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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 평범 그리고 대범”

(눅 15:11-32)

<2025년 3월 23일 사순절 제3주 설교 / 보라색>

●누가복음 15장의 세 가지 비유(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원)

오늘 본문 누가복음 15장에서 예수께서는 세 가지 비유의 말씀을 주십니다. 세 가지 비유 모두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비유인데, 첫 번째 비유는 “잃은 양을 찾은 목자의 비유”이고, 두 번째 비유는 “잃은 드라크마를 찾은 여인의 비유”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인 세 번째 비유는 “잃은 아들을 찾은 아버지의 비유”로서, 세 가지 모두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비유’입니다.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사실 세 번째 비유는 잃은 아들‘들’에 관한 것입니다. 예수께서 이 비유를 주신 것은 둘째 아들만 아니라 사실 첫째 아들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두 녀석 다 아버지에게는 잃은 자식들입니다.

이 세 가지 비유를 잘 이해하려면 먼저 예수께서 이 비유를 누구에게 주셨고, 왜 주신 것인지 그 목적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본문 1-2절을 보면 예수께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자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수가 죄인을 영접한다’면서 수군거리고 비난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예수께서는 저들을 경고하시기 위해 비유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세 가지 비유의 결론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찾으실 때 어떤 이는 ‘세리와 죄인들’처럼 그 부르심에 응할 것이지만, 반면에 어떤 이는 뭐가 그리 잘났는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처럼 부르심을 거절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의 관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부르심에 응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거절하는 사람인가?’ 특별히 일전에도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이 세 가지 비유에 나오는 각각의 주인공을 보면, 첫 번째 잃은 양을 찾는 비유의 주인공은 ‘젊은 목동’이고, 두 번째 비유의 주인공은 ‘여성’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비유의 주인공은 ‘아버지’입니다. 셋 다 잃어버린 것을 찾고 있는데, 이는 마치 ‘성부 하나님, 성령 하나님, 성자 하나님’ 즉 삼위일체 하나님이 잃어버린 영혼을 찾으시려 각각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입니다.

사순절 셋째 주를 맞은 오늘, 세 번째 비유의 주인공 되시는 성부 하나님이 말씀 안에서 여러분을 기다리시며 부르십니다. 말씀을 나눌 때, 자비와 긍휼로 우리를 찾으시는 하나님 아버지 품으로 용기를 내어 돌아가 안기는 여러분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모범의 4관왕, 패륜의 4관왕

오늘 본문은 오랫동안 학자들이 “복음 중의 복음”(Evangelium in Evangelio)이라 불렀던 말씀인데, 기독교가 말하는 구원의 핵심을 풍부하게 담고 있습니다. 본문에 보면,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 아들은 늘 성실하게 일하면서 아버지 곁을 지키던 모범생과도 같은 아들이지만, 반면에 둘째 아들은 성경이 대놓고 말하기를, 아버지로부터 받은 재산을 들고 먼 나라로 떠나서 “허랑방탕하여 재산을 낭비한 아들”(squandered his wealth in wild living)이라고 소개합니다(13). 첫째 아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못나고도, 나빴습니다. 두 아들이 어떤 아들인지 알아보기 위해 유대 사회에서 말하는 좋은 자식이 되는 네 가지 조건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율법을 잘 지키는 자식(율법)(잠 1:8-9 “내 아들아 네 아버지의 훈계를 들으며 네 어머니의 법을 떠나지 말라”)

둘째, 부모를 공경하고 효도하는 자식(효도)(출 20:12 “네 부모를 공경하라”)

셋째, 가정을 부양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일하는 자식(노동)(Avot 2:2 “율법만 알고 노동하지 않는 자는 헛수고 하는 일이며 죄에 빠지게 된다”)

넷째, 공동체를 섬기는 자식(공동체)(Avot 2:2 “공동체를 세우며 일하는 자는 하늘의 이름을 위해 그리하라. 조상들의 공로가 그들을 도울 것이다”)

<셋째, 넷째, 탈무드 인용은 sefaria.org에서 우리말 옮김>

본문이 자세히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모르긴 몰라도 첫째 아들은 분명, 이 네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유대 사회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아들일 것입니다. 집에서 아버지를 공양하면서, 안식일이 되면 아버지를 모시고 회당에 나가 예배했을 것이고, 거기서 만나는 랍비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성실하게 종교생활을 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특별히 본문에서 집 떠난 둘째 아들이 돌아와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맏아들은 밭에 있다가 돌아왔다”(25)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는 해가 질 때까지 온종일 성실하게 일하는 아들이었던 것입니다. 유대 사회 모범적 아들의 조건 4관왕을 달성한 아들입니다.

