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이여, 이제 우리에게 오소서”

(이사야 61:1-4, 8-11)

* 설교를 열며

할렐루야, 오늘 강림절 셋째 주를 맞아, 이 자리에서‘와’ 또한 온라인으로 예배하는 성도님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와 사랑으로 저희 가족이 무탈히 한국에 잘 도착해서 오늘 이렇게 첫 부임 예배와 설교로 서강교회를 섬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감격스런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미합니다.

저는 지난 12년간, 미국에서 원주민 선교사역을 무사히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부족한 사람이 이렇게 서강교회로 부름을 받게 된 것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요, 성심을 다 해 서강교회의 ‘문지기’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기도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함께 땀흘려 일하고, 예배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고요, 배를 잡고 웃기도 많이 웃었던 분들과 헤어지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마치 생살을 잘라내는 것 같은, 하릴없는 헤어짐의 아픔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화요일에 선임장로님이신 임명희장로님께서 교회로 저를 따뜻하게 맞아 주셨고요, 저를 데리고 교회 곳곳을 다니시면서 우리 교회, 서강교회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교회인지를 알려주셨습니다. 오랜 대화를 나눈 뒤에 이 예배당에 나와 잠시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제게 그러십니다. “선교지의 성도들과 헤어진 아픔이 서강의 성도들로 인해, 곧 아물 것이고, 마침내 서강의 성도들과 함께 별이 되어 반짝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멘.

하나님은 제게, “서강의 성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들인지 너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기에, 지난 주 화요일 이후로는 무슨 조바심이라도 난 것 마냥, 많이 뵙고 싶었습니다.

다만, 오늘이 첫 예배인데요, 이런 날, ‘원로장로님들’을 비롯해서 여러 성도님들의 얼굴을 직접 뵙고 손을 맞잡고 인사를 드렸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이렇게 성도님들께 온라인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다시피, 사도 바울은 같은 공간에서 만날 수 없는 멀리 떨어진 성도들에게 ‘편지’를 띄워 그들을 위로하고 주님의 말씀을 오히려 힘있게 전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것이 “바울 서신”이지요. 함께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함께 할 날을 더욱 간절히 기다리면서, 변함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편지’는 그런 것이지요. 지금 당장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그리움을 전하고, 그 편지가 도착할 것을 기다리면서 ‘미리 행복해지는 일’ 말입니다.

그래서 한편 생각해보면, ‘하나님의 은혜’는 이처럼, 답답한 마음을 억누르며 하루하루 기다리며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더욱 선명하게 나타났던 것을 기억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소망’이라 이름을 붙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이 설교가 ‘한 통의 편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편지가 하나님께서 친히 적어 여러분들에게 보내시는 사랑의 편지, 위로의 편지, 그리고 소망의 편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마음에 잘 배달이 되어서, 그 편지를 받아 꼼꼼히 읽는 여러분들의 마음을 주께서 친히 위로해 주시고, 이 강림의 때에 하나님께서 우리 서강의 성도들을 위해 예비하신 은혜가 가득하기만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씀을 준비했습니다. ‘2020년 12월 13일, 오늘’이 아니고서는 받을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은혜가 예배하는 우리 모두에게 임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을 드립니다.

* 설 교

1. 제1, 제2, 그리고 제3 이사야

오늘 우리는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을 함께 읽었습니다.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하나님의 구원이 이제 막 임할 것 같아서 우리의 마음이 큰 기대와 소망으로 부풀어 오르곤 합니다. 특별히 오늘 강림절 3째 주를 맞아 이 말씀이 더욱 소중한 것은, 누가복음 4장에서 예수님이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받아 읽은 말씀이 오늘 본문 이사야 61장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2천 년 전, 유대 땅에서 신음하는 당신의 백성들에게 오셔서 참된 구원이 되어주신 예수께서, 자신의 공생애를 시작하실 때, 다른 많은 구원에 관한 말씀 중에, 다름 아닌 오늘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사야서 61장을 찾아 읽으셨으니, 이 말씀이 얼마나 중요한 말씀이며, 그 말씀을 받아 읽고 듣는 우리들은 얼마나 복된 사람들입니까.

이사야서는 66장으로 분량이 많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역사적 배경과 신학적 주제들이 혼재해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성경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정확히 읽어야 하는 성경이기도 합니다. 총 66장으로 이루어진 이사야서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1-39장, 40-55장, 그리고 56-66장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걸 기억해 두시면 이사야서를 이해하시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첫째로, 이사야서 1-39장에는, 이사야가 패역한 유대 백성들을 엄히 꾸짖으면서, 그들이 돌이켜 회개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하나님께서는 이방민족을 통해서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는 섬뜩한 예언으로 가득합니다.

