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제자로 빚어내신 교회”

(마 28:16-20, 행 6:3a)

<2023년 6월 4일 삼위일체주일, 평신도주일 설교 / 흰색>

●평신도 설교자

지난주에 우리는 감리교회를 설립하신 존 웨슬리 목사님의 회심 285주년을 기념하면서 예배를 드렸는데, 웨슬리 목사님의 삶은 누가 뭐래도 설교로 빚어진 인생이었습니다. 목사님은 하루에 평균 세 번, 일주일에 스무 번, 그리고 일평생 4만 번 이상 설교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목사님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말이지 나는 설교하면서 삽니다.”(“I do indeed live by preaching”)<Outler, Albert, The Works of John Wesley vol.1(Sermons1), Abingdon Press>

이처럼 설교가 인생의 전부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설교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셨던 웨슬리 목사님이신데, 설교와 관련해서 다소 의외다 싶은 두 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첫째는 웨슬리 목사님이 “평신도 설교자”를 강조했던 점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성직자로서, 또한 탁월한 설교자로서 자신의 설교만 고집하고 주장했을 법도 한데, 이와는 반대로 웨슬리 목사님은 평신도 “설교자를 반드시 세워야 한다” “평신도 중 좋은 설교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입니다. 오늘날에 있어서 이런 말이 이상하지 않게 들릴 수 있지만, 당시로써는 혁명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이를 두고 웨슬리 목사님을 비판할 때면, 목사님은 “평신도 설교자가 술주정뱅이도 아니고 저주와 욕설을 퍼붓는 것도 아닌데 왜들 난리인가?” 하면서 거친 표현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변호하셨을 정도였습니다.<케네스 콜린스 지음, 이세형 옮김, 『존 웨슬리 톺아보기』 신앙과지성사>

그런데 사실 성경에는 ‘평신도 설교자’라는 말은 당연히 없고, 설교를 목적으로 평신도 설교자를 세웠다는 증거도 없지만, 사도행전에는 뛰어난 평신도 설교자들이 나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람이 우리가 잘 아는 스데반입니다. 사도행전 7장 전체가 그의 설교로 되어 있을 만큼, 그는 성경에 매우 능통한 자로서, 담대하게 복음을 설교한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함께 나눈 사도행전 6장 3절의 말씀은 초대교회가 스데반을 비롯한 최초의 평신도 지도자를 선출한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습니다. 즉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받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칭찬받는 사람”이란 ‘인정받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 말씀은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으로 교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을 평신도 지도자로 세웠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설교도 하면서 교회를 섬겼던 것입니다.

나중에 다시 이 구절에 대해서 여러분과 나눌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오늘 [평신도주일]을 맞아서 앞으로 자랑스러운 감리교회의 전통에 따라 우리 교회에도 이러한 기준에 합당한 평신도 지도자, 그리고 평신도 설교자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의심에서 확신에로

