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와 베뢰아의 두 식탁 이야기”

(마 14:3-21)

<2023년 8월 6일 성령강림 후 제10주 설교 / 녹색>

●『두 도시 이야기』의 “기요틴”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슨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유명합니다. 제목이 말하는 ‘두 도시’는 프랑스의 파리와 영국의 런던을 의미합니다. 소설에 나오는 런던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법질서를 잘 갖춘 평화로운 도시였다면, 프랑스의 파리는 도시에 전체에 시궁창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더러운 도시입니다.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고 혈안이었고, 못 가진 자들은 하루걸러 배를 곯는 일이 허다합니다. 사람들은 차가웠고 위선적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이처럼 암울한 도시 파리에 살던 주요 등장인물들이 그곳을 떠나 런던에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1789년에 일어났던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데, 프랑스 혁명은 당시 성난 군중들이 무능하고 타락한 왕이었던 루이 16세(Louis XVI, 1754-1793)를 단두대에서 처형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 단두대가 저 유명한 “기요틴”(guillotine)이라는 단두대입니다. 기요틴 처형을 사람들이 처음 목격했을 때, 사람의 목이 순식간에 잘려나가는 끔찍한 장면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사람들은 기요틴 처형에 익숙해졌을 뿐만 아니라 이 끔찍한 처형 도구를 농담, 코메디 소재로 삼기도 합니다. 찰스 디킨슨은 기요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것(기요틴)은 대중적인 농담의 주제였다. 그것은 두통에 대한 최상의 치료약이고, 머리카락이 세는 것도 확실히 막아주며, 표정을 기묘하고 섬세하게 만들어주는, 바짝 잘 깎이는 ‘국민 면도칼’이라는 거였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어떤 사람이 “요새 편두통이 심해졌어. 요즘 흰머리가 많이 늘어서 걱정이야”라고 말하면, 옆에 있는 사람이 무슨 광고라도 인용하듯이 “기요틴에 누워보세요. 순식간에 두통이 사라질 겁니다” 이런 식으로 농담을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기요틴에 대한 프랑스 대중의 생각이 도를 넘어 버립니다. 이어서 찰스 디킨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기요틴은 십자가의 지위를 빼앗았다. 십자가를 내버린 가슴 위로 기요틴의 모형이 달렸고, 십자가를 부정한 곳에서 사람들은 기요틴에 절하고 신봉했다.”

이게 무슨 뜻입니까? 이제 저들은 긍휼과 용서의 상징인 십자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버리고, 대신에 기요틴을 목에 걸고서, 단두대에서 처단할 사람을 자기들이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자기들이 정의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들은 마치 하나님 나라를 찾아 떠나듯이, 무지막지한 파리에서 벗어나 런던으로 이주합니다. 그것이 이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내용입니다.

●헤롯 안티파스와 세례자 요한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공교롭게도, 비록 기요틴은 아니었어도, 참수형으로 죽은 세례자 요한에 대한 이야기와 사랑과 긍휼의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소설의 파리와 런던처럼, 오늘 본문도 두 개의 지역과 장면이 서로 대조적입니다. 이 이야기는 당시 이스라엘의 분봉 왕이었던 헤롯 안티파스(Herod Antipas, 20 BC-?)가 다스리던 “베뢰아 지역과 갈릴리 지역”에서 각각 일어난 일입니다. 지도에 보이는 베뢰아의 남쪽에 있는 ‘마케루스’(Machaerus)에서 일어난 사건을 “헤롯의 식탁 사건”이라 부른다면, 북쪽에 있는 갈릴리 호수 주변 어느 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빈들의 식탁 사건”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설교 제목을 “갈릴리와 베뢰아의 두 식탁 이야기”라고 정했습니다.

마태복음 13장 3-11절은 세례자 요한이 참수당한 과정을 낱낱이 알려주는데, 3절을 보면, 분봉 왕이었던 헤롯 안티파스가 자신의 본처와 강제로 이혼하고, 이복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를 빼앗아 결혼한 것입니다. 그러자 본문 4절이 “요한이 헤롯에게 말하되 당신이 그 여자를 차지한 것이 옳지 않다”라고 증언하는 것처럼, 세례자 요한은 헤롯 왕의 부정한 행태에 대해 신랄하고도 강도 높게 비판했고, 이를 괘씸하게 여긴 헤롯은 세례자 요한을 감옥에 투옥 시켜 버린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헤롯은 앞서 살펴본 베뢰아 남쪽의 마케루스(Machaerus)에 있는 자신의 화려한 궁전에서 생일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마캐루스는 어떤 곳입니까? 오늘날에는 <이미지2>에서 보는 것처럼 유적지로만 남아 있지만, 당시 마케루스는 천혜의 요새로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었기 때문에 헤롯은 이곳을 자신의 궁전으로 삼았고, 화려하게 치장했으며 무장한 군인들이 상주하고 있었습니다.<“Machaerus:Beyond the Beheading of John the Baptist”, biblicalarchaeology.org>

