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와서 마시라”

(요 7:37-39)

<2023년 5월28일 성령강림절, 존웨슬리회심 285주년기념, 서강교회 창립 121주년 기념주일 설교 / 적색>

●팀 켈러 목사님, 하늘 아버지 품에 안기시다

오늘날 최고의 기독교 저술가이자 설교가로서, 전 세계 그리스도인과 특별히 많은 목회자로부터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미국의 팀 켈러목사님(Timothy Keller, 1950-2023)이 지난 5월 19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중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종종 인용하는 C.S. 루이스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기독교 변증가”라면, 팀 켈러 목사님은 “21세기의 가장 위대한 기독교 변증가”라 불리는 분입니다. 목사님은 지구상 가장 분주한 도시로 악명 높은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교회를 개척하신 뒤로, 현기증 날 정도로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목마른 현대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생명의 물을 공급하고자 애쓰신 분이셨습니다.

얼마 전, 그가 앓고 있었던 췌장암이 깊어지자 팀 켈러목사님은 모든 치료를 거부하시고 자발적으로 퇴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19일, 생을 마감하시면서 다음과 같은 마지막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저를 사랑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시간으로 인해 감사합니다. 이제 주님을 만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더는 못 기다릴 것 같아요. 저를 아버지 집으로 보내주세요.”<Michael Foust, “Tim Keller Enters Hospice: ‘I can’t Wait to See Jesus. Send Me Home”, Friday, May 19, 2023, christianheadlines.com>

지난 특별 새벽기도 설교에서, 저는 웨슬리목사님에게 있어서 “온전한 그리스도인인가, 아니면 이름뿐인 그리스도인인가?”(Altogether Christian vs Almost Christian)를 구분할 유일한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을 대하는 자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웨슬리 목사님은 그리스도인이라면 “죽음과 심판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아드 폰테스 웨슬리 엮음, 『그 길』 대한기독교서회>라는 물음에 언제라도 정직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온전한 그리스도인의 증거라는 뜻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죽음의 그늘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는 주님을 만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더는 못 기다릴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면서, 아버지 집으로 돌아갈 날을 사모했던 팀 켈러 목사님은 비록 육신은 연약했어도, 그 안에 주께서 약속하신 구원의 강이요, 성령의 강이며, 생수의 강이 흘러넘치는 삶이었음을 똑똑히 보여준 위대한 신앙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 “내게로 와서 마시라” 초대하시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함으로, 주가 베푸시는 구원의 샘물을 마시고, 여러분 안으로부터 생수의 강이 흘러넘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생수의 강과 메마른 시대 『지하로부터의 수기』 by 도스토옙스키

오늘 우리는 <성령강림절> 본문으로 요한복음 7장의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본문에서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7:37-38)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읽을 때면 시편 42편,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나이다”(시 42:1)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주님은 갈급한 영혼으로 주님을 찾는 자들에게 끝없이 솟아나는 샘물과도 같은 구원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 물은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는 세상이 주는 물과는 다릅니다. 각박하고 메마른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러한 성령의 샘물이 절실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물질적으로는 과도하리만큼 풍요로워졌지만, 영적으로는 여러 이유로 심각한 기근의 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은 청년대로, 중년은 중년대로, 노년은 노년대로, 그리고 소년은 소년대로 저마다의 삶의 무게와 알 수 없는 미래로 인해 답답하고 초조한 마음을 가누지 못합니다. 이처럼 세상은 타는 듯 메말랐으나, 어디서부터, 무엇으로부터 그리고 어떻게 ‘해갈의 기쁨’을 누려야 할지 몰라서 갈증만 더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목마른 시대, 그리고 삶의 무게에 눌려 신음하는 인간 존재를 생각할 때면,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김연경 옮김, 민음사)가 떠오릅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제목처럼 지하에서 홀로 지내면서 항상 타인을 비난하고, 그렇게 비난하는 자신도 비난합니다. 타인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삐뚤어집니다. 작가 도스토옙스키는 주인공에게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더니, 소설 대부분은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주인공의 독백만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독백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진될 지경이라서, 이 소설은 일부러라도 몇 번씩 나누어 읽어야 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영혼이 메마르고 불안한 주인공은 늘 갈급합니다. 사랑에 갈급하고, 관계에 목말라 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방도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급기야 소설 중간에 이르러 주인공이 “나는 내 영혼에 지하(underground)를 담고 다녔다.” 하며 쓸쓸히 읊조리는 말을 들을 때면, 저는 이 가련한 주인공을 위해 기도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다소 과도하게 설정된 주인공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처럼 목마른 영혼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면, 영혼 안에 소망, 기쁨, 이해, 화해, 일치, 용서가 아니라, 불안, 고독, 불만, 증오, 질투, 교만 그리고 우울함과 같은 어둡고 침침한 ‘지하’를 담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처참한 영혼의 지하는 그런 상태로 얼마나 더 머물러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그리고 누가 이런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겠습니까?

