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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앞에 수종병 든 한 사람이 있는지라”

(눅 14:1-6)

<2025년 3월 16일 사순절 제2주 설교 / 보라색>

●진선규씨, 셰익스피어가 말하는 인간

우리나라의 배우 중에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그는 몇 년 전 유행했던 [범죄도시]라는 작품에 나와서 악당들을 때려잡는 형사 역할을 맡았는데, 악당을 만나면 말이 필요 없습니다. 아주 후련하게 그냥 한주먹에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주목받았던 또 다른 배우가 있습니다. 배우 진선규씨입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진선규씨는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악랄한 역할을 맡았는데, 얼마 전 이분이 CBS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인생과 신앙에 대해 말하는 걸 들어보니, 극 중에서처럼 누구를 해코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어디 가서 사기나 안 당하면 다행일 것 같은 착하디착한 ‘순둥이’이기만 했습니다. 이미지로 보시는 것처럼 한쪽은 악마 같고, 다른 한쪽은 천사 같습니다. 마치 우리 안에 있는 두 가지 이중적인 모습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는 것이 그런 것일 겁니다.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와는 다른 성격이더라도 원래부터 그런 사람인 것처럼 연기하는 것, 자기와는 안 맞는 옷이더라도, 마치 그 옷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연기하는 것, 그런 연기자를 우리는 ‘명배우’라고 부릅니다. 알고 봤더니 진선규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이었는데,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려면, 필기시험이나 내신 성적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 ‘실기 시험’의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연기를 못하면 연기과에 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이유로 연기과에서 학생들을 모집할 때면, 사전에 작품을 미리 지정하고 공지해준다고 합니다. 미리 충분히 연습하고 오라는 뜻일 텐데, 그래서 입시생들이 작품과 극 중 인물을 얼마나 잘 소화하는지를 실기 시험으로 평가하는데, 이러한 입시생 평가를 위해 출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셰익스피어는 문학 역사상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그려낸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말하기를, 인간은 선하게 만들어졌지만, 타락한 이후로 ‘선과 악 사이에서 오락가락 갈등하는 이중적인 존재’라고 하는 것처럼, 셰익스피어는 그런 이중적인 인간의 모습을 탁월하게 잘 보여줍니다. 이런 이유로 출제자들은 그의 작품을 잘 소화해서, 어느 쪽으로건 주어진 대로 잘 연기할 수 있는 입시생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것입니다.

앞서 배우 진선규씨처럼,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이 영화 속 모습이기만 하면 참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우리의 현실입니다. 오죽했으면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신앙인이요 전도자라 할 수 있는 사도 바울조차 자기 안에 두 개의 마음이 서로 싸우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 7:22-24)라고 말하면서 통탄했겠습니까?

사순절 둘째 주를 맞는 오늘, 저는 여러분과 함께 본문에 나오는 바리새인을 우리 안에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이 시간 말씀을 나눌 때, 사도 바울이 용기 내어 고백한 것처럼, 주님 앞에 겸손하고도 정직하게 고백함으로, 신실하시고 인자하신 주님의 성품을 닮고자 다짐하고 결단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누가복음 14장 정리

오늘 우리는 누가복음 14장에 이르렀습니다. 누가복음 14장에는 총 네 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①첫 번째 이야기는 예수께서 ‘안식일’에 어떤 ‘바리새인 지도자의 집’에 가셔서 ‘한 수종병에 걸린 사람’을 고쳐주신 이야기입니다(1-6절). ②두 번째 이야기를 보면, 그 집에 초대받아 온 사람들이 더 있었는데, 그들은 앞다투어 상석에만 앉으려고 꼴불견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높은 자리에 앉지 말고 차라리 끝자리에 앉으라”(14:7-14)고 말씀하십니다.