두 번 째는, 40-55장까지로, 여기서는 결국 회개하지 않아 하나님으로부터 심판받은 유대 백성들이 바벨론제국에 포로로 끌려간 상황이 배경이 됩니다. 이사야서 40장이 저 유명한 위로의 선포,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로 시작되는 것처럼, 이사야는 포로로 잡혀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유대 백성들에게 ‘위로’와 ‘구원’의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셋째로, 이사야서 56장에서 마지막 장인 66장에서는, 바벨론 포로기를 마치고 돌아온 유대 공동체를 향해서 하나님이 이루실 ‘공동체의 회복’에 대한 말씀이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유대 공동체가 회복되려면 무슨 일부터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공동체가 회복될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아름답고도 가슴 절절한 메시지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여러분, 서로 다른 이 세 가지 상황이 구분이 되시겠지요?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사야서는 유대 백성들이 ①바벨로 포로로 잡혀가기 전, ②바벨로 포로시기, 그리고 ③바벨론 포로 이후, 이렇게 세 가지 중요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말입니다.

-- 여러분들이 만약, 유대 백성들이 얼마나 타락했고 패역했는지를 곱씹어 보시려면 이사야서 1-39장까지를 읽으시면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회개하는 마음으로 찾고자 할 때 이 말씀을 읽으면 우리가 회개의 영으로 주님 앞에 자복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입니다. 신학적으로 이 부분을 ‘제1이사야’라고 합니다. 이사야의 첫 번째 메시지는 다시 말하면, “회개하라”는 것입니다.

-- 둘째로, 여러분들이 만약, 포로로 잡혀간 유대 백성들을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애끓는 사랑을 읽고 싶다면, 40-55장을 찾아 읽으시면 됩니다. 지금처럼 전대미문의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으로 우리의 삶이 뒤죽박죽되어 삶이 힘겹다 느껴지고, 뭘 해도 안 될 것 같고, 알 수 없는 미래로 인해 풀죽은 영혼으로 살아간다 느껴지신다면, 이 본문을 찾아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을 위로해 주시고 힘주시는 말씀을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들려주실 것입니다. 신학적으로 이 부분을 ‘제2이사야’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이 부분이 담고 있는 이사야의 두 번째 메시지는 “위로하라”는 것입니다.

-- 그리고 만약 포로생활을 마치고 고향 땅에 돌아온 유대 공동체를 하나님께서 어떤 방법으로 일으켜 세우려 하시는지 알고 싶다면, 이사야서의 마지막 부분인 56-66장을 읽으시면 됩니다. 지금처럼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 하나님이 어떤 방법으로 우리를 회복시키실 것인지 궁금하시다면, 56-66장을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신학적으로 이 세 번 째 부분을 뭐라고 부를까요? 그렇습니다. ‘제3이사야’라고 지칭합니다. 그리고 이사야서의 이 세 번째 마지막 메시지는 “회복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이사야서 61장의 말씀은, Restoration“회복”이라는 가슴 벅찬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일부인 것입니다.

2. 바벨론 포로 귀환 이후 : 정작 어떻게 살고 있었는가?

그런데 여러분, 우리는 유대 백성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 70년간 포로생활을 하며 고초를 겪었다는 것을 잘 압니다. 또한 영원할 것 같았던 그 바벨론제국이 더 막강한 제국으로 부상한 페르시아제국에게 멸망당했고, 페르시아 고레스왕의 칙령에 따라 유대백성들이 꿈에 그리던 고향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얘기도 잘 알고 계실 줄로 압니다. 그런데, 유대 백성들이 다시 예루살렘에 돌아왔을 때, 그들의 삶이 정작 어땠는지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합니다.

여러분, 그들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그들은 이제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수십 년 포로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완전히 새로운 백성이 되어서 신실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백성이 되었을까요?

기억해야 할 것은, 고레스왕이 칙령을 내린 것은 기원전 538년, 그러니까 6세기 중반이었고, 우리가 잘 아는 성전재건의 주역들인 “에스라”나 “느헤미야”가 활약했던 것은 5세기 중반, 그러니까 100년이 차이가 납니다. 그 100년 동안 유대 백성들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와 어떻게 살았는가, 말입니다.

