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열쇠 사용법을 알려드립니다”

(마 18:15-20)

<2023년 9월 10일 성령강림 후 제15주, 교회연합주일 설교 / 녹색>

●‘피로사회’가 된 대한민국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사회에 대해서 이미 오래전부터 경제학자들이나 사회학자들, 그리고 철학자들은 여러 심각한 표현으로 묘사하곤 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 하나가 “피로사회”라는 표현입니다. ‘우리나라만큼 자양강장제 박카스가 잘 팔리는 나라가 또 있을까?’ 생각해보면, 분명 우리 사회는 피곤하고 곤비한 “피로사회”인 것 같습니다. 이 말은 독일의 베를린예술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한병철이라는 한국인 교수가 이미 10년 전에 출간한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말하기를,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질병이 있다. 21세기의 시작은 병리학적으로 볼 때, 박테리아적이지도, 바이러스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신경증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피로사회』 문학과지성사>고 합니다.

우리가 지난 3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힘들게 지나온 것처럼,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이 분명하지만, 저자는 그에 못지않게, 아니 어떤 면으로는 그 이상으로 “신경증적인 문제들” 즉 “정신적인 문제들”이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최악의 요인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표현 외에도 우리 사회를 우울하게 진단하는 말들은 널려 있습니다. [양극화 사회] [갈등사회] [혐오 사회] [불안 증폭 사회], 그리고 이미 오래된 표현이긴 합니다만 이런 것도 있습니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헝그리 사회에서, 앵그리 사회로] 문득 떠오르는 것들만 나열해도 이만큼이나 적었는데, 검색해서 찾아본다면 훨씬 더 많고 심각한 표현들이 즐비할 것입니다.

●편리하지만 평안이 없는 사회

이런 표현을 들을 때면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하나씩 생각하고 따져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우리 사회는 분명 양극화된 불평등한 사회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갈등이 첨예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2021년, <서울연구원>에서 서울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의 87.6%가, 즉 열 명 중 아홉 명은 “현재 우리 사회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고 대답했습니다.<서울연구원, 연구보고서 “서울시 사회갈등 이슈 진단과 정책 시사점” si.re.kr> 이러한 갈등의 원인 중 첫 번째는 “빈곤층과 중산층의 갈등”(90%), 두 번째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88.6%), 세 번째는 “근로자와 고용주의 갈등”(84.4%), 그리고 네 번째는 “노인층과 젊은층의 갈등”(68.7%) 등의 순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서울연구원, 서울인포그래픽스, 327 “서울 시민이 느끼는 우리 사회의 갈등1”, si.re.kr> 사실 이 정도면, 우리 사회는 ‘갈등이 아닌 게 없다’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할 바 없이 훨씬 윤택해져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을 만큼 “기적을 이룬 나라”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기쁨을 상실한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배를 곯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과거 불행했던 “헝그리 사회”(Hungry Society)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국민 대다수는 작은 일에도 불안하고 분노하고 서로를 혐오하는 “앵그리 사회”(Angry Society)가 되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한국 사회를 이렇게 다른 표현으로 말해봅니다. 우리 사회는 “편안하지만 불안한 사회(Easy but Nervous)가 아닌가?” 우리 사회는 “편리하지만, 평안이 사라진 사회(Convenient Society without Peace)가 아닌가?”라고 말입니다.

●마태복음 18장 17절의 해석

이처럼 혼탁하고 불안한 사회를 향해 교회가 보여줄 수 있는 희망은 무엇일까요? 기쁨을 잃어버리고, 분노와 증오로 점철된 세상을 치유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 교회가 세상을 향해 선포할 기독교적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이런 물음을 생각하면서 오늘 본문을 읽을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오늘 본문은 초대교회로부터 지금까지, 2천 년 교회 역사 속에서 교회 안에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을 정죄하고 파면시키고 출교할 근거로 사용된 무시무시한 성경 본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본문은 그동안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보여주신 자비와 사랑과 용서의 가치와는 달리, 차갑고 냉정한 말씀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사실 교회 역사를 조금만 살펴보면, 때때로 교회 안에 심각한 물의를 일으키고, 교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교회를 위협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교회는 끊임없이 이런 자들로 인해 위협을 받아왔고, 심지어 교회 안에서 끔찍한 범법행위가 버젓이 일어났던 추악한 역사도 많습니다. 그럴 때 교회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그런 사람들을 교단이 허용하는 법에 따라서 마땅히 심사하고 부득이한 경우 처벌하는 것이 온당합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마태복음 18장 17절 “만일 그들의 말도 듣지 않거든 교회에 말하고 교회의 말도 듣지 않거든 이방인과 세리와 같이 여기라”는 말씀이 교회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성경 본문으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어느 신학자가 지적한 것처럼 그동안 기독교 역사 속에서 이 본문 말씀은 마치 “누군가를 포기하고, 정죄할 수 있는 자격증처럼 여겨진 것”(a license to abandon the person)이 사실입니다.<Glenn G. Waddell, “The Meaning of Matthew 18:17b in its Historical and Literary Context and its Application in the Church Today”, Charlotte, North Carolina> “교회의 말을 듣지 않거든 이방인과 세리와 같이 여기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과도하게 임의로 적용한 나머지 적잖은 실수와 오류를 범했고, 더 나아가 더 큰 죄를 짓는 역사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 본문이 그래서 그만큼 어렵고 중요한 본문입니다.

