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세 가지 구원 드라마”

(창 8:1-21a)

<2024년 2월 25일 사순절 제2주 주일 설교 / 보라색>

●그런 곳은 없는 ‘유토피아’

지난주 본문 창세기 7장에서 하나님은 대홍수를 일으키셔서 물을 통해 세상을 심판하셨습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인간이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이었다”(창 6:5) 할 정도로, 인간의 악행이 극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창세기가 말하는 인간 타락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초월적인 신의 존재를 상실하고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세상’을 부추기며 사는 것, 그것이 인간 타락의 본질입니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 볼 때, 오늘 우리 시대의 타락상은 노아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날 인간은 ‘인간을 위한 유토피아 건설’에 ‘혈안’입니다. 충혈된 눈으로 과학-기술 개발에만 몰두하여서 뭐든 척척 만들어냅니다.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고 뉴스에 보도되는 ‘인공지능 기술’, 소위 말하는 ‘AI 기술’의 진보는 들을 때마다 희한하고, 매우 놀랍고, 신기하다 못해, 이제는 두렵습니다. 이러다가 젊은 사람들 일자리를 다 빼앗겠다 싶은 두려움도 있지만, 계속 이럴 거면,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조종당하고 지배받아도 싸겠다는 섬뜩한 두려움이 앞섭니다. 인간에게 이로운 ‘유토피아’는커녕, ‘파국과 자멸’(디스토피아)을 위한 무덤을 인간 스스로 파 들어가고 있어서, “내가 지면에서 다 쓸어버리겠다!”(창 6:7) 말씀하신 하나님의 심판이, 이제 우리 차례 아닌가 싶은 두려움을 감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토피아’는 어떤 뜻입니까? 우리말로는 ‘이상향’을 뜻하는 말로 통용되지만, 이 단어는 16세기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모어가 저술한 『유토피아』(박문재 옮김, 현대지성)라는 책 제목으로 처음 사용된 말입니다. 유토피아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없음’을 의미하는 ‘유’(ou)라는 단어에 ‘장소’를 뜻하는 ‘topos’가 합성된 말입니다. 이름하여 ‘그런 곳은 없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성경은 그런 인간에게 늘 경고합니다. 단언컨대 그런 곳은 없다고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시대는 남은-자가 절실한 시대입니다. 노아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사람’(graceful person)이 절실합니다. 다니엘처럼 겸비하여 자기를 낮추고 ‘하나님을 향해 은혜의 창문을 열어 놓는 사람’(prayerful person)이 절실합니다. 에스더처럼 ‘하나님이 이루실 역전의 때를 믿고 기다리는 사람’(endurable person)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지난주 소개한 함석헌 선생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가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은 “맘 놓고 맡길만한 사람”,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사람, “저 하나 있으니 든든하다” 할 ‘남은-자’(the Remnants)를 오늘날 찾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회복 드라마: ‘신실한 사랑의 드라마’

오늘 본문 창세기 8장에서 대홍수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대홍수 심판을 준비하여 여덟 식구가 방주에 들어가는 과정도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 드라마였지만, 이제 방주 안에 있던 모든 생명이 방주에서 나오는 과정에서 하나님은 또 다른 드라마를 펼치십니다. 우리는 세 가지 주제로된 하나님의 드라마를 보게 됩니다.