●헤롯의 식탁과 살로메

실제로 당시 마케루스 궁전이 어땠는지 고고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복원해보면, <이미지-3>와 같습니다. 이 정도 규모면, 예루살렘 궁전에 비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 궁전에서 헤롯 안티파스는 자신의 생일파티를 연 것입니다. 넓고 견고한 바닥에서 궁중 악사들이 흥겨운 악기를 연주하고, 그 연주에 맞추어서 무희들이 나와 화려한 춤을 춥니다. 많은 귀족이 그 잔치에 앉아 흥청망정 즐기고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헤롯의 식탁”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이날, 이곳 마케루스 요새에는 오늘 본문에 나오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헤롯의 식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케루스 요새의 “가장 낮은 구역”에 위치한 캄캄한 감옥에 세례자 요한이 투옥되어 있었습니다. 그곳은 감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짐승을 가두는 우리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입니다.<“Herod’s dance floor that doomed John the Baptist found”, patternsofevience.om>

헤롯의 식탁 분위기가 점점 고조될 무렵, 오늘 본문 6-7절이 말하는 것처럼 헤롯 안티파스는 새로 맞이한 두 번째 아내 헤로디아의 딸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는 흡족해합니다. 성경에는 딸의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역사학자 요세푸스에 의하면 그의 이름은 “살로메”(Salome)라고 합니다<요세푸스 지음, 김지찬 옮김, 『요세푸스Ⅱ:유대고대사』 생명의말씀사>. 본문을 보면, 헤롯은 너무도 흡족한 나머지 “살로메가 달라는 거라면, 무엇이든지 그대로 주겠다!”(7)고 맹세해버립니다. 마가복음에 의하면 헤롯 안티파스는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막 6:23)는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자 8절에서 살로메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반에 얹어서 여기서 내게 주소서.”라고 합니다. 헤롯은 난감해졌습니다. 자신을 비난하는 세례자 요한을 홧김에 가두긴 했지만, 그를 죽이는 것은, 그것도 목을 베어 죽이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대중들은 세례자 요한을 하나님이 보낸 선지자로 믿고 있었으니, 만약 세례자 요한을 죽였다가는 민란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 부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목을 벤다니요? 이는 대중들의 심기를 더욱 날카롭게 거슬릴 일이 분명합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

아일랜드의 시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는 바로 이 구절에서 영감을 받아서 『살로메』라는 짧은 희곡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 헤롯 안티파스는 살로메에게 이렇게도 말하고 저렇게도 말하면서, 무려 아홉 번이나 말로 달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면서 “제발 그것만은 말아다오!” 애걸복걸합니다. 하지만 살로메는 그때마다 아무런 표정 없이 단호한 세 단어로 차갑게 응대합니다. “요한의 머리를 주소서”<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한이 옮김, 『살로메』 소와다리>라고 말입니다.

이에 헤롯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명령을 내립니다. 오늘 본문 9-11절은 이러한 헤롯의 결정을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고발합니다. 다함께 읽겠습니다. “왕이 근심하나 자기가 맹세한 것과 그 함께 앉은 사람들 때문에 주라 명하고, 사람을 보내어 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어 그 머리를 소반에 얹어서 그 소녀에게 주니 그가 자기 어머니에게로 가져가니라.”

이처럼 하나님의 선지자였던 요한은 “헤롯의 식탁”에서 참수를 당했습니다. 헤롯의 식탁은 인간의 무지와 죄와 타락이 넘실댄 나머지, 하나님의 선지자를 무참히 죽인 식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는 차라리 분봉 왕이 아니었더라면 더 좋았을 뻔한 인간이었습니다. 차라리 생일을 잊고 사는 사람이었으면, 이천 년이 지난 지금, 이스라엘로부터 이역만리 떨어진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드리는 이 거룩한 주일 예배에 그토록 허망한 이름으로 저를 기억할 리는 없었지 않겠습니까? “헤롯 안티파스” 말입니다.

