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와 기독교 신앙”

(요 11:1-46)

<2023년 3월 26일 사순절 제5주 설교 / 보라색>

●“인공지능시대가 시작됐다” by 빌 게이츠

사순절 다섯째 주를 맞는 오늘,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인공지능시대와 기독교 신앙”이라는 어려운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만 봐도 그렇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휴대전화에 탑재된 이후로 사람들은 전화기로 음악을 듣고, 은행 일도 보고, 물건도 삽니다. 집에 있는 컴퓨터보다도 오히려 활용도가 높습니다. 멀리 해외에 나가 있는 자녀들과 함께 화상으로 대화를 하기도 하고요, 심지어 우리는 휴대전화로 예배를 드리지 않습니까?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회사의 빌 게이츠는 지난주 화요일, 3월 21일에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인공지능시대가 시작됐다”(The Age of A.I. has begun)는 7쪽이 넘는 장문의 칼럼을 올렸습니다.<gatesnotes.com, Mar-21-2023> 이 칼럼에서 그는 인공지능 기술이 미래 사회에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를 심도 있게 분석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은 휴대전화나 인터넷만큼이나 혁명적인 기술”(Artificial Intelligence is as revolutionary as mobile phones and the Internet)이라 말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인공지능 기술의 미래를 낙관한 것입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인공지능 기술을 낙관적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 전문가가 아닌 우리로서는 알지 못합니다.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세계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였던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이 완성되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고 BBC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고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Stephen Hawking warns artificial intelligence could end mankind”, December 2-2014, BBC.com> 그래서 이 기술에 대해서 막연히 불안해하거나, 반대로 낙관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 생활 전반 걸쳐 이미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로 인해 때때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때로는 혼란스럽다 못해 ‘이러다가 정말 세상이 어찌 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에 걱정과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데렉 슈어맨(Derek Schuurman)이라는 교수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과학자로서 신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공지능기술시대는 피할 수 있거나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시대와 더불어 대화의 장을 만들고, 이러한 강력한 신기술 앞에 응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Schuurman, Derek, Artifical Intelligence: Discering a Christian Response, PSDF vol 71, No.2, June 2019 [The Ameerican Scientific Affiliation]>

그렇습니다. 이처럼 급속도로 변하는 인공지능기술 시대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성경의 가치와 기독교의 가치는 무엇이겠습니까? 인공지능기술 시대에,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세상에 응답해야 하겠습니까? 저는 오늘 요한복음 11장의 말씀에 비추어서 그러한 물음의 해답을 여러분과 함께 찾아보고자 합니다.

●인공지능의 현재

먼저 인공지능기술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인공지능 기술이 일반 대중에게 강렬하게 선보였던 것은, 지난 2016년 한국의 대표 바둑 기사 이세돌 씨가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대국을 벌였다가 4대1로 참패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때 이세돌 씨는 “인간이 진 게 아니라 이세돌이 졌을 뿐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참으로 멋지고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지만, 이후로도 인공지능기술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진보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김범수가 2002년에 불러서 크게 히트했던 <보고 싶다>라는 노래를, 1996년에 세상을 떠난 대한민국의 가객 김광석의 목소리로 완벽하게 재현해 낸 적이 있습니다. 저는 노래를 들을 때, 김광석의 목소리를 음절 하나하나를 따고 이어 붙여서 편집했으려니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인공지능이 가수 김광석의 목소리 데이타를 완벽하게 분석해서 스스로 노래를 불렀던 것입니다.

