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올라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창세기 6:1-8)

<2024년 2월 11일 주현 후 마지막 주 변화주일 설교 / 흰색>

●가인의 후예 vs 셋의 후예

지난 창세기 4장과 5장을 통해서 우리는 아담의 계보가 두 사람의 이름으로 갈라진 것을 보았습니다. 이 둘은 상반된 길로서, 하나는 ‘가인의 후예’요, 다른 하나는 ‘셋의 후예’ 입니다. 저 무지막지한 인물 ‘라멕’을 통해 살펴본 것처럼, 가인의 후예는 마치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것 마냥, 타락한 인간의 길을 걸었습니다. 가인의 후예들이 장악한 세상을 지켜보면서 ‘인류는 이렇게 끝나고 말 것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고 있을 때, 지난주 창세기 5장은 우리에게 ‘셋의 후예’라는 또 다른 길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가인의 자손에 비해 뒤늦게 태어난 셋의 후예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구원으로 향하는 세 가지 길을 보여주었는데, 첫째는 에노스를 통한 ‘하나님을 예배하는 길’이요, 둘째는 에녹을 통한 ‘하나님과 동행하는 길’이었으며, 마지막 셋째는 노아라는 인물을 통해서 ‘세상의 위로가 되는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노아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의 이름은 그야말로 ‘위로’이자 ‘안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셋의 후예였던 ‘에노스, 에녹, 노아’라는 세 명의 이름으로 인해 우리는 구원 역사를 새롭게 열어가시는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 설교를 통해서 저는 우리 앞에 놓인 “가인의 후예냐 셋의 후예냐?”, “죽음의 길이냐 생명의 길이냐?”의 갈림길에서, 가인의 후예가 아닌 ‘셋의 후예’가 되어서 죽음의 길이 아닌 ‘생명의 길’을 힘차게 걸어가자는 권면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이처럼 지난주 나누었던 창세기 5장이 셋의 후예로 인한 생명의 길을 제시했다면, 오늘 본문 창세기 6장의 내용은 벅차고 희망찰 것으로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으로 인해 우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본문은 “사람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할 때 그들에게서 딸들이 나니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지라”(창 6:1-2)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이 말씀을 읽게 되면, ‘가인의 후예와 셋의 후예는 어떻게 된 건가?’하고 궁금해집니다. 게다가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이 누군지 의문스러운 생각이 들 무렵, 다음 구절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사태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인간은 생명의 길을 포기하고 스스로 죽음의 길로 떨어질 위기에 처하고 맙니다. 곧 대홍수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3절을 보면, 하나님은 인간이 “육신이 된 것”을 보시고는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라”고 심판하시더니, 5-6절에서는 타락한 인간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무기력한 절망감을 고스란히 표현해 줍니다. 즉 “인간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하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하나님이 ‘근심하고 한탄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7절에서 말씀하기를, “내가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버리겠다”는 계획을 밝히십니다.

이처럼 타락으로 치닫고 있는 본문에 나오는 인간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저는 미국의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1911-1983)가 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소설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설교 제목 “인간이 올라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이 소설 제목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소설에 보면 가문이 몰락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주인공 ‘블랑시’가 여동생을 만나러 가면서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 낙원이라는 곳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테네시 윌리엄스 지음, 김소임 옮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민음사>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낙원’이라는 정거장에 내린 주인공은 낙원처럼 보이지 않는 주변경관을 살피면서 제대로 온 게 맞냐고 수차례 되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오늘 본문인 창세기 6장에서 만나는 인간의 모습도 그와 같아서, 마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탄 채로,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떨어지는지조차 모를 심판의 질주를 자초하고만 있었습니다.

●에녹서가 말하는 2절의 해석

그렇다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인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까? 그들이 올라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어디로 향하고 있었기에, 이젠 쫓겨나다 못해 ‘땅 위에서 다 쓸어버리겠다!’는 하나님의 심판 대상이 된 것일까요? 특별히 앞서 살펴본 가인의 후예와 셋의 후예는 오늘 본문 창세기 6장 어디에 숨어 있고, 그들의 행태는 어떠했던 것일까요?

