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언약 백성 교향곡 제4번 <셈>”

(창세기 10:6-20)

<2024년 3월 10일 사순절 제4주 학원선교교육-장학주일 설교 / 보라색>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이은상 작사/박태준 작곡의 “동무생각”>

학창 시절에 많이 부르셨지요?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의 “동무생각”이라는 노래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으로 알려진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작곡자 박태준 선생님이, 서강교회가 언덕에 있는 것처럼, 중학교 학창 시절 ‘청라 언덕’을 넘어 등교할 때 마주쳤던 한 여학생을 흠모하던 마음을, 시인 이은상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작사한 노래라고 합니다. 천지 사방으로 봄의 교향곡이 장엄하게 연주되던 날, 백합꽃처럼 핀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한 소년의 풋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난주 3월 5일로 ‘경칩’(驚蟄)이 지나면서, 점점 완연한 봄을 향해 계절이 바뀌는 이때, 하나님이 겨울 교향곡을 멈추시고 봄의 교향곡으로 우리의 콧등을 간지럽히는 이때, 우리의 얼었던 마음이 녹고, 움츠렸던 신앙이 기지개를 켜면서, 따뜻한 봄날과 함께 신앙의 봄날을 맞이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배-선’船 이야기

지난주에 우리는 대홍수 심판 뒤에 하나님이 노아의 가족을 비롯해서 방주에 올라탄 모든 생명에게 언약을 주시고 무지개로 그 언약을 확증해 주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참으로 위대한 하나님의 구원 역사였습니다. 하지만 방주 이후에 노아의 가족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습니다. 노아는 노아대로 전과 같지 않은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었고, 둘째 아들 ‘함’은 아버지의 수치를 들춰내서 아버지에게 모멸감을 안겨주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원래는 지난주에 말씀드리려 했던 건데, 예전에 어떤 유명 목사님이 노아의 방주에 대해 이렇게 설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자에 ‘배-선’(船) 자가 있습니다. 이 글자를 보면 한자로 ‘배-주’(舟) 자에 ‘여덟-팔’(八) 자, 그리고 ‘입-구’(口) 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글자를 해석하면, 배 ‘선’ 자는 ‘배에 여덟 식구가 타 있는 모양’이어서, 3천 년 전 갑골문자로부터 한자가 만들어질 때, 중국 사람들이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럴싸하긴 합니다. 그리고 이 단어 외에 여러 단어를 예로 들면서 ‘한자는 하나님의 창조를 알려 주려고 만들어진 문자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가 한자에 정통한 사람은 아니지만, 조금만 찾아봐도 이런 이해는 문제가 있습니다. ‘배-선’ 자는 원래 ‘배 주’(舟) 자에 ‘물 따라 내려갈 연’(沿) 자가 합해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이 두 글자가 합하다 보니 옆에 ‘물 수’ 변이 빠진 것입니다.

‘연’ 자가 생겨나던 초기의 모습을 보면, ‘여덟-팔’ 자와 ‘입-구’ 자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자세히 보면, 어떤 물체가 물길 따라 내려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지금의 ‘여덟-팔’ 자는 그저 ‘물길’을 형상화한 것이고, ‘입-구’ 자는 물 위에 떠 있는 물체를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자에 변화가 생길 때, 그 모양에 제일 가까운 ‘여덟-팔’ 자와 ‘입-구’ 자를 차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 이 한자를 분명히 기억하시겠지요? ‘배에 여덟 명이 탄 모양’입니다. 이처럼 이 한자를 암기하기 위해서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는 것은 현명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한자가 노아 방주의 증거’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오히려 성경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성경은 이런 식으로 증명되는 것도 아니고, 증명될 필요도 없습니다. 성경은 성경이 증명할 뿐입니다. 성경을 믿는 신앙인들의 ‘삶’만이 성경을 증명할 뿐입니다.

●창세기 10장의 의미는 무엇인가?

오늘 창세기 10장 말씀을 나누었는데, 이 또한 오해가 많았던 본문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목사님들이 해석해 주시기를, 노아의 아들 ‘셈, 함, 야벳’은 오늘날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의 기원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셈’은 백인들의 조상이 되어 오늘날처럼 잘살고 있는 것이고, ‘함’의 후손들은 흑인들의 조상이 되어서 가난하고 못 살고 미국으로 노예로 팔려가는 역사를 겪어야 했다는 해석입니다.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야벳’은 오늘날 황인종들의 조상이라서 빨리 백인들의 모습을 본받고 선진국이 돼야 한다고 해석합니다.

