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이 참 신앙이 된 내력”

(마 10:40-42)

<2023년 7월 2일 맥추감사주일 설교 / 녹색>

●몸의 훈련과 경건 훈련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는 오늘 맥추감사절을 맞이하고자 “기도가 너희를 감사케 하리니”(딤전 2:1)라는 주제로 특별새벽기도회로 모였습니다. 이런 주제를 통해서 지난 6개월간 잊고 지냈던 감사의 제목들을 깨닫고, 모든 것으로 인해 하나님 은혜에 감격하는 신앙을 회복하고자 했습니다. 특별히 수요일 새벽 시간에 디모데전서 4장 8절의 말씀을 나누었는데,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권면하기를 “몸의 훈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 훈련은 모든 면에 유익하니, 이 세상과 장차 올 세상의 생명을 약속해 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바울이 말하는 “몸의 훈련”은 무엇이고, “경건 훈련”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해드렸는데 기억나시나요?

바울이 말하는 “몸의 훈련”은 당시 그리스-로마 문화를 배경으로 합니다. 바울이 살던 시대에는 저 유명한 고대 철학자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지-덕-체’(智德體)를 갖춘 사람을 최고의 인간으로 꼽던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지덕체’의 완성은 마지막 체력 훈련, 곧 몸의 훈련을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당시 “몸의 훈련”은 완벽한 인간의 필수 요소였던 것입니다. 보통 철학자 플라톤을 그저 고리타분한 사상가로 알고 있지만, 사실 플라톤은 당시 “판크라티온”(Pankration)이라는 종목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종목은 복싱과 레슬링을 겸비한 종목이었는데, 오늘날로 치자면 철학자 플라톤은 이종격투기 선수였던 것입니다. 그만큼 몸의 훈련은 당시 사람들에게 중요한 덕목이었던 것입니다.

●경건 훈련의 최종 목적은 ‘선교’

그런 시대에서 바울은 당시 최고의 훈련으로 꼽던 “몸의 훈련”은 그저 “약간의 유익이 있을 뿐”이라 평가절하하면서, 반면에 “경건 훈련은 모든 면에서 유익하다” “경건 훈련은 생명을 약속해 준다”고 말했으니, 이 말이 당시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전적이고, 충격적이며, 혁명적인 발언이었겠습니까?

이러한 내용에 이어서 디모데전서 4장 하반절을 보시면, 사도 바울은 이러한 “경건 훈련”이 구체적으로 어떤 유익을 가져다주는지 세 가지로 설명하는데, 첫째, “경건 훈련”은 “우리가 오직 하나님께만 소망을 두게 해주며”(딤전 4:10), 둘째로 “경건 훈련”은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순결에 있어서 사람들의 본이 된다”(딤전 4:12)고 합니다. 말씀과 기도로 경건 생활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로, 바울은 이러한 “경건 훈련”의 최종 목적을 알려주기를, 경건 훈련은 “그대 자신도 구원하고, 그 말을 듣는 사람들도 구원할 것”(16절)이라고 합니다. 즉 경건 훈련의 최종 목적은 ‘구원’이었습니다. 경건 훈련을 통해 자신도 구원을 이루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듣는 사람에게까지 하나님의 구원을 알게 해준다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달리 말하면, “경건 훈련”의 최종 목적은 ‘선교’였던 것입니다. 교회는 처음부터 ‘선교 공동체’였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목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첫째는 우리 자신의 구원을 위한 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 복음으로 인해 구원받도록 주님께 이끄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악한 미신”라 불렸던 초기 기독교

하지만 바울을 비롯한 초대교회가 처한 상황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초대교회는 교회가 설립되자마자 혹독하고도 끔찍한 박해의 공포를 견뎌야 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로마의 네로 황제 때의 박해가 유명합니다. 그러면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왜 박해를 받았을까요? 단지 그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었기 때문일까요? 물론 그것도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박해’의 이유라기보다는 ‘조롱’의 이유가 됩니다. 실제로 기독교를 매우 신랄하게 멸시했던 켈수스(Celsus, 67-130)라는 악명높은 철학자는 “예수는 마술을 사용해서 가짜 기적을 일으켰다!” “기독교인들은 어떤 특정한 신의 이름을 부르고, 주문이나 외우고 있다”<오리게네스 지음, 임걸 옮김, 『켈수스를 논박함』 새물결> 이렇게 말하며 기독교를 조롱했습니다. 즉 그는 예수님을 주술사나 마법사쯤으로 여긴 것이고, 기독교인들은 그러한 허탄한 마법사를 추종하는 사이비 무리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린 것입니다.

