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너의 존재가 무엇이냐?”

(창세기 2장 4-10, 15-23)

<2024년 1월 14일 주일 설교 / 녹색>

●오, 파스칼이여!

지난주 우리는 창세기 1장을 본문으로 하나님의 위대한 천지 창조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지난주 설교를 통해서 저는 창세기를 읽는 신앙인이라면 반드시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라는 고백이고, 둘째는 ‘인간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잇따른 고백입니다. 이러한 고백은 그저 말로 스치고 말 고백이 아니라 평생의 과제로 삼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 고백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럴 수만 있다면, 마지막 셋째로 ‘하나님과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바라보며 경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일이야말로 피조물의 특권이고 마땅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역사 속에 이 세 가지에 충실하여서,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고백함과 동시에 연약한 인간인 줄 깨달았으며, 이에 하나님의 창조를 놀랍도록 경탄한 신앙인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중 17세기 유럽에 살았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요,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던, 그리고 회심한 이후로 누구보다 하나님을 사랑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라 불리는 프랑스의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은 그의 저서인 『팡세』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인간이여, 온 자연을 충만하고 고결한 위용 그대로 깊이 묵상하라. 우리를 밝히는 영원한 등불처럼 쏟아지는 눈부신 빛을 보라. 이 별이 그려내는 광활한 궤도에 비하면 이 땅은 그저 한 점에 지나지 않음을 알려 주라. 숨 막히게 놀라운 경이! 만물은 무에서 나와 무한으로 뻗어 간다. 이 엄청난 과정을 누가 따라갈 수 있겠는가? 이런 불가사의를 만들어 낸 주인공 말고는 아무도 그 신비를 이해할 수 없다.”<블레즈 파스칼 지음, 최종훈 옮김, 『팡세』 두란노>

오늘날 우주의 기원과 끝없는 팽창을 설명하는 소위 ‘빅뱅이론’(Big Bang Theory)이 1920년대에 나온 것을 생각해보면, 그보다 300년 앞서 파스칼이 우주가 ‘끝없는 무한으로 확장된다’고 말한 것은 참으로 놀라운 통찰이 아닐 수 없는데, 하나님에 대해서 이와 같은 놀라운 고백을 남긴 파스칼은 ‘인간’에 대해서는 야박하기만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이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존재”입니다. 파스칼의 저 유명한 명제가 여기에 덧붙여진 것입니다. “인간은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온 자연을 통틀어 가장 연약한 존재다. 하지만 생각하는 갈대다”

종합해보면, 파스칼은 ‘하나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분이며, 그에 반해 인간은 그저 ‘생각하는 갈대’에 지나지 않기에, 인간은 끝없는 무한으로 뻗어 나가는 창조주 하나님의 ‘신비’와 ‘숨 막히게 놀라운 경이로움!’을 겸손하게 찬미해야 할 존재라고 말한 것입니다. 지난주 설교가 이렇게 파스칼의 언어로 일목요연해집니다. 하지만 파스칼은 인간이 이처럼 연약한 존재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우주가 인간을 으스러트린다 해도, 인간은 여전히 그 우주보다 고귀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즉 하나님은 사람을 고귀한 존재로 창조하셨다는 얘깁니다.

●인간을 만드신 내력

이런 점에서 오늘 본문 창세기 2장은 피조물로서의 인간을 이해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본문입니다. 저는 오늘 본문을 통해서 “사람아, 너의 존재가 무엇이냐?”는 제목으로 여러분과 은혜를 나누고자 하는데, 오늘 본문을 통해서 하나님은 최초의 사람이었던 아담을 어떤 존재로 만드셨고, 에덴동산은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본문 4절은 “이것이 천지가 창조될 때에 하늘과 땅의 내력이니 여호와 하나님이 땅과 하늘을 만드시던 날에”(창 2:4)라고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창세기는 1장 1절부터 줄곧 ‘천-지’(天-地) 곧, ‘하늘과 땅’의 순서로 하나님의 창조를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4절에 들어서는 ‘땅’이 먼저고 ‘하늘’이 나중입니다. 우주를 조성하신 하나님은 이제 지구 위의 땅으로 관심을 옮기셔서 구체적인 지구 환경을 만드시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만드신 땅의 모습에 대해서 5-6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땅에 비가 내리지 않았고, 땅을 갈 사람도 없으므로 들에는 초목이 아직 없었고 밭에는 채소가 나지 아니하였으며 안개만 땅에서 올라와 온 지면을 적셨더라” 여기서 ‘안개’라는 말은 ‘지하수’를 의미합니다.<빅터 해밀턴 지음, 임요한 옮김, 『창세기Ⅰ』 부흥과개혁사> 지하로부터 물이 솟구쳐서 온 지면을 적시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설명은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땅의 모습이 완벽해 보이나요? 아니면 뭔가 부족해 보이십니까? 일부러 표시해 두었지만, 본문은 ‘않았고’ ‘없으므로’ ‘없었고’ ‘아니하였으며’, 이렇게 아직 뭔가 불충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두 가지 필요한 게 눈에 띕니다.

