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족보와 탄생, 그 위대한 유산의 역사”

<마태복음 1장 18-25절>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1812년 영국에서 태어나 “제2의 셰익스피어”라는 명성을 얻었던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1812-1870)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스크루지가 나오는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같은 저자입니다. 저는 오늘 본문 말씀을 읽으면서 그가 쓴 『위대한 유산1,2』<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민음사)>이라는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이 소설은 불행하게 태어난 ‘핍’(Pip)이라는 주인공이 훗날 영국 신사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어떤 익명의 사람이 주인공에게 막대한 유산을 물려주는 내용이 나옵니다. 소설 제목이 “위대한 유산”이라서 독자들은 주인공이 유산을 물려받을 때, ‘아, 그래서 제목이 위대한 유산인가보다’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소설 말미에는 주인공이 재산을 다 잃게 됩니다. 오히려 빚쟁이로 전락해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 놓입니다. 주위 사람들도 다 떠나가고 몸도 망가져 병을 앓게 됩니다. 작가 찰스 디킨스는 사면초가에 놓인 주인공의 상황을 이 한 문장으로 강렬하게 묘사합니다. “이제 완전히 나 혼자만 남겨졌으므로.......”

이처럼 주인공이 열병으로 몸져눕고 사경을 헤맬 때, ‘조’(Joe)라는 이름의 그의 매형이 다시 그를 찾아가 병간호를 해줍니다. 주인공의 매형은 어린 시절 오갈 데 없던 주인공을 돌봐주었고, 주인공이 부자가 된 뒤로 거만하게 거드름을 피워도 참아주고 이해해주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인간미 넘치고 의로운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 ‘조’였습니다. 매형 ‘조’의 도움으로 기력을 회복한 주인공은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서 고향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환대를 받게 됩니다. 그러는 중에,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참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람 사이에 소중히 여겨야 할 ‘관계’는 어떤 것인지 새롭게 눈을 뜨게 됩니다.

비로소 주인공은 책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위대한 유산”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 뒤에는 ‘조’라는 이름의 매형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상속자입니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교인들을 축복하며 말하기를, “여러분이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면, 여러분은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약속을 따라 정해진 상속자들입니다”(갈 3:29)라고 했습니다. 바울은 우리가 받게 될 저 위대한 유산에 대해 일깨워준 것입니다. 그것은 그가 임의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된 일입니다. 그리하여 바울은 이어서 말하기를,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셨고,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이로써 율법 아래 있는 자들을 속량하심으로 우리로 하여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해 주셨다”(갈 4:4-5)고 말입니다.

이러한 바울의 선포는 오늘 마태복음 본문의 의미를 적확하게 해석해 줍니다. 하나님이 자신의 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시고, 그리하여 그 아들을 ‘마리아라는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시게 하신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로 하여 ‘생명의 은혜를 이어받을 위대한 상속자’(벧전 3:7)로 삼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은 ‘하나님의 위대한 상속자 프로젝트’입니다. 그 프로젝트는 마태복음 1장 1절, 곧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고 시작되는 예수의 족보 안에 담겨 있습니다. 이 족보 안에 우리를 ‘위대한 유산 상속자’로 삼기 위한 하나님의 언약과 계획이 깊이 뿌리내려 있는 것입니다.

●불온문서, 마태복음 1장

그러나 안타깝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그의 족보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태복음 1장은 유대인들에게 불온문서입니다.’

한번 가정해 보겠습니다. 예수를 믿지 않는 유대인들에게 마태복음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다 읽은 사람들에게 마태복음 1장부터 마지막 장인 28장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한 장을 골라서 ‘뜯어내도 좋다’고 말한다면, 그들은 잠시 고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들은 메시아라는 자가 십자가에 못 박혀 힘없이 죽임을 당하는 마태복음 27장을 찢겠다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릅니다. 또 어떤 이들은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을 예언하시는 마태복음 24장을 찢어버리겠다 하면서 험상궂은 표정을 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열에 한둘, 혹은 둘 셋 정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열에 일곱 여덟은, 아니 십중팔구는 마태복음 1장을 찢어버릴 기세로 달려들지도 모릅니다.

