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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개인 시대의 언약 백성”

(창 17:1-5, 15-19)

<2024년 5월 5일 어린이주일 설교 / 흰색>

●대가족, 핵가족 그리고 1인 가구의 시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할아버지로부터 손주까지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이르러 산업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소위 ‘핵가족’이라는 새로운 가족 형태가 나타났습니다. 처음 핵가족이라는 개념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가족이 붕괴했다’고 하면서 한탄했었는데, 지난 2010년 통계를 보면 이미 우리나라 가족의 82.3%가 핵가족으로 살고 있을 정도로, 핵가족은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가족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핵가족마저 붕괴하면서 또 다른 가족 형태가 나타났는데 이른바 ‘1인 가구 시대’ 입니다. 말 그대로 ‘혼자 사는 사람(집)’을 뜻하는데,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 1인 가구 비율이 31.2%였던 것이, 2050년이 되면 39.6%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2050년이 되면, 어림잡아서 인구의 두 사람 중 하나는 혼자 살 것으로 전망하는 것인데, 현재는 1인 가구가 대부분 청년층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청년층만이 아니라 장년층이나 노년층 할 것 없이, 전체적으로 1인 가구가 대세일 것이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핵개인 시대의 도래

이와 관련해서 얼마 전 우리나라의 송길영이라는 미래학자는 이러한 1인 가구 시대가 보여주는 사회-문화적 현상을 “핵-개인 시대”(Era of Nuclear Individuals)라고 지칭했습니다. 이름이 낯설게 들리시겠지만, ‘핵-개인’이라는 말은 ‘핵가족’이라는 말에서 온 것입니다. ‘대가족’이 ‘핵가족’이 된 것처럼, 이제 우리가 살아갈 시대는 ‘핵가족’이 아니라 ‘핵-개인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 것인데, 그렇다면 ‘핵-개인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우리는 묻게 됩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혼자 살아도 되는 시대’입니다. 혼자 살아도 불편하거나 외롭지 않고, 오히려 혼자 사는 것이 개인의 삶을 완성하기에 충분한 시대라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여러분과 좀 더 자세히 나누고 싶은데요, 이처럼 핵-개인 시대가 되면, 지금까지 인류 사회를 지탱하던 근본적인 체계에 변화가 생깁니다. 곧 ‘가족 체계’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앞서 소개한 송길영 씨는 핵-개인 시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가족을 한자로 풀어내면 가정을 뜻하는 가家(family)와 일가를 칭하는 족族(tribe)으로 분해됩니다. 하지만 핵-개인 시대에는 가족에서 가家는 있지만 족族이 사라지고 있습니다”<송길영 지음,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교보문고>

‘가족’이란 말 중에 <‘가’는 남고 ‘족’은 사라질 것이다> 즉 사람 사는 ‘집’(家)이야 남아있겠지만, ‘가족의 계보’(族)가 점차 사라지게 되면, 기존에 중요하게 여기던 ‘부모-형제-친척-자손’의 의미는 쇠락하게 되고, 이를 대체할 다른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길 것이란 전망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경우에는 가족보다 친구가 더 낫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때로는 가족보다 교회에서 만나는 성도가 더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족보다 동호회 활동 등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시간을 더 많이 갖기도 합니다. 가만 보면, 오히려 가족 때문에 더 외롭고, 가족 때문에 더 힘들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핵개인 시대와 창세기 17장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서, 특별히 <어린이 주일>로 예배하는 오늘, 이러한 <핵-개인 시대>를 듣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사실 많이 불편합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가정을 하나님의 복과 구원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통로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의 언약은 가정에서 가정으로 대를 이어 전수되었고, 무엇보다 예수님도 마리아와 요셉이 이룬 가정에서 자란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핵-개인 시대는 그런 가정이 점점 사라질 것인데, 사실상 그런 가정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늘 본문 창세기 17장을 통해 <핵개인 시대>를 생각하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아찔한 생각도 듭니다. 창세기 17장에서 하나님은 아브람과 사래가 이룬 가족을 통해 후손을 약속하시고, 그에 따른 언약의 증표를 말씀하는 데 반해, 핵-개인 시대는 집(家)은 필요해도, 선조든 후손이든, ‘족’은 크게 의미 없는 시대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핵-개인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오늘 본문 창세기 17장으로 무엇을 말씀하실까요? 오늘 본문에는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사래의 이름을 바꿔주시면서 할례를 통해 언약을 확증해 주시는데, 이러한 말씀은 핵-개인 시대를 살아야 할 우리에게 무엇을 요청하고 있을까요? 이를 위해 간단하게나마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잠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엘 샤다이)이 나타나시다

