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되신 예수, 그 구원의 역사”

(마 21:33-46)

<2023년 10월 08일 성령강림 후 제19주 / 사회복지주일 설교 / 녹색>

●최인호의 『돌의 초상』

우리나라의 작가 최인호(崔仁浩, 1945-2013) 선생님의 소설 중에 1978년에 출판된 『돌의 초상』(문학동네)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소설에 보면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일하는 주인공은 어느 날 고궁으로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가 남루한 옷을 입은 한 노인을 만나게 됩니다. 이 노인은 이름 석 자 외에는 아는 게 없었고, 말을 걸어봤자 “배가 고픕니다. 밥을 좀 주세요”라고 연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치매 환자였겠지요. 그래서 주인공은 그를 보호시설 같은 곳에 데려다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서 할 수 없이 자기 집으로 데려가게 됩니다. 일단 집에 데려오긴 했지만, 치매 환자인 노인을 돌보는 일이 여간 어렵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별의별 우여곡절을 다 겪으면서, 마침내 주인공은 노인을 “무거운 짐, 무거운 돌”과 같은 존재로 여기게 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어떻게 했을까요?

결국, 주인공은 노인을 다시 버리기로 마음먹습니다. 물론 그렇게 마음먹는 게 쉽지만은 않아서 마음에 갈등도 일지만, 주인공은 결국 “처음부터 노인은 버려져 있었지 않은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라고 생각하면서, 언젠가 한 친구에게서 들은 말, “돌은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는 게 원칙이야!”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모질게 먹고는 노인을 버리기 위해 명동성당에 갑니다. 무거운 돌처럼 여긴 노인을 버릴 장소가 성당이었던 것입니다.

노인과 함께 성당 벤치에 앉았다가, 마음을 독하게 먹은 주인공이 성큼 일어서는데, 그 순간 명동성당 첨탑에 걸린 “십자가”가 그의 눈에 들어와서 움찔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내 용기를 내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려는데, 이번에는 노인이 갑자기 주인공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무심코 손을 잡았더니 노인의 손이 참 “따뜻했었던 것”입니다. 주인공은 갑자기 섬뜩한 마음이 들어서 잡은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성당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노인을 버린 것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저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작가는 “왜 노인이 버림받은 장소를 하필 성당으로 설정했는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이유를 작가로부터 듣지 못해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가톨릭 신자였고, 성경을 사랑했던 작가 최인호 선생님은, “버림받으신 예수님을 생각하신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성당은, 그리고 교회는 철저히 버림받으시고, 십자가에서 죽임당하신 분으로 인해 세워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주님의 말씀으로 표현하자면, 교회는 “건축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된 곳”(마 21:42)이기 때문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소설에 나오는 노인의 이름은 “최-순-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버림받은 최-순-‘돌’에 관한 소설이었습니다. 게다가 차가울 줄로만 알았던 최-순-‘돌’ 할아버지의 손은 따뜻했습니다. 버림받은 돌이 따뜻했던 것입니다. 돌에 영혼의 온도가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한 비유를 들으라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다른 한 비유를 들으라”(마 21:33) 하시며 말씀을 시작합니다. 지난주 나누었던 예수님의 비유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비유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주 예수께서 말씀하신 첫 번째 비유는 “두 아들의 비유”였습니다. 포도원 주인이었던 아버지가 두 아들에게 “오늘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마 21:28)고 말하자 “가겠나이다 하더니 가지 아니한 첫째 아들”(21:29)과 처음엔 “싫소이다 하였다가 그 후에 뉘우치고 간 둘째 아들” 중 누가 아버지의 뜻대로 한 것이냐고 예수께서 물으셨습니다. 이 물음을 통해서 예수께서는 “끝내 뉘우치지 않고 믿지 않는”(마 21:32)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을 엄히 꾸짖으셨던 것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꾸지람을 듣고, 저들은 기분이 상해서 씩씩거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듯이, 오늘 본문에서처럼 또 다른 비유 말씀을 주십니다. 우리가 이 말씀을 이미 읽어서 아시겠지만, 이 비유 말씀은 첫 번째 것보다 훨씬 강도가 높고 직설적입니다. 비유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한 집주인이 포도원을 만들었습니다. 33절을 보면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들었는지 포도원에 대해서 구구절절 묘사하고 있는데, “산울타리를 두르고 거기에 즙 짜는 틀을 만들고 망대를 지어서”(33) 그것을 농부들에게 세로 주고 잠시 타국에 나갔다고 합니다. 이 포도원은 포도 수확만 하는 게 아니라 포도를 수확해서 즙을 짜내는 2차 가공까지 할 수 있는, 당시로는 최첨단 시설을 완비한 아주 훌륭한 포도원입니다. 주인은 그렇게 포도원을 만들어서 농부들에게 세를 주어서 일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고 잠시 외국에 출타한 것입니다.

