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부활을 믿느냐?”

(요 20:19-9, 벧전 1:8-9)

<2023년 4월 16일 부활절 제2주, 장애인주일 설교 / 흰색>

●“네가 부활을 믿느냐?”

오늘 우리는 두 개의 성경 말씀을 읽었습니다. 하나는 부활하신 주님이 제자들에게 처음 나타나신 사건을 말해주는 요한복음 20장이고, 다른 하나는 훗날 노년에 이른 베드로가 소아시아에서 “흩어진 나그네”로 살고 있던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보낸 베드로전서입니다. 첫 번째 본문인 요한복음은 부활하신 주님을 처음 만나 어리둥절하고 어리바리한 제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면, 두 번째 본문인 베드로전서는 부활하신 주님과 평생 동행하며 살았던 신앙의 백전노장 베드로가 마치 생생한 육성처럼 우리에게 권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신앙생활이란, 오늘 본문 요한복음으로부터 베드로전서를 향한 여행길이란 생각도 듭니다.

오늘 부활절 제2주를 맞아 이러한 본문을 통해서 저는 “네가 부활을 믿느냐?”는 제목으로 여러분과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얼핏 들으면 이러한 물음에 대답하기 쉬울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매우 신중하게 대답해야 할 물음이기도 합니다. 오늘 예배하는 여러분들 중에 “나는 부활을 믿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실 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다만 기독교의 핵심이 부활 신앙이라면, ‘나는 과연, 정말로, 진짜로, 참되게 부활을 믿는 사람인가?’하고 다시 한번 스스로 묻고 대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만약 세상 사람들이 우리에게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부활을 믿는 것을 내게 보여주십시오.”라고 요청한다면,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만약 주님이 우리에게 나타나셔서 “네가 참으로 부활을 믿느냐?”라고 물으신다면, 우리는 주님께 어떤 대답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그 해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 주님이 우리에게 “네가 부활을 믿느냐?”라고 물으실 때, 우리 모두 “아멘, 제가 주님의 부활을 믿습니다.”라고 겸손히 응답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다시 나타나신 부활의 예수 그리고 도마

본문을 보면, 안식 후 첫날 저녁때 제자들은 유대인들을 두려워한 나머지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있었는데, 갑자기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셨습니다(요 20:19). 그리고 그들 가운데 서서 평강을 빌어주시고는 이어서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셨고, 그제야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보고 “기뻐했다”고 본문은 말합니다(요 20:20).

오늘 우리는 그 다음에 나오는 인물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곧 본문 24절에서 “열두 제자 중의 하나로서 디두모라 불리는 도마”라는 인물입니다. 본문은 설명하기를, 처음에 예수께서 나타나셨을 때 도마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도마가 그 집을 방문하자 부활하신 예수님을 먼저 만났던 다른 제자들이 호들갑 떨면서 도마에게 말합니다. “우리가 주를 보았노라”(We have seen the Lord, 20:25)고 말입니다. 이에 도마의 반응이 어땠습니까? 그는 제자들이 주님을 보았다는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의심했습니다. 곧 그는 말하기를,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20:25)고 말합니다. 이 모습 때문에 도마에게 별명 하나가 따라붙습니다. 곧 “의심하는 도마”(Doubting Thomas)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도마는 주님을 의심한 게 아닙니다. 주님이 부활한 것을 믿고 말고는 둘째 문제고, 정작 도마가 의심한 것은 ‘제자들’이었고, 특별히 ‘제자들이 하는 말’을 의심했습니다. 도마는 자기를 포함해서 그 집에 있던 제자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들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따라 다닐 때는 “네가 크냐 내가 크냐!” 하면서 늘 자기 욕심만 차리려고 혈안이었다가,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실 때는 뿔뿔이 흩어져 도망친 양치기 소년들이, 지금 자기 눈앞에서 뻔뻔스럽게도 “우리가 주님을 보았다” 말하고 있으니, 도마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말처럼 허탄한 말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소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겁니다. 도마는 제자들이 하는 말에 더 이상 기대를 갖지 않습니다. 베드로를 위시해서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제자인 척은 혼자 다 하다가 결국 예수님을 배신한 사람들이 그들 아니었습니까?