유대인 입장으로 보면, 마태복음 1장은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매우 불건전하고, 불경스러운 이야기입니다. 또한, 율법에 어긋나는 참람한 이야기가 버젓이 나옵니다. 그 이야기는 오늘 본문 18절이 말하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다”(마 1:18)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메시아로 왔다는 자가, 남자를 알지 못하는 동정녀로부터 태어났다는 진술을 그들은 한사코 거부하려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유대인들이 마태복음 1장을 불온문서로 여길 것엔 거기까지 가지도 않습니다. 곧 마태복음 1장 1-17절에 나오는 예수의 족보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본문을 읽기도 전에, 유대인들은 구토 나는 불편한 마음으로 이내 마태복음 1장을 찢어발겨 버리려 했을 것입니다. ‘이것은 불온하다!’ ‘이것은 율법과 전통에 대한 모독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 소리치면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이 보기에 예수님의 족보에는 어떤 문제가 있겠습니까?

●마 1:1 예수 족보의 문제점-1

한 번 더 가정해 보겠습니다. 어떤 유대인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예수의 족보를 처음 읽게 된 것입니다. 저들은 이렇게 읽었을 것입니다. 마태복음 1장 1절입니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 예수가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유대인이라면 호기심을 가졌을 법합니다.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2절로 넘어갑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대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 2절을 읽으면 유대인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이 구절은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는 저들의 신앙고백과도 일치하면서, 적합한 운율까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3-6절입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고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헤스론은 람을 낳고 람은 아미나답을 낳고 아미나답은 나손을 낳고 나손은 살몬을 낳고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고 보아스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 왕을 낳으니라.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유대인의 눈으로 보면, 이 구절들은 매우 낯설고 이상하다 못해, 고약하고도 괴이한 진술입니다. 유대인들은 이 구절들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로, 유대인들은 족보에 여자 이름을 올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네 명의 여자 이름이 족보에 버젓이 올라 있습니다. 즉 ‘다말’ ‘라합’ ‘룻’ 그리고 ‘밧세바’를 의미하는 ‘우리야의 아내’가 족보에 올라 있으니, 이는 저들의 입장에서 듣도 보도 못한 천박한 족보에 다름 아닙니다.

둘째로,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이 야곱을 낳았다”는 것처럼, 유대 사회의 족보는 ‘남자가 낳는 것’으로 묘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족보는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고, 룻에게서 오벳을 낳았다’ 말하는 것처럼 ‘여자에게서 낳았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갈라디아서에서 사도 바울도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갈 4:4)라면서 마태가 소개하는 방식을 따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이것은 유대인들에게 가당치 않은 묘사였습니다. 이런 표현을 읽으면서 유대인들은 씩씩거리며 분을 삼켰을 것입니다.

●마 1:1 예수 족보의 문제점-2

세 번째로, 족보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다는 점입니다. ‘다말’은 누구입니까? 창세기 38장을 보면, 다말은 “몸 파는 여인”으로 가장해서 시아버지 유다와 동침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쌍둥이를 낳았습니다.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불경스러운 사건이 예수님 족보에 올려져 있는데, 더군다나 다말은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라 ‘아람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라합’은 누구입니까? 여호수아서를 보면, 그녀는 가나안 정탐꾼들을 도와서 공을 세운 사람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녀를 “기생 라합”이라 칭합니다.(수 2:1) 백번 양보해서 여자의 이름을 족보에 올린다손 치더라도, ‘하필 기생의 이름을 올릴 건 또 뭐냐!’고 유대인들이 문제 삼을 것입니다. 그리고 라합도 이스라엘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는 ‘가나안 사람’이었습니다.

