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안의 형상과 글은 누구의 것입니까?”

(마 22:15-22)

<2023년 10월 22일 성령강림 후 제21주 설교 / 녹색>

●세상의 통치자가 너희를 제사장 나라로 삼는다

출애굽기 19장을 보면, 하나님은 모세에게 다음과 같은 놀라운 언약의 말씀을 주십니다.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출 19:5-6) 크게 보면, 이 언약에는 두 가지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로 “하나님은 세상을 통치하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이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너희를 애굽에서 구원한 나를 여느 잡다한 신들처럼 여기지 말라’고 경고하신 것입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세상 모든 민족과 모든 나라를 통치한다는 것을 너희 마음에 깊이 새기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둘째로 하나님은 이 언약을 통해서 “너희를 제사장 나라로 삼겠다” 말씀하십니다. 즉 “너희는 내 소유가 되겠고 나를 위한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제사장 나라”로 삼겠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제사장”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PONTIFEX”(폰티펙스)라고 합니다. 그 뜻은 “다리를 놓는 사람들”(Bridge-builder)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선택하시고 자신의 소유로 삼으신 것은, 이스라엘로 하여 ‘하나님과 세상을 잇는 다리’가 되게 하셔서, 세상 모든 나라를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PONTIFEX, 곧 “제사장”, 곧 “다리를 놓는 사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남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는 결단코 제사장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밟고 지나길 수 있도록 기꺼이 디딤돌 역할을 하고,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희생적인 사람만이 제사장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친히 십자가를 지심으로,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름답고도 든든한 다리를 놓으신 모습만이,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제사장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볼썽사나운 조합: 바리새인 & 헤롯당원

오늘 본문에는 마치 ‘예수님의 영원한 적대자’를 자처하기라도 한 듯 성경에 나오는 바리새인들이 등장합니다. 15절을 보면 이들은 “어떻게 하면 예수를 말의 올무에 걸리게 할까 상의했다”고 합니다. 과연 바리새인다운 생각입니다. 말하자면, 예수님의 입 ‘앞에’ 덫을 놓겠다는 것입니다(pagideu,swsin evn lo,gw|)). 여기서 “올무에 걸리게 하다”(pagideu,w)는 말은 신약성경에 딱 한 번 사용된 단어인데, 평상시 쓰는 말이 아니라 ‘사냥 전문 용어’입니다.<Horst Balz and Gerhard Schneider, EDNT,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예레미야 5장 26절이 “내 백성 가운데 악인이 있어서 새 사냥꾼이 매복함 같이 지키며 덫을 놓아 사람을 잡는다” 말한 것처럼, 바리새인은 저들이 알고 있는 율법에 관한 전문 지식을 앞세워 사냥꾼의 덫을 놓고 예수님을 잡을 궁리로 혈안입니다.

그런데 16절에 보면, 바리새인들은 이런 목적을 위해서 자기들의 ‘제자들’을 예수께 보내는데, 의문스럽게도 제자들만 아니라 “헤롯 당원들”(~Hrw|dianoi,, Herodians)과 함께 보냈다고 합니다.(“자기 제자들을 헤롯 당원들과 함께 예수께 보내어 말하되”) “헤롯 당원”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이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습니다만, 이름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것처럼, 이들은 당시 유대 분봉 왕인 “헤롯을 추종하는 사람들”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면 헤롯은 어떤 왕입니까? 그는 로마 황제에게 충성하던 ‘황제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던 왕이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바리새인과 헤롯 당원의 조합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바리새인들은 로마의 지배를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로마에 저항하던 사람들입니다.<마르틴 헹엘 지음, 박정수 옮김, 『유대교와 헬레니즘3』 나남> 그러니 로마의 딸랑이에 불과하던 헤롯 왕조를 인정할 리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리새인의 제자들과 헤롯 당원들이 함께 뜻을 모았다는 것은, 다소 과장해서 말하자면, 일제강점기 시기에 독립군과 일본 앞잡이가 손잡은 것처럼 볼썽사납습니다. 매우 이상하고 불경스럽습니다. 하지만 바리새인들은 이러한 불경스러운 조합을 감수하고서라도 기필코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목적을 가지고 16절에서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선생님이여, 우리가 아노니 당신은 참되시고 진리로 하나님의 도를 가르치시며 아무도 꺼리는 일이 없으시니 이는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아니하심이니이다. 그러면 당신의 생각에는 어떠한지 우리에게 이르소서.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옳지 아니하니이까?”(22:16-17)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기억하시겠지만, 마태복음 21장을 보면, 예수께서 성전에서 가르치실 때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은 예수께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네가 무슨 권위로 이런 일을 하느냐? 또 누가 이 권위를 주었느냐?”(마 21:23-24) 이에 예수께서는 대답 대신에 “요한의 세례가 어디로부터 왔느냐 하늘로부터냐 사람으로부터냐?”(마 21:25)라는 ‘양자택일의 질문’을 거꾸로 던지시면서, 저들의 말문을 막고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신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획기적인 질문이 소문이라도 났던 것일까요? 오늘 본문에서 바리새인의 제자들과 헤롯 당원들은 이러한 예수님의 물음을 복사해서 그대로 적용합니다. 자신들의 물음에 어느 한쪽으로 대답하기만을 학수고대하면서, 덫을 놓은 사냥꾼의 심정으로 예수님을 찾아가 물었던 것입니다.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옳지 아니하니이까?”(17)

