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마 16:13-20)

<2023년 8월 27일 왕국절 설교 / 녹색>

●바티칸의 ‘천국열쇠들’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알려진 바티칸(Vatican)이라는 국가가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본부라 할 수 있는 이곳 바티칸 중심에는 “베드로 광장”이 있는데, 광장 왼쪽에는 베드로 조각상, 오른쪽에는 바울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바울의 조각상을 보면, 한 손에는 성경을 그리고 다른 손에는 검을 들고 있어서, 그는 ‘말씀의 사람’임과 동시에 “성령의 검”(엡 6:17, “sword of the Spirit”)을 쥔 선교사인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베드로 조각상을 보면, 역시 한 손에는 성경을 들고 있는데, 다른 손에는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저 열쇠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천국 열쇠”입니다.

오늘 본문 19절에서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 16:19)라고 말씀하신 것 때문에, 가톨릭교회는 “베드로 수위권”(Primacy of Peter)이라 해서 베드로는 예수님으로부터 천국 열쇠를 직접 부여받은 으뜸가는 제자이고, 그 권위를 이어받는 사람이 ‘교황’(pope)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베드로 조각상을 자세히 보면, 베드로는 두 개의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왜 두 개일까요? 천국에 들어가려면, 두 개의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하나는 보통 때 쓰는 열쇠고, 다른 하나는 여분의 열쇠라도 되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성경에 나와 있습니다. 우리말 성경은 “천국 열쇠”라고 단수로 번역하고 있지만, 사실 성경 원문을 보면 “천국 열쇠들”(ta.j klei/daj th/j basilei,aj)로 복수입니다. 그래서 영어로는 ‘keys’라고 해서 늘 복수로 표기됩니다.(the keys of the kingdom of heaven) 사실 본문 말씀을 꼼꼼히 읽어보면, 천국 열쇠의 용도에 대해서 정확히 말해주고 있는데, 예수께서는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 16:19)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천국 열쇠 중 하나는 “땅에서 매는 것”을 위해 사용되고, 다른 하나는 “땅에서 푸는 것”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손에 두 개의 열쇠들을 쥐고 있는 것입니다.

●베드로의 고백과 ‘빌립보 가이사랴’

이처럼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천국 열쇠들을 건네주신 것은 그가 예수께 놀라운 고백을 드렸기 때문입니다. 베드로의 심정으로 16절에 있는 그의 고백을 함께 읽겠습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이 고백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고백이었습니다. 주님도 뜻밖의 대답을 듣고 놀라셨는지 그에게 이르시기를,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17)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에게 “반석”(pe,tra, 페트라)이란 뜻의 “베드로”(Pe,troj, 페트로스)라는 이름을 주셨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천국 열쇠들”도 건네주신 것입니다. 실로 놀라운 축복을 받게 된 것입니다.

베드로의 고백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가장 정확한 고백이기 때문에, 지난 기독교 역사 2천 년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이 고백을 나누면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된 것을 확인하며 믿음을 다잡아왔습니다. 교단에 따라 다소 교리에 차이가 있다 해도, 이 고백만큼은 다를 수도 없고 변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베드로의 고백은 무엇으로도 흔들 수 없는 기독교 신앙의 토대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베드로의 고백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리고 생생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본문의 예수님과 제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3절은 그곳을 “빌립보 가이사랴 지방”(the region of Caesarea Philippi, ta. me,rh Kaisarei,aj th/j Fili,ppou)이라고 말합니다.

몇 주 전 우리가 세례자 요한에 대해서 나누면서 헤롯 안티파스의 영토에 대해서 나눈 적이 있는데, 지도를 보시면, 중앙에 있는 “갈릴리 지역”은 헤롯 안티파스가 통치하던 지역입니다. 갈릴리와 인접해 있는 “갈릴리 북동쪽 지역”은 또 다른 분봉 왕이던 헤롯 빌립(Herod Philiphos, BC 4-AD 34)이 통치하는 지역입니다.

여기서 꼭 확인해야 할 곳은 북쪽 경계에 있는 ‘헐몬산’(Mount Hermon)과, 그 산기슭 바로 아래 인접해 있는 “빌립보 가이사랴”라는 도시입니다. 이 둘은 마치 와우산과 서강교회의 위치처럼 붙어있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가이사”는 로마 ‘황제’를 뜻합니다. 분봉 왕 헤롯 빌립은 자신이 통치하던 지역 중에 물 많고, 비옥하며 아름답기로 소문난 헐몬산 기슭에 신도시를 건설해서 “빌립보 가이사랴”라는 이름으로 황제에게 헌정한 것입니다. 지중해(대해)의 항구도시인 “가이사랴”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이 도시와 구분하고자 자신의 이름을 붙여 것입니다.<플라비우스 요세푸스 지음, 김지찬 옮김, 『요세푸스Ⅱ』 생명의말씀사>

●아, 헐몬산!