이러한 주님의 말씀은 이사야 5장에 나오는 내용과 아주 비슷한데, 이사야는 유다 백성들을 향해 “내가 사랑하는 자에게 포도원이 있음이여 심히 기름진 산에로다 땅을 파서 돌을 제하고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도다 그 중에 망대를 세웠고 또 그 안에 술틀을 팠도다 좋은 포도 맺기를 바랐더니 들포도를 맺었도다”(사 5:1-2)라고 엄히 말합니다.

얼핏 들으면 오늘 본문의 예수님 비유와 거의 비슷한 말씀이지만, 이사야는 포도원 주인이 만든 포도원이 “극상품 포도”를 내리라 기대했지만 “들포도”를 맺은 것을 문제 삼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들포도”는 성경원어로 보면 “악취 나는 포도”를 의미합니다. 출애굽기 7장에 보면 모세가 지팡이를 잡아 나일 강을 쳤을 때 나일 강의 고기가 죽어 물에서 “악취가 났다”(출 7:21)고 할 때의 단어와 여기서 말하는 “들포도”의 의미가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거 큰일 난 것 아닙니까? 극상품 포도가 아니라 악취 나는 몹쓸 열매를 맺었으니, 포도원 주인은 포도나무를 뽑아버리고 포도원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할 최악의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하나님의 진노 앞에 놓인 남유다의 상황을 이처럼 악취나는 최악의 포도원에 빗대어서 경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속자를 죽인 악한 농부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보면, 예수님 비유에 나오는 포도원의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포도 열매’가 아니라 ‘세를 준 농부들’에게 심각한 결함이 발견됩니다. 34절을 보면 열매를 거둘 때가 되자, 집주인은 농부들에게 종 몇 사람을 보냅니다. 그런데 농부들은 주인이 보낸 종들을 잡아서 “하나는 심히 때리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를 돌로 쳤다”(35절)고 합니다. 유대 사회에서 돌로 치는 행위는 율법에 따른 심판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사악한 농부들의 악행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다시 다른 종들을 처음보다 많이 보냈는데” 이 사악한 농부들은 그들에게도 처음과 똑같이 악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어떤 악행이었던가요? “때리고, 죽이고, 돌로 치는 악행”이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 참지 못할 분노를 느낄 만합니다.

그러나 집주인은 마지막으로 농부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결심합니다. “내 아들을 보내면 그들이 내 아들만큼은 존대하겠지”(37절)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을 보냈지만, 순진한 집주인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갑니다. 농부들은 저 멀리서 집 주인의 아들이 오는 것을 보자 “이는 상속자니, 자, 죽이고 그의 유산을 차지하자”고 서로 말하고는 그 말을 실행에 옮깁니다. 39절에 보면 이 사건의 끔찍한 결말에 대해 “잡아서 포도원 밖에 내쫓아 죽였다”(39절)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잡아서 포도원 밖에 내쫓아 죽였다”는 것은 훗날 예수께서 골고다 언덕에 끌려가서 처참하게 죽임당한 것을 암시하는 부분인데, 이 모습을 프랑스의 화가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1836-1902)는 그림과 같이 처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에 맞아 죽은 듯 보이는 한 남성이 온몸이 발가벗겨진 채로 울타리 밖 돌무더기 위에 싸늘한 주검으로 버려져 있습니다.

이런 비유를 말씀하신 예수께서는 대제사장과 백성의 장로들에게 또 한 번 물으십니다. “그러면 포도원 주인이 올 때에 그 농부들을 어떻게 하겠느냐?”(40절)라고 말입니다. 저들은 40절에서 대답하기를 “그 악한 자들을 진멸하고 포도원은 제 때에 열매를 바칠 만한 다른 농부들에게 세로 줄지니이다.”라고 말합니다. 저들은 예수님의 비유가 자기들을 향한 엄중한 비유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기들에게 닥칠 하나님의 심판을 자기들 입으로 고하고 있습니다. 그들 입으로 말한 “그 악한 자”는 바로 자신들이고, 그들의 미래는 자기들 입으로 말한 “진멸당할 것”이며, 하나님은 좋은 열매를 맺을만한 다른 사람들을 포도원 농부로 삼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퉁이의 머릿돌

예수께서는 이러한 비유 말씀을 강조하기 위해서 시편 118편 22-23절을 인용하시면서 명토 박아 말씀하십니다. 42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건축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 이것은 주로 말미암아 된 것이요 우리 눈에 기이하도다”

이 말씀에서 “건축자들”이란 비유 속의 ‘악한 포도원 농부들’일 것이고, “버림받은 돌”은 농부들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포도원 주인의 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면 “모퉁이의 머릿돌”은 어떤 돌을 의미합니까? 사진에서처럼 “모퉁이의 머릿돌”은 말 그대로 양쪽 벽이 만나는 모퉁이에 놓는 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시편은 말하기를, 건축자들에게 버림받은 돌이 건물을 든든히 받쳐주는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악한 농부들에게 죽임당한 포도원 주인의 아들이 다시 살아날 것을 암시하는 말씀이 분명합니다. 곧 우리 주님의 “부활”을 암시하는 말씀인 것입니다.