저들이 말하는 세금은 “인두세”(poll tax)를 의미합니다. 당시 로마제국의 식민국가들은 모든 성인 남자와 여자, 심지어 노예조차도 머릿수에 따라 ‘한 데나리온’씩 인두세(poll tax)를 바쳐야 했습니다. 로마의 입장으로 보면, 이것은 식민지 백성으로서 마땅히 내야 하는 합법적인 세금입니다. 헤롯 당원이라 하는 자들은 이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다닐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스라엘의 입장으로 보면, 이것은 굴욕적이고 천부당만부당한 약탈에 불과합니다. 바리새인들은 분명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물론, 저들이 이런 물음을 던지면서 예수께로부터 듣고자 했던 대답은 ‘세금을 바치지 말라’는 대답일 것입니다. 자기들이 생각해도 예수라는 인물은 헤롯 왕은 물론이고, 로마 황제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 같은 존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예수께서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만 대답해준다면, 일이 수월해집니다. ‘로마법을 어긴 죄인’, 그것도 ‘황제에게 반역한 죄인’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서 저들은 마음에도 없는 닭살 돋는 말을 청산유수로 쏟아냅니다. “선생님이여, 우리가 아노니 당신은 참되시고 진리로 하나님의 도를 가르치시며, 아무도 꺼리는 일이 없으시니, 이는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아니하심이니이다”라고 말입니다. 저들이 내뱉은 말 중 틀린 말 하나 없지만, 이 말을 저들로부터 듣는 것이 너무나도 역겹기만 합니다.

●시험하는 자 vs 외식하는 자

하지만 저들의 사악한 저의와 흉측한 계획을 예수께서 모를 리 없습니다. 이에 마태복음은 18절에서 “예수께서 그들의 악함을 아신다”는 말로 일침을 가합니다. 이로써 그들의 행위와 말은 “악한 것”이라고 냉정하게 견적을 내십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외식하는 자들아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세금 낼 돈을 내게 보이라”(18-19)고 하십니다.

성경에서 예수님을 시험한 존재는 누구였습니까? “사탄”입니다. 그는 광야에서 금식하시던 예수님을 여기저기로 끌고 다니면서 세 번이나 시험했습니다. 그래서 마태복음은 사탄을 아예 “시험하는 자”(o` peira,zwn, The Tempter 마 4:3)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방금 말씀을 읽고 보니 예수님을 시험하는 존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리새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성경에서 예수님을 시험한 존재는 오직 “사탄과 바리새인”이었습니다. 그만큼 예수님을 시험하는 저들의 행태는 “사악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악한 것”의 실체는 무엇입니까? 마태복음이 사탄을 “시험하는 자”라고 불렀다면,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바리새인을 향해 “외식하는 자”(The Hypocrites, 위선자, 18)라고 부르십니다. 주님이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악한 모습은 “외식 곧 위선”(hypocrite)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주님이 저 위선자들에게 “세금 낼 돈을 내게 보이라”(19a) 말씀하셨고, 저들은 “데나리온 하나”를 가져옵니다(19b).

