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미완의 제자공동체”

<마가복음 10장35-45절>

1. 반면교사에서 타산지석에로

여러분 제가 20여 년 전에 어떤 잡지사에 의뢰를 받아서 일 년 동안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썼던 글의 주제가 “제자처럼만 하지 말자” 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미 느끼시겠지만, 복음서에 나오는 제자들의 모습은 “저 사람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예수님이 아무리 말씀을 하셔도 못 알아듣습니다. 설사 조금 알아듣더라도, 가르침대로 잘 따르기는커녕, 오히려 그 말씀을 뭉개버립니다. 공허하고도 헛된 맹세로만 변죽을 울릴 뿐이지 참된 제자의 모습은 도무지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안타깝게도 예수님의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제자들한테 만약 배울 게 있다면, 그것은 그저 사자성어로 ‘반면교사’反面敎師라 하듯이, “아, 저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싶은 그런 교훈뿐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반면교사하기만 할 것 같은 제자들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저로서는 그 못난 모습들을 비난했다가도, 오히려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런 못난 사람들같으니!” 할 때도 많지만, “아이고야, 어쩌면 나랑 이렇게 똑같나!” 하는 생각도 든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예수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제자들이었어도, 훗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뒤로는 자신의 목숨 따위는 전혀 아깝게 생각하지 않았고요, 담대하게 하나님 나라를 전했던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제자가 사도가 된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오히려 부끄러워집니다. 여러분이나 저도 2천 년 전 제자들이 받았던 그 성령과 똑같은 성령을 받은 것 아닙니까. 성령께서 2천 년이 지나는 동안, 늙고 쇠약해지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같은 성령을 받고, 같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라 고백하는데, 우리는 왜 사도행전의 제자들처럼 살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반면교사’가 아니라 ‘타산지석’他山之石입니다. 성령을 받기 전과, 받고 난 후가, ‘Before & After’가 완전히 달랐던, 그래서 “저들이 정말 그때 그 제자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위대한 제자도의 본을 보여준 것도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함께 읽었지만, 오늘 본문에서 야고보는요 요즘 말로 하면 완전 ‘비호감’인 인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자기 동생하고 같이 예수께 은밀히 다가가더니, 훗날 주님이 영광을 받게 되면, 한자리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 않습니까.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비호감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사도행전 12장1절을 보시면, 오늘 이처럼 자기 욕심이나 차리려고 했던 비호감 야고보가 헤롯 아그립바 왕에 의해서 칼에 맞아 순교합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에 최초로 순교한 사람이 바로 야고보였다는 말입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삶의 전환이란 말입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아무리 어리석고 못난 제자들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더라도, 저들은 훗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뒤로는 순교자의 사명으로 주님의 복음을 전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변화’라고 부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늘 ‘변화’를 꿈꾸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비록 천천히, 더디 흐를지라도 언젠가는 변화의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오늘 성경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도 허락하실 이러한 변화의 은총이 오늘 모인 우리들 각자와 우리 서강 공동체 위에 임하기를 축원합니다.

2. 랍비의 제자 조건: 엘리트 교육

여러분, 예수님 시대 때 유대교의 랍비들은 늘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랍비들은 제자들을 선별할 때 그 기준이 무척이나 까다롭기로 유명했는데요, 무엇보다 율법에 비추었을 때 ‘정결한 삶’을 살고 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둘째로는 공부를 가르치면 잘 따라올 수 있을 만큼 ‘지적인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 물으면서 제자들을 선발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철저한 ‘엘리트 교육’이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유대교 랍비들은요, ‘기도’하는 것과 ‘성경공부’하는 것, 이 둘 중에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을 것 같습니까? 정답은 ‘성경공부’입니다. 그 이유가 중요한데요, 왜냐하면, 랍비들은 생각하기를, 기도는 인간이 하나님께 말하는 것이지만, 성경공부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말씀하시는 시간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로이스 티어베르그, 앤 스팽글러, [랍비예수, 제자도를 말하다], 국제제자훈련원>

그러니 하나님이 말씀하시는데, 지적인 능력이 부족해서 성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건 단순히 ‘이해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불경스런 일’이라 여겼던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 랍비들이 제자들을 선별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까다롭게 굴었겠습니까.

3. 예수의 제자 조건-1

그런데 이에 반해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어떻게 부르셨지요? 물론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자들을 부르신 남다른 예수님의 안목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얼핏 성경을 읽게 되면, 그저 아무런 기준도 없이 ‘아무나’ 부르신 것처럼 보입니다. 제자들을 선발하실 때 일말의 기준이라든가 일관성조차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여러분, 어떤 사람들이 예수님의 제자였습니까? 개중에는 어부들이 있지요? 베드로 같은 어부는 가난한 어부였지만, 오늘 본문에 나오는 야고보와 요한은 그들의 아버지였던 ‘세베대’라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만큼 유명한 선주의 아들로서 부유한 어부였습니다. 여러분, 이런 어부들은 유대 랍비의 제자가 되는 것을 꿈도 못 꾸었을 것입니다. 어부라는 직업은 직업상 정결한 삶을 살기도 어렵거니와, 지적인 능력이 부족하다 여겼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언감생심, 랍비의 제자가 될 수 있었겠습니까.

