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공의 그리고 구원의 예수”

(이사야 61:10-62:3)

<2023년 12월 31일 송년주일 설교 / 흰색>

●마이클 샌델이 묻는 ‘정의란 무엇인가?’

2023년 마지막 주일, 송년주일로 예배하는 오늘, 저는 “정의, 공의 그리고 구원의 예수”라는 제목으로 여러분과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다소 무겁고, 어려운 주제라서 걱정도 되지만, 올해를 마감하는 오는 이런 주제로 말씀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설교를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정의正義란 무엇입니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이고, 그 반대 개념인 ‘불의’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저마다 다른 대답을 할 수 있고, 엇비슷한 대답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정의’의 문제는 인류 역사 이래로 끝없이 제기되었던 주제이면서도 그 대답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정의’(正義)가 무엇인지 ‘정의’(定意)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이미 오래된 책이지만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보면, <폭주하는 전차의 비유>가 나옵니다.<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정의란 무엇인가』 감영사> 철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소위 ‘전차 문제’(Trolley Problem)라고 부르는데,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 사례를 들면서 독자들에게 질문합니다.

어느 날 아주 빠른 속도로 전차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관사가 보니 저 앞에 다섯 명의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기관사는 브레이크를 잡으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면 다섯 명의 인부는 전차에 치어서 목숨을 잃게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저 앞쪽으로 철로가 ‘좌와 우’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기관사가 마음을 먹고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기만 하면 다섯 명을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한 명의 인부가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관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래 방향으로 전차를 몰아서 다섯 명을 죽게 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철로를 오른쪽으로 변경해서 다섯 명을 살리고 한 명을 희생시켜야 하는 걸까요?

이 경우 상당수의 사람은 다섯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기관사는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런데 만약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경우는 어떻습니까?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똑같은 상황입니다. 전차가 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육교 위에 어떤 덩치 큰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밀어서 선로에 떨어뜨리면, 그 사람은 죽지만 다섯 사람은 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여러분이라면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서 그 한 사람을 철로로 밀겠습니까? 아니면 안타깝지만 다섯 명이 죽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겠습니까? 아마도 이런 경우 ‘그 사람을 밀어서라도 다섯 명을 살려야 한다’고 말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왠지 잔인한 행동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는 사실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기관사가 선로를 바꾸는 행위와 무고한 사람을 선로로 미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다섯 명을 구하기 위해서 무고한 한 사람을 죽게 한다’는 점에서 똑같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정의란 무엇입니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정의를 구현하는 것일까요? 대답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로만 남습니다.

●이사야 개관

오늘 우리는 이사야 61장 10절부터 62장 3절까지의 본문을 읽었습니다. 이사야 61장 10절을 보면, 하나님의 백성들이 맛보게 될 구원의 기쁨을 “신랑이 사모를 쓰며 신부가 자기 보석으로 단장함 같게 하셨다”라고 말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서 성인 남녀가 누릴 최고의 기쁨은 두말할 나위 없이 ‘신랑, 신부가 되는 기쁨’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사야는 하나님이 주시는 구원의 기쁨을 가장 큰 기쁨의 대명사로 ‘신랑과 신부’라는 이미지로 설명합니다.

이어서 62장으로 넘어오면, 자신의 백성들에게 큰 기쁨의 구원을 주시고자 하나님은 “잠잠하지 않을 것이며 쉬지 아니할 것이다”(1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읽을 때면 시편 121편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시 121:4) 또한, 어느 찬양 가사도 생각이 납니다. “세상 모든 민족이 구원을 얻기까지 쉬지 않으시는 하나님” 곧 인간을 애틋하게 사랑하시는 성실하신 하나님입니다.

이 말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이사야서에 대해 잠시 다시 한번 정리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난 몇 주간의 설교를 통해서 이사야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었습니다.

첫째는 이사야 1-39장입니다. 이 부분은 남-유다가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가기 이전 상황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이사야는 남-유다 백성들에게 ‘회개하라’(Repent) 선포합니다.

둘째 부분은 이사야 40-55장입니다. 이 부분은 남-유다가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간 상황입니다. 여기서 이사야는 남-유다 백성들에게 ‘위로하라’(Comfort) 선포합니다.

