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찢고 오실 이가 회복할 세 가지 일”

(이사야 64:1-9)

<2023년 12월 03일 대림절 제1주 설교 / 보라색>

●다자이 오사무로 보는 대림절의 기다림

지난 일 년의 교회력을 모두 보내고 오늘 우리는 대림절 첫째 주를 맞이했습니다. “대림절”(待臨節)은 한자가 의미하는 것처럼 “주님의 임재를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님의 임재”란 초대교회로부터 두 가지 의미가 있었는데, 하나는 2천 년 전, “하늘의 영광을 다 버리고 성육신하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뜻하고, 다른 하나는 “하늘 영광을 품고서 다시 오실 주님의 임재”를 뜻합니다. 하나는 초라한 인간의 몸을 입으신 주님의 임재고, 다른 하나는 천상의 모습으로 영광 중에 오실 주님의 임재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임재를 “기다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그것은 버스나 전철이 오는 것을 기다리듯이 수동적이거나 무미건조한 일이 아닙니다. 기다리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유튜브나 카톡을 여는 일에 정신을 팔릴 여유조차 없습니다. 때가 이르러 오시는 주의 임재를 경험하게 되면,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을 기대하면서, 두려움과 떨림으로 기다리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보면, 이러한 기다림이 어떤 기다림일지 엿볼 수 있는 문장이 나옵니다. “‘누군가가 불쑥 나타났으면!’ 하는 기대와, ‘아, 나타나면 곤란한데 어쩌지’라는 공포와, ‘하지만 나타날 때는 어쩔 수 없어. 그 사람에게 내 목숨을 바치자. 내 운명이 그때 결정될 거야’라는 포기에 가까운 각오... 가슴이 벅차올라 숨이 막힐 정도로 괴로워집니다.”<단편소설 “기다리다” 중에서, 다자이 오사무 지음, 회혜수 옮김, 『정의와 미소』 도서출판b>

그렇습니다. 우리가 대림절을 맞아 주님을 기다린다는 것은 이처럼 주님이 오시기를 바라는 “기대”, 정말 오시면 어쩌나 하는 “두려운 마음”, 그리고 이런 마음을 넘어서 내게 오실 주님께 내 삶과 내 운명을 맡기고자 하는 “각오가 수반되는 기다림”을 의미할 것입니다. 대림절의 기다림은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하늘을 찢고 오시는 주

대림절 첫째 주를 맞은 오늘, 우리는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갈망하는 대표적인 성경이라 할 수 있는 이사야의 본문을 읽었습니다. 오늘 본문 1절을 보면 이사야는 주님이 이 땅에 내려오시기를 간구하기를 “주는 하늘을 가르고 강림하시옵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여기서 “하늘을 가르다”([r;q' ,kaw-rah')는 말은 성경 원어로 “하늘을 찢다”(rend the heavens)는 의미입니다.

마가복음에 보면, 예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하늘이 갈라졌다”(막 1:10)고 묘사하는데, 여기서 “하늘이 갈라짐”(scizome,nouj tou.j ouvranou.j, Heaven being torn open)이라는 의미도 “하늘을 찢다”(sci,zw, split, tear)는 의미입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실 때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고 땅이 진동하며 바위가 터졌다”(마 27:51)고 할 때도 같은 단어로 일맥상통합니다.

본문 1-2절의 말씀을 <메시지성경>으로 읽겠습니다. “오, 주께서 하늘을 찢고 내려오신다면! 산들이 주님 앞에서 오들오들 떨 것입니다. 숲에 불이 붙듯, 물이 불에 끓듯 할 것입니다. 주를 대면한 주의 적들, 공포에 휩싸이고, 민족들은 사시나무 떨듯 떨 것입니다.” 주님이 하늘을 찢고서 내려오는 일은 다반사로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하늘이 ‘쫘~악’하고 찢기면 그 모양과 그 소리에 천지는 기겁하고 요동합니다. 세상 모든 피조물은 두려워 떨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이사야는 주님께 왜 이처럼 “하늘을 찢고 이 땅에 강림하옵소서”라고 간구하고 있는 것인가요?