하나님의 첫 번째 회복 드라마는 ‘신실한 사랑’을 주제로 합니다. 지난주에도 말씀드렸지만, 하나님은 심판을 즐기시는 분이 아닙니다. 들쭉날쭉하고 괴팍한 마음에 즉흥적으로 심판하신 게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심판을 예고하셨지만, 그 심판 예고를 물리시고자 마지막 순간까지 안간힘을 쓰시며 긍휼의 마음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에게 있어서 대홍수 심판은 하나님의 심장이 뜯겨나가고 살가죽을 도려내는 고통과 아픔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본문 1절이 “하나님이 노아와 그와 함께 방주에 있는 모든 들짐승과 가축을 기억하사”(8:1a)라고 시작하는 것에 주목하게 됩니다. 성경 원어로 보면 이 말씀은 “하나님이 기억하셨다!”(‘바이즈콜 엘로힘’, ~yhil{a/ rKoz>YIw:)는 강렬한 선포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기억하다’는 말은 성경 원어로 ‘자카르’(rk;z":)라는 단어인데, 이 말은 ‘무언가를 잊고 지내다가 갑자가 기억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처음부터 ‘내내 잊지 않았다’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하나님은 대홍수를 일으키셨지만, 방주 안에 들어간 노아의 가족들을 비롯한 모든 생명을 노심초사하며 기억하셨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기억하신 하나님’은 무엇을 행하십니까? 1절 후반부를 보면, “바람(‘루아흐’, x;Wr)을 땅 위에 불게” 하십니다. 여기서 ‘바람’이라는 말은 창세기 1장에서 이미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루아흐’, x;Wr)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창 1:1-2)고 할 때, 하나님의 ‘영’이 오늘 본문의 ‘바람’과 같은 단어입니다.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 가득한 태초의 세상에 하나님의 영이 운행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은 모든 것이 쓸려 내려가고 혼돈과 공허와 흑암만이 남은 수면 위에 다시금 ‘바람’을 일으키신 것입니다.

지난주 본문인 창세기 7장을 보면, 대홍수가 일어날 때 성경은 “물이 더 많아져 땅에 넘치매”(7:18), “더욱 넘치매”(19), “산들이 잠긴지라”(20)는 참상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세상을 ‘기억하신 하나님’은 ‘바람’을 일으키셔서 2절과 3절이 장엄하게 묘사하는 것처럼, 하늘의 창문이 “닫히고” 비가 “그치고”(8:2), 땅 위를 덮었던 물들이 “물러가고, 물러가고, 줄어들게”(3) 만드십니다. 대홍수 때의 상황과 정반대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첫 번째 회복 드라마는 이렇게 요약이 됩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기억하사 성령의 바람을 주셨으니 이는 물이 줄어들고, 물러가게 하려 하심이니라’ 어떤 말씀이 연상되십니까?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 세상을 기억하시고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드라마’는 단 한 번도 세상을 잊지 않으신 ‘신실한 사랑의 드라마’였던 것입니다. 이것이 드라마라면, 주제곡도 있어야 합니다. 아마도 이 드라마의 주제곡으로는 ‘그 은혜가 내게 족하네. 은혜가 족하네’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회복 드라마: ‘정교한 구원의 드라마’-1

두 번째 하나님의 회복 드라마는 ‘정교한 구원’을 주제로 합니다. 하나님의 대홍수 심판은 크게 보아 세 가지 숫자로 구성된 심판이었습니다. ‘7, 40, 150’이 그것입니다. 창세기 7장 4절을 보면, 대홍수 심판을 목전에 두고 하나님은 “지금부터 칠 일이면(7) 내가 비를 내려 지은 모든 생물을 지면에서 쓸어버리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칠 일’이라는 마지막 기회를 주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칠 일이 지나도 사람은 변하지 않습니다.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자 12절에 보면 “사십 주야(40)를 비가 땅에 쏟아지며” 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성경에서 40이라는 숫자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생활이 ‘40년’이고, 모세가 시내산에서 금식하며 기도한 것이 40일이었습니다.(출 24:18) 엘리야는 시내산을 향해 40일 주야를 걸었고, 예수님도 40일간 금식기도를 하셨습니다. 이처럼 40이라는 숫자는 ‘고통과 고난’을 상징합니다. 그러므로 대홍수 사건에서 40일 주야로 비가 쏟아진 것은 인류가 공동체가 겪은 최초의 고통과 고난을 의미합니다. 이로써 창세기 7장이 말하듯이, “물이 백오십 일(150)을 땅에 넘침”(24)으로 세상은 온통 절망과 죽음의 세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7, 40, 150’ 순서로 이루어진 대홍수 심판은 오늘 본문에서 순서를 뒤집어 매우 정교하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본문 3절은 “물이 땅에서 물러가고 점점 물러가서 백오십일(150) 후에 줄어들고”라고 말합니다. 150일 동안 땅에 넘쳤던 심판의 물이 이제는 150일 동안 줄어들어 방주는 “아라랏 산에 머무르게”(8:4) 됩니다. 6절에 보면 노아는 “사십 일(40)이 지나서 방주에 낸 창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창문을 열고 까마귀를 내보내고, 다시 비둘기를 내놓아서 지면에서 물이 줄어들었는지를 확인하지만, 비둘기가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해서” 다시 방주로 돌아옵니다. 아직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비둘기가 발붙일 곳이 없어 돌아왔을 때 노아는 “손을 내밀어 방주 안 자기에게로 받아들였다”(8:9)고 합니다. 비록 물이 얼마나 빠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실험용으로 비둘기를 내보냈지만, 노아는 푸드덕거리며 힘없이 날아돌아온 비둘기 한 마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할 정도로 생명을 소중히 여긴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이후로 10절에서 노아는 “칠 일(7)을 기다려 다시 비둘기를 방주에서 내놓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자신에게 손을 뻗어준 것에 보은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비둘기는 마치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제비가 박 씨를 입에 물고 온 것처럼, 그에게 감람나무 새 잎사귀를 물고 왔습니다. 비둘기는 노아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에 성경은 말하기를 “노아가 땅에 물이 줄어든 줄을 알았으며”라고 합니다. 앞서 대홍수가 ‘7, 40, 150’의 숫자의 변화로 ‘물이 불어난 심판’이라면, 이제는 거꾸로 ‘150, 40, 7’의 순서로 ‘물이 줄어든 정교한 회복’을 말합니다. 그 회복을 알려준 전령은 노아에게 사랑받았고, 노아에게 은혜를 갚았던 ‘비둘기’였습니다.

