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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보신다, 예수께서 아신다”

(눅 20:45-21:4)

<2025년 5월 11일 부활절 제4주 어버이주일 설교 / 흰색>

●영원한 스무 살, 작가 박완서 선생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 중에 지난 2011년 세상을 떠나신 故 박완서 선생님이 계십니다. 선생님에 대해서는 달리 설명할 필요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분이신데, 선생님은 여느 작가와는 달리 ‘마흔’이라는 늦은 나이에 작가로 등단하셨고, 이후 돌아가시기까지 40년 동안 왕성한 활동으로 775편의 작품을 쓰신 것으로 유명합니다. 선생님은 자신에 대해 말하기를 “(저는)스무 살에 성장을 멈춘 영혼입니다”<『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현대문학>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어느 문학평론가는 “우리는 원로 작가 한 분을 떠나보낸 게 아니라 당대의 가장 젊은 작가 하나를 잃었다. 이 나라의 가장 거대한 도서관 하나가 무너져 내린 것처럼 쓸쓸하다.”<『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한겨레출판>라고 말하면서 선생님의 죽음을 추모했습니다.

작가로서 박완서 선생님은 소위 말하는 ‘자서전적 글쓰기’로 유명합니다. 주로 자신이 살아온 일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는 얘긴데, 소설을 읽는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강하게 잡아당깁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때로 소녀 박완서를 만나고, 때로는 청년 박완서, 새댁 박완서, 그리고 때로는 엄마 박완서라든가, 할머니 박완서를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러한 선생님의 대표적인 자서전적 작품 중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웅진닷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아주 유명한 이 소설은 선생님이 ‘일제강점기로부터 6.25 전쟁’을 겪었던 일을 써 내려간 소설인데, 그 이야기 중심에, 선생님을 키워주신 홀어머니가 있습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홍기숙 여사님

박완서 선생님의 어머니는 일찍 남편을 여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과부’(寡婦)가 된 것입니다(‘과부’라는 말은 그런 처지에 있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다. 사람들이 비하하는 식으로 사용하는 게 문제다) ‘일제강점기 그리고 6.25’, 말만 들어도 섬뜩하고 불안한 시대였는데, 의지할 남편을 잃었으니 어머니의 상황은 더욱 불안하고, 불행하고, 궁핍하기만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어머니는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필사적이었습니다. 삯바느질 같은 것은 기본이고,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똑똑한 딸자식을 꼭 서울에서 가르쳐서 “통치마에 구두를 신고, 신식 교육을 받은 여성”, 이런 여성을 어머니는 “휘뚜루 신여성”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자기 딸을 그런 신식 여성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이 있었기 때문에 앞뒤를 재거나 가릴 게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어머니는 일본을 미워하고 욕하면서도 아들한테는 출세를 위해 ‘창씨개명 하라’고 권하기도 하고, 심지어 남이 잠시 맡겨 놓은 돈을 슬쩍해서, 당시 서울 ‘현저동’ 달동네 있던 허름한 판잣집 계약금으로 유용하는 일도 벌입니다. 비록 나중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빌려 갚았다고는 하지만, 그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사람들은 선생님의 어머니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수군대며 비난했고” 아주 “괘씸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우리말 속담에 “과부는 은이 서 말이고, 홀아비는 이가 서 말이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여자가 혼자 살면 돈을 모으지만, 혼자 사는 남자는 금세 꼬질꼬질해져서 머리에 이가 꼬일 지경’이라는 뜻입니다. 결국 ‘여자가 남자보다 생활력이 강하다’는 뜻으로 우스갯소리로도 사용하는 속담이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쉽게 쓸 말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과부가 ‘은 서 말’을 모으려면 온갖 궂은일을 물론이고, 별의별 수모와 멸시도 각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박완서 선생님은 남편 없이 악착같이 자식을 키우려 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맹목적인 모성애”라고도 하고, 더 나아가 “광기에 가까운 용단” 그로 인해 “곤욕”을 치르셨다고 하면서, 숭고한 어머니의 헌신을 기립니다.