이처럼 초대교인들을 혐오하고 조롱했던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받은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받은 죄목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미신’(Superstition)이란 죄목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도 바울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타키투스(Publius Cornelius Tacitus, 56-117)라는 로마의 역사학자는 당시 그리스도인들에 대해서 이렇게 악평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은 디베료 황제 시대에 본디오 빌라도 총독이 처형한 ‘그리스도’에게서 비롯되었다. 당시에 처벌되었던 그 사악한 미신은 유대만 아니라 로마제국에까지 파고 들어와 더럽고 사악한 것을 퍼트리며 자발적인 동료들을 얻어냈다.”<타키투스 지음, 박광순 옮김, 『연대기』 종합출판범우>고 말입니다.

로마제국의 눈으로 볼 때, 기독교는 미신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로마에 가면 두 눈을 사로잡는 휘황찬란하고도 웅장한 ‘보이는 신들’의 조각상이 즐비한데, ‘그리스도인’이라는 작자들은 그런 위대한 신을 제쳐놓고,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나사렛이라는 코딱지만 한 동네 출신의 예수가, 그것도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한 예수가 다시 살아났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메시아로 숭배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천박하고 난삽한 미신으로 보였겠습니까?

그렇다면, 이처럼 당시 주류사회, 곧 로마제국으로부터 ‘미신’으로 취급받던 기독교가 어떻게 급속도로 전파될 수 있었겠습니까? 가난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부유한 사람들까지, 귀족들이나 왕족에게까지, 그리하여 급기야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오늘 본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도들을 향한 당부와 위로

지난 몇 주에 걸쳐 우리는 마태복음 9장과 10장을 함께 나누었는데, 마태복음 10장에서 예수께서는, 마치 지휘관이 이제 곧 전투에 참전할 병사들에게 비장한 훈시를 주는 것처럼, 세상으로 나가는 열두 사도를 향해 꼼꼼한 당부와 훈시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주님의 당부 말씀 중에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예수께서는 “사도들이 세상에 나가면 핍박받을 것”이라 말씀하셨고, 둘째는 지난주에 우리가 나눴던 것처럼, 예수께서는 사도들에게 “오직 하나님만 두려워하라”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사도들에게 있어 세상은 편안하고 안락한 곳이 아니라, 그들을 움츠리게 하고, 두렵게 하는 고난의 장소였습니다. 그런 세상에 나가는 사도들에게 주님은 본질적인 처방을 주셨는데, 그것은 “세상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 두려워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당부의 말씀을 마치시면서, 지금까지는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경고의 어조로 말씀하셨다면, 오늘 본문에서는 측은지심이 담긴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주십니다. 먼저 오늘 본문 40절을 보면, 예수께서는 “너희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 나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하는 것이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한 구절에 네 개의 각기 다른 주체들이 나옵니다. 첫째는 사도이고, 둘째는 사도를 영접하는 자이고, 셋째는 예수를 영접하는 자며, 그리고 넷째는 하나님 아버지를 영접하는 자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인 사도를 영접하게 되면, 마치 굴비 엮듯이, 자동적으로 예수를 영접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하나님 아버지까지 영접하는 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Shaliah의 법칙: 대리인은 대리인을 보낸 사람과 같다