●이사야의 특징-1

먼저 [이사야서](The book of Isaiah)에 대해서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사야서는 예레미야, 에스겔과 함께 대예언서(Major Prophets)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분량도 많고, 신앙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예언서 중의 예언서입니다. 사실 구약성경 이사야서는 다른 예언서에 비교해 볼 때,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장 완성도 높은 예언서라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그 이유에 대해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이사야는 총 66장으로, 예언서 중 분량이 가장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약성경에서 제일 많이 인용되는 구약성경이 시편 다음으로 이사야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말씀 중에 대표적으로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사 7:14)는 말씀이 이사야서에 나오는 말씀이고,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실 때 회당에 들어가서 읽으신 “주 여호와의 신이 내게 임하였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사 61:1)는 말씀도 이사야입니다.

말 나온 김에 몇 가지 더 말씀드리면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사 41:10) “너희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사 55:1),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사 60:1),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사 40:8)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사 43:1) 이처럼 기독교 역사 2천 년에 있어서 수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었던 주옥같은 말씀들이 이사야서에 가득합니다.

둘째로는 이처럼 이사야서가 분량이 많다 보니, 예언서가 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예언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씀드리면, 이사야의 예언은 다른 예언서들이 말하는 굵직한 주제들을 모두 합친 것에 비견될 정도입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이사야서는 66장으로 되어있는데, 성경이 66권인 것과도 비교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창세기로부터 요한계시록까지 66권의 성경이 말하고 있는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 인간의 타락과 그에 따른 심판을 비롯해 각양 신앙적인 가르침은 물론이거니와 시편이나 지혜의 말씀에 필적할만한 놀라운 가르침이 66장으로 이루어진 이사야서에 수두룩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셋째로, 이사야는 풍부하고도 세련된 신앙 주제들을 골고루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메시아 사상, 고난당하는 주의 종, 어린양, 남은 자, 기름부음 받은 자” 등과 같이 성경적으로 너무나도 중요하고 굵직한 내용이 이 한 책에 오롯이 담겨 있는데, 게다가 놀라운 것은, 이러한 주제들이 중구난방으로 돌출되는 게 아니라, 매우 정교한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사야서는 기독교 사상을 ‘주제 중심’으로 공부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대표적인 성경이기도 합니다.<“The Literary Structure of Isaiah: Five Tour Guides to Help You Stay the Course” by David Schrock, January 13, 2020, https://davidschrock.com>

●이사야의 특징-2 바벨론 포로기

마지막 넷째로 이사야서는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역사적 사건을 배경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건입니까? “바벨론 포로 사건”입니다. 이사야는 바벨론 포로 사건을 중심으로 장을 나눠볼 수 있는데, 1-39장은 바벨론 포로 이전 상황, 40-55장은 바벨론 포로기의 상황, 그리고 나머지 56-66장에는 바벨론 포로 이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래서 어느 학자는 이러한 세 부분을 각각 “제1이사야”(1-39장), “제2이사야”(40-55장), “제3이사야”(56-66장)라고 명명하면서, 서로 다른 세 명의 저자가 있었고, 그것이 이사야라는 이름으로 묶인 것이라 주장하기도 하는데<Bernhard Duhm, Das Buch Jesaja, HKAT 3.1, Vandenhoeck & Ruprecht>, 그만큼 이사야는 바벨론 포로의 ‘기승전결’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예언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바벨론 포로 사건의 관점으로 봤을 때, 오늘 본문은 ‘70여 년의 바벨론 포로’라는 끔찍한 역사를 경험하고, 드디어 그토록 바라며 그리던 본국 예루살렘에 돌아온 남유다의 백성들을 향한 이사야의 예언입니다.

포로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백성들의 삶은 어떠했을까요? 여러분 생각에, 저들의 삶과 신앙은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생각 같아서는 예루살렘에 돌아온 남유다 백성들은 온전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듭나서 칭찬받는 주의 백성들이 되었을 것이라 기대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언약을 저버린 결과 바벨론 포로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으니, 이제 저들은 자기들이 그토록 소망했던 대로 예루살렘 성전을 속히 재건하고, 그 성전을 기도의 집으로 삼아 말씀과 예배와 기도에 집중하는 언약 공동체로서 살고 있어야 했습니다.