●초막절과 제8일

이런 불안하고도 목마른 시대를 생각하면서, 저는 오늘 예수께서 하신 말씀에서 두 개의 동사를 뽑아서 설교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곧 “내게로 와서-마시라”입니다. 마치 어느 깊은 산속 옹달샘이라든가 좁다란 시냇물이 ‘목마른 짐승은 누구라도 와서 마시라’ 하며 진한 물 냄새를 풍기는 것처럼, 예수께서는 목마른 자들에게 “어서 오라”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단순한 초대가 아니었습니다. 본문 말씀을 이해하려면 예수께서 언제 이 말씀을 하셨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곧 본문 37절이 말하듯이, 예수께서는 “명절 끝날, 곧 큰 날에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고 외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명절 끝날, 곧 큰 날”은 언제입니까? 요한복음 7장 2절이 “유대인의 명절인 초막절이 가까운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오늘 보문은 “초막절”(The Feast of Tabernacle)을 배경으로 합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께서는 초막절이 끝나는 마지막 날, 사람들에게 “내게로 와서 마시라” 외쳐 부르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막절은 어떤 절기일까요? 초막절은 이스라엘 3대 명절, 곧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 중 하나입니다. 초막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광야 생활 동안 초막(장막)을 짓고 살았던 것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그래서 구약시대는 물론이고, 예수님 시대에도 그랬지만, 오늘날까지도 유대인들은 초막절이 되면 집 밖에 초막을 짓고 일주일간 가족들과 함께 머물면서 광야 40년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편안한 집을 놔두고 일주일간 일부러 불편함과 고생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초막절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그 규정은 레위기 23장에 나와 있습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르시기를, “일곱째 달 열닷샛날은 초막절이니 여호와를 위하여 이레 동안 지킬 것이라”(레 23:34)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7일 동안은 집이 아니라 초막에 거주하면서 경건하게 ‘여호와의 절기’를 보내는데, 사실 초막절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날은 따로 있습니다. 마지막 날인 “제8일째” 되는 날입니다. 레위기는 “제8일”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여덟째 날에 너희는 성회로 모여서 여호와께 화제를 드릴지니 이는 거룩한 대회라”(레 23:36)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까 7일 동안 각각 초막에 지내던 모든 백성에게, 8일째가 되면 다 함께 모이라는 것입니다. 다 모여서 “거룩한 대회”(a sacred assembly)를 열어 여호와의 절기를 지키라고 한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명절 끝날”을 “큰날”(the last and greatest day)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초막절을 지키기 위해 각 지방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초막절이 끝나는 “제8일”에 예루살렘을 가득 메웠기 때문입니다. 이날로 인해 초막절은 절정에 다다릅니다. 모두가 얼싸안고 춤을 추면서 여호와 하나님이 베푸신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나눕니다. 이런 이유로 유대인이었다가 기독교로 개종한 알프레드 에더샤임(Alfred Edersheim, 1825-1889)이라는 학자는 초막절의 가장 큰 특징을 “기쁨의 축제”(Its joyous festivities)라고 했습니다.<Edersheim, Afred, The Temple, library of congress> 사실 유대 명절 중 가장 큰 기쁨의 명절은 초막절입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이것은 작년 <2022년 예루살렘 초막절 의식> 장면입니다. 명절이 끝나는 여덟 번째 날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성전에 모여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독일의 괴테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참맛을 모른다” 말했던 것처럼, 탈무드는 “초막절 의식을 기뻐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이 주는 기쁨을 모르는 사람”<Babylonian Talmud, 51a, sefaria.org>이라 말할 정도로, 유대인들은 다른 어떤 절기보다도 모든 절기 중의 절기, 모든 날 중의 날인 “초막절 마지막 날, 곧 제8일”을 가장 커다란 기쁨의 날로 여겼던 것입니다.