이러한 물음을 안고 다시 오늘 본문 1-2절을 읽겠습니다. “사람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할 때 그들에게서 딸들이 나니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지라”(창 6:1-2) 짧은 구절이지만, 참으로 무거운 구절입니다. 먼저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전 유대인들은 본문이 말하는 ‘하나님의 아들들’을 ‘천사들’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니까 하늘의 천사들이 땅에 내려와 인간의 딸들과 결혼해서 낳은 존재가 오늘 본문 4절에 나오는 거인족 ‘네피림’(Nephilim)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주전 3-1세기 사이에 쓰여진 [에녹서]라는 책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에녹은 하나님과 동행하다가 하늘로 올라간 사람인데, 이 책 에녹서는 하늘로 올라간 에녹이 미래에 대해 예언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가 아는 “가브리엘, 라파엘, 라구엘, 미카엘” 등의 천사들의 이름을 비롯해서 많은 천사들이 등장하는 신비로운 책입니다.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이 오늘 본문 창세기 6장의 말씀에 대해 해석하고 있습니다.

“1 그날에 사람의 자손이 계속 번성하여 그들에게 아리땁고 참한 딸들이 태어났다. 2 하늘의 아들들인 감찰천사들이 그들을 보고 매혹되어 서로 말하기를 ‘자, 사람의 딸 중에서 아내를 택하여 우리도 아들들을 낳자’ 하였다. … 5. 그들은 각각 여자를 택하여 아내로 삼고 그들과 동거하며 스스로 더렵혔다. … 여자들은 잉태하여 거인들(네피림)을 낳았는데, 그 키가 삼천 엘까지 자라는 거인들도 있었다. 거인들은 사람들이 일하여 추수한 곡식을 다 먹어버렸고, 사람들이 더 이상 그들에게 식량을 제공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 시작하였다.”<제이 윈터, 박창식 옮김, 『쉽게 읽는 에녹서』 쥬빌리>

이처럼 에녹서는 오늘 본문에 나오는 ‘하나님의 아들들’을 ‘천사’라고 규정하면서 그들이 ‘사람의 딸들’과 성적인 관계를 맺어 낳은 존재가 ‘네피림’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습니다. 아마 여러분 중에서도 이렇게 듣고 이해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에녹서는 거인 네피림이 ‘3천 엘까지 자랐다’고 하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네피림은 키가 대략 3천 미터라는 얘기가 됩니다. 노아 때 일어난 대홍수로도 사실상 죽일 수 없는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에녹서의 해석이 흥미로운 해석인 것은 분명하지만 근거는 없습니다. 그래서 해석이라기보다는 창세기를 바탕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로 보는 게 낫습니다. 그래서 사실 교회 전통은 이러한 에녹서를 이미 오래전부터 정경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외경(外經, Apocrypha)으로 여기면서, 성경을 연구할 때 단순한 참고로 삼기는 하지만, 내용의 신빙성에 비중을 두지는 않습니다.

●어거스틴의 『하나님의 도성』

이처럼 근거가 희박한 에녹서의 이해 대신에 교회 전통이 지지하는 해석이 있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하나님의 아들들’은 ‘셋의 후예’를 뜻하고, ‘사람의 딸들’은 ‘가인의 후예’를 뜻한다는 견해입니다. 이러한 견해를 대표하는 인물이 초대교회 교부 성 어거스틴(St. Augustinus, 354-430)입니다.

성 어거스틴은 그의 책 『하나님의 도성』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 일을 토대로 삼은 도성과 하나님께 대한 소망을 토대로 삼은 도성이 있다.”<성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조호연·김종흡 옮김, 『하나님의 도성』 CH북스> 그가 말하는 ‘세상 일에 토대를 삼은 도성’이란 ‘가인의 후예’를 의미하고, ‘하나님께 대한 소망을 토대로 삼은 도성’은, 지난주 살펴본 것처럼 아들을 낳아 그 이름을 ‘연약한 인간’을 뜻하는 ‘에노스(쉬)’(vAna/)라 짓고, “그 때에 비로소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창 4:26) 했던 ‘셋의 후예’를 의미합니다.

지난주 설교에서 어느 구약학자를 인용하면서 “가인의 후예들은 ‘도시의 문명’을 개척했지만, 셋의 후예는 예배를 개척했다”<케네스 매튜스 지음, 권대영 옮김, 『창세기1』 부흥과개혁사>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표현만 달랐지 어거스틴과 같은 해석입니다.

이러한 어거스틴의 눈을 가지고, 본문 2절을 다시 한번 읽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았다”(창 6:2) 어거스틴은 이 구절을 두고 해석하기를, “인류가 번식하며 전진하는 동안 두 도시가 혼잡되며, 함께 불의를 행함으로써 혼란에 빠졌다.”<성 아우구스티누스 『하나님의 도성』>고 합니다.

