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되신 주님, 홀로 어디 계시는가?”

<요한복음 6장1-15절>

1. 안도현의 ‘사랑’

여러분, 바야흐로 여름의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한낮에도 그렇지만 밤중에도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는데요, 이 무더위를 지내시는 동안에 건강 상하지 않도록 유념해 주시기를 바라고요, 특별히 이번 여름에 저는 매미 소리를 아주 오랜만에 원없이 듣고 있습니다. 낮에도 울지만 누구를 그렇게 부르고 있는지 밤에도 매미가 와우산자락 아래로, 서강교회 주변으로 쉬지 않고 울어댑니다.

매미 소리를 듣고 있으니 문득 안도현 시인의 ‘사랑’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랑,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제13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품집](문학사상사)>

참 아름다운 시지요. 아시다시피 매미는 알에서 깨어나면 굼벵이로 대부분의 생을 보낸다고 합니다. 짧게는 3년부터 길게는 17년 동안 굼벵이로 땅을 기어다니며 살다가, 고작 한 달 정도만 매미가 되어서 나무에 붙어살다가 생을 마친다고 합니다. 이런 까닭에 매미들이 울어대는 한 달 여 간의 시간은 그만큼 절박하고도 감격스러운 울음이 아닐까 합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안도현시인이 사랑은 이처럼 매미가 나무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이리라 노래했던 것처럼, 우리 생이 다 하는 날까지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뜨거운 찬미와 울음이 멈춰서는 안 되겠습니다. 특별히 더더욱 주님이 사무치게 그립기만 한, 지금과 같은 비대면의 상황 속에서,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주님을 더욱 찾고 또 찾는 모든 성도들이 되시기를 말씀을 나누기에 앞서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2. Let the Bible Speak!

여러분, 서강교회의 담임목사로서, 그리고 이 서강 강단에 서서 설교하는 설교자로서, 저는 하나의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고자 늘 마음을 다잡아 기도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다름 아니라 “설교는 설교자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성경이 말하는 것을 회중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다시 말하면, “Let the Bible Speak!”(“성경이 말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Let the Text Speak!”(“본문이 말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매주 말씀을 준비할 때마다 유념하게 되는 저만의 원칙인데요, 사실 이것은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의 구약학자이자 설교가인 월터 부르그만Walter Brueggermann이라는 신학자가 오늘날의 목회자들에게 피를 토하듯이 전하는 권면이기도 합니다.<[텍스트가 설교하게 하라](성서유니온)> 성경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설교자의 앝은 생각을 마치 하나님의 말씀으로 포장해서 전해지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는 경고입니다. 설교자는 오직 성경이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역할을 할 뿐이란 말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제 설교가 쉽지 않으시지요? 한편으로는 좀 어렵다 느끼시지요? 아마 그럴 것입니다. 설교할 때도 본문을 계속 찾아보시라 자꾸 귀찮게도 하고요, 때로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시라 말씀도 드리고요. 하지만 여러분, 제가 설교를 이렇게 준비하는 것은 여러분들을 일부러 불편하게 해드리려거나, 혹은 제가 뭘 좀 아는 척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그럴 이유도 없지요.

다만, 히브리서 5장14절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더 이상 젖을 먹는 단계로 성경을 읽는 게 아니라 “단단한 음식”을 먹고, 이제 어서 장성한 신앙인으로 나아가야 할 때인 줄로 믿기 때문입니다. 서강 강단을 섬기는 사람으로서 제가 가장 유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인데요, 그래서 저는 매번 이 강단에 올라서는 것이 두렵기만 합니다. 하나님께서 본문을 통해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싶어 하는지를 헤아리고, 그것을 여러분 앞에 전하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이 오늘 본문을 통해서 우리에게 꼭 하실 말씀이 있다 하십니다. 동일한 ‘오병이어 기적 사건’이지만 지난주에는 ‘목자 되신 주님’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주셨다면, 오늘은 ‘왕 되신 주님’이 말을 걸어오십니다. 왕으로 오신 주께서 이 시간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에 겸손히 그 말씀에 순종하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3. 로마 황제에게 헌정된 도시, “디베랴”