저는 오늘 설교 제목을 “돌이 되신 예수, 그 구원의 역사”라고 정했는데, 구약성경에 보면, 돌의 역할과 기능은 매우 의미가 깊습니다. “하나님의 언약”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들과 언약을 맺으실 때, 돌은 구약성경 전반에 걸쳐 매우 의미있는 상징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상징은 오늘 본문에서 “건축자로부터 버림받은 돌, 그러나 마침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예수님”을 오롯이 가리키고 있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돌의 역사-1. 하나님 언약의 상징

그러면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의 언약을 나타내는 돌은 어떻게 등장하고 있을까요?

첫째로, 창세기 28장에 보면, 우리가 잘 아는 ‘야곱이 돌베개를 베고 잔 이야기’가 나옵니다.(창 28:10-22) 야곱은 돌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다가 꿈속에서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는 하나님 언약의 말씀을 듣습니다. 잠에서 깬 야곱은 곧바로 자신이 베개로 삼았던 돌을 가져다가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부으면서 그곳 이름을 “벧엘”(Beth-el)이라고 짓습니다. 그리고 말하기를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라”(창 28:22)고 선언합니다.

들판에 버려져 있던 울퉁불퉁한 돌이 ‘하나님 언약’에 따라 ‘하나님의 집’을 이룬다는 실로 놀라운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의 “건축자의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을 이루는 것을 내비치는 말씀 아니겠습니까?

둘째로 출애굽기 20장을 보면, 시내산에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신 뒤에 이르시기를, “네가 내게 돌로 제단을 쌓거든 다듬은 돌로 쌓지 말라. 네가 정으로 그것을 쪼면 부정하게 함이니라”(출 20:25)고 말씀하십니다. 모세 이전에는 율법이 없었지요. 그랬다가 이제 하나님은 모세에게 율법을 주시자마자 비로소 제단을 쌓는 돌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주신 것입니다. 곧 제단을 쌓을 때는 “다듬지 않은 돌”로 쌓으라는 것입니다. 이 말씀에 따라서, 이후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 제단을 쌓을 때마다 다듬지 않은 돌을 사용하게 됩니다.

셋째로 여호수아 8장을 보면,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리고(Jericho) 성에 이어 드디어 아이(Ai) 성을 점령하게 됩니다. 아이 성을 점령한 여호수아는 에발산에 제단을 쌓습니다. 제단을 쌓으려면 어떤 돌을 사용해야 합니까? 여호수아 8장 31절은 말하기를, “모세의 율법책에 기록된 대로 쇠 연장으로 다듬지 아니한 새 돌로 만든 제단”을 쌓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고자 제단을 쌓을 때 율법이 명하는 대로 “다듬지 않은 돌”로 제단을 쌓게 된 것입니다.

건축자들은 건물을 짓기 위해 돌을 다듬기 마련입니다. 건축자들이 버린 돌은 분명 “다듬어지지 않은 돌”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다듬어지지 않은 돌이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은 자신의 언약을 새롭게 이루어나갈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돌의 첫 번째 기능이었습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돌의 역사-2. 하나님 심판의 상징

그런데, 구약성경은 돌의 또 다른 역할과 기능을 말합니다. 곧 “심판”으로서의 돌입니다. 첫째로 이사야 8장에 보면, 이사야는 남과 북의 패역한 백성들을 향해 경고하기를, “그가 이스라엘의 두 집(남-북)에는 걸림돌과 걸려 넘어지는 반석이 되실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그로 말미암아 걸려 넘어질 것이며 부러질 것이라”(사 8:14-15)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거스르는 완악한 백성들에게, 하나님 말씀은 제단을 쌓는 “언약의 돌”이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기만 했던 것입니다. 이로써 저들은 그 돌에 걸려 넘어지고, 깨지고, 부러질 것이라는 이사야의 칼날 같은 예언의 말씀인 것입니다.

