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마 5:21-37)

<2023년 2월 12일 주현 후 제6주 설교/녹색>

●“그건 너희들 생각이다. 그러나”

여러분, 만약 여러분이 어떤 것에 대해서 의심할 여지없이 100% 확신하고 있는데, 주님이 여러분에게 오셔서 ‘그건 너의 생각이고, 나는 너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하시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를 들어서 우리는 지구는 둥글다고 알고-믿고 있는데, 게다가 물리학자들과 천문학자들에 의해서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인데, 예수님이 오셔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그건 너희들 생각이고, 나는 너희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구는 평평하다.’고 하시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을 먼저 저에게 해봤습니다. 예수님이 저에게 오셔서 만약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처음에 저는 곰곰이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예수님이신데, 체면은 좀 차려드려야겠지요. 그래서 속는 셈 치고 책도 사고 검색도 해보면서, 그리고 성경도 다시 읽으면서, 제가 알고 있는 게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해 볼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지구가 둥근 것을 재차 확인하게 되면, 예수님께 이렇게 말씀드릴 것 같습니다. ‘주님, 그건 주님 생각이고요, 지구는 둥급니다.’

제가 드린 예가 다소 부적절해 보이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 정도는 다방면으로 이미 검증된 것을 압니다. 오늘날 누가 그걸 반박한단 말입니까? 그래서 그런 명백한 사실을 두고서, 예수님이 뜬금없이 ‘지구는 평평하다’고 고집스레 주장할 리는 만무합니다. 이런 점에서 제가 든 예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봅니다. 이런 과학적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적으로나, 전통으로, 그리고 지식으로 자연스럽게 여기고, 의심할 여지 없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있어서, 주님이 ‘그건 너의 생각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라고 하시면, 과연 우리 중 누가 지금까지의 삶을 포기하고, 버리고, 교정해서 주님이 말씀하신 대로 삶의 자세를 바꾸려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그걸 묻고 있습니다. 지금껏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리고 고대 유대 사회가 세상이 무너져도 절대 바꿀 수 없고, 변해서는 안 되며, 일점일획을 더하거나 빼서도 안 되는 저들 삶의 근간이 되는 율법을 예수께서 흔들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 오늘 설교 제목, 곧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가 있습니다. 오늘 말씀으로 주님이 우리에게 물으실 때, 우리가 대답할 말은 무엇인지 함께 찾고자 합니다. 주께서 지혜를 주시고 은혜를 베풀어주셔서, 우리가 주님께 드릴 합당한 응답을 찾아, 이를 통해 우리 삶이 주의 말씀에 온당한 삶으로 변화되고자 다짐하는 이 시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서론, 그리고 여섯 개의 대립 말씀(Six Antitheses)

우리는 두 주 전부터 마태복음 5장에 나오는 <산상수훈>을 나누고 있습니다. <산상수훈>의 시작은 <팔복>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여덟 개의 복을 선포해 주심으로, 하나님의 자녀요, 옛-이스라엘이 아닌 새-이스라엘 백성들, 곧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이 누려야 할 복을 알려 주셨습니다. <팔복>에 이어서 지난주에 나눈 것처럼 예수께서는 “너희는 땅의 소금이요, 세상의 빛”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로써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은 무엇이고, 삶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소금과 빛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알려주신 것입니다.

여기까지의 말씀이 <산상수훈>의 서론이었다면, 이제 오늘 본문부터는 본론에 들어가는 격입니다. 오늘 본문은 21절부터 시작하는데요, 바로 직전에 있는 20절을 보면, 주님은 제자들에게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5:20)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에서 주님은 ‘우리의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나을 방법’을 알려주실 것만 같습니다. 아니 분명 그럴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주님은 ‘더 나은 의에 대한 지침’을 주고자 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됩니다.

