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뿌리는 자의 비유: 나의 열심으로 이루리라”

(마13:1-9, 18-23)

<2023년 7월 16일 성령강림 후 제7주 설교 / 녹색>

●“내 마음은 호수요” 그리고 조지 바이런

우리가 잘 아는 가곡 중에 <김동명 작사/ 김동진 작곡>의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곡이 있습니다. 가사가 이렇습니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이 시는 무엇을 노래하고 있습니까? 굳이 설명할 필요 없겠지만, 이 시는 한 남자가 한 여인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시입니다. 그런데 시인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이렇게 딱딱하게 직설적으로 말해도 됐겠지만, 자신의 마음을 호수와 촛불에 빗대어서 여인을 향한 사랑을 더욱 매혹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무언가를 표현할 때, 어떤 것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을 “비유법”(比喩法)이라고 합니다. 적절한 비유를 잘 들어서 설명하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일반적인 단어와 문장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도 비유를 사용하면 훨씬 풍성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비유의 힘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George Gordon Byron, 1788〜1824)에 관한 일화를 들 수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지만, 바이런이 영국의 명문대학인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때였습니다. 학기를 마감하면서 교수님이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었던 기적을 종교적-영적 의미로 서술하라.”는 문제를 냈다고 합니다. 절대 만만치 않은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 대답하려면 성경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기독교 전반에 대한 이해와 영성 훈련도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받고 다른 학생들은 머리를 쥐어 짜내며 종이에 빼곡이 답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니다. 그런데 그중 한 학생은, 즉 바이런은,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뿐 답안지 작성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를 두 시간이 지나 답안지를 제출해야 할 때가 되자, 비로소 그 학생은 딱 한 줄짜리 답안을 작성해서 제출하고 나왔다고 합니다. 이런 답안이었습니다.

“물이 주인을 보자 수줍어 얼굴을 붉혔다”(The water saw its Master and blushed) 조지 바이런 (George Gordon Byron, 1788〜1824)

학생이었던 시인 바이런은 ‘예수께서 물을 포도주로 만든 기적’을 이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비유로 설명한 것입니다. 이 답안을 제출한 바이런은 그 학기 최고 점수를 받았다는 일화입니다. 채점하는 교수가 봤을 때도 바이런의 비유는 그 어떤 박식하고 정확한 답안보다 주님이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사건의 본질을 풍성하게 묘사한 것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비유는 거룩하신 하나님의 세계로 이어주는 통로다

성경에는 많은 비유가 나옵니다. “하나님은 선하십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나님에 대한 이런 선언도 사실 비유입니다. 예수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나의 길과 진리이요 생명이십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이십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우리의 고백도 비유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신학자인 샐리 맥페이그(Sallie Mcfague, 1933-2019)교수는 “성경에서 하나님에 관한 거의 대부분의 표현은 비유(은유)다”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왜 그럴까요? 성경에는 왜 이렇게 많은 비유가 나올까요?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간이 하나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언어는 모두 부적절한 것이기 때문에 비유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샐리 맥페이그 지음, 정애성 옮김, 『은유신학』 다산글방>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한낱 피조물인 인간이 어찌 창조주 하나님을 온전히 말과 언어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는 마치 ‘작은 컵에 바닷물을 통째로 담으려 하는 것’ 만큼이나 무모한 일일 것입니다. 우리가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라고 노래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성경에 비유가 많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유는 힘이 있습니다. 비유는 구구절절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풍부하게 채워주면서, 오랫동안 그 말씀을 기억하고 간직하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비유를 이렇게 정의하곤 합니다. “비유는 세속적인 인간 세계를 거룩하신 하나님의 세계로 이어주는 통로다”(A parable is a Path from the secular human world to the divine kingdom of God)라고 말입니다. 비유 자체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아니 인간의 언어라는 것이 원천적으로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비유의 말은 인간이 거룩하신 하나님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통로임에는 틀림없을 것입니다.