●하나님의 회복 드라마: ‘정교한 구원의 드라마’-2

마가복음 1장에 보면, 예수께서는 40일 동안 금식기도를 마치신 뒤에 요단강에 가셔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물에 완전히 잠기셨습니다. 마치 노아의 때 대홍수로 인해 세상 모든 것이 심판의 물에 잠긴 것처럼, 예수께서는 세상이 받아야 할 모든 죄를 안고 물에 잠기심으로 죽음의 세례를 받으신 것입니다.

이후 예수께서 세례를 받고 나오는 모습을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곧 물에서 올라오실새 하늘이 갈라짐과 성령이 비둘기같이 자기에게 내려오심을 보시더니”(막 1:10) 예수께서 물에서 올라가실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집니까? 예수님의 몸을 잠식했던 물이 몸으로부터 빠져나갑니다. 물‧이‧줄‧어‧듭‧니‧다. 하나님의 심판과 죽음을 몸소 경험한 예수께서 물을 이기고 나오신 것입니다. 그리하여 노아에게 비둘기가 날아왔던 것처럼, 성령 하나님은 마치 비둘기처럼 예수께 내려오셨던 것입니다. 이에 베드로전서 3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심으로 너희를 구원하는 표니 곧 세례라.”(벧전 3:20)

이로써 우리가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예수로 인해 심판이 끝났고, 예수께서 이루신 이루어진 정교한 구원을 맛볼 수 있으므로, 이제는 ‘예수로 죽고, 예수로 살겠다다’는 믿음을 사람들 앞에 공연히 선언하는 행위가 됩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이제부터 노아와 같은 남은-자로 살겠다는 엄숙한 다짐인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 본문이 말하는 하나님의 회복 드라마는 ‘정교한 구원의 드라마’였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주제곡은 ‘그 은혜가 내게 족하네. 은혜가 족하네’ 이 노래가 가장 잘 어울릴 법 합니다.

●노아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그런데, 본문 12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또 칠 일을 기다려 비둘기를 내놓으매 다시는 그에게로 돌아오지 아니하였더라” 지금까지 ‘150, 40, 7’이라는 순서로 정교한 구원의 드라마가 진행되었는데, 노아는 12절에서 다시 한번 ‘7일’을 기다립니다. 앞서 감람나무 잎사귀를 물고 온 비둘기를 통해 “노아가 땅에 물이 줄어든 줄을 알았다” 하면서도, 그는 왜 7일을 더 기다렸을까요? 저 같았으면 이때다 싶어 냉큼 도끼로 문을 부수고 방주에서 뛰쳐나가려 했을 것만 같습니다.

