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품속에 계셨던 외아들”

<1월3일 신년예배 주일 설교, 요한복음 1:9-18>

* 설교에 들어가며

할렐루야! 2021년 신년 예배에 나오신 여러분들 모두를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예배당에서 예배하는 ‘소망지역’ 성도님들과, 온라인으로 예배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새해에 허락하신 주의 은총이 삶 속에 가득하기를 축복합니다.

우리가 바라기로는 정부의 방역 지침이 오늘 이후로 하향조정 되기를 기다렸는데요, 안타깝게도 내일부터 다시 2주 동안 전국적으로 ‘5인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시행된다고 합니다. 많이 불편하실 것이고, 답답하기도 하실 텐데요, 현재 계속해서 바이러스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를 보면서, 우리가 불편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방역복을 입고 위험 속에서 근무하고 있는 분들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조금만 더 힘을 내시기를 바랍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믿음의 사람들이 한 번 더 배려하고, 먼저 본을 보이는 모습이 필요할 줄로 압니다. 이를 위해서 계속 기도하시고요, 이런 기다림을 통해서 우리 믿음이 더욱 공고해 지시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 지금처럼 송년과 신년이 교차하는 때에는,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이 때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프로그램 편성을 하게 됩니다. 지는 해를 보내고, 오는 해를 맞이하는 의미를 담은 곡으로 어떤 곡을 송출하면 좋을지, 아마도 담당 피디들은 많이 고심할 것 같습니다. 저도 목양실에 있을 때면, 93.1 KBS classic FM을 즐겨 듣곤 하는데요, 여러분 혹시, 작년 12월31일과 올해 1월1일 사이에, 이틀 동안 가장 많이 흘러나왔던 클래식 음악이 어떤 건지 아십니까?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이었습니다. 물론 작년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어서, 일년 내내 베토벤의 음악이 클래식 FM에서 흘러나오곤 했지만, 우리가 오늘 부른 찬송가 64장 “기뻐하며 경배하세 영광의 주 하나님”, 이 곡의 원곡인 베토벤의 9번 교향곡만큼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음악도 드물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베토벤 9번 교향곡은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을 때에 작곡된 곡이었습니다. 왕성한 작곡 생활을 하던 중 11년 동안이나 방황하며 멈추었다가, 드디어 꺼내 놓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었습니다. 이처럼, 지난 일 년 동안, 마치 귀가 닫힌 것처럼 답답한 상황으로 보냈셨을 텐데요, 잘 이겨내시고, 오늘 신년예배를 함께 하는 여러분들은 환희의 찬가를 부를 자격이 됩니다. 2021년 신년예배에 임하실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이 우리 마음 밭에 촉촉이 내려앉아서, 우리가 부를 찬가로 하루하루 힘차게 걸어 나가는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을 드립니다.

* 설 교

시적 언어의 특별한 능력

여러분, 성경은 창세기로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제각각 다른 시대에, 다른 상황에 처해 있던 하나님의 백성들이,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전혀 다른 언어로 어떻게 하나님을 만났고, 어떻게 구원을 경험했는지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즉 우리에게 자신들이 만난 하나님을 전해주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세세한 설명을 들려줌으로서 우리가 조금 더 자세하게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아무리 성경을 들여다봐도, 이게 무슨 말인지, 이게 어떤 상황에서 하는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할 때도 참 많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사실 성경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이 참 많이 열거되어 있지요? 우리가 어디 홍해를 갈라 건널 일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물고기 뱃속에 들어갔다 나올 일은 더더욱 없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성경을 읽을 때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을 잠시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내려놓고, 성경 속으로 풍덩 뛰어 들어서 성경 속의 인물이 되어 보고요, “①내가 그 등장인물이라면 어땠을까, ②내가 광야를 실제로 걷고 있던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③내가 예수님의 말씀을 바로 옆에서 들었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읽는 노력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많은 성서학자들은 성경을 읽을 때 ‘시인의 언어’로 읽으라고 조언을 해줍니다. 심지어 어떤 신학자는 시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경도 이해할 수 없다고까지 단언해서 말하는 것도 들어봤습니다. 여러분, 그렇게까지, 단정 지을 필요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시적인 언어’로 성경을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유익하고요, 또 상당히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금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인 C.S. 루이스가 이 “시적인 언어”가 가지고 있는 아주 특별한 능력에 대해 말한 것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C.S. 루이스는 말하기를, “시적언어는 우리가 못해본 경험, 그리고 어쩌면 결코 해볼 수 없는 경험을 우리에게 전해 준다.”고 합니다.