●과부, 고아 그리고 나그네를 보호하라

오늘 우리는 누가복음 20장 마지막 부분과 21장 초반부를 이어서 읽었는데, 여기에 한 가련하고 비참한 여인이 나옵니다. 그녀는 방금 소개한 박완서 선생님의 어머니처럼 일찍 남편을 여읜 ‘과부’(ch,ra)입니다. 성경은 특정한 세 부류의 사람들을 반드시 보호하라고 명령하는데, “과부, 고아, 나그네”가 그들입니다. 신명기 10장을 보면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신 가운데 신이시며 주 가운데 주시오 크고 능하시며 두려우신 하나님이시라.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아니하시며 뇌물을 받지 아니하시고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신 10:17-19)

이 말씀은 가벼운 ‘권면의 말씀’이 아니라, 반드시 행해야 할 ‘하나님의 명령’인데, 이게 무슨 뜻일까요? 신명기는 ‘너희가 정녕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하나님이 너희의 주님이라고 고백한다면, 너희는 반드시 고아와 과부의 권리를 지키고, 나그네를 정성껏 돌봐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중에서도 이 세 부류의 사람들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명령인 것입니다. 출애굽기 22장을 보면, 심지어 하나님은 ‘너희가 과부와 고아를 해롭게 하면, 내가 너희를 죽이리니 너희의 아내는 과부가 되고 너희 자녀는 고아가 되리라’고 무시무시한 말씀으로 경고하시기도 합니다(출 22:22-24).

그러면 하나님은 왜 이런 사람들을 보호하라고 말씀하신 것일까요? 오늘 본문과 관련해서 ‘과부’에 대해서만 잠시 살펴보면, 구약성경 <룻기>에 나오는 ‘나오미와 룻’의 상황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 룻기는 ‘시어머니 나오미와 며느리 룻의 아름다운 관계’를 말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남편을 잃은 과부였습니다. 남편을 잃은 뒤에 그들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하고 불안정한 사회 계층’으로 전락해버린 것입니다(룻기 1장).

고대 사회에서 ‘과부’라는 존재는 법적으로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이곤 했는데, 이런 이유로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과부들의 재산을 탐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습니다. 오늘 본문 20장에 보면 과부의 재산을 탐한 자들이 나옵니다. 누구인가요? 모세의 율법에 가장 정통하다 하는 “서기관들”입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서기관들을 삼가라. 그들은 과부의 가산을 삼키며 외식으로 길게 기도하니 그들이 더 엄중한 심판을 받으리라”(눅 20:46b-47)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이처럼 구약이든 신약이든 모두, 과부와 같이 취약하고 불안정한 사회 계층을 괴롭히는 자는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이런 점에서 야고보서 1장은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무엇이냐?)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는 것”(약 1:27)이라고 선명하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헤롯 성전의 구조, 그리고 ‘여인의 뜰’

오늘 본문 21장은 예수께서 성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미지를 잠깐 보시면, 당시 헤롯 성전의 구조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성전 문을 열고 들어오면, 4번 ‘여인의 뜰’이 나옵니다. 이스라엘 여성들은 여기까지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거길 지나 문을 하나 더 통과하면 3번 ‘이스라엘의 뜰’이 있는데, 이스라엘 남성들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2번으로 ‘제사장의 뜰’이 있어서 거기에는 제사를 집례하는 제사장들만 들어갈 수 있고, 마지막 1번 ‘성소’에는 대제사장만, 1년에 한 번 들어갑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3번 ‘이스라엘 뜰’은 매우 좁아서 남자들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함께 기도하고 예배하는 장소는 4번 ‘여인의 뜰’입니다. 이런 이유로 ‘여인의 뜰’을 ‘기도의 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이곳 여인의 뜰은 성전에서 가장 넓은 곳이기도 해서 “회중 예배의 중심”(Court of the Congregation, ‘회중의 뜰’)이 되었던 것입니다<Alfred Edersheim, The Temple: Its Ministry and Services, archive.org>.