또 어떤 제자들이 있었던가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던 세리도 있었고요, 사회적으로 아주 과격했던 열심당원 출신도 있었습니다. 과거에 유대교를 신봉하던 보수적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안드레나 빌립’이란 이름을 보면, 일찌감치 유대식 이름을 버리고, ‘안레아스, 필리포스’라는 헬라식 이름을 사용한 걸 보면, 사상적으로 아주 자유분방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제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예수님은 무슨 기준으로 제자들을 부르신 건지 궁금해지기만 합니다.

4. 예수의 제자 조건-2

그런데 어디 그게 비단 2천 년 전의 일이기만 하겠습니까? 오늘 예배하고 있는 우리들만 생각해도 마찬가지겠지요. 오늘 예배하시는 여러분들, 어디 다 똑같은 분들만 앉아계신 것은 아니지요? 그 어려운 시험이라 소문난 예수-국가고시를 패스하고 여기 오신 것도 아니지요? 모르긴 몰라도 예수님의 제자 그룹보다도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을 오늘 예수께서는 제자로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그러므로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떤 ‘능력’을 뜻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배운 사람인지, 얼마나 재산이 많은지, 얼마나 좋은 달란트를 갖고 있는지, 이런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은 또한 어떤 사상을 갖고 있느냐, 어떤 직업을 갖고 있으냐, 이런 것에 달려 있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그분을 따르고자 한다면, 우리 주님은 우리 중 그 누구라도 내치거나 멀리하실 분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5. 야고보와 요한의 무지한 요구

오늘 본문의 말씀은 우리가 이미 잘 아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마가복음을 통해서 여러분이나 저나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제자들의 모습을 줄곧 봐왔는데요, 오늘 본문에 와서 그 황당함이 정점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확인했던 못난 제자들의 모습은 그저 예고편에 불과하다 말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도 너무나도 심각해 보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은 두 가지 터무니없는 요구를 예수님께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35절에서 “무엇이든지 자기들이 구하는 바를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이런 요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엇을 요구하는지 말하기도 전에, 내가 요구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달라는 얘기 아닙니까. 무슨 놈의 요구를 이렇게 무식하게 한단 말입니까.

한참 뜨겁게 연애하는 남녀 사이에도 이렇게는 안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남녀 사이라 하더라도, “내가 부탁하는 거 들어줄거야, 안 들어줄거야?” 이렇게 묻는 게 최고로 무례하게 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들은 다짜고짜, “무엇이든 우리가 구하는 것을 들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이들은 37절에서 본격적인 두 번째 무모한 요구를 합니다. “주님이 영광을 받으실 때, 우리를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앉게 해달라.”는 얘기였습니다.

무슨 요구를 이렇게 뻔뻔하게 대놓고 한단 말입니까. 권력과 돈이나 탐하는 조직 폭력배가 아니라면, 이처럼 대놓고 높은 자리를 달라, 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런 요구가 더더욱 심각한 것은, 여러분, 살짝 32절을 한번 보십시오. 예수께서는 이제 곧 자신이 고난받으실 것을 마지막 세 번째로 예고하십니다. 예수께서는 “이제 곧 내가 예루살렘에 올라가게 되면,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넘겨질 것이다, 그 후에는 그들이 나를 죽이기로 결의하고 이방인들에게 넘겨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나를 능욕하고 침 뱉으며 채찍질하고 죽일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하신 바로 그 직후에, 이들은 높은 자리를 탐하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고난을 말씀하시는데, 저들은 영광을 탐내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6. 도플갱어를 보고 화를 내다

이 두 형제들이 이렇게 대놓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들으면서, 나머지 열명의 제자들이 가만이 있을 수는 없었나 봅니다. 41절을 보니까, 나머지 ‘열 제자가 이를 듣고 야고보와 요한에 대해서 화를 냈다.’고 합니다. 화가 날만 하지요?

그런데 이들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던가요? 이제 곧 주님은 고난 당하실 것인데 너희들은 어쩌자고 영광의 자리나 탐하고 있냐는 생각에 화가 났던 걸까요?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나머지 제자들이 화가 난 것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을 그 두 제자가 먼저 독차지하려고 했던 것에 화가 났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탐욕과 욕심에 있어서는 그 열 둘이 다 똑같았다는 말입니다.

여러분, ‘도플갱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나와 모든 면에서 똑같은, 또 다른 생명체’를 일컬어서 독일말로 ‘도플갱어’Doppelgänger라고 합니다.

