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땅의 소금, 세상의 빛이다”

(마 5:13-20)

<2023년 2월 5일 주현 후 제5주 설교/녹색>

●이스라엘(구약) vs 새 이스라엘(신약)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은 구약舊約과 신약新約으로 되어 있습니다. 구약성경은 말 그대로 ‘옛 언약’이기 때문이고요, 신약성경도 역시, 말 그대로 예수께서 가져다주신 ‘새 언약’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르게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곧 구약성경은 여호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선택해 부르시고, 그들에게 복을 주셔서 그들로 하여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살게 하려는 책이라면, 신약성경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이 주체가 되십니다. 그래서 ‘옛 이스라엘’이 아니라 ‘새 이스라엘’을 선택하십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 예수께서는 새로운 이스라엘을 선택해 부르시고, 그들에게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복을 선언해 주심으로, 새 언약 백성으로 살게 하려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구약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세우기 위해서 열두 지파를 택하십니다. 마찬가지로 신약성경을 보면, 예수께서는 새 이스라엘을 세우시고자 열두 제자들을 부르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얼마 전에 나누었던 갈릴리 가버나움에서 제자들을 부르신 사건이었습니다

조금 더 말씀드리자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너는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룰 것이다”(창 12:1-2)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어서 약속하시기를, “너는 복의 사람이 될 것이다!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를 내가 저주할 것이다.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다”(창 12:2-3)라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곧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복을 주심으로, 그리하여 자신의 백성들을 ‘은혜의 백성’으로 삼고자 하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곧 “너희는 나를 따르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지난주 말씀에서처럼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복을 선언해 주셨습니다. 그것이 <팔복>이었습니다. 이로써 새 이스라엘 백성을 복의 사람으로 삼고자 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팔복> 선언은 단순한 윤리적 가르침이 아닙니다. 이는 예수께서 부르신 ‘새 이스라엘 백성들’, 곧 제자들은 물론이고 오늘 이 시간 함께 예배하는 우리 모두가 은혜의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주님이 간절히 축복한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의로울 방법

오늘 본문은 지난주에 나눴던 예수님의 <팔복> 선언에 이어지는 말씀입니다. 예수께서는 <팔복>을 통해 새로운 이스라엘 백성이 누릴 참된 복이 무엇인지 알려주신 뒤에, 이제 오늘 본문이 시작하는 13-16절에서 저 유명한 ‘소금과 빛’의 은유를 주십니다.

이 말씀을 나누기 전에 먼저 다시 한번 확인하면 좋겠습니다. 지난주 제가 복과 행복을 구분한 것을 기억하십니까? “복은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 은총의 다른 이름이고, 행복은 그 은총을 받아 누리는 인간의 능력이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너는 복이 될지라’ 약속하신 것처럼,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리고 새 이스라엘 백성이 된 우리를 <팔복>으로 축복하셨습니다. 그 복을 받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통용되는 단순한 행복지수가 아니라, 하나님 은총을 온전히 받아 누릴 줄 아는 은총지수가 높은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후반부인 17-20절에서 예수께서는 ‘율법’에 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이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율법을 헛되이 여기지 말라!’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17절에서 예수께서는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마 5:17)고 말씀하십니다. 즉 예수님의 가르침은 율법이 말하는 것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구약 전반에 흐르는 옛 계명을 새 계명으로 성취하고 완성하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심지어 20절에서 주님은 말씀하시기를, “너희 의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5:20)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하나님은 율법을 누구에게 주셨습니까? 하나님 율법의 최초 수혜자는 누구였습니까? ‘이스라엘 백성’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라고 주신 이정표가 율법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도 바울은 “율법은 거룩하다!”(롬 7:12)라고 말한 것입니다. 우리가 운전하다 보면 이정표가 문제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그 이정표를 무시하고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율법도 마찬가집니다. 율법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그 율법을 아전인수격으로 자기들 편한 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율법 위에 군림했던 사람들이 문제였습니다.

그들은 누구였습니까? 그들은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 콕 집어 언급하신 ‘서기관과 바리새인’이었습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하나님 율법을 독점해 왔지만, 성전이든, 회당이든, 시장이든, 그들이 다니는 곳곳마다 매캐한 시궁창 냄새가 났던 것입니다.

여러분, 이러한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의로워야 한다는 것, 이것이 쉬운 일일까요? 아니면 어려운 일일까요? 한편으로는 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일 것만 같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신 것을 생각해보면, ‘설마, 주님이 나한테 저렇게 하지는 않으시겠지. 내가 저 정도는 아니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왠지 모를 안도감과 자신감이 솟구칩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 18절에서 주님이 “율법의 일점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하신 말씀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율법의 달인이었던 그들처럼 철두철미하게 율법을 지킬 자신은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다시 말씀드리면, 예수께서 “너희 의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보다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못 박아 하신 말씀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주님이 보시기에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의롭게 사는 존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겠습니까?