●포로기 이후에도 여전한 남유다 백성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 현실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5절 말씀에서 이사야는 남유다 백성들의 상황을 자조하듯이 읊조립니다. “주께서 기쁘게 공의를 행하는 자와 주의 길에서 주를 기억하는 자를 선대하시거늘, 우리가 범죄하므로 주께서 진노하셨사오며, 이 현상이 이미 오래 되었사오니 우리가 어찌 구원을 얻을 수 있으리이까?”(사 64:5)

다시금 “범죄한 것”도 비극인데, 이사야는 말하기를 저들이 하나님 앞에서 죄를 범하는 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이미 오래 되었다.”고 합니다. 죄를 범함이 오래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습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죄가 DNA로 새겨졌다는 것입니다. 이것만도 위태위태한데, 이어지는 7절 말씀을 보면 더욱 절망스럽기만 합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가 없으며 스스로 분발하여 주를 붙잡는 자가 없사오니 이는 주께서 우리에게 얼굴을 숨기시며 우리의 죄악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소멸되게 하셨음이니이다.”(사 64:7)

바벨론 포로로부터 해방되어 돌아온 그들의 모습은 포로를 겪기 이전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이사야 선지자의 칼날 같은 지적입니다. 남유다 백성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을 때, 저들은 뭐라고 탄식하며 울었습니까? 시편 137편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우리가 바벨론의 여러 강변 거기에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 우리를 사로잡은 자가 거기서 우리에게 노래를 청하며 우리를 황폐하게 한 자가 기쁨을 청하고 자기들을 위하여 시온의 노래 중 하나를 노래하라 함이로라!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을진대, 내 오른손이 그의 재주를 잊을지로다!”(시 137:1-5)

바벨론 사람으로부터 온갖 굴욕과 조롱을 받으면서 저들이 했던 맹세는 “내가 예루살렘을 잊는다면, 차라리 내 오른손이 하프 연주하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게 낫겠다”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내가 예루살렘을 잊는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굳은 다짐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들의 다짐은 헛된 다짐이 되어버렸습니다.

앞서 7절에서 이사야는 탄식했습니다.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가 없으며, 스스로 분발하여 주를 붙잡는 자가 없나이다!” 무슨 뜻입니까? 저들이 기도하지 않고, 예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벨론 강가에 앉아서 예루살렘을 생각하며 질질 짜기는 했지만, 그건 휘발유처럼 증발해 버릴 ‘값싼 감상’에 불과했습니다. “예루살렘을 잊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말했지만, 그건 호언장담일 뿐 신앙은 아니었습니다. 신념이었을지언정, 신앙은 아니었습니다.

마치 오랜 형기를 마치고 감옥에서 출소한 사람이 나오자마자 옛날 손버릇이 도져 범죄를 저지르는 안타까운 모습처럼, 결국, 저들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왔으나, 하나님이 주신 기회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기도하지 않았으며, 형식적이고 구태의연한 예배를 신앙생활의 전부인 양 알고 살았던, 바벨론 포로 이전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저들에게는 무엇이 남았습니까? 저들이 입을 열어 장담한 대로, 이제 주님이 저들의 손에 장을 지지러 내려오실 차례가 되었습니다.

●예언자 이사야의 탄원 기도

예언자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예언자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잠든 자들을 깨우는 사람입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되돌리는 사람입니다. 예언자의 역할을 생각하게 되면 저는 최영철 시인의 “찔러본다”는 시가 떠오릅니다.<최영철, 『찔러본다』 문학과지성사> 시인은 말하기를 “햇살이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 꽂히는 것은 강아지가 깼나 안 깼나 쿡쿡 찔러보는 것”이라 하고, “비가 산비탈과 논에 내리는 것은, 땅이 죽었나 살았나 쿡쿡 찔러보는 것”이라 합니다. 또한 “바람이 부는 것은 나무 꼭지에 매달린 것들이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보는 것”이라 노래합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예언자는 우리 영혼이 “깨어있나-안 깨어있나, 죽었나-살았나, 익었나-안 익었나”를 살피고자 “쿡쿡 찌르는 존재”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을 통해 예언자 이사야는 남유다 백성들을 송곳처럼 쿡쿡 찌르고 있습니다. 바벨론 포로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어도,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고 지리멸렬하게 사는 백성들, 하나님께 복종하기는커녕, 여전히 자기 아집에 빠져 헤어나올 줄 모르는 백성들, 과연 이자들이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울며불며 기도했던 자들인지 아닌지조차 모르게, 다시금 그 옛날 못된 버릇으로 번개처럼 회귀한 백성들에게 이사야는 날카로운 송곳을 들이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심판을 목전에 둔 남유다 백성들을 위해, 예언자 이사야는 잠시 송곳을 거두고, 다시 한번 하나님께 눈물로 호소하며 기도합니다. 예언자의 역할이 쿡쿡 찌르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께 탄원하는 막중한 임무도 있었는가 봅니다. 하나님께 올리는 이사야의 기도가 오늘 본문 마지막 절인 8절과 9절에 나와 있습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그러나 여호와여! 이제 주는 우리 아버지시니이다! 우리는 진흙이요 주는 토기장이시니 우리는 다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이니이다! 여호와여! 너무 분노하지 마시오며 죄악을 영원히 기억하지 마시옵소서! 구하오니 ‘보시옵소서! 보시옵소서!’ 우리는 다 주의 백성이니이다!”