첫째는 ‘위로부터 내리는 비’입니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실 때, ‘궁창 위의 물과 궁창 아래 물’로 나누셨습니다. 그렇게 나누신 이유는 두 개 모두 충족될 때 비로소 완벽한 농경이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유로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어디나 할 것 없이 위로부터 내리는 비를 신이 주시는 복이라 믿었던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섬겼던 호피 부족은 ‘기후제’로 유명합니다. 호피 부족 사람들은 일 년에 몇 번 정기적으로 모여서 비가 내리도록 기후제를 지내는데, 호피 부족 사람들이 비를 놓고 기도하면 반드시 비가 옵니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 비가 올 때까지 기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호피 부족 농부들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그걸 두고 “real water”라고 말합니다. 땅에서 나는 물은 가짜 물이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선호한다는 의미입니다.

둘째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본문이 “땅을 갈 사람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제 땅에서 뭔가 일어나려면, 사람의 역할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 구절에 대해서 브릭크너(Balfour Brickner, 1926-2005)라는 유대 랍비는 이렇게 흥미롭게 말합니다. “낙원은 완벽했다. 거의. 완성되었다. 거의. 그런데 완벽한 미와 놀라운 설계에 뭔가가 빠져 있다. 우리다! 하나님은 인간이라는 파트너가 필요하셨다.”<Balfour Brickner, Finding God In The Garden, Back Bay Books>

이처럼 본문은 태고적-원시적 형태의 땅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이제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셔서 그를 축복하여 하늘로부터 비를 내리시고, 이에 땅을 풍요롭게 만드시고자 하십니다. 그러한 하나님 역사의 중심에 인간이 서 있습니다.

●첫째 정원사로서의 인간

그렇다면 하나님은 인간을 어떤 존재로 창조하셨으며, 그에게 맡겨진 일과 역할은 무엇입니까? 오늘 본문을 통해 세 가지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은 사람을 ‘정원사’로 만드셨습니다. 오늘 본문 8절은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정원)을 창설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니라”고 말합니다. 우리말 성경에 ‘동산’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다소 애매한 번역입니다. 동산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는 ‘정원’이 성경적으로 바른 번역입니다. “창설했다”라고 하니 마치 CEO가 뒷짐 지고 에덴 정원을 세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히브리어 원문으로 읽어보면, “가꾸셨다, 여호와 하나님이, 정원 에덴을!”(!d,[eB.-!G: ~yhil{a/ hw"hy> [J;YIw:)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이 에덴 정원을 ‘직접’ 가꾸셨던 것입니다. “에덴”(!d,[e)이라는 말도 “기쁨”(delight)이라는 뜻입니다.<“The Deeper Hebrew Meaning of The ‘Garden of Eden’”, hebrewversity.com>

그렇다면, 최초로 에덴 정원을 직접 가꾸신 분은 누구십니까? ‘하나님’이십니다. 그렇다면 ‘직업’이라 말하면 좀 어색하지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입니까? ‘정원사’입니다. 정원에는 꽃과 나무가 있습니다. 4세기에 살았던 위대한 시인 성 에프렘(St. Ephrem the Syrian, ?~373)은 창세기에 나오는 에덴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그윽한 향을 내쉬는 거대한 향로, 그 황홀한 연기로 대기를 온통 메우네!”(A vast censer exhaling fragrance impregnates the air with its oderiferous smoke!)<Vigen Guroian, The Fragrance of God, Wm B. Eerdmans>