둘째로 다니엘 2장을 보면, 바빌론의 왕 느부갓네살은 어느 날 악몽을 꾸고 무서워합니다.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풀어줄 사람을 찾지만, 바빌론의 그 누구도 왕의 꿈을 풀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꿈을 풀이한 사람이 있었으니, 다니엘이었습니다.

느부갓네살 왕은 꿈에서 사람 모양의 거대한 신상을 보았습니다. 그 신상은 크고 번쩍거리며 무섭게 생겼는데, 머리는 순금으로 되었고, 가슴과 팔은 은으로 되었으며, 배와 넓적다리는 놋으로 되었고, 다리는 철로 되었습니다. 발은 일부분은 철이고, 일부분은 진흙으로 되었습니다. 느부갓네살 왕이 그 신상을 보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큰 돌’이 날아와서 신상을 부수고 산산이 흩어버리는 거였습니다. 그 모습을 다니엘서 2장은 “손대지 아니한 돌이 나와서 신상의 쇠와 진흙의 발을 쳐서 부서뜨리매 그 때에 쇠와 진흙과 놋과 은과 금이 다 부서져 여름 타작 마당의 겨 같이 되어 바람에 불려 간 곳이 없더라”(단 2:34-35)고 말합니다. 느부갓네살의 꿈에 등장한 돌은 어떤 돌이었습니까? “손대지 아니한 돌”, 다른 말로 하면 “다듬지 아니한 돌”이었습니다.

느부갓네살이 본 커다란 신상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높아지려 했던 바벨탑처럼,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겼던 잔악한 제국들처럼, 인간에 의한 세상의 권력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인간적인 위세는 “손대지 아니한 돌”에 의해, 곧 “세상 모든 권력 위에 있는 하나님 나라”<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 박세혁 옮김, 『다니엘서 강해』 CUP> 에 의해 심판받아 산산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모퉁잇돌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는 공동체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처럼 구약성경은 돌에 대해 두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는 “언약으로서의 돌”이었습니다. 그 돌은 “다듬지 않은 돌”이어야 했습니다. 이는 오늘 본문에서 건축자들에게 버림받은 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포도원 농부들에게 포도원 밖으로 끌려나가 무참히 죽임당한 포도원 주인의 아들처럼, 우리 주님 예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죽임을 당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구약성경은 이사야서와 다니엘서를 통해서 “심판으로서의 돌”에 대해 엄히 말합니다. 오늘 본문 44절을 보면, 예수께서는 이러한 내용을 암시하는 말씀으로 저들을 꾸짖으셨습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①이 돌 위에 떨어지는 자는 깨지겠고 ②이 돌이 사람 위에 떨어지면 그를 가루로 만들어 흩으리라”(44절)

첫째 구절, “이 돌 위에 떨어지는 자는 깨질 것”이란 말씀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사야의 “걸림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 언약의 돌로 세워져야 했지만, “불순한 백성들은 그 돌에 스스로 걸려 넘어져 깨지고 부러질 것”이라고 이사야는 예언했습니다. 둘째 구절, “이 돌이 사람 위에 떨어지면 그를 가루로 만들어 흩으리라”는 주님의 말씀은 거대한 신상의 발을 쳐서 부서뜨리고 산산이 흩어버릴 다니엘서의 “손대지 아니한 돌”의 의미합니다. 대제사장들을 비롯해서, 뉘우치지 않고 회개하지 않는 바리새인, 서기관, 그리고 백성의 장로들의 미래는 이사야서와 다니엘서의 심판을 앞당겨 자초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러한 주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 자신에게 묻게 됩니다. 건축자들이 버린 돌이 여러분에게는 어떤 돌입니까? 여러분 삶에 언약의 돌로 세워져 있습니까? 아니면 걸려 넘어질까 못내 피해 다니기만 하는 심판의 돌로만 여기고 있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베드로전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사람에게는 버린 바가 되었으나 하나님께는 택하심을 입은 보배로운 산 돌이신 예수께 나아가 너희도 산 돌 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 신령한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벧전 2:4-5)

이처럼 건축자들의 버린 돌이신 예수께서는 여러분 삶의 구석지고 그늘진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리하여 여러분 삶과 신앙을 든든히 받쳐주고, 지지해주고, 외롭고 지친 여러분의 영혼에 힘과 위로와 용기를 주는 “살아있는 돌”이 되어주시기를 원하십니다. 이러한 주님으로 인해 하나님께 나아와 기쁨의 제사를 드리는 거룩한 제사장으로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또한 에베소서 2장에서 사도바울은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잇돌이 되셨느니라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엡 2:20-22)

이와같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 위에 든든히 서서, 그리스도 예수의 이름 안에 있는 비밀과 사랑을 닮아, 피차 사랑으로만 권면하고, 사랑으로만 위로하고, 함께 지어져 가는 은혜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