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예루살렘 성전 멸망의 교훈”

<마가복음 13장 1-8절>

1. 배경을 바탕으로 한 성경 읽기

여러분, 성경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이 참 어려우시지요? 목사인 저는 어떨까요? 저도 어렵기만 합니다. 그래도 신학대학과 대학원을 졸업도 했고요, 지금까지 성경 연구를 한다고 하면서도, 때로는 어제 읽을 때와 오늘 읽을 때가 다릅니다. 분명 어제는 확실히 이해했는데, 오늘 읽으면 무슨 말씀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그게 맞지! 당연하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인데, 만약 우리가 어떤 하나의 ‘방정식 같은 공식’에 대입해서 성경을 이해할 수 있는 거라면, 그거야말로 더더욱 이상하고요, 그거야말로 성경을 잘못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성경을 읽을 때 나름대로 원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성경학자들이 성경을 해석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을 하나 갖고 있습니다. 의외로 당연하고도 간단한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이점을 반드시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는 먼저, (따라합니다.) ‘말씀의 배경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우리가 새벽기도회 때 [출애굽기]를 읽어 나가는데요, 여러분, 이 출애굽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아무리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해도, 그 말씀을 무턱대고 우리 삶에 적용부터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선은 마치 우리가 이스라엘 백성이 된 것처럼, 광야생활을 하고 있다 생각하면서, 그 당시의 배경에 대해서 꼼꼼히 주석해 가면서 읽어야 출애굽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라야 출애굽기의 말씀을 오늘 우리들의 삶에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더 예를 들어보면요, [요한계시록]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요한계시록을 읽을 때면, 무턱대고 지금 우리들의 상황에 말씀을 갖다 붙일 때가 왕왕 있습니다. 심지어 목사님들도 그런 경우를 많이 듣고 보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 요한계시록 1장4절에 보면 요한계시록은 요한이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라고 소개됩니다. 그러니까 요한계시록은 당시 참을 수 없는 박해를 받던 아시아의 초대교회 성도들한테 요한이 보낸 편지였다는 말입니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잡혀가서는 사자 밥으로 던져지기도 했고요, 끔찍하게 화형을 당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런 박해를 당하면서도 당시 초대교회 성도들은 정말로 의젓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차라리 죽음을 택하면 택할지언정,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주님!”이라는 고백을 거두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 처한 성도들에게 요한은, 자기도 밧모섬에 갇혀 유배 생활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령이 말씀하시는 지혜와 능력으로 그런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목회적인 편지를 보낸 것입니다. 그것이 [요한계시록]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이런 상황이나 배경을 무시하고, 그저 읽혀지는 대로 함부로 요한계시록을 해석하게 되면, 차라리 안 읽는만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명한 캐나다의 영성신학자인 마르바 던Marva Dawn이라는 교수는요, 그의 유명한 요한계시록에 관한 저서 [약할 때 기뻐하라]는 책에서 요한계시록을 이해하는 원칙 하나를 제시해 줍니다. 그것이 바로, “요한계시록은 박해를 받고 있던 그 당시 상황에 먼저 적용해야 하며, 그 다음으로 우리 시대에 적용해야 한다.”<마르바 던, [약할 때 기뻐하라](복있는사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한계시록에 담긴 그 이해하기 어려운 상징적이고도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턱대고 21세기인 지금 우리 삶에 적용하게 되면, 분명 오해와 곡해를 낳기 마련이라는 지적입니다.