●너희는 땅의 소금이다-1(짠맛, 부패 방지)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오늘 본문에서 주님은 그 해답도 알려주셨습니다. 마치 모범 답안을 먼저 알려주시고 문제를 내는 격입니다. 첫째는 “땅의 소금으로 사는 것”이요, 둘째는 “세상의 빛으로 사는 것”입니다. 첫째로 예수께서는 13절에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구절에서 ‘세상의 소금’이라는 것은 다소 의역된 번역인데요, 헬라어 성경 원문에 보면 이것은 “a[laj th/j gh/j\” 곧 ‘땅의 소금, 흙의 소금’(Salt of the earth)이란 뜻입니다.

오늘날에는 소금이 값도 싸고 아주 흔한 게 되어버렸지만, 고대 사회에서 소금은 매우 귀중했습니다. 고대 유대인들이 즐겨 읽었던 <집회서>라는 책을 보면,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은 물과 불과 쇠와 소금 -- 그리고 옷이다.”(집회서 39:26)라고 말합니다. 또한, 서양 역사를 보면, 소금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전쟁이 일어났을 정도로, 소금은 아주 값비싼 것이기도 했습니다. 수요예배 때도 한번 말씀드렸지만, 예수님 시대에 당시 로마 군인에게 월급 대신 소금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걸 라틴어로 ‘살라리움’(Salarium)이라 하는데, 그것이 오늘날 직장인에게 주는 월급인 ‘샐러리’(Salary)의 어원이 된 것입니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고대 사회에서 소금의 용도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짠맛을 내는 것이고, 둘째는 음식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삼겹살을 먹는데 소금이 빠지면 안 되겠지요? 얼마 전에 어머니 댁에서 삼겹살을 먹는데 어머니께서 20년 된 소금을 꺼내 주셨습니다. 20년 전부터 장독대에 보관해왔던 소금을 지금도 꺼내 먹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예로부터 소금에 절인 “안동 간고등어”가 임금님 밥상에도 올랐다고 하듯이, 예수님 당시 갈릴리에서는 사해(염해)에서 얻은 소금을 물고기에 절여서 로마 황제에게 납품했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너희는 땅의 소금이다-2(뿌려진 소금 vs 쏟아진 소금)

그런데 중요한 것이 두 가지 더 있습니다. 첫째로 학자들에 의하면 고대 사회에서는 때때로 소금을 뿌려서 땅을 비옥하게 만들곤 했다는 점입니다.<R.T. 프랜스 지음, 권대영,황의무 옮김, 『마태복음』(부흥과개혁사)> 물론 너무 많이 뿌리면 문제가 되겠지만, 고대인들은 소금을 땅에 적당히 뿌리면 뻣센 땅이 비옥해진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둘째로 구약성경에는 소위 ‘소금 언약’(Covenant of Salt)이라는 게 있습니다. 역대하 13장 5절을 보면,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께서 소금 언약으로 이스라엘 나라를 영원히 다윗과 그의 자손에게 주셨다”고 합니다. 소금은 특성상 변하지 않게 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곧 ‘신실함’을 의미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여호와 하나님이 다윗에게 영원한 언약을 주신다”(삼하 7)는 것을 역대기는 이름하여 ‘소금 언약’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너희는 땅의 소금”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세상에 짠맛을 내고, 세상이 부패하는 걸 막고, 땅을 비옥하게 하여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하며, 영원히 변함없는 신실한 새 이스라엘의 백성이 되라는 주님의 축복이었던 것입니다. 잠시 이미지를 하나 보겠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1495-1497)입니다. 이 그림 중앙에는 예수님이 앉아 계시고, 예수님 왼편을 보면 한 인물이 붉은 네모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가 바로 예수님을 은 30냥에 판 가룟 유다입니다. 가룟 유다는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다음 이미지를 보시면, 가룟 유다가 한 팔을 식탁 위에 기대고 있는데요,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바로 은 30냥이 담긴 주머니입니다. 그리고 붉은 네모를 보시면, 작은 그릇이 쏟아져 있습니다. 그게 바로 소금 그릇입니다.