느낌표가 백 개라도 모자랄 이사야의 탄원 기도입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심판을 쏟아놓으시려는 하나님을 양손을 휘두르며 가로막을 기세입니다. “그러나, 여호와여!” “하지만, 여호와여!” 지금부터 자기가 하는 말이 하나도 맞지 않는 말일지라도, 지금부터 자기가 하는 호소와 탄원과 기도가 하나님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무조건 자기 말을 들어달라고 떼를 쓰는 예언자의 모습입니다.

●세 가지 탄원 기도의 의미(자녀, 피조물, 언약백성)

이사야가 하나님께 드린 탄원 기도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로 “이제 주는 우리 아버지시니이다!” 주님, 당신이 우리의 아버지이신 것을 기억해달라는 기도였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시면, 우리는 무엇이 되는 겁니까? ‘자녀’가 됩니다.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이사야는 몸이 달았습니다. 하나님의 바지 끄덩이라도 잡고자 하는 심정인 것입니다. “하나님, 정녕코 용서하지 못하실지라도, 아버지가 자녀를 용서함 같이 한 번 더 기회를 주옵소서!”라는 이사야의 애끓는 기도였습니다.

둘째로 이사야는 기도합니다. “우리는 진흙이요 주는 토기장이시니 우리는 다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이니이다.” 주님은 우리의 창조주이심을 기억해달라는 기도였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창조주시면, 우리는 무엇이 되는 겁니까? ‘피조물’입니다. 저들이 정녕코 못났을지라도, 진흙과 같은 우리를, 창조주시요, 토기장이이신 주님이 억지로라도, 강제로라도 새롭게 빚어달라는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마지막 셋째로 이사야는 기도합니다. “여호와여! 너무 분노하지 마시오며 죄악을 영원히 기억하지 마시옵소서! 구하오니 ‘보시옵소서! 보시옵소서!’ 우리는 다 주의 백성이니이다!” 얼마나 다급하면 이사야는 “보시옵소서, 보시옵소서” 두 번이나 하나님께 읍소하겠습니까? 우리가 주의 백성이면, 하나님은 우리의 무엇이 되는 것입니까? ‘왕’이 되십니다. 그 왕은 시내산에서 모세를 통해 자신의 백성들과 언약을 맺어주신 분이십니다. 그리하여 못난 백성들을 끝끝내 언약의 땅으로 이끌어 언약 백성으로 삼으신 분입니다. 이사야가 “보시옵소서! 우리는 다 주의 백성이니이다!”라고 기도하는 것은, 하나님에게 언약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그 옛날 모세에게 보이신 자비와 긍휼을 다시 한번 베풀어달라는 간절한 기도였던 것입니다.