오늘 본문이 시작하는 마태복음 5장 21절부터, 그리고 오늘 본문은 아니지만, 5장이 끝나는 48절까지에는 6개의 중요한 예수님의 가르침이 나오는데요, 예수께서는 ‘분노’(21-26절), ‘간음’(27-30절), ‘이혼’(31-32절), ‘맹세’(33-37절), ‘복수’(38-42절), 이렇게 다섯 가지와 마지막 여섯째로 ‘원수 사랑’(43-48절)에 대해 가르쳐 주십니다.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은 주제인데요, 이것을 일컬어 소위 ‘여섯 개의 대립 말씀’(Six Antitheses)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이름 붙인 것은, 예수께서는 오늘 본문에서 지금까지 이스라엘 백성이 당연하게 지켜왔던 구약의 율법과 관습을 하나씩 거론하시면서, 거기에 새로운 명령을 덧붙이셨기 때문입니다.<Carson, D.A., Jesus's Sermon on the Mount and His Confrontation with the World,(Baker Books)>

●새로운 존재, 관계, 사회로의 초대

오늘날 기독교 윤리학자요, 평화학자로 유명한 하워드 요더(John Howard Yoder, 1927-1997)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성서학자가 아님에도 오늘 본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누구보다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곧 그는 앞서 말씀드린 “여섯 개의 대립 말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부르셔서 새롭게 살아갈 삶의 방식을 알려 주셨습니다. 곧 범죄자는 용서로 대하고, 폭력 앞에서는 고난으로 대처하는, 전에 없던 방식이었습니다. 또한, 돈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을 일러주셨으니, 이는 나눔이었습니다. 그분은 타락한 세상에 새로운 질서를 세우시고자 하셨지만, 그렇다고 이전 것을 때려 부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남자와 여자, 부모와 자식, 그리고 주인과 종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패턴을 주셨는데, 그 관계를 통해 참된 인간이 되는 게 무엇인지 근본적이고도 새로운 비전을 구체화하셨습니다.”<Yoder, John Howard, The Original Revolution: Essays on Christian Pacifism, (Herald)>

그렇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새로운 존재, 새로운 관계 그리고 새로운 사회’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이전과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옛 율법은 ‘범죄자’를 ‘처벌’하면 그만이었지만, 예수께서는 ‘용서’로 대하라 하십니다. 어렵습니다. 옛 율법은 ‘폭력’은 반드시 거기에 상응하는 ‘폭력’으로 대하라 가르치지만, 예수께서는 ‘폭력’ 앞에 ‘고난’으로 맞서라 하십니다. 상식에 어긋나는 주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주문이 아닙니다. 예수께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십자가에서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수께서는 ‘남자와 여자’ ‘부모와 자식’ 그리고 당시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용인되었던 ‘주인과 종’의 관계에 있어서 전에 없는 관계를 명령하십니다. 곧 ‘너희는 모두 동등한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이로써 예스럽고 구태의연한 율법에서 벗어나고, 목이 굳고 뻣뻣하다 못해 폭력적인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벗어나라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오늘 본문은 어느 학자도 말했듯이, “모세의 율법 전통에 있어서 일대의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 사건”인 것입니다.<채영삼 지음, 『긍휼의 목자 예수』(이레서원)> ‘혁명’, ‘급진’ ‘혁신’이란 말은 오늘 본문에 쓰라고 있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예수께서는 이 혁명적인 여섯 개의 가르침을 주실 때 매번 “너희는 A라고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B라고 말한다”하며 말씀하십니다. A는 율법을 의미하고, B는 거기에 따른 예수님의 새로운 명령입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대대로 믿어왔던 율법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예수께서 마태복음 5장 17절에서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 말씀하신 것처럼, 주님의 목적은 율법의 ‘폐기’가 아니라, ‘완성’, 곧 ‘성취’였기 때문입니다.

●예언자들과 예수

오늘 본문을 하나씩 주석해 드릴 시간은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들도 대략이나마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채셨을 것입니다. 율법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영광과 위엄이 가득했던 시내산에서 받은 그 소중한 율법 말입니다(출 19장).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율법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지요. 그 율법을 ‘받고-믿고-지키는 사람들’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이 보시기에 그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었던가 봅니다. 주님은 구약성경의 예언자들처럼 아주 극단적인 단어와 자극적인 표현도 마다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이 보내신 예언자들은 저 패역무도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하나님께로 되돌리기 위해서 다소 노골적이고 과격한 표현은 물론이고 아주 괴이한 행동도 불사했습니다. 사실 그것이 예언자들의 전략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삶을 바꾸지 않으면 진짜 위험한 상황이 닥칠 것을 예감했기 때문입니다. 예레미야와 이사야가 대표적입니다.