첫째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창세기 17장에서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전능하신 하나님’(엘 샤다이)로 나타나셔서 이례적으로 다섯 번이나 말씀하신다는 점입니다. 1절, 3절, 9절, 15절, 19절이 그것입니다. 지금까지 하나님은 이처럼 연거푸 다섯 번이나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아브람과 사래에게 긴급하게 확실히 말씀하셔야 할 게 있으셨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아브람과 사래의 상황는 어떤 상황이었던 걸까요?

우리가 지난주 살펴본 것처럼, 창세기 16장에서 사래는 자기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재단했습니다. ‘하나님이 내 출산을 허락하지 아니하셨다’는 근거 없는 생각을 믿은 나머지, 사래는 하갈을 통해 대를 잇고자 실행에 옮깁니다. 그런 과정에서 아브람은 사래의 뜻을 만류하지 않습니다. 사래에게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하나님의 언약을 기다리자’거나, ‘믿음을 갖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무기력하기만 했던 아브람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 사래의 뜻’대로 하갈과 동침하고, 이로써 이스마엘을 낳게 되었고, 그를 ‘금이야-옥이야’, ‘금쪽같은 내 새끼’로 여기며 키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창세기 16장과 오늘 본문 17장에는 ‘년도’(year)라든가 ‘나이’(age)에 대해서 자주 언급합니다. 창세기 16장 3절을 보면 사래가 하갈을 통해 자식을 얻으려고 한 일이 “아브람이 가나안 땅에 거주한 지 십 년 후였더라”고 말합니다. 말인즉슨, ‘십년이나 지났다!’는 뜻입니다. 십 년 동안 아무리 기다려도 하나님이 아무것도 안 하시니, 사래는 ‘내가 하겠다’는 것입니다.

창세기 16장 16절을 보면 “하갈이 아브람에게 이스마엘을 낳았을 때에 아브람이 팔십육 세였더라”고 말합니다. 86세에 아들을 낳았으니, 이스마엘이 얼마나 귀했겠습니까? 86세에 아들을 낳았다면, 아이를 더 낳는 것을 감히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제가 우리 집 막내 도훈이를 마흔 넷에 낳았는데, 누가 또 낳으라고 하면 그냥 아찔해지기만 합니다. 마찬가지로 아브람도 그렇고 사래도 그렇고, 이스마엘이 하나님이 주실 마지막 아이라고 생각하고, 자기도 모르게 ‘이스마엘을 통해 하나님이 언약을 이어가시려는가 보다’ 하면서 하나님의 약속을 뭉개고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 17절을 보면 아브라함은 다시 한번 나이 타령을 합니다. “아브라함이 엎드려 웃으며 마음속으로 이르되 백 세 된 사람이 어찌 자식을 낳을까 사라는 구십 세니 어찌 출산하리요”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세월은 흐르는데 하나님의 언약은 성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브람과 사래는 자기 맘대로 행할 명분을 얻게 된 것이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살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상황과 조건에 점차 매몰되고 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문 1-2절에서 하나님이 나타나 말씀하십니다. 다같이 읽겠습니다. “아브람이 구십구 세 때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나는 전능한 하나님(‘아니 엘 샤다이’, yD;v; lae-ynIa])이라.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사이에 두어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리라”

그렇습니다. 저 유명한 하나님의 이름 “엘 샤다이”가 아브람이 구십구 세 때에 등장합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이 태어날 때도 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 하란에서 아브람을 처음 부르실 때도 하나님은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며, 그가 구십구 세가 되었을 때뿐만 아니라, 이후로도 영원히 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 ‘엘 샤다이’라는 말은 성경에 7번 나옵니다(창 17:1, 28:3, 35:11, 43:14, 출 6:3, 겔 10:5) 하나님이 ‘엘 샤다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신 대표적인 본문 창 28장과 35장을 보면 하나님은 야곱에게 “나는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생육하며 번성하라”(28:3, 35:11)고 말씀하십니다. 즉 성경에서 하나님이 ‘엘 샤다이’로 나타나실 때는 “자녀와 나라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과 관련있습니다.<케네스 매튜스 지음, 『창세기 Ⅱ』 부흥과개혁사>

상황과 조건이 좋지 않을 때, 아무리 기다려도 하나님의 언약이 성취될 것 같지 않다 여겨질 때, 삶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오히려 악화하는 것 같은 절망에 휩싸일 때, 하나님이 침묵하시기만 하는 것 같은 바로 그 순간,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에게 ‘전능하신 하나님’으로 나타나셔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번째입니다.