이런 점에서, 오늘날 기독교의 문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곧 ‘기독교인들의 말을 과연 세상 사람들이 듣겠는가?’ 우리가 나가서 ‘예수 부활하셨다’라고 외치면 세상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하겠습니까. 기독교인들의 말의 무게에 세상 사람들은 값을 얼마나 쳐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치 도마처럼 우리를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말의 무게’는 ‘삶의 무게’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그가 믿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주님이 다시 나타나십니다. 이어지는 도마와의 대화를 보면, 주님은 오롯이 도마만을 위해서 다시 나타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본문이 말하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은 이전 같지 않아 보입니다. 분명 문이 잠겼는데 주님은 집 안팎을 자유자재로 드나드시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주님이 유령처럼 흐물대거나 흐릿한 형체로 나타나신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분명 몸을 입으셨습니다. 손에 난 못 자국도 선명했고, 창에 찔린 옆구리의 상처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그 부활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제자들도 몰랐으니, 보지 못한 우리인들 알 방법이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예수께서는 부활의 몸을 입고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 그뿐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전에 제자들에게 하셨던 것처럼 똑같이 평강을 빌어주시고, 도마에게 말씀하시기를,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20:27)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하시는 주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지십니까? 주님은 믿지 못하는 도마가 안쓰러우셨던 것입니다. 주님이 도마를 안쓰러워하신 것은 단순히 부활이라는 ‘기적’을 믿지 못해서 안쓰러운 게 아닙니다. 죽은 자가 살아났다는 것을 믿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습니까? 다만 주님은 도마가 ‘부활의 생명과 소망과 능력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안쓰러우셨던 것입니다. 여러분, 만약 주님이 지금 이곳에 찾아와 여러분을 보시면, 주님은 여러분을 어떤 눈으로 보실까요? 부활의 능력으로 살고 있다 하시며 기특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주실까요? 아니면 우리도 안쓰럽게 보실까요?

사실 성경이 우리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는 것은 오늘 본문 31절이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말하는 것처럼,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죽음을 넘어서는 생명과 소망으로 살게 하려는 것입니다. 단순히 기적 하나 믿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주님은 도마에게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고 간곡히 권면하셨던 것입니다.

●부활 사건의 최초 증인

하지만 여러분, 다시 말씀드리지만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 믿을 수 ‘있는’ 이유보다는 믿지 ‘못할’ 이유가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특별히 예수님의 부활 이야기는 복음서마다 조금씩 서로 다릅니다. 지금 여러분들에게 일일이 설명해 드릴 필요 없이, 복음서 중 아무거나 두 개만 골라서, 거기 나오는 부활 이야기를 서로 비교해 보시면, 세부적인 증언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성경 회의론자들은 “만약 예수의 부활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이처럼 다르게 기술될 수 있느냐?” 하며 캐물었던 것입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성경은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심지어 “성경은 조작이다.”라고 말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만약 성경이 사람들에게 예수의 부활을 억지로 믿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누군가 일부러 조작한 책이라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성경은 너무나도 ‘빈약하고 허술한 조작’입니다. 마음먹고 조작할 거라면,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저에게 조작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쪽같이 속여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예수 부활 사건의 최초 증인은 누구였던가요? 예수님의 부활을 가장 먼저 목격한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성경마다 조금씩 달라서 여러분들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주 부활절 새벽에 나누었던 요한복음 20장을 보면, “막달라 마리아” 혼자 무덤에서 울고 있었습니다.(요 20:11) 그런데 지난주 부활절 낮 예배에 나누었던 마태복음 28장은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마 28:1)가 있었다고 전합니다. 여러분은 참 마음이 좋으셔서 아무도 제게 의문을 달지 않으셨지만, 이것만 봐도 증언이 다소 엇갈립니다. 그래서 묻는 것입니다. ‘왜 내용이 다르냐?’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누가복음을 보면 더 심각해집니다. 누가복음은 거기에 “요안나”도 함께 있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눅 24:10). 최소한 세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혼선이 생깁니다.

사실 예수님의 빈 무덤에 나타난 천사들의 모습도 복음서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성경은 모순투성이고, 조작된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입니다.