본문에 나오는 ‘셈, 함, 야벳’은 이런 인종주의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봐도 그런 해석은 맞지 않습니다. 성경을 껴맞추면서 편협한 ‘백인우월주의’를 나타낼 뿐이고, 잘못된 ‘운명론’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 또한 성경의 권위에 심각하게 도전하는 행위이고 흠집 내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 창세기 10장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먼저 지난주 본문 말씀을 잠시 상기하면서 시작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지난주 살펴봤듯이, 창세기 9장에서 하나님은 방주에서 내린 노아의 아들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두 번이나 축복하셨습니다.(9:1, 7) 이러한 하나님의 축복이 오늘 본문 창세기 10장에서 현실로 펼쳐집니다. 하나님의 심판으로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셈과 함과 야벳의 후손들은 심판이 끝난 뒤, 하나님의 축복으로 땅 위 곳곳으로 뻗고 흩어지면서 그야말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한 존재’로 자리를 잡고 있음을 오늘 본문이 보여줍니다.

그래서 야벳의 족보가 끝날 때는 “각기 언어와 종족과 나라대로 바닷가의 땅에 머물렀더라”(5절), 함의 족보가 끝날 때는 “각기 족속과 언어와 지방과 나라대로였더라”(20절), 셈의 족보를 마칠 때도 “그 족속과 언어와 지방과 나라대로였더라.”(31절)고 끝마치면서, 노아의 세 아들은 저마다 족속을 이루고, 언어를 이루고, 국가를 이루어 살게 되었다고 본문은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로 창세기 9장 27절을 보면, 고주망태로 취했다가 깨어난 노아는 세 아들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하나님이 야벳을 창대하게 하사 셈의 장막(‘베-오홀레-쉠’, ~ve-yleh\a'B.)에 거하게 하시고 가나안은 그의 종이 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고 말합니다. 노아는 야벳을 축복하면서 저가 ‘셈의 장막에 거하라!’고 축복하지만, 반면에 ‘가나안’ 즉 ‘함’의 자손들은 ‘셈’의 종이 될 것이라는 상반되게 말합니다. ‘야벳’과 ‘함’의 운명이 장자인 ‘셈’에게 달린 셈입니다. ‘셈의 장막’으로 향한 길을 택하는 자는 복의 자손이 되지만, 그렇지 않고 ‘가나안의 길’을 가는 자는 스스로 저주의 길을 택한 것이라는 준엄한 표현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는 노아의 아들 중 ‘셈’의 후손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예수께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5)고 말씀하신 것처럼, 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께 붙어 있는 자들은 복의 자손으로서 과실을 많이 맺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가지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세 아들의 족보를 소개하는 오늘 본문에서 ‘셈’의 족보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이러한 관심을 가지고 오늘 본문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하나님 언약 백성의 숫자 : 70

첫째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세 아들의 후손들은 ‘하나님 언약 백성의 숫자’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총합은 70명입니다. 야벳의 후손은 14명이고, 함의 후예는 30명, 그리고 셈의 후예는 26명으로 총 70명의 후손들입니다. ‘칠십’이라는 숫자는 성경에 자주 나오는 숫자입니다. 애굽 땅에서 야곱이 죽었을 때 애굽 사람들이 그를 위해 “칠십일 동안 곡했다”(창 50:3)고 합니다.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었던 남유다가 멸망해서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있던 기간이 “칠십 년”이었습니다. 칠십 년을 채운 뒤에 다시 언약 백성으로 회복시켜주겠다는 뜻이었습니다(렘 25:11-12).

‘칠십’이 사람 숫자를 나타낼 때는 좀 더 특별한 의미를 나타냅니다. 창세기 46장에 보면 애굽 땅에 들어가 살게 된 야곱의 가족들이 “도합 칠십 명”(창 46:27, 출 1:5)이었습니다. 비록 훗날 이들은 애굽에서 종살이를 하게 되지만 결국 모세와 함께 애굽을 탈출해서 하나님의 언약을 받는 주역들이 됩니다.

