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자리로 나아오라”

(마 9:9-13)

<2023년 6월 11일 성령강림 후 제2주, 환경선교주일 설교 / 녹색>

●자비, 연민의 감정이 아닌 일체감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세리 마태를 부르시고, 그의 집에 가셔서, 죄인들과 더불어 먹고 마시며 은혜와 자비가 충만한 하나님 나라의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본문을 바탕으로 오늘 여러분과 “자비의 자리로 나아오라”는 제목의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설교 제목처럼 여러분 모두가 주님이 초대하신 은혜의 자리, 자비의 자리에 나오셨으니, 한 분도 빠짐없이 말씀을 통한 구원의 감격을 새롭게 맛보는 이 시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미국의 매튜 폭스(Matthew Fox, 1940~)라는 창조 영성가가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자비에 대해서 말하기를 “자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민의 감정이 아니라 일체감(feelings of togetherness)이다. 다른 사람의 기쁨을 즐거워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슬퍼하는 것은 일체감에서 나온다”<매튜 폭스 지음, 김순현 옮김, 『영성-자비의 힘』 다산글방>라고 말했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말입니다. 예컨대 추운 겨울날 거리에서 구걸하는 분들을 보면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이 드십니까? 우리 마음에는 일종의 동정심이라든가 연민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그저 지나칩니다. 그런데 매튜 폭스는 그런 감정만으로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소 매정하게 들립니다. 하나님의 자비하심은 그런 동정심과 연민을 훌쩍 뛰어넘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그분들과 함께 더불어 먹고 마시는 일, 함께 사는 일, 그것이 하나님의 자비에 가깝다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우리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얼마나 하나님의 자비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단 말입니까?

이런 점에서 오늘 본문은 주님의 자비하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본문이 됩니다. 예수께서는 당시 유대 사회의 눈으로 볼 때,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더러운 죄인 세리의 집에 들어가셨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먹고 마시는 위험천만한 행위를 하셨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를 두고 비난하는 바리새인들을 향해 말씀하시기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9:13)하고 선포하심으로, 주님이 베푸시는 자비의 자리는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의 허물과 죄를 고백하는 자들에게 허락되었음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 시대의 3대 세관의 위치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을 만난 주인공은 “마태”입니다. 마태는 이름 그대로 마태복음의 저자로 알려진 예수님의 제자 중 한 사람인데, 그의 직업은 “세리”였고 오늘 본문은 예수께서 그를 제자로 부르는 장면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먼저 9절 말씀을 보면, 예수께서 어떤 마을을 “지나시다가 마태라 하는 사람이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하는데,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이곳은 “가버나움”입니다. 먼지 지도를 잠깐 보시면, 당시 이스라엘에는 중요한 도시 세 곳에 3대 세관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값비싼 특산물 거래로 유명했고 귀족들의 별장이 즐비했던 “여리고”Jerocho 지역입니다. 둘째는 바다를 통해 수입과 수출을 담당하던 “가이사랴”Caesarea 무역항입니다. 그리고 셋째로는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이자 갈릴리 바다를 끼고 있던 “가버나움”이었습니다. 즉 “여리고, 가이사랴, 가버나움”, 이 세 곳이 당시 3대 세관 도시로 유명했던 것입니다.<F.M. Heichelheim, An Economic Survey of Ancient Rome, Pageant // “Tax Gatherers” jewishvirtuallibrary.org>

●예수 시대의 세금 그리고 세리

아시다시피 예수님 당시 “세리”(Tax-collector)는 악명 높은 직업이었습니다. 당시 절대 다수의 백성들은 하루걸러 하루 끼니를 걸렀던 빈궁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세리들은 로마 관료들에게 충성경쟁 하듯이 백성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매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Sandra Sweeny Silver, “Taxes in the ancient Roman World”, earlychurchhistory.org>