마지막 셋째 부분은 이사야 56-66장으로, 이 부분은 남-유다 백성들이 드디어 바빌론 포로를 마치고 남-유다 예루살렘에 돌아온 상황입니다. 여기서 이사야는 남-유다 백성들에게 ‘회복하라’(Restore)는 선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백성들을 ‘심판’하시기도 하지만 끝내 ‘구원’하시고야 말 하나님의 ‘내적 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하나님의 질투(열심, Zeal of God)”였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구약학자인 월터 부르그만은 “바빌론 포로 생활 한가운데서 여호와 하나님이 새것을 말할 수 있었던 힘은 당신 백성에게 품으신 한결같은 질투에서 나온다.”<월터 브루그만 지음, 김기철 옮김, 『예언자적 상상력』 복있는사람>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두 주 전 설교 때 말씀드렸지만, 이러한 하나님의 열심, 하나님의 질투는 인간을 향해 ‘투정 부리는 하나님’이라든가, 이랬다저랬다 제 맘대로 변하는 ‘변덕쟁이 하나님’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사야 9장 7절은 하나님의 열심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 정사와 평강의 더함이 무궁하며 또 다윗의 왕좌와 그의 나라에 군림하여 그 나라를 굳게 세우고 지금 이후로 영원히 정의와 공의로 그것을 보존하실 것이라. 만군의 여호와의 열심(질투)이 이를 이루시리라”(사 9:7)

이 언약을 뭐라고 부릅니까? “다윗 언약”입니다. 이사야는 정확히 말합니다. 만군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이시지만, 그리하여 심판도 하시고 구원도 하시지만, 그것에는 분명한 대전제가 뒤따르는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정의와 공의”라는 것입니다. 질투의 하나님은 곧 정의의 하나님이요, 정의의 하나님은 질투의 하나님이신 것입니다.

●이사야의 주제 ‘정의와 구원’ 그리고 3대 선언

그렇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정의와 공의”를 통해서 자신의 백성들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이사야가 전하는 하나님은 바로 그런 하나님이십니다. “정의, 공의, 구원” 이것이 1-66장까지 흐르는 이사야서의 주제입니다.

앞서 이사야를 세 부분으로 구분하면서 ‘회개하라’ ‘위로하라’ ‘회복하라’는 세 개의 선포를 살펴봤는데, 회개해야 할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정의, 공의, 구원’에서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위로해야 할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정의, 공의, 구원’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회복해야 할’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정의, 공의, 구원’이 이제 ‘가까이 왔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61장 10절을 보면, 이사야는 자신의 백성들을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역사에 대해 언급하기를, “내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크게 기뻐하며 내 영혼이 나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리니 이는 그가 구원의 옷을 내게 입히시며 공의의 겉옷을 내게 더하심이라”고 말합니다. 이사야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들이 구원을 누리기 위해서 마땅히 회복해야 할 일은 “정의와 공의를 행하는 삶”이라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최윤갑 지음, 『구속사로 읽는 이사야』 새물결플러스> 정의와 공의는 구원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됩니다.

●공의(미쉬팟)과 정의(체다카)

그러면 ‘공의’는 무엇이고 ‘정의’는 무엇이며, 이것과 ‘구원’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먼저 성경이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에 대해서 처음으로 명령하고 있는 본문을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창세기 18장을 보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그로 말미암아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공의와 정의’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대하여 말한 일을 이루려 함이니라”(창 18:18-19)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을 택하신 이유는, 저들로 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공의와 정의’를 행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공의와 정의’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통치 방식입니다. 이사야 61장이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은 “공의를 사랑하며 불의와 강탈을 미워하는 분”(사 61:8)인 것입니다. 이로써 그의 백성들은 ‘공의와 정의’로 살아야 했던 것입니다. “학대 받는 자를 도와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사 1:17)해야 하는 것입니다.

첫째로 “공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공의’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미쉬팟”(jP'v.mi, mishpat)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재판관이 내린 ‘판결’(Judgment, Justice)을 의미합니다.<아브라함 J. 헤셀 지음, 이현주 옮김, 『예언자들』 삼인> 시편 146편 7절을 보면 “여호와는 억눌린 사람들을 위해 공의(미쉬팟)로 재판하신다”(146:7, 새번역)고 할 때, 공의가 바로 이 단어입니다.

억눌린 사람들의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줄 수 있습니까? 법정에 있는 판사가 판결을 잘해야 합니다. 판사는 법에 따라 사심을 버리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똑바로 판결해야 합니다. 이것이 ‘공의’입니다.