오늘 오병이어 기적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다만 오늘 본문을 좀 더 촘촘히 들여다보기 위해서 몇 가지 주목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①첫째로, 오늘 본문이 오병이어 기적이 일어난 그 장소를 특정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말씀 6장1절이 한국말로 번역이 좀 어색한데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예수님과 제자들이 가버나움 지역에서 배를 타고 ‘디베랴’Tiberius라는 도시 쪽으로 건너간 것입니다.

이 도시는 오늘날로 말하자면 신도시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 세례 요한을 목 베어 죽인 유대의 분봉왕 헤롯 안티파스를 기억하시지요? 헤롯 안티파스는 자기가 통치하던 갈릴리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했고요, 그 도시에 당시 로마 황제였던 ‘티베리우스’Tiberius의 이름을 붙여 그에게 헌정했습니다. 그래서 도시 이름이 황제의 이름을 따서 ‘디베랴’인 것입니다. 이 도시는 그리스-로마식으로 정비가 아주 잘 된 헬라화된 도시였기 때문에, 그리스식 신전과 같은 신식 건물들이 이미 즐비하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이스라엘 사람들 중에 “돈 좀 만진다” 하던 사람들이 이 도시에 들어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요한복음은, 오병이어 기적 사건이 로마 황제에게 헌정된 부유한 도시였던 ‘디베랴’ 근처에서 일어났음을 특정해 주는 것이고요,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곧 부유한 도시 디베랴 근처에, 끼니조차 해결할 수 없었던 가난한 백성들이 5천 명이나 모여 있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그 도시는, 오늘 본문에서 배고픈 저들을 먹이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4. 헬라식으로 개명한 두 제자들, “빌립과 안드레”

②그리고 두 번째로 오늘 본문은 제자 두 사람의 이름을 특정해서 알려주고 있는데요, 한 사람은 ‘빌립’ 곧 Philippos,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안드레’ 곧 Andreas라고 해서요, 둘 다 이스라엘식 이름이 아니라 헬라식으로 개명한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 다 예수님에게 자기 생각과 의견을 말하고 있긴 하지만, 그게 다 ‘부정적인 의견’이었습니다. 7절에서 빌립은 예수님께 말하기를,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라고 했고요, 안드레는 9절에서 말하기를,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습니까?”라고 반문을 했습니다. 각자 이유를 붙이고 있지만, 이 두 사람의 의견은 모두 “안 된다.” 였습니다.

헬라식으로 개명한 두 제자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은 예수님의 급식 기적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10절 이하를 보시면, 예수님께서 축사하신 뒤에 기적을 베푸실 때도, 예수님이 직접 떡과 물고기를 나눠주시지, 제자들에게 나눠주라고 시키지도 않으십니다. 그러니까 이 두 제자는요 떡과 물고기를 들고 온 그 어린 아이만도 못하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입니다.

5. 로마시대의 공통 화폐 “데나리온”

③그리고 세 번째로는 여러분, 7절에서 빌립이 언급했던 화폐 단위가 ‘데나리온’Denarius이었던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데나리온은 어떤 화폐 단위였습니까? 1 데나리온은 당시 노동자의 하루 일당에 해당하는 돈이었는데요, 오늘날로 치자면 미국 ‘달러’ 처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였습니다. 특별히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바칠 때 사용되는 화폐 단위였습니다.

