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지와 그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마 13:24-30, 36-43)

<2023년 7월 23일 성령강림후 제 8주 설교 / 녹색>

●악의 평범성

지난주 내내 비도 오고 무덥기만한 가운데,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서초동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시달린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직전에 일어난 사건도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어느 학교 담임 교사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사정없이 폭행을 당해서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일이었습니다.

이런 뉴스 보도를 들으면서, 먼저 폭행을 당한 선생님과 스스로 목숨을 끊고 세상을 떠난 고인으로 인해 안타까운 마음을 달릴 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갖가지 뜬소문이 떠다니고 있고, 개중에는 가짜뉴스들이 버젓이 유튜브를 통해서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2차 가해도 우려되고요, 한편 애꿎은 사람이 피해를 당할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생각해 보면, 이미 오래된 이야기지만, 미국의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가 말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란 개념이 떠오릅니다.<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자세한 설명을 다 드릴 수는 없겠지만, 그녀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이란, 사람을 해치고,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악’이라는 존재는 우리 삶으로부터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여기는 일상 속에 악의 싹이 자라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더욱 슬픈 것은, 앞서 말씀드린 안타까운 사건도 자잘한 ‘언어폭력’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사로서의 교권을 지키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도 심각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그러한 폭력이 어디 별나라에서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니라, 매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비롯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성경이 말하는 ‘악’이라는 존재도 시작부터 무시무시한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에덴동산에서 일어난 ‘교만’이 악의 근원이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그 악은 처음부터 파괴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뱀에게 속아 남 탓이나 하고 있던 ‘아담과 하와’라는 두 못난이의 좌충우돌로부터 빚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악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알곡 속에 숨어 자라는 가라지처럼 잘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악인 줄 모르고 먹고, 악인 줄 모르고 말하고, 악인 줄 모르고 행하다가, 결과적으로 악으로 드러나는 것이 악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비유의 전모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난주에 이어서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두 번째 비유 말씀을 듣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천국은 좋은 씨를 제 밭에 뿌린 사람과 같다”(24절) 하시며 두 번째 비유를 시작하십니다. 시작이 산뜻합니다. 주인이 좋은 씨를 뿌렸으니, 그것도 자기 밭에 ‘손수’ 뿌렸으니, 이제 잘 가꾸어서 좋은 결실을 맺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사람들이 잘 때” 원수가 와서 곡식 가운데 “가라지”를 덧뿌린 것입니다.(25) 처음엔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다가, 시간이 흘러 싹이 나고 결실할 때가 되자 토실토실 익어가는 ‘밀’도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가라지’가 함께 자란 것입니다.(26)

이 사실을 알게 된 그 집의 종들은 부랴부랴 집주인에게 와서는 “주인님,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가라지가 도대체 어디서 생겨난 것입니까?”(27) 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집주인이 마음을 가다듬으며 대답합니다. “원수가 와서 이렇게 했구나!”(28a) 이에 종들은 분기탱천하여 대답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이것을 뽑기를 원하십니까?”(28b)라고 말합니다. 이는 마치 사마리아에 들어간 제자들이 “주여 우리가 불을 명하여 하늘로부터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릴까요?”(눅 9:54)하고 말했던 대목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집주인은 주님은 29-30절에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가만 두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하노라. 둘 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라. 추수 때에 내가 추수꾼들에게 말하기를 가라지는 먼저 거두어 불사르게 단으로 묶고 곡식은 모아내 곳간에 넣으리라”(29-30) 여기까지가 예수께서 ‘무리’에게 주신 비유 말씀의 전모입니다. 그리고 이후 두 번째 본문인 36절부터 예수께서는 그 의미를 제자들에게 설명해 주십니다.

●문을 열고 그 집 안으로 들어가다

지난주 제가 ‘비유는 이런 것입니다’ 하고 정의했던 것, 기억나십니까? 다시 한번 나눕니다. “비유는 세속적인 인간 세계를 거룩하신 하나님의 세계로 이어주는 통로”(A parable is a Path from the secular human world to the divine kingdom of God)라 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비유를 풀어주실 때 제자들은 그 신비로운 통로를 따라서 거룩하신 하나님의 세계로 ‘순간 이동’하듯이 진입하게 됩니다.