●하늘을 찢고 오실 이가 회복할 세 가지 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처럼 예언자 이사야는 하나님께 세 가지로 빌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가 되시고, 둘째로 “하나님은 우리의 창조주”가 되시며, 셋째는 “하나님은 우리의 왕”이 되신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믿으시면 ‘아멘’으로 화답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사실이고, 이것을 믿는다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사실은 무엇입니까? 첫째,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고, 둘째, “우리는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그리고 셋째로 “우리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앞서 저는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39권의 구약성경 중에 단 15회만 나옵니다.(신 32:6; 삼하 7:14; 대상 17:13, 22:10, 28:6; 시편 68:5, 89:26; 사 63:16, 64:8; 렘 3:4, 19, 31:9; 말 1:6, 2:10) 성경에서 가장 먼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른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모세’였습니다. 신명기 32장을 보면, 이제 세상에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모세는 언약의 땅 가나안에 들어갈 이스라엘 백성들을 총회로 모두 모으고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들려줍니다. “어리석고 지혜 없는 백성아, 여호와께 이같이 보답하느냐? 그는 네 아버지시요, 너를 지으신 이가 아니시냐, 그가 너를 세우셨도다!”(신 32:6)

여기서 모세가 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시요, 우리의 창조주시며, 우리를 언약 백성으로 세워주신 왕이시라” 말합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마치 이러한 모세의 당부를 이사야가 기억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사야는 바벨론 포로를 경험하고도 깨닫지 못하는 남유다 백성을 위해 마치 모세처럼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용서하시고 맞아주실 아버지시요, 하나님은 진흙과 같은 우리를 새롭게 빚어주실 창조주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언약을 맺어주신 왕이시니, 우리를 자녀 삼으시고, 새롭게 창조하시며, 언약 백성으로 새롭게 세워주옵소서!” 라고 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대림절 첫째 주를 맞아 하늘을 찢고 우리에게 오실 이는 다름 아닌 아버지이신 하나님, 창조주이신 하나님, 그리고 왕이신 하나님이었습니다. 예언자 이사야가 이렇게 선포한 뒤, 그로부터 450여 년이 흘러 누군가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분은 하늘을 찢고 우리에게 오셨으며, “하늘엔 영광, 땅에는 기뻐함을 입은 사람들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오신 그분은 하나님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 부르게 하셨습니다. 절망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제자들에게 “성령 받으라” 말씀하시며, “새 창조의 영”을 불어 넣어 주셨습니다. 또한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심으로 “새 언약의 증표”를 주셨습니다.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난 3년의 코로나를 겪을 때, 우리는 무엇을 위해 기도했던가요? “하나님, 인류의 죄악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하나님, 마음 놓고 예배할 수 있게 해주옵소서.” “하나님, 마음 놓고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볼 수 있게 해주옵소서.” 이러한 기도는 바벨론 포로 시절 남유다 백성들이 드렸던 기도 아니었던가요? “예루살렘에 보내주옵소서. 그러면 결단코 예루살렘을 잊지 않고, 주의 언약 백성으로 충실하게 살겠나이다. 이 약속을 어기면, 내 손을 장을 지지겠습니다.”라고 했던 기도처럼 말입니다.

이제 바벨론 포로와 같은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금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게 된 지난 1년의 상황을 돌아볼 때, 과연 우리가 기도했던 것처럼 하나님을 예배하고 있습니까? “모일 수만 있게 해주옵소서.”라고 기도했던 우리의 기도는 어딜 갔는지, 우리는 모이기를 폐하는 자들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이사야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가 없으며 스스로 분발하여 주를 붙잡는 자가 없사오니이다!”라고 우리의 영혼을 쿡쿡 찌르고 있지만, 혹여 우리는 그러한 예언자의 송곳에 만성이 되어서, 찌르거나 말거나, 여전히 주님의 이름 앞에 요지부동이고, 분발하여 주를 붙잡는 소리가 점차 사그라들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활활 타올라야 하는 예배당 기도의 횃불이 점차 소멸해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대림절 첫째 주에 주신 이러한 예언자의 말이 여러분 영혼이 커다란 찔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말씀에 상처 입고 쓰러져야 합니다.

예언자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가 없으며 스스로 분발하여 주를 붙잡는 자가 없사오니이다!”라고 한탄할 때, 주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의 횃불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남 탓만 하는 불평과 불만으로 자기 영혼을 소멸시키지 마시고, 도리어 스스로 분발하여 주를 꼭 붙잡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주께서 하늘을 찢고 우리 교회와 한국 교회에 오실 때, “주여, 우리는 주의 자녀입니다.” “주여, 우리는 주님의 피조물에 불과합니다.” “주여, 우리는 주님의 언약 백성입니다.”라고 기도하며, 그 회복의 말씀을 살아내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