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못난 자아가 맘을 곤고케 하나이다”

<누가복음 10장25-37절>

1.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복음성가 중에 이런 노래들이 있습니다. “가서 제자 삼으라,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오 신실하신 주, 일어나 걸으라” 이 노래들은 모두 한 사람이 작곡한 노래인데 작곡가 최용덕씨입니다. 최용덕씨는 지금 충청북도 보은에서 [갈릴리마을]이라는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살고 계십니다. 방금 소개한 노래들은 한국교회 성도들이라면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들인데요, 사실 최용덕씨가 작곡한 노래 중에 이 노래들보다 더 유명한 곡이 있습니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입니다.

최용덕씨가 매달 펴내고 있는 소식지가 있는데 이름이 [해와달]입니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이 노래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그만큼 작곡자가 이 노래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설교를 시작하면서 이 노래의 가사 1절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살 수 없을까 욕심도 없이 어둔 세상 비추어

온전히 남을 위해 살 듯이 나의 일생에 꿈이 있다면 이 땅에 빛과 소금되어

가난한 영혼 지친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고픈데 나의 욕심이 나의 못난 자아가

언제나 커다란 짐 되어 나를 짓눌러 맘을 곤고케하니 예수여 나를 도와주소서”

이 노래는 바울이 빌립보서에서 말한 ‘하늘에 소망을 두고 사는 그리스도인’(3:20), 또한 베드로전서가 말하는 ‘세상에 흩어진 나그네로 사는 그리스도인’(1:1)이 세상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아름답게 표현한 한편의 신앙시입니다. 언제 읽어도 우리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드는 그런 가사인 것 같습니다.

작곡자는 저 하늘의 해와 달이 세상을 비추면서 남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자기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고자 하지만 문제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곧 자신의 욕심과 못난 자아를 찾아낸 것입니다. 그래서 최용덕씨는 고백하기를, 못난 자아가 마치 커다란 짐짝처럼 자신을 짓누르고 있어서, 언제나 주님 뜻은 외면하고 자신의 뜻만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곤고해진다’는 고백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하릴없이 마지막 구절에서 기도하기를, “예수여 나를 도와주소서!”라고 탄식합니다.

2. 원치 않는 나: 바울의 위대한 고백

그런데 이러한 고백을 우리는 로마서 7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듣게 됩니다. 로마서 7장 15절에서 바울은 “내가 원하는 것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미워하는 것을 행함이라.”(롬 7:15)고 말합니다. 또한 7장 22-23절에서는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죄의 법 아래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롬 7:22-23)라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끝내 바울도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구해내랴!”(롬 7:24) 탄식하면서 예수의 구원을 간절히 갈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도 바울의 말인즉슨, 그는 하나님의 법을 입으로만 즐거워했지 삶으로 옮기는 데에는 철저히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법으로부터 멀어지고 오히려 죄의 법에 점점 물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직시하면서 신음하고, 그 신음소리를 가감없이 로마서를 통해서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로마서 7장은 ‘참된 자아 성찰’Self-Reflection이 무엇인지, 그 진가를 보여줍니다. 바울은 자신의 내면을 숨기려 하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안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에는 질끈 눈을 감고 외면합니다. 드러내고 싶은 것만 드러내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은 철저히 숨기려 합니다. 하지만 바울은 오히려 자기 안의 추악한 모습을 끝까지 ‘추적하고—찾아내서—건져 올립니다’. 자신의 문제로 인해 남을 탓하거나, 혹은 조건이나 환경의 문제로 돌리지도 않습니다. 그저 하나님 앞에서 놀랍도록 정직하게 회개할 뿐입니다.

사도 바울은 여러 가지 면으로 훌륭한 주님의 사도였지만, 그가 정말 위대한 사도였던 것은, 이처럼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회개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이것은 신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일에서 참된 신앙이 시작되고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들여다볼 수 없는 사람은 하나님 앞과 사람 앞에서 정직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에는 나태하고 게으르면서, 다른 사람의 허물은 부지런히 찾습니다. 자신의 잘못에는 이유를 만들고 핑계를 만들어 정당화시키지만, 타인의 잘못은 침소봉대하기를 좋아합니다. 그것이 죄악된 인간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울은 자신의 못난 자아를 똑바로 직시하고 인정했던 용기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감 없이 고백하는 겸손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이 노래가 오랫동안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우리 안의 못난 자아를 정확히 꼬집어 주면서 우리로 하여 ‘정직한 영혼이 되라!’ 주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수여 나를 도와주소서”라는 기도를 통해서 ‘주님 앞에 겸손히 나오라!’ 초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말씀을 나눈 뒤에 이 찬양을 함께 부를 것인데요, 말씀을 통해서, 그리고 찬양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정직한 영혼으로 주님 앞에 겸손히 나아갈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3. 예수를 향한 두 개의 다른 사랑: 마르다와 마리아