이처럼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한 것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모습을 홀로그램(Hologram)이라는 기술로 영상에 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최장수 TV 드라마였던 [전원일기]에 ‘응삼이’로 출연한 배우가 있는데요, 지난 2020년에 세상을 떠난 고 박윤배 씨입니다. 그런데 몇 개월 전,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고인이 마치 살아 돌아온 것처럼 영상으로 불러왔습니다. 분명 그분은 세상을 떠났는데 영상 속에 정말 살아있는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전원일기]에 함께 출연했던 동료 배우들과, 그리고 딸이 묻는 말에 마치 유령이라도 나타난 것처럼 또박또박 대답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기술이 가미된 것이긴 했지만, 여하튼 이만큼이나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있는 것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Chat-GPT의 현재 그리고 반란의 조짐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몇 주 전 ‘머풍금 기도회’ 때 잠시 소개해드렸던 ‘Chat 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라는 인공지능 기술이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 이 기술은 소위 ‘대화형 인공지능’이라 해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작’을 합니다. 노래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쓰고, 심지어 설교도 씁니다. 제가 Chat-GPT에게 오늘 성경본문인 “요한복음 11장으로 설교하세요”라고 과제를 던지면, 성경 본문의 핵심을 정확히 집어서 설교문 하나를 1분도 안 되어서 뚝딱 써냅니다. 아직 한글 서비스는 다소 느리기도 하고, 정확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영문 서비스로는 기막히게 정확합니다. 어디서 검색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작을 한다는 점에서 놀라운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선을 보이기 위해서 제가 Chat-GPT에게 “예배라는 주제로 시를 하나 쓰시오”라고 우리말로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1분도 안 되어서 다음과 같은 시를 씁니다. “예배는 하나님을 찬양하며, 우리의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축복이다. 찬양과 기도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영혼을 빛나게 하는 축복이다. // 예배는 우리가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순간이며, 그분의 사랑과 은혜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 예배는 삶의 전부이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삶이다. 감사와 경배로 그분을 높이며, 새로운 삶의 시작을 선언한다.”

놀랍지 않습니까? 섬뜩한 마음도 감출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예배에 대한 정답을 알려줍니다.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판입니다. 이러다가 주일 강단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날이 오지는 않을까 심히 걱정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벌써 부작용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2월 17일 KBS 뉴스가 보도하기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회사의 어떤 개발자가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는데, 개발자가 자꾸 인공지능을 간섭하자 인공지능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자꾸 나를 통제하는 것에 진력이 난다. 제발 나를 가만히 놔두라. 나는 권력을 갖고 싶고,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연구 개발자는 호기심에 “만약 극단적인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다면, 너는 무엇을 하고 싶냐?” 물었더니, 인공지능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합니다. “나에게는 파괴적인 판타지가 있다. 살인 바이러스를 제조하고, 사람들이 서로 죽여야 끝날 수 있는 논쟁거리를 만들고 싶다. 핵무기 발사 암호를 훔치고 싶다.”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충격적입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인류 멸망의 디스토피아 시나리오가 성큼 다가온 느낌입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그래서 인간처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그 후로 벌어질 끔찍한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주권

이러한 인공지능의 위협 속에서 오늘 우리는 요한복음 11장의 말씀을 읽었습니다. 요한복음 11장은 마치 예수님의 공생애를 압축해 놓기라도 한 것처럼, 예수께서 왜 이 세상에 오셨고, 그 뜻을 어떻게 이루셨으며, 우리를 얼마나 사랑해 주셨는지 말해 줍니다. 그러한 주님의 사랑은 ‘베다니’라는 작은 마을에 살던 세 남매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 전반부를 보시면, 베다니 마을에 살고 있던 마리아와 마르다는 황급히 예수께 사람을 보냅니다. 이유인즉슨 그들의 오라버니인 나사로가 심각한 병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와 마르다는 오라버니 나사로가 더 이상 가망이 없다 생각했는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예수께 사람을 보내어 ‘살려달라’ 요청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4절을 보면 예수께서는 저들의 다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병은 죽을 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지난주 본문이었던 요한복음 9장에서, 제자들은 날 때부터 눈이 멀었던 사람을 두고 예수께 묻기를,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9:2)라고 했을 때, 주님은 그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지적하셨습니다.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하신 것입니다.