여러분 마가복음 12장을 보시면, 바리새인들과 헤롯당 사람들이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옳지 아니하니이까?” 하고 물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데나리온 하나를 꺼내 보이라고 하지요?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저 유명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그때 꺼내 보이라 하셨던 데나리온이 바로 오늘 본문의 데나리온과 같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왜 데나리온 동전을 꺼내 보이라고 하셨나면요, 데나리온에는 로마 황제의 글과 얼굴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동전에 로마 황제의 초상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그 돈이 로마 황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너희들 생각대로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든가 말든가 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바치지 않으면 될 것이냐 하시면서 오히려 예수님께서 반문하셨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데나리온은 당시 로마 식민치하에서 일상적으로 통용되던 화폐 단위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돈이었지만, 오늘 이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는 데에는 전혀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그러니까,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이 급식사건의 배경이 되는 헬라화된 도시였던 디베랴는 이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지요. 헬라화된 신식 이름으로 살았던 예수님의 두 제자들도 예수님께 쓰임 받기는커녕 오히려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만 합니다. 또한 로마 제국시대에 통용되던 데나리온이라는 헬라 화폐는 더더욱 이 급식 기적 사건과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저 “200 데나리온이라는 부정적인 견적”만 내밀었을 뿐이지, 정작 그들을 배불리 먹였던 것은 오직 예수님의 축사와 말씀이었던 것입니다.

6. 주님은 자신의 일을 스스로 행하십니다.

여러분,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①첫째로 오늘 본문은 “주님은 자신의 일을 스스로 행하신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예수님이 빌립을 부르셔서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느냐?” 물으셨던 것은 떡집이 어디냐고 궁금해서 물어 본 것은 아니겠지요. 그 말씀을 하신 것은 “나는 저들에게 먹을 것을 주겠다.”는 분명한 뜻을 전달하신 것입니다. 더군다나 요한복음은 오늘 본문 6절에서 예수님의 속마음이 어땠는지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심은 친히 어떻게 하실지를 아시고 빌립을 시험하셨다”고 말입니다. 빌립이 그 뜻을 받들어 이행하고 안 하고는 그의 몫이었지만, 그의 대답이 어떻든지 간에 상관이 없었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주님은 그들을 먹이시려 했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우리 주님은요 ‘하시고자 하면 하십니다.’ 우리가 안 한다고 해서 실망하고 안 하실 분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찾아서 하든가, 아니면 직접 하십니다. 우리는 그분의 뜻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주님은 자신의 일을 스스로 행하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무엇이 주님의 일이고, 무엇이 주님의 뜻인지 분별할 수 있는 눈이 우리에게 있기를 축원합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시는데, 그 기회를 알아채지도 못하고 놓쳐서야 되겠습니까. 오늘 본문은 5천 명의 사람들을 먹이시는 주님의 놀라운 선교 사역인데요, 그 사명을 빌립은 알아채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대답이나 하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7. 그대, 쓰임받기를 원하기는 하는가?

②그래서 둘째로, 여러분,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엄중히 묻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주님의 일에 정말로 쓰임 받기를 원하고 있는가?” 말입니다. 여러분, 이 물음 앞에 우리는 정직하게 대답해야 합니다. 사실 여러분, 우리가 주님의 일에 쓰임 받기를 원한다 말하지만, 정직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우리는 ‘나의 일과 하나님의 일’을 구분합니다. 그리고 나의 일을 더 소중히 여깁니다. 오늘 빌립과 안드레가 부정적인 대답만 늘어놓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빌립과 안드레가 했던 대답을 다시 한번 읽습니다.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습니까?”

여러분, 우리는 이와 ‘유사한 대답’으로 얼마나 자주 주님께 반문하곤 했습니까? “좋은 건 알겠는데, 상황을 보면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좀 여유가 생기면, 그때 주님 일을 하겠습니다.” 우리 머릿속을 늘 맴도는 생각이자, 우리 입에서 종종 나오는 말입니다. 마치 천국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소도 사야하고, 장가도 가야한다.”면서 초대를 거부했던 모습이, 사실이지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점에서 스위스의 신학자인 에밀 브루너Emil Brunner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말합니다. “불은 타올라야 불이라 할 수 있듯이, 교회는 선교할 때만 교회라 할 수 있다.”(“The Church exists by mission, just as a fire exists by burning”<[The Word and the Word](London:Student Christian Movement Press)>고 말입니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경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인도에서 35년간 선교사로서 사역하시다가 모국인 영국에 돌아가셔서 왕성한 목회와 저술 활동을 펼치셨던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이라는 선교사님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교회가)세상을 향해 그리스도의 대사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지 않으면, (벧전 2장이 말하는) ‘하나님의 왕 같은 제사장’이라는 호칭을 반납할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Household of God](Paternoster Publishing, 2002)>