성전 구조와 관련해서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여인의 뜰에는 ‘13개의 헌금함’이 있었는데, 정확히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대 랍비 문헌인 탈무드는 이미지의 A와 B처럼 양쪽 벽을 따라 헌금함이 놓여 있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Mishnah, Shekalim 6:5, safaria.org>.

●나팔 헌금함에 던지다

오늘 본문을 보면 예수께서는 사람들이 헌금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계신데, 그러면 지금 예수님은 성전 어디 계신 것입니까? ‘여인의 뜰’에 계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인의 뜰은 제사하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인데, 이곳에 헌금함(azofula,kion)을 두어서 자발적으로 헌금을 하게 한 것입니다. 이때 드리는 헌금은 여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었는데, 헌금함이 몇 개라 했지요? 13개입니다. 13개가 있다는 것은 13가지의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7개 헌금함은 여러 가지 ‘의무헌금’을 위한 것이고, 나머지 6가지 헌금함은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든지 할 때 사용하는 ‘자원헌금’이었습니다<Shekalim 6:5, sefaria.org>. 모르긴 몰라도, 본문은 이러한 ‘구제헌금’을 배경으로 할 것입니다.

이 헌금함은 보시는 것처럼, 주둥이가 넓적한 “나팔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thirteen trumpet-shaped chests) 당시 사람들은 이 헌금함을 그냥 ‘나팔’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마태복음 6장을 보면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구제할 때에 외식하는 자가 사람에게서 영광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는 것 같이 나팔을 불지 말라”(마 6:2) 학자들은 여기서 “나팔을 불지 말라”는 의미가 이 헌금함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The Temple: Its Ministry and Services>. 헌금하면서, 구제하면서 자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소리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1절을 보면, 예수께서는 “부자들이 헌금함에 헌금을 넣는 것을 보셨다”(1)고 하고, 2절에서는 “가난한 과부가 두 렙돈 넣는 것을 보셨다”(2)고 하는데, 그렇다면 실제로 예수께서는 무엇을 보신 것입니까? “헌금하는 태도”를 보신 것입니다. 여기서 ‘헌금을 넣다’는 말은 성경 원어로 “던지다, 뿌리다”(ba,llw)라는 뜻인데, 나팔처럼 주둥이가 넓은 헌금함을 생각해보면, 헌금을 던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됩니다.

잠시 이 사람들이 헌금 던지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부자는 어떻게 헌금을 던졌을까요? 먼저 부자는 동전 주머니에 동전을 가득 넣어 왔을 것입니다. 헌금함 앞에 서서 ‘에헴~에헴~’하는 헛기침 소리로 주의를 환기하고는, 주머니를 열어 나팔 모양의 헌금함에 한꺼번에 부어버립니다. 그러면 마치 카지노에서 ‘잭팟’ 터지는 소리처럼 ‘좌르르~’하는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나팔 주둥이를 울려서 주변 사람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부자들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우쭐대는 꼴을 보였을 법합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부자의 태도를 보신 것입니다.

하지만 본문이 말하기를 가난한 과부가 드린 헌금은 “두 렙돈”이라고 하는데, 이게 오늘날로 치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기는 어려울 정도로 값어치가 없습니다. 당시 렙돈이라는 화폐는 이지미로 보시는 것처럼 “동전 중에 가장 작고 가벼운 화폐”이고, “한 렙돈은 품꾼이 받을 하루 품삯의 1/100 정도” 되는 거라고 하는데<대럴 벅, 『누가복음2』 부흥과개혁사>, 그렇다면 이 가난한 과부가 드린 헌금 두 렙돈은 사실 ‘내도 그만, 안 내도 그만’일 정도로 작고 미미한 액수입니다. 추측건대 이 가난한 과부는 겸손히, 말없이, 가만히, 두 렙돈을 헌금함에 던져 넣었을 것입니다. 그녀의 겸손한 마음처럼 동전은 소리 없이 헌금함에 떨어졌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바로 그런 그녀의 태도를 ‘보신’ 것입니다.