●물 나르기-물 봉헌 의식

이날 모인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의식을 행합니다. 곧 “물 나르기 의식”(Celebration of the Water Drawing, Simchat Bet Hashoevah)입니다. 사실 물을 나르는 것뿐만 아니라, “물 봉헌 의식”(The Water Libation Ceremony)도 합니다. 이게 더 중요합니다. 탈무드에 따르면 이른 아침에 사람들은 실로암 연못에 가서 물을 길어다가 그 물을 성전 제단에 부으면서 하나님께서 비를 내려 주시기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이 비를 내리셔서 땅 위의 저수지(cistern)뿐만 아니라 땅 아래 있는 저수지(ground water aquifer)를 가득 채워달라며 기도합니다.<Mishinah Sukkah 4:9, sefaria.org> 그러니까 그들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물을 달라’ 기도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의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성전 제단에서 물을 부을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누가 물을 부을 수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성전에서 행하는 의식이기 때문에 제사장 계층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답은 ‘누구나’입니다. 탈무드는 말하기를 “제사장 계층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성전에서 초막절 의식을 행할 기회를 주었다”(“It allowed non-priests a chance to participate in the Sukkot ritual in the Temple”, Mishnah Sukkah 5:1)는 것입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이 사진도 작년 2022년 초막절에 예루살렘에서 행해진 <물 봉헌 의식>의 모습입니다. 물을 봉헌하는 사람들의 옷이 깔끔하게 흰옷을 입긴 했지만, 제사장처럼 화려한 옷은 아닙니다. 평범한 시민의 모습입니다. 이처럼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그리고 깨끗한 옷을 입고 제단에 올라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의식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왼쪽을 보시면 이 의식에 참여하기 위해 유심히 쳐다보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초막절 의식과 예수의 말씀

그러므로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이처럼 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여 있는 초막절 마지막 날, 곧 “큰날”에 사람들을 향해 크게 외치신 것입니다. 물 봉헌 의식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하십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행했던 초막절 의식을 생각하면, 이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해집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실로암으로부터 물을 길어서 그 물을 성전 제단에 부으며 기도했습니다. 사방 물천지로 물이 흐르고 쏟아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큰 기쁨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저들의 목마름과 갈급함을 해갈시켜 주실 하나님을 찬양하며 기도했을 것입니다.

바로 그때, 주님은 “아니다! 아니다! 그 물이 아니라 내가 주는 물을 마시라” 소리치신 것입니다. 운집해 있던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이로 인해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고 또 다른 소란이 일어날 법합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요한복음 3장에서 니고데모에게 “위로부터 오시는 성령으로 거듭나야 한다”(3:3, 3:5) 말씀하신 것처럼, 사마리아 수가성 여인에게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요 4:13-14) 말씀하신 것처럼, 초막절 마지막 날, ‘거룩한 성회’가 열리는 성전 한복판에서 예수께서는 ‘실로암 물이 아닌 성령의 물을 마시라’고 선포하신 것입니다.

●초막절 의식와 구약 성경

예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요 7:38)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요한복음은 이 말씀을 설명하기를 “이는 그를 믿는 자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요 7:39)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배에서 흘러나오는 생수의 강은 성령을 뜻합니다.

그러면 예수께서 말씀하신 ‘성경’은 어떤 성경을 뜻합니까? 첫째는 스가랴 14장입니다. 스가랴는 “그날에 생수가 예루살렘에서 솟아나서 절반은 동해로, 절반은 서해로 흐를 것이라 --- 너희는 초막절을 지킬 것이라”(슥 14:8, 16)고 예언합니다. 곧 예수께서는 스가랴의 예언대로, ‘초막절에 예루살렘에 생수가 솟아날 것이라는 예언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로써 예수께서는 ‘초막절의 주인’이심을 선포하십니다.