이 도시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하려면 헐몬산(Mount Hermon)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헐몬산은 오늘 본문만이 아니라 성경 전체로 볼 때 아주 중요한 산인데, 이 기회에 꼭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헐몬산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높이가 2,814미터로서, 2,744미터인 백두산 보다 70미터가 높습니다. 백두산이 북한과 중국의 경계에 있는 것처럼, 공교롭게도 헐몬산도 이스라엘 북쪽 경계선에 놓여 있습니다.(신 4:48, 수 11:17, 역상 5:23)

이스라엘을 말할 때면 보통 유대 광야가 떠올라서 이스라엘은 메마르고 척박한 땅일 거라 생각하지만, 헐몬산은 겨울에 많은 눈이 내려서 오늘날에는 스키를 즐기러 가는 관광명소이기도 합니다. 겨울에 내리는 많은 눈으로 인해 이 지역은 여름까지 봉우리의 눈이 녹지 않을 정도로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고 땅에서 샘이 솟습니다. 헐몬산에서 흐르는 물이 우리가 잘 아는 ‘요단강’을 이루고, 그 강이 갈릴리 바다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시편 133편은 헐몬산의 아름다움에 대해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시 133:3)라고 하면서, 헐몬산으로부터 흐르는 구원의 물줄기를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아름답고 신비로운 헐몬산을 사람들은 가만 놔두지 않았습니다. 고대로부터 이 땅은 영험한 곳으로 여겨져서, 그곳에 살던 가나안 사람들은 여기서 ‘바알 신’(Baal)을 숭배한 것입니다. 높은 산과 우거진 숲과 물이 풍부한 이곳은 풍요를 비는 바알 신을 숭배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가 신명기 3장 8절에서 “그 때에 우리가 아르논 골짜기에서부터 헤르몬 산(헐몬 산)에까지 아모리 족속의 두 왕에게서 빼앗았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출애굽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기 위해서 반드시 정복해야 했던 곳이 헐몬산이었던 것입니다. 헐몬산은 이스라엘에게나 이방인에게나 단순히 ‘지리적’으로만 중요한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도 더없이 중요한 요충지였습니다.<“What is the significance of Mount Hermon in the Bible?” compellingtruth.org>

●‘바알갓’-‘파니아스’-‘빌립보 가이사랴’

이처럼 헐몬산이 바알 숭배의 본거지였던 것처럼, 그 산 아래 있는 “빌립보 가이사랴” 지역도 매한가지였습니다. 이곳 또한 가나안 사람들이 바알 신을 숭배하던 곳이었기 때문에 여호수아서 11-13장을 보면, 이곳의 원래 이름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바알”이란 의미로 “바알-갓”(Baal-gad)(수 11:17, 12:7, “헤르몬산 아래 바알갓에서부터” 13:5)이라 불렸습니다. 이것이 성경에 나오는 이 지역의 첫 번째 이름입니다. 훗날 알렉산더 대왕이 이곳을 정복한 뒤, 이곳에는 제우스 신전이 세워졌는데, 무엇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신”(Greek god Pan)을 숭배하는 장소로 유명했습니다.

“판신”(god Pan)이라 해서 낯선 분들도 계시겠지만, 알고 보면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합니다. 그의 발은 염소 발처럼 갈라졌고, 머리에는 뿔이 달려 있습니다. 얼굴은 사람 같지만, 자세히 보면 짐승의 얼굴입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그는 ‘팬 플릇 연주자’로도 유명하고,<“Pan Cult” theoi.com> 갈대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면서,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합니다.<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변신 이야기』 숲> 이런 이유로 이 지역을 아예 그 이름을 따서 “판-이아스”(Pan:eas)라 불렀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이름입니다. 이처럼 이곳은 “바알갓, 파니아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분봉 왕 헤롯 빌립이 이 땅에 건설한 신도시를 로마 황제에게 헌정하면서 “빌립보 가이사랴”라는 세 번째 이름이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구약시대에는 “바알갓”, 신구약 중간시대에는 “파니아스”, 그리고 신약시대에는 “빌립보 가이사랴”라는 이름으로 불린 것입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이 이미지는 현재 남아 있는 고대 유적지를 근거로 해서 당시 빌립보 가이사랴에 있던 신전 모습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맨 왼쪽은 로마의 어거스투스 황제를 기리는 신전입니다. 이것은 헤롯 대왕이 자신의 절친이었던 어거스투스 황제에게 헌정하며 지은 신전입니다.<“The Temple of Augustus” hmdb.org> 그 옆으로는 앞서 말씀드린 판신을 숭배하는 성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제우스 신전이고, 그리고 맨 오른쪽에 있는 무대에 염소를 데려와서 풍요를 구하는 춤을 추게 했습니다.<“The Temple of Pan and The Dancing Goats” hmdb.org>

