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의 비유로 너를 부르실 때”

(마 13:31-33, 44-52)

<2023년 7월 30일 성령강림 후9주 설교 / 녹색>

●“씨뿌리는 자의 비유”와 “밭의 가라지 비유”

마태복음 13장에는 총 ‘일곱 개’의 하나님 나라에 관한 비유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유장’이라 불리지요. 그런데 일곱 개의 비유 중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읽을수록 어렵기만 합니다. 비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답을 찾은 것 같다가도, 어느샌가 그 정답은 사라지고, 다른 정답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비유는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해답을 갖고 있는, ‘살아서 움직이는 수수께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간 일곱 개의 비유를 나누고자 하는데, 비록 우리가 그 말씀을 다 깊이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살아서 생생하게 역사하는 주의 말씀이, 지혜와 은혜로 이 시간 여러분에게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먼저 지난 두 주간 나누었던 두 개의 비유를 잠시 되짚어보겠습니다. 첫째는 “씨뿌리는 자의 비유”였습니다. 씨 뿌리는 자이신 주님은 “길가, 돌밭, 가시덤불, 좋은 땅”, 이렇게 네 개의 땅을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씨를 뿌리셨습니다. 주님은 아무리 씨를 뿌려도 열매 맺지 못할 땅에도, 시편 126편이 말하는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시는 자”로서, 부지런히 씨-뿌리기를 멈추지 않는 주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처럼 눈물 흘리며 씨를 뿌리시는 주님의 모습을 구약성경 이사야가 말하는 “여호와의 열심”(Zeal of the Lord, 사 6:9)에 빗대어 말씀드렸습니다. ‘이것은 주님의 열심이구나!’ ‘우리를 향한 주님의 열심은 이처럼 무모한 것이구나!’ 이것이 우리가 나눈 첫 번째 비유 말씀입니다. 첫 번째 비유의 키워드는 “주님의 열심”입니다.

둘째는 지난주에 나눈 “밭의 가라지 비유”였습니다. 밭에 ‘알곡과 가라지’가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한 종들은 주인에게 득달같이 달려가서 이를 고하지만, 집주인은 종들에게 “내버려 두라”고 명령하면서, 가라지를 뽑으려다가 알곡까지 뽑을까 염려된다고 말합니다. 이 비유 속에서 알곡은 ‘의인’을 상징하고 가라지는 ‘악인’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비유 속에 나오는 집주인은 종들에게 가라지를 뽑을 권한을 주지 않습니다. 그럴 자격이 종들에게는 없다는 것입니다. 선과 악을 구분하고 심판하는 일은 “추수 때”에 인자이신 주님이 “하늘의 천사”, 곧 “베테랑 추수꾼들”을 보내서 행할 일이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두 번째 비유 말씀은 우리에게 ‘인자이신 주님의 최후 심판과 구원을 과연 끝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 우리는 주님의 최후 승리를 믿고 있는가? 우리에게 일어나는 현재의 일로 인해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최후 승리를 따라 살아가겠는가?’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추수 때에 완벽하게 이루실 주님의 일을 신뢰하면서 다만 주님의 청지기로서 종의 본분을 회복하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두 번째 비유 말씀의 키워드는 “확실한 믿음과 신뢰”입니다.

●“겨자씨의 비유”

세 번째 비유는 오늘 본문 31절에 나오는 “겨자씨의 비유”이고, 네 번째 비유는 33절에 있는 “누룩의 비유”입니다. 두 개의 비유가 연달아 나오는 것을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31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32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33 또 비유로 말씀하시되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

겨자씨의 비유와 누룩의 비유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겨자씨의 비유는 사람이 “가져다가 심고,”(o]n labw.n a;nqrwpoj e;speiren, 31) 누룩의 비유는 여자가 “가져다가 섞습니다.”(h]n labou/sa gunh. evne,kruyen, 33) 그러니까, 이 일은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둘 다 뭔가 ‘의도적으로’, 그리고 ‘일부러’ 하는 행동입니다. 겨자씨를 자기 밭에 고의로 심었다는 것이고, 여인이 누룩을 의도적으로 밀가루 서 말에 넣어서 부풀렸다는 것입니다.

