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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여쌈을 당한 자가 부를 노래”

(눅 3:1-6, 시 83:16-18)

<2024년 12월 8일 대림절 제2주 성서주일 설교 / 보라색>

●심판자? 내 편?

오늘날 가장 탁월한 기독교 사상가로 손꼽히는 영국의 C.S. 루이스는 그가 성경에 근거해서 세상과 정치에 대해 가르칠 때마다 사람들에게 숱한 오해를 받곤 했습니다. 어떤 때는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소위 말하는 ‘좌파’ 성향의 사람들이 찾아와서 ‘당신은 우파다’라고 비난하고, 동시에 반대편 진영에 있는, 소위 말하는 ‘우파’ 성향의 사람들도 와서 ‘당신은 좌파다’라고 C.S. 루이스를 비난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C.S. 루이스는 그리스도인이 세상과 정치에 대해 범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진영의 입장을 지지해 줄 내용을 기독교에서 끌어다 쓰려고 한다. … 사람들은 ‘심판자이신 주님’을 만나야 할 곳에서 ‘내 편’을 찾고 있다.”<C.S. 루이스, 『순전한 기독교』 홍성사>

짧지만 매우 강렬한 문장입니다. 주님은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동시에 심판도 하십니다. 이러한 주님을 자기 구미에 맞는 ‘내 편’으로 여기는 것은 주님을 잘 못 알아도 크게 잘 못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나야 할 분, 세상이 만나야 할 분은, 내 주장과 입장이나 대변해 줄 ‘내 편’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심판자이자 구원자이신 주님’이십니다.

목회자로서 저는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을 특정해서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습니다. 제가 만약 그렇다면, 그건 여러분에게 불행한 일일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영적인 문제를 책임지는 목사로서, 세상과 정치를 바라볼 때 오직 “복음에 합당한가?”라는 단 하나의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특정 ‘정당’이라든가 어느 ‘진영’에 함몰되지도 않습니다.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존중하며 응원하지만, 위정자들에게 굴종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주님이 주신 그리스도인의 품격이라 믿습니다.

이런 점에서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지난주 화요일 밤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가 두 시간 만에 해제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통수권자 대통령이 다른 어떤 행정조치가 아니라 ‘비상계엄령’이라는 극단적인 명령을 내렸고, 이로 인해 온 국민이 혼란 속에 며칠을 살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요동하고 있고, 국민 경제뿐만 아니라 국민 정서도 피폐해졌습니다. 해외에 있는 동포들은 현지인들로부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비상계엄령을 내릴 만큼 삼류 국가냐?’라는 말을 들으며 곤욕을 치르고 있기도 합니다.

어제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안건을 표결하려 했지만, 무산되었습니다. 지금 사면초가에 놓인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인 것 같지만, 실상 이 일로 막대한 피해를 얻고, 낭패와 혼란을 겪는 사람은 정파를 떠나 국민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런 어두운 상황에서 대림절 둘째 주를 맞은 오늘, 우리는 주께서 이 나라 이 민족을 친히 다스려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맹목적으로 주님이 ‘내 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내 생각대로 주님이 움직여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리고, 내가 심판자로 오실 주님 편에 서 있는지 아닌지를 묻게 됩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모든 면에서 불안하고 암담한 시간을 살고 있더라도, “우리가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않는다”(고후 4:8)는 사도 바울의 권면처럼, 오늘 본문을 통해 심판자시며 구원자이신 주님을 새롭게 만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요한이 살던 시대적 상황

오늘 본문 누가복음 3장은 세례자 요한이 선지자 이사야의 말씀대로 “광야의 외치는 자의 소리”로 사역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알려줍니다. 먼저 본문 1-2절을 보면, 당시 이스라엘에 영향을 끼쳤던 다섯 명의 주요 정치인과 두 명의 종교인 명단을 알려줍니다. 백성들은 그들의 이름으로 두려워했고, 그들의 행보로 인해 깊은 좌절과 슬픔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이러합니다. “디베료 황제가 통치한 지 열다섯 해 곧 본디오 빌라도가 유대의 총독으로, 헤롯이 갈릴리의 분봉 왕으로, 그 동생 빌립이 이두래와 드라고닛 지방의 분봉 왕으로, 루사니아가 아빌레네의 분봉 왕으로, 안나스와 가야바가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에”(눅 3:1-2a)