2. 마가복음 13장을 이해하기 전에

여러분, 제가 출애굽기와 요한계시록의 예를 들었는데요, 이런 성경을 우리가 조심스럽게 읽고 해석해야 한다면, 예수님이 하신 말씀일 경우에는 어떠하겠습니까? 그 무게가 훨씬 더 나가겠지요? 허투루 읽어서는 안 되겠지요? 더욱 말씀을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예수님이 ‘종말’에 대해서 가르쳐 주셨다고 한다면, 그 무게감은 어떻겠습니까? 다른 말씀보다도 더더욱 철저하게, 더더욱 정교하게 그리고 더욱 조심스럽게 그 말씀을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 이런 점에서 오늘 본문의 말씀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말씀은 예수께서 성전에 계시다가 ‘떠나시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의미심장한 표현이지요.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떠나셨다’ 말입니다. 성전을 떠나실 때에 제자들 중 하나가 예수님께 말하기를, “선생님이여 보소서 이 돌들이 어떠하며 이 건물들이 어떠하니이까?” 하고 물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오늘은 우리가 8절까지 읽었지만, 9절부터 13장 끝까지 예수께서 쉬지 않고 연이어 말씀하고 계신데요, 그 말씀들이 참으로 이해하기도 어렵고요, 또 무시무시한 얘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늘 말씀을 살피기 전에 먼저 잠시 우리가 지금까지 마가복음을 읽을 때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잠시 되짚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지난 봄부터 우리는 마가복음 1장으로부터 해서 오늘 13장에 이르렀는데요, 사역 초기에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하신 일이 제자들을 불러 모으신 일이었습니다. 이후로 많은 병자들을 고치시고, 귀신을 내쫓는 놀라운 기적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런 일련의 일들에 이어서 예수께서는 다방면으로 제자들에게 특별한 가르침을 주셨는데요, 우리는 그것을 ‘제자 훈련’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마가복음의 상당 부분이 이러한 제자 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도 무방합니다. 그 제자 훈련은 강도 높은 특별 훈련과도 같았는데요, 그것은 이제 곧 예수님이 이 땅에 없을 날이 올 터이니, 그때가 되면 제자들은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똑똑히 기억해야 하고요, 예수님이 ‘육신으로는’ 눈앞에 없을지라도 늘 ‘영으로’ 함께 함을 믿고 담대하게 하나님 나라를 전할 수 있도록 가르치기 위해서 였습니다.

4. 예루살렘 성전은 무용하다!

그 밖에 여러분, 최근에 우리가 읽었던 내용 중에 어떤 것들이 생각나시나요? ‘재물이 많았던 부자 청년’, 기억하시지요? ‘눈먼 바디매오를 고쳐 주신 사건’, 기억하시지요? 그런데 우리가 읽지는 않았지만, 눈먼 바디매오를 고쳐 주신 사건 직후에 예수께서는 뒤뚱거리는 나귀 새끼를 타시고는 드디어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셨습니다. 예루살렘은 예수님 공생애에 있어서 최종 목적지였는데요, 그 이야기가 마가복음 11장에 나와 있습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 가셔서 어떤 일을 벌이셨던가요? 성전을 축복하셨던가요? 그곳에서 유대 성전 제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잘한다, 기특하다’ 하시면서 그들을 갸륵하게 여기셨던가요? 아니지요. “세상에나, 이게 정말 우리가 알던 예수님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노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성전을 완전히 뒤집어 박살을 내버리셨지요. 그리고는 마가복음 11장17절에서 말씀하시기를, “기록된 바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칭함을 받으리라고 하지 아니하였느냐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도다”고 하셨습니다.

여러분, 예루살렘의 유대 성전을 향한 예수님의 평가가 이처럼 혹독했습니다. 곧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이 “강도의 소굴”이 되었다 하신 것입니다. 그것이 정말 강도의 소굴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당장 강도들을 소탕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판단이 그랬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성전을 빙자한 예루살렘 유대성전은 이제 용도가 폐기되었다!’ 선언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마태복음 23장37-38절에서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에 모음 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더냐 그러나 너희가 원하지 아니하였도다 보라 너희 집이 황폐하여 버려진 바 되리라!” 하시며 탄식과 눈물을 흘리셨던 것입니다.

