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광야에서 눈물을 먹는다”

- 어디가 숲이고 어디가 늪인가?

(창 4:1-24)

<2024년 1월 28일 주현 후 제4주 주일 설교 / 녹색>

●존 밀턴의 『실낙원』

지난 두 주 동안 창세기 2장과 3장에 나오는 하나님의 ‘인간 창조’와 ‘인간의 타락’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자신의 형상을 부어주시고, 호흡을 불어넣어 주심으로 사람을 최고의 걸작품으로 만들어 주셨지만, 에덴 정원의 아담과 하와는 너무나도 쉽게 뱀의 유혹에 넘어가 타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타락 이야기는 성경에 박제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임을 지난 설교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영국의 시인이자 신실한 청교도 사상가인 존 밀턴(John Milton, 1608-1674)이 쓴 『실낙원』(Paradise Lost)<박문재 옮김, CH북스>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이 소설은 ‘잃어버린 낙원’ 즉 아담과 하와가 에덴 정원에서 쫓겨난 이야기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걸작입니다. 소설에 보면, 하나님께 죄를 범하고 타락한 아담과 하와에게 하늘의 ‘미카엘 천사’가 나타나서 그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엄히 꾸짖고 훈계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찰스 디킨슨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주인공인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에게 유령이 나타나서 그를 데리고 끔찍한 미래를 보여주며 경고하는 것처럼, 『실낙원』에서 천사 미카엘은 아담의 죄로 인해 인류에게 벌어질 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경고합니다.

“아담아, 눈을 떠서 네게서 태어나게 될 자들에게 너의 원죄가 초래한 결과가 어떤 것들일지를 보거라! 그들은 저 금지된 나무의 열매를 따먹은 것도 아니고, 뱀과 공모한 것도 아니며, 네가 저지른 것과 같은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만, 너의 죄로 말미암아 타락하고 부패해서 더욱 폭력적인 행위들을 자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훈계를 받고 아담은 자신의 죄를 뼈저리게 참회하면서 미카엘 천사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제 나는 유일하신 한 분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복종하며, 늘 그분 앞에 서 있는 듯이 행하고, 하나님의 섭리를 항상 살펴 따르며, 모든 일에 자비로우신 그분만을 의지하겠습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것처럼, 아담과 하와는 에덴 정원에서 쫓겨납니다. 하지만 에덴 정원을 떠나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습니까? 아담과 하와는 떠나는 둥 마는 둥, 미련이 남아 미적거리자, 천사 미카엘은 “양손으로 그들을 붙잡고, 곧장 낙원의 동문을 통과해서 절벽 바로 아래 평지에 내려놓으며” 그들을 에덴 정원에서 쫓아내고 말았습니다.

에덴 정원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는 망연자실하여서 에덴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얼마 전까지 그곳은 자신들의 행복한 처소였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임무를 부여하셔서 자신들이 지키던 곳이었지만, 이제 에덴 정원은 그들 대신에 “무시무시한 얼굴을 한 천상의 존재와 불로 된 무기들이 가로막고 지키는 장소”가 된 것입니다.(“에덴 정원 동쪽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불 칼을 두어 생명 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창 3:24)

이에 아담과 하와는 눈물을 흘리면서, “손을 잡고서 유랑의 발걸음을 서서히 옮겨, 에덴을 지나 외롭고 고독한 길을 갔다”는 말로 『실낙원』의 대장정이 마감됩니다.

●인류 최초의 임신-출산 이야기

오늘 본문 창세기 4장은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가 앞으로 걷게 될 ‘외롭고 고독한 길’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이제 그들이 걸어야 할 길은 두 사람만의 외롭고 고독한 길이 아니라, 그들의 후손인 인류가 걸어야 할 혹독한 타락의 길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창세기 3장의 인간 타락 이야기가 그랬듯이, 오늘 본문 창세기 4장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벌어진 숱한 전쟁의 역사, 증오의 역사, 분열의 역사, 혼돈의 역사가 오늘 본문 창세기 4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극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오늘 본문에는 총 일곱 개의 인류 최초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본문 1절을 보면, 아담과 하와는 ‘가인과 아벨’을 낳습니다. 첫째로 이것은 ‘인류 최초의 임신-출산 이야기’로 보도됩니다.

