, 이러한 성 프란치스코의 사상은 오늘 할렐루야 찬양대 솔리스트들이 노래한 [평화의 기도]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며, 주님을 온전히 믿음으로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 프란치스코의 전기 어디를 찾아봐도 그가 [평화의 기도]를 지었다는 얘기는 없습니다만, 그래서 실제로 누가 이 기도문을 썼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성 프란치스코야말로 이 평화의 기도에 가장 합당하게 살다 간 인물이란 것입니다. 그는 이 세상에 내려와 이 기도문처럼 살다간 천사와도 같았고요, 그렇게 살다가 다시 하늘로 돌아간 위대한 하나님의 사도였던 것입니다.

오늘 이 아름다운 찬미로 우리의 예배를 더욱 값지게 해 주신 할렐루야 찬양대 지휘자님과 솔리스트들에게 마음으로부터의 감사를 전합니다. 아울러 이 찬미의 노랫말들이, 그저 오늘 이 시간 잠깐 듣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영혼에 깊은 울림으로 남을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2. 산에서 변모하신 예수

오늘 함께 나눈 누가복음의 본문에서 우리는, 천사처럼 살았던 성 프란치스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저 하늘에서 내려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됩니다.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기도하기 위해서 산에 올라가신 뒤로 그 모습이 영광스럽게 변화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본문의 사건을 [변화산 사건]이라고 이름을 붙이기고요, 이런 이유로 세계 모든 교회들은 오늘을 [변화주일] 혹은 [변모주일](Transfiguration Sunday)이라 부르며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사역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사건을 말해주는데요, 이 말씀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몇 가지 주목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29절이 말하듯이, 예수께서 기도하실 때에 그의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났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구약성경에도 얼굴에서 광채가 났던 또 다른 인물이 있습니다. ‘모세’입니다. 오늘 성서일과 구약의 말씀인 출애굽기 34장에는 모세가 하나님의 계명을 받으러 시내산에 올랐다가 얼굴에 광채가 났던 일을 말해 줍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의 예수님과 출애굽기의 모세, 비록 둘 다 얼굴에서 광채가 났지만, 두 경우는 분명히 다릅니다.

출애굽기는 말하기를, ‘모세가 하나님과 대화했기 때문에’ 얼굴 피부에 광채가 났다는 것입니다. 모세는 시내산에서 거룩하신 하나님의 임재를 온몸으로 경험한 뒤로 그의 얼굴에 광채가 났던 것입니다. 여러분, 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없습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게 아니라, 오직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서 빛을 내는 ‘반사체’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한낱 인간이었던 모세는 스스로 광채가 난 게 아니라, 다만 하나님 임재의 영광이 모세의 얼굴에 그을려서 그것이 ‘광채’라는 흔적으로 남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오늘 누가복음 본문에서,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난 예수님은 이런 모세의 광채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요한복음 1장14절이 고백하는 것처럼,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신 독생하신 예수님의 영광’이 나타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용모가 변화된 예수님의 모습은, 달빛과 같은 반사체가 아니라,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였던 것입니다. 그 옛날 초대교회 성도들이 찬양해 마지않았던 “꺼지지 않는 태양”(The Unextinguished Sun)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그 산에 가득 넘친 사건이,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변화산 사건이었습니다.

3. 별세: 엑소더스

둘째로 오늘 이 산에서 예수님은 구약의 두 인물을 만났던 것에 주목하게 됩니다. 하나는 모세요, 다른 하나는 엘리야였습니다. 왜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셨을까요? 잘 아시다시피, 모세는 구약의 율법을 대표하고, 엘리야는 구약의 예언자들을 대표합니다. 즉 율법과 예언의 대표 선수들’이 예수님의 소집 명령에 따라 이 산에 모여서 마치 정상회의를 벌이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예수님과 모세와 엘리야’, 이 세 사람이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것 같은데요, ‘예수님은 모세에게 뭐라 하셨을까? 엘리야에게는 과연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저는 이것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예수께서 그들에게 뭐라고 하셨는지 성경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31절을 보시면, 영광 중에 나타난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께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제 장차 예수께서 ‘별세하실 것’을 말했다고 합니다.