●티베리우스 동전의 모습: PONTIFEX MAXIMUS

유대인들은 크게 보아 두 가지 세금을 냅니다. 하나는 “성전세”이고, 다른 하나는 로마에 내는 “인두세”입니다. 마태복음 17장을 보면, 예수께서도 성전세를 내신 것 같은데,(마 17:24-27) 성전세를 낼 때는 반드시 “세겔”(Shekel)이라는 화폐를 사용했습니다. 지금 예수님의 손에는 바리새인으로부터 받은 동전 하나가 들려 있는데, 그것은 세겔이 아니라 “데나리온”(Denarius)이라는 동전입니다. 이 동전은 성전세를 낼 때 사용할 수 없고, 로마에 인두세를 바칠 때 사용하던 동전이었습니다. 당시 이 동전은 “티베리우스 동전”(Tiberius Denarius)이라 불리는데, 모양새가 사진과 같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동전의 앞면에는 당시 티베리우스 황제의 형상이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황제의 어머니였던 ‘리비아’라는 여성이 올리브 나무로 된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당시 동전에는 황제의 가족들의 모습도 종종 새겨 넣곤 했습니다.

앞면과 뒷면에 동전의 원을 따라 라틴어가 새겨져 있는데, 앞쪽에는 “티베리우스 황제, 거룩한 어거스투스의 아들”(TI CAESAR DIVI AVG F AVGVSTVS / Tiberius Caesar, Son of the Divine Augustus)이라 새겨져 있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날 당시 천하를 호령하던 어거스투스(아구스도) 황제에 이어서 두 번째 황제가 바로 티베리우스(Tiberius Julius Caesar Augustus, 42BC~37AD) 황제입니다.

동전 뒷면에도 라틴어가 새겨져 있는데, 그 문구가 “PONTIF MAXIM”(폰티프 막심)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PONTIF(EX) MAXIM(US)”(폰티펙스 막시무스)입니다. 그 뜻은 “The Greatest Priest” 곧 “대제사장”이란 뜻입니다. 고대 로마는 “제정일치”(祭政一致, theocracy) 국가였습니다. 종교와 정치가 한 몸이었던 국가였기 때문에, 황제가 제사장 역할까지 도맡았던 것입니다. 당시 기록을 보면, 전쟁에 나가기에 앞서 황제는 제사장처럼 이렇게 기도하곤 했습니다. “제물을 바치니 승리를 주십시오” “승리하게 해주시면 돌아가서 신전을 지어 바치겠습니다.” 제사장인 황제는 저들의 신과 흥정하고 거래를 하던 존재였던 것입니다.<김덕수 지음, 『로마와 그리스도교』 홍성사>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돌려드리라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예수께서 “세금 낼 돈을 내게 보이라” 말씀하셨을 때, 바리새인들은 즉시 데나리온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합니까? 바리새인들은 ‘황제에게 세금 낼 돈’을 휴대하고 다녔던 것 아니겠습니까?<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 김성근·김유진 옮김 『마태복음』 SFC>

16세기에 살았던 이탈리아의 티티안(Tiziano Vecelli or Vecellio, known as Titian, ~1576)이라는 화가가 그린 그림을 하나 보겠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예수께서는 바리새인이 내놓는 동전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습니다. 뭐라고 말씀하시는 표정일까요? 저는 이렇게 읽습니다. “이 동전은 어디서 났느냐?” 마치 오래전 상영된 어느 공포영화 제목처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말씀하시듯이, 예수께서는 동전을 내미는 바리새인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며 냉엄하게 응시하십니다.

자의건 타의건 간에, 지금껏 바리새인들은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고 있었으면서도, 예수님을 시험하려 했던 것입니다. 자기들조차도 지키지 못할 잣대를 예수께 들이대는 것 아닙니까? 이러한 행위를 뭐라고 합니까? “위선”입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동전을 가리키시며 바리새인들에게 물으십니다. “이 형상과 이 글이 누구의 것이냐?”(20) 저들에게 던지신 질문은 동전 안에 새겨진 내용이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들 내면에 숨겨 있는, 아니 깊이 새겨진 위선의 실체를 들춰내시는 주님의 단호한 물음이었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물음에 바리새인들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이 순순히 대답합니다 “가이사(황제)의 것이니이다.”(21a) 동전 안에 새겨진 “티베리우스 황제”의 형상 그리고 “대제사장 티베리우스 황제”라는 선명한 글귀가 그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바리새인들의 대답은 이미 저들 안에 무엇이 깊이 각인되어 있는지를 이실직고하는 순간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예수께서 대답하십니다.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21b) 성경 원문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새한글성경] 버전으로 다함께 읽겠습니다. “그러면, 카이사르(황제)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리시오”(21b)

그림 하나를 더 보겠습니다. 이 그림은 앞서 보여드린 그림과 동일한 작가의 작품입니다. 먼저 본 그림은 화가 티티안이 청년이었던 1516년에 그린 작품이고, 지금 보시는 그림은 그로부터 42년 뒤에, 노인이 된 화가가 1568년에 그린 작품입니다. 방금 나눈 말씀처럼,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리라!” 말씀하시는 모습을 화폭에 담은 것인데, 화가는 예수님의 손가락이 ‘위를 향하게’ 그렸습니다.

