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멍에를 벗고, 주님의 멍에를 메고”

(마 11:16-19, 25-30)

<2023년 7월 9일 성령강림 후 제6주 설교 / 녹색>

●“이 세대”와 주님의 초대

저는 오늘 마태복음 11장을 본문으로 “나의 멍에를 벗고, 주님의 멍에를 메고”라는 제목으로 여러분과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제목에서 눈치채셨겠지만, ‘나의 멍에’와 ‘주님의 멍에’는 서로 상극입니다. ‘나의 멍에’는 벗어버려야 하는 우리의 못난 모습을 뜻한다면, 반대로 ‘주님의 멍에’는 우리가 속히 받아서 메야 하는 주님의 선물이자 초대를 뜻합니다.

예수께서는 오늘 본문 16절에서 “이 세대를 무엇으로 비유할까?” 하시면서, 2천 년 전 예수님 살던 시대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지 비유를 통해 정확하게 지적하시지만, 두 번째 본문인 28절 이하를 보면, 그처럼 구제 불능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기꺼이 초대해 주십니다. 예수께서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말씀하셨고, 이어서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은 저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아셨지만, 그것을 문제 삼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어떤 조건 따위를 내세우지 않으시면서 다만 “내게로 오라, 나의 멍에를 메라”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이러한 주님의 말씀을 읽을 때, 2023년 오늘을 사는 우리도 똑같이 묻게 됩니다. 만약 주님이 지금 우리에게 오신다면, “주님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이 세대를 과연 무엇으로 비유하실까?”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을 읽으면서 기도하게 됩니다. “주님, 2천 년 전에도 그러셨던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도 ‘다 내게로 오라’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다시금 초대해 주옵소서”라고 말입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 여러분이 버려야 할 멍에를 발견하고, 벗어버리는 이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선물로 주시는 주님의 멍에를 기꺼이 메고, 온유하고 겸손하신 주님의 가르침을 받아먹는 이 시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악하고 음란한 세대

지난주 새벽기도 시간에 마태복음 12장 38절과 39절의 말씀을 나누었는데, 본문은 이렇습니다. “그 때에 서기관과 바리새인 중 몇 사람이 말하되 선생님이여 우리에게 표적 보여주시기를 원하나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악하고 음란한 세대가 표적을 구하나 선지자 요나의 표적 밖에는 보일 표적이 없느니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평상시에는 서로 쳐다보지도 않던 상극 관계였던 서기관과 바리새인이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이 본문에서는 같은 뜻을 품고 한 몸으로 달라붙은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께 “표적을 보여달라”는 저들의 요구에 예수께서는 “악하고 음란한 세대”(A wicked and adulterous generation)라는 칼날 같은 말씀으로 그들을 꾸짖기만 하셨습니다.

새벽기도 때도 말씀드렸지만, 예수께서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을 향해 이처럼 “악하고 음란한 세대”라 꾸짖으신 것은, 그들이 문자 그대로 성적으로 타락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은 전혀 그럴 리 없는, 율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거의 완벽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성적으로 타락하기는커녕, 이들이 성경에 등장할 때는 어김없이 ‘율법 감별사’나 혹은 ‘죄인 감별사’라도 되는 것처럼, 율법을 엄격하게 준수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면 왜 주님은 저들을 향해 하고많은 비판의 표현을 놔두고 ‘음란하다’ 말씀하셨던 것일까요?

구약성경에 보면 에스겔이나 호세아와 같은 예언자들이 이스라엘을 ‘악하고 음란한 백성’이라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겔 16:38, 호 1:2, 3:1) 어떨 때 그렇게 비판했던 것입니까?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숭배에 빠졌을 때였습니다. 즉 하나님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악하고 음란한 행위는 우상숭배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서기관과 바리새인으로 대표되는 당시 유대 사회를 향해 “악하고 음란한 세대”라 꾸짖으신 것은, 설사 그들이 남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게 살았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영적 상태는 이미 하나님을 버리고, 하나님을 떠나서 다른 것을 섬기는 아주 심각하고도 고약한 우상숭배에 빠져있다는 지적인 것입니다.