출애굽기 24장에 보면 모세와 함께 이스라엘 장로 “칠십인이 여호와께 올라가 경배했다”(출 24:1)고 합니다. 저들이 모세와 함께 시내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한 일은 무엇입니까? “모세가 언약서를 가져다가 백성에게 낭독하여 듣게 하니” 이에 백성들이 “여호와의 모든 말씀을 우리가 준행하리이다”라고 응답했다고 합니다(출 24:7). 그 응답을 듣고 모세는 백성들에게 피를 뿌리면서 “이는 여호와께서 이 모든 말씀에 대하여 너희와 세우신 언약의 피니라”(출 24:8)고 선포합니다. 곧 그들을 언약백성으로 선포했다는 것입니다.

‘칠십 명’의 언약 백성은 구약성경에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누가복음에 보면 예수께서 제자를 불러 모으시고 처음으로 그들을 파송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그 후에 주께서 따로 칠십 인을 세우사 친히 가시려는 각 동네와 각 지역으로 둘씩 앞서 보내시며”(눅 10:1) 예수께서 새로운 하나님의 나라, 새로운 언약을 위해 보낸 제자의 숫자를 누가복음은 “칠십”이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구약을 막론하고 ‘칠십 명’은 특별합니다. 언약의 숫자입니다. 언약 백성의 숫자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 창세기 10장은 노아의 세 아들 ‘셈, 함, 야벳’의 많은 후손 중에 70명만을 추려서 명기함으로써, 이들로 하여 언약 백성의 역사를 이어가시는 하나님의 계획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 언약 백성을 가리키는 구조

둘째로 창세기 10장과 11장의 전체 구조를 보면 이 또한 ‘하나님의 언약 백성’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지금까지 노아의 아들은 ‘셈과 함과 야벳’의 순서로 소개됩니다. 장자인 ‘셈’이 언제나 우선입니다.(학자들에 따라 ‘야벳’이 둘째 ‘함’이 막내라고 하는 주장도 있음).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누구의 족보가 먼저 나와야 합니까? ‘셈, 함, 야벳’의 순서로 소개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본문인 창세기 10장과 11장을 보면 다음과 같이 특이한 구조를 보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창세기 10장은 ‘야벳-함-셈’으로 역순입니다. 제일 먼저 야벳의 족보가 나오고, 다음으로 함의 족보, 그리고 장자인 셈의 족보가 마지막에 나옵니다. 11장으로 넘어가면 곧바로 ‘바벨탑 심판’을 잠시 언급한 뒤에 ‘셈의 족보’가 다시 등장하는데, 마치 ‘바벨탑 심판 이야기’가 ‘셈의 족보’ 사이에 낀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이어서 셈의 후손으로부터 아브라함의 아버지인 ‘데라’가 태어나고, 이로써 창세기 12장에 이르러 위대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이야기’가 출발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창세기 10장과 11장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아브라함은 셈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아브라함은 셈의 장막에 거하는 자’라고 말입니다. ‘바벨탑 심판’으로 인류가 재차 위기에 놓여도, 언약 백성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은 취소되지 않으며, 하나님은 셈의 후예로부터 ‘데라’와 ‘아브라함’을 얻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반드시 언약을 이어가신다는 것을 오늘 본문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구조를 보면서, 오늘 설교 제목인 “하나님의 언약 백성 교향곡”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이 교향곡은 네 번째 교향곡으로써, 주제는 <셈>입니다. 창세기에는 이미 몇 번의 언약 백성 교향곡이 연주된 적이 있습니다. 제1번은 <아담>이었고, 제2번은 <셋>이었습니다. 그리고 언약 백성 교향곡 제3번은 <노아>를 주제로 장엄하게 울렸다가, 이제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의 언약 백성 교향곡 제4번 <셈>이 연주됩니다.

오늘 본문 창세기 10장에서 하나님의 교향곡은 ‘야벳의 족보’로 인해 힘차게 음악을 열어갑니다(1악장). 잠시 후 살펴보겠지만, 이후 ‘함의 족보’로 인해 갑자기 요동칩니다(2악장). 하지만 ‘셈의 족보’가 시작되면서 요동치던 음악이 잠시 잠잠해지지만, ‘바벨탑 사건’으로 이내 다시 요동칩니다. 그러나 다시금 ‘셈의 족보’를 회복하면서 교향곡은 절정을 향해 가더니(3악장), 마침내 ‘데라의 족보’가 소개되고 ‘아브라함’의 등장과 동시에 ‘대합창’으로 교향곡 제4번 <셈>이 마치는 것과 같습니다.