2. 요한복음 1장, 한편의 시

오늘 우리는 요한복음 1장9-18절까지를 읽었는데요, 요한복음 1장은요, 사실 이해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한 단어 한 단어, 아주 정교한 해석이 필요하면서도, 어떨 때는 단어 하나하나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통째로 이해해야 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C.S. 루이스의 말이 적어도 요한복음 1장에는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이유는 요한복음 1장이 마치 한편의 ‘시’와 같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은요, 예수님이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셨는지 소상히 알려주는 마태복음이나 누가복음과는 달리,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대신에, 예수님은 본질상 어떤 분이신지, 그분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로 오셨고,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관심으로 예수님에 대해 증언해주기 때문에, 긴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 예수님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보십시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간단하고도, 명확한 말씀이지요? 그런데, 어렵습니다. 어려워도 너무 어려운 말씀입니다. 이해가 될 것도 같지만, 뭔가 알 수 없는 영역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사실, 2,000년 전 이스라엘 땅에 사셨던 예수님께서 태초로부터 계셨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다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은 신비의 영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의 사원에서 얼마간 온축되고 숙성된 ‘시어’가 아니고서는, 태초로부터 계신 예수님의 기원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설명하기란 쉽지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영어성경 중에는요, 요한복음 1장을 우리말 성경처럼 이야기로 배열하지 않고요, 시처럼 연과 행을 나누어 세로로 길게 배열을 해 놓는 성경들이 많이 있습니다.

3.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

자, 그럼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말씀을 읽으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습니까? 오늘 본문의 말씀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가며 이해하는 것은, 다음 기회에 성경공부를 통해서 진행하면 좋겠고요, 전체적으로 이 말씀을 통해, 신년예배를 드리는 우리가 받을 은혜는 무엇인가요?

다른 많은 은혜가 있겠지만, 저는 오늘 설교 제목을 중심으로 여러분들과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설교 제목이 무엇이지요? “그 품속에 계셨던 외아들”입니다.

오늘 말씀은 우리 주님이 빛으로 오셨는데, 세상이 그 빛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고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 12절 말씀을 암송하기도 하실 것입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말씀을 많이 듣기도 했고, 암송도 하고 그래서, 이 말씀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익숙하시겠지만, 사실 여러분 복음서에는요,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표현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복음서들은 오직 예수님에게만 초점을 맞추어서, 예수님이 “Son of God”,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알려줄 뿐이지, 그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까지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복음서의 관심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가르쳐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렇습니다. 사도 바울이었습니다. 로마서 8장에서 말하듯이,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들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다” 하면서, 이어서, 우리는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 부르는 “하나님의 자녀”라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요한복음은 사도 바울과는 별도로, 우리의 정체성을 알려줍니다. 곧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친밀한 관계를 설정하고 있지요? 그러면,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가 되시면, 그럼 우리가 예수님과 같은 급인가? 하고 혹시 묻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요한복음은 친절하게도 우리는 자녀가 되지만, 예수님은 하나님의 Begotten Son, 곧 “독생자”라고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바울은 거기서 더 나아가 우리는 “양자로 입양된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고요. 그러므로 우리들은 그 독생자의 “영광과, 은혜와, 진리로”로 사는 존재들이라고 14절에서 더불어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4. 아버지 품속에 있는 독생자 : 하나님의 심장박동소리를 듣다