로마 황제가 ‘세금을 거둬오라’ 명령합니다. 그러면 세리들은 자기 관할 지역 사람들을 조사합니다. 사람 수에 따라 세금을 거두는데, 이것을 “인두세”(capitation tax)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들은 사람 수만 아니라 짐승 숫자까지 계산해서 사람에게 해당하는 세금을 매겼습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세리들은 노예들에게 매질을 가해서 집주인이 숨겨둔 재산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또한, 세리들은 집주인의 부인을 고문해서 남편과 자식의 재산에 대해서 증언하라고 협박합니다. 그러면 부인은 협박에 못 이겨서 “있지도 않은 재산”(Imaginary assets)을 있다고 증언하게 되고, 세리들은 그것을 “실제 재산 목록”(as real assets)에 올려서 그에 따른 세금을 억지로 부과한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당시 로마 황제는 “사망세”(death tax)를 거두기도 했는데, 죽은 사람은 물론이고 죽은 동물에게까지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처럼 과도한 세금 때문에 당시 백성들은 이런 말로 원성이 자자했다고 합니다. “세금 낼 돈이 없어서, 살지도 못하겠고 죽지도 못하겠구나!”(We cannot live or cease to live without being subject to taxes)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황제는 이렇게 불평하는 사람들을 그냥 놔두질 않습니다. 그들을 붙잡아서 작은 배에 태웁니다. 그리고 그 배를 바다 한가운데로 데려가서 침몰시켜버립니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내가 너희에게 자비를 베푸노라. 나는 너희가 궁핍하게 사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구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에게 부과했던 세금 환경이 이러했고, 이런 일을 앞장서서 도맡아 행했던 사람이 세리였습니다. 물론 세리들은 이런 세금만 거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건 공식적인 세금이었고, 그 밖에 비공식적인 세금을 자기들 마음대로 부과했던 사람들이 세리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모든 사람의 공공의 적으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세리 마태를 부르심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이러한 세리 중 하나였던 마태를 부르고 계십니다. 그림을 하나 보겠습니다. 이것은 16세기에 살았던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가 그린 “성 마태를 부르심”(The Calling of Saint Matthew)이라는 그림입니다. 카라바조는 그림의 등장인물을 예수님 시대가 아니라 그가 살던 16세기 사람들 복장을 입혀 그리면서(anachronism) 당대 사람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그리고 생생하게 성경 말씀을 전달했습니다.

그림 오른편을 보면 예수께서는 손가락으로 탁자에 ‘앉아 있는’ 마태를 가리킵니다. 그러자 마태는 마치 ‘저 말입니까?’ 하는 모습으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응대합니다. 이제 곧 그의 손가락과 예수님의 손가락이 만나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마태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모자를 쓴 여성과 남성은 누가 왔는지 쳐다보고는 있지만, ‘그러든가 말든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웬 귀찮은 놈들인가!’ 하는 듯 보입니다. 마태의 왼편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마치 예수님을 투명인간 취급합니다. 예수의 존재도, 예수의 부르심도, 예수의 손가락에도 전혀 관심 없는 채로 오직 탁상 위의 동전만 뚫어질 듯 쳐다보며 계산하기 바빠 보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그림 속의 등장인물이라면, 여러분은 어느 부류의 사람이겠습니까? 문을 열고 들어오신 예수님을 귀찮다는 듯 바라보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오거나 말거나 내 할 일 바빠서 주님의 부르심을 무시한 채로 삶에 골똘한 채로 사는 모습일까요? 아니면 마태처럼, ‘저 말입니까?’ 하고 주님의 음성에 응답하는 사람이겠습니까?

아니 어쩌면 이 세 부류의 모습은 우리의 영적 상태를 말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주께서 부르실 때 순종한 적도 있지만, 많은 경우 주님의 말씀을 귀찮아하고 부담스러워합니다. 때로는 주님이 아무리 불러도 요지부동입니다. 눈앞에 주어진 세속적 욕망에 눈이 멀고 귀가 막혀서 주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방금 보았던 그림 속 왼편에 있는 사람들이 고작 동전 몇 개 계산하느라 주님의 임재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마태가 세관에 앉아 있었다.

그러면 오늘 본문은 예수께서 마태를 부르신 사건을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요? 9절과 10절을 읽겠습니다. “9 예수께서 그곳을 지나가시다가 마태라 하는 사람이 세관에 ①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일어나 따르니라 10 예수께서 마태의 집에서 ②앉아 음식을 잡수실 때에 많은 세리와 죄인들이 와서 예수와 그의 제자들과 ③함께 앉았더니”