2016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N의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아실 것입니다. 이 드라마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문’입니다. 주인공 공유라는 배우가 한국에서 어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화면으로 보시는 것처럼 갑자기 장면이 바뀌면서 캐나다 퀘벡의 저 ‘빨간문’으로 나옵니다.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는 장면인데, 그 때문에 저 곳에 많은 관광객이 북적대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36절이 “예수께서 무리를 떠나사 집에 들어가셨다”라고 말하는 것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 집에서 주님이 하나님 나라의 비유를 말씀하셨으니, 가히 ‘그 집으로 들어가는 문’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잇는 ‘비유의 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마태복음은 우리에게 ‘문을 열고 집으로 따라 들어오라’ 하는 것 같습니다. 문을 열고 그 집에 들어가서 ‘예수님의 비유를 들으라’ 초대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다함께 그 비유의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마귀의 침공 사건: 가라지

외부인과 차단된 집 안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좋은 씨를 뿌리는 자는 인자”(37)요, “밭은 세상이고 좋은 씨는 천국의 아들들이요, 가라지는 악한 자의 아들들”(38)이라 하십니다. 그러니까 “인자”이신 주님이 세상에 오셔서 복음을 전하심으로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을 불러모으셨더니, ‘가라지’, 곧 “악한 자의 아들들”이 침투해 들어와 자기들의 영토를 늘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어서 주님은 세상에 가라지를 뿌린 원수의 정체를 알려주시는데, “마귀”(39)라고 하십니다. 마귀는 하나님을 적대하는 존재입니다. 훼방꾼입니다. 그의 힘은 하나님의 능력에 비할 바 없이 미미하지만, 언제나 교묘한 속임수로 세상에 악을 뿌리며 하나님 나라를 갉아먹는 존재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일전에 저는 C.S. 루이스(C.S. Lewis, 1898-1963)의 설명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곧 C.S. 루이스는 하나님이 선하게 지으신 세상에 타락한 영들이 침투해 들어와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며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것이 이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모습이라는 것입니다.<C.S. 루이스 지음, 장경철,이종태 옮김, 『순전한 기독교』, 홍성사>

오늘 본문이 바로 그런 상황을 말해줍니다. 곧 인자가 좋은 씨를 밭에 뿌렸더니 마귀가 가라지를 뿌려 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밭에 뿌리내린 가라지가 알곡을 위협하면서 자기의 영역을 확장하고 형국입니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집주인, 곧 마귀와의 전쟁을 통솔할 총사령관이신 비유 속 인자는 이제 전술적인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지금 당장 병력을 보내고 폭격을 가해서 가라지를 다 휩쓸어버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제3의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결단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총사령관의 결단: 가만 두어라

그러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총사령관의 결단은 무엇입니까? “가만 두어라”(29) 하십니다. 주님은 세상이 끝나는 “추수 때”를 언급하시더니, 그날이 오면 인자는 하늘의 천사들을 “추수꾼”으로 보내서(39), 40절이 말하는 것처럼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태워버릴 것”이니, 그때까지는 “가라지를 뽑지 말고 가만 두라” 하십니다.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된다”(30)는 것이 그 결단의 이유입니다.

이것으로 설명은 충분해 보입니다. 주님이 말씀하신 비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이어지는 41절부터 세상 끝에 대해 굳이 한 번 더 강조하십니다. 주님은 말씀하시기를, 추수 때가 이르면 추수꾼인 천사는 “그 나라에서 모든 넘어지게 하는 것과 또 불법을 행하는 자들을 거두어 내어 풀무 불에 던져 넣을 것”이니, 마귀는 “거기서 울며 이를 갈게 되리라”(41-42)고 하십니다. 무시무시한 언급이지만, 추수꾼의 활약이 참으로 통쾌합니다. 가라지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절망적일 수 없지만, 알곡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희망적일 수 없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주님이 41절과 42절에서 세상 끝에 대해 한 번 더 강조하신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가라지를 솎아내지 않더라도, 추수 때가 이르면, 하나님이 보내실 ‘베테랑 추수꾼들’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정리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 일은 아마추어에 불과한 너희 종들이 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무시무시한 심판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던 비유 말씀이 43절에서 마치 다니엘서(“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나리라” 12장3절)를 연상시키듯이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축복으로 마감합니다. “그 때에 의인들은 자기 아버지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나리라 귀 있는 자는 들으라”고 말입니다. 이처럼 가라지 비유의 결말은 심판이 아니라, 구원으로 마감되고 있습니다.

