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아”

(마 5:1-12)

<2023년 1월 29일 주현 후 제4주 설교>

●정채봉 시인의 “행복”

지난주 목요일 천안에 계신 강신완권사님 심방을 다녀왔습니다. 이제 곧 재활요양병원에 입원하신다는 소식을 들어서, 입원하시기 전에 잠시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기도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기 때문에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내려갔는데요, 차창 밖으로 소복이 내리는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잠시 정채봉시인의 시집을 꺼내 읽었습니다. 그중에 “행복”이라는 아주 짧은 시가 있었습니다. “행복의 열쇠는 금고를 여는 구멍과 맞지 않고, 마음을 여는 구멍과 맞는다”<정채봉 지음,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인생이었지』(샘터사)>

짧은 시지만, 이 시의 내용에 여러분들도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정채봉 시인은, 사람의 행복은 물질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에 있고, 그래서 행복은 세상으로부터 채워져 들어오는 게 아니라, 거꾸로 우리 마음에서부터 발원되고 비롯되어야 비로소 ‘참된 행복’이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찾으며 살기 마련인데요, 나름대로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성취한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행복감이 아니라 그 반대의 감정, 곧 ‘불행감’을 느끼게 됩니다. 물질적인 것이든 아니면 정신적인 것이든, 원하는 대로 되지 못한 결핍된 마음에서 ‘불행감’은 시작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한번 여쭙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아니면 불행하신가요?’ 이렇게 물으니까 다소 이분법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것 같아 죄송한데요, 다른 말로 여쭙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상대적으로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고 사시나요? 아니면 불행감을 더 많이 느끼며 사시나요?’

●행복지수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정도’, 이런 걸 ‘행복지수’라 하는데요, 작년 2022년에 UN의 어떤 기구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146개국 중에 한국의 행복지수는 59위였다고 합니다.<“행복지수 또 나왔다, 어김없이 핀란드 1위...그렇다면 한국은?” 임재우기자, hani.co.kr> 다소 어정쩡한 결과가 아닐까 싶은데요, 사실 오늘날에는 ‘행복감 그리고 불행감’, 이런 단어가 다소 무겁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진보하면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는 오히려 공허하고 빈곤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행하다’는 생각에 골똘해지면, 어느샌가 ‘우울증’이라는 질병으로 쉽게 발현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청년세대는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불안하고, 그래서 우울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어르신 세대들은 건강상의 문제,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자식들과 관련된 여러 문제로 인해서 우울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또한, 중년 세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다가도, 불현듯 ‘내가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게 뭐지?’ 하고 생각해 보면 답이 없습니다. 마치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면 더 막막하기만 합니다. 곧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하면, 역시나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년 세대들도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이 불쑥불쑥 그들의 삶에 끼어들곤 합니다.

그래서 어느 통계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지난 2017년부터 이후 2021년까지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35%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도 코로나 이후 이러한 수치는 더 증가했을 것 같은데요, 이 모든 것의 원인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무한경쟁’ 때문일 것입니다.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뭔가를 소유하고 이루어야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일종의 강박증세가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행복과 불행의 문제’, 그리고 그에 따른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질병의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내다보고 있는 형국입니다.<“우울 수치 과다 한국 사회. ‘우울증 치료’를 미루면 안 되는 이유” 성진규기자, hidoc.co.kr>

●에피쿠로스 그리고 은총지수

사실 ‘행복과 불행’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대 사회로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행복과 불행’이라는 주제였습니다. 시대마다 다양한 사상가들이 이에 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하곤 했는데요, 그중 가장 오래됐고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면, 예수님이 태어나시기 340년 전 그리스의 에피쿠로스(Epicurus, 341-270 B.C.)라는 사상가입니다. 그는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은 “마음의 소란에서 해방되는 평정심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당대 지식인들과 부유한 사람들을 향해 말하기를, “큰 부를 소유하거나, 대중으로부터 명예를 얻고 존경을 받아도 마음의 소란이 제거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기쁨을 얻을 수 없다.” 말하면서, 인간의 행복은 그 어떤 상황과 조건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정심’(아타락시아)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에피쿠로스 쾌락』(현대지성)>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 그리스의 한 사상가가 한 말인데 구구절절 다 옳습니다. 사실이지, 제아무리 재산이 풍족하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아도, 마음이 불안하고 소란하다면, 그가 이루어 놓은 것이 다 무엇이고, 그런 인생을 어찌 행복한 인생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반드시 생각하고, 스스로 물어야 할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복’이란 말과 ‘행복’이란 말을 어떻게 구분하십니까? 저는 이렇게 정의를 내려봅니다. ‘복은 하나님이 주시는 은총의 다른 말이고, 행복은 그 복을 누리는 능력’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인의 행복’은 세상이 말하는 행복과 일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를 수 있고, 때론 정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의 행복은 오직 하나님의 은총을 얼마나 잘 느끼고, 얼마나 잘 누리며 살고 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행복지수’는 ‘은총지수’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보면, 정말이지 가진 게 별로 없고, 삶 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일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과 입술에 늘 감사가 넘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런 사람은 삶의 조건이나 환경에 지배를 받지 않습니다. 아니 받더라도 훨씬 덜 받습니다. 오히려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변함없이 베푸시는 은총을 조심조심, 그러나 넙죽 받아먹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런 사람의 행복지수, 그리고 은총지수는 꽤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 경우에 해당하는 신앙인들이 사실 더 많습니다. 제가 구구절절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는, 그 어떤 좋은 환경을 갖추어도 불평스럽고 불만스러운 일을 귀신같이 찾아냅니다. 그래서 가만히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행복하지 못하고 불행감을 느끼는 것은 환경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 문제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을 리 만무한데요, 그것은 결국 은총지수가 현저히 낮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의 1차 선교 여행과 그 결과

