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이 되길 바라시는 주님의 숭고한 거짓-말”

(요 17:1-11)

<2023년 5월 21일 승천주일-아시아주일-청년주일 설교 / 흰색>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010)이 쓴 『톰 소여의 모험』<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민음사>이란 소설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무명이었던 마크 트웨인을 “미국 문학의 아버지”(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1897-1962)라는 별명과, “밤하늘의 북극성과 같은 존재”(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라는 명성을 얻게 함으로, 일약 거장의 반열로 올려준 작품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이 책은 말썽꾸러기 톰 소여Tom Sawyer와 그의 친구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이라는 소년의 모험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톰 소여는 일찍 부모님을 잃은 고아입니다. 그래서 ‘폴리’라는 이모가 그를 양육하고 있습니다. 톰 소여는 호기심이 많고 모험심이 무척이나 강합니다. 집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좌충우돌합니다. 사실 이 소설은 시작부터 정신이 없습니다. 폴리 이모가 다급하게 “톰! 톰!”하고 부르면서 소설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애타게 찾으며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이내 폴리 이모는 다음과 같이 혼잣말로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이런 고얀 놈이 있나! 저 녀석은 나를 얼마쯤 괴롭히면 내가 진짜로 화를 내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아. 마귀가 들린 것처럼 지독한 장난꾸러기! 하지만 오, 어쨌든 내 죽은 여동생의 자식, 가엾은 혈육이 아닌가! 어쨌든 난 저 애를 위해 몇 가지 책임을 다해야 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저 녀석을 버려 놓게 되거든.” 아마 여러분 중에서도 자식들이 말썽을 피울 때,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분도 있을 것이고요, 반대로 여러분 중 부모님의 마음을 이렇게 애태웠던 장난꾸러기 유년 시절을 보내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폴리 이모의 간절한 기도

그런데 이 책 중반에 접어들면, 톰 소여와 그의 몇몇 친구들이 집을 나가서 깜깜무소식입니다. 그러자 기다리다 지친 폴리 이모와 주변 사람들은 아이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생각하고는, 그날 밤 거실에 모여서 죽은 아이들을 애도하며 회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말썽꾸러기 톰 소여는 살금살금 집에 기어들어서 침대 밑에 몰래 숨고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엿듣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말썽꾸러기의 끝판왕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먼저 주인공 톰 소여의 이모 폴리가 슬픈 표정으로 말문을 엽니다. “그 애는 그렇게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우. 다만 장난이 심해서 탈이었지. 그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천방지축이었지요. 하지만 남을 해치거나 그런 못된 짓은 하지 않아요. 그렇게 마음씨 착한 아이를 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폴리 이모가 눈물을 터뜨리자, 옆에 앉은 사람들도 폴리의 말을 이어받아 자기 아이들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이렇게 한참 동안 거실이 눈물바다가 되더니, 밤이 깊어지자 모여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기 집으로 돌아갑니다. 사람들이 다 떠나자 폴리 이모는 홀로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을 마크 트웨인의 소설 원문 그대로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폴리 이모는 무릎을 꿇고 앉아 톰을 위해 기도를 했다. 이모의 기도가 어찌나 감동적이고 간곡한지, 또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말로 다할 수 없는 애정이 넘쳐흐르고 나이 든 사람 특유의 떨리는 목소리가 어찌나 애절한지 톰의 얼굴은 그 기도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눈물범벅이 되었다.”<『톰 소여의 모험』 193-194쪽>

●폴리 이모의 모순

『톰 소여의 모험』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소개해드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감히 말씀드리건대, 이 소설에 나오는 말썽꾸러기 톰 소여와 그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폴리 이모의 관계는 주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고스란히 조명해 줍니다. 톰 소여를 보호하고, 양육하는 폴리 이모, 하지만 철들기는커녕, 더욱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톰 소여를 끝까지 변호하고자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폴리 이모의 거룩한 마음은 오늘 본문에서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핵심적인 열쇠라 할 수 있습니다.