둘째는 저 유명한 에스겔서 47장입니다. 에스겔도 성전에서 나오는 물에 대해서 예언합니다. 에스겔은 “문지방 밑에서 물이 나와 동쪽으로 흐르다가 성전 오른쪽 제단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것”(겔 47:1)을 환상으로 보았습니다. 물이 “남쪽과 동쪽”으로 흐르는 것은 “(예루살렘 남쪽에 있는)죽어버린 땅 유대 광야와 (예루살렘 동쪽에 있는)죽어버린 물 염해(사해)에 생명을 주시겠다”<레슬리 뉴비긴 지음, 홍병룡 옮김, 『요한복음 강해』 IVP>는 뜻입니다.

이처럼 에스겔은 성전에서 흐르는 물은 죽어버린 세상을 살리는 생명의 물이요, 생명의 강이 될 것을 예언한 것입니다. 그 일을 누가 할 수 있습니까? 그 일은 오직 성전의 주인만이 행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이로써 예수께서는 앞서 ‘초막절의 주인’임과 동시에 ‘성전의 주인’ 되심을 선포한 것입니다.

이후로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은 어떻게 됩니까? 처음엔 “물이 불어 발목에”(3) 찰 것이라 합니다. 그러다가 “물이 무릎까지”(4) 채워집니다. 이후 물은 더욱 불어나 “허리까지”(4) 오르더니 이내 물이 “건너지 못할 강”(겔 47:5)이 된다고 말합니다. 에스겔이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세상에 창궐할 것이라 예언한 것처럼, 이제 예수께서 약속하신 성령은 너희 안에 생수의 강이 되어 흘러나와 온 천지사방을 적실 것이라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라, 그리고 마시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본문에서 주님은 우리에게 “내게로 와서-마시라” 초대하십니다. 두 가지 요청이었습니다. “오라”와 “마시라” 입니다. 앞서 소개한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세상에는 영혼이 목말라 메마른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가족 중에, 이웃 중에, 직장 동료 중에 여러 이유로 삶의 지치고 목마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도 여러 가지 이유와 원인으로 늘 목말라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오늘 예배하러 나온 여러분도 목마름으로 인해 이 자리에 나왔을 것입니다. “오라!” 말씀하신 첫 번째 요청에 순종하여 우리는 지금 주님께로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시라”, 우리는 과연 생명의 물을 마신 사람들입니까? 여러분 안에 생명의 물이 샘솟고 있습니까? 아니면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주인공이 “나는 내 영혼에 지하(underground)를 담고 다녔다” 고백한 것처럼, 생명의 물이 아니라 ‘영혼의 지하’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닙니까? 위대한 청교도 작가이자 설교가인 아서 핑크(Arthur W. Pink, 1886-1952)는 오늘 본문에 대해 설명하기를 “갈증으로 죽어가는 곳에 강물이 관통하여 흐른다 할지라도 그들이 그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아서 핑크 지음, 지상우 옮김, 『요한복음 강해』 크리스찬다이제스트>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주님께 나올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면, 이제 그 물을 ‘마심’으로 여러분 안에 성령의 강, 생수의 강이 넘쳐흘러야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성령강림절이자 존 웨슬리 회심 285주년 기념 주일을 맞아 생명을 주시는 성령의 샘물이 여러분 안에 흘러넘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지금껏 불안과 우울과 고통과 번민과 교만과 속임수라는 어둡고 침침한 ‘영혼의 지하’ 속에 살아왔다면, 오히려 그 안에 생수의 강이 넘쳐흘러, 발목을 적시고, 무릎을 덮으며, 허리까지 차오르도록,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하나님 은혜의 강가를 찾아 거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서강교회 창립 121주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교회가 이와 같은 샘물을 공급하는 영혼의 물 향기를 품어 내어서, 그 물 냄새에 목마른 영혼들이 찾아와 머물고 싶은 풍경이 되는 그런 교회, 그런 성도로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