예레미야서 19장을 보면,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커다란 옹기를 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스라엘의 지도자들 목전에서 보란 듯이 ‘깨뜨리라’ 말씀하십니다. 그런 행위를 통해서,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노여움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또한, 이사야서 20장을 보면, 이사야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3년 동안 예루살렘 성을 미친 사람처럼 발가벗고 맨발로 다닙니다. 이로써 머지않아 이스라엘에게 닥칠 바벨론 포로 생활이 얼마나 수치스러울 것인지 몸소 보여주고자 했던 것입니다<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 김명희 옮김, 『일곱 문장으로 읽는 구약』(IVP)>.

●“살인하지 말라”를 넘어서

마찬가지로 오늘 본문 22절에서 주님은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고 -- 형제에게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리라”(22절) 하시며 매우 과격하게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이 문자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저의 미래는 이미 확정되었습니다. 저는 세상을 떠남과 동시에 지옥 불에 떨어질 게 뻔합니다. 형제들에게 화를 낸 적은 수도 없이 많고요, ‘미련한 놈’이라는 점잖고도 흔해 빠진 표현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말도 했습니다. 들으라고 사람 앞에서 대놓고 한 적도 있지만, 혼잣말로는 수도 없이 했고, 뒤에서는 더 많이 했습니다. 주님 말씀대로 저는 지옥 불이 예약된 거나 마찬가집니다.

여러분, 의리 없게 저 혼자 가게 내버려 두지는 않으시겠지요? 그런데 그 길이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주님 말씀을 곰곰이 생각하니, 여러분 중에도 저와 동행하실 분이 꽤 있을 것만 같아서 안심이 됩니다.

이 말씀은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에 대한 예수님의 해석이었습니다. 서기관과 바리새인 같은 사람들은 율법이 명하는 대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에 충실했습니다. 이 말씀을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들이 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십계명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대체 무엇이 문제였길래, 예수께서는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고 -- 형제에게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리라”(22절)하고 말씀하셨을까요?

이에 대해서 우리가 잘 아는 종교 개혁가 존 칼빈John Calvin의 해석이 너무나도 탁월합니다. 그는 이에 대해 말하기를, “사람들이 살인을 금하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입니까?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곧 그분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악의는 이미 살인입니다. 왜냐하면 사실 우리의 혀는 다른 이를 베는 칼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존 칼빈 지음, 김광남 옮김, 『칼빈의 십계명 강해』(VisionBook)>

그렇습니다. 손에 흉기를 들지는 않았더라도, 말로, 혀로, 입술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증오하고 분노하며 저주합니까? 그렇게 함으로, 몸은 죽이지 않지만, 아니 그건 차마 끔찍해서 생각조차도 못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대범하고도 담대하게 타인의 존재를 깔아뭉개고 멸시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에 대해 어느 학자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살인 금지 계명은 근본적으로 존재론적 살인을 금지하는 계명입니다. 예수께서는 형제에게 욕하거나 노함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무시하지 말라고 교훈한 것입니다”<김용규 지음, 『데칼로그』(포이에마)> 살인으로 육신을 죽이는 것과 말과 혀로 존재를 무시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간음하지 말라”를 넘어서

또한, 이건 어떻습니까? “네 오른 눈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다”(29절)는 말씀 말입니다. 이 말씀은 간음에 대한 주님의 가르침인데요, 이것을 우리에게 적용하기가 실로 두렵습니다. 우리의 눈은 우리로 하여 실족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예수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자극적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말씀을 문자적으로 적용하면, 차라리 빼버리는 게 백번 맞습니다. 그렇다면 감히 말씀드리건대, 슬프지만,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우리 중 두 눈 뜨고 다닐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어느 작가의 저 유명한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해냄)라는 책 제목처럼, 서울이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는 건 사실상 시간문제일 것만 같습니다.