본문에 제일 먼저 나오는 이름은 당시 이스라엘을 식민지배하던 로마의 ‘디베료(티베리우스) 황제’(Tiberius Caesar)이고, 둘째로는 유대 총독 ‘본디오 빌라도’(Pontius Pilatus)입니다. 우리는 이 자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합니다. ‘본디오 빌라도’는 예수님을 십자가 처형으로 판결한 사람이고, 티베리우스는 그를 유대 총독으로 파견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에 이어 소개되는 인물은 당시 이스라엘의 분봉 왕이었던 ‘헤롯’ ‘빌립’ 그리고 ‘루사니아’가 그들인데, 이미지로 보시는 것처럼, 맨 아래 유대 지역은 앞서 언급한 빌라도가 통치하고 있었고, 갈릴리 호수 왼쪽으로는 ‘헤롯 안티파스’(Herod Antipas)가, 오른쪽은 ‘빌립2세’(Herod PhilipⅡ)가, 그리고 지도상으로 제일 북쪽에 있는 ‘아빌레네’라는 좁은 지역은 ‘루사니아’(Lysanias)라는 분봉 왕이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최후의 보루 종교의 현실 ‘안나스와 가야바’

본문은 이러한 정보와 더불어 ‘안나스와 가야바’라는 이름을 들려주는데, 이들은 세속의 권력자들이 아니라 유대교의 최고 종교 지도자들입니다. 곧 대제사장입니다. 종교는 일반 여느 집단이나 권력과는 다릅니다. 다른 곳은 다 타락해도, 종교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종교인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곤 합니다.

그런데 본문은 저들에 대해 소개하기를 “안나스와 가야바가 대제사장(‘아르키에레오스’ 단수)으로 있을 때에”(눅 3:2a)라고 말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사람은 둘이지만 ‘대제사장’이라는 말은 단수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안나스와 가야바는 ‘장인과 사위’의 관계인데(요 18:13), 장인인 안나스가 대제사장 노릇을 하다가 물러났고, 이어서 사위 가야바가 대제사장이 되었지만, 안나스가 가야바 뒤에서 실질적인 대제사장 노릇을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둘이지만,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대제사장 노릇을 하고 있다고 본문은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대럴 벅, 『누가복음1』 부흥과개혁사>. 종교적 ‘수렴청정’(垂簾聽政) 혹은 ‘섭정’(攝政)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요한복음 18장에 보면, 예수님을 먼저 심문한 사람은 이미 은퇴한 대제사장 ‘안나스’였습니다. 그 뒤에 사위 ‘가야바’ 대제사장에게 넘깁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이미 은퇴한 대제사장이 마치 실권이 있는 것처럼 죄수를 심문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으로 ‘안나스와 가야바’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내모는 주역이 되는데, 오늘 본문은 이와 같은 불법을 행한 자의 이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예수 시대의 세 가지 권력자들

그러므로 본문에는 세 부류의 권력자들이 나옵니다. 첫째는 이스라엘을 사지에 몰아넣은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와 그에 의해 파견된 유대 총독 ‘폰티우스 필라투스’입니다. 이들은 세속적 권력으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게 한 인물입니다. 둘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탐욕스럽게 물어뜯던 분봉 왕들입니다. 저들은 백성들의 삶과 안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로마 황제를 위해 충성 경쟁이나 하던 자들입니다. 이를 위해 백성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매기고, 그 돈으로 로마 황제를 위해 신도시를 만들어 헌정하던 자들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종교 권력으로 불법적인 판결을 내린 대제사장 ‘안나스와 가야바’입니다. 저들은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 다리를 놓아서 백성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할 사람들이었음에도, 오히려 백성들을 선동해서 만왕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몰았던 자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생각할 때, 지금 이스라엘은 어떤 상태에 있습니까? 그들은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치 사나운 승냥이에 둘러싸이고 폭압적인 적들에게 ‘욱여쌈’을 당한 채로 오도 가도 못한 신세에 놓인 것입니다. 저들은 백성들의 삶에는 아랑곳없이 사리사욕이나 채우는 압제자요, 정치인이요, 종교인이었으니, 그리하여 백성들을 그릇된 길로 이끄는 삯꾼과도 같은 자들이었으니, 이런 상황에 놓인 이스라엘은 어디서 소망을 찾을 수 있고 구원을 볼 수 있겠습니까?