③세 번째 이야기를 보면,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열어 사람들을 ‘초대’했더니 초대받은 사람들이 핑계를 대면서 오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되면 주인은 오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들은 물리치고, 대신 시내의 거리와 골목으로 나가서 ‘가난한 자들과 몸 불편한 사람, 저는 사람을 강권하여 채우라’ 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처음부터 여기까지는 안식일에 바리새인 지도자의 집에서 주신 말씀인데,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④예수께서는 그 집에서 나와 길을 가시다가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는 능히 제자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맛을 잃은 소금이 되지 말라고 당부하시는데, 이것이 마지막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누가복음 14장은 두 가지 주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예수가 주인이다”라는 것이고, 둘째는 “예수를 따르라”는 것입니다. 비록 본문 이야기 속에 예수님이 어느 바리새인의 집에 초대받아 가신 것이지만, 주님이 어디 계시든, 그날이 안식일이든 평일이든, 집에 있든지 직장에 있든지, ‘예수님이 주인’이시니, 세상의 주인 되신 예수 앞에 나아와 ‘그분을 따르라’는 말씀이 누가복음 14장의 전체 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리새인, 예수를 엿보다

이런 큰 그림 속에서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앞서 셰익스피어와 사도 바울의 고백을 언급했듯이, 이중적인 인물, 위선적인 인물, 곧 ‘바리새인’을 만나게 됩니다. 본문에 보면 예수께서는 안식일에 한 바리새인 지도자의 집에 가셨는데, 아마도 집 주인이 예수님을 초대한 것 같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식탁에 초대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인데, 유대인들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누면서 율법에 대한 서로의 해석을 나누는 일을 일상처럼 여겼기 때문입니다<로이스 티어베르그, 『랍비 예수, 제자도를 말하다』 국제제자훈련원>.

여기까지 보면 분위기가 괜찮습니다. ‘저놈들이 예수님과 화해하려나? 예수님께 잘못을 고하려나? 왠일로 예수님을 초대했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본문은 곧이어 말하기를 그들이 예수님을 “엿보고 있었다(파라-테레오)”(14:1)고 하는 걸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데, 여기서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즉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엿보고 있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됩니다.

“엿보다”(parathre,w)는 말은 헬라어로 “자세히 지켜보다, 관찰하다, 노려보다”는 뜻인데, 어원(para)을 살려서 생각해 보면, ‘똑바로’ 보지 않고, ‘옆에서, 삐딱하게’ 보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면 저들은 왜 예수님을 삐딱하게 노려봤을까요?

분명 저들에게는 꿍꿍이가 있을 것인데, 그것은 우리가 누가복음 6장에서 이미 살펴봤듯이, 일전에 예수께서 어느 안식일 회당에서 “오른손 마른 사람을 고쳐주신 일”과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니라”고 말씀하셨던 것에 대해 앙심을 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눅 6:5-11). 그때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인해 분개하면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의 행동에서 트집을 잡아 올가미를 씌우려는 악한 의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주의 앞에 수종병 든 한 사람이 있었다.

이처럼 바리새인들이 삐딱한 마음으로 노려보는 중에,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두 번째가 있습니다. 오늘 설교 제목이기도 한데, 곧 본문 2절이 “주의 앞에 수종병 든 한 사람이 있었다”(2절)고 말하는 것입니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저는 이 말씀 앞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여러분, 먼저 축복합니다. 여러분이 어떤 모습, 어떤 상태에 있든지, 수종병 든 한 사람처럼, 주님 앞에 나오시기를 축복합니다.)

“수종병”(水腫病, u`drwpiko,j, abnormal swelling of his body)은 어떤 병인가요? 이 증상은 성경에서 여기만 나오는 희귀한 증상이라서 이게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기 어려운데, 일단 수종병의 ‘수’ 자는 ‘물 水’ 자를 쓰고, ‘종’자는 ‘종기’ 할 때 ‘腫’ 자입니다. 그러니까 이 병은 물과 관련된 증상인데, 어느 학자는 설명하기를 “몸 안에 물이 지나치게 많아서 신체 일부가 부어오르는 증세”라고 합니다.<대럴 벅, 『누가복음2』 부흥과개혁사> 오늘날에야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원인을 찾아 치료하겠지만, 당시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는 병이었던 것입니다.