●고대 사회 여성 증언의 신빙성

하지만 예수 부활 사건에 있어서 정작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곧 성경이 그 최초 증언자가 ‘여성’인 것을 숨김없이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성경이 억지로 예수의 부활을 믿게 하려고 조작된 것이라면, 이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고대 유대 사회에서 여성의 증언은 증언으로써 효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세 명이든, 아니 백 명이 떼거지로 와서 한목소리로 “내가 부활하신 예수를 만났다” “내가 예수 부활을 경험했다” 아무리 주장한다 해도, 당시 유대 사회에서 여성이 전하는 이야기는 효력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21세기인 오늘날조차 랍비 법정에서는 아주 특정한 경우에만, 곧 “여성 자신에 관한 사소한 문제이거나 아니면 가정 내의 문제”(regarding women’s and domestic issues)에 한해서만 여성의 진술을 받아들일 뿐입니다.<Kopyto, Deena, “Women’s Testimony and Talmudic Reasoning”, Kedma: Penn’s Journal on Jewish Thought, Jewish Culture, and Israel. Vol.2. No.2 Fall 2018>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여자가 하는 말은 사사로이 하는 말을 제외하고는 믿지도 않을뿐더러 듣지도 않는 시대였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났다”는 이 막중한 이야기를 여자들이 전하는 것을 가감없이 기술하는 것은 사람들의 코웃음을 사기에 딱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스로 성경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딱 좋은 것입니다.

만약 성경이 예수님의 부활을 ‘거짓으로, 고의로, 맘먹고’ 조작하려 했었다만, 최소한 예수 부활의 증인을 ‘남성’으로 설정했어야 합니다. 거기서부터 출발했어야 합니다. 거짓말을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지요. 어차피 조작하는 거라면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걸 안 합니까? ①그런데도 하고많은 남자 제자들을 놔두고, 여성이 예수 부활의 최초 증인이다? ②그러한 여자들이 “내가 부활하신 예수를 만났다”(I have seen the Lord!, 요 20:18)라고 떠들어대는 말에 부화뇌동해서 남자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를 덩달아 믿게 되었다? ③그것이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예수의 부활을 전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④그런 제자들의 말을 듣고 많은 유대인들과 심지어 이방인들도 예수의 부활을 믿게 되었다? ⑤게다가 그들조차 목숨을 걸고 예수 부활을 전하는 순교자가 되었다? ⑥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지난 2천 년 동안 끊이지 않았고, 서강교회라는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예수 부활을 축하하고 있다?

무슨 시나리오가 이렇게 부실하고 허술하단 말입니까? 삼류 시나리오도 이렇게는 안 쓸 겁니다. 만약 예수님의 부활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처럼 허술한 시나리오는 그저 고대 선술집 안줏거리로 씹히고 끝났어야 합니다. 만약 예수님의 부활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런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는 흥행은커녕 일찌감치 간판을 내리고 퇴출 됐어야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처럼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시나리오를 버젓이 싣고 있습니다. ①어느 학자가 “네 개의 복음서는 서로 다른 설명을 하고 있지만, 아주 꼼꼼하게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말한 것처럼,<Quiggle, James, Four voices, One Testimony, Amazon kindle version> 네 개의 복음서는 서로 다른 각도에서 ‘예수 부활은 사실’이며, ‘그 부활의 첫 증인은 여성’이었다고 사중창으로 노래합니다. ②여자가 전한 예수의 부활을 사람들이 믿었고, 이로써 예수 부활에 소망을 두었습니다. ③더 나아가서 사람들은 예수 부활을 전하고자 목숨도 아끼지 않고, 예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용서의 복음, 즉 구원의 복음을 세상에 전했던 것입니다. ④그것이 2천 년을 흐르고 있으니, 이보다 더 확실한 예수 부활의 증거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곧 예수 부활의 가장 핵심적인 증거는 아이러니하게도 성경이 아니었습니다. ‘예수 부활을 믿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를 만난 사람들은 삶이 변화되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소외된 약자를 언제나 도와주었고, 그들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예수의 부활이 주는 사랑과 용서의 능력으로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것입니다. 예수 부활을 증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성경에 있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히려 성경은 믿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삶입니다. 여러분의 사랑입니다. 곧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사랑과 용서의 삶으로 변화된 사람과 공동체만이 예수 부활을 증언할 수 있는 것입니다.