●밭의 가라지의 비유 그리고 ‘독보리’

이것이 오늘 본문에서 주님이 말씀하신 비유의 전말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주님의 비유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주님은 이러한 비유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고 있는 것입니까? 이를 위해 몇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비유의 제목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보통 우리는 이 비유를 “알곡과 가라지의 비유”로 알고 있지만, 조금 전 살펴본 마태복음 13장 36절을 보면, 비유의 제목이 무엇인지 제자들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됩니다. 곧 “제자들이 나아와 이르되 밭의 가라지의 비유를 우리에게 설명하여 주소서”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 비유의 제목은 “알곡과 가라지의 비유”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밭의 가라지의 비유”(Parable of the weeds in the field)라고 해야 합니다. 제가 오늘 설교 제목으로 삼은 것처럼, 예수께서는 “밭의 가라지와 그로 인해 일어난 일에 대해서” 들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가라지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본문에 나오는 ‘가라지’는 성경 원어로 “지자니온”(ziza,nion)이라 합니다. 이 단어는 성경에 8번 나오는데, 여덟 번 모두 오늘 본문에서만 나옵니다. 멀쩡한 밭을 해롭게 하는 존재로만 사용된 것입니다.<Horst Balz and Gerhard Schneider, EDNT vol. 2,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그래서 우리말 성경은 이 단어를 ‘가라지’라 하고, NIV 영어성경은 ‘weeds’라고 해서 단순히 ‘잡초’인 것처럼 번역했지만, 원문의 의미를 살려서 옮기면 “독보리”(darnel, lolium temulentum)라고 옮겨야 옳습니다.

일단 화면을 통해 생김새를 한번 보겠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밀과 가라지’는 생김새로는 거의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사신으로 봐도 어려운데, 실제로 이것이 섞여 있다면 구분해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전문 농사꾼이 아니면 이 둘을 구분해서 성공적으로 완벽하게 솎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주님이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너희들이 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 하지 말라는 겁니다. ‘구별하지 말아라. 구분하지 말아라’ 그래서 ‘베테랑 추수꾼’이 필요했던가 봅니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늘 구분하고, 구별하는 존재가 나옵니다. 그러다 못해 스스로 ‘구별된 사람’이라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요? ‘바리새인’입니다. 그들은 이것저것 늘 구별하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주님 말씀하십니다. 그러지 말아라! 왜 그렇습니까? ‘너희들은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나 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밀과 독보리’의 관계는 당시 고대 농경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종의 ‘범죄’(crime)와 관련이 있다는 점입니다.<“The New Testament Greek word: ziza,nion”, abarim-publications.com> 당시 농경사회에서 농부들이 서로 경쟁하다가 과열되면, 원한을 사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상대방 농사에 해를 끼치곤 했는데, 대표적인 예로, 사무엘하 14장을 보면, 우리가 잘 아는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자신의 종들을 보내서 다윗의 신복이었던 요압 장군의 밭에 불을 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압살롬이 그 종에게 이르되 보라 요압의 밭이 내 밭 근처에 있고 거기 보리가 있으니 가서 불을 놓으라. 압살롬의 종들이 그 밭에 불을 놓았더라”(삼하 14:30) 얍살롬은 요압 장군이 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처럼 무참한 보복을 가한 것입니다.

이처럼 극단적인 방식도 있지만, 보통은 밤에 상대방 밭에 가서 방금 이미지로 보았던 독보리 씨앗을 몰래 뿌리는 겁니다. 본문 25절에서 “사람들이 잘 때 원수가 와서 곡식 가운데 가라지를 덧뿌렸다”는 말씀이 바로 이런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농사짓기에 상당히 애를 먹습니다. 독보리는 일반 곡식보다 훨씬 빨리 자라고 많이 번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보리가 자기 밭에 자란 것을 안다 해도 그걸 일일이 뽑으려 했다가는 멀쩡한 밀까지 뽑거나, 해를 끼치게 되고, 그게 두려워서 그냥 놔뒀다가는 나중에 밀과 독보리를 한꺼번에 수확하게 됨으로, 결과적으로 ‘상품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입니다. 진퇴양난입니다.