폴리 이모는 누구보다 조카 톰 소여를 잘 압니다. 말썽에 관한 한, 박사 학위라도 받은 것처럼, 톰은 이모의 말을 안 듣고 청개구리처럼 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마귀 들린 것 같은 지독한 장난꾸러기!”라 말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톰 소여는 누굽니까? 안타깝게 일찍 세상을 떠난 여동생의 아들입니다. 녀석을 볼 때마다 무한한 연민과 사랑과 애정이 샘솟습니다. 그래서 어찌하든 그를 책임져주려고 폴리 이모는 애를 쓰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런 아이가 물에 빠져 죽었다고 생각하니, 폴리 이모는 이 가여운 톰을 변호하기 급급합니다. 언제는 “마귀 들렸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는 “그렇게 착한 애를 본 적이 없다”고 하니, 마귀에 들리면 그렇게 착해지기라도 한다는 건지, 폴리 이모는 톰 소여를 향한 모순된 마음을 온통 감당하며 기도했던 것입니다.

●제자들의 배신을 언급하신 예수

오늘 본문을 이해하려면 이러한 폴리 이모의 마음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지난 설교에서 저는 요한복음 14-17장은 제자들과의 이별을 앞두고 마지막 작별을 고하시는 예수님의 “고별담화”(Farewell Discourses)라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위로하는 말씀을 연이어 쏟아놓으십니다. “내가 너희를 위해 거처를 마련하겠다”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겠다” “내가 다시 오겠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등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주님은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걱정하듯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하고 또 하십니다. 게다가 자신의 부재를 대체할 “보혜사를 보내겠다”는 말씀도 14장, 15장, 16장에서 연거푸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을 향한 위로와 권면의 말씀을 뒤로하고, 16장 마지막에 가면, 예수께서는 시퍼렇게 멍든 가슴으로 차마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 말씀을 하고 맙니다. “보라 너희가 다 각각 제 곳으로 흩어지고 나를 혼자 둘 때가 오나니 벌써 왔도다. (그러나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느니라)”(16:32a)고 말입니다. 주님은 제자들의 배신을 내다본 것입니다. 주님은 제자들을 놔두고 떠나는 것이 못내 불안하여 “나는 너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겠다”(14:18) 하셨는데,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살점이라도 떼어주실 생각으로 보혜사 성령을 보내주시겠다 약속하셨는데, 이런 주님의 마음에는 아랑곳없이 ‘제자들의 미래는 배신자로 흩어질 것’이 불 보듯 뻔했던 것입니다.

●김경미 시인ㄴ의 “그런 말들이2”

이 말씀을 꺼내신 것만으로도 주님의 마음은 몹시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어지는 말씀은 주님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듭니다. 곧 주님은 제자들의 배신을 언급하신 뒤에 말씀하시기를, “(보라 너희가 다 각각 제 곳으로 흩어지고 나를 혼자 둘 때가 오나니 벌써 왔도다.) 그러나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느니라”(16:32b)

무슨 뜻입니까? 겉으로 드러난 뜻은 ‘너희가 나를 떠나도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하시니 나는 괜찮다’, 예수께서는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씩씩하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그렇습니까? 이 말씀을 하시는 주님의 마음은 일말의 흔들림조차 없어 보이십니까?

제자들에게 이 말씀을 하시던 주님의 마음이 어떨지를 생각하다가 저는 김경미 시인의 “그런 말들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시는 노래합니다. “모두가 받았다는 초대장 / 끝내 도착하지 않은 저녁의 현관 우편함 // 현관 너머까지 불려온 낙엽들 그러모아 / 빈 우편함에 넣는다. // 그러면 되었다 그러면 되었다는 / 그런 말들.”<“그런 말들이2”, 김경미 지음, 『고통을 달래는 순서』 창비>

이 시는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지인들은 다 초대장을 받았는데 자기만 못 받은 것입니다. 시인은 자기만 초대받지 못한 것으로 낙심하여 아파하지만, 왜 나한테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냐고 따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좌절하여 슬피 우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시인은 길가에 굴러다니는 낙엽들을 긁어모아서 빈 우편함에 넣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쓸쓸히 홀로 말하기를 “그러면 되었다 그러면 되었다” 한 것입니다. 그렇게 행동하고 그렇게 말함으로써, 시인은 초대장을 보내지 않은 이에 대한 원망을 감추고, 초대장을 받지 못한 서러움조차 속입니다. 이 얼마나 애달픈 사랑 노래입니까?

이런 마음으로 다시 주님의 말씀을 읽습니다. “보라 너희가 다 각각 제 곳으로 흩어지고 나를 혼자 둘 때가 오나니 벌써 왔도다. 그러나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느니라”(16:32) 다시 읽으니 이 말씀은 주님의 씩씩한 배포를 담은 음성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자들의 배신을 아버지 앞에서 숨기는 말이었고, 자신의 서글픈 마음조차 스스로 속이는 말씀으로 읽힙니다. 주님은 다만 초대장을 받지 못한 시인의 마음처럼, “그러면 되었다 그러면 되었다” 쓸쓸하고도 외로이 홀로 읊조리신 것입니다.

