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아우라, 그리스도인의 아우라”

(마 17:1-9)

<2023년 2월 19일 주현절 후 마지막 주 변화주일 설교 / 흰색>

●“봄의 요리사” 그리고 “힘이 센 봄”

꽁꽁 얼어붙었던 동토의 계절이 지나면서, 이제는 땅이 녹고 풀리는 해토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지난 2월 4일로 입춘은 벌써 지났고, 누가 뭐래도 이제 곧 봄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완연한 봄날은 아니어서, 파릇한 이파리나 꽃을 보기는 어려운데요, 이러한 다소 어정쩡한 날들, 그러니까 봄이 왔어도 두툼한 외투를 벗지 못하는 날들을 살아갈 때면, 반칠환 시인이 쓴 ‘봄’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 푸릇푸릇한 저 싹도 / 울긋불긋한 저 꽃도 /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봄”, 반칠환 지음, 『새해 첫 기적』(지혜)>

시인은 말하기를, 우리가 봄날에 어디서건 흔히 볼 수 있는 푸릇한 이파리와 울긋불긋한 꽃들은 어느 훌륭한 “요리사의 솜씨”라고 합니다. 그 요리사가 사용한 식자재는 “꽝꽝 얼어붙은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 비유합니다. 다소 익살스러운 비유이면서도 참으로 놀라운 통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창조주 하나님이 빚어내는 봄의 모든 작품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봄은 그러합니다. 봄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봄이란 계절은 우리에게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처럼 다가오는 것 같지만, 사실 봄은 마치 전쟁에서 돌아온 영웅과도 같을 것입니다. ‘봄’이란 글자를 가만히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몸’이란 글자에 두 개의 뿔이 위로 솟은 모양처럼 보이지 않으십니까? 그래서 곽해룡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봄은 틀림없이 힘이 셀 거야 --- 틀림없이 봄은 고집이 셀 거야 / 봄이란 글자를 잘 봐 / 뿔 달린 염소처럼 / 몸 위에 뿔 두 개 달았잖아”<“봄”, 곽해룡 지음, 『축구공 속에는 호랑이가 산다』(문학동네)>

봄은 이와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봄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염소처럼 뿔을 두 개 달고서, 봄은 황소 같은 겨울바람과 사투를 벌입니다. 때로는 꽁꽁 얼어붙어 어느 한구석을 찾아 웅크려 잠을 청하지만, 끝내 그가 앉은 자리를 녹여냅니다. 얼어붙은 땅을 뚫고 일어나는 새싹처럼, 고통을 다 이기고 우리에게 오는 것, 그것이 봄입니다.

●고난없이 영광 없다

이러한 봄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오늘 우리는 본문이 말하는 그리스도의 영광과 고난에 대해서 나누고자 합니다. 봄이 그러하듯이, 영광도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사실 기독교 신앙의 진리는 간단하고도 명확합니다. 오래전 미국의 윌리엄 펜(Willam Penn, 1644-1718)이라는 작가가 “No Cross, No Crown”(고난 없이 영광 없다)<Penn, William, Edited by Henderson, Jason R., No Cross, No Crown, (Market Street Fellowship)>라고 말한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저 위대한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면서 우리 앞에 닥친 고난을 하나씩 헤쳐나가는 존재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본문은 우리 신앙에 커다란 의미와 도전을 줄 것입니다. 이는 우리 주님이 저 하늘의 영광을 땅으로 가져와 친히 펼쳐 보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겉모습이 변화된 사건을 읽었지만, 주님의 모습이 변화된 것은 어떤 화려한 복장으로 갈아입거나 특수 메이크업을 받는 외적인 변화가 아니라, 주님의 ‘존재’ 자체가 ‘변모’된 것입니다.

영국 성공회의 대주교인 로완 윌리암스(Rowan D. Williams, 1950-현재)는 주님의 변모 사건에 대해, “이로써 인간 예수의 생명이 하나님의 생명으로 가득 찼다. 예수께서는 창조주의 충만함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이다.”<Rowan Williams, The Dwelling of the Light: Praying with Icons of Christ, (Wm. B. Eerdmans Publishing Company)>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의 충만하신 영광이 변모된 주님에게서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그대는 창조주 하나님의 충만하신 영광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도 있음을 믿는가?’ ‘그대는 불안한 현실과 암담한 미래로 고통스러울 때, 그대를 인도하시는 주님의 찬란한 얼굴빛을 신뢰하는가?’ ‘삶이 그대를 속일 때, 그대는 슬퍼하며 화만 내고 앉아 있으려는가, 아니면 기쁨의 날이 올 것을 예감하며 믿음으로 정진할 것인가?’