이 짧은 마태의 기록 속에 유독 자주 나오는 표현이 있습니다. “앉아 있다”는 말이 세 번이나 나옵니다. 먼저 기억할 것은, 지금 이 이야기를 누가 들려주고 있습니까? 마태복음의 저자 마태 자신입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인 마태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회상하는 것입니다. 방금 읽은 것처럼, 마태는 예수님을 만난 사건을 세 번의 “앉아 있다”는 말을 중심으로 나타내고 싶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 그리고 ‘누구와 함께 앉아 있었는지’가 마태는 그만큼 중요했었다는 말 아니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는 어디에 앉아 있었던가요? 첫째로 본문은 마태가 ‘세관’에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앉다”(ka,qhmai)는 말을 성경 원어로 보면 “머물다, 지내다”는 뜻입니다. 마태는 세관이 좋았던 것입니다. 익숙하고 편했던 것입니다. 세관에 속한 자로서 세리라는 직업을 가지고, 남이야 어떻든 상관없이 자기만 배부르고 풍요롭게 살면 그만이었던 것입니다. 아니 인생의 목표와 삶의 가치를 거기에 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눈에 마태는 거기 앉아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습니다. 세리라는 직업도, 세관이라는 장소도, 예수님의 눈으로 볼 때는 죄인의 자리였고, 속히 벗어나야 할 자리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본문이 말하듯이 예수께서는 마태가 거기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는 성큼 다가가셔서 “나를 따르라”하고 부르신 것입니다. 그러자 마태는 주님의 부르심에 즉각 “일어났고” 주님을 “따라나섭니다”(9b). 이것이 마태가 기억하는 첫 번째 앉은 사건입니다.

●예수께서 앉고, 함께 앉으시다

이제 마태는 두 번째 앉은 사건을 기록합니다. 이번엔 예수께서 어딘가에 앉아계십니까? 그곳은 어디입니까? 본문 10절은 말하기를 예수께서 “마태의 집에 앉아 음식을 잡수셨다”고 합니다. 여기서 사용된 “앉아 음식을 먹다”(avna,keimai, 아나케이마이)는 말은 성경 원어로 “눕다, 기대다”는 뜻입니다. 여러분도 들어보셨겠지만, 이 말은 유대인들이 식탁에서 옆으로 살짝 기대듯 앉아서 먹는 풍습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무엇보다 이 말은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이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의 잔치”를 즐길 때 사용된 단어입니다. 예수께서 베다니 마을에 가셨을 때 마르다와 마리아가 “예수를 위하여 잔치를 마련한 일”(요 12:2)이 바로 이것입니다.

즉 예수께서는 세관에 ‘앉아’ 하나님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마태를 마치 소돔과 고모라에서 이끄시듯 불러내시더니, 영적으로 침침하고 음습했던 마태의 집을 하나님 나라의 잔칫집으로 변화시키셨습니다. 죄인의 집이었던 마태의 집에 예수께서 들어가셔서, 그 집에 앉으시더니 그곳을 구원의 집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마태가 회상하는 두 번째 ‘앉은 사건’이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앉은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본문 10절을 다시 한번 읽겠습니다. “예수께서 마태의 집에서 ②앉아 음식을 잡수실 때(‘눕다, 기대다’)에 많은 세리와 죄인들이 와서 예수와 그의 제자들과 ③함께 앉았더니(‘함께 눕다, 서로 기대다’)”

여기서 마지막 세 번째로 나오는 “함께 앉았다”(sunana,keimai, 순-아나케이마이)는 말은 방금 나누었던 두 번째 “눕다, 기대다”(ana,keimai)는 말과 기본적으로는 같은 뜻입니다. 다만 이 말은 앞에 “함께”(sun)라는 뜻의 접두사가 붙어서, 그냥 눕고 기대는 게 아니라, “함께 눕다, 서로 기대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제 마태의 집에 들어가셔서 그곳을 하나님 나라의 잔칫집으로 바꾸신 예수께서는, 마태가 감동적으로 기술하는 것처럼, 마태 본인만이 아니라 그 집에 찾아온 많은 죄인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의 대동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예수께서 “천국은 밭에 심은 겨자씨 한 알 같고, 부풀게 하는 누룩과 같다”(마 13:33) 말씀하신 것처럼, 마태 한 사람에게서 시작한 하나님 구원의 은혜가 점차 죄인들에게 널리 퍼지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마태가 회상하는 세 번째 앉은 사건이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의 항의

이처럼 가슴 뭉클한 장면을 보고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마음이 드시겠습니까? 자비의 자리로 성큼 뛰어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옆에서 박수라도 치며 응원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바리새인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다른 말을 하며 불평하면서 예수께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림을 하나 더 보시겠습니다. 이 그림은 제임스 티솟(James Tissot, 1836-1902)이라는 프랑스의 화가가 그린 “마태의 집에서의 만찬”(The Meal In the House of Matthew)이란 그림입니다.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예수께서는 집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의 잔치를 즐기고 있고, 바리새인들은 집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다만 올리브 나무 옆에 서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향해 손동작을 취하며 강력하게 뭔가를 항의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항의했던가요? 물론 본문에서는 제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는데요, 11절이 이렇게 말합니다. “어찌하여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느냐?”는 것입니다.