본문 1절을 보면, 아담과 하와가 동침하여 임신하고 ‘가인’을 낳았다고 합니다. 하와가 가인을 낳을 때 “①내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②득남하였다(남자를 낳았다)”고 말하는 것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쉽게 흘려 읽게 되는 말씀이지만 매우 중요하고도 정확한 고백입니다. 창세기 1장 이후로 지금까지 세상에 ‘생명’을 만드신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하나님만이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하와가 인류 최초로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그의 몸에서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이 그의 몸으로부터 ‘나오는’ 존재가 되지만, 그가 ‘여호와로 말미암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 생명은 자기 몸에서 나왔다고 해서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왔다는 고백인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 자녀 양육에 있어서 기본은 ‘이 아이는 하나님의 생명’이라는 고백입니다. 부모라고 해서 아이들의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하와는 ‘아들(‘벤’, AnB.)을 낳았다’는 자연스러운 표현을 쓰지 않고, ‘남자(‘이쉬’, vyai)를 낳았다’는 어색한 표현을 씁니다. 사실 본문을 자세히 읽어 보면, 성경은 ‘가인과 아벨’에게 한 번도 ‘아들’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아들을 낳았다’고 하면, 그는 부모인 아담과 하와에게 속한 자로 소개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자를 낳았다’고 한 것은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로 인간을 만드신 것처럼, 비록 하와의 몸에서 태어난 존재라 하더라도 생명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인류 최초의 형제 살인 이야기

이처럼 가인과 아벨을 낳은 아담과 하와는 평범한 목가적 가정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이른 아침이 되면 가인은 밭에 일하러 나가고, 아벨은 양무리를 이끌고 벌판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이 가정에 끔찍한 불행이 닥칩니다. 형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것입니다. 둘째로, 이것은 ‘인류 최초의 형제 살인 이야기’가 됩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가인과 아벨이 드린 ‘제물’, 곧 ‘예배’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문 3절은 말하기를 “3 세월이 지난 후에 가인은 땅의 소산으로 제물을 삼아 여호와께 드렸고 4 아벨은 자기도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으로 드렸더니 여호와께서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받으셨으나 5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지 아니하신지라”라고 말합니다.

가인과 아벨이 드린 제물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본문을 자세히 보면, 성경은 아벨이 드린 제물은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이라고 하면서, 아벨이 드린 제물을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아벨은 ‘양’을 드렸고, 그 양은 ‘첫 번째로 태어난 새끼’이며, 아벨은 양고기와 더불어 ‘기름’으로 제물로 드렸습니다. 제물을 묘사하는데 아벨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인의 제물은 표현 자체가 성의가 없습니다. 누가 농사꾼 아니랄까봐 그저 “땅의 소산”이라고만 합니다. 저들이 어떤 마음으로 제물을 드렸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본문을 자세히 읽어 보면 흥미롭게 표현합니다. 즉 하나님이 받으신 것은 ‘아벨의 제물’이 아니라 “아벨과 그의 제물”(Abel and his offering)이라 하고, 하나님이 받지 않으신 것은 ‘가인의 제물’이 아니라 “가인과 그의 제물”(Cain and his offering)이라고 합니다.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의 눈에 제물과 사람은 분리될 수 없었고, 아벨의 제물에는 신실한 믿음이 담겨 있었지만, 가인의 제물에는 그런 정성스러운 믿음이 담겨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으로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림으로 의로운 자라 하시는 증거를 얻었으니 하나님이 그 예물에 대하여 증언하심이라”(히 11:4) 말하는 것입니다. 제가 봉헌 시간에 “하나님, 이 예물과 더불어 우리의 몸과 마음도 드립니다”라고 기도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예물을 적당히 받으시는 분이 아닙니다. 받거나 아니면 안 받습니다. 하나님은 예물이 아니라, 예물 드리는 사람의 마음을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인류 최초 땅-소유, 도시 탄생과 인류 문명의 탄생