겨자는 기원전 3천 년 전부터 인류가 사용해온 야생 식물입니다. 누구 하나 돌보지 않아도 겨자씨는 강한 생명력으로 잘 자랍니다. 그러므로 겨자씨를 자기 밭에 심는 일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자기 밭에는 밀과 보리나, 아니면 그 밖의 값나가는 채소를 심어서 장에 내다가 팔 일이지, 야생에서 마구 자라는 값싼 겨자씨를 자기 밭에 뿌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밭에 겨자가 보이면 마치 가라지인 듯 뽑아버릴 판에, 주님은 말씀하시기를, 하나님 나라는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겨자씨를 가져다가 심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렇게 심은 겨자씨가 자기 밭에 무성하게 자랍니다. 온갖 새들이 날아와 짹짹대고 토끼와 쥐와 같은 작은 짐승들이 와서 밭에 집을 짓습니다. 여러분이 밭 주인이라면, 이를 두고 기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주님은 하나님 나라가 바로 이와 같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 “누룩의 비유”

이처럼 겨자씨의 비유를 듣고 못마땅해하면서 어리둥절하고 있던 제자들에게, 주님은 곧바로 누룩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주님은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다”고 하십니다. 이 말씀을 들은 제자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제자들은 마음이 또 한 번 불편하고, 불쾌했을 것입니다. 제자들만이 아니라 당시 유대인 중 누구라도 이러한 비유를 들었다면, 불쾌감에 못 이겨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지도 모릅니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첫째로 예수께서 비유의 주체를 “여성”으로 설정하셨던 점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마치 “여자가 누룩을 밀가루에 넣는 일”(33)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당시 극단적인 가부장적 사회를 생각하면, 여자를 하나님 나라의 주체로 설명하는 이러한 상식 밖의 비유를 제자인들 기분 좋게 들을 리 만무합니다.

둘째는 예수께서 하나님 나라를 “누룩”에 빗대어 설명하신 것 자체가 그들의 마음을 불쾌하게 했을 것입니다. 고고학적 발견에 따르면, 인류 역사 속에서 가장 먼저 누룩을 넣어서 빵을 만든 나라는 ‘이집트’였습니다. 저명한 과학 잡지인 [Science]에 따르면, 이미 기원전 1,500년부터 이집트는 빵을 만들 때 누룩을 넣었다고 합니다.<Samuel, D. “Investigation of Ancient Egyptian Baking and Brewing Methods by Correlative Microscopy”. Science(1996, vol. 273)> 물론 누룩으로 술을 만든 것은 이보다 훨씬 이전입니다.

여러분, ‘기원전 1,500년 전’이라 하면, 언제입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종살이할 때와 연대가 거의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그러니까 애굽에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 사람들과 함께 누룩으로 만든 빵을 먹었던, 당시로는 ‘최첨단 식생활 문화’를 누리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출애굽기 12장을 보면, 하나님은 출애굽 백성들에게 누룩을 넣지 않은 “무교병을 먹으라”(8) 말씀하셨고, “이레 동안 무교병을 먹을지니 -- 유교병을 먹는 자는 이스라엘에서 끊어지리라”(15)고 무시무시한 말씀을 하십니다. 왜 이처럼 엄한 말씀을 하셨겠습니까? 누룩을 넣는 이집트의 최첨단 식생활 문화와 단절하라는 뜻입니다. 이제 출애굽 백성이 된 너희는 애굽의 식탁이 아니라 광야의 식탁을 먹어야 한다는 하나님의 명령이었던 것입니다.