●이름을 바꾸시고 할례의 증거를 보여주시다

둘째로 이처럼 엘 샤다이의 하나님은 ‘아브람’과 ‘사래’의 이름을 바꿔주십니다. ‘아브람’(Abram)은 ‘아브라함’(Abrahm)으로, ‘사래’(Sarai)는 ‘사라’(Sarah)로 바꿔주셨습니다. 5절에서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말씀하시기를 “이제 후로는 네 이름을 아브람이라 하지 아니하고 아브라함이라 하리니 이는 내가 너를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함이니라”(5절)고 말씀하셨고, 15-16절에는 사래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사래라 하지 말고 사라라 하라. … 내가 그에게 복을 주어 그를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되게 하리니 민족의 여러 왕이 그에게서 나리라”(15-16절)고 말씀하십니다.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꾸시고 예수를 핍박하던 ‘사울’을 ‘바울’로 바꾸신 것처럼, 본문에서 하나님이 ‘아브람’을 ‘아브라함’으로 바꾸시고, ‘사래’의 이름을 ‘사라’로 바꾸신 것은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이름을 바꾸기 전과 후, 존재가 달라집니다. 더군다나 성경에서 하나님이 여자의 이름이 바꾸신 경우는 사라가 유일하니, 오늘 본문은 아브람은 물론이고 사래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변곡점을 이루는 사건인 것입니다.

하나님은 지금까지 집안에서 ‘높으신 아버지’로 추앙받았지만, 늘 좌충우동하던 아브람을 ‘여러 민족의 아버지로 삼겠다’ 하십니다. ‘철없는 공주’처럼 집에서 오냐오냐 떠받들던 사래, 자기 뜻대로 고집을 피우다가 하갈로 인해 낭패를 겪더니, 한없이 칭얼대기만 하던 사래를 이제 ‘여러 민족의 어머니로 삼겠다’ 하신 것입니다. 이로써 아브라함과 그의 아내 사라를 하나님 언약 백성의 아버지요, 언약 백성의 어머니로 삼아주시겠다는 하나님의 뜻이 있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셋째로 하나님은 이러한 언약의 증표로 모든 이스라엘 백성에게 ‘할례’를 받으라 하셨습니다. 오늘 읽지는 않았지만, 창세기 17장 9-10절을 보면 “하나님이 또 아브라함에게 이르시되 그런즉 너는 내 언약을 지키고 네 후손도 대대로 지키라. 너희 중 남자는 다 할례를 받으라. 이것이 나와 너희와 너희 후손 사이에 지킬 내 언약이니라. 너희는 포피를 베어라.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Sign, Token, Mark, ‘Owth’ tAa)이니라”고 말씀하십니다.

할례는 ‘언약의 표징’이라 했습니다. 표징은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확인을 위한 것입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서 한 시라도 보지 않으면 잊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사람의 몸에 언약의 증표가 될 할례를 행하게 하셔서 하나님의 언약 백성인 것을 잊지 않게 하신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 본문에서 갈팡질팡하며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흔들리던 아브람과 그의 아내 사래에게 첫째로 하나님은 ‘전능하신 하나님’, ‘엘 샤다이’의 하나님으로 나타나셔서 말씀하시며, 둘째로 이 두 사람의 이름을 언약의 이름으로 바꿔주셨고, 셋째로, 언약의 증표로서 ‘할례’를 행하라 말씀하심으로 저들로 하여 하나님 언약 백성의 계보를 잇고자 하셨습니다.