[새한글성경]을 읽어드린 것처럼, 성경 원문을 보면, 이 구절은 그저 “바치라”(give)는 단어가 아니라, “돌려주라”(avpodi,dwmi, give back to)는 단어로 되어 있습니다. 즉 예수께서는 “네가 받았다 생각하는 자에게 돌려주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너의 생명과 너의 영혼이, 이 동전에 적혀 있듯이, 대제사장이라 하는 티베리우스 황제로부터 오는 것이라 믿는다면, 그리하여 너의 삶이 황제에게 귀속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땅의 시민으로서 황제에게 동전을 돌려주고, 그게 아니라 너의 존재가 위에 계신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라 믿는다면, 그리하여 너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라 하늘에 속한 자라고 믿는다면, 너는 하늘의 시민으로서 위에 계신 하나님께 이 동전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이었던 것입니다.

●대제사장이신 예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이 형상과 이 글이 누구의 것이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로마 황제의 형상과 더불어 그를 “대제사장”이로 추켜세우며 찬양하는 “PONTIF(EX) MAXIM(US)”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무자비하게 침략하고 살육을 일삼는 제국의 황제가 어찌 대제사장이 될 수 있습니까? 그런 자가 어찌 하늘과 땅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제가 묻는 말에 마음으로부터 동의하시면, 큰 목소리로 ‘아멘’으로 화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에게는 대제사장이 있습니까?” “그분은 누구십니까?”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히브리서 4장 14절은 “우리에게 큰 대제사장이 계시니 승천하신 이 곧 하나님의 아들 예수시라. 우리가 믿는 도리를 굳게 잡을지어다”고 말합니다. 이어지는 15절에서는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히 4:15)라고 말합니다.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서 하늘로부터 땅으로 내려오셨고, 사람과 똑같이 시험과 고난을 받으셨으며, 끝내 십자가에서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늘로부터 땅으로 이어지는 든든한 다리를 놓아주신, 그리하여 다시 하늘로 오르신 우리의 PONTIFEX MAXIMUS, 곧 “가장 위대하신 대제사장”이신 줄로 믿습니다. 아멘.

●그대 안의 형상과 글은 누구의 것입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저는 오늘 설교 제목을 예수님의 말씀을 인용해서 “그대 안의 형상과 글은 누구의 것입니까?”라고 정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당신의 형상으로 빚으셨습니다. 우리 안에 새겨진 형상은 세상 그 어떤 것도 아닌, 창조주 하나님의 형상입니다. 다만 그 형상이 어리석고 우둔한 우리의 죄로 인해서 뭉개지고, 망가지고, 빛이 바래고, 작동 불능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고요한 중에 기다리니, 진흙과 같은 날 빚으사 주님의 형상 만드소서.”라고 말입니다.

또한, 우리는 날마다 물어야 합니다. “내 안에, 내 영혼에 새겨진 글귀, 나의 주인이요, 나의 대제사장은 누구인가?”라고 말입니다. 이 물음 앞에 정직하게 응답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대제사장 되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나와 무릎 꿇어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본문 22절은 “그들이 이 말씀을 듣고 놀랍게 여겨 예수를 떠나가니라”는 말로 끝마치고 있습니다. 성경 원문으로 보면, 오늘 말씀 맨 뒤에 쓸쓸한 단어가 하나 더 붙어있습니다. 정확히 번역하면 “이 말씀을 듣고 놀랍게 여겨 바리새인들은 예수를 떠나 자기 갈 길을 갔다”(auvto.n avph/lqan), they went their way)고 말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그토록 “놀랍게 여겼으면”, 그 발 앞에 무릎을 꿇었어야 했을진대, 저들은 대제사장이신 예수님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결국, “자기 길을 찾아 떠났다”고 성경은 허탄한 마음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므로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주님 발 앞에 엎드리나이다.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온전히 나를 주장하옵소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 안에 깊이 새겨진 주님의 형상을 회복하고, 우리의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발 앞에 엎드려 순종함으로, 자기 갈 길로 다니는 삶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내리시는 복되신 은혜의 길로만 다니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