둘째로 “정의”는 히브리어로 “체다카”(hq'd'c., tsedaqah)라고 합니다. 이 말은 ‘의로워지다’라고 말할 때 ‘의’(義, righteousness)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신명기 6장을 보면,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갈 백성들에게 하나님 말씀을 전하면서 명령하기를 “우리가 그 명하신 대로 이 모든 명령을 우리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삼가 지키면 그것이 우리의 의로움이니라”(신 6:25)고 합니다. 여기서 사용된 ‘의로움’이 바로 ‘체다카’ 곧 ‘정의’ 또는 ‘의’입니다.

그러면 ‘정의와 공의’ 중 어떤 개념이 더 클까요? ‘정의’가 ‘공의’보다 큽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의’는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정의’는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시간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하나님 통치의 대전제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둘을 이렇게 구분합니다. “하나님의 공의는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정의가 법전이라면, 공의는 판사의 판결문이다.” 법전이 없으면 판사는 무엇을 근거로 판결하겠습니까? 반대로 법전만 덩그라니 있고,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법전은 있어서 무엇하겠습니까?

여담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면, 설교하는 목사로서 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정의가 성경이라면, 공의는 설교문이다.’ 성경은 설교를 통해 해석되고 풀이되어 선포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경이 진리로 사람들에게 드러날 방법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반면에 설교는 오직 성경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성경을 벗어난 설교는 아무리 재밌고 웃기고 감동적이어도 그걸 설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정의, 공의, 그리고 구원의 관계

마지막 셋째로 “구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히브리말로 ‘구원’은 “예수아”(h['Wvy>, yeshuw’ah)라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여호수아’의 이름이 바로 이 이름이며, 우리가 더 잘 아는 우리 주님 예수의 이름이 이 히브리어 ‘예수아’라는 이름에서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사야가 말하는 ‘구원’은 무엇입니까? 구원은 앞서 말씀드린 정의 그리고 공의와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정의와 공의가 어떻게 되어야 ‘예수아’ 곧 ‘구원’에 이를 수 있습니까?

앞서 잠시 살펴보았지만, 오늘 본문 62장 1절은 이렇게 장엄하게 말합니다. “나는 시온의 의(체다크)가 빛같이, 예루살렘의 구원(예수아)이 횃불 같이 나타나도록 시온을 위하여 잠잠하지 아니하며 예루살렘을 위하여 쉬지 아니할 것이라” ‘시온’과 ‘예루살렘’은 둘 다 ‘하나님의 산’이요, ‘하나님의 성’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거룩한 성에 거하는 당신의 백성들이 구원의 횃불을 밝힐 때까지 쉬지 않으실 거라 다짐하십니다.

이에 대해서 숭실대학교에서 기독교를 가르치시는 김회권 교수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의 최고 관심은 시온의 의가 빛같이, 예루살렘의 구원이 횃불같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언약적 의(체데크, 정의)가 뿌리를 내려야 구원(예수아)이 열매 맺습니다.”<김회권 지음, 『이사야』(40-66장) 복있는사람> 그러므로 구원, 곧 예수아가 열매를 맺으려면, 하나님의 정의가 먼저 뿌리 내려야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하나님의 정의가 구원으로 나타나는 방법은 명확합니다. 하나님의 ‘정의’는 반드시 하나님의 ‘공의로운 재판’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 재판에서 판사이신 하나님이 판결문을 내릴 때 비로소 ‘하나님의 구원’이 성취되는 것입니다.

●공의의 십자가로 이루신 예수의 구원

우리는 이러한 하나님의 구원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는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구원 사건’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예수께서 이루신 첫 번째 구원 사건은 ‘성육신 사건’이고, 두 번째 구원 사건은 ‘십자가 사건’입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3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21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롬 3:21) 바울은 하나님의 의가 이 땅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율법과 선지자들이 증거하던 일이었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의로서 이 땅에 오랫동안 기다리던 메시아가 나타나신 사건, 곧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입니다. 하나님의 정의가 만천하에 드러난 사건입니다.