5. 화려한 제3 예루살렘 유대 성전

오늘 본문은 이처럼 강도의 소굴이 돼버린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탄식과 눈물을 흘리시면서 떠나시는 예수님의 모습에 카메라가 비춰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심정은 찢어질 듯 아팠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예수님의 속도 모르고, 누군지 이름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제자 중 하나가 그 성전이 얼마나 웅장하고 거대한 성전인지 감탄을 늘어놓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여러분, 사실 예수님 당시에 예루살렘 성전은 당대 최고의 건물이었습니다.(이 이야기를 좀 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옛날의 솔로몬의 성전과도 비교할 수 없고요,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스룹바벨이 재건한 성전과는 더군다나 비교 자체가 불가합니다. 이 세 번째 유대 성전, 곧 세 번째 예루살렘 성전은 당시 로마의 황제가 사는 황궁보다도 더욱 아름답고 웅장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그 화려한 유대 성전을 바라보변서, “천하는 무너질지라도 이 성전은 영원하리라!”며 감탄해 마지않았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제3의 유대 성전은 예수님이 태어나기 20년 전, 헤롯대왕에 의해서 공사가 시작되서 AD 63년에 완공된, 그러니까 83년에 걸쳐 지어진 건물입니다. 전체 크기는 오늘날 축구장의 20배 정도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는데요, 이것은 당시 예루살렘 도시의 1/6을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제자 중 하나가 “선생님이여, 이 돌들을 보소서!”라고 감탄하면서 말했지요? 그가 바라보고 있는 그 돌의 크기는 ‘길이 13m, 너비 4m, 높이는 6m’나 되는 엄청난 크기였던 것입니다. 그 돌 하나의 무게만 해도 400톤이었다고 합니다. 그 제자가 놀랄 만도 합니다.

크기도 컸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이 제3 유대성전은 문이며, 벽이며, 천정이며 할 것 없이 금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요, 어마어마한 금을 보관하고 있었다고 하니,<요세푸스 플라비우스, [유대전쟁사](생명의말씀사)> 유대인들이 “천하는 무너질지라도 이 성전은 영원하리라!”며 감탄했던 것도 이해가 갈 일입니다.

6. ‘첫 번째’ 제자들과 감람산에 오르시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여느 유대인처럼 감탄하고 있는 제자를 향해서 예수님이 2절에서 말씀하십니다.(함께 읽기)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이 큰 건물들을 보느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하시니라)”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천하는 무너질지라도 이 성전은 영원하리라!” 했지만, 예수님의 평가는 혹독했습니다. “이 성전은 더 이상 쓸모 없다!”는 것입니다. “이 유대성전은 곧 무너지리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 그러면 여러분, 이제 3절부터 시작되는 예수님의 말씀은 무엇에 관한 가르침이겠습니까?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세상 종말에 관한 말씀일까요? 아니면 유대 성전의 멸망에 관한 말씀일까요? 당연히 예루살렘 성전 멸망에 관한 말씀을 예수님이 하실 것입니다. 지금까지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과 보여주신 모든 행동이 이제 이 말씀에서 정점에 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해를 건너뛰고, 오늘 본문이 마치 세상의 종말에 관한 말씀인 것처럼 마구 해석을 하면 매우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중간중간 뜨문뜨문 보면 마치 세상 종말의 관한 말씀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 일면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될 때, 모든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 왔다, 종말이 왔다, 생각할만큼, 너무나도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었으니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말씀은 세상 종말에 관한 게 아니란 것입니다. 이 말씀은 전적으로 저 화려할 대로 화려한 예루살렘의 유대 성전이 이제 곧 파괴될 것을 예수께서 미리 예고하고 있는 말씀인 것입니다.

그래서 3절 말씀을 보시면 예수께서는 제자들 중에 ‘베드로, 야고보, 요한, 안드레’ 이 네 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예루살렘 성전 맞은 편 곧 ‘감람산’으로 올라가셨다고 합니다. 감람산에서 저 예루살렘 성전을 상대하듯이, 마주 보고 앉으신 것입니다.

여러분, 이 네 사람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 제자들인가요? 이들은 마가복음 1장에서 예수님이 갈릴리 해변에서 불러 모으신 ‘첫 번째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본문은 이 ‘첫 번째’ 제자들을 다시 부르시고는, 이제 예루살렘 성전의 ‘마지막’에 대해서 말씀하신다는 점에서 뭔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더군다나 여러분, 에스겔서 11장23절을 보시면, 하나님께서 타락한 예루살렘을 내팽개쳐 버리시고 잠시 머무셨던 곳이 바로 ‘감람산’이었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모습과 교차되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스가랴서 14장4절을 보시면, 예루살렘이 전쟁에 휩싸이고 파괴될 때가 되면, “그 날에 그의(주님의) 발이 예루살렘 동쪽 감람산에 설 것이다.” 말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또한 오늘 예수님의 모습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범상치가 않습니다.

