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요셉, 아무나 요셉”

(창 39:1-23)

<2024년 10월 13일 성령강림 후 제21주 사회복지주일 설교/ 녹색>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으셨겠지만,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가 지난주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로서 노벨문학상이 처음이지만,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처음이라서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한강 작가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역사에서 소외되고 강제로 잊힌 사람들에 대해 안타깝고도 무거운 마음으로 작품을 쓴 작가로 유명한데, 저도 한강 작가의 작품을 다섯 권 정도 읽은 것 같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그날 밤, 반가운 마음에 한강 작가의 책을 훑어보다가 그중 『채식주의자』라는 책 앞에 제가 독서 후기로 이렇게 써 놓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의 깊이가 거대한 협곡을 이루는데, 그 협곡엔 굉음이 없으면서도 울림이 폭발적이라, 그 폭음과 파편에 독서가 고통스럽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아카데미도 이번에 한강 작가에게 상을 준 이유에 대해 말하기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력한 시적 산문이다”라고 하면서, 이것은 “현대 산문의 혁신”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임인택 기자, “너무 춥던 9년, 봄으로 가는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이 왔다.” 2024-10-11, 한겨레신문>

지금 서점에는 한강 작가의 책 재고가 모두 동났고,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위까지 그녀의 작품이 모두 휩쓸었다고 합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서 ‘이제는 K-문학이다!’ ‘K-문학이 변방에서 중심이 되었다’라고 하면서, 뭐만 나왔다 하면 K자를 붙이며 또다시 호들갑인데, 좀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이런 기쁜 소식을 계기로, 너-나 할 것 없이 핸드폰만 들여다보게 만드는 디지털-정보화 시대에서, 종이 책장을 하나 넘기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새삼 되새기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풍성한 가을을 맞아서 독서로 인해 따뜻한 영혼을 빚어가는 사람들, 또한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갖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는 ‘책중의 책’ ‘성경’ 창세기 39장에 나오는 요셉 이야기를 꼼꼼하게 읽어보고자 합니다.

●죽은 자의 나라로 가는 요셉

오늘 함께 읽은 창세기 39장으로, 이제 요셉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오늘 본문은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애굽에 끌러온 요셉은 바로의 친위대장 보디발에게 노예로 팔려갔다가, 하나님이 그와 동행하시므로 그가 하는 일마다 형통했고, 이로써 요셉은 비록 노예 신분이긴 했지만 보디발의 ‘가정 총무’를 맡게 됩니다. 보디발이 요셉을 100%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험이 닥쳤는데,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을 유혹한 것입니다. 이에 요셉은 끝내 거절했고, 그로 인해 모함을 받아 요셉은 감옥에 갇혔지만, 거기서도 하나님은 요셉과 함께하셨고, 거기서도 요셉은 감옥의 살림살이를 도맡은 ‘감옥 총무’로 일했으며, 거기서도 하나님은 그를 범사에 형통하게 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오늘 그중 요셉이 애굽에 팔려간 뒤에 그의 삶에 어떤 일이 있었고, 그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 말씀을 나누려고 하는데, 두 주 전 우리가 나누었던 것처럼, 아버지 야곱의 그늘에서 살던 ‘십칠 세 요셉’은 형들에게 미움받을 짓만 골라서 하던 ‘밉상 요셉’이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미운 존재였던지, 창세기 37장을 보면 “그의 형들이 … 그를 미워하여 그에게 편안하게(샬롬, ‘온전함’) 말할 수 없었더라”(창 37:4)고 말하는데, 이 구절은 생각보다 아주 심각한 표현입니다.