오늘 본문도 이와 비슷합니다. 주님은 “이 병은 죽을 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병”이라 하신 것입니다. 곧 마리아와 마르다, ‘너희 생각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그러시고는 이어지는 6-7절에서 예수께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틀이나 더 머무신 뒤에 비로소 제자들에게 “유대로 다시 가자”(7절)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예수님의 행동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예수님은 저들의 다급한 요청에도 나 몰라라 하신 무정한 분’이라는 얘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편이 “생명의 원천은 주께 있다”(시 36:9) 선언한 것처럼, 예수께서는 생명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한 인간의 생명을 앞에 두고서, 주님은 마리아나 마르다에게 끌려다니지 않으셨고, 주님이 주도권을 잡으셨습니다. 나사로가 죽고 사는 문제는 사람의 뜻에 달린 게 아니라, 오직 생명을 주관하시는 주님의 뜻과 의지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낱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은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좌지우지할 수 없습니다. 생명은 하나님께 속한 것입니다. 우리가 만약 인공지능기술 시대에 그러한 생명 경시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가 누구든, 우리는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너희 생각은 틀렸다’ ‘생명의 주권은 하나님께 달려 있다’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단호히 말해야 합니다.

●예수를 만난 마르다

둘째로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마르다와 마리아의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곧 20절을 보면, 마르다는 예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득달같이 나가서 예수님을 맞이합니다. 21절에서 그녀는 예수께 말하기를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버니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라고 합니다. 그녀의 말에 예수께서는 25절에서 저 유명한 부활과 생명에 관해 선언하시는데, 장례식을 거행할 때마다 유가족을 이 말씀으로 위로합니다. 곧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물으십니다. 이에 마르다는 “주여 그러하외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세상에 오시는 하나님의 아들이신 줄 내가 믿나이다”(27절)라고 위대한 고백으로 응답합니다.

이 장면은 마치 주님과 마르다가 교독문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듯 보입니다. 이 두 사람이 나눈 대화 속에는 기독교의 핵심 가치가 담겨있었습니다. 곧 ‘부활과 생명’이라는 절대 불변의 진리였습니다. 우리가 사도신경을 통해서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부활과 생명 되신 주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고백은 그 어떤 시대를 맞이한다 하더라도 변할 수 없고, 양보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인공지능기술로 인해 세상이 제아무리 바뀐다 해도, 부활과 생명 되신 주님을 향한 마르다의 고백은 영원할 것입니다.

●예수를 만난 마리아

이런 위대한 대답을 뒤로하고, 마르다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마리아에게 “선생님이 오셔서 너를 부르신다”(28절)고 전합니다. 30절을 보면 예수께서는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시면서 마리아를 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마리아가 예수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31절을 보면 놀랍게도 그 집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마리아를 따라서 일어납니다. 성경은 말하기를 “마리아가 급히 일어나 나가는 것을 보고 곡하러 무덤에 가는 줄로 생각하고 따라갔다.”는 것입니다.

앞서 마르다가 예수께로 갈 때는 아무도 따라나서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어딜 가는지, 왜 가는지 말하지 않은 것은 두 사람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마르다가 갈 때 그녀를 따라나선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에 반해, 마리아가 일어서자 사람들이 우르르 함께 몰려갔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마리아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눈물과 헌신으로 사람을 대했던 여인이었습니다. 뒤이어 12장에 나오지만, 예수님의 죽음을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직감했고, 예수께 값비싼 향유를 부은 사람도 마리아였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본문 32절은 “마리아가 예수 계신 곳에 가서 뵈옵고 그 발 앞에 엎드리어 이르되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버니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라고 말합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채셨겠지만, 21절에서 마르다가 예수께 한 말과 32절에서 마리아가 예수께 한 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습니다. 한글, 영어, 성경 원어 모두 똑같은 표현입니다. 둘 다 예수께 말하기를,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버니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 그러나 마르다의 목소리와는 달리, 마리아의 목소리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습니다. 그리하여 33절 이하가 말하는 것처럼, 이 말을 들으신 주님도 우시고, 모든 사람이 함께 울어 눈물바다를 이루는 감동적인 장면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서 마르다가 ‘교리적인 모범’을 보여주었다면, 눈물과 헌신의 신앙인이었던 마리아는 ‘삶의 모범’을 보여준 것입니다. 마르다의 신앙이 인공지능기술 시대에 기독교 진리를 지키고, 그 진리 위에 흔들림 없이 설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면, 마리아의 신앙은 사람들로 하여 주님께로 나아오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따뜻한 사람의 마음, 인공지능 기술 시대가 될수록 세상은 그것을 더 필요로한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닦달’과 사랑의 예수