●함의 족보1 : 니므롯(외부의 적)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이러한 ‘하나님의 언약 백성 교향곡’은 오늘 우리가 읽은 창세기 10장 6-20절에 나오는 ‘함의 족보’로 인해 요동친 것입니다. 평화로운 연주가 급격하게 변했던 것입니다. 본문에 보면, 함의 족보에 눈에 띄는 인물 두 사람이 나옵니다. 그중 하나가 8절에 나오는 ‘니므롯’(Nimrod)입니다. ‘니므롯’이란 이름은 ‘반역자’(rebellion)란 뜻입니다.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 그에 대해서 성경은 몇 가지 정보를 줍니다.

첫째 니므롯은 “세상의 첫 용사”(8절, ‘후 헤헬 리흐욧 깁보르 바-아레츠’, #r,a'B' rBoGI tAyh.li lxehe aWhe)라고 합니다. 성경 원어로 보면 ‘첫 번째 용사’라는 뜻도 되지만 ‘세상을 더럽힌 용사’라는 뜻도 됩니다.

둘째로 니므롯은 “여호와 앞에서 용감한 사냥꾼”(9절)이었습니다. 어떤 학자는 “추격의 영웅”이라 부르기도 합니다.<빅터 해밀턴 지음, 임요한 옮김, 『창세기Ⅰ』 부흥과개혁사> 그가 얼마나 유명한 사냥꾼이었냐면, 심지어 “아무개는 여호와 앞에 니므롯과 같이 용감한 사낭꾼이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나님은 사냥을 좋아하시는 분이십니까? 아닙니다. 지금까지 창세기는 ‘사냥’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니므롯은 용감한 사냥꾼인데, 감히 ‘여호와 앞에서’ ‘여호와의 얼굴 앞에서’ 보란 듯이 사냥-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냥의 대상은 누구였겠습니까? 들판의 짐승은 물론이고 분명 사람 목숨 빼앗기를 즐기는 잔인한 ‘인간 사냥꾼’이었을 것입니다.

셋째로 니므롯은 “큰 성읍(도시) 건설자”(12절)였습니다. 10절부터 12절까지 보면 눈에 띄는 몇몇 도시 이름들이 나옵니다. “시날 땅의 바벨(Babylon, 10), 앗수르(Assyria, 11), 니느웨(Neneveh, 11, 12)” 어떤 도시들입니까? ‘거대한 제국을 이룬 도시들’로서 저들은 하나님의 언약 백성들을 끝없이 괴롭히던 나라들입니다. 앗수르는 북이스라엘을 멸망시켰고, 바빌론은 남유다를 멸망시켰습니다. 그러므로 니므롯은 세상의 용사로서, 여호와의 얼굴 앞에서 반역했으며, 이로써 하나님의 언약 백성들을 살육하던 인간 사냥꾼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용사를 일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누구였습니까? 첫째는 창세기 4장에서 에덴 동쪽 놋 땅에 도시를 세운 “가인과 그의 후예들”이며, 창세기 6장에 나오는 “네피림과 용사들”입니다. 저는 그들을 일컬어 “걸어 다니는 육체-덩어리”라 묘사했습니다. 저들의 관심은 “안목의 정욕이요, 육신의 정욕이며 이생의 자랑”뿐이어서, 하나님의 영이 더 이상 그들에게 존재할 수 없는 타락한 몰골들이었습니다(창 6:4-5).

이로써 하나님이 보시기에 저들은 “생각하는 모든 것이 항상 악할 뿐”(창 6:5)이었고 하나님은 한탄하시면서 대홍수 심판을 벌이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본문의 니므롯과 그 후손들로 인해서 하나님은 심판을 벌이십니다. 본문 10절이 말하듯이, 여호와 앞에서 살육을 일삼던 인간 사냥꾼 니므롯이 시날 평지에 처음으로 세운 도시가 “바벨”이었고, “탑을 하늘에 닿게 하자! 우리의 이름을 알리자!”(창 11:4) 했던 결과, 훗날 ‘바벨탑 심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함의 족보2 : 가나안(내부의 적)