●마태복음 18장: “작은 자를 향한 주님의 애틋한 마음”

여러분들은 오늘 본문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예수께서 마태복음 18장에서 초지일관 “작은 자”에 대해 강조하며 말씀하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태복음 18장 4절에서 주님은 어린아이를 부르셔서 제자들 가운데 세우시고는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마 18:4)라고 말씀하셨고, 이후 6절에서는 “작은 자 중 하나를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이 그 목에 달려서 깊은 바다에 빠뜨려지는 것이 낫다” 하시면서, 천국에서 가장 큰 자는 자기를 낮추는 작은 자요, 작은 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상처 입히는 것은 그를 물에 빠뜨려 죽이는 것보다 위중한 일이라고 하십니다.

이어지는 12절을 보면 예수께서는 저 유명한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는 목자”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선한 목자는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내버려 두고서라도 길 잃은 작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설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씀이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직전 구절인 14절에서 예수께서는 “이와 같이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라도 잃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니라.”고 못 박아 말씀하면서, 세상의 ‘작은 자’를 돌보시는 주님의 애틋한 마음을 제자들에게 여과 없이 나타내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마태복음 18장의 주제는 “작은 자를 향한 주님의 애틋한 마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이러한 마태복음 18장의 따뜻한 주제 속에 흐릅니다. 15절에서 주님은 말씀하시기를 “네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가서 너와 그 사람과만 상대하여 권고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마태복음 18장의 흐름과 분위기에 따르면 여기서 “죄를 범한 형제”는 큰 사람일까요, 작은 사람일까요? 분명 그는 “작은 자”이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한 마리 양”과 같은 사람입니다. 누가 뭐래도 주님은 그를 반드시 구하려 하실 것입니다. 더군다나 본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예수께서 그를 ‘죄를 범한 사람(a;nqrwpoj)’이라 하지 않으시고, “죄를 범한 형제(avdelfo,j)”라 부르신 것도 그를 향한 주님의 애틋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죄를 범한 자를 대하는 세 가지 단계

오늘 본문을 보면 예수께서는 죄를 범한 형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친절하게도 세 가지 단계로 설명해주시고, 그렇게 해야 하는 목적을 분명히 밝혀주십니다. 죄를 범한 형제를 대하는 첫 번째 단계는 15절에서 주님이 “네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가서 너와 그 사람과만 상대하여 권고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누군가 죄를 범했다 해도 그의 흠과 죄를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떠들지 말고, 그전에 먼저 그에게 ‘가서’, 곧 ‘적극적으로’ 그와 일대일로 만나 해결할 수 있도록 해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님이 알려주신 첫 번째 단계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예수께서 16절에서 “만일 듣지 않거든 한두 사람을 데리고 가서 두세 증인의 입으로 말마다 확증하게 하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만일 혼자의 힘과 노력으로 그를 돌이키지 못한다면, 신실한 한두 사람의 증인과 함께 해결을 도모하되, 이 경우에도 그에게 “가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단계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17절에 나와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만일 그들의 말도 듣지 않거든 교회에 말하고 교회의 말도 듣지 않거든 이방인과 세리와 같이 여기라”고 말씀하시면서, 혼자서도 해결할 수 없고, 한두 사람과 함께 가도 해결할 수 없다면, 할 수 없이 그는 이 문제를 교회 공동체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가르쳐주십니다. 이것이 세 번째 단계입니다.