●비밀스러운 예수의 비유

복음서에 보면 예수께서도 비유를 즐겨 사용하셨습니다. 마태, 마가, 누가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 말씀 중에 ‘1/3 이상’이 비유의 말씀일 정도입니다. 물론 예수님 시대에 몇몇 유대 랍비들이 비유로 가르쳤던 흔적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저 미미한 수준일 뿐이고, 이처럼 많은 비유로 다양하게 가르친 것은 예수님이 최초이자 유일합니다.<예레미아스 지음, 허혁 옮김, 『예수의 비유』 분도출판사> 예수님은 ‘비유의 달인’이라 불려도 좋을 만큼 다양한 비유로 하나님 나라를 효과적으로 가르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예수께서 비유를 즐겨 사용하신 것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때로는 대중들이 다 알아듣게 가르치는 것이 위험할 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예수님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셨을 때, 서기관이나 바리새인은 주님의 말씀을 심각한 위협으로 여긴 나머지, 예수님을 죽이고자 음모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예수께서는 ‘알쏭달쏭’하고, ‘아슬아슬’한, 마치 수수께끼 같은 은밀한 비유를 사용하심으로, 한편으로는 외부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하면서도(misunderstandings), 다른 한편으로 제자들에게는 비밀스러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려 하신 것입니다.<Robert Stein, The Method and Message of Jesus’ Teachings, John Knox Press/ Internet Archive.org> 그것이 예수께서 비유를 줄곧 사용하신 이유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비유는 겉으로는 공공연한 가르침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은밀하고도 비밀스러운 가르침이었는데, 오늘 본문 말씀에 이러한 정황이 드러납니다. 2절이 말하는 것처럼, 예수께서는 불특정다수인 “큰 무리” 앞에서 비유로 말씀하십니다. 그곳에 모인 무리는 순수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개중에는 예수님 말씀에서 꼬투리를 잡아 고발하려는 사람들도 섞여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수께서는 무리에게는 짤막하게 비유로 말씀하시고는 10절에서 제자들이 예수께 “어찌하여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시나이까” 하고 묻자, 11절에서 “천국의 비밀을 아는 것이 너희에게는 허락되었으나 그들에게는 아니되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비유는 때때로 은밀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네 가지 땅의 모습

그렇다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는 어떤 비유입니까? “씨뿌리는 자의 비유”입니다. 본문 3절은 “예수께서 비유로 여러 가지를 그들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씨를 뿌리는 자가 뿌리러 나가서 뿌릴새~”라고 말문을 엽니다. 그러면 그 비유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아시다시피 다음과 같은 네 종류의 땅과 거기에 뿌려진 씨앗에 대한 말씀이었습니다.

첫째는 “길가에 뿌려진 씨앗”입니다. 본문 4절이 말하는 것처럼, 씨앗이 “길가에 떨어졌는데”, 씨앗이 발아해서 싹이 트기도 전에 새들이 와서 먹어버리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본문 19절 말씀을 보면, 예수께서 그 의미를 제자들에게 설명하시기를, “천국 말씀을 듣고 깨닫지 못할 때는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것을 빼앗나니 이는 곧 길가에 뿌려진 자요”라고 하십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둘째는 “돌밭에 떨어진 씨앗”입니다. 5절이 말하기를 “돌밭에 떨어지매 흙이 깊지 아니하므로 곧 싹이 나오나 해가 돋은 후에 타서 뿌리가 없으므로 말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예수께서는 20절에서 제자들에게 설명하시기를, “돌밭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즉시 기쁨으로 받되 그 속에 뿌리가 없어서 잠시 견디다가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날 때에는 곧 넘어지는 자”라고 하십니다. 이 또한 안타깝기가 그지없습니다.

셋째는 “가시떨기 위에 떨어진 씨앗”입니다. 7절이 말하듯이 이 씨앗은 “가시떨기 위에 떨어지매 가시가 자라서 기운을 막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예수께서는 22절에서 제자들에게 설명하시기를, “가시떨기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들으나 세상의 염려와 재물의 유혹에 말씀이 막혀 결실하지 못하는 자”라고 합니다. 가시떨기에 뿌려진 씨앗은 앞선 두 경우보다 조금 낫긴 했지만, 가시떨기에 기운이 막혀 열매를 맺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말씀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넷째는 8절이 말하는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입니다. 예수께서는 23절에서 설명하시기를 “좋은 땅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깨닫는 자”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육십 배, 어떤 것은 삼십 배가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 주신 “씨뿌리는 자의 비유”였습니다.