미국 백화점에 가면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 소위 “BOGO 전략”(Buy One, Get One Free)을 사용합니다.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는 공짜로 주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런 매장에서 물건을 사면 왠지 수지맞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어디 판매하는 사람들이 호락호락합니까? 다 남는 게 있으니까 그렇게 장사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보통 이런 경우에는 옆에 작은 글씨로 안내문이 적혀 있는데, 거기 보면 이런 조건이 달려있습니다. “소비자가 공짜로 얻는 제품은 구입하는 제품보다 값이 싼 것이어야 합니다” 당연합니다. 만 원짜리 하나를 사는데, 오만 원짜리를 공짜로 집어가게 하지는 않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그러라는 겁니다. 말하자면, ‘사도 하나 구입하면, 예수님도, 하나님도 공짜로 가져가라’는 식 아닙니까? 제일 값어치 없고, 볼품없는 사도를 영접하면, 그와 동시에 예수님과 하나님도 딸려서 영접하는 것이라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예수님 당시 유대 사회에는 “샬리아흐의 법칙”(The Shaliah)이라는 법률 용어가 있었습니다. 이 말은 “대리인은 대리인을 보낸 사람과 같다”(The shaliah for a person is as this person himself)는 뜻입니다.<Carl F. H. Henry, Revelation and the Bible, Baker Book House> 오늘날 주민자치센터나 은행 같은 곳에 ‘위임장’을 받아 가면 본인이 가지 않아도 되는 것과 흡사합니다. “대리인은 대리인을 보낸 사람과 같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너희를 영접하면 나를 영접한 것과 같다” 말씀하신 것이 그런 뜻입니다. 예수께서는 사도를 보내실 때 무작정 ‘가라’ 하신 게 아니라, 사도에게 ‘법적 효력이 있는 권세’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사도의 말과 사도의 행동과 사도의 권위를, 저들을 보내신 예수님의 것과 같은 것으로 대하라는 것입니다. “샬리아흐의 법칙”, 곧 “대리인은 대리인을 보낸 사람과 같기 때문”입니다.

●선지자와 의인의 상을 넘어

그런데 41절은 여기서 더 나갑니다. 41절에서 예수께서는 선지자를 영접하는 사람과 의인을 영접하는 사람은 각각 “선지자의 상”과 “의인의 상”을 받을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어떤 사람이 선지자이기는커녕, 의인이기는커녕 한낱 죄인에 불과한 사람인데, 만약 그가 선지자를 영접하기만 하면 그를 ‘선지자-급’으로 대우해주시겠다는 겁니다. 의인이 아닐지라도, 저를 ‘의롭다 칭해 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이는 마치, 백화점에 가서 지배인에게 인사 한번 제대로 잘하면, 그를 지배인으로 고용하겠다는 것과 같은 뜻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어떻게 하라는 것입니까? 사도들을 따뜻하게 환대하고, 그들을 잘 영접하라는 것입니다. 그들을 환대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기대하지 못한 놀랄만한 상급을 주시겠다는 주님의 약속의 말씀인 것입니다.

이어지는 42절에서 예수께서는 아주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십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이 구절에서 예수께서는 사도들을 일컬어 “이 작은 자”라고 칭하십니다. 앞서 40절과 41절에서, 사도들을 영접하고 환대하는 자들은 그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커다란 보상을 해주시겠다 말씀하셨지만, 주님은 아셨던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했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리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도들이 세상에 나가면, 그들은 사람들에게 ‘작은 자’로 취급을 당할 것을 아셨습니다. 사람들은 사도들을 막대할 것입니다. 사도들을 괴롭힐 것이고, 그들을 핍박하는 바야흐로 ‘박해의 시대’가 올 것을 주님은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님은 “사도를 영접하면 나를 영접한 것”이라는 법률적인 약속이 아니라, “선지자를 영접하면 선지자 대우를 해주겠다”는 커다란 상급의 약속도 아니라, 이제 42절에서 “사도들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면 좋겠다” 말씀하십니다. 제발 홀대하지만 말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기만 해도 “결단코 상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완곡하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미신이 참 신앙이 된 내력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런데 이 말씀과 관련해서 기독교 역사 속에 참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본문인 “작은 자에게 냉수 한 그릇을 주라” 하신 주님의 말씀과 마태복음 25장의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마 25:40)는 주님의 말씀은 초대교회 설교의 단골 주제였습니다. 초대교회 교부들은 당시 성도들에게 이러한 말씀으로 빈번하게 설교하며 신신당부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말씀들은 박해의 시대를 맞이한 그리스도인들에게 부흥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또한, 기독교가 ‘미신’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서, 참 신앙이요 참 진리로 인정받아 세상에 우뚝 설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겠습니까? 오늘 본문의 주님 말씀이 사람을 존귀하게 대해주는 구체적인 ‘환대’의 모습으로 교회 안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초대교회는 나그네들과 고아와 과부들을 돌봐주었고, 병에 걸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있으면 교회로 데려와 치료해주었습니다. 역병이 돌아 사람들이 죽어갈 때면, 사람들은, 심지어 의사들조차 ‘역병으로부터’ 도망쳤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역병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철저하게 배타적인 신분제도를 고수했던 로마 사회에서, 여성과 노예들을 동등한 인격을 지난 사람으로 대해주었습니다.