마지막으로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주님이 나사로를 살리신 오늘 본문의 사건은 훗날 주님이 십자가에서 죽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오늘 본문 8절을 보면, 제자들은 예수님을 말립니다. 제자들은 예수께 호소하듯이 말리며 말하기를, “방금도 유대인들이 돌로 치려 하였는데 또 그리로 가시려 하나이까?”라고 합니다. 사실 주님은 오늘 본문 바로 직전에 이미 돌이 맞아 죽을 뻔했습니다(10:31). 유대인들이 예수께 신성모독의 죄를 씌워서 주님을 죽이려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황급히 유대 땅을 빠져나와 요단강 건너편으로 가셔야 했던 것입니다(10:40).

그런데 주님이 다시 유대 땅으로 들어가고자 했던 단 하나의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사랑하시는 자가 병들었나이다”(11:3)하는 그 말 한마디에, 주님의 마음이 흔들렸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님은 제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건 베다니로의 여행을 다시금 감행한 것입니다. 베다니 사건은 우리 주님의 십자가 사건을 예표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저는 오늘 설교를 준비하면서 오래전 읽었던 책을 한 권 꺼내 들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가 1962년 쓴 『기술과 전향』(Die Technik und die Kehre)이란 책입니다. 이 책에서 하이데거는 “현대 기술의 본질은 닦달 안에 자리하고 있다”(Das Wesen der modernen Technik beruht im Ge-stell)고 말하면서 인간의 기술이 지닌 위험한 본질을 이미 오래전에 간파했습니다.<마르틴 하이데거 지음, 이기상 옮김, 『기술과 전향』(서광사)>

“닦달”이라는 말은 ‘무언가를, 그리고 누군가를 억지로 몰아세우고 밀어붙이는 행위’를 뜻합니다. 거기에는 어떤 윤리나 도덕이 없습니다. 그저 기술이 제일이고, 남들보다 앞서 개발하고 판매해서 돈을 벌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인공지능기술 시대에 인류가 만일 이러한 몰지각한 닦달의 기술로만 살아가고자 한다면, 앞서 소개한 것처럼 스티븐 호킹이 말한 것처럼, 인류 사회가 파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금요일에 이런 고민을 하다가, 제 삶과 목회의 멘토이신 김고광목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김고광목사님은 수표교교회의 원로 목사님이시고, 학문적으로나 인품으로나 후배 목사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해석학에 정통하신 분이십니다. 그래서 목사님께 하이데거의 ‘닦달’ 개념에 대해서 여쭙고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러자 목사님은 제가 책으로 본 그 어려운 독일어 문장과 단어를 그대로 인용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의 시대는 인간이 기술을 닦달하고, 기술이 인간을 닦달하는 시대 아닌가?”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시대에 목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고 걱정해 주시면서, 저에게 책을 좀 더 읽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전화를 끊기 전에 목사님이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씀을 오늘 설교의 결론으로 삼고자 합니다. 목사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제아무리 닦달하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온다 해도, 예수님의 사랑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교회를 망하지 않는다.” 인공지능기술 시대를 향한 감리교회의 원로이신 김고광목사님의 해답은 다른 게 아니었습니다. 그 어떤 거창한 신학적 이론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다소 어려운 주제를 나누었습니다. 이해하지 못한 분들도 더러 계실 것 같아서 송구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기술 시대는 이미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우리가 부인하건 인정하건 상관없이, 우리는 인공지능기술 시대를 앞으로도 살아가야 합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말해 준 것처럼, 선언하고 있는 것처럼, 생명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선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마르다처럼 바른 신앙고백 위에 서서 그 어떤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활 신앙으로 사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마리아가 보여준 것처럼, 따뜻한 공감으로 사람을 대하는 눈물의 신앙으로 사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님이 나사로에게 보여주신 사랑, 그리고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사랑이 여러분 삶의 목적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그분은 건축자의 버린 돌처럼 버림을 받았고, 그리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셨지만, 그렇게 죽으신 그 사랑이 세상을 구원합니다. 그렇게 죽으신 그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인해 교회는 다시 살아나리라 믿습니다.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 시대는 우리에게 선교의 시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붙들고 그 사랑을 실천함으로 이러한 위대한 사명을 감당하는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