●씨뿌리는 자의 비유

많이 들으셔서 이 비유의 말씀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십니까? 보통 우리가 내리는 결론은 길가나 돌밭 그리고 가시떨기가 아니라 좋은 땅이 되자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 밭이 좋은 땅이 되어서 100배, 60배, 30배로 많은 열매를 맺자는 결론을 내리곤 합니다. 물론 미리 축복하지만, 여러분 영혼이 그러한 좋은 땅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반드시 그러셔야 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 비유의 목적이 그것이냐는 겁니다.

우리의 신앙이 좋은 땅이 되어서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얘기입니다. 만약 그것이 예수께서 말씀하신 비유의 목적이라면, 굳이 18-23절에서 그 비유를 다시 제자들에게만 풀어서 설명해 주실 이유가 없습니다. 1-9절만 읽으면 누구라도 대략적으로나마 “아, 주님은 우리에게 네 가지 땅 중에 네 번째, 곧 ‘좋은 땅이 되라!’ 하시는구나” 하는 걸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굳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다시 비유를 일일이 설명해 주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비유의 참뜻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이를 위해 몇 가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로, 오늘 본문 3-4절을 보면 예수께서는 “씨를 뿌리다”(스페이로, spei,rw)는 말을 연이어 세 번씩이나 붙여서 사용하십니다. 여기서부터 마치 수수께끼를 내시는 것 같습니다. 즉 주님은 “씨를 뿌리는 자(spei,rw)가 뿌리러(spei,rw) 나가서 뿌렸다(spei,rw)”(3-4a)고 말씀하십니다. 무언가를 반복할 때는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씨 뿌리다”는 말을 세 번 연이어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은 ‘씨 뿌리는 자의 강한 의지와 그의 행동’을 강조하시려는 겁니다. 이제 ‘씨 뿌리는 자’는 ‘씨를 뿌리기로 작심했으니’ 누가 뭐라 해도, 결과가 어떠해도 나가서 ‘씨를 뿌리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결심만 거창할 뿐, 도대체가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그 아까운 씨앗을 길가에도 ‘뿌리고’, 돌밭에도 ‘뿌립니다’. 그리고 가시덤불에도 ‘뿌리고’ 좋은 땅에도 ‘뿌립니다’. 밭의 상태를 살펴서 어디는 많이 뿌리고, 어디는 적게 뿌리는 게 아니라, 이 어리석은 씨 뿌리는 자는 똑같이 뿌립니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뿌리면서도 그는 네 개의 땅 모두로부터 풍성한 열매를 얻으려는 쓸쓸한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떨어지다(pi,ptw) vs 뿌려지다(spei,rw)

그런데 둘째로,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방금 우리는 “씨 뿌리는 자가 씨를 뿌리기 위해 작심하고 나가서 씨를 뿌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 씨앗은 “뿌려졌다”고 표현되어야 옳습니다. 그런데 4-8절을 자세히 보시면, 주님은 무리를 향해 말씀하시기를, 씨앗이 “떨어졌다”(pi,ptw)고 하십니다. 즉 4절에서 “뿌릴새 더러는 길가에 떨어지매”, 5절에서 “돌밭에 떨어지매”, 6절에서는 “가시떨기 위에 떨어지매” 그리고 8절에서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떨어지다”(‘피프토’, pi,ptw)라는 말는 성경원어로 “넘어지다, 떨어지다, 무너지다, 망하다, 사라지다(fall, collapse)”는 뜻입니다.

느낌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뿌려졌다”고 할 때는 뭔가 생동감이 느껴지는데, “떨어졌다”고 하니 왠지 허망하고 부정적입니다. 긍정적인 무엇을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세 번째입니다. 이처럼 예수께서는 무리에게 씨앗이 “떨어졌다”며 부정적인 표현으로 말씀하셨지만, 19절, 20절, 22절, 23절에서, 제자들에게 따로 말씀하실 때는 네 번 모두 “뿌려졌다”(spei,rw)는 말로 정확히 말씀하십니다.(“~뿌려졌다”) 게다가 무리에게는 그 뿌려진 씨앗의 정체가 무엇인지 전혀 알려주지 않으셨지만, 제자들에게는 같은 구절인 19, 20, 22, 23절에서, 씨앗이 뿌려지는 일이란 “말씀 듣는 일”이라고 풀어서 알려주십니다.