방주는 구원을 위한 배가 분명하지만, 방주 안의 삶은 지옥처럼 고달픈 생활입니다. 온갖 짐승의 울음소리와 분뇨 냄새가 진동하는 곳입니다. 맘대로 창문을 열어 환기할 수도 없습니다. 산소는 제한되었고, 이산화탄소만 진동하는 그 공간에서 1년 남짓 지내면서 이제 150일, 40일, 7일로 인해 물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으면, 설사 땅이 완벽하게 굳지는 않았더라도, 속히 방주에서 탈출하고 싶을 만도 한데, 노아는 다시 7일을 버티며 방주에서 나오려 하지 않습니다.

자, 그러면, 이렇게 재차 7일을 기다려 비둘기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에, 노아는 곧바로 배에서 나왔던가요? 아닙니다. 오늘 본문 13-14절을 보면, “육백일 년 첫째 달 곧 그 달 초하룻날에 땅 위에서 물이 걷힌지라. 노아가 방주 뚜껑을 제치고 본즉 지면에서 물이 걷혔더니 둘째 달 스무이렛날에 땅이 말랐더라”고 말합니다. 이번에 노아는 방주 뚜껑을 열어 밖을 내다보면서 땅이 마른 것을 확인했지만, 이 답답한 사람은 여전히 뭔가를 기다립니다. 노아는 대체 무엇을 기다리고 있기에 이처럼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일까요?

●하나님의 회복 드라마: ‘온전한 복종의 드라마’

여기서 우리는 마지막 세 번째로 하나님의 회복 드라마는 ‘온전한 복종’을 주제로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난주에 살펴본 것처럼, 창세기 7장 16절을 보면, 모든 생명의 암수가 방주에 들어가자 여호와 하나님이 “문을 닫으시니라”고 했습니다. 시편 121편이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하게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시 121:7-8)고 노래한 것처럼, 하나님은 방주 안에 들어간 생명을 심판으로부터, 환난으로부터 지키시되, 그 ‘출입을’ 지키시고자 문을 닫아주셨습니다. 출입을 지키시는 분은 하나님이시지 노아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문을 닫으셨으니 하나님이 여셔야 한다고 노아는 믿었고, 이에 기다리며 복종한 것입니다.

그러면 이를 위해 그가 기다린 것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창세기 7장 1절을 보면, 대홍수가 임박했을 때 하나님은 ‘방주 안에 들어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여호와께서 노아에게 이르시되 너와 네 온 집은 방주로 들어가라”) 노아의 가족이 방주에 들어간 뒤에 하나님은 방주의 ‘문’을 닫으셨고 동시에 자신의 ‘입’도 닫으셨습니다. 일 년 남짓 되는 기나긴 방주 생활 동안 하나님은 침묵하셨고, 노아는 하나님의 침묵을 마치 ‘욥’처럼 견딥니다.

150일, 40일, 7일, 거기에 7일을 더하면서 노아는 창을 열기도 했고, 뚜껑을 제쳐보기도 했지만, 결단코 출입문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들어가라!’ 말씀하신 분이 ‘나오라!’ 말씀하실 때까지 그는 온전히 복종하며 기다린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회복 드라마는 노아의 온전한 복종으로 인해 완성됩니다. 그리고 이 세 번째 드라마의 주제곡도 역시나 ‘그 은혜가 내게 족하네. 은혜가 족하네’입니다. 그는 인내로 복종하며 은혜를 노래했던 것입니다.

이에 오늘 본문 15-16절에서 하나님은 드디어 침묵을 깨시고 말씀하십니다. 다같이 읽겠습니다. “하나님이 노아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 방주에서 나오라!” 이 말씀에 이어서 하나님은 축복하시기를 “땅에서 생육하고 땅에서 번성하라”고 하십니다. 언제 주셨던 말씀입니까? 창세기 1장에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주셨던 말씀입니다. 이제 하나님은 심장을 떼어 내는 고통 속에서 세상을 심판하셨지만, 다시금 축복하십니다. 모든 것을 회복시키시려는 세 가지 구원 드라마를 통해서 심판을 거두시며 새로운 복의 삶을 살아가도록 사람과 모든 생물을 축복해 주신 것입니다.