●대제사장의 기도

이처럼 제자들을 향한 격려와 위로로 시작된 주님의 고별담화는 16장 마지막에 이르러 서글픈 노래로 뒤바뀝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런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애써 속이며 감추십니다. 그리하여 제자들의 배신을 탓하시기는커녕, 이제 오늘 본문 17장에 이르러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 본문 요한복음 17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기도를 “대제사장의 기도”(Jesus’ High-Priestly Prayer)라 부릅니다.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히브리서가 말하는 “대제사장이신 예수님”의 위엄으로 기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히브리서는 대제사장이신 예수님의 두 가지 임무에 대해 말합니다.

첫째는 ‘속죄’(atonement)하시는 일입니다. 곧 히브리서 2장은 “그가 하나님의 일에 자비하고 신실한 대제사장이 되어 백성의 죄를 속량하려 하심이라.”(히 2:17)고 선포합니다. 둘째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중보’(intercession)하시는 일입니다. 히브리서 7장은 “예수는 자기를 힘입어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들을 온전히 구원하실 수 있으니 이는 그가 항상 살아 계셔서 그들을 위하여 간구하심이라.”<히 7:24-25>고 선포합니다.<크레이그 쾨스터 지음, 우성훈 옮김, 앵커바이블 『히브리서』 CLC>

이처럼 예수께서는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고, 죄악된 우리를 속량하시며, 우리를 위해 중보하시는 대제사장으로서 오늘 본문에서처럼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의 청교도 설교자인 아서 핑크(Arthur Pink, 1886-1952)는 다음과 같이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한 바 있습니다. “요한복음 17장에는 휘장이 젖혀져 있다. 우리는 우리의 대제사장과 함께 ‘지성소’에 들어가도록 허용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서 있는 곳은 실로 거룩한 땅이기 때문에 신을 벗고 들어가 겸손하고 경건하며 준비된 마음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아서 핑크 지음, 지상우 옮김, 『요한복음 강해』 크리스찬다이제스트>

●대제사장을 따라 들어간 지성소 풍경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처럼 ‘속죄와 중보의 대제사장’이신 예수께서는 오늘 우리를 거룩한 지성소로 안내하십니다. 지성소에 들어온 우리는 이제 영혼의 신발을 벗고서 겸손히 주님의 기도를 듣게 됩니다. 대제사장이신 주님이 하시는 기도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주님의 관심은 온통 제자들을 향합니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제자를 위한 기도이지만, 결국 그 기도는 오늘 예배하는 우리를 포함한 세상 모든 사람을 향한 주님의 기도였습니다.

오늘 본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님이 습관처럼 빈번하게 사용하시는 말이 나옵니다. 곧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이란 표현입니다. 세어보니 여섯 번이나 나옵니다. 특별히 6절을 보시면 “세상 중에서 내게 주신 사람들에게 내가 아버지의 이름을 나타내었나이다. 그들은 아버지의 것이었는데 내게 주셨으며 그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지키었나이다”이라고 합니다.

말인즉슨, 예수께서는 하나님께 기도하시기를 ‘아버지, 저는 세상으로부터 몇몇 사람들을 불러서 제자로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아버지께서 내게 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원래 아버지의 것이었다가 내게 주신 사람들’이라고, 마치 아버지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이 예수께서는 차근차근 하나씩 순서를 따져가며 말씀하십니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만에 하나라도 아버지께서 제자들을 향해 노여운 마음을 품고 계시다면, 그 노여움을 푸시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못난 제자들은 자신이 책임 질 것이지만, 그들은 원래 아버지로부터 온 아버지의 소유였음을 잊지 마시라고 예수께서는 적극적으로 제자들을 변호하시며 아버지께 기도한 것 아니겠습니까?

●전사의 칼, 대제사장의 옷

그런데 여러분, 지금 나눈 6절 마지막 부분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예수께서는 아버지께 이어서 기도하시기를, “그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지키었나이다”(17:6b)고 하십니다. 여러분, 이 말씀에 동의하십니까? 아무리 주님의 말씀이지만, 이 말에 동의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리가 복음서에서 만난 제자들은 <이스라엘판 톰 소여의 모험>이었습니다. 예수님과 동행하던 3년 내내 주님 말씀을 지키기는커녕 상당 부분 알아듣지도 못합니다. 과거도 그랬지만, 이제 그들 앞에 다가온 미래는 ‘예수님을 버리고 떠날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자초한 삶이지 않습니까?