이 일로 인해 아벨을 시기한 가인은 동생을 죽입니다. 죽이고 나서 자신의 살인을 은폐하려고 하나님을 속이려 듭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가인을 심판하시기를, “네가 밭을 갈아도 땅이 다시는 그 효력을 주지 않고, 너는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12, You will be a restless wanderer on the earth)고 말씀하십니다. 선친이었던 아담과 하와도 에덴에서 쫓겨나더니, 그들의 후손도 쫓겨나서 여기저기 떠도는 존재가 되리라는 심판을 받습니다.

그런데 16절을 보면 대반전이 일어납니다. 쫓겨난 가인이 “에덴 동쪽 놋 땅에 거주하였다”(16)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분명 “너는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12)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인은 ‘피하며 유리하는 자’(‘나 와나드’, dn"w" [n"), 곧 ‘쉴새 없이 돌아다니는 나그네’로 살면서 ‘인류 최초의 형제 살인’이라는 끔찍한 죄를 참회하며 살아야 했지만, 가인은 에덴 동쪽에 ‘거주’한 것입니다(He lived in the land of Nod, east of Eden). 곧 눌러 앉은 것입니다.

지난주 나누었던 하와의 잘못은 무엇에서 비롯되었습니까? ‘먹으면 정녕 죽으리라’는 하나님의 절대 명령을 ‘죽을까 하노라’라는 상대명령으로 변질시킨 것이었습니다. 누가 그 엄마에 그 아들 아니랄까봐, 하와의 아들 가인도 엄마와 똑같이 합니다. ‘이만큼 다녔으면 됐지!’ 하면서, ‘너는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는 하나님의 절대명령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놋 땅에 거주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인이 땅에 거주한 것 자체가 불법입니다. 이것 자체가 하나님을 향한 반역입니다.

이로써 인간의 불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17절을 보면 하나님 명령을 어기고 ‘놋’에 거주한 가인은 그 땅에 ‘성’을 쌓았다고 합니다.(building a city, ‘이르’, ry[i) 그리고 거기서 아들을 낳는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담과 하와는 가인과 아벨을 ‘아들’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반역의 도시를 만들고 가인은 ‘아들’이라 부릅니다. 17절은 말하기를, “에녹을 낳은지라. 가인이 성읍을 쌓고 그의 아들의 이름으로 성을 이름하여 에녹(city of Enoch)이라 하니라”고 합니다. 가인이 자기 아들의 이름을 따서 ‘에녹성’이라 했다는 것은 그 ‘땅과 도시’가 이제 아들 에녹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셋째로, ‘인류 최초로 땅을 소유하고 도시가 탄생한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불법적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땅의 소유권을 사람에게 넘겨준 적이 없습니다. 가인이 땅을 점령하고 도시를 세운 것은 불법입니다. 이처럼 도시는 탄생부터 불법적이며, 인간의 욕심에 의해 빚어진 것입니다.

이후 가인은 더 많은 후손을 보게 되어 도시에 정착해서 살게 되는데, 20절 이하에서 말하는 것처럼 ‘야발’(Jabal)이라는 후손은 “가축 치는 자의 조상”(목축)이 되고, ‘유발’(Jubal)이라는 후손은 “수금과 퉁소를 잡는 자의 조상”(예술)이 되었습니다. ‘두발-가인’(Tubal-Cain)이라는 후손은 “구리와 쇠로 기구를 만드는 자”(기술)가 되었다고 합니다. 고대 사회에서 인간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목축, 예술, 기술’이 도시 한복판에서 발생합니다. 이것이 넷째로, 소위 말하는 ‘인류 최초의 문명이 시작된 것’을 뜻합니다.