●교만이라는 우상에 빠져버린 세대

그래서 저는 새벽 시간에 물었습니다. 이 시간에도 다시 한번 묻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어떤 우상을 섬겼던 것입니까?” 어떤 우상을 섬겼길래, 예수께서 “악하고 음란한 세대”라는, 이처럼 신랄하고도,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과도해 보이는 비판을 저들 면전에 대고 말씀하셨던 것일까요? 그들의 우상은 외부에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들 내면에 있었습니다. 서기관과 바리새인의 우상숭배는 과거 구약 시대의 것과는 판이했지만, 오히려 더욱 끔찍한 우상을 숭배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가르쳤던 앨리스터 맥그러스(Alister McGrath, 1953~)라는 저명한 교수는 인간 내면에 똬리를 틀고서 인간의 영혼을 집어삼키는 우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타락한 인간 본성은 기본적으로 자기 마음대로 행하려는 욕망(자율), 즉 자기 자신을 충족하려는 우상을 열렬히 추구한다.”<알리스터 맥스래스 지음, 윤종석 옮김, 『자존감』 IVP>라고 말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은 하나님의 뜻에 자신의 뜻을 조율하려 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자기 마음대로 행하려는 우상을 매 순간 열렬히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인간의 죄가 바로 여기서 시작한 것입니다.

서기관과 바리새인은 이러한 우상에 빠진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그들의 우상은 바알(Baal) 신이나 아세라(Asherah) 신 따위처럼, 겉으로 보기에만 흉물스러웠지 내용적으로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그런 우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우상은 저들 안에 쓴 뿌리처럼 마구 자라는 ‘자기-의’(Self-Righteousness)라는 우상, 즉 ‘교만’(Arrogance)이라는 끔찍한 우상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눈으로 보기에 서기관과 바리새인은 이러한 교만의 우상숭배가 그들의 영혼을 이미 칭칭 휘감고 잠식해 버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이 주도하고 대표하는 당시 세상을 향해서 주님은 “악하고 음란한 세대”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즉 “교만이라는 우상숭배에 빠진 세대”였던 것입니다.

●장터에 앉은 아이들의 놀이: 타인과의 공감 능력

오늘 본문 마태복음 11장을 보면, 예수께서는 오늘 본문에서도 “이 세대”(this generation, th.n genea.n)를 향해 비판하십니다. 사실 마태복음에는 “이 세대”라는 말이 여덟 번이나 나오는데(마 11:16; 12:39, 41, 42, 45, 16:4, 23:36; 24:34), 단 한 번도 긍정적으로 사용된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그 앞에 부정적 의미를 나타내는 형용사가 붙어서 “악한 세대” “음란한 세대” “믿음이 없는 세대” “패역한 세대”, 이런 식으로 경고의 의미로만 사용됩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이러한 악한 세대가 무엇인지 주님은 “장터에 앉은 아이들의 비유”로 알기 쉽게 들려주십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든가, “숨바꼭질”,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말뚝박기” “망까기” 그리고 “오징어 게임” 등을 하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나는데, 2천 년 전 이스라엘의 아이들은 오늘 본문에 나오는 내용처럼 놀았던가 봅니다. 이 놀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규칙으로 된 놀이인지 알려지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내용을 보면, 장터에 노는 아이들이 편을 나누어서 한쪽이 ‘삘리리~’하고 피리를 불면, 다른 한쪽이 신나게 춤을 추면서 화답하고, 반대로 한쪽이 ‘아이고~’ 하면서 곡소리를 내면, 다른 한쪽은 ‘엉엉~’ 우는 소리를 내면서 화답하는 놀이인 것 같습니다.

‘그게 뭐 그리 재밌겠나’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 하던 놀이도 지금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 유치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유치한 놀이지만, 어린 시절 저는, 땅거미가 질 때까지, 어머니가 ‘밥 먹으라’ 부르실 때까지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예수님 시대 때 아이들은 이런 놀이를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배웠을 것입니다. 어떤 모습에서 배웠겠습니까? 피리 소리에 따라 춤추고 기뻐하는 것은 아마도 당시 ‘혼인예식 행렬’을 따라다니며 배웠을 것입니다. 반대로 곡소리를 내면서 슬피 우는 것은 ‘장례식 행렬’을 지켜보면서 배운 놀이였을 법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놀이는 단순한 놀이라 할 수 없습니다. ‘기쁨과 슬픔’이라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원초적 감정, 원초적인 성품’에 관한 놀이었습니다. 그것도 혼자 기뻐하거나 혼자 슬퍼하는 게 아니라, ‘타인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능력’, 즉 “타인과의 공감 능력”을 바탕에 둔 놀이였던 것입니다.