반면에 둘째 아들은 어떻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좋은 자식으로서의 네 가지 자격 중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특별히 12절을 보면, 그는 아버지에게 “재산 중에서 내게 돌아올 분깃을 주소서”라고 하는데, 말인즉슨 ‘아버지가 죽으면 나한테 돌아올 유산을 지금 달라!’는 요구입니다. 오늘날에는 가정마다 사정이 있어서 부모가 자녀에게 미리 유산 상속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당시 유대 사회에서 이런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자식이 있다면, 그것은 부모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조차 저버린 몹쓸 자식이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케네스 베일리,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님의 비유』 이레서원>.

그러므로 둘째 아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잘 지키기는커녕, 눈에 보이는 아버지를 욕보인 막돼먹은 아들이었습니다. 보아하니 성실하게 일할 줄도 모르고 돈만 펑펑 써대는데, 그것도 나고 자란 집과 마을 공동체를 저버리고 “먼 나라로” 갔다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거기서 폭삭 망한 뒤로는 율법이 엄히 금하는 “돼지”를 치면서 살았다고 하니, 가히 유대 사회 패륜적 자식의 조건 4관왕을 달성한 아들입니다.

●예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실 것인가?

이처럼 상반된 두 아들을 정리해 보면, 첫째 아들은 유대 사회의 아주 모범적인 자식의 표본이라 할 수 있고, 반대로 둘째 아들은 패륜적 자식의 표본으로 예수님의 비유에 나오는 것입니다. 이유는 다르지만 둘 다 마을 어귀에 플래카드라도 내걸어야 할 자식들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유대 사회가 두 아들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우리의 궁극적인 관심이 아닙니다. 우리의 관심은 ‘예수님은 어떻게 평가하실 것인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눈에는 그가 ‘모범적 아들이냐, 패륜적 아들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어땠는가’가 아니라 ‘이제부터 어떨 것이냐’를 두고 말씀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진지하고도 솔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둘째 아들은 정말 뻔뻔하지 않습니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아버지에게 다 뜯어내서 도망쳤다가 쫄딱 망하고서는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돌아왔으니 말입니다. 우리가 부모라면 그런 자식을 용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아버지는 죄인을 기다리는 하나님을 상징하고 있으니,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은 그런 방탕한 자식을 용서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까지는 애써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째 아들을 우리가 쉽게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집에서 아버지를 공양하면서 혀가 빠지게 일하던 충실한 아들이었는데, 그의 입장이 돼보면, 그처럼 허랑방탕한 동생 놈이 돌아온 것이 기쁘기만 하겠냐는 말입니다. 게다가 그런 동생에게 회초리를 들어도 모자랄 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동네 사람들 다 모아서 풍악(sumfwni,a)을 울려가며 상다리 부러지도록 잔치를 베푸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겠냐는 말입니다.

말씀을 준비하면서 지난 일주일간 이 물음을 안고 묵상했습니다. 그러던 중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Fyodor Dostoevsky, 1821-1881)가 쓴 소설 『죄와 벌』(민음사)이 떠올랐는데, 이 소설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 많은 분이 들어보셨겠지만, 소설의 내용을 잠시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은 ‘라스콜리코프’라는 23살 된 법대 휴학생입니다. 그는 낡고 허름한 방에서 살고 있었는데, 소설이 말하기를 그의 방은 무슨 “벽장” 같은, 또는 심지어 판자때기를 대충 얽히고설켜 만든 “궤짝” 같은 방이라고 합니다. 주인공은 그런 방조차도 몇 달째 방세를 밀려서 집주인을 피해 다니는 형편이었고, 전당포에 시계며 반지를 맡겨서 급전을 얻어 끼니를 연명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장래가 촉망받는 법대생이긴 했지만, 휴학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곱씹던 주인공 라스콜리코프는 어느 날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는 전당포를 운영하는 ‘알료나’라는 이름의 노파였습니다. 이 전당포 주인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말도 안 되는 높은 이자를 받아먹던 비정한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갖고 있던 피 같은 돈과 귀중품까지 헐값에 빼앗았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 노파는 하나밖에 없는 착한 동생을 종 부리듯 모욕하고 마구 때리기까지 하던 사람이어서, 주인공은 차라리 ‘저런 인간은 세상에서 없어지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우리도 이럴 때가 있습니다. 종종 뉴스에 보도되는 끔찍한 범죄자라든가, 사기행각을 벌여서 많은 사람을 절망에 빠뜨리고, 심지어 죽음으로 밀어 넣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희희낙락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을 때면, “귀신은 뭐하나, 저런 놈 안 잡아가고”라고 말하면서, 차라리 저런 인간은 세상에서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주인공 라스콜리코프의 생각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이런 ‘생각’에 빠져있던 주인공은 이제 ‘실행’에 옮길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는 노파의 생명을 “바퀴벌레만도 못하다”라고 평가하면서, 그녀를 죽여서 그녀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여러 사람에게 유익할 것 아닌가? 하면서 살인의 명분까지 만듭니다. 그러면서 ‘이 일을 내가 해야지!’ ‘나는 그래도 돼!’ ‘이건 의로운 일이야!’라고 몇 번이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이미지로 보시는 것처럼 노파를 찾아가 아주 잔인하게 살해합니다.