캐나다에서 교회사를 가르치고 있는 최종원 교수는 이러한 환대를 매우 적극적으로 실천한 초기 기독교에 대해 평가하기를 “당시 초대교회는 로마 세계가 주지 못하는 대안적 인간관과 사회관을 제시했다.” 로마 사회가 거부했고, 사실상 포기한 ‘인간에 대한 예의’를 누가 지켰고, 누가 보여주었는가? 당시 초대교회였다는 것입니다. “오늘로 치면 사회 안전망의 역할을 감당했다”고 평가합니다.<최종원 지음,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 홍성사>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기댈 언덕이 없을 때, 그들은 교회를 찾아다녔습니다. 계급에 의해서 인간이 인간을 멸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시대에서, 교회는 그것이 틀렸음을 삶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통치가 무엇인지 인간에 대한 예의 곧 ‘환대’로 증명해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작은 자에게 냉수 한 그릇 주라”는 주님의 말씀에 초대교회 성도들이 그대로 순종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감사과 우리의 사명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2023년 맥추감사주일을 맞이하는 오늘 이러한 본문의 말씀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지난 6개월 동안 베풀어 주신 주의 은혜에 감사하고, 이제 앞으로 허락하실 주의 은혜를 감사하는 일이 오늘 본문의 말씀과 어떤 관계가 있겠습니까?

영국의 저명한 복음주의 신학자인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1930-2019)은 『초대교회의 복음전도』라는 책을 통해서 초대교회가 성공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방대한 자료를 통해 연구하면서, 당시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세 가지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밝히는데, 첫째는 “감사의 마음”이고, 둘째는 “책임감”이며, 셋째는 “관심의 마음”인데, 그 중의 제일은 “감사의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자기를 구원해 주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복음전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입니다.<마이클 그린 지음, 홍병룔 옮김, 『초대교회의 복음전도』 복있는 사람>

사도들이 세상에 나가 복음을 전하는 것을 단순한 책임감이나 의무로 여긴 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내게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사랑이 너무나도 감격스럽고 감사해서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어느 초대교회 역사학자는 “초대교회로부터 환대는 두려움과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참회의 형태로 여겨졌습니다. 환대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보이지 않는 감사를 보이도록 표현하는 행위였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사랑을 나눔으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것”<Mike Aquilina&James L. Papandrea, How Christianity saved Civilization?, Image Books>이라 말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는 사람은 옆에 앉은 사람을 따뜻하게 대해주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는 사람은 옆에 앉은 사람에게 따뜻한 말로 표현하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어찌 하나님께 감사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냐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2023년 맥추감사주일을 맞이하는 오늘 우리는 로마 세계로부터 미신이라 손가락질 받았던 초대교회가 어떻게 참 신앙으로 우뚝 설 수 있었는지 그 내력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감사로 인한 환대’가 있었습니다. ‘의무감’으로 인한 환대가 아니라, 그 어떤 다른 이유로 인한 게 아니라, 오직 ‘감사로 인한 환대’가 복음 전파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감사하는 사람은 조용한 것 같지만, 그 안에 거룩한 소용돌이를 일으킵니다. 감사하는 사람은 겉으로 보면 나약한 것 같지만, 삶에 찾아오는 두려움을 용감하게 녹여버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감사하는 사람은 얼핏보면 불합리한 것 같지만, 그 안에 환하게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을 소유한 사람입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삶이 변하고, 가족이 변하고, 이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역이 됩니다.

오늘 맥추감사주일을 맞이하여, 이러한 감사의 마음이 여러분 안에, 여러분 가정 안에, 여러분의 직장에, 그리고 여러분이 속한 선교회와 속회와 부서와 우리 교회에, 한국 교회에 가득 넘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이 예배가 끝나면 2/4분기 임원회로 모이게 됩니다. 지난 6개월, 짧게는 3개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임원회를 통해서 더욱 풍성했던 주님의 은혜를 나누는 시간으로 삼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서강인들에게 맡겨주신 구원의 방주로서의 사명을 확인하고, 주님이 앞서 행하시는 한국 사회를 향한 부흥의 물결이 우리 모두에게 넘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