참으로 명쾌한 해석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두 도시란 무엇입니까? 가인의 후예와 셋의 후예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어거스틴은 말하기를, 가인의 후예와 셋의 후예가 한 데 섞어 살면서 인류는 혼잡하게 되었고, 함께 손 맞잡고 타락하여 ‘누가 가인의 후예이고, 누가 셋의 후예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타락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자기들 좋은 대로 ‘좋다, 보다, 취하다’

그런데 저들이 타락하는 과정을 보니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눈에 띕니다. 2절 말씀을 다시 읽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지라(취하는지라)”(창 6:2)

첫째로, 인간이 스스로 기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창세기 2장을 보면, 하나님이 아담에게 하와를 주실 때,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창 2:18)고 말씀하셨습니다. 좋고 안 좋고의 기준은 ‘하나님’이었고, 이것이 남자와 여자가 한몸을 이루는 원리가 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 하나님의 아들들은 사람의 딸들 중에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았다고 합니다. 좋고 안 좋고의 기준을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빼앗은 것입니다. 게다가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았다’하는 것처럼, 몇 명인지 모를 많은 여자를 아내로 삼았음을 암시하면서, 두 명의 아내를 얻어 ‘인류 최초의 일부다처제’를 실행한 라멕을 비웃어버립니다. ‘겨우 두명이냐!’ 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인간 타락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세 개의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보다(see, ‘라아’, ha'r')—좋아하다(good, ‘토브’, tbojo)—취하다(take, ‘라카흐’ xq;l')” 본문은 말하기를,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좋음’을 ‘보고’ 아내로 ‘취했다’는 것인데, 이런 일은 전에도 한번 있었습니다. 뱀의 유혹에 넘어간 하와가 그 열매의 ‘좋음’을 ‘보고’ ‘취했던’ 인류 최초의 타락이었습니다.<“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see, ‘라아’) ‘먹음직 하여’(good, 먹기에 좋고, ‘토브’) 따먹고(take ‘라카흐’)”(창 3:6), 케네스 매튜스, 『창세기1』>

●육체 vs 하나님의 영 그리고 120년

이런 이유로 하나님은 이어지는 3절에서 다음과 같이 인간을 향해 심판을 고하십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나의 영(‘루아흐’)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신(‘바사르’)이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가인의 후예와 셋의 후예가 섞여 사는 모습을 본문은 “육신이 된 일”이라 꼬집어 말합니다. 무슨 뜻입니까? ‘하나님의 형상’을 상실한 것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도무지 이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육-덩어리’ ‘육체-덩어리’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완전히 육에 속한 사람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육에 속한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영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영을 대적하고 밀어냅니다.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서 5장에서 “16 성령을 따라 행하라 그리하면 육체의 욕심을 이루지 아니하리라 17 육체의 소욕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은 육체를 거스르나니 이 둘이 서로 대적함이라”(갈 5:16-17)고 말한 것처럼, 하나님의 영은 육에 속한 사람 안에 머물래야 머물 수 없어서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은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신이 됨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3절 마지막에 나오는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는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혹자들은 이 말씀을 두고 하나님의 영이 사람에게서 떠난 뒤로 인간의 수명이 120년으로 줄어들었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물론 기네스북에 의하면 프랑스의 어느 할머니가 122세나 사셨다지만, 대체로 인간이 120세를 넘기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본문이 인간의 수명을 120세로 한정 짓는 본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경에 보면 아론은 123세까지 살았고,(“아론이 호르산에서 죽던 때의 나이는 백이십삼 세였더라” 민 33:39) 노아도 950세까지나 살았습니다.

창세기가 말하는 ‘하나님의 영’(루아흐)은 하나님이 행하시는 ‘통치와 능력’을 나타낼 뿐이지 ‘인간의 수명’과 관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학자들은 이 말씀을 “홍수 이전의 은혜의 기간, 일종의 폭풍 전 고요의 시기”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케네스 매튜스, 『창세기1』> 그러니까 이제 인류는 대홍수 심판을 당하기까지 120년의 회개할 수 있는 기간을 남겨놓은 셈입니다. 120년이 지나면 대홍수를 일으킬 것을 예고하신 말씀입니다.