이처럼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은 그도 인간인지라, 잠시 마음이 혼란스럽고 불안하긴 했지만, 앞서 다짐한 것처럼 ‘누가 이 일을 하겠어? 나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거야’라며 마음을 굳힙니다.

●비범한 사람(Extraordinary People)

그런데 사실, 주인공에게는 일종의 신념이자 철학이 있었습니다. 법학도였던 그는 과거에 논문을 하나 쓴 적이 있는데, 논문에서 주인공은 세상에는 “평범한 사람”(ordinary people)이 있고 “비범한 사람”(extraordinary people)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평범한 사람’은 세상의 법도와 규칙을 마땅히 지켜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처벌받아야 하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을 뜻하는데, 이와는 달리 세상에는 ‘비범한 사람’이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비범한 사람에 대해서 주인공 라스콜리코프는 이렇게 말합니다. “비범한 사람은 모종의 권리를 갖는다. 이것은 자신의 양심이 허락하는 한 어떤 장애물도 뛰어넘을 권리를 갖는다”<『죄와벌』> 즉 그가 말하는 ‘비범한 사람’은 상황에 따라 규범을 어겨도 되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남들은 하면 안 되지만, 나는 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주인공은 ‘나야말로 비범한 사람’이라는 환상에 빠진 나머지 세상의 ‘평범한 사람들’이 하지 못할 일을 ‘비범한 사람인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는 재판관 앞에 섰을 때도 은근히 자신의 의로움을 뽐내면서도,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교묘하게 빠져나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Ordinary People)

그런데 소설에 보면 그 뒤로 주인공은 ‘소냐’라는 한 여인을 만나서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녀는 주인공 라스콜리코프가 하는 말을 가타부타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마음씨 고운 여인이었는데, 그녀와 지내는 동안 주인공은 점점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 주인공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 이야기를 마치 다른 사람 얘기를 하듯이 소냐에게 말을 꺼냅니다(‘내 친구 얘긴데’ ‘나도 들은 얘긴데’ ‘절대 내 얘기는 아닌데’). 그런데 소냐가 그의 말을 계속 듣고 있자니 좀 이상한 것입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얘기를 마치 목격한 것처럼 너무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순간 소냐는 다소 의아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망치에라도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섬뜩한 생각이 들어서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죠?”라고 묻습니다. 이에 라스콜리코프는 드디어 ‘용기를 내서’ 더는 부정하거나, 말을 뱅뱅 돌리지 않고, 그녀가 충분히 알아듣게끔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입니다. “이젠 알았겠지?”< 『죄와 벌』 문예출판사>(“알아맞혔어?”, 『죄와 벌』 민음사) 그 말을 들은 소냐는 떨리는 음성으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맙소사!’ … ‘어쩌자고, 어쩌자고 자기 자신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어요?!’ 그녀는 이런 말을 내뱉으면서 무릎을 펴고 벌떡 일어나더니 그의 목으로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고 두 손에 꼭-꼭 힘을 주었다.” - 『죄와 벌』 중에서

소냐가 라스콜니코프에게 한 ‘말과 행동’을 주목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소냐는 주인공에게 ‘어쩌자고 그녀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어요!’가 아니라, ‘어쩌자고 자기 자신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어요?’라고 말합니다. 타인을 죽이는 행위는 결국, 자기 자신을 죽이는 끔찍한 행위라고 말한 것입니다. 게다가 살인자의 고백을 들었으면, 무서운 마음에 그 방에서 도망치든가, 아니면 최소한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야 정상인데, 소냐는 오히려 라스콜니코프에게 다가가서 어리석고 불쌍한 사람을 ‘끌어안고 두 손으로 꼭-꼭 힘을 주어 안았다’고 소설은 말합니다.