예전에 [개역한글판성경]은 이것을 “고창병”(鼓脹病)이라고 해서(“주의 앞에 고창병 든 한 사람이 있는지라 14:2”), ‘복수가 찬 증상’으로 표현했습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이 증상은 심장이나 신장에 이상이 생겨서 몸 안에 물 같은 액체가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가리키는 증상을 뜻합니다<“Dropsy”, Baker Encyclopedia of the Bible>.

그러면,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을 포함한 유대인들은 이러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봤을까요? 그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치료해주려고 했을까요? 아닙니다. 유대인들은 이러한 증상을 여러 다른 병들과 함께 ‘죄 때문에 일어난 하나님의 심판’으로 여겼습니다. 민수기 5장에 보면, 이런 증상을 보이는 여인을 처벌하는 규정이 나오는데, “이 저주가 되게 하는 물이 네 창자에 들어가서 네 배를 붓게 하고 네 넓적다리를 마르게 하리라”(민 5:22)고 말합니다. 여인의 몸에 가득한 물은 하나님의 심판으로 인한 것이라서 여인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저주한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당시 바리새인들은 “수종병” 또는 “고창병”에 걸린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나병 환자나 그 밖의 다른 환자를 대했던 것처럼, 그들을 정죄하고 멀리했고, 이로써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을 것입니다.

●환자는 어떻게 들어왔는가?

이런 점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세 번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환자는 어떻게 바리새인의 집에 들어왔을까?’ 하는 점입니다. 본문은 그 환자가 어떻게 이 집에 들어왔는지 설명하지 않지만, 수종병 환자가 집에 들어온 것을 바리새인들이 모를 리 없었을 것입니다. 평상시대로라면, 바리새인들은 수종병 환자를 초대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자기 집에 이런 부정한 환자가 있는 걸 발견한다면 곧바로 호통치며 집에서 쫓아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의심스럽게도, 수종병 환자가 자기 집에 들어와 있는데, 집주인은 물론이고 그 많은 바리새인 중에 그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처음엔 ‘단순한 의심’이었지만, 이내 ‘합리적 의심’이 됩니다. 저주받아 마땅한 수종병 환자, 그리하여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던 수종병 환자가 버젓이 자기 집에 들어와 있는데, 그걸 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이것은 뭔가 구린내 나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합리적 의심이 이제는 ‘확신’이 됩니다.

그래서 생각건대,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이 일전에 안식일에 손 마른 사람을 고쳐준 일에 대해 의논하면서, ‘이번에 또 그러면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사전 모의를 꾸몄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들은 예수님과 수종병 환자를 ‘각각 따로’ 찾아가서 초대해서 집에 오라고 했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초대’였고 ‘환대’였지만, 속으로는 시커먼 ‘적개심’이요 사악한 ‘모략’이었습니다. 완벽하게 이중적인 바리새인들의 모습입니다. 이로써 수종병 환자를 ‘미끼’로 예수님을 잡으려 했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마치 수종병 환자를 미끼 삼아 덫을 놓은 사냥꾼처럼, 예수님이 그 덫에 걸리나 어쩌나 보려고 “엿보았던 것” 아니겠습니까?

●보라, 몸 붓는 병 앓고 있는 사람을

이 일의 과정과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본문 2절을 다시 한번 함께 읽겠습니다. “주의 앞에 수종병 든 한 사람이 있는지라”(2절) 이 구절을 [새한글성경]은 훨씬 원문에 가깝게 번역합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그런데, 보라(ivdou.), 몸 붓는 병을 앓고 있는 어떤 남자가 예수님 앞에 있었다”(눅 14:2, 새한글성경) 예사롭지 않은 구절인데, 본문은 우리에게 예수님 앞에 나온 사람을 주목해 ‘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 앞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어떤 심정으로 주님 앞에 나왔는지 헤아려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너는 어떠냐?’ ‘너를 보라!’고 초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종병 환자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예수님 앞에 와 있습니까? 그는 바리새인들에게 억지로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율법을 들먹이며 손가락질하고 모멸감을 안겨주던 자들이, 갑자기 찾아와서는 밥상에 초대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거룩한 ‘안식일 밥상’에 말입니다. 저들은 말하기를 ‘여기 오면 병자를 치유하는 예수라는 자가 올 것이니 그에게 병을 고쳐달라고 말하면, 그가 고쳐줄 것’이라고 꼬드겼을 법합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미소까지 지으면서 말입니다.