룻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녀는 남편을 잃고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베들레헴에 들어와 살았던 ‘모압 출신 이방 여인’이었습니다.(룻 4:9-10) 그리고 보니 네 번째 여성인 밧세바도 이방 사람입니다. 그의 남편 ‘우리아’가 히타이트 사람, 곧 ‘헷 족속’인 것처럼 말입니다. 밧세바에 대해서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어떤 사건이 있었습니까? 다윗왕이 남편이 있던 이방 여인 밧세바와 동침해서 낳은 왕이 솔로몬 아니었겠습니까?(삼하 11:3-4)

●수치심의 여인들

정리하자면, 다말은 아람 사람, 라합은 가나안 사람입니다. 룻은 모압 사람, 밧세바는 헷 족속 여인입니다. 네 명의 여인 모두 이방 사람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해서 더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세한 말씀을 드리기에는 시간이 모자라지만, 이들은 모두 자식을 낳음에 있어서 하나같이 사람들이 보기에 “수치스러웠던” 사람들입니다.<레이몬드 브라운 지음, 이옥용 옮김, 『메시아의 탄생』(CLC)>

제가 만약 마태였다면, 이런 여인들의 이름을 굳이 넣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애써 빼내려 했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예수까지 훑어가며 개중에 학벌 좋고, 문벌 좋은 사람들만 골라서, 여자의 이름은 다 빼고 명망가들로만 족보를 작성했을 것입니다. 저에게 하루만 시간을 주시면 지금이라도 당장 마태보다 훨씬 그럴싸한 예수님의 족보를 만들어내겠습니다. 그래야 폼나지 않겠습니까?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는 이처럼 우수한 혈통에서 태어났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마태는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화려한 포장지로 감추지 않습니다. 그는 이방 여인들의 이름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전면에 내세웁니다. 이 여인들이야말로 ‘메시아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중요한 통로’였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혈통 따위에 얽매이지 않으시며, 하나님은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온 인류에게 구원을 주시고 우리 모두를 ‘위대한 상속자’로 삼고자 계획하셨음을 담대히 선포한 것입니다.

●위기에 처한 요셉의 아내 마리아

오늘 본문은 이러한 족보를 배경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신 그 뒷얘기를 들려줍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비록 천사가 나오고는 있지만, 환상적이라든가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아닙니다. 그냥 일종의 사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예수님이 아니라 마리아와 요셉, 아니 그저 요셉이 주인공처럼 보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요셉의 아내 마리아는 족보에 나온 네 명의 여인들과 맥을 같이 합니다. 어떤 점에서 그럴까요? 비록 네 명의 여인들은 이방인이었고 마리아는 유대인이지만, 족보에 나오는 여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마리아도 자식을 낳음에 있어서 ‘수치스럽고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까딱하면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 속에 놓인 마리아를 남편 요셉은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어쩌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요셉의 모습은 앞서 말씀드린 ‘하나님의 위대한 상속자 프로젝트’를 예표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본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약혼했습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약혼했다’는 것은 이미 법적으로 완벽한 부부를 의미합니다.<R.T.프랜스 지음, 권대영,황의무 옮김, 『마태복음』(부흥과개혁사)> 그런데 두 사람이 동거하기도 전에 13살 약혼녀 마리아가 임신한 것입니다. 본문은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다”(1:18)고 말하지만, 성령으로 잉태한다는 게 뭔지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율법의 잣대로 보면 터무니없는 주장일 뿐입니다. ‘약혼했는데 남자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임신했다.’ 이것이 마리아의 현실일 뿐입니다.

신명기 율법은 이런 상태의 여인을 어떻게 판결하겠습니까?(신 22:23-24) 요한복음 8장에 그 판례가 나와 있습니다. 마리아는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요 8:3-5) 처럼 처벌받게 될 상황인 것입니다. 붙잡아다가 돌로 쳐 죽여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것이 율법이 명하는 바를 준행하는 일이며, 그것이 지금껏 실천해 왔던 하나님의 의였던 것입니다.

●요셉이 보여준 두 가지 의로운 모습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예상치 못한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줍니다. 첫째로 그는 강직하면서도 부드럽고, 또한 사려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19절은 말하기를, “요셉은 의로운 사람”(19a)이라 합니다. 요셉은 부인 마리아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는 “그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가만히 끊고자”(19b) 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만히’(la,qra|, secretly)라는 말은 ‘비밀스럽게, 몰래’를 뜻하는 말입니다. 요셉은 이 일이 드러날 경우, 자기 아내 마리아가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뻔히 알았습니다. 요셉은 자기 아내의 치부를 드러내서 그가 수치스럽게 죽임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기 아내를 보호하려 했던 것입니다.