셋째로, 게다가 누룩은 본질적으로 ‘곰팡이’ 아닙니까? 음식이 부패했을 때 피어나는 곰팡이를 밀가루 반죽에 넣는 일은 비위생적이고 불쾌한 일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누룩은 ‘부정한 것, 불쾌한 것’의 상징으로 여겨왔던 것입니다. 예수께서 “바리새인의 누룩을 조심하라” 말씀하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넷째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비유에 나오는 “밀가루 서 말”은 일반 가정집에서 먹을 양이 아닙니다. 밀가루 서 말은 100명 이상이 먹을만한 양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비유가 불쾌할 뿐 아니라 앞뒤도 안 맞게 들렸을 것입니다.

이처럼, 겨자씨 비유와 누룩 비유는 그들의 고정관념에 거슬리는 비유였습니다. 지금껏 그들이 지녀왔고, 지켜왔던 상식에 하나도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어느 신학자는 “그들은 이러한 하나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합니다. 정말 그랬을 것입니다. 예수님 제자 중에 고분고분 겨자와 같고 누룩으로 만든 빵과 같은 하나님 나라에 기꺼이 참여할 마음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합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를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된 것은 그들의 눈을 가리고 있던 편견이었다.”<김호경 지음, 『예수가 하려던 말들』 뜰임>라고 말합니다. 곧, 겨자씨의 비유와 누룩의 비유가 말하는 키워드는 너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 “고집센 편견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굳어 있는 너희 생각과 같을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밭에 감추인 보화의 비유”와 “좋은 진주를 구하는 장사꾼의 비유”

다섯 번째 비유는 “밭에 감추인 보화의 비유”이고, 여섯 번째는 “좋은 진주를 구하는 장사꾼의 비유”입니다. “44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하나)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사느니라 45 또 천국은 마치 좋은 진주(하나)를 구하는 장사와 같으니 46 극히 값진 진주 하나를 발견하매 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진주를 사느니라”

밭에 감추인 보화에 나오는 사람은 남의 밭에서 일합니다. 그는 부유하지는 않았을 것 같고, 오히려 마태복음 20장의 “포도원 품꾼의 비유”에 나오는 품꾼처럼, 하루 일당을 받아 먹고 사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반대로, 다음 비유에 나오는 좋은 진주를 구하는 장사꾼은 의심할 여지 없이 부유한 사람입니다. 당시 ‘진주’는 오늘날로 치면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있던 귀중한 보석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장사꾼은 일반 평민하고 거래하지 않습니다. 돈 많은 귀족이라든가 왕족들을 상대로만 거래하는 장사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는 막대한 부를 소유했음에 틀림 없어 보입니다.

이 두 가지 비유에 대해서 각각 흥미롭고도 풍부한 설명을 지금 나누지 못해서 안타깝지만, 이 둘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둘 다 ‘소중한 것 하나를 발견’한 것입니다. 첫 번째 사람은 뭔지는 모르지만 “밭에 감추인 보화(하나)”를 “발견”했고(qhsaurw/| -- eu`rw.n), 두 번째 사람은 “극히 값진 진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eu`rw.n de. e[na polu,timon margari,thn). 각각 ‘하나’씩을 ‘발견’한 것으로 소개됩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두 사람 다 자신이 발견한 그 소중한 보물로 인해 ‘자신의 소유를 모두 팔아서 샀다’는 점입니다. 경제적으로 가난했던 첫 번째 품꾼이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산 것”(44)처럼,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진주 장사꾼도 자신이 발견한 지극히 값진 진주 하나를 얻기 위해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진주를 산 것”(46)입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은 나중에 막대한 경제적인 부를 누릴 것을 노리고 ‘땅 투기’하거나 ‘사재기’를 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 것을 조장하는 말도 아닙니다. 예수님의 비유 속에는 그런 것에 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을뿐더러,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이 비유들이 말하는 것은 단순하고도 명료합니다. “자신이 발견한 소중한 것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는 점입니다. 사정과 형편은 달랐지만, 두 사람은 자신이 찾은 소중한 것 하나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하겠습니다. 46절에서 “극히 값진 진주 하나”라고 할 때, 여기서 “극히 값진”(polu,timoj, 3회)이란 말은 성경에 딱 세 번만 나오는 희귀한 단어입니다. 오늘 본문에 처음 나오고, 다른 두 번은 <마 26:7>, 그리고 <요 12:3>입니다. 이 문을 찾아 일고 제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 두 본문은 모두 베다니의 마리아가 예수께 행한 거룩한 행위를 말합니다. 곧 “지극히 비싼 향유(옥합)”를 예수께 부은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의 뜻이 더 분명해집니다. 자신이 발견한 지극히 값진 것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팔아버린 두 사람의 모습은,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오직 한 분이신 예수께, 지극히 값비싼 향유를 부었던 베다니 마리아의 거룩한 행위에 빗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비유의 키워드는 “주님을 향한 거룩한 헌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 치고 각종 물고기를 모는 그물의 비유”