이러한 초대를 받고 수종병 환자는 바리새인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됩니다. 문을 열었더니 누가 보입니까? 바리새인들인 바퀴벌레처럼 우글거립니다. 여러분이라면 그 집에 들어가고 싶겠습니까? 저 같으면 들어갈 용기가 안 났을 것입니다. 평소에 저들에게 받았던 모멸감, 치욕스러운 말과 시선들이 생각나서 저는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이 수종병 환자는 용기를 낸 것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그 어울리지 않는 공간에 들어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리새인들은 환자가 왔는데, 자리를 내어준다든가 하지 않습니다. 그를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취급합니다. 그와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바리새인은 아무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이윽고 소문으로만 듣던 예수님이 저 문으로 들어옵니다. 수종병 환자는 병이 낫기를 원하는 마음에,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자기도 모르게 예수께로 발이 향했고, 이내 예수님 앞에 선 것입니다. 하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면 안 된다’는 바리새인들의 경고와 협박을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고쳐달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그저 주님 앞에 쭈뼛거리며 서 있기만 합니다.

●그를 데려다가, 고쳐, 보내시다

이런 수종병 환자의 모습에 대해서 어느 주석가는 해석하기를 “그는 안식일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과 그를 지켜보는 엄혹한 자들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요청하지는 못하면서도, 그저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 스르르(his own motion, 자발적으로) 예수님 앞으로 갔다”<Nicoll, Robertson, The Expositor’s Greek Testament Volume1>라고 말합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율법교사들과 바리새인들에게 “안식일에 병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아니냐?”(3절)라고 물으시고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 그들 앞에서 보란 듯이 수종병 환자를 고쳐주셨습니다. 성경은 예수님의 치유 행위를 세 단계, 곧 “그 사람을 ①데려다가 ②고쳐 ③보내셨다”(4절, evpilabo,menoj iva,sato auvto.n kai. avpe,lusen)라고 구분해서 세밀하고도 꼼꼼하게 기록합니다.

예수께서는 일전에 나병환자를 고쳐주실 때도 그러셨던 것처럼, 사람들이 부정하다고 말하는 수종병 환자, 오죽 부정하면 ‘몸에 물이 차냐!’라고 조롱하던 그에게, 주님은 손을 가져가 만져주셨고, 그를 고쳐주셨습니다. 또한 이중인격의 위선자들만 우글거리는 그 집에서 구출하시려 하셨는지, 그를 “보내셨다”(avpolu,w)라고 성경은 말하는데, 여기서 “보내셨다”는 말을 원어로 보면 단순히 ‘보낸다’(say-bye)는 뜻이 아니라 “놓아주다, 자유를 주다, 구출하다”(set free, release)는 뜻입니다. 주님은 그를 고창병으로부터도 낫게 해주셨지만, 위선자들의 집으로부터도 그를 구출해주신 것이라고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하신 뒤에 예수께서는 다시 한번 그들을 바라보시면서 “너희 중에 누가 그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졌으면 안식일에라도 곧 끌어내지 않겠느냐”(5절)라고 엄히 말씀하시면서 꾸짖으십니다. 저들은 예수님을 ‘엿보았지만’ 주님은 저들을 정면으로 노려보십니다. 네놈들은 안식일에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구해주면서, 어찌 수종병에 시달려 죽어가는 사람을 구출하려는 일에는 그렇게 악한 마음으로 바라보냐고 꾸짖으신 것입니다. 이에 저들은 또 한 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성경은 이 사건을 결말을 고합니다.