가룟 유다는 예수님과의 신의를 저버린, 곧 소금 언약을 저버린 인물이라는 것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쏟아진 소금’으로 그려낸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땅의 소금이다!” 여러분, 믿어지지 않아도 믿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맛을 잃어가는 세상에서 짠맛을 내는 소금인 줄로 믿어야 합니다. 세상이 썩지 않기 위해 주님이 보내신 최후의 보루, 마지막 대안이 누구냐?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이 썩지 않도록 막아내는 소금인 줄로 믿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그림이 보여주는 것처럼, 여러분들은 주님과의 신의를 저버린 ‘쏟아진 소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하여 주님이 말씀하시듯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히는”(마 5:13) 그런 소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쏟아진 소금’이 아니라 척박한 땅을 옥토로 만들 ‘뿌려진 소금’인 줄로 믿습니다. 이 네 가지 소금으로서의 사명을 기억하여서, “땅의 소금”으로서 새 이스라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둘째로 예수께서는 14절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말씀하셨습니다. 14-16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14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15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16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주현절을 맞아서 저는 빛으로 오신 주님에 대해서 여러 번 강조하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마태복음 4장 16절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 주님은 “흑암에 앉은 백성들에게, 그리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으로 오신 분”이셨습니다. 빛으로 오신 주님이 제자들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도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게 어디 쉽게 믿어지는 말인가요? 우리가 빛이라니요? 빛이기는커녕, 빛으로 오신 주님을 맞이하는 것조차 버겁지는 않으십니까? 여러분 삶을 들여다보면, 근심과 걱정으로 그늘져 있지는 않으십니까? 또한, 그런 그늘진 삶이 오래되다 보니 우리 영혼이 주름진 채로 살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그러나 여러분, 속는 셈 치고 한번 믿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주님이 어디 없는 얘기를 하는 분이신가요? 그래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하시는 주님 말씀에 가까스로 힘을 얻어 생각해보면, 우리가 비록 예수님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그래서 태양처럼 자체발광하는 그런 빛은 아닐지라도, 하늘의 달이 햇빛을 반사하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빛을 받아 작은 빛이나마 비출 수는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비출 수 있는 빛은 주님이 오늘 본문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작은 등불”(루크노스)일 것입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왼쪽에 등불이 있습니다. ‘루크노스’라는 이 등불은 예수님 시대에 일반 가정에서 기름을 넣고 심지를 이용하는 아주 단순하고 작은 등불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이미지는 예수님 시대에 곡식의 부피를 재는 ‘모디우스’(modius)라는 도구입니다. 오늘 본문에 “말 아래 두지 않는다”고 할 때 그 ‘말’ 곧 ‘모디우스’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미지에 나온 등불과 말의 비율이 거의 실제 크기와 비슷한데요, 저 등불을 말 아래에 두면, 곧 저 말로 등불을 덮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등불은 이내 꺼지고 말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큰 불빛이냐 작은 불빛이냐’를 묻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관심이 아닙니다. 다만 주님은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둘 것이냐, 아니면 등경 위에 둘 것이냐!” 이것이 주님의 관심이었습니다. 즉 주님은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삶의 자세를 묻고 계신 것입니다. 등불을 말로 덮는 것처럼, 의미 없고, 소망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그 등불을 등경 위에 두어서 방안을 환하게 비추고 살 것이냐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마지막으로 오늘 본문 14절을 다시 한번 보시면 주님은 매우 흥미로운 말씀을 하십니다. 다같이 읽겠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말인즉슨, 산 위에 있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집집마다 등불을 켜면, 그 빛은 감추어질 수 없고 사람들에게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지금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올라 있습니다. 이미지로 그 장소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갈릴리 바다가 쉽게 보일 것입니다. 예수께서 <산상수훈>을 말씀하시는 곳과 갈릴리 바다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산 위에서 바다가 쉽게 내려다보이는 것처럼, 바다에서도 산은 잘 보일 것입니다. 그것이 만약 밤이고, 산 위의 동네가 등불을 밝힌다면, 더없이 잘 보이기만 할 것입니다.

갈릴리 바다에서 어부들은 주로 밤에 고기를 잡습니다. 밤에 고기를 잡는 것이 훨씬 조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 당시에는 지금처럼 밤바다를 환하게 비출 조명 하나 없었습니다. 그래서 캄캄한 밤에 고기잡던 배들은 어디가 어딘지 몰라 방향을 잃고 헤맬 때도 왕왕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캄캄한 밤에 고기를 잡아봤던 베드로나 안드레,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은 지금 예수께서 이 말씀하실 때 소름이 돋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저 멀리 보이는 산 위에 있는 동네의 불빛이 길잃은 배들에게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몇 주 전 머풍금 기도회 때도 인용했지만, 나희덕 시인은 “산속에서”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시라서, 이 시간 다시 한번 인용하고 싶습니다.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 먼 곳의 불빛은 /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산속에서”, 나희덕 지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비)>

주님이 말씀하신 “산 위에 있는 동네의 불빛”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비록 작은 등불을 밝혔더라도, 그것이 동네를 이루기만 하면, 그 동네의 불빛을 저 멀리서 바라보며 계속 걸어갈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가 되고 싶은 “머물고 싶은 풍경”이 바로 그와 같아야 합니다. 빛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이정표처럼 바라볼 교회, 소망이 없어서 주저앉는 사람들이 걸어갈 힘을 얻는 교회, 그런 교회 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은 우리가 믿거나 안 믿거나, 우리가 인정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오늘 우리를 축복하시며 선포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안 믿으면 우리만 손해입니다. 이것은 새 이스라엘 백성으로 살아갈 우리에게 주시는 사명이기도 합니다. 곧 “너희는 땅의 소금이다” 말씀하셨습니다. 황폐한 세상을 옥토로 바꾸기 위한 ‘땅에 뿌려질 소금’이라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절대로 ‘쏟아진 소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주님은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함께 예배하는 우리가, 비록 작은 등불이더라도, 그 등불을 말 아래 두지 않으며, 등경 위에 놓음으로, 한 사람, 또 한 사람 동네를 이루어 나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