●알곡을 향한 집주인의 마음

그러므로 집주인은 결단해야 합니다. ‘밀까지 뽑아내는 일이 있더라도 독보리를 제거하느냐’, 아니면 그냥 놔뒀다가 나중에 함께 거두어서 ‘상품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 밀을 장에 내다 파느냐’, 양자택일해야 했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집주인은 이 중 어떤 걸 선택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셋째로, 주인은 종에게 ‘독보리’를 뽑지 말라고 명령한 것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일반적으로 당시 농부들은 독보리를 발견한 순간 당장 종들을 불러 그것들을 제거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당시 농경사회의 상식이었습니다.<예레미아스 지음, 허혁 옮김, 『예수의 비유』 분도출판사> 알곡에 손해를 입더라도, 그래서 전체 수확량이 조금 줄더라도, 주인은 최상급 밀을 수확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보이는 족족 독보리를 제거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에 나오는 집주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경제 논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집주인은 “가만 두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하노라”(29)고 말합니다. 성경 원어를 보면, 이 구절에 “염려하다”는 말은 없습니다. 다만 “~하면 어떡하지?”(mh,pote의 용법)라는 염려와 걱정을 나타내는 더욱 간절한 표현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실상 ‘염려하다’는 말을 쓰는 것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훨씬 더 잘 표현해줍니다. 그래서 <새번역성경>은 이 구절을 “아니다. 가라지를 뽑다가, 가라지와 함께 밀까지 뽑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하면서 주인의 애타는 심정을 나타냅니다.

결과적으로, 집주인에게는 더 중요한 게 있었던 것입니다. 최상급 밀을 수확해서 좋은 값을 받고 밀을 판매하는 것보다, 그는 멀쩡하게 자라는 ‘밀을 보호하는 것’이 더 소중했던 것입니다. 주인은 독보리를 제거하다가 멀쩡한 알곡 하나하나가 해를 당할까 걱정한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집주인의 결단입니다. 그러나 성경에 보면 예수님은 늘 이런 식이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이와 비슷한 비유를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대표적으로 마태복음 18장 12절에 나오는 “잃은 양 한 마리의 비유”가 있습니다. 목자는 한 마리 잃어버린 양을 찾기 위해서 “아흔아홉 마리를 과감하게 내버려 두고”(leave the ninety-nine on the hills, avfi,hmi) 떠납니다. 목자에게 ‘양 한 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러한 목자의 심정이 잃어버린 양 한 마리로 드러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본문에서 집주인은 자신이 직접 뿌려 자라고 있는 알곡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긴 것입니다. 생산량에 차질이 생겨도, 최상급 곡물을 거두지 못한다 해도, 주인의 관심은 온통 알곡 하나하나에 쏠려 있던 것입니다. 주님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여러분이 누구라할지라도 여러분에게 온통 쏟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식에도 안 맞고,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이보다 더 비효율적인 농사꾼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집주인의 마음은 그랬습니다. 이것은 뒤바꿀 수 없는 사실입니다.

●참을 수 없는 ‘종’이란 존재의 가벼움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두 개의 본문을 읽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24-30절과 36-43절이 그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두 번째 본문을 통해 앞에 말한 “좋은 씨는 무엇이고, 좋은 씨를 뿌린 자는 누구며, 밭은 무엇이고, 가라지는 무엇이다” 하시면서 하나하나 제자들에게 친절하게 풀이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주님이 설명해 주지 않은 게 하나 있습니다. 첫 번째 본문에 두 번씩이나 등장하지만, 두 번째 본문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존재가 있습니다. 누구일까요? “종들”입니다.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비유에 등장했습니까?