자, 그럼 여러분 오늘 말씀 마지막 절 18절을 주목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씀합니다.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타내셨느니라”고 합니다. 뜻인즉슨, 창세 이래로 하나님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그 아버지의 품속에 있던 ‘외아들’이 그 ‘하나님 아버지’를 보여주었다는 말입니다. 여러분, 하나님 아버지와 그의 독생하신 예수님의 관계를 이처럼 친밀하게 묘사해주는 성경 말씀이 또 있을까요? 감히 말씀드리건대,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 품에 안겨 “하나님의 심장박동소리”를 들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비를 이해하고자 할 때에도,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오늘 말씀이 그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본문이 됩니다. 감히 누가 하나님의 심장박동소리를 듣겠습니까?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 외에 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처럼 아버지의 품에 안겨, 하나님의 심장박동소리를 들으신 예수께서 이루신 사역은 무엇이었습니까?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서 남아계셨던가요? 하늘의 영광 속에 그대로 머무셨던가요? 아닙니다. 그 예수께서는 육신의 몸을 입어서 우리에게로 오셨습니다. ‘아니 오셔도 될 이 땅’에 ‘아니 입어도 될 육신의 몸’을 입으셨고, 끝내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심장박동소리를 들으신 예수께서는, 그 심장박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디를 향하는지, 너무나도 잘 아셨던 것입니다. 그 심장박동소리의 리듬은 ‘사랑-사랑’으로 뛰었으며, 그리하여 예수께서는 그 사랑의 리듬을 타고 이 땅에 성육신하신 것입니다. 하나님 심장박동소리를 들은 자의 사명이었던 것입니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숨조차 쉴 수 없었던 예수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스티븐 패터슨Stephen J. Patterson이라는 신학자는 말하기를, “예수님의 삶은 순교자적 삶의 원형이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되는데, 그렇게 함으로서, 스스로 순교적 죽음을 맞이하셨다는 설명이지요. 하나님의 심장박동소리에 귀를 대고 들으신 독생자의 삶은 그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5. 예수님의 사랑하는 제자

그런데 여러분, 요한복음은 하나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만 이처럼 친밀한 관계로 묘사하는 게 아닙니다. 요한복음 13장 23절에 보면,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배신하여 팔려고 했던 그날 밤에, “예수님의 제자 중 하나 곧 그가 사랑하시는 제자가 ‘예수의 품에 의지하여’ 누웠는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말 번역이 ‘의지하여 누웠다’고 하지만, 희랍어 원문을 보니 똑같은 말입니다. 곧, 마치 하나님 아버지의 품에, 독생자 예수님이 안기셔서, 하나님 아버지의 심장박동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예수님 품에서, 그가 사랑하는 제자는 예수님의 심장박동소리를 듣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여러분, 여기서 “예수님의 사랑하는 제자”가 누군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요한복음은 그 사람이 누군지 이름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요한복음 19장에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실 때, 가쁜 호흡을 몰아쉬시면서 자신의 모친 마리아를 이제부터 너의 어머니로 모셔달라며 부탁했던 그 제자가 바로 “사랑하는 제자”였고요, 20장에서는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시몬 베드로와 함께 황급히 무덤으로 달려간 제자 또한 이름 없이 “사랑하는 제자”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가 누군지 모릅니다.

6. 켈트 기독교인들

그런데, 여러분, 기독교역사 속에서 기독교를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문화에 접목시켜서 아주 독특하고도 고유한 그들만의 기독교로 발전시킨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날 영국 북쪽에 있는 아일랜드에 살았던 사람들인데요, 그들을 일컬어, “켈트 기독교인”이라고 부릅니다. 좀 낯설지요?

문학가, 오스카 와일드, 제임스 조이스, 코난 도일, 예이츠, 조지 버나드 쇼, 등이 바로 이곳 아일랜드 출신이고요, 앞서 제가 소개하며 인용한 금세기 최고의 기독교 지성이라 할 수 있는 C.S. 루이스가 바로 켈트 기독교의 후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6세기에 살았던 켈트 기독교인들은요, “예수님이 사랑하는 제자”는 바로 “사도 요한”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심장박동소리를 들었던 사도 요한의 영성을 아주 고도로 발달시킨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1세기부터 3세기까지 초대교회는 ‘순교의 시대’였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것은 금지되었고, 예수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피를 흘려 죽임을 당해야 했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이를 일컬어 ‘적색순교’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6세기에 살고 있던 켈트 기독교인들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자신들은 이제 더 이상 그 적색순교에 동참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이미 기독교가 공인된 종교가 되어서, 오히려 기독교를 안 믿으면 문제가 되는 시대였던 것이지, 기독교를 믿는다고 핍박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비록 자신들이 적색순교에 동참할 수는 없어도, 그리스도의 심장박동소리를 들은 사도 요한의 후예로서, 순교자적 삶을 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예수님의 심장박동소리가 향하는 곳으로 가고자 했고, 그 심장박동소리로만 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좁은 아일랜드 땅을 떠나, 어디든 하나님이 가라 하신 곳에서 순명을 다 바쳐 복음을 전하면서 살겠노라고 다짐하며 기도했던 사람들입니다.