이로써 도시 에녹성에는 ‘가인의 후예들’이 살게 됩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비극입니다. 최초의 도시인 ‘에녹성’은 동생을 죽이고 세운 도시, 곧 살인의 결과물이었고, 동시에 하나님의 절대명령을 상대적 명령으로 변질시킨 인간의 욕심을 투영한 도시였습니다. 창세기 11장의 도시 ‘바벨탑’(Tower of Babel)은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악명 높은 도시로 등장합니다. 창세기 14장에 나오는 도시 ‘소돔과 고모라’(Sodom and Gomorrah)는 인간의 타락이 얼마나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폭로해주는 도시였습니다. 학자들의 지적처럼 “인간은 하나님을 떠나 자신들의 도시를 이루고 그 공간을 탐욕과 죄악으로 가득 채우게 된 것” 입니다.<김승환 지음, 『도시를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 새물결플러스> 그 탐욕의 도시 역사가 오늘 본문으로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최초의 일부다처, 패륜과 가정폭력 그리고 하나님에의 적극적 반역

이어지는 19절을 보면, 이제 인류 최초의 도시에 최악의 인물 하나를 소개하는데, 그는 가인의 후예 중 ‘라멕’이라는 인물입니다. 라멕은 ‘아다’(Adah)와 ‘씰라’(Zillah)라는 이름의 두 명의 아내를 맞이함으로, 이로써 다섯째로 ‘인류 최초의 일부다처를 행한 인물’로 소개합니다.

본문이 소개하는 라멕은 끔찍합니다. 그가 말하는 23-24절의 내용이 너무나 끔찍해서 <칼의 노래>라고 하는데, 여기서 라멕은 자기 아내들에게 자기가 살인자인 것을 밝힙니다. 그는 말하기를, “나의 상처로 말미암아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으로 말미암아 소년을 죽였도다”(23)라고 두 명이나 죽였다고 하는데, 죄를 고백하며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마치 조폭이 팔에 새겨진 문신을 내보이며 영웅담을 늘어놓듯 자랑삼아 말하고 있습니다. 살인을 저지른 이유를 들어보니, 자기한테 상처를 입혔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였고, 자기를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어린 소년을 죽였다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라멕의 심리, 라멕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나한테 잘못 보이면 죽여버릴 거야!’ ‘애고 어른이고 뭐고 없어. 다 죽여버릴 거야!’라고 살기를 드러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라멕은 지금 ‘어디서’, ‘누구에게’ 이런 험한 말로 윽박지르고 있습니까? ‘집’에서, ‘가정’에서, 사랑하고 아껴주고 보듬어줘야 할 ‘아내’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섯째로, 이것은 ‘인류 최초의 패륜이자 가정 폭력에 대한 고발’이었던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24절을 보시면, 라멕은 이렇게 말합니다. “가인을 위하여는 벌이 칠 배일진대 라멕을 위하여는 벌이 칠십칠 배이리로다”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였을 때, 하나님은 그를 쫓아내시면서도 여전히 긍휼을 베푸시면서 “가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칠 배나 받으리라”(15)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가인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것이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하나님의 약속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일곱 배든 열 배든, 인간을 처벌할 권한은 인간을 만드신 하나님에게만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라멕은 지금 뭐라 말하고 있습니까? 그는 살기 등등하여 ‘나에게 해를 끼치는 놈들은 내가 일흔일곱 배로 복수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독일의 구약학자인 폰라트(Gerhard von Rad, 1901-1971)는 이러한 라멕의 발언을 두고 “야수와 같은 행위이고, 하나님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꼬집고 있습니다.<게하르트 폰 라트 지음, 한국신학연구소 옮김, 『창세기』 한국신학연구소> 나는 벌써 두 명이나 죽였으니, ‘눈에 뵈는 게 없다. 어디 걸리기만 해봐라!’ 하면서,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자신의 난폭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지막 일곱 번째로, 우리는 라멕에게서 대놓고 ‘창조주에게 반역하면서도 일말의 수치심도 없고, 생명을 경시 여기는 최초의 인간’을 봅니다.