정작 상황은 이랬습니다. 수십 년간 바벨론에서 포로생활을 하다 보니, 처음에 포로로 잡혀갔던 세대들은 이미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요, 그 다음 세대들이 부모의 고향 땅에 돌아온 것입니다. 유대 땅이 돌아왔을 때, 무척 감격스러웠을 것입니다. 바벨론 쪽방에 웅크려 살았을 때에, 부모님이 들려주시던 그 아름다운 예루살렘 성전은 이미 오래 전에 무너져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그 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을 것입니다. “이곳이 내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말로만 듣던 그 예루살렘이구나! 이곳이 우리 조상들이 하나님을 예배했던 자리구나!” 신기해했을 것입니다. 몇날 며칠 동안 감격스럽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다녔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감격은 이내 현실적인 문제로 가로막혀 버렸습니다. 아버지의 고향이라고 해서 돌아온 유대 땅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오랫동안 터를 잡아 살고 있지 않았겠습니까. 상황이 그렇다보니, 그 땅에 터를 잡고 오랫동안 살아 온 사람들과, 포로로 잡혀갔다가 이제 막 돌아 온 사람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벌어졌던 것 아니겠습니까. 서로가 서로를 향해 품어야 할 마음은 “측은지심”이어야 했지만, 그들은 도끼눈을 하고서는 서로를 못마땅히 여기며 “시시비비”만을 가리려고 했던 것입니다.

-- 그도 그럴 것이, 그 터에 자리 잡고 살았던 사람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포로 귀환자들이 반갑기는커녕, 눈엣 가시로 보이기만 했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포로로 잡혀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내 알 바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돌아와서는 동네를 기웃기웃 서성이는 모습이 마치 내 삶의 터전을 빼앗으려는 도둑인 것 마냥 눈에 심히 거슬렸겠지요.

-- 바벨론에서 귀환한 사람들 입장에선 또 어땠겠습니까. 자신들의 부모가 대대로 물려받아 살고 있던 땅에, 어디서 족보도 없는 사람들이 들어와 꿰차고 있다 여기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그들 중에는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들도 더러 있었으니, 유대인들 입장에서 보면, 정통성도 없는 이방인들이 감히 하나님의 도성 예루살렘의 주인인 양 행세를 하고 있다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얼마나 열불이 나는 일이었겠습니까.

3.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점입가경이었던 것은, 그런 모진 역사적 아픔을 겪고서도, 그래서 나라가 망하고 민족이 망한 혹독한 경험을 방금 치르고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포로로 잡혀갔다 돌아 온 자들이나, 이후 그 자리에 터를 잡고 살아왔던 자들이나, 한결같이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모습이 어떠했는지, 이사야는 56, 57, 58장에서 꼼꼼히, 그리고 거침없이 고발하고 있습니다.

56장을 보면, 이사야는 유대의 지도자들을 “개”로 풍자하며 그들의 죄악상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지금 유대 공동체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자기 배부를 생각만 하고 살고 있다는 이사야 선지자의 칼날 같은 증언이었던 것입니다.

57장에서는 저들의 끔찍한 우상숭배를 고발합니다. 그들은 구약 성경에 나오는 우상숭배의 단골메뉴인 ‘상수리나무’에 모여 온갖 추잡한 일들을 행하고 있었습니다. 57장5절에서는 심지어 그들이 골짜기와 갈라진 바위 밑에서 자식들을 죽여 제물을 바치는 일을 행하고 있었답니다. 자식을 죽여 제물을 바쳤다니, 그 악한 행위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58장에서는 허울만 남은 저들의 금식행위를 다음과 같이 꾸짖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마치 공의를 행하고 하나님의 규례를 저버리지 않는 민족이나 되듯이, 날마다 나를 찾으며, 나의 길을 알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무엇이 공의로운 판단인가를 나에게 묻고, 하나님께 가까이 나가기를 즐거워한다고 한다.”(2절)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설교가로 많은 목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의 팀 켈러목사님이 지난주에 이런 문장을 남겼습니다. “Religious people find God useful, Christians find God beautiful” 해석해보면, ”종교적인 사람들은 ‘필요한 하나님’을 찾고, 그리스도인들은 ‘아름다우신 하나님’을 찾는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우리들은 어떻습니까? 우리들은 정말 하나님이 필요합니까? 정말 하나님 한분만으로 만족하십니까? 혹, 나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하나님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까?