●베드로의 두 모습

이런 물음을 마음에 담고, 오늘 본문을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오늘 본문 이전에 시몬 베드로가 보여준 상반된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태복음 16장 13절 이하에 보면,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께서 빌립보 가이사랴 지방으로 가셨을 때, 주님은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더러는 세례 요한, 더러는 엘리야, 그리고 어떤 이는 예레미야나 선지자 중의 하나라 하나이다”(마 16:14)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재차 물으시기를,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 16:15) 하셨습니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는 저 유명한 신앙고백, 즉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실로 놀랍고도 위대한 고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뒤에 예수께서는 자신이 ‘고난을 받고 죽게 될 것’을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예고하셨습니다. 그러자 베드로의 저 훌륭한 고백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베드로는 주님이 수난을 예고하시자마자 예수님을 붙들고 윽박지르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입니다(마 16:22). 나중에 이 본문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이것은 베드로가 예수께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할 뻔했던 일촉즉발의 사건이었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마 16:23) 하시며 엄히 꾸짖으신 것입니다.

그만큼 주님의 수난 예고는 충격이 컸던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제자들은 속으로 “우리가 이러려고 저 인간을 따라나섰단 말인가!” 그중 몇몇은 베드로를 충동질하면서 “어이, 베드로 형씨, 우리가 사탄 소리까지 들어가며 계속 저 인간을 따라다녀야 한단 말입니까?” 하면서 제자 공동체는 사분오열의 조짐이 보였을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공동체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붕괴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의 변모 사건은 이러한 배경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즉 ‘베드로의 위대한 고백’, 그리고 ‘베드로의 위험스러운 도발’과 그에 따른 ‘예수님의 엄중한 경고’에 오늘 본문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모세, 엘리야 그리고 예수의 공통점

둘째로,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이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신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것은 대단히 의미심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모세는 율법을 대표하고 엘리야는 예언자를 대표한다’ 그래서 오늘 본문은 ‘율법과 예언이 예수님 앞에서 완성되는 사건’이라 말하곤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틀렸다 할 수는 없지만, 다소 근거가 빈약합니다. 모세가 율법을 대표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엘리야가 예언자를 대표한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사실 예언자는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독특한 사역을 감당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가 대표하고-말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 중 굳이 한 사람을 꼽아 대표로 세워야 한다면, 엘리야 보다는 오히려 이사야나 예레미야가 더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을 만난 것엔 다른 어떤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 두 사람은 예수님과 어떤 연관성이 있겠습니까? 출애굽기 24장 18절을 보면 모세는 시내산에 올라서 “사십 일 사십 야”를 머물렀습니다(출 24:15-18). 열왕기상 19장을 보면 엘리야는 천사가 준 음식을 먹고 “사십 낮 사십 밤”를 호렙산을 향해 걸어갑니다(왕상 19:8). 또한 모세는 시내산에서 “맹렬한 불같은 여호와의 영광”(출 24:17)을 경험했고요, 엘리야도 호렙산에 올라서 “강한 바람과 지진과 불같은 하나님의 영광”(왕상 19:9-12)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세와 엘리야는 세 가지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첫째는 ‘사십일이라는 시간’과, 둘째는 ‘산이라는 공간’, 그리고 셋째는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어떻습니까? 예수께서는 ‘사십 밤 사십 낮’(마 4:2) 동안 마귀에게 시험을 당하셨다고 마태복음은 말합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이 말하듯이 예수께서는 모세와 엘리야처럼 ‘높은 산’(마 17:1)에 오르셨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에서 미묘하게 갈립니다. 모세와 엘리야는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했지만,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영광을 친히 드러내신 것’입니다. 누구에게 말입니까? 모세에게, 엘리야에게, 그리고 함께 데려간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 세 명의 제자들에게 말입니다.