설교와 관련해서 웨슬리 목사님의 두 번째 의외의 모습은 그가 미국 원주민 선교에서 실패하고 돌아왔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원주민 선교였지만 웨슬리 목사님은 철저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마음에는 패배감과 번민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에, 주일 설교를 준비하던 목사님은 “나 자신이 믿음이 없으면서 누구에게 설교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웨슬리 목사님은 마음이 찔렸던 것입니다. 목사인 자신조차도 마음에 참된 믿음이 없는데, 회중들을 향해 ‘믿음을 가지라’고 설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고뇌에 빠져 있다가, 웨슬리 목사님은 평소 친구이자 멘토로 생각하던 피터 뵐러(Peter Boehler, 1712-1775)라는 선교사님을 찾아가서 ‘설교를 못하겠다’고 토로합니다. 그 말을 들은 뵐러 선교사님은 웨슬리 목사님에게 강력히 권면하기를, “절대 그래서는 안 됩니다. 믿음을 갖게 되기까지 믿음에 관해 설교하세요. 그러고 나서 믿음이 생기면, 그 믿음에 대해 설교하세요”<존 웨슬리 지음, 김영운 옮김, 『존 웨슬리의 일기』 CH북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웨슬리 목사님은 내키지 않았지만, 친구가 강력하게 권면하는 말을 듣고는 억지로 강단에 올라가 설교했습니다. 괴로웠을 것입니다. 여전히 번민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 이후로 기록한 쓴 웨슬리 목사님의 일기를 읽어보면, 크게 의미있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자신의 신앙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그저 어딜 갔고, 누굴 만났다는 평범한 스케줄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만큼 웨슬리 목사님의 영적 상태는 불안했고 피폐했고 불완전했다는 걸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런 시간으로 석 달이 지난 1738년 5월 24일 수요일, 어떤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18세기 영국 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그래서 감리교회가 세워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된 <존 웨슬리 목사님의 회심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목사로서, 선교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열패감에 시달린 나머지 믿음조차 상실했던 그가 강단에 오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결과였습니다. 그리하여 ‘이런 나를 과연 하나님이 사용하실까?’ 그는 하나님께 묻고 물으면서 억지로라도 강단에 올라가 설교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음에 소용돌이치던 ‘번민과 의심’이 끝내 주님을 향한 ‘신뢰와 확신’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웨슬리 목사님은 영적으로 충만할 때만 설교하신 게 아니었습니다. 마음에 번민과 회의가 가득 찼을 때도 그는 설교했습니다. 하나님은 그처럼 부족한, 그처럼 연약한, 그처럼 좌충우돌하고 낙망하고 메마른 웨슬리 목사님을 사용하셨던 것입니다. 사실 하나님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하나님은 실패한 사람을 사용하십니다. 하나님은 연약한 사람을 사용하십니다. 하나님은 메마른 영혼을 회복시키셔서 그들로 인해 당신의 일을 이루어나가십니다.

그 증거가 무엇입니까? ‘교회’입니다. 교회 공동체는 시작부터 허물 많은 죄인만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신학자인 한스 큉(Hans Küng, 1928-2021)은 교회를 일컬어 “죄 많은 교회”라 대놓고 말했습니다.<한스큉의 『교회』> 완벽과는 거리가 먼 불완전하고 결핍되었으며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죄인들만 똘똘 말아서 시작된 공동체가 교회였다는 뜻입니다.

●그 열한 제자

오늘 본문은 마태복음의 대미를 장식함과 동시에 교회의 서막을 알리는 본문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주님의 위대한 명령이 오늘 본문에 나와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 28:19-20)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시며 맡겨주신 사명’이기에 우리는 이것을 “예수님의 대-위임 명령”(The Great Commission)이라고 부릅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 말씀은 부활하신 주님이 남기신 가장 위대한 말씀입니다. 가장 준엄한 명령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 교회가 세워져 있는 이유와 선교사님들이 해외에 나가서 복음을 전하는 근거가 바로 오늘 본문입니다. 저도 과거 선교사로 사역할 때, 그리고 지금 목회자로서 사명감을 되새기려 할 때 오늘 본문 말씀을 몇 번이건 소리 내서 읽곤 합니다. 먼저 16절과 17절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16 열한 제자가 갈릴리에 가서 예수께서 지시하신 산에 이르러 17 예수를 뵈옵고 경배하나 아직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저는 이 말씀에 근거해서 오늘 설교 제목을 “열한 제자로 빚어내신 교회”라고 정했습니다. 마태복음의 이러한 설명은 교회란 무엇이고, 그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첫째로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 내내 ‘열둘’이라는 완벽한 숫자로 다녔던 제자 공동체가 이제는 “열한 제자”로 소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예수님을 배신하고 뛰쳐나간 가룟 유다가 있었습니다. 즉 가룟 유다의 배신으로 인해 ‘열둘’이라는 완벽한 숫자가 ‘열하나’가 돼 버렸습니다. 만약 이 숫자가 축구에서 사용된 것이라면, 이는 명예로운 숫자입니다. 브라질의 유명한 스트라이커인 네이마르나 호마리우가 11번을 달고 뛴 것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11이라는 숫자가 ‘제자’라는 단어와 조합되어 “열한 제자”가 되는 순간, 그것은 ‘불완전’ 그리고 ‘불명예’를 상징합니다. 단순히 ‘열둘’에서 하나 모자란 숫자가 된 게 아닙니다. 네 바퀴로 달리던 자동차가 세 바퀴가 되어 정상 주행이 불가능한 차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교회는 정상 주행이 불가능할 것 같은 부서지고 망가진 제자들로 인해 시작되었다고 오늘 본문 16절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입니다.