●불구의 감성이 된 세대

그런데 예수님 말씀을 들어보니, 장터의 아이들이 뭔가 이상합니다. 피리를 불어도 기뻐하지 않고, 슬피 울어도 함께 슬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놀이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

저는 이 말씀을 읽다가 문득 오래전 박노해 시인이 말한 “불구의 감성”이라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그가 말한 불구의 감성이란 ‘안하무인 격으로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입니다. ‘사람이 한 일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 마음’입니다. 한 마디로 ‘사람 귀한 줄 모르고 함부로 대하는 마음과 행동’을 두고 시인은 “불구의 감성”이라 합니다.<박노해 지음, 『오늘은 다르게』 해냄> 안타깝게도 본문에 나오는 아이들이 지금 그런 것 아닙니까. 한쪽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피리를 부는데, 다른 쪽 아이들은 얼굴에 불만이 가득해서 그저 ‘소 닭 보듯’ 대합니다. 아마도 속으로 ‘뭐가 저리 신나서 피리를 불고 난리야!’하고 생각했을 법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아이들이 ‘엉엉’ 울면서 슬픈 기색을 보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놓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의 울음소리를 무시합니다. ‘아까는 피리를 불고 난리더니, 이번에는 뭐가 또 저리 슬퍼서 징징대고 있는거냐!’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 불구의 감성이 된 이 세대의 아이들, 이 세대의 사람들은 기필코 불만거리를 찾아내고, 트집을 잡고, 상대방을 깔보고 무시합니다. 마치 그럴 자격이 있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혐오의 세대

그런데 이어지는 18절과 19절 말씀을 보면, 이것은 단순한 감정에 관한 비유가 아니었습니다. 훨씬 심각한 상황입니다. 장터에 노는 아이들의 비유는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사역을 못마땅해하는 ‘이 세대에 속한 사람들’의 삐뚤어진 태도를 일갈한 것입니다. 즉,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아니하매 그들이 말하기를 귀신들렸다 하더니, 인자는 와서 먹고 마시매 말하기를 보라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다” 한다는 것입니다.

요한이 금식하자, 저들은 ‘왜 안 먹냐? 왜 안 마시냐?’고 합니다. 거기까지면 괜찮은데, 저들은 요한에게 “귀신들렸다”는 근거 없는 악의적인 혐의를 덧붙입니다. 요한과는 달리 예수님은 사람들과 더불어 먹고 마시기를 즐기시자, 이제는 예수님 더러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glutton and a drunkard, fa,goj kai. oivnopo,thj)이라는 딱지를 붙입니다.

몇 주 전에 나누었던 마태복음 9장에서, 예수님이 세리 마태를 제자로 부르신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예수께서는 세리 마태의 집에 들어가셔서 많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둘러앉아 하나님 나라의 잔치를 나누시며 먹고 마셨습니다(마 9:10). 그때 바리새인들의 반응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들은 말했습니다. “어찌하여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느냐?”(마 9:11)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함께 먹다”(evsqi,w, 에스티오)는 말은 “소진하다, 탕진하다”는 뜻이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의 거룩한 식탁교제를 그저 ‘낭비하는 일’ ‘탕진하는 일’이라 비하하고 깎아내린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이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나가서, 차마 끔찍한 속마음을 들키고 맙니다. 왜냐하면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많이 먹고 많이 마시는 사람을 조롱하는 말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표현 자체로만 보면, 다소 불편한 감이 없지 않지만,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말에는 예수님을 죽여 없애고 싶은 바리새인을 비롯한 ‘이 세대에 속한 사람들’의 증오와 혐오, 그리고 적개심이 담겨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신명기 21장을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방탕하며 술에 잠긴 자라면, 자식일지라도 돌로 쳐 죽여라. 그리하여 너희 중에서 악을 제거하라”(신 21:20-21)고 말입니다. 여기서 “방탕하며 술에 잠긴 자”를 오늘 본문 말씀으로 대체한다면 “포도주를 즐기는 자”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저들이 예수님을 “먹기를 탐하는 자요, 포도주를 즐기는 자”라고 부른 것은 매우 의도적입니다. 주님을 돌로 쳐 죽일 명분을 만들고자 혐의를 조작한 것입니다. 예수가 포도주를 즐기는 자가 되기만 하면, 그를 죽여도 될 뿐만 아니라, 아니 오히려 그를 돌로 쳐 죽이는 것은 “악을 제거하는” 의로운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오늘 본문이 말하는 이 세대에 속한 사람들의 실체였던 것입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은 누구인가?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상황이 이쯤 되면, 자신에게 적개심으로 밀고 들어오는 ‘이 세대’를 향해 주님은 어떻게 응대하셨어야 합니까? 자기-의로 똘똘 뭉친 교만의 우상에 빠지다 못해, 이제는 예수님을 죽이고자 혐오와 증오의 노예가 되어버린 ‘이 세대’를 주님은 얼만큼이나 심판하셔야 하겠습니까? 그런데, 하늘의 천군 천사를 내려보내셔서 불과 기름으로 타작마당을 놓으셨어도 모자랄 판에, 주님은 오늘 본문 28절에서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보통 이 말씀에 있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세상의 염려와 근심, 그리고 고통과 같은 것이라 이해하고 있지만, 본문 맥락 속에서 이해하면,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주님을 조롱하다 못해 죽이려 달려드는 ‘이 세대의 사악한 행태’가 “수고하고 무거운 짐”이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님은, 마치 십자가에서 자신을 모욕하는 자들을 위해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하고 기도하신 것처럼, 자신을 거부하고 모독하는 이 세대의 죄악된 행태조차도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의 모습”으로 애처롭게 바라보신 것입니다.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일이란 얼마나 소모적이고,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누군가를 비난하고 조롱하면 잠시 잠깐 속이 시원할지는 몰라도, 결국 그런 생각과 말과 태도는 자신의 영혼을 해칩니다. 타인을 향한 미움과 증오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와서 치명적인 영혼의 손상을 입히고야 말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 영혼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요,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치명적인 멍에임에 분명합니다. 그리하여 주님은 이 세대의 온갖 죄악된 모습을 일컬어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모습”이라 규정하신 것입니다.