●빈들의 식탁-1. 긍휼의 식탁, 2. 주님 몸의 식탁

지금까지는 헤롯 안티파스의 통치 지역인 베뢰아의 마케루스에서 벌어진 “헤롯의 식탁 이야기”였다면, 13절부터는 헤롯 안티파스의 다른 통치지역, 곧 ‘갈릴리’에서 예수님이 베푸신 “빈들의 식탁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오병이어의 기적”이나 혹은 “오천 명 급식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서,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로, 빈들의 식탁은 긍휼의 식탁이었습니다. 본문 14절은 말하기를 “예수께서 나오사 큰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사 그중에 있는 병자를 고쳐 주시니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우리 영혼에 새겨야 할 단 하나의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불쌍히 여기셨다”(evsplagcni,sqh)는 말입니다. 그동안 제가 많이 강조해왔지만, 성경은 사랑과 자비와 긍휼이 넘치는 예수님의 마음을 “불쌍히 여기다”는 표현으로 일갈합니다. 예수님의 모든 말씀과 행동 뒤에는 길 잃은 양을 긍휼히 여기시는 목자의 눈물이 배어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주 저는 김명기라는 시인의 시집을 읽었습니다. 시인은 어느 날 유기견들을 보호하는 시설을 방문합니다. 주인으로부터 거절당하고, 버림받은 채로, 녹슨 창살 안에 갇혀 있는 유기견들을 놔두고 발길을 돌리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 마음을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저들의 피붙이라도 되는 양 --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김명기 지음,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문학나눔> 서럽게 울고 있는 유기견들을 놔두고 시인이 차마 발걸음을 돌리지 못해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말하는 것처럼, 빈들의 식탁에서 우리 주님 예수께서는 저 불쌍한 무리를 그대로 되돌려 보내실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예수께서 행하신 기적의 핵심이었던 것입니다. 곧 “빈들의 식탁은 긍휼의 식탁”인 것입니다.

둘째로, 빈들의 식탁은 주님의 몸을 먹는 식탁입니다. 방금 첫 번째로 “빈들의 식탁은 긍휼의 식탁”이라 말씀드렸듯이, 긍휼을 베푸시는 주님은 그가 보여주실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긍휼, 곧 ‘자신의 몸’을 우리에게 내어주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우리는 ‘오천 명을 먹이신 사건’으로 기억하지만, 주님이 베푸신 ‘오병이어의 기적’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곤 합니다. 그러나 그 해답이 오늘 본문 19-20절에 나와 있습니다. 곧 본문은 “무리를 명하여 잔디 위에 앉히시고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매”라고 말합니다. 밑줄 그은 부분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씀은 마태복음 26장에 나오는 주님의 마지막 만찬과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마태복음 26장은 주님이 베푸신 마지막 만찬에 대해서 기록하기를 “그들이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하시니라”고 합니다. 역시 밑줄 그은 부분에 주목해서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씀은 오늘 설교 후에 나눌 성만찬 예전으로 사용되는 본문입니다. 빈들의 식탁과 제자들과의 마지막 식탁을 비교하면 이렇습니다.<양용의 지음, 『마태복음』 이레서원>

다시 말씀드리지만, 예수께서 오천 명에게 베푸신 빈들의 식탁은 제자들과의 마지막 식탁, 곧 성만찬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성만찬의 핵심은 주님이 자신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내어 주신 십자가 사건을 기억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에서 주님이 베푸신 갈릴리 빈들의 식탁은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는 주님이 내어주신 주님의 몸을 먹는 십자가의 식탁이었던 것입니다.