첫째로, 27절을 보면, 종들은 밭에 가라지가 함께 자라는 것을 보고는 주인에게 득달같이 달려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인님,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아니하였나이까? 그런데 가라지가 어디서 생겼나이까?”라고 말입니다. 여러분은 이 말을 어떻게 듣습니까? 저는 이 말에서 매우 ‘불손한 종의 태도’를 봅니다. 말인즉슨 그들은 지금 “아니, 밭에 좋은 씨를 뿌렸다면서, 왜 가라지가 자라고 있습니까?” 하며 주인을 타박하는 것 아닙니까?

‘주인과 종의 관계’를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누가 누구를 평가해야 합니까? 주인이 종을 평가합니다. 종들은 주인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존재’이지, 주인이 하는 일을 두고 함부로 ‘평가할 존재’가 아닌 것입니다. 그들은 그럴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나오는 종들은 집주인이 한 일을 두고 평가합니다. “가라지가 왜 자라냐?”고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둘째로, 저는 25절에서 주님이 하신 말씀이 목에 걸립니다. 즉 비유 속 집주인은 “사람들이 잘 때에 그 원수가 와서 곡식 가운데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사람들”이란 누구입니까? 물론 그 집에 속한 모든 식구를 의미할 것입니다. 그러면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한밤에 원수가 몰래 와서 밭에 해코지하려 한다면, 누가 깨어서 그를 막아야 했습니까? 주인입니까? 종입니까? 당연히 종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수님 당시 경쟁하는 농장주들이 자기 종을 보내서 서로의 밭을 해치는 일들이 왕왕 발생했다면, 종들은 주인이 직접 뿌리고 가꾼 밭을 불침번을 서서라도 마땅히 밭을 지켜야 했습니다. 누군가 밭에 침투해 들어온 것은 종들이 잠들어 게으르고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잘 때에 그 원수가 와서 곡식 가운데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는 말은, ‘너희들은 그때 잠들어 있었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이 말을 들은 종들은 당장 주인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할 판에, 저들은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도 주인 앞에 일말의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게으르기만 한 줄 알았더니, 종들은 악하기도 합니다. “악하고 게으른 종”, 곧 “독보리”가 여기에도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주의 밭을 지키는 종의 자세: 주 뜻대로 사용하여 주소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난주 본문에서도, 그리고 오늘 본문에서도 주님은 세상이란 밭에 “씨를 뿌리시는 분”이셨습니다. 그 씨는 죽어가는 영혼들을 살리는 생명의 씨앗이었고, 주님은 정성을 다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분”(시 126:5)이셨습니다. 씨뿌리는 자는 자신의 밭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씨앗을 직접 뿌림으로 “하늘나라 백성들”이 자라나게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비유 말씀으로 들었듯이, 원수가 와서 가라지를 뿌려 놓았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밭의 모습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슬픈 현실을 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알곡과 가라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처럼, 세상에 버젓이 행해지는 악이 ‘평범한 일상 뒤에 숨어서’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것처럼 말입니다. 무엇이 진리고, 무엇이 진리가 아닌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를 사는 것도 바로 그와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도 세상에 종종 속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본문에 나오는 불순한 종들처럼, 우리도 주인에게 되묻곤 합니다. “주님, 좋은 씨를 뿌렸다면서, 왜 내 삶에 가라지가 이처럼 무성합니까?” “왜 우리 집은 이렇습니까?” “주님, 정말 좋은 씨를 뿌린 것이 맞습니까?” 심지어 주님에게조차 의문을 갖습니다. “주님, 당신이 정말 주님이 맞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께서 여러분에게 부여하신 ‘종의 본문’을 회복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주의 일을 겸손히 행함으로 주님께 ‘평가받아야 할 종’이지, 함부로 누군가를 ‘평가할 자격’이 없음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남들을 향해서도 그렇지만, 여러분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함부로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아프게 내버려 두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마다 생명의 씨앗을 뿌리시고, 정성을 다해 돌봐주시는 주님을 신뢰한다면, 우리 자신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고, 잘 가꾸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주의 밭을 지키는 종’의 신분임을 기억하고, 바울이 말한 것처럼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서 살며”(고전 4:1-2), 언제든지 주님의 뜻대로 사용되는 여러분의 삶에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