●그리스도의 아우라

이미지를 하나 같이 보겠습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가운데 예수님이 서 계시고 양쪽으로 모세와 엘리야가 서 있습니다. 오른쪽에 율법을 들고 있는 사람이 모세이고, 맞은 편에 있는 사람이 엘리야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예수님과 모세, 그리고 엘리야의 머리 뒤에 동그란 모양이 있습니다. 이것을 뭐라고 하지요? ‘아우라’(Aura)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보통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무엇”<김승환 지음, 『인문학 개념어 사전3』(소명출판)>을 뜻할 때 사용하는 단어인데요, 예를 들면, 여러분들도 종종 보셨겠지만, 성 프란치스코 같은 사람들을 그림으로 그릴 때, 이런 아우라를 덧붙여 그리곤 합니다. 보통 사람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신앙의 경지에 오른 신비스러운 사람인 것을 아우라를 통해서 나타내고자 했을 것입니다.

오늘 설교 제목을 그래서 “그리스도의 아우라, 그리스도인의 아우라”라고 한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아우라를 지니셨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저마다의 아우라를 지니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해서 붙인 제목입니다. 그런데 그림을 다시 한번 보시면, 예수님과 모세, 그리고 엘리야, 이 세 사람은 아우라가 있지만, 예수님 발아래로 보이는 세 명의 제자들은 아우라는커녕 뭔가 불안하고 두려워하면서 당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맨 오른쪽 아래 살짝 보이는 제자는 거의 도망칠 기세로 보입니다.

여러분, 만약 이 그림 속에 여러분이 등장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그림 속의 누구와 비슷하다 하겠습니까? ‘나는 예수 그리스도와 비슷합니다’라고 할 사람은 없겠지요. 예수님은 머리뿐만 아니라 몸 뒤로도 별 모양과 타원형 모양이 겹쳐진 뭔가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그려 넣었습니다. 모세와 엘리야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분이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 중에, ‘나는 모세나 엘리야와 같은 아우라가 있다’ 하실 분이 혹시 계신가요? 그도 아니면, ‘나는 세 명의 제자들처럼 예수님 발아래 엎어져 있습니다.’ ‘나는 주님의 영광 앞에서 두렵고도 당황스러워서 놀라고만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실 분들, 아마 우리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당황하는 베드로, 정신을 차린 베드로

사실 오늘 본문을 보면, 우왕좌왕하고 좌충우돌하는 제자들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특별히 베드로가 그렇습니다. 베드로는 영광스러운 주님의 아우라 앞에서 횡설수설을 늘어놓습니다. 4절에서 베드로는 뜬금없이 “주를 위하여, 모세를 위하여, 엘리야를 위하여 초막 셋을 짓겠다”고 말합니다. 베드로는 그곳이 좋았던가 봅니다. 그래서 그냥 거기 주저앉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번뜩여서 자기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말을 내뱉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5절을 보면, 베드로는 “홀연히 빛난 구름이 그들을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 말씀은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로부터 들렸던 소리와 같습니다. 고막을 찢는 나팔소리처럼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이 소리를 듣자마자 베드로와 다른 두 제자는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벼락처럼 내려온 그 소리에 베드로는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싶을 정도로,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영광의 아우라 앞에 완벽하게 압도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납니다. 7절 말씀을 보면, 주님은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다가가셔서 ‘그들의 몸에 손을 대셨다’고 합니다. 예수께서 손을 대셨을 때, 베드로는 알았을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알던 나의 주님이다!’라고 말입니다. 인간 예수의 체온인 담긴 따뜻한 손길 말입니다. 그 손길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주님은 “일어나라 두려워하지 말라”(마 17:7b) 말씀하십니다. 그 음성도 이전에 늘 들어왔던 주님의 음성 아니었겠습니까? 이에 심기일전하여 제자들은 ‘눈을 들고’ 바라보았으며, 그러자 모세와 엘리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자기들이 알던 그 친근한 예수님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던 것입니다.(마 17:8)