●나의 멍에를 벗고, 주님의 멍에를 입고

이어서 주님은 말씀하시기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라.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 11:29-30)고 하십니다. “너의 멍에를 벗어버리고, 나의 멍에를 메라”고 주님이 말씀하신 것입니다. 로마서 12장에서 바울이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라”(롬 12:2)고 권면한 것처럼, 주님은 미움과 증오의 멍에, 자기-의에 사로잡힌 교만의 멍에를 벗으라 촉구하십니다. 그러한 멍에는 결국 너희 영혼을 일그러뜨릴 무거운 짐이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그리하여 ‘온유의 멍에, 겸손의 멍에, 긍휼과 자비의 멍에를 메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처럼 예수님 시대가 교만의 시대요, 미움과 증오의 시대였다면, 우리가 사는 시대는 어떠합니까? 우리가 사는 이 세대는 예수님의 세대와 얼마나 달라졌고, 좀 나아졌습니까? 숙명여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홍성수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오늘날 세대의 특징을 꼬집어 “바야흐로 혐오의 시대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홍성수 지음, 『말이 칼이 될 때』 어크로스> 그의 책 제목조차 『말이 칼이 될 때』라 한 것처럼,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이 세대 또한 여전히 무거운 짐과 멍에에 짓눌려 있습니다. 세대 간의 갈등, 남녀 간의 갈등, 지역과 이념에 따라서도 갈등으로 인해 미움과 증오가 팽배합니다. 세상을 사랑하시고 용서하시는 주님의 길이 아니라, 그 길을 거역하는 길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 세대를 향해 주님은 2천 년 전과 동일한 초대의 말씀을 주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라.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 11:29-30)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러한 주님의 초대가 복음입니다. 주님은 어떤 조건을 달지 않으셨습니다. 특정한 부류만 부르신 것도 아닙니다. 복음은 모든 가치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거운 짐에 눌린 모두에게 “다 내게로 오라” 부르시며 평안과 쉼을 약속하십니다. 복음은 모든 것을 녹이고,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님의 초대에 응답함으로, 나의 무거운 짐, 나의 멍에를 벗고, 주님의 멍에를 입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교만과 불순종의 길에서 돌이켜 주님의 멍에가 가리키는 순종의 길을 걷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 일은 “내게 배우라” 말씀하신 주님의 온유하심과 겸손을 배우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말이 달라지고, 태도가 변하고, 타인을 향한 시선을 바꾸는 일에 복음의 진가가 나타날 것입니다.

이러한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가정과 여러분의 선교회와 속회도, 우리 교회와 한국 교회가, 그리고 이 세대가 주님의 복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가도록, 주님의 멍에를 메고 먼저 순종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