●네피림과 용사

마지막으로 본문 4절을 보겠습니다. “당시에 땅에는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로 들어와 자식을 낳았으니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The Nephilim were on the earth in those days – and also afterward – when the sons of God went to the daughters of humans and had children by them. They were the heroes of old, men of renown.) 이건 또 무슨 말씀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에녹서는 여기 나오는 ‘네피림’이 하늘의 천사와 땅의 여인들이 결혼해서 낳은 자식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 말씀을 얼핏 읽으면 ‘네피림’은 여하튼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과 낳은 자식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만, 성경은 그렇게 특정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네피림이라는 존재와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이 낳은 용사라는 존재는 서로 다른 별개의 존재입니다.

‘네피림’(Nephilim)이라는 말은 대략 ‘타락한 자들’이라는 뜻으로 추정하고, 이들은 민수기를 통해 키가 장대한 ‘거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거기서 또 네피림 후손 아낙 자손 대장부들을 보았나니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민 13:33) 이런 ‘네피림이라는 존재가 당시 살고 있었다는 것’, 네피림에 대해 본문이 말하는 것은 그게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본문이 말하는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 태어난 ‘용사요 명성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용사’(‘기보림’ ~yrIBoGI)라는 말은 문자적으로 ‘강한 자, 힘센 자, 우두머리’를 뜻하는 군사용어입니다. 사무엘하에 이 단어자 자주 나옵니다. ‘명성있는(‘쉠’, ~ve) 사람들’이란 말도 말 그대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을 뜻할 것입니다.

문제는 무엇입니까? 이 사람들은 ‘덕망 높은 훌륭한 사람들’로 알려진 사람들이냐? 아니면 조직 폭력배나 폭군처럼 사람들이 두려워할만큼 ‘악명 높은 사람들’이었느냐? 그것만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4절 말씀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미 살펴보았듯이, 5절 이하를 보면, 하나님은 그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이라고 고발합니다. 그리하여 “내가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버리리라”(7)는 최종 판결을 듣게 될 뿐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용사라고 하는 사람들은, 명성 있었다는 사람들은, 필시 자신의 힘과 권력으로 세상을 제 맘대로 쥐락펴락하려던 폭꾼과도 같은 인간을 뜻했을 것입니다. 네피림이라는 존재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희망의 불빛: 노아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가인의 후예와 셋의 후예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진 인류 타락의 비극에 대해서 나누었습니다. 하나님은 창세기 5장을 통해 가인의 후예가 망가뜨려 놓은 세상을 셋의 후예로 인해 회복시키고자 하셨지만, 셋의 후예조차도 타락한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마치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세속에 물들어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한일서 2장이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 좇아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 좇아 온 것이라”(요1 2:16)고 말하는 것처럼, 오늘 본문에 보면 하나님의 아들들은 사람의 딸들로부터 ‘보기에 좋은 것을 취했고’(안목의 정욕), 그리하여 ‘그들이 육신이 됨이라’(육신의 정욕)는 오명을 받았으며, 끝내 저들의 후손은 ‘용사요 고대에 악명 높은 자들’(이생의 자랑)로 불릴 만큼 타락한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것은 오늘 설교 제목처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위에 올라탄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러한 인류는 창세기에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오늘날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안목의 정욕과 육신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 극에 달하는 세상입니다. 오늘날 인간은 오직 인간만을 위한 끝없는 개발로 인해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서 욕망이라 이름하는 전차의 가속 페달을 밟아대고만 있습니다. 하나님이 노아 시대의 사람들에게 120년이라는 시간을 기회로 주신 것이라면, 오늘날 인류에게는 과연 몇 년의 시간을 기회로 주시겠습니까?

베드로전서가 “그들은 전에 노아의 날 방주를 준비할 동안 하나님이 오래 참고 기다리실 때에 복종하지 아니하던 자들이라 방주에서 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은 자가 몇 명뿐이니 겨우 여덟 명이라”(벧전 3:20)고 한탄하고 있다면, 오늘날 인류는 하나님의 심판 앞에 과연 몇 명이나 노아와 같은 남은자로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러나 오늘 본문 8절은 우리에게 작은 희망의 불빛을 밝혀 줍니다. 다같이 읽겠습니다. “그러나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습니다. 하나님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은혜를 주시지 않고, 오직 노아에게만 배타적으로 주셨다는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셨지만, 은혜를 갈망하던 오직 노아만 은혜를 입었다는 뜻입니다. 이로써 “그러나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는 이 한 구절로 인해 하나님은 인류를 구원하는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한 한 마리 목마른 사슴처럼, 오직 하나님 은혜로 갈급한 심령으로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는 칭찬, 축복이 여러분을 향한 축복이 되고, 우리 교회와 한국 교회를 향한 축복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