●네가 부활을 믿느냐-2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제 몇 가지만 확인하고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첫째로 오늘 본문에서 주님은 도마에게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간곡히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이어지는 29절을 보면, 주님은 도마에게 한 말씀을 더 보태시기를,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고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하실 때, 베드로가 주님을 유심이 지켜봤던 것일까요? 베드로전서 1장을 보면, 베드로는 네로 황제의 박해 속에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위로하며,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즉 그는 말하기를 “예수를 너희가 보지 못하였으나 사랑하는도다. 이제도 보지 못하나 믿고,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움으로 기뻐하니 믿음의 결국 곧 영혼의 구원을 받음이라.” 합니다. 지금 소아시아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과 함께 갈릴리 해변을 거닐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단 한 번도 육신으로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과 저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박해 속에서 예수님을 사랑하고 있으니 베드로가 보기에 이 얼마나 놀랍고도 위대한 일입니까?

만약 베드로가 오늘 예배하는 우리를 만난다면 그는 우리에게도 이 말을 해줄 것입니다. “너희가 보지 못하였으나 사랑하는도다”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위로의 말씀을 우리를 향한 말씀으로 듣고 받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둘째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늘 본문에서 도마는 의심했지만, 그가 의심한 것은 일차적으로 예수님의 부활이 아니라 제자들이었습니다. 제자들이 “우리가 주님을 보았다”고 말했지만, 도마는 그들의 말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삶이 고백을 뒷받침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만약 우리가 주님의 부활을 입술로만 고백하고 선포한다면, 우리의 삶이 우리의 고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주님의 부활은 효력을 잃고 말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은 우리의 삶으로 전해질 것인데, 우리의 고백과 선포는 오직 우리 삶으로부터 생명력을 얻기 때문입니다.

예수 부활을 경험한 초대교회 성도들은 삶과 고백이 일치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것이 초대교회가 폭발적으로 부흥한 원동력이었습니다. 주 후 130년 경에 살았던 아리스티데스라는 당대 지식인은 로마의 하드리안 황제에게 다음과 같이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 편지에는 당시 초대교회 성도들의 부활 신앙이 어떤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들은 어디를 가나 겸손과 친절을 다합니다. 과부들을 멸시하지 않으며, 고아들을 학대하는 자들로부터 고아들을 해방시킵니다.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에게 아쉬움 없이 내어 주고, 뜨내기가 눈에 띄면 자기네 집으로 맞아들이며 마치 친형제처럼 반깁니다. 그들 가운데 어느 가난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닿는 대로 장례를 주선합니다. 또 그들 중에 누군가가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감옥에 갇혔다가 궁지에 빠져 있다면, 모두들 그에게 필요한 것을 돌보아 주고 될 수 있다면 그를 풀려나게 합니다. 또 그들 속에 가난한 사람이나 궁핍한 사람이 끼여 있다면, 이틀이나 사흘이나 단식을 해서라도 궁핍한 사람의 필요한 양식을 마련해 줍니다. 그들의 주이신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명하신 대로 그들은 그리스도의 계명들을 양심적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들 중 한 의인이 세상을 떠나면, 그들은 기뻐하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마치 그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듯 그의 시신을 장송합니다. …… 오, 황제여!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법칙입니다.”<게르하르트 로핑크 지음, 정한교 옮김, 『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 분도출판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부활의 능력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런 삶이 예수의 부활을 증언한 것입니다. 밖에 나가 나팔을 불 듯이 확성기로 ‘예수 부활했다’를 외친다고 예수의 부활이 전해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 삶에 부활의 열매를 맺는 것이 예수 부활의 증인이 되는 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와같은 부활의 능력에 힘입어, 우리도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법칙으로 살아가는 믿음의 공동체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우리가 매년 부활절을 맞이하여 절기를 지키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직 “네가 부활을 믿느냐?” 물으시는 주님의 음성에 대답할 준비가 안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그런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 넣으시며 성령 받으라” 말씀하신 것처럼(20:22), 여러분의 마음을 비우고, 우리를 사랑의 길로 인도하시는 성령님의 은혜에 힘입어 참된 부활 신앙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여러분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