●말씀이 광야에 내리다

이처럼 캄캄한 이스라엘의 현실 앞에, 본문은 전혀 예기치 못할 폭탄과도 같은 선언을 들려줍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빈 들(광야)에서 사가랴의 아들 요한에게 임한지라.”(2b)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화려한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를 찾아가지 않았고, 이스라엘을 희희낙락 통치하던 분봉 왕들에게 내리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유대교를 쥐락펴락하던 대제사장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말씀은 ‘빈 들’ 곧 ‘광야’에 쏟아졌습니다. 여기서 ‘빈 들’이라는 말은 헬라어로 ‘에레모스’라고 하는데, 이 말은 구약성경의 ‘광야’를 번역한 말입니다.

조금 더 알아보면, 히브리어로 말씀은 ‘rBeDI’(‘다바르’)라 하고, ‘광야’는 ‘rB'd>mi’(‘미-드바르’)라 합니다. ‘미-드바르’는 ‘~로부터’라는 뜻의 전치사 ‘미’와 ‘말씀’이란 뜻의 ‘드바르’가 합쳐진 단어인데, 이런 점에서 보면, 광야는 “말씀이 나오는 곳”을 뜻합니다. 비록 이스라엘 백성에게 광야는 형벌처럼 주어진 곳이었지만, 저들은 ‘미-드바르’(광야)에서 하나님의 ‘다바르’(말씀)을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그 위대한 말씀 사건이 그 옛날 시내산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오늘 본문에 나오는 광야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광야 시내산에 ‘모세’가 있었던 것처럼, 오늘 본문은 거기에 “사가랴의 아들 요한”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요한을 ‘사가랴의 아들’이라 소개하는데, 사가랴는 어떤 인물이었습니까? 지난 머풍금 기도회 때 살펴본 것처럼, 그는 ①여호와의 계명을 흠 없이 지켜 ‘당대 의인’이라 불린 ‘말씀의 승리자’였고(눅 1:6), ②아무런 소망이 없던 때에도 제사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예배의 승리자’였고(눅 1:5), ③이로써 하나님께 온 마음을 다해 간구하던 ‘기도의 승리자’였습니다(눅 1;13). 사가랴는 ‘말씀-예배-기도’, 곧 ‘말-예-기’의 삼박자를 갖춘 인물이었습니다.

이러한 신앙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갖추었던 사가랴에게 하나님은 주님의 오실 길을 준비할 ‘요한’을 주셨고, 그가 하늘을 우러러봤을 때, 하나님의 말씀이 광야에 있던 그에게 폭풍처럼 쏟아져 내렸던 것입니다.

●욱여쌈을 당한 자의 노래1 : 주께서 사랑의 대로를 만드신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한 것처럼 불안하고 답답한 시대를 살던 이스라엘에 하나님의 말씀이 임재한 사건을 읽었습니다. 그 말씀은 화려한 로마 황궁이나 예루살렘 성전에 내려오지 않고, 광막한 광야에 내려왔습니다. 그곳에 선지자 이사야의 말씀을 받은 한 인물이 서 있었는데, 그는 ‘말씀-예배-기도’의 가정에서 나고 자란 ‘요한’이라는 인물이었습니다. 하나님 말씀으로 충만한 요한은 입을 열어 말하기를 주님이 오시면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여 질 것”(눅 3:5)이라고 선포합니다. 이것이 욱여쌈을 당한 세상을 위한 요한의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본래 이 말씀은 누가 받았던 말씀입니까? 선지자 이사야가 바빌론 포로로 잡혀잔 유대 백성들을 위해, 곧 바빌론에 의해 욱여쌈을 당한 유대 백성들을 위해 불렀던 노래였습니다. 고대 시대의 왕들은 그들이 다니는 곳곳마다 길을 평탄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사야의 예언은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고대의 정복자들은 자기가 다닐 길을 위해 백성들을 학대하고, 강제 노동을 시켜 굽을 길을 곧게 하고 산을 깎아 평탄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사야는 말하는 것입니다. ‘왕께서 친히 파인 것을 메우고, 왕께서 친히 산처럼 솟은 것은 손수 깎으시리니, 굽은 길은 곧게 하시어 평탄한 길을 만드시는 분은 주님이시다!’라고 선포한 것입니다. “자신의 백성을 데려오시고자 하나님이 제일 앞에 서서”<김회권, 『이사야』 복있는사람> 이 모든 일을 친히 행하실 것이라 예언한 것입니다.