오늘 본문은 지난주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곧바로 이어지는 말씀입니다. 예수께서는 율법교사와의 그 씁쓸한 대화를 뒤로하고 제자들과 함께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본문에 보면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어느 마을에 들어가셨다고 하는데, 그 마을에는 우리가 잘 아는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나사로의 누이들이었고, 누가복음은 이들이 어디 사는지 알려주지 않지만, 요한복음은 이들이 베다니Bethany 마을에 살고 있다고 알려줍니다(요 11:1). 예수께서 죽은 나사로를 살려주신 바로 그 마을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예수께서 이 집을 찾아가신 것이 ‘나사로의 소생 사건’ 이전에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이후에 있었던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마르다와 마리아, 두 사람 모두 예수님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어떤 큰 은혜를 입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첫째로, 오늘 본문 39절이 말하는 것처럼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서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예수의 발치에 앉았다’는 말은 ‘절대 복종’을 의미합니다. 거라사 지방의 귀신들린 사람이 귀신이 나갔을 때 제일 먼저 보였던 모습이 ‘예수의 발치에 앉은’(눅 8:35) 모습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요한복음 12장에 따르면 마리아는 “값비싼 향유를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닦은 사람”(요 12:3)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길을 다니시느라 더러워진 예수님의 발을 전혀 개의치 않는 마리아의 모습은 겸손하고도 갸륵해 보이기만 합니다.

마리아에 대해서 성경이 충분히 말해주고 있지 않아서, 우리가 그녀의 속사정을 다 헤아려 알 수는 없지만, 어찌하였건 그녀는 다른 무엇보다 주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는 ‘복종’과, 값비싼 향유를 바치는 ‘헌신’과, 그리고 주님의 발을 닦는 ‘겸손’의 모습을 두루 갖춘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둘째로 언니 마르다는 어떻습니까? 그녀는 오늘 본문에서도 그렇고, 요한복음에서도 그렇고 ‘일하는 여인’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본문에서 마리아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 때, 언니 마르다는 예수님과 제자 일행을 위해 바삐 음식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요한복음에서 마리아가 값비싼 향유로 주님의 발을 닦을 때도, 마르다는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마리아도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마르다의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어찌하였건 그녀는 아주 열심히, 그리고 아주 바쁘게 주님을 대접하면서 주님을 사랑한 여인이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4. 예수를 돌본 마르다. 엘리사를 돌본 수넴여인

다시 오늘 본문 말씀을 주의해서 읽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본문 38절을 보면 마르다가 예수님 일행을 초대해서 집으로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인’은 마르다이고, 예수님과 그 일행은 ‘손님’이 됩니다. 미국의 애즈베리 신학교에서 기독교 사회윤리를 가르치는 크리스틴 폴Christine Pohl교수는 말하기를, “고대 사회에서 기꺼이 누군가의 손님이 되고자 하는 것은 그를 존중하는 태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크리스틴 폴 지음, 박세혁 옮김, [약한자의 친구](복있는사람)> 예수께서 죄인들의 집에 찾아가서 먹고 마신 것이 바로 이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예수께서 마르다의 집에 가신 것은, 마르다를 주인으로 세워주시고, 자신은 손님이 되어서 그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마르다는 분명 그 집의 주인입니다. 집주인으로서 그토록 사랑하던 예수께서 손님으로 집에 오셨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이었겠습니까? 그래서 그는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그 집의 주인으로서 곧 ‘주인의식’을 가지고, 예수께서 자신의 집에 오신 그 기쁨을 ‘열심히 대접하는 것’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여행으로 지친 예수 일행을 돌봐 줄 기회가 생긴 것이니 이 얼마나 기쁘고도 좋은 일이었겠습니까? 집주인 마르다가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을 ‘돌봐주게’(caring) 된 것입니다.

구약 성경 열왕기하 4장에 보면, 이처럼 ‘돌봄’에 있어서 모델이 될만한 여인이 나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수넴 여인’입니다(왕하 4:8-10). 그녀는 ‘환대’가 무엇인지, ‘돌봄’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엘리사가 그 마을에 올 때마다 음식을 대접합니다.(왕하 4:8) 또한 남편에게 말해서 엘리사가 그 마을에 자주 오니 그가 머물 수 있도록 방을 하나 마련해주자고 제안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말하기를, “우리가 그를 위하여 작은 방을 담 위에 만들고 침상과 의자와 촛대를 두사이다. 그가 우리에게 이르면 거기에 머물리이다.”(왕하 4:10)라고 합니다. 참으로 푸근하고 정갈한 여인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수넴여인이 엘리사를 위해 마련한 거처는 어떠했습니까? 성경은 말하기를 그가 마련해 준 거처가 ‘작은 방’이었다고 합니다. 그 방 안에 차려진 것이라고는 ‘침대와 의자와 촛대’ 뿐이었습니다. 얼핏 생각해도 어느 수도원에 있을 법한 소박한 방을 연상시키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5성급 호텔이 연상되지는 않습니다. 수넴여인은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엘리사를 환대했고 돌봐준 것입니다.

5. 붕괴된 ‘주인-손님’의 관계: Don’t you care?

그런데 오늘 본문 40절은 말하기를, “마르다가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했다”고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는 모르지만, 누구도 그녀에게 그렇게 하라 시키지 않았습니다. 마르다는 자기가 벌려 놓은 일에, 자기 만든 방식에 갇혀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말하기를 마르다는 ‘마음이 분주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분주하다’는 말은 성경 원어로 보면 ‘주의가 산만해졌다’(perispa,omai, distracted)는 뜻입니다.