7. 녹색순교

그래서 이 사람들은 이와 같은 순교자적 삶에 서원한 사람들을 해안가로 불러 모았습니다. 하나님이 가라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한 배에 태웠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파송하는 사람들은 힘껏 그 배를 저 망망대해 쪽으로 밀며 그들을 눈물로 축복해 주었습니다. 여러분, 그 배는 ‘원형’으로 된 배였고요, 배를 저을 ‘노’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저 파도가 이끄는 곳이, 그리스도께서 자신들을 부르는 곳이라 믿고 그 작은 쪽배에 몸을 실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아일랜드는 제가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라서, 예전에 아일랜드 지도를 위성사진으로 한참을 들여다보면서 지리 공부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바닷가 쪽을 보다가 의아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바위로 된 ‘독도’ 같은 아주 좁고 작은 섬에, 수도원이 있는 겁니다. 그때 당시, 왜 굳이 저곳에 수도원을 지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수도원이 세워진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망망대해에 쪽배를 타고 올랐던 사람들 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도에 휩쓸려 죽기도 했고요, 그중 일부 사람들은 대륙까지 건너가 오늘날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지역으로 가서 복음을 전했고요, 또 어떤 사람들은 그 배가 아무도 살지 않는 작은 무인도에 닿았던 것이고요, 그러자 그들은 그곳에 하선을 해서 그곳에 수도원을 짓고,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곳에서 하나님을 찬미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배가 닿은 그곳이, 예수님의 심장박동이 자신들을 이끄는 곳이라 믿었던 까닭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녹색 순교”라고 불렀습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세계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하나님이 원하는 곳에 자기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참, 아름답고도 고결한 이야기이지요?

* 설교를 마치며

이제 오늘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오늘 하나님 아버지 품에 안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에 안긴 “사랑하는 제자”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또한, 그 사랑하는 제자가 바로 사도 요한이라 믿으며, 예수님의 심장박동소리를 따라 살고자 순명을 다 바쳤던 켈트 기독교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예수님의 심장박동소리가 들리십니까? 우리는 물리적으로 예수님과 함께 있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어서, 그 마지막 만찬 자리는커녕, 그분의 얼굴조차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예수님의 심장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두근거렸는지 잘 압니다.

예수님은 나병을 앓고 있던 환자를 만났을 때, 그의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예수님은 38년 동안 거동조차 하지 못했던 환자를 보았을 때, 심장이 가삐 뛰었습니다.

예수님은 5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오갈 데 없어 굶고 있었을 때, 심장이 울렁거렸습니다.

예수님은 그의 옷자락을 부여잡은 여인을 눈앞에 보았을 때, 심장이 저려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여러분들을 보았을 때, 여러분들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순간들을 목격하셨을 때, 큰 기쁨으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으셨을 겁니다. 너무 반갑고 소중하여서, 이내 여러분들을 부둥켜안아, 심장이 박동하는 언어로, 그 리듬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주셨던 것입니다.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들로 인해 많이 힘들고 외로웠던 지난 1년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셨던 주님은, 이제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시며 당신의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우리를 깨우십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여러분, 하나님 품에 안겨 계셨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십니까? 우리가 본 것처럼, 예수님의 “사랑하는 제자”가 누군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 이름을 성경은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당신에 품에 안길 또 다른 “사랑하는 제자”를 우리 서강 공동체에서 찾고 계십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심장박동을 듣고, 그 리듬으로 살라 말씀하십니다. 바리새인처럼, 딱딱한 돌처럼 굳어버린 심장이 아니라, 우리 옆에, 슬픔과 불안과, 좌절로 손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의 심장박동소리로 깨우라 하십니다. 이 두근거리는 주님의 심장에, 우리의 살아있는 심장으로 응답하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