마지막 일곱 번째 비유는 “그물의 비유”입니다. “47 또 천국은 마치 바다에 치고 각종 물고기를 모는 그물과 같으니 48 그물에 가득하매 물 가로 끌어 내고 앉아서 좋은 것은 그릇에 담고 못된 것은 내버리느니라 49 세상 끝에도 이러하리라 천사들이 와서 의인 중에서 악인을 갈라 내어 50 풀무 불에 던져 넣으리니 거기서 울며 이를 갈리라”

이 말씀은 앞서 우리가 나누었던 “밭의 가라지 비유”와 구조가 똑같습니다. 밭의 가라지 비유가 ‘농촌 버전’이라면, 이 비유는 ‘어촌 버전’인 셈입니다. 밭의 가라지 비유가 “추수 때”에 있을 인자의 심판과 구원으로 결론을 맺는 것처럼, 이 비유도 “세상 끝”(49)이 이르면, 그물 에 잡힌 온갖 잡다한 물고기 중에 “좋은 것은 그릇에 담고 못된 것은 내버린다”고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그물은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예수께서 갈릴리 바다에서 제자를 부르실 때, 베드로와 안드레가 사용한 그물입니다. 이 그물은 영세한 어부들이 사용했던 ‘투망’(암피블레스트론, avmfi,blhstron)을 의미합니다. 둘째는 세베대의 아들인 야고보와 요한이 사용한 그물(디크투온, di,ktuon)입니다. 이 그물은 당시 갈릴리 바다에서 중소 규모의 어선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그물입니다. 과하게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적당한 그물을 뜻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47절에 나오는 그물은 여느 다른 그물과 차원이 다릅니다. 성경 원어로 보면, 이 그물은 “사게네”(sagh,nh)라고 하는데, 성경에 오직 여기에 딱 한 번 나오는 단어입니다. 앞서 설명한 두 개의 그물이 갈릴리 바다에서 주로 사용되는 그물이라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그물 ‘사게네’는 이와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그물을 의미합니다. 말하자면, 갈릴리 바다에는 어울리지 않고, 지중해, 태평양, 대서양을 누비는 거대한 어선이 사용하는 그물을 의미할 것입니다.<문맥상 이는 보통 학자들이 주석하듯, 단순한 ‘후릿그물’ 고기잡이가 아니다!>

이처럼 거대한 그물은 바다에 있는 각종 물고기를 깡그리 잡아들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밭의 가라지 비유”에 나오는 알곡과 독보리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분이 가능합니다. 다만 뽑다가 알곡이 다칠까 염려가 되기에 뽑지 말라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 그물에 잡힌 물고기는 그물 안에 있는 동안에는 무엇이 “좋은 물고기”고, 무엇이 바다에 버려지는 “못된 물고기”인지 생김새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크기로도 분간이 안 됩니다. 먼저 잡히고 나중에 잡힌 것도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 만약 우리 서강교회가 지금 이 거대한 그물에 잡힌 물고기라면, 우리 교회는 좋은 물고기인가요, 아니면 못된 물고기인가요? 여러분 각자는 어떠신가요? 여러분은 좋은 물고기입니까? 아니면 못된 물고기입니까? 여러분의 대답은 무엇이고, 그 근거와 이유는 무엇입니까? 신앙생활을 한 연수가 오래된 것이 기준이 될 수 있겠습니까? 교회 봉사를 많이 하고, 헌금을 많이 한 것이 일말의 기준이라도 될까요? 주님이 주신 한낱 직분에 불과한 목사, 장로, 권사, 집사라는 타이틀이 좋은 물고기와 못된 물고기의 기준이 될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주장하며 근거로 내세운들, 좋은 물고기와 못된 물고기는 지금 드러나지 않습니다. 세상 끝에 행하실 주님의 일일 뿐입니다. 지금 우리는 아무런 주장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두려움과 떨림’으로 주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주님 내가 정말이지 좋은 물고기면 좋겠습니다. 주님께 버려지는 못된 물고기가 아니면 좋겠습니다’ 이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그물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지막 일곱 번째 비유의 키워드는 분명합니다. 즉 “두려움과 떨림”입니다.