성경에는 간음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요한복음에 나오는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요 83이하) 말입니다. 모세의 율법은 간음에 대해 이렇게 엄히 경고합니다. “남자가 다른 남자의 아내 곧 자기의 이웃집 아내와 간통하면, 간음한 두 남녀는 함께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레 20:10, 새번역) 그런데 여러분,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장에서 붙잡혔다고 하면서,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은 있는데 남자는 어디 간 것입니까? 그는 어디 가고 여인만 붙잡혀 돌에 맞아 죽게 된 거란 말입니까?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서 봐야 할 관전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 사건에서 서기관과 바리새인은 예수께 다가와 말하기를, “모세의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했다”(요 8:5)고 말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말한 서기관과 바리새인은 돌팔이가 분명합니다.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간음’에 관한 레위기와 신명기, 둘 다 엄히 말하는 것은 “두 사람을 다 성문 밖으로 끌어다 놓고 돌로 쳐서 죽이라”(신 22:24)고 말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어디로 빼돌리고, 여자만 돌로 쳐 죽이려고 하는 저들의 몹쓸 관습을 주님이 모를 리 없었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예수께서는 우리가 알다시피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뭔가 쓰셨습니다(요 8:6). 뭐라고 쓰셨을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오늘 본문에 의하면 아마도 이렇게 쓰지 않으셨을까요? ‘남자도 데려오라’고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간음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28절에서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으니라”고 남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경고하십니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간음을 해도, 여자만 죽어 나가는 세상에서, 예수께서는 남자들에게 ‘간음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넘어서, 생각으로라도 여성을 도구로 여기지 말라 하신 것입니다. 여성은 여성이라는 존엄한 존재일 뿐, 여성을 비인격적인 존재로 바라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로써 당시 유대 사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씀, 곧 ‘남자와 여자는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물로서 동등하고 평등한 인간이다’라고 선언해 주신 것입니다.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Because you say so, I will~)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처럼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전에 없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구약성경의 율법을, 특별히 <십계명>의 가르침을 넘어서는 일대의 획기적이고도 혁명적인 가르침으로 ‘새-언약의 시대’를 열어 놓으셨습니다. <산상수훈>은 오직 예수님의 말씀만 기록되어 있어서, 제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런 말씀을 듣는 제자들의 얼굴은 부끄러움에 붉어졌다가, 놀라움에 파랗게 됐다가, 또한, 섬뜩함과 두려움으로 하얗게 질렸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의 중심에 오늘 설교 제목인 “너희는 그렇게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렇게 말한다”가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 주님이 여러분에게 찾아와서, 여러분의 생각과 여러분의 신앙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여러분은 무엇이라 대답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의 삶이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일취월장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든지, 아니면 이상하게도 하는 일마다 잘 안 풀리고 실패해서 좌절하고 있든지, 만일 주님이 그런 여러분에게 찾아와서, ‘너희는 그것을 성공으로 알고, 그것을 실패로 알지만,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하시며 말씀하실 때, 여러분은 무엇이라 대답하시겠습니까?

설교를 마무리하면서 저도 스스로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과 세례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세례자 요한이 떠올랐다가, 열왕기서의 나아만 장군도 떠올랐습니다. “다메섹 강의 아바나와 바르발은 이스라엘 모든 강물보다 낫지 아니하냐!”(왕하 5:12)면서 자칫 치유의 은총을 놓칠 뻔했던 사람 말입니다.

그러다 문득 누가복음 5장에서 예수님이 시몬 베드로를 제자로 부르신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예수께서는 시몬의 배에 오르십니다. 그리고 시몬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눅 5:4)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시몬은 예수께 대답하기를,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눅 5:5) 대답하고, “그렇게 했다”(눅 5:6a)고 성경은 말합니다.

여기서 시몬이 대답한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를 영어성경은 “Because you say so, I will let down the nets”(Luke 5:5, NIV)라고 옮깁니다. 시몬은 예수님의 말씀에 일말의 수긍 납득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Because you say so”, 즉 “당신이 그렇게 말씀하시니”였습니다. 그리고 “I will”, 곧 “내가 무엇하겠나이다” 하며 그 말씀에 방향을 바꿔 순종할 의지를 내비쳤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처럼 우리의 신앙은 꺾일 때 자라는 것입니다. 꺾일 때 비로소 주의 은총을 입는 것입니다. 주의 말씀에 꺾일 때 비로소 깊은 바다에 그물을 던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주님이 여러분에게 “너희는 그렇게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렇게 말한다” 말씀하실 때, 시몬 베드로의 대답이 여러분의 대답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여러분의 알량한 신앙과 생각에 가두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비록 여러분의 삶에 비추어 이해할 수 없는 주의 말씀을 듣는다 해도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내가 그물을 내리겠나이다”로 응답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