그런 제자들을 두고서 예수께서는 어찌 “그들이 아버지의 말씀을 지키었나이다”라고 기도하신단 말입니까? 너무나 뜬금없는 말이어서, 예수께서 실언하신 게 아닐까 싶은 마음까지도 듭니다.

이런 주님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다가, 설교 서두에 나누었던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폴리 이모의 심정을 떠올려봅니다. 폴리는 톰 소여에 대해서 양-극단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습니다. 하나는 “마귀 들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착한 애를 본 적이 없다”는 피차 모순된 평가였습니다. 너무나 말이 되지 않아서 저는 “마귀 들리면 착하게 된답디까?”라고 농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주님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마태복음 16장을 보면, 예수께서 “장로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 당할 것”(마 16:21)을 예고하시자 베드로는 예수님의 길을 막아섰습니다. 그렇게 길을 막아서던 베드로를 향해 주님은 무엇이라 말씀하셨습니까?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마 16:23) 엄히 꾸짖으셨습니다.

이처럼 베드로를 향해 서슬 퍼런 칼날의 말씀을 휘두르던 전사 예수께서는, 오늘 본문에 이르러 칼을 칼집에 꽂아 넣으시고, 갑옷을 벗고 가운으로 갈아입으십니다. 마치 폴리 이모가 톰을 혼내려 들었던 몽둥이를 내려놓고 두 손을 모은 것처럼, 예수께서는 하얀 가운 위에 대제사장의 판결 흉패와 에봇을 두르십니다. 그리고 주님은 열린 휘장 사이로 제자들의 손을 잡고 지성소 안에 들어가십니다. 눈을 들고, 하늘을 향해 올려다보시며, 아버지께 기도하십니다.

“아버지여, 그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지키었나이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히브리서는 대제사장의 두 가지 기능을 말했습니다. 첫째는 ‘속죄’(atonement)요, 둘째는 ‘중보’(intercession)였습니다. 대제사장이신 예수께서는 스스로 속죄의 제물이 되심으로 제자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중보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주님의 눈에는 우리의 허물과 죄가 보이지 않습니다. 대제사장이신 예수님의 눈은 사랑으로 벌겋게 출혈되었기 때문입니다.

●참말이 되기 바라시는 주님의 숭고한 거짓말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저는 오늘 설교 제목을 “참-말이 되기 바라시는 주님의 숭고한 거짓-말”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주님이 하신 말씀을 두고 ‘거짓말’이라 표현한 것이 불경스러운 듯 불편하지만, 사실 거짓과 허물로 죽은 우리를 위한 주님의 기도가 말쑥하고, 예쁘기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버지를 향해 주님은 우리를 위해 중보하십니다. “아버지여, 저들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들은 변화될 것입니다” //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으로 하여 계속 거짓을 고하게 하실 겁니까?

아버지를 향해 주님은 우리를 위해 중보하십니다. “아버지여, 저들에게 기회를 주시면, 저들은 반드시 회개하고 주께 돌아갈 것입니다.” //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혹여 기회를 백번 천번 주셔도 회개할 생각이 없음으로, 주님을 계속 거짓말쟁이로 만드시렵니까?

아버지를 향해 주님은 우리를 위해 중보하십니다. “아버지여, 저들은 주께서 명하신 사명을 감당하고, 서로 사랑으로 하나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사명을 생각할 겨를도 없고, 역량도 되지 않는데, 우리는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미워하며 맘 편한대로 살 것인데, 주님이 너무 이상적인 말만 우리에게 요구하고 계신 것일까요?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만난 대제사장 예수께서는 자신을 제물로 내어주신 제사장이었습니다. 주님은 자신의 피 값으로 우리를 위하여 중보하십니다. 그것이 어리석어 보이고, 무모한 거짓말처럼 보일이라도, 이러한 주님의 숭고한 거짓말이 여러분을 통해 참말이 되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대제사장이신 주님의 눈은 사랑으로 벌겋습니다. 그리하여 주님의 눈에는 우리의 죄와 거짓과 허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사랑만 보시기 때문입니다. 그 큰 사랑으로 우리를 위해 속죄양이 되셨으며, 우리를 위해 중보하시는 주님의 눈을 닮아가고, 떨리는 주의 음성에 귀기울이며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