●예수께서 보신다, 예수께서 아신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설교의 제목은 “예수께서 보신다, 예수께서 아신다” 입니다. 이처럼 예수께서 두 사람의 전혀 다른 ‘태도를 보셨다면’, 이제 예수께서는 두 사람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되셨습니까? 3절에 그 대답이 나와 있습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저들은 그 풍족한 중에서 헌금을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눅 21:3-4)

예수께서는 과부의 행동을 극찬하십니다. 헌금을 많이 한 부자보다 그녀가 훨씬 우월하다고 두 사람을 ‘비교’까지 하시는데, 이유인즉슨, 부자들은 풍족한 중에 헌금했지만, 과부는 ‘가난한 중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활비 전부를 넣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생활비”를 뜻하는 성경 원어(bi,oj)는 ‘생명’(life)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생활비 전부를 넣었다’는 말은 “자신의 모든 생명을 드렸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저들의 ‘외적인 태도’를 보셨지만, 이를 통해 그들의 ‘내적인 마음’을 알아채신 것입니다. 주님이 보신 것은 ‘헌금의 양’이 아니라, 요란하게 떨어지는 동전 소리가 아니라, ‘허금 재질의 순도’가 아니라, ‘헌금을 드리는 마음의 순도’였던 것입니다.

●두 가지 권면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제 두 가지 권면으로 오늘 말씀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앞서 우리는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의 어머니가 과부의 신세로 자식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나누었습니다.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자신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타인에게 듣는 비난 따위에도 주눅 들지 않았던 어머니의 삶은 오히려 숭고하게 보였습니다.

앞서 속담을 인용하기도 했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부모님은 은 ‘서 말’이 아니라, ‘열 말’이라도 제 몸 부서뜨리며 일하십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부모님은 머리에 이가 ‘서 말’이 아니라, ‘열 말’이 득실거릴 때까지 자기 몸 돌보지 않고, 오매불망 자식 걱정만 하십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부모님은 때로 도덕도 없고 윤리도 없습니다. 자식이란 존재가 도덕이고, 자식이란 존재가 윤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식을 위해서라면, 남들에게 수모를 당해도, 멸시를 당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십니다. 박완서 선생님도 이러한 어머니의 사랑을 “맹목적인 모성애”였다고 말한 것처럼, 부모님은 언제나 무모하게 자식을 사랑해 주십니다.

[가정의달]이자 [어버이주일]을 맞이한 오늘, 지금 살아계시든지, 아니면 이미 하늘나라로 가셨든지, 이러한 부모님의 맹목적 사랑과 무모한 사랑을 늘 기억하며 사시기를 축복합니다. 부모님의 살뜰한 돌봄과 가없는 희생으로 인해 오늘의 내가 있음을 감사하시기를 바랍니다.

둘째로, 박완서 선생님의 어머니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여인을 비교하면, 본문에 나오는 가난한 과부가 한 일은 더없이 숭고한 일이었습니다. 자식을 위해 맹목적인 사랑을 보이는 것도 고귀한 일이지만, 본문의 가난한 과부는 하나님을 향한 순도 높은 신앙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역사 2천 년에 가장 위대한 사상가로 손꼽히는 성 어거스틴(Augustine of Hippo, 354-430)은 그가 방황할 때 어머니로부터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에 어거스틴은 기독교 사상사에서 손꼽히는 명저인 『고백록』(CH북스)에서 어머니 모니카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마니교라는 저 깊은 수렁에 빠져서 온통 거짓으로 가득한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 오랜 세월 동안 주님이 사랑하신 저 고결하고 경건하며 분별 있는 과부였던 내 어머니는, 한결같이 나를 위해 애통해하시면서, 나를 주님께 올려 드리는 가운데 울며 간절하게 기도하시는 것을 그치지 않으셨습니다.”<『고백록』(CH북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 가정도 하나님을 향해 올리는 간절한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 믿음의 가정으로 새롭게 거듭나기를 축복합니다. 인간적으로 따뜻한 가정도 이루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하나님을 향한 순도 높은 신앙으로 삶의 모든 문제를 기도로 풀고 개척하는 믿음의 가정을 일구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