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자 요한, 광야에 이정표를 짓다”

<마태복음 3장 1-12절>

●망가진 이정표, 사건을 빚다

오늘 우리는 마태복음을 통해서 ‘광야의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었던 세례자 요한에 대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이 장엄한 장면을 읽을 때마다 마음속에 뜨거운 감동이 저절로 스며들게 되는데요, 하지만 이 본문은 본문 자체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본문에서 마태가 증언하는 것처럼, ‘세례자 요한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이 교차 된 사건’은 그저 어느 한 곳에 봉긋 솟아오른 야트막한 산처럼 우리에게 온 게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예언자들로 시작된 거대한 산맥이 비로소 절정을 이루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서 구약성경의 예언들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최고의 신약학자 중에 영국 성공회 출신의 톰 라이트(N.T. Wright)가 있습니다. 그는 최근에 출간한 책 『망가진 이정표』(이지혜 옮김, 비아토르)라는 책에서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구약성경에 나오는 일곱 개의 이정표에 대해 언급합니다. 즉 “정의, 사랑, 영성, 아름다움, 자유, 진리 그리고 권력”입니다. 하나님은 이와 같은 일곱 개의 이정표를 사람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세워놓으셨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여정에 있어서 위험을 피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주셨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이정표를 결국 망가뜨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처럼 망가진 이정표를 완성시키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인 것을 깊은 연구와 통찰로 밝혀주고 있습니다.

보행자나 운전자들이 도로에 세워진 이정표나 신호등을 무시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사고’가 일어납니다. ‘사고’(事故, accident)라는 말은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불행한 일’을 뜻합니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서 흔히 듣는 사고 중에는 ‘교통사고’가 있습니다. 그런데 때에 따라서 ‘사고’는 ‘사건’이 되기도 합니다.

사고와 사건은 어떻게 다른 말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고’가 예상치 못하게 일어난 것이라면, ‘사건’(事件, incident)은 의도적으로 계획해서 일어난 일을 뜻합니다. 그래서 만일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게 만약 누군가 일부러 계획적으로 행한 일이라면 단순 교통사고라 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그 일을 더 이상 사고라 부르지도 않습니다. ‘사건’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한국의 문학평론가인 신형철교수는 사고와 사건을 이렇게 구분합니다. “사고는 ‘처리’하는 것이고 사건은 ‘해석’하는 것이다”<신형철 지음,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한겨레출판사)> 우연히 발생한 사고는 일어난 일을 처리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하지만 그게 사건이라면 문제는 간단치 않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일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 그 사건의 배경부터 조밀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들을 위해서 이정표를 세워놓았지만, 사람들은 그 이정표를 보지 못합니다. 그러자 처음에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심각해진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정표를 분명히 보았고, 인지했습니다. 그러나 이정표를 따르지 않습니다. 무시합니다. 자기는 그 이정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아니, 더 나아가 자기들이 옳고 오히려 이정표가 틀렸다면서 사람들은 이정표를 희롱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이정표를 훼손한 것입니다.

그 결과, ‘자잘한 사고’들은 이내 파렴치한 ‘고의적 사건’으로 변모하고 말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이정표가 엄히 금하고 방지하려고 했던 일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시하고 방관하더니, 이제는 방조하다 못해 오히려 조장하는데 앞장선 것입니다.

이처럼 구약성경에는 망가진 이정표에 관한 비참한 이야기들이 즐비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정표를 망가뜨리고는 저 파멸의 골짜기에 집어 던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정표가 사라진 이스라엘은 이제 심판만 남아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예언자 전통과 말라기

이러한 현실, 즉 하나님의 이정표가 망가진 상태에서 하나님은 그 이정표를 붙들고 서 있을 사람들을 보내셨습니다. 그들은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등과 같은 예언자들입니다. 예언자들은 신호등이 고장 난 사거리 한가운데 서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신호로 차량을 안내하는 교통 경찰관과도 같습니다. 저들은 무법천지였던 이스라엘의 한복판으로 나아가 ‘하나님의 신호를 준수하라!’ ‘하나님의 이정표를 따르라!’ 목청 터져라 외쳤던 것입니다.

이처럼 망가진 이정표를 붙잡고 섰던 예언자 전통은 구약성경 제일 끝에 위치한 ‘말라기’에서 정점에 달합니다. 말라기는 어떤 책입니까? 말라기는 구약성경 제일 마지막에 있고, 이름에 ‘말’ 자와 또 공교롭게도 ‘기’ 자가 들어가 있어서, 종종 ‘마지막에 대한 기록’이라는 오해를 받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말라기](The book of Malachi), 그 이름은 ‘나의 전달자 또는 나의 사자’(使者, my messenger)란 뜻입니다. [말라기]는 저자에 대해 소개하지 않습니다. 이름만 나올 뿐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말라기’라는 이름의 예언자가 쓴 책일 것이라 추측합니다. 다만 말라기 3장 1절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보라 내가 내 사자(‘말라-크, %a'l.m;, my messenger)를 보내리니” 여기서 “내 사자”란 말이 히브리말로 ‘말라-크’(%a'l.m;, my messenger) 곧 ‘말라기’를 뜻합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 책은 ‘말라기’라는 저자가 쓴 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해주는 책’인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책 제목을 ‘말라기’로 지은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천사무엘 외 공저, 『구약성서개론』(대한기독교서회)> 어느 것이 맞는지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이처럼 말라기는 하나님 말씀을 그 백성들에게 완곡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의 말씀을 강하게 ‘선포’합니다. 이미 망가져 버린 하나님의 이정표를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다시금 붙들어 세워놓고자 했던 것입니다.