어떻게 산만해졌던 것일까요? 처음에 집주인이었던 마르다는 자기 집에 예수님이 오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그래서 여행으로 지친 예수 일행을 돌봐주기 위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기꺼이 음식을 준비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것은 ‘주인 의식’입니다. 그런데 일하던 도중에 어느샌가 ‘예수님’이 아니라 ‘자기가 벌려놓은 일’에 더 많이 관심이 갑니다. 처음 예수님이 문을 열고 집에 들어왔을 때는 기쁨으로 감격스러웠지만, 이제 마르다는 예수님을 쳐다볼 겨를도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향한 관심이 산만해지면서’ 기쁨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르다는 ‘자기연민’(Self-Compassion)에 빠져 버렸습니다. ‘나는 이렇게 일하고 있는데, 마리아는 일도 안 하면서 예수님 말씀을 듣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아니 사실 그녀에게 거슬렸던 것은 그런 마리아가 아니라, 마리아에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목소리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마르다는 그런 마리아를 가만히 두는 예수님이 더 미워 보였을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마르다의 자기연민이 시작된 것입니다.

유진 피터슨Eugine Peterson 목사님은 자기 연민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 연민은 엄청나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연민은 남을 탓한다. 자기 연민은 과거를 회상하는 데 몰두한다. 자기 연민은 병적으로 내면을 살핀다.”<유진 피터슨 지음, 김순현 옮김, [너희 보물이 있는 곳에](포이에마)> 지금 안절부절 못하면서 분통 터져있는 마르다의 모습에 적합한 지적입니다.

그 결과 기쁨으로 시작된 환대와 돌봄은 이제 ‘짜증’이 되고, ‘불평과 불만’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급기야 마르다는 이 모든 분위기를 다 망쳐버리는 말을 내뱉게 됩니다. 40절에서 마르다는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 주라 하소서.”(Lord, don’t you care that my sister has left me to do the work by myself? Tell her to help me.)라고 말합니다. 우리 말로 이렇게 다소 점잖게 번역을 했지만, 성경 원어로 보면 이 말은 이렇게 도발적으로 시작합니다. ‘주님, 안 돌볼 겁니까?’ ‘주님, 나 몰라라 하깁니까?’(Lord, don’t you care~)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이 집의 주인은 마르다이고, 예수님은 손님입니다. 주인이 손님을 돌보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처음엔 그랬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인 마르다는 기쁜 마음으로 손님 예수 일행을 돌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주인 마르다는, 손님이신 예수께 ‘왜 안 돌보느냐?’ “왜 나 몰라라 하느냐?”고 소리치며 따지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예수님을 다그치며 명령까지 합니다. 성경원어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당장 말하라! 마리아에게 나를 도우라고!”

6. 주인의식이 주인노릇이 될 때: 못난 자아의 출현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마르다는 이 아름다운 환대 이야기를 스스로 망치고 있습니다. 처음엔 온통 주님이 관심이었으나, 점차 주님은 없고 ‘자기연민’에 빠져 버립니다. 그리고 남을 탓하기 시작하면서 그녀 안에 있던 ‘못난 자아’가 일어섭니다. 처음엔 기쁨으로, 자발적으로, 스스로 벌인 환대였지만, 못난 자아는 그 일을 억지로 하는 일, 짜증스러운 일, 불평스러운 일로 뒤바꿉니다. 처음엔 ‘주인 의식’으로 손님을 돌봤지만, 못난 자아는 이제 손님 앞에서 ‘주인 노릇’을 하라고 부추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손님 예수를 탓하고 공격적인 태도로 돌변한 것입니다. 급기야 마르다는 예수께 명령을 하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마르다는 악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사람입니다. 다만 마르다는 자기가 만든 틀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 틀 안에 자기도 갇혔지만 예수님도 가두려 했던 것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마르다의 못난 자아’가 불쑥 튀어나온 것입니다. 주님을 섬기려고 했던 것이, 결국 주님을 섬기기는커녕, 자기도 모르게 주님을 거역하는 우를 범하고 만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 안에서 이런 못난 자아가 일어설 때는 언제입니까? 여러분 직장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우리의 기쁨을 빼앗아가는 못난 자아는 언제 일어나곤 했습니까? 우리가 빛과 소금으로 살지 못하는 원인는 밖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안에 있는 못난 자아 때문입니다. 그 못난 자아가 언제나 우리를 조종하고, 우리의 마음을 곤고케 하며, 우리의 기쁨을 앗아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못난 자아에게 휘둘리던 마르다에게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눅 10:41-42)

이 말씀이 오늘 예배하는 여러분들을 향한 말씀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주님의 말씀에서 은혜가 흐르고, 기쁨이 샘 솟으며, 환대도 돌봄도 오직 주님의 말씀에서부터 시작되고 완성되는 줄로 믿습니다. 다 포기하더라도, 다 빼앗기더라도, 주의 말씀을 가까이서 경청하는 것만큼은 게을리하지 않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