시인은 상상하기를, 하나님이 손수 지으신 에덴 정원의 꽃들은 저마다 입을 열어 향기로운 찬미의 제사를 정원사이신 하나님께 드렸을 것이라 노래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꽃의 예전”입니다. 우리 교회가 이전에 ‘꽃꽂이’라 불렀던 것을 “꽃의 예전”이라 변경한 것이 바로 에덴 정원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정원사이신 하나님이 에덴을 맡기실 만한 사람을 만드시고 그 또한 정원사로 세우고자 하신 것입니다. 15절이 이것을 분명해 말해줍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 동산(정원)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라” 정원사이신 하나님은 최초의 인간 아담을 ‘정원사’(gardener)로서 창조하신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무위도식하며 지낸 게 아닙니다. 최초의 인간 아담, 그의 손에는 언제나 흙이 묻어 있었고, 정성스럽게 꽃과 나무를 가꾸며 에덴 정원에 살았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땅을 경작하고 지키는 정원사’, 이것이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첫 번째 책무가 됩니다.

●둘째 제사장으로서의 인간

둘째, 하나님은 사람을 ‘제사장’으로 만드셨습니다. 방금 나누었던 15절의 “경작하며 지키다”라는 말에는 다른 뜻이 숨어 있습니다. ‘경작하다’는 말은 히브리어로 ‘아바드’(db;['), ‘지키다’는 말은 ‘샤마르’(rm;v')라고 합니다. 액면 그대로 이 뜻은 정원사의 일을 가리키지만, 구약성경 다른 곳에 보면, 이 두 개의 단어가 15번 정도 함께 사용되면서 다른 직업을 나타냅니다.<그레고리 K. 비일 지음, 강성열 옮김, 『성전 신학』 새물결플러스>

민수기 3장 7-8절은 “7 그들이 회막 앞에서 아론의 직무와 온 회중의 직무를 위하여 회막에서 시무하되(아바드) 8 곧 회막의 모든 기구를 맡아 지키며(샤마르) 이스라엘 자손의 직무를 위하여 성막에서 시무할지니”라고 말합니다. 역대상 23장 32절을 보면 “또 회막의 직무와 성소의 직무와 그들의 형제 아론 자손의 직무를 지켜(샤마르) 여호와의 성전에서 수종드는 것이더라(아바드)”고 말합니다.

모세의 형제 아론이 맡은 직무처럼, 하나님의 회막에서 일하면서 회막의 기구를 맡아서 지키는 사람을 뭐라고 합니까? ‘제사장’입니다. 게다가 창세기 3장 8절을 보면 하나님이 에덴 정원에서 아담과 하와를 찾는 모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날 바람이 불 때 정원에 거니시는(‘하라크’) 여호와 하나님(He was walking in the garden)의 소리를 듣고 아담과 하와가 여호와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정원 나무 사이에 숨은지라”

“그날 바람이 불 때” 참 시적이고 멋집니다. 하나님이 에덴 정원을 “거니신다”고 합니다. 여기서 ‘거니시다”(‘하라크’, %l;h')는 말은 ‘걷다, 가다, 움직이다, 살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말이 다른 구약성경에서는 ‘성막 안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나타내는 단어로 사용됩니다(레 26:12, 신 23:14, 삼하 7:6)<위 그레고리 K. 비일의 책> 몇 주 전에 ‘다윗 언약’을 설명하면서 나누었던 본문 기억나십니까? 사무엘하 7장 6절을 보면, 다윗은 ‘하나님이 거하실 성전을 짓겠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이렇게 응답합니다.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던 날부터 오늘까지 집에 살지 아니하고 장막과 성막 안에서 다녔나니(하라크)”

하나님은 광야 생활 중이던 출애굽 백성들에게 ‘장막을 지으라’ 명하셨고, 그 장막 안에 ‘다니시며’(거하시며) 출애굽 백성들과 함께 광야 생활을 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은 에덴 정원을 지으셨을 때도 그곳에 ‘다니신 것’입니다. 그렇게 에덴에 임재하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담으로 하여 기쁨의 장막, 에덴 정원의 제사장으로 살게 하신 것입니다. 제사장이란 말은 라틴어로 ‘Pontifex’(다리를 놓는 사람)였습니다. 그러므로 제사장 아담은 꽃의 예전을 통해 하늘로부터 땅을 연결하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두 번째 책무입니다.