별세別世라는 말은 한자 그대로 ‘세상과 이별하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한 세상을 ‘떠나서’ 다른 세상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모세와 엘리야는 이제 곧 예수께서 이 세상과 이별하고 다른 세상으로 떠나시게 될 것에 대해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분명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처럼 ‘별세’라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곧 ‘떠남’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지금 변화산에 서 있는 ‘예수, 모세, 엘리야’ 이 세 사람은 동병상련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모세는 어디론가 떠났던 사람이었던가요? 그렇습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들을 데리고 애굽에서 ‘떠나’ 가나안으로의 여정을 이끈 사람이었습니다. 엘리야는 어떻습니까? 엘리야도 어디론가 떠났던 사람인가요? 그렇습니다. 열왕기하 2장을 보시면, 엘리야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회오리바람을 타고 이 세상을 ‘떠나’ 저세상으로 홀연히 올라간 예언자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두 사람은 각각 율법과 예언의 대표 선수로 변화산에 서 있기도 했지만, ‘떠나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떠남’에 있어서도 구약의 대표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그들은 먼저 자신들이 경험했던 ‘떠남’에 대해서 예수께 고하고, 그다음으로 장차 예수께서 겪으실 ‘떠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법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오늘 본문 말씀을 성경 원어로 읽으면, 누가복음은 이 ‘별세’라는 말을 아주 유별난 단어로 묘사합니다. 곧 별세라는 말은 헬라어로 “e;xodoj”(엑소더스)라고 합니다. 이 말은 ‘출국, 이주, 탈출’을 의미하는 단어인데요, 이 단어 그대로 영어로 쓰여서 엑소더스는 곧 ‘출애굽 사건’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말하기를, 하나님은 그 옛날 모세를 통해서 ‘최초의 엑소더스’, 곧 ‘출애굽 사건’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하신 것처럼, 이제 자신의 독생자 예수로 말미암아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제2의 엑소더스’를 이 변화산 사건에서 공표하고 있다 말하는 것입니다.<대럴 벅,[누가복음1](부흥과개혁사)>

4. ‘깊이 졸다’ ‘온전히 깨다’

이런 점에서, 마지막 세 번째로, 제2의 엑소더스가 공표되는 중에, 함께 산에 올랐던 제자들은 그럼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예수께서는 이 영광스러운 변모의 날에 세 명의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오르셨습니다. 28절은 그 제자들의 이름을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라고 알려줍니다. 이들은 명실공히 예수님의 제자들을 대표하는 수제자들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 위대한 ‘제2의 엑소더스’가 공표되던 날에, 즉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과 함께 영광 중에 시끌벅적한 대화를 나누는 그 순간, 32절은 말하기를, 예수님의 수제자들이 “깊이 졸았다”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이 첫 번째 엑소더스를 감행하셨던 날, 곧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탈출하던 날, 그 위대한 ‘여호와의 유월절’에(출 12:11b-12), 만약 이스라엘 백성들이 졸다가 탈출을 못했다고 한다면, 그게 무슨 변명이나 되겠습니까? 그런 일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오늘 본문에 제자들이 깊이 졸았다는 것은, 그들의 육신이 피곤했음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소위 예수님의 제자를 대표한다는 자들이 영적으로 너무나도 게으르고 나태해져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이끌어가실 제2의 엑소더스를 맞이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로, 그저 깊이 졸고만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32절을 좀 더 보시면, 그렇게 “깊이 졸았던” 제자들이 깨어납니다. 잠에서 깬 이유는 무엇이지요?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이 별세하실 것”을 말하는 ‘그 소리’에 깬 것입니다. 그것도 성경은 말하기를 “온전히 깨어났다”고 합니다. 여기서 “온전히 깨었다”는 말은 신약성경에 딱 한 번 나오는 표현인데요(“diagrhgore,w”, 디아그레고레오), 이것은 마치 절에서 졸던 스님이 죽비에 맞아 번쩍 깨는 듯한 모습과 흡사합니다. 아마도 베드로는 허둥지둥 잠에서 깨면서 이랬을 것입니다. “아니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예수님이 세상을 떠나신다고? 여보게들 일어나게, 큰일났네. 예수님이 세상을 떠나신다 하시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5. 제자들, 별세가 아닌 영광에 눈이 팔리다