●의심과 은총의 논쟁

그런데 말라기를 자세히 읽어보면, 하나님 말씀에 반응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이 참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절박한 하나님의 심정에는 아랑곳없이, 저들은 주의 말씀을 끝없는 회의와 의심의 눈초리로만 바라봅니다. 그래서 미국의 폴 트립(Paul Tripp)이라는 학자는 이런 말라기의 내용을 일컬어 “의심과 은총의 논쟁”(Dispute between Doubt and Grace)이라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Malachi”, paultripp.com> 곧 무한한 은총을 베푸시는 하나님 앞에 저들은 의심으로 반응했다는 것입니다.

말라기를 보면, 하나님이 한 말씀하시면, 저들은 꼬박꼬박 말대꾸하거나 따져 되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도로에 이정표를 세워놓았더니, 거기에 시커먼 라카 칠을 해놓고는 자기가 안 그런 척 나 몰라라 하는 격입니다. 그중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추수감사절 새벽기도회 때도 말씀드렸지만, 첫째로 말라기 1장 2절에서 하나님은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노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사랑’이라는 이정표를 저들 앞에 세워놓습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그 이정표에 적혀진 ‘사랑’이란 글자를 라카로 검게 지워버립니다. 그러고는 반색하면서 대답하기를, “주께서 어떻게 우리를 사랑하셨나이까?” 합니다. 곧 자기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억이 안 난다면서 속된말로 배 째라는 식입니다.

둘째로, 말라기 1장 6절을 보면, 하나님은 “내 이름을 멸시하는 제사장들아! 나를 공경함이 어디 있느냐? 나를 두려워함이 어디 있느냐?” 하시며 제사장들을 꾸짖으십니다. 하나님은 그들을 향해 ‘경고’라는 이정표를 다시금 세우신 것입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다시 한번 그 이정표를 부정하고 훼손하고 저항하면서 말하기를, “우리가 어떻게 주의 이름을 멸시하였나이까?” 하는 것입니다. 있다면 증거를 대보라는 것입니다.

증거가 없긴 왜 없겠습니다. 증거가 산을 이루고 바다를 이룰 지경입니다. 레위기 율법은 명하기를, 하나님께 제물을 바치려거든 ‘흠 없는 것’으로 성별 해서 바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말라기는 고발하기를, 그들은 자기를 위해서는 최상급 제물을 가져다 먹으면서도, 하나님께 드릴 제물은 그중에서 볼품없고, 병든 제물을 바쳤던 것입니다(말 1:7-8). 그래 놓고서 한다는 소리가, “우리가 어떻게 주의 이름을 멸시하였나이까?” 했던 것입니다.

말라기 1장부터 4장까지, 길지도 않은 책이지만 장을 넘길수록 이스라엘 백성들의 답답함과 그 뻔뻔함은 극에 달합니다. 하나님이 말씀으로 이정표를 세우면, 백성들은 곧바로 쫓아다니면서 그 이정표를 훼손하기만 합니다. 이제 저 패역무도한 백성들을 위해 하나님이 하실 일이 더 이상 없어 보이기만 합니다.

●내 사자를 보내리라

그러나 바로 그런 때에라도 하나님은 은총을 거두지 않으십니다. 말라기는 예언하기를,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하나님은 백성들의 마음을 돌이키고자 ‘엘리야’를 먼저 보내시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말 4:5-6) 다시 기회를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리고 말라기 3장 1-2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보내리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준비할 것이니라. … 그가 임하시는 날을 누가 당하며 그가 나타나는 때에 누가 능히 서리요 그는 금을 연단하는 자의 불과, 표백하는 자의 잿물과 같을 것이라.”

그렇습니다. 이처럼 금을 연단하는 자의 불과 표백하는 자의 잿물로 저 크고 두려운 날이 임하기 전에, 하나님은 ‘내 사자’ 곧 엘리야를 보내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러나 이러한 말라기의 예언은 이후 400년간 침묵으로 잠듭니다. 말라기 이후 이스라엘은 급변하는 국제정세로 인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잠시 잠깐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긴 했지만 이내 사그라집니다.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는 물론이고 저들의 모국어인 ‘히브리어’도 사멸해버립니다. 이제는 어딜 가나 ‘헬라어’로 말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점입가경으로 이스라엘의 운명은 천하를 쥐락펴락하는 로마 제국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서, 백성들은 이정표 하나 없는 곳에서 방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 광야에 이정표를 짓다