●셋째 ‘왕’으로서의 인간

마지막 셋째로, 하나님은 사람을 ‘왕’으로 만드셨습니다. 우리는 왕의 위엄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지난주 나누었던 창세기 1장 25절에 보면, 하나님은 짐승과 가축과 땅에 기는 모든 것들은 “그 종류에 따라” 만드셨지만, 26절에서 하나님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고 말씀하십니다.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놀라운 특권을 받습니다. 사람을 ‘자신의 형상과 모양에 따라’ 만드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간에게 알려진 바로는 오직 사람만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에 따라’ 창조된 유일한 존재인 것입니다. 게다가 본문은 말하기를 그렇게 창조된 인간으로 하여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스리는 존재’를 무엇이라고 합니까? ‘왕’입니다.

이 본문과 더불어 오늘 본문 7절을 보면,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7절)고 합니다. 하나님을 대신하여 땅을 가꿀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과 모습’ 외에 또 다른 특권을 입습니다. ‘하나님의 호흡’(breath of God)을 받습니다. 땅이나 하늘이나 바다나, 생명이 있는 짐승은 다 호흡을 하지만, 천하 만물 중 ‘하나님의 호흡’을 받은 유일한 존재는 오직 사람인 것입니다.<Bruce K. Waltke, Genesis: A Commentary, Zondervan> 이로써 하나님은 인간에게 ‘왕의 위엄’을 주심으로 만물을 다스리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세 번째 책무입니다.

●사람아, 너의 존재가 무엇이냐? 정원사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창세기 2장을 통해서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시고, 그에게 에덴 정원이라는 멋진 세계를 선물로 주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인간에게 ‘정원사’ ‘제사장’ 그리고 ‘왕’이라는 세 가지 위대한 직분을 줌으로 인간을 존귀하게 하셨습니다.

첫째, ‘정원사’로서 인간은 세상을 보호하고 가꾸며 지키는 자로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책무이니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껏 인간은 정원사는커녕,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에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왔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지구 생태계의 심각한 위기는 정원사로서의 책무에 반한 부끄러운 행동이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반역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님이 우리에게 ‘사람아, 너의 존재가 무엇이냐?’ 물으실 때, 우리는 대답해야 합니다. ‘주님 나는 정원사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요한복음 19장을 보면,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이 있고, 정원 안에 아직 사람을 장사한 일이 없는 새 무덤이 있는지라”(41절)고 합니다. 예수께서는 그 무덤에 묻히셨다가 사흘 만에 살아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정원에서 죽으셨고, 정원에 묻히셨으며, 정원에서 부활하셨다’고 말입니다. 그리하여 에덴 정원에서 쫓겨난 인류의 죄를 정원사로서 완벽하게 정복하신 것입니다.

무덤 밖에서 울던 마리아가 만난 주님은 ‘정원사 예수’(Jesus the Gardener,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 하시니 마리아는 그가 동산지기(정원사)인 줄 알고”, 15절)였던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는 이 장면을 천재적으로 그려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손에는 ‘삽’이 들려 있고, ‘밀짚모자’를 쓰고 계십니다. 누가 봐도 정원사이니, 마리아가 알아볼 턱이 없습니다. 찬송가 442장 “저 장미꽃 위에 이슬”은 이처럼 정원사로 부활하신 주님을 생각하며 만든 곡입니다. 가사가 이렇게 노래합니다.

I come to the garden alone, While the dew is still on the roses,

장미꽃 위에 아직 이슬이 맺혀 있을 때, 나 홀로 정원으로 가네.

And the voice I hear, Falling on my ear, The Son of God discloses.

내 귀에 떨어지는 그 소리를 들으니, 하나님의 아들 나타나시네.

And He walks with me, and He talks with me, And He tells me I am His own

그는 나와 함께 걷고 얘기하시다가, ‘너는 내 것이라’ 말씀하시네.

And the joy we share as we tarry there, None other has ever known.

주님과 거기서 나누었던 그 기쁨을, 이제껏 아는 이 하나 없었다네.