여러분, 이런 점에서 우리 교회는 마땅히 교회라 할 수 있을까요? 우리들은 마땅히 하나님의 왕 같은 제사장으로 살고 있는가요? 주님이 우리에게 “저 굶주린 5천 명의 사람들을 어찌 해야겠느냐?” 물으신다면, 과연 우리들의 대답은 오늘 본문의 빌립이나 안드레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던 대답과 얼마나 다른 대답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여러분, 저는 우리 서강교회가 먼저 주님이 저 세상을 향해서 무엇을 하시려는지, 그리하여 우리를 어떻게 사용하시려는지 잘 헤아려 아는 교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이걸 하자!’ 말씀하시는데, 그저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혹은 해왔던 대로 ‘저걸 하고’는, 스스로 만족하는 그런 모습이 우리 교회의 미래 모습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8. 왕되신 주님, 지금 홀로 어디 계시는가?

오늘 말씀을 마치기 전에 한 가지 더 살펴볼 게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어떻게 끝나고 있습니까? 모두가 다 배부르게 먹고도 열두 바구니에 가득 찰 정도로 남았다는 이 놀라운 기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은, 14절에서 예수님을 향해 말하기를 “이는 참으로 세상에 오실 그 선지자라”고 하였습니다. 얼핏 듣기로는 참 괜찮은 고백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말은 주님을 향한 순결한 고백이 아니었다는 것을 예수님은 이미 간파하셨습니다. 주님이 보기시에는 그저 입에 발린 말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15절이 말하는 것처럼, 예수님은 그 사람들이 “자기를 억지로 붙들어 임금으로 삼으려는 줄 아시고 다시 혼자 산으로 떠나 가셨다.”고 합니다.(“Knowing that they intended to come and make Him king by force.”)

여러분, ‘왕으로 모시는 것’과 ‘왕으로 삼는 것’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예수님을 우리의 왕으로 ‘모시는 것’은 우리 자신의 삶을 그분께 내어 드리고, 왕 앞에 무릎 꿇고 그를 경배하며 그의 말을 듣겠다는 것이지만, 예수님을 왕으로 ‘삼는 것’은 그저 내 욕심을 예수님께 투영시키는 것이고,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왕이 필요하다 할 뿐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님은 기꺼이 죄 많은 우리들의 왕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분은 겸손의 왕이십니다. 우리를 향한 긍휼을 단 한 번도 거두지 않으시고, 끝끝내 십자가에서 자신의 목숨조차도 우리를 위해 내어주신 왕이십니다. 그분을 모시고 사십시오.

그러나 오늘 본문은 슬프게도, 예수님이 떠나가는 모습으로 마치고 있습니다. 5천 명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제자들조차 남겨둔 채로 예수님은 황급히 홀로 산으로 떠나셨습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오늘, 지금, 이 시간 우리의 왕 되신 예수님은 어디에 가 계실까요? 우리가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지 않고, 억지를 부려가며 왕으로 삼고자 했던 나머지, 혹여 우리를 떠나 홀로 어디에선가 외로이 계신 것은 아닌가요?

혹여 어딘가로부터 떠나,

주님이 홀로 외로이 계시다면 다시 우리를 찾아오시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찬양과 경배를 받아주시도록, 왕 되신 주님을 겸손히 모셔야 합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우리 교회가 왕 되신 주님의 뜻을 헤아리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 알량한 200데나리온의 견적일랑 지워버리고,

우리 교회가 왕의 명령에 순복하는 교회,

왕 되신 주님을 기꺼이 모시는 교회가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