●수종병에 걸린 사람만큼 목마른 사람도 없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예수께서 어느 바리새인 지도자의 집에서 한 수종병 환자를 치유하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살펴본 것처럼, 수종병은 ‘신체 일부 기능이 고장’ 나서 몸 안에 물이 차서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수종병은 몸에 물이 너무 많아서 발생한 문제이면서도, 동시에 ‘탈수 현상’으로 고통스러운 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고대 사회에서는 “수종병에 걸린 사람만큼 목마른 사람도 없다”(“Nothing is as dry as a person with dropsy”)는 속담이 있을 정도였습니다<Willi Braun, Feasting and Social Rhetoric in Luke 14>

이런 고통 속에 있는 그를 예수께서 치료해주셨습니다. 주님이 그를 치유한 것은 단순히 부풀어 오른 ‘증상’을 가라앉게 하신 일이 아닙니다. 증상의 ‘원인’을 치료해주신 일이었습니다. 그의 안에 무엇이 잘못되고 무엇이 고장나서 물이 차올라 몸이 부푼 것인지, 예수께서는 그를 만지시고, 그 원인을 찾아 고쳐주심으로 그의 삶을 자유케 해주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러한 치유 사건을 나누고 보니, 영적인 눈으로 보면, 과연 바리새인들이 우글거리던 그 집에는 ‘영적 수종병’에 걸린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할수록 아찔하고 끔찍하기만 합니다. 육체적 수종병 보다 더 끔찍한 영적인 수종병에 걸렸는데, 걸린 줄 모릅니다. 그러니 주님 앞에 나오지 못하고 엿보고만 있습니다.

마태복음에 보면 예수께서 바리새인을 향해 “너희는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되 그 안에는 탐욕과 방탕으로 가득하도다”(마 23:25-2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 주님은 “회칠한 무덤들아!” “위선자들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주님의 말씀을 생각해 보면, 바리새인들이야말로 주님 앞에 나와서 고침을 받아야 하는 심각한 영적 수종병 환자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주님 앞에 나가야 할 영적인 환자입니까? 아닙니까?

●주의 앞에 수종병 든 한 사람이 있는지라

이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저는 오늘 설교 제목 “주의 앞에 수종병 든 한 사람이 있는지라”라는 본문 2절의 말씀을 묵상하다가 문득 요한복음 4장에서 정오의 뜨거운 땡볕 아래 물을 길으러 나온 사마리아 여인과 주님과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주님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 4:14)고 말씀하시자, 여인은 주님에게 “그런 물을 내게 주사 목마르지도 않고 또 여기 물 길으러 오지도 않게 하옵소서”(요 4:15)라고 대답했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자신이 영적 수종병 환자인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마리아 여인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본문의 수종병 환자가 용기를 내어 그랬던 것처럼, 주님께로 나아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을 마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또한, 요한복음 7장에서 주님은 너희가 성령을 받으면 저희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요 7:38)고 말씀하셨습니다. 영적으로 보면, 만약 우리 내면이 못난 ‘자아’로 가득하면, 그것은 마치 수종병 환자처럼 우리 안에 썩는 물로 고여서 우리 몸을 부풀어 오르게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아’를 걷어내고 우리 안에 ‘성령’으로 가득하면, 그 물은 썩어 고이는 물이 아니라, 생수의 강으로 흐를 것입니다. 이러한 생명수가 흘러넘치는 은혜의 삶을 살아가시기를 축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초대교부인 성 어거스틴은 과거 영적으로 무지했던 비참한 자신의 모습을 주님께 고백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십시오. 나는 나의 상처들을 숨기지 않습니다. 주님은 의사이시고, 나는 병자입니다. 주님은 자비로우시고, 나는 비참합니다.”<『고백록』 CH북스> 이와 같은 고백으로 의사이신 주님께 병자인 것을 고백하며, 자비로우신 주님 앞에 우리의 비참함을 고백하여 치유와 회복이 있는 영적 삶을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