●빌립보 가이사랴의 종교혼합주의

잠깐 말씀드렸지만, 뭐가 한 곳에 이렇게 많습니까? 살아있는 황제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를 신격화하질 않나, 신화 속에서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닌 신으로 그려지고 있으면서도, 괴팍하고 천방지축인 사람만도 못한 제우스란 신에게 설설 기며 신전을 세웠습니다. 게다가 풍요를 누리겠다는 욕망에 취한 나머지 한낱 짐승인 염소조차 신으로 떠받들고 그 앞에 절하는 저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이것이 저들의 삶이라면, 이건 너무 세속적이지 않습니까? 이것이 저들의 종교라면, 뭐가 이렇게 덕지덕지 많이 붙어있고, 조잡합니까? 가끔 드라마 인물이 우스갯소리로 ‘하나님, 부처님, 공자님, 신령님’을 찾으면서 기도하는 것처럼, 빌립보 가이사랴 지역 사람들은 그저 풍요를 가져다주기만 한다면, 그저 병을 낫게 해주기만 한다면, 사회적 안정과 보장을 누리며 살 수 있기만 하다면, 누구든 신으로 섬기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종교성을 우리는 “종교혼합주의”(Syncretism)라고 부릅니다. 혼합주의는 일차적으로 여러 개의 종교를 마치 ‘비빔밥 비벼 먹듯’ 믿는 것을 의미합니다. 혀를 자극할 수 있다면 뭐든 가리지 않고 한 숟가락, 한 젓가락 넣고 마구 섞고 비벼서 먹는 종교적 행위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과 너무나도 닮았습니다. 세속적 욕망을 셍각하니, 빌립보 가이사랴나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주님만 믿는다’고는 하지만, ‘기독교만 믿는다’고는 하지만, 주님보다 위에 놓고, 주님보다 앞에 놓는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주님은 언제나 뒷전이기만 한 우리의 신앙과도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바로 그런 곳에 들어가신 것입니다. 신도시 빌립보 가이사랴는 제자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만큼 크고 화려했습니다. 그들은 지금껏 한 번도 이런 도시에 와 본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나고 자랐던 갈릴리의 척박하고 촌스러운 풍경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저 위로 보이는 헐몬산은 실로 높았고, 물은 맑고도 많았으며 나무는 푸르기만 했습니다. 레바논의 백향목을 눈앞에서 보는 듯했기에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도시 사람들은 세련되어 보였습니다. 건물은 물론이고 복장도 세련되었고, 그들의 정신세계 앞에 위축될 지경입니다. 빌립보 가이사랴 사람들은 촌스럽게 신을 하나만 믿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이것저것 신격화해서 신을 여러 개 만들어 믿는 것입니다. 도시 사람들은 달라도 뭔가 달랐던 것입니다.

●바요나 시몬아!

제자들이 입에 침을 흘리며 한참이나 넋이 나가 있던 그때, 예수께서 물으십니다. 첫 번째 물음은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13절)였고, 두 번째 물음은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15절)였습니다. 예수님의 첫 번째 물음은 메시아로 오실 인자에 관한 ‘종교적인 물음’이었고, 간접적인 물음이었기에 제자들은 종교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대답합니다. “더러는 세례 요한, 더러는 엘리야, 어떤 이는 예레미야나 선지자 중의 하나라 하더이다”(14절)라고 말입니다. 두 번째 물음은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즉 ‘인격적인 물음’이며 ‘직접적인 물음’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함께 일한 친구이자 동료로서 제자들의 생각을 알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이에 베드로가 용기를 내서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16절)라고 예수께 말합니다.