함의 후예 중에 눈에 띄는 두 번째 인물이 15절에 드디어 나옵니다. 이름하여 ‘가나안’(Canaan)입니다. 이로 인해 ‘함’을 일컬어 ‘가나안의 아버지’라 부르는 것입니다. ‘니므롯’이 언약 백성에게 ‘외부의 적’이었다면, ‘가나안’은 ‘내부의 적’으로 끝까지 언약 백성의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15-18절은 가나안이 어떻게 뻗어갔는지 말합니다. “가나안은 장자 시돈과 헷을 낳고 16 또 여부스 족속과 아모리 족속과 기르가스 족속과 17 히위 족속과 알가 족속과 신 족속과 18 아르왓 족속과 스말 족속과 하맛 족속을 낳았더니 이후로 가나안 자손의 족속이 흩어져 나아갔더라”

이 족속들의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비록 역사 속에서 사라진 낯선 이름도 있지만,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 만났던 악명 높은 ‘가나안 일곱 족속’이 있습니다. “가나안, 아모리, 헷, 여부스, 히위, 브리스, 기르가스 족속들”(Canaan, Amorites, Hittites, Jebusites, Hivites, Perizzites, and Girgashites)(‘브리스 족속’만 없음)이 저들입니다.

가나안 일곱 족속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언약 백성들을 공격했고, 타락시키려 했던 막강한 족속입니다. 이스라엘 왕조가 세워진 뒤에도 저들은 멸망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스라엘이 멸망할 때까지도 가나안 족속들은 뿌리 뽑히지 않았습니다. 에스겔서 16장에 보면, 하나님은 언약의 도시 예루살렘을 향해 이렇게 탄식하십니다. “네 근본과 난 땅은 가나안이요 네 아버지는 아모리 사람이요 네 어머니는 헷 사람이라”(겔 16:3) 겉으로 보기에 언약의 도시 예루살렘은 훌륭합니다. 그러나 허우대만 멀쩡할 뿐, 하나님이 예루살렘을 바라볼 때 저들은 이미 가나안 족속에게 물들어 타락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은 언약 백성에게 두 가지 위험성이 있었음을 말해줍니다. 하나는 ‘니므롯’으로 그는 외부의 적입니다. 다른 하나는 ‘가나안’으로 그는 내부의 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언약 백성들이 셈의 장막으로 가는 길을 막아섰고, 셈의 장막을 허무는 길로만 다님으로써, 결국 저주의 길, 자멸의 길을 택하여 걸었던 것입니다.

●하나님 언약 백성 교향곡을 향하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창세기 10장에서 하나님이 친히 지휘하시는 ‘언약 백성 교향곡’ 제4번 <셈>을 들었습니다. 이 위대한 교향곡은 자신과 언약을 맺을 백성들을 찾으시는 하나님의 사랑 노래였습니다. 이 교향곡은 니므롯과 가나안과 같은 ‘함’의 후손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하게 되지만, 끝내 <셈>의 후손에서 ‘데라’와 ‘아브라함’이 태어날 것을 소망하며 연주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언약 백성 교향곡은 <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후로도 성경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친히 연주하시는 언약 백성 교향곡을 연이어 만날 것입니다. 제5번 <아브라함>, 제6번 <이삭>, 제7번 <야곱>을 넘어 모세, 여호수아, 사무엘, 다윗을 지나, 이런 교향곡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언약 백성 교향곡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주제로 신약성경에서 울려납니다. 그 교향곡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시작하여, ‘가르치시고 치유하시며, 선포하신’ 주님의 ‘공생애’로 이어지며, 끝내 ‘십자가와 부활’로 완성된 놀라운 구원 드라마로써, 허물과 죄로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끝끝내 그리스도의 장막 안으로 들어오게 해주시는 주님의 놀라운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올해 우리는 “생명의 영으로 하나님의 언약을 살아내는 교회”를 주제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 언약 백성 교향곡에 여러분을 초대하십니다. 오늘 하나님 언약 백성 교향곡의 주제가 <셈>이었던 것처럼, 이제 하나님은 여러분 각자의 이름을 주제로 삼아 언약 백성 교향곡을 연주하려 하십니다. 지휘자이신 하나님은 우리의 이름을 붙드시고, 우리가 언약 백성의 경주를 마칠 때까지, 결코 지휘봉을 내려놓지 않을 것입니다. 이로써, 주님의 언약을 기억하고, 그리스도의 장막 안에 거하며, 때를 따라 주시는 은혜 안에서 위대한 언약 백성의 삶을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