19세기의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존경’이 아니라 ‘따름’을 원하신다.”고 말입니다.(아멘) 세상에 많은 사람들, 심지어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조차도 예수님을 ‘존경’한다 말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라” 말씀하셨지, “나를 존경하라” 하신 게 아닙니다. ‘존경’은 멀리서 우러러 보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따른다’는 것은 그가 가신 길을 나도 걷겠다는 것이며, 그가 말하는 대로 살겠다는 것이며, 그리하여 그가 행한 일을 나도 행하겠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을 존경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사야는 바로 이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대백성 너희들은 공의를 행하는 척, 하나님의 규례를 잘 지키는 척, 하나님께 가까이 나가는 ‘척’은 너무나도 잘 하면서도, 이미 너희들은 하나님 눈에서 완전히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며 꼬집고 있는 것입니다. “너희는 필요할 때만 하나님을 찾을 뿐, 하나님을 존경한다 말하지만 결코 하나님을 따라오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이 바벨론 포로기 이전에 그랬다는 게 아니라, 바벨론 포로의 모진 고통의 시간을 겪고 난 뒤에도 이러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똑같고, 자식을 죽여가면서 까지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를 드리는 것도 똑같았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자, 억눌린 자를 돌보기는커녕, 부른 배를 더 부풀리려 하려는 모습이, 어쩜 그렇게 포로 전이나 후가 한결같이 똑같기만 한 것이냐고 이사야는 통렬히 채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하듯 대하는 유대 백성들이 ‘참된 하나님의 백성’으로 되돌아 올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갈라져 ‘조각-조각난 공동체’가 다시금 ‘한 몸 이룬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절망과 슬픔으로 ‘무너진 가슴들’이 다시 ‘백합화’로 피어 노래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공의’가 하수같이 흐르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를 수 있을 것인가요?

4. 예언자 이사야의 해법 : 주의 영

그 대답이 바로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말씀입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오늘 말씀을 통해 그 해법을 제시합니다. 그 해법이란 1절에서 선포하듯이, “주님이 기름을 부으시고, 주 하나님의 영이 내게 임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떤 인간적인 방법으로 머리를 굴리고, 이렇게 저렇게 정치술을 쓰는 것으로 될 일이 아니라, 이사야는 이제 주님이 직접 나서 주시고, 주님의 영이 우리에게 올 때에만 동토의 땅이 해토가 되며, 승냥이처럼 사특한 심령들이 주께 돌아와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릴 것이라는 말입니다.

여러분, 이사야의 이 해법이 어떠신가요? 여러분 마음에 흡족하신가요? 아니면, 혹시 이 말씀이 너무도 익숙해져서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시진 않으셨던가요?

여러분, 오늘 이 말씀을 누구를 향한 말씀으로 받아들으셨습니까? 오늘 이 말씀을 읽을 때, 여러분들의 가슴이 뛰었습니까? 아니면 그냥 좋은 말씀으로 받기만 하셨습니까?

5. ‘하나님 영’의 계보 in the Old Testament

그런데 여러분, 구약 성경을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는 하나님의 영이 ‘모세’에게 임하여 히브리 백성들을 광야에서 인도하게 하였던 것을 압니다. 또한 하나님의 영은 ‘사사들’에게 임하여 그들로 하여 전사가 되어 싸우게 하셨고, 이후 ‘사울왕’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해 이스라엘의 기초를 다지게 하셨으며, 마침내 ‘다윗왕’에게도 기름을 부으시고 하나님의 영이 내내 함께 하셨다가, 그리하여 그가 범죄 했을 때조차 다윗으로 하여금, “정결한 맘 주시옵소서.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주의 영을 거두지 마옵소서.” 하며 기도하게 하셨던 것을 압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영이 ‘솔로몬’에게 임했다는 말은 성경에 없습니다. 솔로몬 이후로 더 이상 이스라엘 왕조에 임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영이 사라진 뒤에, 이스라엘의 운명은 결국 어떠했던 것입니까. 그들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끝내 각각 바벨론과 앗시리아에게 멸망 당해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여러분, 멸망을 눈앞에 둔 이스라엘을 향해 회개하라 외쳤던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는 어떻습니까? 여러분, 하나님의 영이 예레미야에게 임하셨던가요? 임하셨을 것 같지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했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멸망당하고, 유대 백성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뒤로 하나님의 영이 갑자기 불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언자 ‘에스겔’은 말합니다. “그가 내게 말씀하실 때에 ‘그 영’이 내게 임하사 나를 일으켜 내 발로 세우셨도다!”(겔 2:2) 예언자 ‘이사야’가 말합니다. “내가 붙드는 나의 종, 내 마음에 기뻐하는 자 곧 내가 택한 사람을 보라. 내가 ‘나의 영’을 그에게 주었은즉 그가 이방에 정의를 베풀리라”(사 42:1) 아멘.