●핵-개인 시대의 언약 백성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가정의 달이자 어린이 주일을 맞은 오늘, 우리는 “핵-개인 시대의 언약 백성”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설교 처음에 소개한 것처럼, 핵가족의 시대를 지나 이제 핵-개인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언약은 어떤 의미로 새겨져야 하겠습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브람과 사래가 처했던 상황이 우리가 마주하게 될 핵-개인 시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앞서 송길영 씨가 핵-개인 시대를 설명하기를 “핵-개인 시대에는 가족에서 가家는 있지만 족族이 사라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아브람과 사래도 ‘가’는 있었지만, ‘족’이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아브람과 사래는 언약의 후손을 약속하는 하나님 말씀을 걷어차면서 “백 세 된 사람이 어찌 자식을 낳습니까? 사라는 구십 세니 어찌 출산한단 말입니까?”(7절)라고 속으로 비웃습니다. 그는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아브람과 사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이스마엘을 낳은 건 신의 한수였어!’라고 말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했다고, 자기들 뜻에 따라 어쨌든 ‘이스마엘’을 낳았으니, 본문 18절에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냉소하며 비웃기를 “이스마엘이나 하나님 앞에 살기를 원하나이다”(18절)라고 말합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살 자신이 없던 것입니다. 그냥 눈앞에 쑥쑥 자라고 있는 이스마엘이나 잘 크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항변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세상은 빠르게 변하여 오늘 설교 제목처럼 ‘핵-개인 시대’라 하지만, 그 이후에는 또 어떤 시대가 올지 모릅니다. 과연 인류는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지 예측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보면, 세상의 몹쓸 풍조에 휩쓸리고 휘둘리기 딱 좋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언약에 따라 이삭을 기다리는 신앙의 길’은커녕, “이스마엘이나 하나님 앞에 살기를 원하나이다!”라며 보란 듯이 냉소적이고 시건방진 신념의 길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를 살면서, 앞서 살펴본 세 가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는 언약 백성으로 살 자신 없었던 아브람에게 ‘전능하신 하나님’이 나타나셨던 것처럼, 고단한 우리 삶에 나타나신 하나님은 ‘엘 샤다이의 하나님’ 곧 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 무슨 일을 만나든지 우리 하나님은 당신의 언약 백성을 홀로 버려두지 않으시고 나타나시며, 말씀하시고 약속하시며 깨우쳐 주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신 것을 잊지 않는 여러분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둘째는 하나님이 아브람과 사래의 이름을 아브라함과 사라로 바꿔주신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저들의 이름을 바꿔주심으로 저들의 존재를 바꿔주셨습니다. 아브람이 ‘아브라함’이 되고, 사래가 ‘사라’가 된 것에는 히브리어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히브리어 알파벳 ‘헤~’(‘h’)가 붙습니다. 영어로는 ‘H’입니다. 신학교 시절에 히브리어 알파벳을 배울 때, 교수님이 ‘헤~’ 발음은 숨을 깊이 들이셨다가 내쉬면서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히브리어 ‘헤~’는 하나님의 ‘숨’, 곧 ‘하나님의 영’을 상징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겠습니까? 아브람이 ‘아브라함’으로, 사래가 ‘사라’로 존재가 바뀌어 이름값 하며 살기 위해서는 결국 ‘하나님의 영’이 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럴 때만 집안에서 ‘왕-놀이, 공주-놀이’나 하며 살던 아브람과 사래가 언약 백성으로서 민족의 아버지요 어머니로 거듭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때야 비로소 ‘가’만 있고 ‘족’은 없던 ‘핵개인 아브람과 사래’가 ‘가’와 ‘족’을 온전히 이루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마지막 셋째로, 이를 위해 하나님이 저들에게 언약의 증표로 할례를 받으라 하셨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로마서 2장에서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권면하기를 “할례는 성령으로 마음에 받으라”(Circumcision is circumcision of the heart by the Spirit, 롬 2:29)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감리교회를 세우신 존 웨슬리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의 할례가 수반하면, 깊은 겸손, 확고한 믿음, 살아있는 소망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 모든 것에 사랑을 더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마음에 온전한 할례를 받게 될 것입니다.”<아드 폰테스 웨슬리 엮음, 『그 길』 대한기독교서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핵-개인 시대가 아니라 그 어떤 시대가 와도, 눈에 보이는 이스마엘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약속의 이삭을 기다리는 하나님 언약 백성으로 사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서 6장에서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brand, mark, ‘스티그마타’ sti,gma)을 가졌노라”(갈 6:17)고 말한 것처럼, 지워지지 않는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 곧 마음의 할례로 인해 겸손과 믿음과 소망, 그리고 사랑의 열매를 맺는 위대한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사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