여기서 “편안하다”는 말은 히브리 말로 우리가 잘 아는 단어 “샬롬”(~lov')인데, 이 말은 본디 “온전함”(wholeness)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샬롬’이라 인사하는 것은 ‘당신은 온전하십니까?’라고 묻는 것입니다. (인사하기)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우리말 인사 ‘안녕하세요?’랑 ‘샬롬’이 상당히 비슷해 보입니다. 여담이지만, 이스라엘의 ‘샬롬’이 우리나라의 ‘안녕’과 많이 닮은 것은 전쟁을 많이 겪은 민족이라 그렇다고들 말합니다. 하루가 멀다고 외세의 침입을 받았던 이스라엘과 한국 사람들은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생-사를 비롯해 서로의 안부를 물어야 했고, 그 인사가 ‘온전하십니까?’(샬롬)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4절에서 형들이 “그에게 편안하게(샬롬) 말할 수 없었더라”는 것은 형들의 마음이 단순히 불편했다는 게 아니라, ‘요셉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사태가 그러한데도 요셉은 이에 아랑곳없이 계속 ‘밉상 짓’을 했고, 그 결과 요셉을 향한 형들의 미움은 시기심으로 날카로워지더니 그가 입고 있던 ‘채색옷’을 벗기고 그를 죽이려 했습니다. 본디 전쟁이란 상대방을 죽여야 끝나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형제 중 ‘유다’가 나서서 요셉이 죽음을 면하기는 했지만,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노예 상인에 의해 애굽으로 팔려가는 요셉의 운명이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노예로 팔려갔다가, 어쩌면 더욱 잔혹하고도 끔찍한 죽음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요셉이 다른 나라도 아닌, ‘애굽에 팔려갔다’는 말에 주목하게 됩니다. 당시 고대 사회에서 ‘이집트’는 <죽은 자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죽은 자의 나라>라면 우리 말로 ‘저승’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노예 상인에 이끌려 애굽에 가는 요셉은, 마치 저승사자에 이끌려 저승으로 향하는 꼴입니다. 죽으러 간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독일의 작가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은 요셉이 애굽에 팔려가는 모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요셉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가는 나라는 다름 아닌 사자(死者)의 나라였다. 요셉은 슬픈 아랫-세상으로 팔려가는 신세였다. 그건 당연히 슬픈 일이었으므로 눈물을 흘려야 마땅했다.”<『요셉과 그 형제들3』 살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깨달은 요셉

이처럼 요셉은 노예 상인에게 팔려 애굽, 곧 ‘저승’에 갑니다. 저승에 갔으니 그는 이미 ‘죽은 귀신’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에겐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런데 죽은 귀신이나 다를 바 없던 요셉이 애굽에서 보여주는 활약을 보면, 그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고, 더 나아가 저승 문을 박차고 부활하신 우리 주님의 모습을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본문에 나오는 요셉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귀중한 신앙 원리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본문의 요셉을 온전히 배울 수 있다면, ‘누구나 요셉’처럼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요셉’처럼 될 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설교 제목을 “누구나 요셉, 아무나 요셉”이라고 정했는데, 그렇다면 본문에서 요셉이 보여주는 신앙의 원리는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첫째로 “신앙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깨닫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본문 1절을 보면, 애굽에 도착한 요셉이 보디발에게 팔리는 모습에 대해 “요셉이 이끌려 애굽에 내려가매 바로의 신하 친위대장 애굽 사람 보디발이 그를 그리로 데려간 이스마엘 사람의 손에서 요셉을 사니라”(1절)고 말합니다. 이 구절에서 요셉이 자기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본문은 요셉에 대해 그저 ‘이끌려 애굽에 내려갔고’, 거기로 ‘데려간 사람’에게서 보디발이 ‘요셉을 샀다’고 말합니다. 요셉은 염라대왕 앞의 귀신처럼 그저 처분을 기다릴 뿐,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두 주 전에 살펴본 것처럼 요셉은 야곱이 해준 ‘채색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 옷은 돈 있다고 아무나 입는 옷이 아니라 왕자나 공주의 신분 정도는 되어야 입는 옷이었습니다. 그런 옷을 야곱이 요셉에게‘만’ 해준 것입니다. 그 옷을 입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맘대로 살던 요셉이 하루아침에 우악스러운 형들 손에 의해 채색옷이 벗겨지고, 벌거벗은 노예가 되어 그의 손과 발이 쇠사슬에 묶인 것입니다. 차가운 쇠사슬이 몸에 닿는 그 섬뜩한 느낌을 뒤로하고, 팔목과 발목은 이미 쇳독이 올라 시뻘겋게 부풀어 올랐지만, 채찍을 맞지 않으려면 걷고 또 걸어야 했습니다. 그 길은 애굽을 향한 죽음의 길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중에 요셉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영혼은 심각한 굴욕감에 치를 떨어야 했을 것입니다. 전에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우쭐대더니, 벌거벗겨진 ‘노예 요셉’은 이내 아무것도 아닌(nothing) 비참한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애굽에 끌려온 요셉은 매일 눈을 뜰 때마다 ‘I’m nothing’을 되뇌며 그에게 닥친 뼈저린 현실을 감내해야 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그의 물리적 현실은 불행이었으나, 그가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고백했을 때, 그는 비로소 하나님의 임재를 서서히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신앙은 이처럼 자신이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할 때 발생하는 신비로운 현상입니다.