창조주 하나님은 정원사셨고, 에덴 정원의 아담도 정원사였으며, 부활하신 예수님도 정원사셨습니다. 우리 다시 한번 고백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나는 정원사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첫 번째 책무였던 것을 잊지 마시기를 마랍니다.

●사람아, 너의 존재가 무엇이냐? 왕같은 제사장입니다.

둘째, ‘제사장’으로서 인간은 하나님을 힘써 예배하고 섬기는 신앙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로써 하나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찬양하는 자로 살아야 합니다. 세상에 하나님의 생명을 전하고 증거하는 자로 살아야 합니다. 제사장은 ‘눈에 보이는 물질적 가치’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가치’를 지킵니다. 이로써 하나님으로부터 세상으로 이어지는 ‘거룩한 다리’를 놓는 사람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제사장직은 어리석어 보입니다. 시간도 들여야 하고, 물질도 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거룩한 낭비를 통해서 제사장은 세상의 빛으로 소금으로 살게 되는 것입니다.

히브리서가 말하듯이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는 대제사장이셨습니다. 요한복음 17장을 보면, 저 위대한 ‘대제사장의 기도’가 나옵니다. 대제사장이신 예수께서는 무엇을 위해 기도하셨습니까? 제자들을 끝까지 변호하시고, 끝없는 애정과 사랑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기도하시를, “아버지, 저들로 하나 되게 하옵소서!” “아버지, 내 기쁨이 저희 안에 충만하게 하소서!” 대제사장이신 예수께서는 스스로 제물이 되심으로 단번에 제사를 드림으로 하나님의 구원을 완성하신 분이셨습니다.

이에 주님이 우리에게 ‘사람아, 너의 존재가 무엇이냐?’ 물으실 때, 우리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 나는 제사장입니다’라고 말입니다.

마지막 셋째, ‘왕’으로서의 인간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위엄과 품격으로 살아야 합니다. 베드로전서 2장 9절이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를 어둠에서 불러내셨고, 감당할 수 없을 만한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해주신’ 구원의 하나님을 증언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우리 주님 예수께서는 만왕의 왕이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셨습니다. 만왕의 왕이 우리를 위해 해주신 일이 무엇입니까? 첫째는 성육신 사건이요, 둘째는 십자가 사건입니다. 그럴 필요가 없으셨으나,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스스로 우리와 똑같은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또한, 그러실 필요 없으셨으나, 하나님의 정의를 공의의 십자가로 지심으로 판결을 받으시고, 하나님의 구원을 완성하셨습니다. 왕이신 우리 주님이 그러셨습니다.

이를 믿는 우리도 왕같은 제사장으로 불러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주신 왕의 위엄으로 사는 우리들은 세상이 모두 ‘No’라고 말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양심에 따라 ‘Yes’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세상이 ‘Yes’라며 우리를 부추길 때, 우리는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주님이 우리에게 ‘사람아, 너의 존재가 무엇이냐?’ 물으실 때, 우리는 대답해야 합니다. ‘주님 나는 왕 같은 제사장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사람아, 너의 존재가 무엇이냐?”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사람으로서 기억해야 할 것은, 사람은 하나님 창조에 있어서 제6일 째, 곧 가장 나중에 창조된 존재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환경과 생물과 식물이 다 만들어진 뒤에 마지막으로, 다시 말하면, ‘꼴찌’로 창조된 존재가 인간입니다.

이러한 인간 존재에 대해서 유대인의 탈무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그대가 (인간으로서) 칭찬받을 만하면, 그대는 천사보다 위대한 존재다. 그러나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대는 파리만도, 모기만도, 땅을 기어다니는 벌레만도 못한 존재다.”<“If a person is meritorious, it is said to him: ‘You preceded the ministering angels’; if not, it is said to him: ‘A fly preceded you, a gnat preceded you, this earthworm preceded you.’” Berishit Rabbah 8:1, safaria.org>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정원사로서, 왕 같은 제사장으로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아니 한 인간으로서 먼저 사람다운 존재가 되는 일, 그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로써 “진흙과 같은 날 새롭게 빚어주셔서, 당신의 형상만이 내게서 드러나게 하옵소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내게서 나타나게 하옵소서.”라고 겸손히 기도하여, 그리스도의 형상을 부단히 이루어 나가는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