요한이 만난 주님은 정말 그런 분이셨습니다. 우리 주님이신 예수께서는 공생애를 통해 모든 굴곡진 삶에 사랑의 온기를 친히 불어넣으셨고, 높은 자를 낮추시고, 낮은 자를 높이셨으며, 상처로 굽어진 이들을 치유하시어 사랑의 길로 다니도록 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십자가로 인해 뭇 백성들이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랑의 대로’를 닦아주신 것입니다. 그것이 주님이 친히 행하신 일이었습니다.

●욱여쌈을 당한 자의 노래2 : 주를 더 신뢰하라

오늘 누가복음과 함께 읽은 시편 83편은 “공동체의 탄원시”라 불리시는 시편입니다.<차준희 『시인의 영성2』 새물결플러스> 어느 ‘개인의 시’가 아니라, 공동체가 한마음으로 하나님께 올리는 ‘공동기도문’입니다. 시의 전반부에서 시편 기자는 자기들을 괴롭히는 자들을 무찔러 달라며, 적들에게 욱여쌈을 당하여 조롱과 멸시로 고통받는 이들의 애끓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이로써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이끄셨던 전쟁을 하나씩 언급하면서, ‘그때 그렇게 도우셨던 것처럼 지금도 도와주소서!’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올립니다.

그러나 시편 83편은 그러한 보복과 복수의 탄원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시편 83편은 마지막 구절에 가서 이런 노래로 마감합니다. “여호와여 그들의 얼굴에 수치가 가득하게 하사 그들이 주의 이름을 찾게 하소서 그들로 수치를 당하여 영원히 놀라게 하시며 낭패와 멸망을 당하게 하사 여호와라 이름하신 주만 온 세계의 지존자로 알게 하소서”(시 83:16-18)

보복을 위해 처절히 절규하며 기도하던 시편 기자가 마지막에 가서 변했습니다.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여호와여, 그들 얼굴에 수치가 가득하게 하소서”라고 하면서 여전히 복수심을 지니고는 있지만, 그는 “그들이 주의 이름을 찾게 하소서”라고 하면서 주님의 뜻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하나님의 판결이 나의 섣부른 복수보다 나은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지금껏 ‘내 편’이 되어주기만을 간구했던 얄팍한 기도가 아니라, 이제 심판과 구원의 주님이 친히 다스려 달라는 성숙한 기도자로 변화된 것입니다.

오늘 함께 예배하는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대림절 둘째 주를 맞아 우리가 이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인간의 성공은 하나님의 실패만 못하다.” 인간의 일과 하나님의 일을 비교해보자는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때로 실패하신다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하나님의 주권을 참으로 인정하는가?’ ‘우리를 사랑의 길로 인도하실 그분의 통치를 신뢰하는가?’ 묻고 대답해야 합니다. 그것이 대림의 때를 보내는 우리가 마땅히 힘써야 할 일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설교 제목 “욱여쌈을 당한 자가 부를 노래”는 다름 아닌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는 일’이었습니다. 섣부른 우리의 생각을 거두고, ‘하나님이 친히 다스려 달라고 기도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사야와 요한이 간절한 마음으로 “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리라!”(눅 3:6)고 노래한 것처럼, 그 일을 이루실 심판자요 구원자가 이루실 일 앞에 숨죽이며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님이 십자가로 닦으신 사랑의 대로, 그 길 위에서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주의 은혜를 간구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