이 말에는 두 가지 비난이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다 아는 비난입니다. 즉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 했다고, 어찌 예수는 저런 죄인들과 상종하고, 죄인의 집에 들락거리느냐 하는 비난입니다. 두 번째 비난은 매우 심각합니다. 곧 그들이 예수님을 향해 “어찌하여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느냐?”라고 할 때, 여기서 “함께 먹다”(evsqi,w, 에스티오)라는 말이 기본적으로는 그저 “먹다”라는 뜻이지만, 문맥에 따라서는 “소진하다, 탕진하다”는 뜻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바리새인들의 눈에는 예수께서 마태의 집에서 마련하신 이 놀라운 하나님 나라 잔치가 그저 ‘먹는 행위’로 보인 것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먹방 찍는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쓸데없는 낭비’라고 폄하한 것입니다. 바리새인들의 시건은 그랬던 것입니다.

저들은 영적으로 눈이 멀었습니다. 지금껏 율법과 전통을 자랑삼아 스스로 뭐라도 된 듯 고고한 척 살아왔지만, 실상 도무지 신앙의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예수께서 마태의 집에 마련하신 놀라운 은혜의 자리, 자비의 자리에 들어가 앉지도 못하면서도, 그 앞에 서서 주님이 베푸시는 하나님 나라 잔치에 부질없는 훈계질이나 하고 서 있었던 것입니다.

●너희는 자비의 자리로 가서 인애를 배우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본문 13절을 보면, 예수께서는 이처럼 겁도 없이 훈계질 하던 바리새인들에게 서슴없이 응대하십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 말씀 중에, 이 말씀은 바리새인들의 심기를 가장 자극했던 발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주님이 뭐라고 말씀하셨던가요? 예수께서는 호세아서 6장을 인용하시면서 “너희는 가서 내가 긍휼을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노라 하신 뜻이 무엇인지 배우라”(13a) 말씀하셨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이 말을 듣고 매우 심사가 뒤틀렸을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주님이 “가서 배우라”(Go and Learn!) 하신 말씀 때문입니다.

바리새인들은 배우는 법이 없습니다. 늘 남 위에 올라서서 가르치려고만 듭니다. 율법과 전통을 자랑삼아 으스대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방패를 삼기도 해서, 자기가 아는 것에서 한 치의 물러섬이 없습니다. 그러니 뭔가를 배울 리 만무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더군다나 율법 전문가인 체하는 그들에게 예수께서 “성경을 배우라!” 말씀하셨으니, 안타깝게도 바리새인들이 이러한 주님의 말씀에 고분고분하기를 기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바리새인들은 배워야 합니다. 철저히 다시 배워야 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합니다. 무엇을 배워야 합니까? 예수께서 “가서 배우라!” 말씀하신 것은, 단순히 성경 한 구절 배우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들은 더 근본적인 것을 배워야 합니다. 곧 은혜의 자리요 자비의 자리로 겸손히 나오는 법을 배워야 했던 것입니다. 그 은혜를 깨닫는 것만이 저들의 영혼에 깊이 뿌리박힌 쓴 뿌리를 제거하고,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날 유일한 방법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예수님을 만난 마태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하나님 나라의 잔치였습니다. 세리 마태의 집으로 들어가신 예수께서는 그곳에서 죄인들과 함께 앉아 먹고 마심으로, 이제 더 이상 ‘세리 마태’가 아닌 ‘제자 마태’로 거듭나게 하셨습니다. 그것은 ‘은혜의 자리요, 자비의 자리’였습니다. 그 자리에 겸손히 나오는 자들에게 예수께서는 완전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을 선물로 주셨던 것입니다.

오늘 함께 예배하는 여러분의 삶과 여러분의 가정에도 이와 같은 은혜가 날마다 넘쳐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여러분의 가정이, 우리 교회가 이와 같은 은혜의 자리, 자비의 자리가 되어서 그곳을 들고나는 모든 사람들이 오직 주님의 은혜로 새롭게 세워지는 역사가 날마다 일어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