●제8의 비유로 너를 부르실 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금까지 마태복음 13장에 나오는 일곱 개의 비유를 살펴보았는데,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습니다. 일곱 개 모두 하나같이 수수께끼처럼 어렵기만 합니다. 그런데 이 비유의 문을 닫으시는 마지막 절을 보니, 비유가 하나 더 숨어 있습니다. 52절을 다같이 함께 읽겠습니다. “그러므로 천국의 제자된 서기관마다 마치 새것과 옛것을 그 곳간에서 내오는 집주인과 같으니라”

52절에서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들에게 “천국의 제자된 서기관”이라는 아주 낯설고도 독특한 이름을 붙여주십니다. 이런 표현은 성경에 여기에 나오는 게 유일합니다. ‘너희는 이제 새로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마치 구약과 신약의 통합적인 이름처럼 들립니다. 그러면서 주님은 이러한 전에 없는 새로운 직분을 받은 자들이 마땅히 행할 일에 대해서 말씀하시기를, “마치 새것과 옛것을 그 곳간에서 내오는 집주인과 같으니라”고 하십니다. 여러분, “A는 마치 B와 같다”는 것, 이런 것을 뭐라고 합니까? ‘비유’라고 합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천국의 제자된 서기관”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부여하심과 동시에, “너희들의 삶은 마치 새것과 옛것을 그 곳간에서 내오는 집주인과 같아야 한다”는 “여덟 번째 비유”로 당부하십니다. 예수님 앞에서 그 말씀을 든는 열두 제자들이 제8의 비유의 주인공이 됩니다. 과거 서기관(율법학자)이 하나님의 율법을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가르쳤던 것처럼, 이제 하나님 나라의 제자된 서기관들은 “옛것”과 “새것” 즉 “옛 언약”을 “새 언약”에 비추어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써 전하라”(딤후 4:2) 말씀하신 것입니다.

즉, 주님은 제자들을 “천국의 제자된 서기관”이라는 새로운 호명 더불어 “여덟 번째 비유”의 주인공으로 부르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와같이 주님은 오늘 예배하는 여러분도 여덟 번째 비유의 주인공으로 부르고 계십니다. 주님이 “천국은 마치 ~과 같다”고 말씀하실 때, 주님은 여러분의 이름을 사용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소개하실 때, “천국은 마치 서강교회와 같으니~”라고, 이렇게 말씀하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천국은 마치 아무개와 같으니~” “천국은 마치 ~속과 같으니~” “천국은 마치 ~선교회와 같으니~” “천국은 마치 서강교회의 예배와 같으니”라 하시며, 여러분을 여덟 번째 비유의 주인공으로 초대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여러분의 삶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일곱 개의 비유가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열심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뢰를 갖고(첫째, 둘째 비유), 우리가 지닌 고집센 편견을 버리고(셋째, 넷째 비유), 가장 소중하신 주님을 향해 거룩한 헌신을 행함으로(다섯째, 여섯째 비유), 두려움과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어나가는 믿음의 여정을 살아나가는 여러분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일곱째 비유). 그리하여 여러분을 제8의 비유의 주인공으로 부르실 때, 그 부르신 곳에서 주를 예배하고, 주께 응답하고, 비유의 주인공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