●도시의 광야에서 눈물을 먹는다

이처럼 오늘 본문 창세기 4장은 일곱 개의 인류 최초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정리하자면, 첫째는 “인류가 최초로 임신과 출산을 한 이야기”, 둘째는 “인류 최초의 형제 살인 이야기”, 셋째는 “인류가 최초로 땅을 소유하고 도시가 탄생한 이야기”, 넷째는 “인류 최초의 문명이 시작된 이야기”, 다섯째는 “인류 최초의 일부다처를 실행한 라멕 이야기”, 여섯째는 “인류 최초의 패륜과 가정 폭력을 행하는 라멕 이야기”이며, 마지막 일곱째는 “창조주에게 적극적으로 반역하는 인간 라멕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창세기 4장은 ‘나그네로 살라’는 하나님 절대명령을 어기고, 보란 듯이 도시를 세워 문명을 이루고자 했던 사람들, 그러나 결국 타락한 인간의 굴레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가인의 후예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도시 에녹은, 도시 바벨로, 도시 소돔과 고모라로 이어져, 인간은 끝없는 탐욕과 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고 성경은 우리에게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도시의 역사였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난주 창세기 3장과 마찬가지로 오늘 본문인 창세기 4장도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사로운 일에 질투하고 시기하며, 증오하다 못해 폭력을 벌이는 오늘날 도시의 광야에 살아가는 가인의 후예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는 풍성한 복을 한없이 받기를 바라면서도, 하나님께 드릴 예물은 터무니없이 인색하고 정직하지 못한 마음으로 드리는 가인의 후예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의 절대명령을 자기 마음대로 상대명령으로 해석하고, 자기-의에 빠진 줄도 모르고, 하나님을 속이는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어리석은 가인의 후예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가인의 후예들이 안달복달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 우리는 그곳을 ‘도시’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대한민국 대표 도시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가고 있고, 우리 교회는 이러한 도시의 광야를 향한 비전을 품고 있습니다. 곧 <도시의 광야에 사는 사람들에게 머물고 싶은 풍경이 되는 교회>입니다. 오늘 본문과 도시의 광야를 생각하다가, 문득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가왕 조용필의 ‘꿈’이라는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 그 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 그 누구도 말을 않네

도시의 광야를 묵상하며 듣는 조용필의 노래가 어찌나 은혜가 되던지요. 도시의 광야에 사는 슬픔과 애절함이 가사를 통해 저절로 드러납니다. 설교 후 찬양으로 이 노래를 불러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오늘은 찬양 대신 조용필의 ‘꿈’을 들으며 귀가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겉모습으로 보면 도시는 화려한 곳이지만, 영적으로 보면 도시는 광야입니다. 그래서 더 춥고도 험하고 삭막하기만 합니다. 어디가 숲이고 어디가 늪인지, 무엇이 약이고 무엇이 독인지, 무엇이 선이며 무엇이 악인지, 무엇이 생명이고 무엇이 죽음인지조차 분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도시의 광야에 사는 우리들은 실패와 좌절이라는 쓰디쓴 눈물을 먹고 사는 가인의 후예들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러한 도시의 광야 속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저 도시 속 가인의 후예들에게 머물고 싶은 풍경이 되라’는 사명을 주셨음을 믿습니다. 어디가 숲이고, 어디가 늪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게 바른 이정표를 주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이 약이고 무엇이 독인지, 무엇이 선이며 무엇이 악인지, 그리고 무엇이 참된 생명이고, 무엇이 인간을 죽게 하는 것인지 제대로 깨닫게 해주는 머물고 싶은 풍경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교회는 주일예배, 수요예배, 그리고 머풍금으로 매주 모이며 힘쓰고 있지만, 지난주 월요일부터 <50일 기도학교>를 열어서, 하나님이 시간-시간마다 풍성한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머물고 싶은 새벽 풍경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께 모여 기도함으로, 온통 ‘늪’인 세상에 ‘숲’을 일구어 나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가인의 후예로서 도시에 사는 일은 ‘외롭고 고독한 길’이지만, 주님의 자비로운 손길을 신뢰하고, 주님의 사랑스러운 시선에 감격하며, 하루하루 주님이 원하시는 머물고 싶은 풍경을 여러분 삶과 가정과 교회에서 빚어나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