●비로소 동행하심을 깨달은 요셉

이런 점에서 본문이 말하는 두 번째 신앙 원리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하나님이 동행하심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문은 요셉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것을 보여주자마자, 이어지는 2절에서 곧바로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셨다”(2a)고 말합니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요셉과 함께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가 야곱의 집에서 채색옷을 입고 다닐 때도 하나님이 그와 함께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때의 요셉은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깨닫기에는 너무나도 어리석었고, 철딱서니 없었습니다. 아니, 요셉은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뭐라도 된 것 마냥 살던 요셉에게 하나님은 거추장스러운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요셉, 쇠사슬에 묶여 보디발에게 팔린 요셉, 아침에 깰 때마다 ‘I’m nothing’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는 요셉은 비로소 무언가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본문 2절은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셨다”고 전하는 것인데, 이것은 ‘요셉이 무기력해졌을 때 하나님이 그제야 그와 함께하셨다’는 말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자면 “하나님이 요셉과 함께하신다는 것을 요셉이 그제야 깨달았다”고 해야 옳습니다.

성 어거스틴은 젊은 시절 화려한 세상의 불빛을 좇아 살던 자신의 모습을 회개하면서 하나님께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은 나와 함께 하셨지만, 나는 주님과 함께하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나를 소리쳐 부르셨고, 내 눈을 뜨게 해 주셨으며, 향기를 풍기셔서 나로 그 향기를 맡고 주님을 사모하게 하셨습니다.”<성 어거스틴, 『고백록』 CH북스>

16세기 영성가인 아빌라의 데레사(Teresa of Ávila, 1515-1582)는 기도하기를 “주님은 나를 떠나지 않으셨고, 나와 함께하시니, 주님은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나를 더 잘 아시나이다”(“For as He has not withdrawn from me, He keeps me company, and He knows me better than I know myself.”)<The Interior Castle, Fourth Mansion, Chapter3>라고 했고, 또한 기도하기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상의 복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The greatest blessing which one can obtain is to realize that God is always with us, that He never leaves our souls.")<The Interior Castle, Fourth Mansion, Chapter1>라고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요셉은 그가 아무것도 아닌 것을 깨달았을 때 하나님이 그와 함께하심을 깨닫게 된 ‘최상의 복’을 누리는 자가 되었다고 성경은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함께함으로 형통한 자 요셉

여기서 이어지는 말씀에서 우리는 세 번째 신앙 원리를 발견합니다. 즉 “하나님이 함께하실 때 형통한다(‘찰라크’, xl;c')”는 것입니다. 본문 2-3절 전체를 읽어보겠습니다.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시므로 그가 형통한(‘찰라크’) 자가 되어 그의 주인 애굽 사람의 집에 있으니 그의 주인이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하심을 보며 또 여호와께서 그의 범사에 형통하게(‘찰라크’) 하심을 보았더라.”(2-3절) 참으로 아름다운 구절입니다. 아니, 아름다운 것을 둘째 치더라도, 이 구절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중 누구라도 이 구절에 나오는 요셉처럼 되어서 형통한 길을 걷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잊기 전에 여러분 축복합니다. 오늘 예배하는 여러분 모두, 누구나 요셉처럼, 하나님이 함께하시므로 형통한 길을 걸으시기를 축복합니다. 또한, 본문이 말하는 것처럼, 여러분이 형통한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이 여러분을 평가하기를, 여러분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여러분과 함께하심으로 형통한 것이라’ 평가받는 여러분이 되시기 축복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요셉의 형통을 말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그 점입니다. 사람들은 ‘요셉이 잘 나서 요셉이 형통한다’ 말하지 않았고, ‘요셉이 믿는 하나님 때문에 요셉이 형통한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요셉의 삶은 자신을 드러내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증거하는 삶이었다는 것입니다.

창세기에는 “형통한 길”을 걸었던 또 다른 한 사람이 있습니다. 창세기 24장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종”입니다. 창세기 24장을 보면, 아브라함은 자기와 평생지기로 살았던 종에게 자기 고향 땅으로 가서 아들 이삭을 위한 며느리를 데려오라는 사명을 줍니다. 그는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로 추정되는데, 이 종은 ‘주인’ 아브라함의 말에 복종하여 길을 떠났고, 드디어 우물가에서 리브가를 만나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아브라함의 종이 리브가를 만나 그 사명을 ‘착수하기 직전’에((24:21) 하나님이 형통한 길을 주시기를 간구했고, 그 사명을 ‘수행하는 중에’도 하나님이 형통한 길을 주시기를 간구했고(24:40, 42), 마지막으로 사명을 ‘완료하기 직전’에도 아브라함의 종은 하나님이 형통한 길을 주시기를 간구합니다(24:56).