이런 요셉의 모습에서 우리는 왜 마태가 요셉을 “의로운 사람”이라 했는지 수긍이 갑니다. 다시 말하면, 요셉은 인격자요, 배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도 율법을 준수한 경건한 유대인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세상 이치를 무 자르듯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을 요셉은 알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저 “가만히 끊음”으로, 남들에게 말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조용히 마리아의 수치심을 감춰주려 했던 것입니다.

이어지는 20절 이하를 보면 요셉이 보여준 두 번째 모습은 차마 ‘경이롭다’ 하겠습니다. 그는 하늘의 명령에 복종한 사람이었습니다. 요셉이 마리아와의 결혼을 가만히 끝내려 할 때, 하나님의 천사가 급히 그를 찾아가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하지 말라 그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1:20)고 말합니다. 그리고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태어날 아기의 이름까지 알려줍니다. 곧 “이름을 예수라 하라”는 것입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서, 천사는 선지자 이사야의 예언을 꺼내 들고,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며 고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아무리 하나님이 보낸 천사라 하더라도 이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결혼한 아내가 동침하기 전에 임신한 것만으로도 머리가 하얘질 지경인데, 느닷없이 꿈에 나타난 천사가 자세한 설명은 없고, 다짜고짜 그저 ‘네 아내는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니 데려오라!’ 말하고요, 게다가 ‘그 아이는 예수다!’ 언제 지었는지도 모를 이름까지 알려줍니다. 이게 대체 뭔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기도 전에, 천사는 선지자 이사야의 예언을 읊어주며 ‘그 놀라운 탄생에 의문을 달지 말라!’ 못 박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셉은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요셉은 정말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요셉이 보여준 모습을 보니, 마태가 요셉을 왜 ‘의로운 사람’이라 소개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요셉의 의로움은 단순히 좋은 인격을 갖춘 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마리아의 수치를 ‘가만히’ 숨겨주려 한 것은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닙니다. 요셉 스스로 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누군가 ‘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은 이해할 수 없고, 오히려 의문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정녕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가 고하는 것이라면, 요셉이 “분부대로 행했다”(1:24b) 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의 아내를 데려왔다”(1:24c)하는 것처럼, 그리하여 그 아이를 “낳고 이름을 예수라”(25b) 했던 것처럼, 요셉은 하늘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참으로 의로운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위대한 상속자로 살고자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마태복음 1장을 통해서 ‘하나님의 위대한 상속 프로젝트’를 나누었습니다. 그 과정은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통해 본 것처럼,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통해 본 것처럼 녹록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수치심을 감내해야 했던 여인들이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 보았던 것처럼, 인류를 구원하실 예수 그리스도의 모친 마리아조차 그러한 위험 속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수치심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고 감내했던 사람 요셉, 그리고 하늘의 명령 앞에 절대복종했던 사람 요셉으로 인해 하나님의 위대한 상속자 프로젝트는 드디어 완성된 것입니다. 요셉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무엇인지 마리아를 대하고, 천사의 명령에 순종하는 모습으로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서두에 소개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에서 주인공을 끝까지 지켜주고, 이해해주고, 지지해주었던 매형의 이름을 혹시 기억하십니까? 그의 이름은 ‘조’(Joe)였습니다. 이 이름은 ‘요셉’(Joseph)이란 이름을 약식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소설 『위대한 유산』의 ‘조’와 오늘 본문의 ‘요셉’은 둘 다 위대한 상속자를 위해 헌신한 인물로 그려진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처럼 요셉이 보여준 의로운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행하신 위대한 구원 역사의 예표가 됩니다. 요셉은 자기 아내의 수치심을 ‘가만히 끊고자’ 했지만, 예수께서는 우리의 수치심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것으로 떠안아 주시고자 친히 십자가를 지신 것입니다. 우리로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의 부르심과 말씀 앞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자신이 먼저 십자가에서 본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대림절 넷째 주를 맞아 예배하는 오늘, 우리를 위대한 상속자로 삼아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성탄이 이르기 전에, 우리 삶이 오늘 본문의 요셉을 조금이라도 닮아서 “바랄 수 없을 때 바라고, 믿을 수 없을 때 믿음을 굳게 지켜”(롬 4:18) ‘나의 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에 비추어 살아나가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