●주인공 노아처럼 우리도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창세기 8장의 말씀을 통해서 세상을 물로 심판하신 하나님이 다시금 세상을 회복시키시는 위대한 드라마를 감상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1부는 ‘신실한 사랑’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였고, 2부는 ‘정교한 구원’을 주제로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3부는 ‘온전한 복종의 드라마’로 끝납니다. 이 드라마의 주제곡은 ‘그 은혜가 내게 족하네’였습니다. 이 위대한 드라마를 쓰고 연출하신 분은 하나님이셨고, 드라마의 주인공은 ‘은혜를 입은 자’라 소개된 노아, ‘남은-자’로 살았던 노아, 그리하여 ‘하나님 말씀’을 기다리며 복종했던 노아였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시대를 회복시키시고자 구원의 드라마를 펼치실 때, 여러분 모두 노아와 같은 주인공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노아는 여느 드라마의 주인공 같지 않습니다. 여느 드라마의 주인공은 화려한 대사를 선보이고, 인상 깊은 표정으로 드라마를 압도해서,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인구에 회자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노아는 말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대홍수 심판 과정에서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기쁜 일로 즐거워하거나 괴로운 일로 슬퍼하는 일도 없습니다. 대홍수로 인해 두려워하거나 방주에 올라탄 일로 인해 호들갑 떨며 기뻐하지도 않습니다. 방주 안에 있는 사람들과 방주 밖에 있는 사람들을 함부로 재단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 우리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우리는 그의 몇몇 행동만을 볼 뿐입니다.<빅터 해밀턴 지음, 임요한 옮김, 『창세기Ⅰ』 부흥과개혁사>

주인공 노아가 보여준 주목할만한 모습을 우리는 대홍수 심판의 ‘처음과 나중’에서 발견합니다. 처음 하나님이 대홍수를 위해 ‘방주를 만들라!’ 했을 때, 노아는 “그와 같이 하여 하나님이 자기에게 명하신 대로 다 준행하였다”(창 6:22)고 합니다. 그는 대충 들어도 불합리해 보이는 하나님의 명령에 묻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자기 생각을 내세우지 않았고, 오직 그 명령에 인내로 복종한 주인공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20절이 말하는 것처럼, 이제 대홍수가 멈춘 뒤에 성경이 말하기를 “노아가 여호와께 제단을 쌓고 모든 정결한 짐승과 모든 정결한 새 중에서 제물을 취하여 번제로 제단에 드렸다”고 말합니다. 성경에 ‘제단’(‘미즈베아흐’, x;Bez>mi)이란 말과, ‘번제’(‘올라’, hl'[o)라는 말이 비로소 처음 등장합니다.

제사의 원조는 모세도 아니요, 아론도 아니라, 노아였습니다. 노아는 제사의 본질이 율법이 아니라 은혜인 것을 보여줍니다. 방주를 만들 때 하나님은 명령을 내렸고, 노아는 복종하여 방주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대홍수 심판이 끝난 뒤 하나님은 제사를 올리라고 명령하지 않았습니다. 제사를 규정하는 율법도 없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노아는 생명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 앞에 자발적으로, 기꺼운 마음으로 복종하며 감사의 번제를 드렸습니다. ‘은혜가 율법을 앞서고, 복종이 제사를 앞선다는 것’을 노아가 보여준 것입니다. 노아는 ‘복종의 사람’이요, ‘예배의 사람’이며, ‘은혜의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연출하신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말은 없고, 우직했고, 인내했고, 뭐든지 견딥니다. 불평도 하지 않고 기쁨도 함부로 나대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그가 부른 노래는 오직 한 곡 ‘그 은혜가 내게 족하네’였던 것입니다. 이 아름답고 벅찬 하나님의 회복 드라마는 이런 말씀으로 마칩니다. 다같이 함께 읽겠습니다. “여호와께서 그 향기를 받으시니라”(창 8:21a)

이 말씀이 여러분의 삶과 신앙에 그리고 우리가 드리는 이 예배에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