잠시 뒤에,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을 꼭 끌어안아 준 소냐를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당신은 정말 이상한 여자야, 소냐. 그것을 얘기했는데도 나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다니!” - 『죄와 벌』 중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비범한 사람’이니 하면서 합리화하기만 했던 주인공이 소냐라는 여인을 만나 참회하며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간 아주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그가 ‘비범한 사람’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온 과정에는 ‘자신의 죄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주인공은 단순히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그는 참으로 대범하게도 자신의 허물과 죄를 고백한 ‘대범한 사람’(audacious people)이 된 것입니다. 세상에 자기 죄를 낱낱이 고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직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범한 사람(Audacious people)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러한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보니, 오늘 본문에서 아버지에게로 돌아온 둘째 아들과 그를 아무런 조건 없이 맞아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데, 허랑방탕했다가 돌아온 둘째 아들은, 말하자면 자신의 죄를 고백함으로 ‘평범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내가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르기를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18-20)라고 용기 내어 담대히 고백함으로 ‘대범한 사람’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모습에 분노하면서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첫째 아들’은 여전히 자신을 ‘비범한 사람’으로 고집하는 듯 보이는데, 기독교의 고전 중 하나인 『그리스도를 본받아』라는 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자기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사실을 제대로 잘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온전한 최고의 지식입니다.”<토마스 아 켐피스, 『그리스도를 본받아』 CH북스> 새벽기도 시간에 예레미야서를 나눌 때 여러 번 언급했지만,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비참하고 위대한 존재다. 자신이 비참한 존재인 줄 모를 때 비참하고, 자신이 비참한 존재인 것을 알기 때문에 위대하다.”<『팡세』 두란노>

이런 점에서 첫째 아들은 자신이 비참한 존재인 줄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비참한 존재’로 남은 것 아니겠습니까? 특별히 본문 28절 이하를 보면, 첫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분노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본문 원어 의미를 살리기 위해 ‘새한글성경’ 버전).

“보세요!(VIdou., Look!) 저는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아버지를 위해 종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도 아버지 명령을 무시하고 지나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에게는 염소 새끼라도 주어 친구들과 즐기게 해 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이 아들은 아버지가 먹고 살 재산을 몸 파는 여자들과 모조리 들어먹고 왔습니다. 그런데도 그를 위해 살진 송아지를 잡게 하셨습니다.”(눅 15:29-30, 새한글성경 버전)

분노한 첫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따져 묻는 대목인데, 그는 여기서 홍길동이라도 된 것인지, 성경 원어로 보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단 한 번도 부르지 않습니다. 본문에 ‘아버지’라고 된 부분은 모두 “너, 당신”(su,, you)이라고 대명사로만 되어 있습니다. 첫째 아들은 ‘아버지’(Pa,ter) 소리를 입에 담고 싶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게다가 말을 시작할 때, “보세요!”라고 말문을 엽니다. 우리 식으로 하자면, 아버지에게 “이봐요!” 또는 “야, 이 양반아!”라고 하는 것입니다. 욕만 안 했지, 이거야말로 패륜입니다. 앞서 그가 “유대 모범적 아들의 조건 4관왕을 달성”한 줄 알았는데, 이제 봤더니 그는 ‘4가지’(싸가지)가 없습니다.

●비범, 평범 그리고 대범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비범, 평범, 그리고 대범”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본문 말씀과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을 통해서 우리는 누가 대범한 사람인지 깨닫게 됩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사랑하고 존중하다가도, 때로는 미워하고 저주하기도 하는 ‘평범한 존재’라서 누구나 인간은 별로 훌륭할 게 없는 ‘비참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지금 ‘하나님 앞에서 비참한 자신을 깨닫고 돌아갈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을 찾고 계시는 줄로 믿습니다. 그리하여 ‘대범한 사람’으로 삼아주시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스스로 ‘비범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고, 첫째 아들처럼 自己義(self-righteousness)에 빠져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언제나 자기는 다른 사람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아버지 뜻보다 위에 서 있으려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비참한 줄도 모르는 인생, 더욱 비참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처럼 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제 말씀을 마치려고 합니다. 오늘 예수께서 주신 비유는 아버지가 첫째 아들에게 하는 말로 끝납니다. 다같이 읽겠습니다. “이 네 동생은 죽었다가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얻었기로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눅 15:32)

이 말씀을 마지막으로 예수께서는 더 설명하시지 않습니다. 이 비유 말씀은 열린 결말(open-ending conclusion)로 마칩니다. 그러므로 이 마지막 말은 바리새인과 서기관 같은 첫째 아들에게 주신 말씀이기도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향한 주님의 말씀인 줄로 믿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너희의 대답은 무엇이냐? 너는 비범한 사람이냐? 평범한 사람이냐? 아니면 대범한 사람이냐?’ 주님이 지금 우리에게 묻고 계신 줄로 믿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신 거룩하신 주님의 말씀으로 인하여 비범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도 아닌, 오직 하나님 앞에 참회하는 마음으로 돌아가는 대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