7. 난리와 난리,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그런데 여러분, 4절 말씀을 보니까 그 제자들이 예수님께 “우리에게 이르소서. 어느 때에 이런 일이 있겠사오며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지려 할 때에 무슨 징조가 있사오리이까?”하고 조용히 물었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여러분, 제자들의 관심은 무엇이었습니까? ‘언제’ 였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언제 망한단 말입니까?”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여러분, 예수께서 예루살렘 유대성전의 종말을 말씀하신다면, 제자들이 물어야 할 것은 ‘언제’when가 아니라 ‘왜’why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수님, 이 웅대한 예루살렘 성전이 왜 멸망당한단 말입니까?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어야 하는 것 아니냔 말입니다. 종말의 ‘시간’에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를 묻고, 이유를 알게 되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회개하고 각성해야 하는 것 아니냔 말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질문은 ‘언제’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신지 약 30년 뒤에, 드디어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저 유명한 ‘유대-로마 전쟁’이 일어난 것입니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폴 존슨Paul Johnson은 이 전쟁을 일컬어, “유대 역사상 가장 소름끼치는 전쟁”이라 평하기도 했습니다.<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포이에마)> 우리가 잘 아는 저 악명높은 ‘네로 황제’가 재임하던 때였습니다. 이 전쟁은 AD 70년이 되어 유대 예루살렘 성전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파괴될 때까지 약 4년 동안 벌어진 전쟁이었습니다.<김덕수, [로마와 그리스도교](홍성사)>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유대 예루살렘 성전은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고요, 그저 한쪽 벽만 흉물처럼 남겨져서 오늘날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의 유대인들이 그 통곡의 벽에 서서 1,900여 년 전 그 유대-로마 전쟁을 기억하며, 여전히 통곡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이 4년의 전쟁 기간 동안, 곳곳에는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민족이 민족을 대적했던 것은 기본이었고요, 나라가 나라를 집어삼키기 위한 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62년에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일어난 지진은, 정확히 17년 뒤인 79년에 일어난 화산 폭발의 원인이 되어서, 로마의 폼페이라는 유명한 휴양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런 난리를 틈타서는 “내가 메시아다! 내 말을 들어라!” 하면서 폭력을 가하던 사람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당시 예루살렘의 시몬과 요한이라는 열심당원은 잔인하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그들은 예언자 행세를 하면서, 무수히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유대 역사학자인 요세푸스는 말하기를, “창세 이래로 이 당시의 예루살렘보다 더 많은 비극을 겪은 도시는 일찍이 없었다” 할 정도였습니다.<요세푸스, [유대전쟁사](생명의말씀사)> 오늘 마가복음 13장의 말씀이 고스란히 이루어진 것입니다.

8. 예루살렘 성전을 대신하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는 예루살렘 성전 멸망을 예언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고스란히 적중했습니다. 그것은 예수께서 요한복음 2장19절에서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말씀하신 것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허물어진 성전을 사흘 만에 일으키신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이었으며, 그리하여 이제 하나님이 예배를 받으실 곳은 더 이상 예루살렘 꼭대기에 세워진 유대 성전이 아니라, 주님의 몸으로 세워진 ‘교회’가 된 것입니다. 곧 예수께서는 새로운 선교를 자신의 몸된 교회를 통해 이루어 나가신다는 말씀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울부짖는 주님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혹시 주님은 오늘날 교회들을 향하여 이처럼 탄식으로 울고 계신 것은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그 옛날 예루살렘 성전을 용도 폐기하셨듯이, 지금 저 어딘가에 있는 감람산에 오르셔서 같은 눈으로 교회를 바라보시는 건 아닐까 싶어서 말입니다. 그리하여 사도 바울은 권면하기를, “두려움과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빌2:12) 했으며, 히브리서는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으로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라”(히 10:24-25)고 권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여러분들은 주님의 몸된 교회의 지체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사명자들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피값으로 세우신 이 교회에서 하나님을 영과 진리로 예배하며, 주께서 맡겨 주신 사명을 겸손히 준행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우리가 그럴 수 있다면, 오늘 구약성경 다니엘서 12:3이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나리라.” 하신 그 축복이 우리의 것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 사명은 쉽지 않기에, 환란과 시험과 고난이 많을 것이기에, 예수께서는 우리를 축복하십니다. “너희는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한복음 16장3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