여러분, 이처럼 예수께서 별세하신다는 소리를 듣고 깨어난 제자들이라면, 곧바로 예수님께 물어봐야지요. “예수님, 떠나신다니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제가 잘못 들은 건가요? 왜 그러셔야 합니까? 꼭 떠나야 하신다면, 언제 떠나신단 말입니까?” 오늘 본문은 예수님을 향한 이런 질문으로 이어졌어야 합니다. 이렇게 묻는 것이 제자된 도리입니다. 하지만 잠에서 깬 제자들은 그렇게 묻기는커녕, 곧바로 다른 것에 눈이 팔렸습니다. 마치 방금 들은 것, 곧 ‘예수께서 세상을 떠나신다’는 말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휘황찬란한 영광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32절은 말하기를, 잠에서 깬 제자들이 ‘예수의 영광과 및 함께 선 두 사람을 보았다’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제자들은 방금 전 들은 예수님의 별세는 어느새 잊고, 그 영광스런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 넋이 나가버린 것입니다.

여러분,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율법을 받고 내려왔을 때, 그래서 그의 얼굴에 광채가 났을 때, 그 모습을 본 이스라엘 백성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처음에는 모세의 얼굴에 광채가 나서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모세에게 가까이 가기를 꺼려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어떻게 됐던가요?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광채에 익숙해지더니, 급기야 그 광채를 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모세가 하나님이 명하신 율법을 백성들에게 들려줄 때도, 그들은 그 말씀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의 얼굴에 나타난 광채만 쳐다봤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모세는 하는 수 없이 수건으로 얼굴의 광채를 가렸던 것입니다. 잠깐 있다가 사라질 얼굴의 광채가 아닌, 영원하신 하나님 말씀을 들으라 했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이 변화산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모습이 영광스럽게 변한 게 아닙니다.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난 것도 본질적으로는 중요치 않습니다. 이 변화산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핵심 사건은, 이제 예수께서 ‘떠남’으로 이루실 구원 사건, ‘별세’ 곧 ‘제2의 엑소더스’였습니다. 그것은 여러분과 저를 포함한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주님의 십자가 사건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3절을 보시면, 안타깝게도, 그리고 황당무계하게도, 제자들은 이러한 예수님의 뜻과는 정반대의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떠남’을 말씀하시는 예수께, 제자들은 ‘머물겠다!’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초막을 짓고 ‘눌러 앉겠다!’고 합니다. 거기에 그럴싸한 거창한 이유도 갖다 붙입니다.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짓겠다”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습니까? 베드로는 이미 자기도 모르게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라고 말입니다. 결국 머물고자 했던 것은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주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가복음은 기록하기를, 저들은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하며 허탄한 심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것이, 우리가 목격한 변화산 제자들의 초상입니다.

6. 제2의 엑소더스, 그리고 2022년 사순절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은 지금 잠들어 있는 우리를 깨우시며 ‘함께 떠나자’ 하시는데, 혹 우리들은 이런 주님의 음성이 아니라, 주님의 영광스런 모습만 탐했던 제자들은 아니었던가요? 이제 신앙의 성숙과 변화를 위해 제2의 엑소더스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저 초막이나 짓고 주저앉으려 했던 신앙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요? 그러면서도 ‘주를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주님 앞에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던 제자들의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은 아니었던가요? 하나님의 율법을 전하는 모세의 말이 아니라, 그저 모세의 얼굴에 빛나는 광채에 시선이 팔렸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이 혹 우리의 모습은 아니던가요?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이번 주 수요일 새벽부터 우리는 사순절기에 들어갑니다. 주님은, 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에게 40일간의 영적 훈련을 위해 ‘함께 떠나자!’ 말씀하십니다. 비록 우리가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으로 인해 당분간 온라인으로 예배하겠지만, 그러하기에 ‘함께 떠나자’ 하시는 주님의 음성은 더더욱 애달프고도 간절하게만 들립니다. 그 간절한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주님이 이끄시는 제2의 엑소더스로 인해, ‘익숙한 신앙’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성숙한 신앙’으로 나아가고자 회개하고 결단하는, 그런 사순절기를 맞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