그런데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400년 전 약속하신 그 일을 이루실 때가 된 것입니다. 약속하신 ‘하나님의 사자’가 오늘 본문 마태복음 3장에 나타난 것입니다. 모두가 숨죽여 기다리던 순간, ‘세례자 요한’은 등장합니다. 그리하여 마태복음 3장 3절은 이사야 선지자의 입을 빌려서 세례자 요한에게 주어진 책무를 각인시켜줍니다. 곧 “광야의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가 오실 길을 곧게 하라”(사 40:3)

세례자 요한이 유대 광야로 나가던 날 예언자들의 거대한 산맥은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분명히 알았습니다. 오랫동안 침묵하신 하나님이 이제 자신의 입을 통해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으려 하신 것을 요한은 선명히 알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세례자 요한은 그동안 망가진 채로 저 파멸의 골짜기에 처박혀 있던 하나님 구원의 이정표를 힘겹게 꺼내 들고 저 광막한 광야에 서서 외쳤던 것입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 3:2)

오늘 본문은 그러한 세례자 요한의 사역을 극적으로 묘사합니다. 마태복음은 그가 어디에 있었는지(마 3:3), 그는 무엇을 먹었고, 무엇을 입고 살았는지(마 3:4) 여과 없이 말해줍니다. 또한, 그가 베풀었던 요단강 세례와 그 깊은 의미를,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는지도 전해줍니다(마 3:5-6, 11). 실로 장엄한 하나님 구원의 서사시가 세례자 요한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마태는 이러한 구원 역사를 방해하려고 모여든 사람들도 잊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 7절이 말하듯이, 그들은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었습니다(마 3:7). 세례자 요한이 엄히 꾸짖으며 말했던 바, 저들은 스스로 아브라함의 자손인 것을 내세우면서도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전혀 맺지 못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마 3:8-9). 광야에 나뒹구는 돌 하나만도 못한 존재이면서도, 자기를 높이고 타인을 깔아뭉개던 거만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거룩한 하나님의 이정표를 흉물스러운 자기-의self-righteousness로 가려버린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심판의 도끼와 타작마당을 자초한 사람들이 그들이었던 것입니다(마 3:9-10, 12).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희생]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망가진 하나님의 이정표를 꼭 붙잡아 안았습니다. 뜨거운 뙤약볕이 그의 얼굴을 내리찍어도, 찬바람이 낙타 털옷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대도, 세례자 요한은 손과 팔에서 힘을 풀지 않습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내린 땀과 눈물은 하나님의 이정표를 더욱 꼿꼿이 서 있게 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오실 그분을 가리키는 작은 이정표가 된 것입니다. 그의 삶은 오실 그분을 몹시도 닮았습니다. 그것은 ‘희생’이었습니다.

작은 이정표가 된 세례자 요한은 이제 그가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 분명히 말합니다. “나는 물로 세례를 베풀거니와 내 뒤에 오시는 이는 나보다 능력이 많으시니, 나는 그의 신을 들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마 3:11) 요한은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말씀을 준비하며 세례자 요한을 두고 묵상하다가 저는 영화 한 편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의 [희생](The Sacrifice, 1986)이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이제 하루만 지나면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서 세상이 멸망당할 것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런 상황을 설정하면서, 이 영화의 감독은 영화 속에서 어떤 이야기 하나를 들려줍니다.

“아주 먼 옛날 한 수도원에 늙은 수도사가 살고 있었단다. 그는 죽은 나무 한 그루를 산에 심었지. 그리고 제자에게 말했어. ‘나무가 다시 살아날 때까지 매일 물을 주도록 해라’ 제자는 매일 아침 물통에 물을 담아 그 죽은 나무에 물을 주고는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오곤 했단다. 그렇게 3년 동안 물을 주다가, 어느 날 나무에 온통 꽃이 만발한 것을 발견했지. 만약 누군가 마치 어떤 의식을 행하는 것처럼, 매일 정확히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러면 세상은 변하게 될 거야.”

이 영화를 만든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은 그 어떤 절망스러운 상황일지라도, 자신을 완벽히 내어주는 사랑과 희생이 있다면 여전히 희망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합니다.<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지음, 라승도 옮김, 『시간의 각인』(곰출판)>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이와 같은 모습을 오늘 본문에서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통해 보았습니다. 그의 삶은 주님을 닮아 희생으로 녹아 있었습니다. 누군들 황량한 광야에서 살고 싶었겠습니까? 그러나 요한은 마치 죽은 나무에서 끝내 꽃을 피운 수도사처럼, 묵묵히 희생의 삶을 살아냄으로, 끝내 예수의 구원을 가리키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된 것입니다.

오늘 대림절 둘째 주를 맞아 우리 모두는 주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도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저들이 구원의 이정표를 찾고자 할 때, 우리가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도 마치 어떤 의식을 행하는 것처럼, 매일 정확한 시간에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거나, 비록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말 없는 선한 행실로 살 수 있다면, 세상은 우리를 통해 그리스도를 보게 될 줄로 믿습니다. 이처럼 그리스도를 닮은 여러분의 사랑과 희생이 대림절을 밝히는 보랏빛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여러분 각자와, 여러분 가정과, 그리고 우리 교회가 주님의 구원을 향한 또 하나의 이정표로 거듭날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