사실 이미 유대 사회는 어떤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면 그를 어떻게 대하고 처리해야 하는지는 정교화된 절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유대 사회에서는 레위기(19장)와 신명기(19장)가 말하는 대로, 마치 수학 공식처럼 짜여진 과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밟아서 죄를 범한 사람을 ‘처벌’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이 일반적인 과정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혼자 ‘가서’ 해결하려 하거나, 두세 사람이 ‘가서’ 함께 조심스럽게 권면하는 일은 없습니다. 저들은 그저 죄를 범한 사람에게 ‘오라!’고 소환합니다. 오지 않으면 잡아다가 법정으로 끌고 옵니다.

성경에서 누가 이런 무시무시한 일을 당했습니까? 예수님이 당하셨습니다. 마태복음 26장이 “대제사장들과 온 공회가 예수를 죽이려고 그를 칠 거짓 증거를 찾았다”(마 26:59)고 말하는 것처럼, 유대 사회는 범죄자라고 생각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처벌’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죄를 범한 자를 처벌하고 축출하는 강력한 사법기관”만 두면 되었던 것입니다.<김판임 지음, 『쿰란공동체와 초기그리스도교』 비블리카아카데미아>

●처벌하려 함 vs 얻고자 함

이런 유대 사회와 비교해 볼 때, 오늘 본문에서 주님이 죄를 범한 사람을 위해 세 가지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주님의 목적도 ‘처벌’이었을까요? 이런 과정을 거쳐 반드시 그의 범죄를 사람들 앞에서 낱낱이 밝혀내어서 그를 “이방인과 세리처럼 여기는 것”이 주님의 목적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한 일이 부득불 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오늘 본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예수께서는 ‘처벌’이 아니라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죄를 범한 사람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그를 다시 ‘얻는 것’이 주님의 목적이었습니다.

본문 15절 마지막 구절을 보면, 예수께서는 “네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가서 너와 그 사람과만 상대하여 권고하라 만일 들으면 네가 네 형제를 얻은 것이요”라 말씀하셨습니다. 이 과정,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과정은 궁극적으로 “그를 듣게 하여 얻는 것”이 목적입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 얻지 못했으니 다음 단계, 그리고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얻을 때까지 말입니다. 그런데 헬라어 사전을 찾아보니 여기서 “얻다”(kerdai,nw)는 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헬라어 사전은 이 단어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얻다”(win for the kingdom of God)라는 뜻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Horst Balz and Gerhard Schneider, EDNT vol-2, William B. Eerdmans>

그러므로 예수께서 “네 형제를 얻는다”고 하신 말씀은 ‘얻을 수 있으면 얻고, 말면 말고’ 하는 그런 성의 없는 모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거래나 협상을 통해 사사로운 이익을 얻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이 말씀은 잃은 양 한 마리를 ‘얻기 위해’ 아흔아홉 마리를 내버리는 어리석은 목자의 마음을 뜻합니다. 허랑방탕한 둘째 아들을 ‘얻기 위해’ 바보처럼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과 같습니다. 곧 우리와 같은 죄인을 ‘얻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내어주신 하나님 아버지의 긍휼과 자비와 사랑의 마음이 곧 그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후스토 곤잘레스(Justo L. González, 1937~)라는 미국의 저명한 원로 교회 역사 학자가 다음과 같이 남겨준 말을 되새기게 됩니다. “교회는 교회가 얼마나 정결한지를 세상에 보여 주려고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불결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세상에 보여주려고 존재한다. 교회가 세상 사람들보다 정결한 척하고, 그런 기반에서 ‘죄인들’을 배척하면,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풍성한지 보여 줄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후스토 곤잘레스 지음, 오현미 옮김, 『교회 공동체의 믿음』 이레서원>

일평생 교회의 역사를 연구한 학자가 주는 교회에 관한 권면이었습니다. 이처럼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 하신 말씀은 죄를 범한 사람을 처벌하거나, 추방을 목적으로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주님이 원하는 사회는 ‘처벌의 사회’가 아니라 ‘회복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죄를 범한 형제를 다시 얻어야 하지 않겠냐는 애틋한 주님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천하보다 소중하게 여기시는 ‘영혼의 구원’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천국 열쇠 사용법