여러분, 모세와 엘리야는 하나님의 영화로우신 모습을 경험했지만, 이런 표현이 좀 낯설게 들리시겠지만, 그 두 사람은 ‘인간이신 하나님’을 경험하지는 못했습니다. 모세도, 엘리야도, 그저 하나님의 영광 앞에서, 그 영광의 아우라 앞에서, 두려움에 떨면서 하나님을 겨우 대면하기만 했습니다. 추측건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세 명의 제자들의 모습과 그 옛날 하나님의 영광 앞에 선 모세와 엘리야의 모습이 다르면 또 얼마나 다를까 싶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베드로는 참 하나님이신 예수님과, 참 인간이신 예수님을 함께 만났습니다. 달리 말하면 영광 받으실 예수님과 고난 당하실 예수님을 새로이 만난 것입니다. 주님의 영광스러운 아우라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던 베드로는 사람이신 예수님을 새로이 보게 되자 비로소 눈이 뜨이고 따사로운 주님의 손길을 붙잡아 일어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아우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본문을 뒤로하고 시간이 흐르고 흐릅니다. 베드로는 주님이 험악한 손에 붙잡혀 끌려가는 것을 봅니다. 주님이 조롱당하고, 모욕당하고, 매질을 당하고, 끝내 십자가를 지게 될 것을 알자, 베드로는 활활 타오르는 숯불 앞에서 세 번이나 “나는 주님을 모른다”며 완강히 부인하고 도망칩니다(마 26:70,72,74). 그리고 예상대로,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끝내 죽어버립니다(마 27:50).

그러자 비참하고도 무기력한 심정에 베드로는 갈릴리 호수로 돌아갑니다. 다시 어부가 되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사흘 뒤에, 죽어버린 줄만 알았던 주님이 부활의 몸을 입고 다시금 그를 찾아오셨습니다. 부활의 주님은 숯불에 물고기를 구워 베드로를 먹이시며, “내 양을 먹이라”(요 21:15-18)고 부탁하셨습니다. 이후 베드로는 주님을 위한 사도로 살게 된 것입니다.

시간이 더 흐르고 흐릅니다. 그동안 베드로는 담대하게 복음을 전했고, 이젠 나이를 먹어 육신도 연약해졌지만, 사악한 네로황제가 그리스도인들을 죽이려 한다는 소리가 턱밑까지 차고 들어왔습니다. 이처럼 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베드로는 소아시아에 흩어진 그리스도인들에게 편지를 띄웁니다. 이 편지에서 베드로는 오래전 경험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 예수 그리스도의 아우라’를 회상합니다. 베드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이 장막에 있을 동안에 너희를 일깨워 생각나게 함이 옳은 줄로 여기노니 나도 나의 장막을 벗어날 것이 임박한 줄을 앎이라. --- 우리는 그의 크신 위엄을 친히 본 자라. 지극히 큰 영광 중에서 이러한 소리가 그에게 나기를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실 때에 그가 하나님 아버지께 존귀와 영광을 받으셨느니라. 이 소리는 우리가 그와 함께 거룩한 산에 있을 때에 하늘로부터 난 것을 들은 것이라.”(벧후 1:13, 16b-18)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베드로는 영광의 주님을 만났을 때 ‘초막’ 곧 ‘장막’을 짓겠다 했습니다. 그러나 훗날 그는 주께서 그에게 ‘몸이라는 장막’을 주신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산 위에 장막을 짓고자 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베드로는 육신의 장막을 벗어날 때까지, 흑암과 절망의 그늘에 앉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영광을 비추며 살았습니다. 일평생 다하도록 베드로는 주님이 변모된 그날의 위대한 사건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아우라’를 가슴에 새기고, 십자가를 지고 앞서 걸으시는 고난의 주님을 따라 걸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인의 아우라’를 선물로 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베드로가 거룩하신 주님을 닮게 된 것은 영광의 주님을 보아서가 아닙니다. 고난의 주님을 따라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들도 베드로처럼, 육신의 장막에 거하는 동안, 세상에서 절망의 그늘에 앉은 사람들에게 소금과 빛으로 사시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이번 주 ‘성회수요일’로부터 우리는 사순절을 시작합니다. 사순절은 고난받으신 주님의 사랑과 희생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이번 사순절을 맞아, 우리도 베드로처럼 그리스도의 아우라를 가슴에 품고, 십자가를 지고 앞서 걸으시는 고난의 주님을 따라 걷는 믿음의 여정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주의 얼굴빛을 닮아 그리스도인의 아우라를 선물로 받는 40일간의 여정을 사는 여러분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