●내가 지시한 갈릴리의 산으로 가라

둘째로 예수께서는 그런 불완전한 제자들에게 “갈릴리로 가서 지시하신 산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다는 점입니다. “갈릴리”는 어떤 곳입니까?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처음으로 부르시고, 그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꿈꿨던 곳입니다. 그곳에서 열두 제자를 가르치셨고, 훈련시키셨습니다. 그곳은 제자들과의 아름답고도 따뜻한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곳은 ‘실패의 장소’입니다. 제자들과 함께 꾸었던 꿈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갈릴리 선교는 끝내 열매맺지 못하고 끝나버릴 위기에 처해 있던 것입니다.

예수께서 지시하신 “산”은 어디겠습니까? 본문이 특정하지 않아서 그곳이 어느 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추측건대, 복음서에 보면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산에 두 번 오르신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마태복음 17장에 나오는 “높은 산”, 우리가 소위 “변화산”이라 부르는 곳입니다. 예수께서는 이곳에 ‘세 명’의 제자들만 데리고 올라가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번은 마태복음 5장입니다. 예수께서는 갈릴리 해변에서 “나를 따라 오라” 하시며 제자들을 처음 부르신 뒤에 그들 모두를 데리고 산에 올라가셔서 저 유명한 “산상수훈”을 가르치셨습니다. 그 산을 오늘날에는 “팔복산”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 다시 제자를 모으시고 갈릴리에 있는 산에 모이라고 하셨다면, 그 산은 “변화산”일까요? 아니면 “팔복산”일까요? 모르긴 몰라도 “팔복산”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 중에 가장 위대한 가르침이라 할 수 있는 “산상수훈”, 그러나 아직 제대로 피어나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산상수훈”의 장소, 바로 그 산으로 제자들을 다시 불러모으셨을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께서는 ‘실패한 선교의 장소 갈릴리’에, 그리고 아직 피어나지 못한 ‘산상수훈”의 꽃이 심겨 있는 산’에, 세 바퀴로 삐걱대는 열한 제자들을 다시 초대하신 것입니다. 그들로 하여 이 모든 것을 복원하여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재정비하고, “산상수훈”이라는 못다 핀 꽃 한 송이를 피우게 하시고자 오늘 본문에서 제자들을 불러 모으신 것입니다.