그러므로 씨앗이 뿌려지는 일이란 주님의 말씀을 우리 마음 밭에 받는 일이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듯, 새똥 떨어지듯 우연히 우리 마음 밭에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씨 뿌리는 자는 열매를 맺고자 최선을 다해 ‘뿌리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이 길가와 같아도 씨 뿌리는 자는 뿌리십니다. 우리 마음이 돌밭과 같이 척박하고, 가시덤불처럼 세상 염려에 찌들어 있다 해도 씨 뿌리는 자는 그 밭에 정확하고도 정성껏 씨앗을 뿌리는 겁니다.

여러분, 이러한 ‘씨 뿌리는 자’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것입니까? 그는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입니까?

그가 만일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라면 아까운 씨앗을 이런 식으로 뿌리며 낭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길가에 씨를 뿌리는 정신 나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돌밭 야트막한 흙에 씨를 뿌리는 무모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가시떨기가 수북한 곳에 씨를 뿌리는 어리석은 사람이 또한 어디 있겠냐는 말입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오직 옥토만을 찾아서 그곳에 모든 씨를 다 쏟아붓고, 100배 60배 30배가 아니라, 천 배, 만 배의 열매를 보려고 할 것입니다. 그것이 세상이 말하는 논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 나오는 씨뿌리는 자는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의 열심으로 이루리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다시 한번 묻습니다. 이렇게 ‘씨를 뿌리는 자’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것입니까? 우리는 그의 마음을 무엇에 빗대어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 해답을 저는 시편 126편에서 찾습니다. 시편 126편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오는 하나님의 백성이 부르는 기쁨의 노래입니다. 바벨론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들은 다시 고향 땅에 돌아갈 것을 꿈에서조차 그려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차마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는 일이란 마치 길가와 돌밭에 씨를 뿌려 100배, 60배, 30배의 열매를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고 부질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해방을 맞이한 시편 기자는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감격에 젖어 이렇게 노래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 126:5-6)라고 말입니다.

자신의 백성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도록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신 분은 누구입니까? 여호와 하나님이십니다. 돌밭 같은 백성인 줄 알면서도, 그 위에 씨 뿌리기를 멈추지 않으시며, 자신의 백성을 향해 끝없는 사랑과 관심, 그리고 열심을 보여준 분은 누구였습니까? 여호와 하나님이십니다.

이처럼 자신의 백성을 위해 무모한 사랑을 멈추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열심, 돌밭같이 척박한 이스라엘에게 씨 뿌리기를 멈추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열심, 그리하여 반드시 열매를 맺고야 마는 ‘하나님의 무모한 통치 행위’를 성경은 “여호와의 열심”(Zeal of the Lord, 사 9:7)이라 부릅니다. 시편은 이러한 여호와의 열심을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로 찬양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사야가 “만군의 여호와의 열심이 이를 이루시리라”(사 9:7)고 말했던 것처럼, 오늘 마태복음 본문의 씨 뿌리는 자는 그의 열심으로 척박한 우리 마음 밭에 눈물로 씨를 뿌려 기쁨으로 곡식 단을 거두고자 하십니다. 눈물로 씨앗을 뿌리시는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 “나의 열심으로 이루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처럼 우리를 위해 눈물로 씨를 뿌리시는 ‘주님의 열심’에 감사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영혼이 길가에 서 있는 듯 외롭고 쓸쓸하며, 여러분 마음이 돌밭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으며, 여러분 삶이 가시덤불에 옥죄여 미래를 내다보기조차 어려울지라도, 바로 그 순간, “나의 열심이 이를 이루리라” 말씀하시는 주님을, ‘눈물로 씨를 뿌리시는 주님’을 더욱 신뢰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기쁨으로 곡식단을 거두어 승리하는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