요셉과 마찬가지로 아브라함의 종도 그가 사명을 수행하는 모든 순간 하나님이 함께하심으로 친히 형통한 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구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주인을 위해 일하는 자를 형통하게 하신다.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창세기가 말하는 단 두 명의 형통한 사람, ‘아브라함의 종과 요셉’, 두 사람의 신분이 ‘종’이었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이 형통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둘 다 ‘주인에게 복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종 의식’을 가졌을 뿐, ‘주인 의식’을 갖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문이 말하는 요셉으로부터 배우는 아주 중요한 네 번째 신앙 원리는 이것입니다. “하나님은 주인을 위해 일하는 자를 형통하게 하신다.”

창세기 15장을 보면, 아브라함과 사라 사이에 자식이 없었을 때, 아브라함은 그의 종 “엘리에셀”을 후계자로 삼으려 한 적이 있습니다(창 15:2). 아브라함으로부터 이만큼이나 신뢰를 얻었다면, 때때로 종의 신분을 망각하거나, 주인의 자리를 넘볼 만도 한데, 그가 보여준 모습은 언제나 주인 아브라함과 평생지기로 절대복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요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셉이 보디발의 집에서 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디발은 요셉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여주는데, 본문은 말하기를 “주인이 그의 소유를 다 요셉의 손에 위탁했다”(6절) 할 정도였습니다. 이만큼 신뢰를 받는 자가 되면, ‘견물생심’이라 했다고, 누구나 욕심을 부릴 법합니다만, 요셉은 요지부동입니다. 오히려 본문에는 2, 3, 4, 6, 7, 8절 등 계속해서 “그의 주인”이라는 표현이 나오면서, 요셉의 신분이 명확히 ‘종’인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브라함의 종 엘리에셀, 그리고 요셉의 신분은 둘 다 종이었고, 둘은 자신의 신분에 대해 일절 불평 없이 오직 주인이 원하는 일, 주인이 명하는 일에만 매진할 뿐이었습니다. ‘주인 의식’이 아닌 ‘종-의식’이 하나님이 주시는 형통한 길을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근거였던 것입니다.

●누구나 요셉 아무나 요셉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창세기 39장을 통해서 요셉이 보여준 신앙 원리를 살펴보았습니다. 첫째로 신앙은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는 솔직한 고백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이를 위해 요셉은 꺾이고 또 꺾여야만 했습니다. 둘째로 그런 고백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참되게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나누었습니다. 셋째로, 하나님이 동행하시면 반드시 형통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요셉이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 넷째로 결국 요셉과 아브라함의 종 엘리에셀이 형통한 길을 걸은 것은, 그들이 자기를 위한 길을 구한 게 아니라, 오직 주인을 위해 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곧 ‘주인 의식’이 아니라 철저한 ‘종 의식’으로 사는 자들을 하나님은 반드시 형통한 길로 인도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의 담임 목사로서 저는 여러분들이 요셉처럼 형통한 길을 걷기를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꼭 그 길을 걸으시기를 바랍니다. 때로 혹자들은 이런 게 ‘기복신앙’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나씩 따져본 신앙 원리는 기복신앙과 거리가 멉니다. 요셉이 보여준 형통은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의 손’과 같은 게 아닙니다. 요셉의 형통은 오직 내 삶의 주인이신 하나님에 대한 신실한 고백에서 비롯되며, 환경이나 조건에 연연하지 않고,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참 주인 되신 하나님만을 올곧게 섬기려는 자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형통함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 주어졌던 것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솔직한 마음으로 우리 자신에게 묻고 점검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 삶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여러분 가정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여러분 직장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우리 교회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이러한 물음 앞에 성급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을 내어 보다 정직하게 자문하고 대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물음에 정직한 마음으로 대답하는 것이 요셉 신앙의 핵심이며, 그 결과로 주어지는 일이 요셉의 형통입니다. 이러한 물음 앞에 엄밀하고도 정직히 대답함으로, 여러분 삶과 가정이, 여러분 직장과 사업이, 그리고 우리 교회와 한국 교회가 요셉이 보여준 형통의 길을 걸을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