●경배하며 의심하고

다시 한번 16-17절 말씀을 읽겠습니다. “16 열한 제자가 갈릴리에 가서 예수께서 지시하신 산에 이르러 17 예수를 뵈옵고 경배하나 아직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17절 말씀을 보면, 그렇게 갈릴리 산에 초대받아 모인 제자들이었지만, 또다시 두 부류로 갈린 듯합니다. 하나는 “예수를 경배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도 의심하는 사람들”입니다. 제자 공동체가 바퀴에만 문제가 있는 줄 알았더니 엔진에도 심각한 결함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 결함은 “의심”이라는 결함이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어쩌면 앞서 말씀드린 ‘설교하기를 주저했던 존 웨슬리 목사님의 영적 상태’와 비슷할 것입니다. 웨슬리 목사님이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믿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믿어도 믿는 게 아니고, 예배해도 온전한 예배자로서 예배하지 못하고, 설교하는 게 설교하는 게 아니었던 자신의 신앙으로 인해 괴롭고도 수치스러운 마음을 가졌던 것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의심하다”는 말은 성경원어로 “디스타조”(dista,zw)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의심하다, 주저하다”는 뜻입니다. 마음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둘로 갈라져”(dij, twice, double)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뜻합니다.<Balz, Horst edit., EDNT, Eerdmans> 신약성경에서 이 단어는 딱 두 번 사용되었는데, 한번은 오늘 본문이고 다른 한 번은 마태복음 14장에 나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향해 물 위를 걸어가다가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으로 인해 물에 빠졌을 때, 주님이 그에게 오늘 본문에 나오는 표현과 똑같은 말로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으냐!(디스타조)”(마 14:31)고 말씀하실 때 사용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방금 읽었다시피, 17절 말씀은 “예수를 뵈옵고 경배하나 아직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They worshiped him; but some doubted)고 해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자들이 두 부류로 갈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 본문을 성경 원어로 보면 달리 볼 수도 있습니다. 즉 이 본문을 헬라어에서 우리말로 직접 옮기면 “그들은 예수를 보고 경배도 했고 의심도 했다.”(kai. ivdo,ntej auvto.n proseku,nhsan( oi` de. evdi,stasan) / When they saw him they worshiped and doubted him.)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17절 말씀은 성경에 번역된 대로 제자들이 두 부류로 갈라졌다는 뜻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열한 제자 모두가 예수께 경배하면서 동시에 의심하는 저들의 영적 상태를 말해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럴 수 있을까요? 주님을 경배하면서도 의심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럴 수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제자들의 마음 상태는 우리가 늘 경험하는 우리들의 신앙상태를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예배자로 살았던 날이 몇 날 며칠입니까? 우리 자신에게 묻습니다. ‘나는 하나님 마음에 합당한 예배자로 하나님께 예배하고 있는가?’ 입술로는 주님을 경배하면서도 하면서도 그동안 얼마나 많이 주님이 부르실 때 가까이 다가가기를 머뭇거리며 살았습니까?

●예수께서 다가가시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래서 18절 말씀은 너무나 중요한 말씀입니다. 18절을 보시면, 이처럼 머뭇거리며 의심하는 제자들에게 이제 예수께서 “다가가셨다”(proselqw.n)고 말해줍니다. 본문은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18)라고 말합니다. 참으로 놀라운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복음서를 보면 지금까지는 언제나 ‘사람들이 예수께로’ 다가갔습니다. 특별히 마태복음 5장 1절을 보면, 예수께서 산상수훈을 가르치시고자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오르셨을 때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갔다”(prosh/lqan)고 성경은 말합니다. 그런데 이제 오늘 본문에서, 열두 제자가 아니라 ‘세 바퀴로 삐걱대는 열한 제자들’이 다시금 그 갈릴리 산에 도착했을 때, 게다가 마음은 여전히 두 동강이 난 상태로, 한쪽으로는 주님을 경배하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주저하고 의심하고 있던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이 한 걸음, 두 걸음 성큼 그들에게 다가가신 것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어느 마태복음 주석가는 이러한 “열한 제자”를 바탕으로 세워진 교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단어를 사용하며 묘사한 적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세상으로 보내신 교회는 처음부터 실수투성이인 데다가(fallible), 열한 살짜리처럼 유치하고(elevenish), 불완전한(imperfect) 공동체였다.”<Bruner, Frederick Dale, Matthew: A Commentary. Volume 2, Eerdmans> 이처럼 예수께서는 실수투성이 제자들, 몸은 다 자랐으면서도 마음은, 영적 수준은 열 한 살짜리처럼 유치한 제자들, 그리하여 완벽하기는커녕 불완전한 열한 제자들에게 ‘다가가셔서’ 하나님 나라를 위한 교회 공동체를 끝내 빚어내신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주님은 제자들에게 다가가시기를 주저하지 않으셨음을 본문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마음과 제자들을 향한 주님의 사랑을 생각하면서, 말씀을 마치기 전에 부활하신 주님이 주신 대-위임의 명령을 함께 읽겠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 28:19-20) 아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명령은 오늘 우리에게도 주시는 명령인 줄로 믿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명령을 받들어 세상을 향해 일어서고, 주저하지 마시고, 사라지지 마시고, 주님 부르실 때 그 명령 앞에 순종하시고, 우리를 이끄시는 주님과 동행하며 사는 여러분의 삶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이제로부터, 세상을 향한 두려움과 실패를 내려놓고, 연약한 우리를 강하게 하시는 오직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세상 끝날까지 주의 사명을 감당하는 주님의 몸된 교회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