베드로의 고백은 도시 빌립보 가이사랴와는 판이했습니다. 저들은 권력자 황제를 숭배했고, 짐승을 숭배했으며, 죽어버린 신화를 숭배하면서 오직 풍요를 갈망했지만, 베드로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만을 경배한다고 담대히 선포한 것입니다. 베드로의 고백은 초대교회가 박해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그의 고백은 기독교 역사가 2천 년을 흐르는 동안, 흔들리고 무너질 위기에 빠진 교회와 성도들의 신앙을 붙잡아 준 든든한 토대가 되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런 점에서 저는 오늘 본문 17절에서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에 주목합니다. 베드로의 고백이 이토록 중요한 것이라면, 그 고백에 응답하신 주님의 말씀은 얼마나 중요하겠습니까? 곧 주님은 “바-요나 시몬아(Si,mwn Bariwna/)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베드로를 “바-요나”라고 부르신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말에서 “바”는 ‘아들’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바-요나”라는 말은 “요나의 아들”이란 뜻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바디매오”(막 10:46)가 “디메오의 아들”이란 뜻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여러 차례 “요한의 아들”이라 부르셨습니다. 21장 16절에서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신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까 베드로의 아버지 이름은 “요한”인 것입니다. 그러면 베드로는 오늘 본문이 말하는 것처럼 ‘요나의 아들’입니까? 아니면 요한복음이 말하는 것처럼 ‘요한의 아들’입니까? 어느 것이 맞겠습니까? 다소 어려우시더라도 집중해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요나의 아들, 요나의 후예!

어떤 학자는 오늘 본문에 있는 “바-요나(바-이오나)” 곧 “요나의 아들”이라는 말은 “요한(이오안네스)의 아들”이 축약되어서 변형된 표현이라고 주장합니다.<R.T.프랜스 지음, 권대영·황의무 옮김, 『마태복음』 부흥과개혁사> 말인즉슨 학자들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요나의 아들”이란 말은 요한복음에 나오는 “요한의 아들”과 같은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둘은 같은 게 아닙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베드로의 육신의 아버지인 ‘요한’이란 이름에 붙여 “요한의 아들 시몬아!”라고 부르셨겠지만, 오늘 본문에서 주님이 베드로에게 “바-요나 시몬아!” 곧 “요나의 아들 시몬아!”라고 부르신 것에는 분명 숨은 뜻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새벽기도 시간에 마태복음을 읽으며 확인했듯이, 마태복음은 12장과 그리고 오늘 본문이 속해 있는 16장 전반부에서 “요나의 표적”을 두 번씩이나 중요하게 강조하셨습니다. 예수께 찾아온 자들이 표적을 보여달라고 요청했을 때, 예수께서는 매번 그들을 일컬어 “악하고 음란한 세대”라고 부르시면서 너희에게는 “요나의 표적 밖에는 보여줄 표적이 없다!”(12:39, 16:4)고 차갑고도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요나의 표적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은 요나는 실패한 요나였습니다. 그러나 요나서 3장 1절이 “여호와의 말씀이 두 번째 요나에게 임하니라. 요나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일어나서 니느웨로 가니라”고 말한 것처럼, 실패한 요나가 성공한 요나가 된 것은 비로소 하나님 말씀에 순종했을 때였습니다. 그러므로 요나의 표적이란 ‘말씀에 순종하는 표적’을 의미한 것입니다. 사실 하나님의 말씀에 항복하고 순종하는 것만큼 기적적인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오늘 본문에서 주님이 베드로에게 “요나의 아들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고 말씀하신 것은, “너는 요나의 아들로, 요나의 후예로 살라!” 것입니다. 요나는 너의 ‘영의 아버지’라는 것입니다. 때로 요나처럼 혈과 육에 못 이겨 실패하여 “다시스”로 도망치더라도, 요나처럼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하여 “일어나 니느웨로 가라!”는 것입니다. 때로 “나는 주님을 모른다” 혈기 부리며 부인하며 불순종하더라도, 너는 요나의 아들, 요나의 후예로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임재를 경험하여 천국의 열쇠를 들고 세상으로 나가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주님을 향한 그의 사랑을 고백했을 때, 부드러운 주님의 음성이 “요나의 아들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라고 속삭이듯 말씀해주신 것처럼, 이 시간 우리 주님은 여러분에게 “요나의 아들 아무개야, 요나의 딸 아무개야, 네가 복이 있도다!” 하시며 축복하십니다. 그러한 주님의 축복이 여러분의 복이 되어서, 요나의 표적, 곧 말씀의 표적에 순종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불순종의 다시스’로 향하는 여러분의 삶이 ‘순종의 니느웨’로 방향을 수정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온 마음과 뜻과 힘과 정성을 다해 주님을 바라며, 여러분 손에 천국의 열쇠를 들고 세상을 향한 하늘 아버지의 큰 사랑을 전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