오늘 우리는 ‘드디어’ 마태복음 5장의 말씀을 읽었습니다. 제가 ‘드디어’라고 한 것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은 예수님의 가르침 중에 으뜸이라는 평가를 줄곧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가장 사랑한 성경 구절이 바로 오늘 본문이기도 합니다. 단언컨대 산상수훈은 기독교 역사 2,000년 중에 가장 큰 관심을 받아왔고,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성경 말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말씀은 한 구절씩 촘촘히 들여다보면서 몇 개월에 걸쳐 배우고 익혀야 할 본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설교 시간에 그럴 수는 없기때문에, 다만 오늘 본문에 나오는 무리와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무리인지, 아니면 제자인지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주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스불론과 납달리의 가버나움 해변에 가셔서 제자들을 부르셨습니다. 다들 그 사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주 본문과 오늘 본문 사이에 끼어있는 ‘마태복음 4장 23절, 24절, 25절’, 이 세 구절이 증언하는 예수님의 선교 결과는 그야말로 혁명적입니다. 예수님은 참으로 위대한 선교사셨습니다.

마태복음 4장 23절을 보면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부르신 뒤에 그들과 함께 갈릴리를 두루 다니시면서 공식적인 사역을 시작하셨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의 사역 세 가지 특징이 소개됩니다. 첫째는 ‘가르침’이요, 둘째는 ‘하나님 나라의 선포’며, 셋째는 ‘치유’였습니다. 이것이 예수 사역의 세 가지 특징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갈릴리에서만 전하셨을 뿐인데, 예수님에 대한 소문이 갈릴리는 물론이고 이방지역인 ‘수리아’까지 퍼졌다는 것입니다(마 4:24). 예수에 대한 소문이 번지고 번져, 사람들은 “각종 병에 걸려서 고통당하는 자들과 귀신들린 자들을 예수께 데려왔고, 예수께서는 그들 모두를 고쳐”(마 4:24)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25절이 이렇게 말하는데요, 제가 본문을 읽을 때 지도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갈릴리와 데가볼리와 예루살렘과 유대와 요단강 건너편(길르앗)에서 수많은 무리가 따랐다”고 합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예수께서 나중에야 어렵게 들어가셨던 ‘사마리아 지역’을 제외하고는 예루살렘을 포함한 이스라엘 대부분의 지역들, 그리고 그 주변 이방지역까지 빠른 속도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전파된 것입니다. 이 얼마나 위대한 선교 사건입니까?

여러분, 남방 유대 지역에서, 그리고 북쪽 수리아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갈릴리의 가버나움으로 오기 위해서 그들은 어떤 길, 어떤 도로를 따라 왔겠습니까? 지난주 설교를 들으셨다면 대답하셔야 합니다. “해변길”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실로 그러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포로된 자를 자유케 하십니다.” “눈먼 자들로 하여 새롭게 눈을 뜨게 하는” 위대한 변화의 복음인 것입니다(눅 4:18-19). 그리하여 이전까지는 제국의 정복자들이 자신의 탐욕과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다녔던 해변 길이, 이제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찾아가기 위한 길이 된 것입니다.

그 길을 따라 갈릴리의 가버나움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마태복음 4장 25절은 말하기를, “수많은 무리가 따르니라”(마 4:25)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치유’를 찾아온 무리 vs ‘가르침’ 앞에 앉은 제자

이 말씀에 오늘 본문 마태복음 5장 1절이 곧바로 이어집니다. 우리 다같이 1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예수께서 무리를 바라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이 구절에 나오는 ‘무리’(the crowds)가 그들이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무리 중에는 남방 유대로부터 해안 길을 따라 올라온 유대인도 있을 것이고요, 저 북방 수리아 지역으로부터 해안 길을 따라 내려온 이방인도 있었을 것입니다. 데가볼리와 길르앗 지역으로부터 요단강을 헤엄쳐 건너 찾아온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본문에 나오는 무리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사모해서 몰려든 사람들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 위험하고도 먼 여행을 감행하여 가버나움까지 예수님을 찾아올 수 있었겠습니까?