●빈들의 식탁-3. 변화의 식탁

마지막 셋째입니다. 빈들의 식탁은 변화의 식탁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주님이 이 거룩한 식탁을 베푸신 목적입니다. 우리가 성만찬을 받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성만찬을 통해서 주님의 살과 피를 먹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많은 목적이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하나가 우리 삶이 주님의 뜻대로 변화를 맛보는 것입니다. 주님의 거룩한 살과 피가 우리 안에 영적으로 흐름으로, 하나님의 꿈이 우리의 비전이 되고, 예수님의 성품이 우리의 인격이 되며, 성령님의 권능으로 능력 있는 삶을 살고자 우리는 성만찬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13절을 보시면, 주님이 이 거룩한 식탁을 베푸신 장소가 어딘지를 말해줍니다. 13절은 “예수께서 들으시고 배를 타고 떠나사 따로 빈들에 가시니”라고 말합니다. 또한 15절을 보면, “저녁이 되매 제자들이 나아와 이르되 이곳은 빈들이요”라고 하면서, 제자들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이곳은 빈들인 것을 확인합니다. 13절과 15절에 나오는 “빈들”이라는 말은 헬라어로 “에레모스”(e;rhmoj)라고 하는데, 이 말은 구약성경의 “광야”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광야로 가신 것이고, 무리들과 제자들은 광야에 있던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오병이어 기적을 행하시는 본문 19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리를 명하여 잔디(푸른 풀밭, green grass) 위에 앉히시고”(tou.j o;clouj avnakliqh/nai evpi. tou/ co,rtou) 지금까지 그곳은 분명 빈들이었고 광야였지만, 이제는 빈들이 아닙니다. 광야가 아닙니다. “잔디 곧 푸른 풀밭”이 됩니다. 목자 되신 주님이 그들을 먹이시는 순간, 그들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고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는도다”(시 23:1-2)라고 고백하는 주님의 양들이 된 것입니다.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아무도 들려 하지 않는 빈들을 주님이 가득 채우고 계셨기 때문입니다.’<“아니, 그런데 // 당신은 누구입니까 // 아무도 들려 하지 않는 빈들 // 빈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당신은”> <“빈들”, 고진하 지음, 『지금 남은자들의 골짜기에는』 민음사> 그 순간, 빈들은 푸른 풀밭이 된 것입니다.

●갈릴리, 베뢰아 두 식탁 이야기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헤롯 안티파스가 통치하던 시대에 일어났던 두 개의 잔치, 두 개의 식탁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첫째는 베뢰아 지역의 마케루스 요새에서 벌어진 “헤롯의 식탁”이었습니다. 온갖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되었고, 춤과 음악과 기름진 음식들이 즐비한 식탁이었지만, 그 식탁은 하나님이 보내신 세례자 요한을 참수하는 피의 사건으로 귀결되었습니다. 헤롯의 식탁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어리석음과 무지함과 권모술수와 사악함이 지배한 추악한 식탁이었습니다.

두 번째 식탁은 갈릴리에서 벌어진 “빈들의 식탁”이었습니다. 그 빈들로 찾아온 무리들은 ‘소망이 없습니다. 내일이 없습니다. 그저 마른 수숫대처럼 서걱이는 인생’<“늦가을 바람에 // 마른 수숫대만 서걱이는 빈들입니다. // 희망이 없는 빈들입니다. // 내일이 없는 빈들입니다.” 고진하의 “빈들” 중에서>을 살아온 자들이었습니다. 본문 12절이 “요한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가져다가 장사하고 가서 예수께 아뢰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저들은 헤롯의 식탁에서 처참하게 죽은 자신의 스승을 장사하고 절망에 빠져있다가, 이제 실낱같은 희망을 찾고자 예수께로 모여든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무리에게 주님은 긍휼의 식탁을 베푸셨고, 이에 자신의 몸을 식탁에 올리셨습니다. 그 몸을 먹게 하셨습니다. 그것이 빈들의 식탁이었고, 푸른 풀밭으로 변화된 식탁이었습니다. 이 식탁은 그 옛날 이스라엘이 맛보았던 “광야의 식탁”처럼 하늘로부터 끊임없이 공급된 풍성한 식탁이었습니다. 그리하여 20절이 말하는 것처럼 “다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말씀을 마치면서 마지막 구절을 묵상하게 됩니다. “그들은 열두 바구니에 남겨진 음식을 어떻게 했을까?”하고 말입니다. 열두 바구니에 담긴 주님의 몸을 저들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소설가 공선옥씨는 자신의 책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먹는 행위에서 육체적으로 만족감과 더불어 영혼의 교감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이 없다면, 배부르지만 불행한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공선옥 지음, 『행복한 만찬』 달>

그렇습니다. 주님이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배불리 먹고도 열두 바구니에 가득 담을 만큼 넉넉히 자신의 몸을 주신 것은, 이제 그들로 하여금, 그리고 우리로 하여 거룩하고 풍성한 빈들의 식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라는 뜻인 줄로 믿습니다. 그 열두 바구니에 담긴 주님의 몸이 썩기 전에, 빈들의 식탁을 갈망하는 사람들과 가서 나누어 먹으라 말씀하신 줄로 믿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참된 소망은 헤롯의 식탁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 주님이 갈릴리에서 베푸신 풍성한 빈들의 식탁에 있는 줄로 믿습니다. 이제 우리가 나눌 성만찬을 통해, 열두 바구니에 담긴 주님의 긍휼과 사랑을 들고 세상으로 나가는 여러분의 삶이 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