이런 마음을 품고 18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이 말씀을 기억하십니까? 이 말씀을 언제, 어디서 들었습니까? 마태복음 16장을 보면, 빌립보 가이사랴에서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고백하는 베드로에게 예수께서는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 16:19)하시며 오늘 본문과 똑같은 말씀으로 응답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서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천국 열쇠를 주시면서 이것은 ‘땅에서 매는 일’과 ‘땅에서 푸는 일’을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천국 열쇠는 두 개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예수께서는 땅에서 매는 일과 땅에서 푸는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 않다가, 오늘 본문에서 그 일을 다시 언급하시며 비로소 천국 열쇠 사용법을 알려주십니다. 만약 예수께서 여러분에게 천국 열쇠를 주셨는데, 하나는 ‘매는 열쇠’라서 여러분이 그것을 매고 닫는데 사용하면 천국 문도 굳게 닫혀버리게 되고, 다른 하나는 ‘푸는 열쇠’라서 여러분이 그것을 열고 푸는데 사용하면, 천국 문도 활짝 열리게 될 것이라면, 여러분은 그 천국 열쇠들을 어떻게 사용해야하겠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까지 유대 사회는 죄를 범한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서 오직 ‘매는 열쇠’로만 천국 열쇠를 사용한 것이라면,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우리 각자와 교회에게 ‘처벌’이 아니라 ‘회복’을 위해 ‘푸는 열쇠’로서 천국 열쇠를 사용하라 말씀하신 것 아니겠습니까? 만일 죄를 범한 형제가 있다면, 그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천국 열쇠 사용법 아니겠습니까? 비록 두 개를 주셨지만, 매고 닫는 열쇠는 결코 사용하지 않는 그런 믿음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본문 19-20절에서 주님이 “너희 중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들을 위하여 이루게 하시리라.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고 하신 말씀은 도전도 되고, 큰 격려와 위로가 됩니다. 누가복음 15장에서 예수께서는 이와 비슷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와 같이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 아홉을 인하여 기뻐하는 것보다 더하리라”(눅 15:7)고 말입니다.

죄인 하나가 회개하는 일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만일 우리 중 두세 사람이 미움과 증오의 마음을 거두고, 포기할 수 없는 긍휼함과 사랑의 마음으로 합심하여 기도할 수 있다면, 주님은 반드시 응답해 주신다고 약속해 주신 것입니다. 여러분이 미워하고 증오하고, 그와는 결단코 말을 섞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합심하여’ 기도할 수 있다면, 어찌 하나님이 그 기도를 듣지 않겠냐고 주님은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기도야말로 천국 열쇠 사용법 아니겠습니까?

●그들은 모두 주가 필요해(People Need the Lord)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설교 초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사회는 갈등이 점점 첨예화되고 있는 ‘피로 사회’입니다. 정서적으로 너무나도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적을 이루었으나 기쁨을 잃어버린 사회’입니다. 일상에 숨어 있는 기쁨을 감지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현대인들은 바쁘게만 살아가고 있고, 끝없이 기적같은 인생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빈곤과 가난에 허덕이던 ‘헝그리 사회’에서 벗어났지만, ‘앵그리 사회’라는 더 무서운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그 폐해는 사건과 사고로 끝없이 뉴스에서 보도되면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분명 우리는 편리하고 편안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평안이 없어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설교를 마치고 우리는 <매일 스치는 사람들>이라는 찬양을 함께 부르고자 하는데, 이 노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노래합니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괴로운 마음과 두려움 속에서 남몰래 눈물 흘리고 있는지를 말합니다. 마음이 깨지고 상해버린 이 시대의 사람들을 치유하실 분은 오직 예수님이라고 노래합니다. 사람들은 주님이 필요하며, 우리는 주님을 세상 사람들이 알게 해야 할 빛의 자녀인 것을 다짐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세상 사람들에게 주님을 전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노래합니다. “주의 사랑으로만 사랑할 수 있네. 우리가 나눌 때에 그들 알겠네” 이는 마치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5) 하신 주님의 말씀과도 같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영국의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1909-1998) 목사님은 교회의 미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교회를 규정하는 가장 규범적인 용어는 사랑이어야 합니다. 다른 모든 것이 해체된 다음에도 영원히 남는 것은 사랑뿐이기 때문입니다.”<레슬리 뉴비긴 지음, 홍병룡 옮김, 『교회란 무엇인가?』 IVP>라고 말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사랑’ 그것이 오늘 예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천국 열쇠 사용법’인 줄로 믿습니다. 마음을 함께 모으지 못할 사람들이 마음을 모으고, 함께 손을 잡고 합심하여 기도하는 일, 그리하여 하늘 문을 여는 일, 그것이 천국 열쇠 사용법인 줄로 믿습니다. 매여있는 세상을 열고 풀어낼 힘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의 사랑에만 매이고, 그 능력을 의지하면서, 닫혀 있고 묶여 있는 세상을 열고 풀어나가는 믿음의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