이어서 바울은 말합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24)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avpolutrw,sewj th/j evn Cristw/| VIhsou/\)이란 무슨 뜻입니까? 예수께서 ‘빚을 대신 갚아 준 것’을 뜻합니다. ‘속량’은 고대 사회에서 ‘노예’를 사고팔 때 흔히 행하던 일이었습니다. 어떤 이가 빚을 져서 노예로 잡혀 있을 때, 누군가 그의 빚을 대신 갚아주면서 노예를 해방시켜 주는 일, 그것이 ‘속량’(redemption)입니다.

바울은 이어지는 구절에서 이러한 속량이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25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써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제물로 세우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길이 참으시는 중에 전에 지은 죄를 간과하심으로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려 하심이니 26 곧 자기도 의로우시며 또한 예수 믿는 자를 의롭다 하려 하심이라”(롬 3:25-26)

바울이 말한 “화목제물”은 무엇을 뜻합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뜻합니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신 사건은 의로우신 예수, ‘정의의 예수’께서 공의의 십자가에서 심판을 받은 사건입니다. 이에 판사이신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고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하나님의 심판, 하나님의 진노가 십자가에 달린 예수 위로 와장창 쏟아져 내린 것입니다. 이로써 ‘공의의 예수’께서는 스스로 제물이 되셔서 이를 믿는 자마다 똑같이 의롭게 여겨주시고, 하나님의 구원을 선물로 받도록 하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구원의 예수’를 고백하는 것입니다.

●정의, 공의 그리고 구원의 예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2023년의 송년 주일 예배로 모인 오늘, 우리는 이사야의 말씀으로 하나님의 ‘정의’ ‘공의’ 그리고 ‘구원’에 대한 위대한 선포를 들었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의로우신 예수께서 하나님 공의의 십자가를 스스로 지시고, 구원의 예수가 되신 사건을 살펴 보았습니다.

설교 초두에 저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나오는 ‘폭주하는 전차’에 대하 말씀드렸습니다. 그 이야기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을 나누고 보니, 예수 그리스도의 정의가 그 이야기를 빌어서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곧 예수께서는 폭주하는 전차를 세우기 위해 육교 위에서 뛰어내리신 분 아니십니까?

세상이 말하는 정의는 다른 사람의 희생을 요구합니다. 그 희생이 ‘다섯이냐 하나냐’를 두고 무엇인 정의인지 논합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보여주신 정의는 ‘스스로 희생하여 제물이 되신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구원을 이루신 것입니다.

오늘 본문 마지막 절인 2절과 3절은 우리가 받아 누릴 구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너는 여호와의 입으로 정하실 새 이름으로 일컬음이 될 것이며 너는 또 여호와의 손의 아름다운 관, 네 하나님의 손의 왕관이 될 것이라.”

하나님은 우리에게 새 이름으로 불러주실 것이라 말합니다. 우리가 받을 구원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성경은 말하기를,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마 1:21) “그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마 1:23)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셨다”(빌 2:9-10)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을 ‘아브라함’라 부르신 것처럼, 야곱을 ‘이스라엘’로 삼아주신 것같이, 시몬을 향해 ‘베드로’라 부르셨으며, 사울이 ‘바울’이 된 것처럼, 정의와 공의, 그리고 구원의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우리는 값없이 “그리스도인”이란 새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자랑하시는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자녀, 곧 “하나님 손에 붙들린 아름다운 왕관”이 되리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미국의 자연주의 철학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한해를 마감하며 어느 고즈넉한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썼습니다. “낮이 점점 짧아지고 저녁이 일찍 찾아오는 이맘때면, 인생이란 얼마나 짧은 것인지 새삼 떠올리게 된다. 한 해가 저물 때면 좀 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박명숙 옮김, 『소로의 문장들』 마음산책>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감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 ‘thank’와 생각을 뜻하는 ‘think’는 어원(pancian)이 같습니다. ‘감사’의 마음은 깊은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주일인 오늘, 우리가 생각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 많지만, 정의의 주님이요 공의의 주님이시며, 구원의 주님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생각하고 감사하며 한해를 마감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분의 나라는 하나님이 다윗과 맺으신 언약으로 인하여 영원하고 무궁할 것입니다. 그분의 위엄과 능력은 지난 2023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오는 2024년에도 여러분의 삶에 임재하실 것입니다. 이제 곧 맞이하는 새해에도, 정의와 공의, 그리고 구원의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과 통치 앞에 온전히 복종하는 믿음의 삶을 이어나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