그리고 이어서 오늘 이사야는 “하나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며 모든 자를 위로할 해법”을 제시합니다.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고 상한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할 해법”을 제시합니다.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고, 근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찬송의 옷을 입혀 줄 해법”을 제시합니다. 그리하여 그들 모두가 더 이상 상수리나무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으며, 스스로 “의의 나무로 우뚝 설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성령이 오신다는 것입니다. 성령이 임한다는 것입니다. 성령이 오셔야만 무너져 황폐하였던 곳이 다시 세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영적으로 회복된 공동체만이 눈에 보이는 물리적 재건도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나 자신의 서툰 결단이나, 순간의 감정에 치우친 행동이 아닌, 하나님의 숨이 우리 몸과 영을 휘감고, 덮고, 싸매줄 때, 비로소 ‘구원의 옷’과 ‘의의 옷’으로 두를 수 있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그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며, 마치도 굳은 땅 속에 숨죽여 있던 씨앗들이 “그래 이제 일어날 때가 됐어!” 하며 사력을 다해 땅을 가르고 위로 솟구쳐 올라, 아름다운 정원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 아름다운 서사시가 우리가 읽은 이사야서 61장 8-11절에 나와 있습니다.

6. 설교를 접으며 : “누가 ‘나’인가?”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이제 오늘 이사야는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주 여호와의 영이 ‘나’에게 내리셨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셨도다.”

누가 ‘나’입니까?

이사야는, 이 선포에 응답하는 자가 나타나기까지 500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500년이 흐르도록 그 누구도 “그 ‘나’가 나입니다. 내게 임하소서. 나를 보내소서.”하며, 선뜻 대답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빛이 마침내 베들레헴 말구유 위에 환한 별빛으로 흐를 때까지,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오실 때까지, 이스라엘은 어둠 속에, 절망 속에, 신음 속에, 옴딱지처럼 들러붙어 신음하며 기다리기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누가 ‘나’입니까?” 이렇게 한번 여쭤보면 어떨까요? 우리 서강의 공동체 중에 하나님의 영이 임하고, 기름부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입니까?

민수기 11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었던가요. 히브리 백성들을 이끌던 모세는 하나님의 영이 자신에게만 내려 감당하기 힘들다고 불평한 적이 있지요? 그래서 뭐라고 했던가요. “여호와께서 그의 영을 그의 모든 백성에게 주사 다 선지자가 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민 11:29) 요엘서 2장28절은 뭐라고 하던가요? “내가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주리라” (아멘)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여러분,

우리는 이제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이사야에게 임했던, 예수님께 임했던, 성령이여, 이제 우.리.에게 임하소서.” 주님을 존경하는 것으로 만족하시려면, 이 기도가 필요없습니다. 그러나 그 옛날 갈릴리 바다를 거니셨던 예수께서는, 너희에게 하나님 영이 임할 것이고, 그가 너희에게 능력을 주며 너희를 보호할 것이고, 너희로 나의 길을 걷게 하실 것이라 약속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주님을 따라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이 강림의 때에, 우리가 하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드려야 할 기도는 분명합니다. “성령이여, 이제 우리에게 임하소서.”

얼마 전에, 여러분들과 서강교회를 축복하며, 짧은 시를 한편 썼는데, 이 시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주의 성령 이곳에 오시니”(임태일詩)

주의 성령 이곳에 오시니 / 소란한 땅이 주 음성 듣고

주의 성령 이곳에 오시니 / 메마른 땅에 샘이 흐르네

주의 성령 우리게 오시니 / 고독한 창에 햇살이 들고

주의 성령 우리게 오시니 / 갈한 맘에 주의 생명 꽃 피네

주의 곁에 두신 지혜와 은혜 / 이른 아침 (동살과) 이슬로 내려주사

무뎌진 맘을 주의 옷깃으로 덮으사 / 아름다움 알게 하셨네

(노래도 만들었습니다. 다음 기회에 같이 한번 불러보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서강 공동체가 온전히 화합하고 피차간에 사랑의 빚 외에는 지지 않는, 파르다북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 우리 각 사람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믿음의 서강 공동체를 튼실히 지켜나가기 위해, 그리하여 서강교회 아래로 구원의 샘물이 넘쳐흘러, 그 샘에서 구원의 물을 길어 마시는 이들로 차고 넘치기 위해,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 임하셨던 동일한 성령께서, 오늘 예배 하는 우리 각 사람에게도 임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