예수께서는 이처럼 사방팔방에서 모여든 바로 그 무리를 바라보십니다. 온갖 상처를 입고 병든 그들의 모습을 예수께서는 ‘긍휼의 눈’으로 바라보셨을 것입니다. 그렇게 바라보신 뒤로 예수께서는 “산으로 올라가 앉으셨다”고 합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나아온지라”고 말합니다. 다소 문맥이 어색하게 비틀어지는 느낌입니다. 무리를 바라보셨다면, ‘무리가 나와 앉았다’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제자들이 나아온지라”고 합니다. 여러분, 무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무리는 어쩌고 제자들만 나아와 예수님 앞에 앉은 것일까요? 예수님이 무리를 바라보실 때 도끼눈이라도 뜨셨을까요? 그러면서 ‘네놈들은 올라오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거나 손사래라도 치셨을까요? 그럴 리 있겠습니까!

지난 성지순례 기간에 <산상수훈>의 장소로 추정되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에 ‘팔복교회’란 이름의 교회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본문에는 “산에 오르셨다” 했지만, 제 눈으로 보니, 그저 야트막한 언덕처럼만 보였습니다. 한국의 산에 비하면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산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무리는 예수님과 함께 산에 오르지 않았을까요? 무리가 산에 오르는 것이 그렇게 무리였을까요?

한편 생각해 보니 무리가 예수님을 찾아온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앞서 마태복음 4장 24절에서 본 것처럼, 그 무리는 “귀신들린 자, 간질병을 앓는 자, 그리고 중풍병자”와 같이 각종 질병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하나님-나라-복음의 세 가지 특징, 곧 “치유, 선포, 가르침” 중에 오로지 ‘치유’하나만 보고 몰려들었던 것입니다.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직 그것만이 무리가 예수님을 찾아왔던 이유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마태복음 5장 3절 이후로 나오는 <산상수훈>의 말씀은 하나님-나라-복음의 세 가지 특징 중에 어떤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까? “가르침”이었습니다. 그 가르침 앞에 오직 제자들만이 산에 올라 예수님 앞에 나아와 앉은 것입니다.

●무리인가? 제자인가?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런 점에서 여러분들은 ‘무리입니까? 제자입니까?’

물론 이러한 ‘무리와 제자’ 구분은 절대적인 구분이 아닙니다. 다른 본문에서는 무리가 오히려 제자들보다 훨씬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리만도 못한 철없는 제자들의 모습도 왕왕 보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에서 무리와 제자는 분명 달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리는 오직 ‘치유’를 기대하며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무리는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예수께서 들어 주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그것이 무리가 찾던 행복이었습니다. 무리가 원한 행복은 세상의 행복지수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것입니다. 무언가 채워져야 행복한 바로 그 행복 말입니다. 그 행복을 이루고자, 무리는 ‘기특하게도’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서 예수께로 온 것입니다. 다시 강조해서 말씀드리자면, 그들은 하나님 나라를 사모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리는 정작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행복에는 귀를 닫습니다. 그리하여 참된 행복에 대해 여덟 번이나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듣고 배우기는커녕, 오히려 그 가르침이 끝나기만을 산 아래에서 따분하게 기다리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제자들은 예수님의 그 어렵고도 무거운 가르침 앞에 겁도 없이 나아와 앉았습니다. 제자 중에 <산상수훈>을 올바로 이해한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요? 그 열둘을 아무리 생각해도 견적이 안 나옵니다. <산상수훈>만이 아니라 이후로 예수께서 다른 가르침을 주실 때도 늘 못 알아듣고, 늘 오해하면서 못난 모습만 보여줬던 제자들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제자들은 위대했습니다. 그것은 잘 이해할 수 없더라도, 제자들은 무리와는 달리 예수님 앞으로 나아가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훗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뒤로, 산상수훈의 말씀은 오롯이 제자들을 위한 말씀이 되었던 것입니다.

제자들은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해 담대히 평화의 복음을 전했고, 복음을 전하다가 박해를 당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오히려 기뻤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평화와 기쁨이 그들 안에서 샘 솟았던 것입니다. 바로 그 때, 제자들은 “행복하여라, 마음 가난한 사람들아!” 하신 주님의 말씀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들의 행복지수가 비로소 완벽한 은총지수가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우리가 지금 당장 온전히 이해하거나 그 말씀대로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주의 말씀을 부단히 듣고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기 때문”(롬 10:17)입니다.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주님이, 오늘 이 시간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마음 가난한 사람들아!” 이 말씀에 힘입어서 주님의 은총으로만 살아가고자 주의 말씀을 부단히 배우고 익히는 여러분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여러분의 행복지수도 하나님 은총만을 간구하고 갈망하는 은총지수가 되어서, “행복하여라, 마음 가난한 사람들아!” 하고 부르시는 주의 음성 앞에 겸손히 나아가 앉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