어딘가에 나와 외모도 똑같고, 나와 생각도 똑같고, 나와 똑같이 살아왔던,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다면, 그래서 그 사람을 만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습니까? 저로서는 그다지 유쾌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불편하고 불쾌하기만 할 것 같습니다. 저와 똑같은 사람이라면, 그는 저의 추하고 악하고, 못난 모습을 다 알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이 ‘도플갱어’라는 말을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데요, ‘우리 자신의 내면에 살고 있는 심리적 쌍둥이, 곧 어두운 그림자’를 도플갱어라고 표현합니다.<로버트 존슨,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에코의서재>

말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늘 ‘정의’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정의를 부르짖는 것은 그 내면에 있는 ‘불의’를 감추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그래서 ‘정의와 불의’를 한 쌍의 도플갱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늘 ‘사랑’을 말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어두운 ‘미움’이라는 감정이 동시에 숨겨져 있을 거란 말입니다. 이 경우에는 ‘사랑과 미움’이 한 쌍의 도플갱어가 됩니다.

그래서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저 유명한 포르투갈의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가 쓴 소설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내 눈앞의 현실이 (불편하여)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 다른 존재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우리의 욕구가 이토록 강렬하다.”고 말입니다.<주제 사라마구, [도플갱어], 해냄>

그러니까 오늘 본문을 우리는 이렇게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열 제자들은 자기들도 똑같이 갖고 있던 그 욕심을 먼저 차지하려고 했던 야고보와 요한이라는 도플갱어를 맞닥뜨렸던 것입니다. 자기들 안에 있는 그 달콤하고 황홀한 욕심을, 저 두 놈이 독차지하려고 했던 것이니 얼마나 미워 보였겠습니까.

7.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

여러분, 42절을 보시면 예수께서는 그런 못난 제자들을 바라보시면서, “너희들은 이방인들만도 못하다.” 하십니다. “이방인들도 너희처럼은 안 하겠다!”는 뜻이겠지요. 이렇게 호통을 치시면서, 예수께서는 마지막 절인 45절에서 우리가 많이 암송하고 있는 저 유명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여러분, 예수께서는 자신의 고난과 죽음을 세 번이나 예고하셨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왜 죽으셔야 하는지를 지금까지 한번도 말씀하지 않으시다가, 비로소 오늘 본문 마지막 절에서 그 이유를 제자들에게 알려주신 것입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기 위함이며,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고 말입니다.

고대 사회에서 ‘대속물’(lu,tron)은 ‘몸값’ransom을 의미했는데요, 이것은 처형을 목전에 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지불하는 돈을 의미했습니다.<데이비스 갈런드, [마가신학], 부흥과개혁사> 그 돈을 우리 주님이 자신의 몸으로, 자신의 생명으로 지불하시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지불할 가치조차 전혀 없어 보이는 제자들을 위해서, 어쨌든 그렇게 하시겠다는 겁니다.

8. 미완의 공동체, 죄인공동체

여러분, 저는 오늘 설교 제목을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미완의 제자공동체”라 했습니다. 제목에서 눈치를 채셨겠지만, 제목을 이렇게 정한 것은 예수님의 제자공동체는 단 한 번도, 완성된 공동체였던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완벽한 숫자를 의미하는 ‘열 둘’로 구성된, 숫자만 놓고 보면 완벽해 보이고 그럴싸한 공동체였지만, 그것은 허울뿐이었습니다. ‘미완의 공동체’라 불리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로, 오히려 ‘구제불능 공동체’라 불려야 합당한 제자들이었습니다.

여러분, 만약 예수님이 여느 다른 유대교 랍비였다면, 이런 제자들은 쫓아버렸어도 벌써 쫓아버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많이 안 해보셔서 그런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예수님은, 이렇게도 손을 써보고, 안 되면 또 저렇게도 손을 써보긴 하셨지만, 단 한 번도 그 못난 제자들을 쫓아내신 적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영국의 복음주의 신학자인 데이빗 왓슨David Watson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께 절대적이며 완전하게 순종하심으로 훗날, 실족하고, 자기를 실망시킬 사람까지 부르셨다. 예수님은 한 번도 그들에 대한 사랑을 철회하신 적이 없었다. --- 이렇게 하심으로 예수님은 교회의 유형을 미리 결정하신 것이다.”<데이빗 왓슨, [제자도], 두란노>

여러분, 이 마지막 문장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은 교회의 유형을 미리 결정하신 것이다.” 그 유형이란 다름 아닌, ‘죄인 공동체’였던 것입니다.

9. 일치, 자유, 사랑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렇습니다. 예수께서는 아버지께 완전하게 순종하시고자, 훗날 실족하고, 자기를 실망시키고, 배신할 사람들까지 부르셨던 것입니다. 그들로 하여 ‘교회’를 세우라 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것처럼, 이방인에 비해서 하등 나을 것 없었던 제자들, 여전히 욕심 가득한 채로 도플갱어 게임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제자들, 다름 아닌 그들로 하여금 교회를 세워나가시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무모하다 못해 너무나도 위험천만한 주님의 모험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러한 주님의 모험에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하겠습니까?

저는 그 해답을 이 문구에서 찾고자 합니다. 여러분, 우리 교회 1층에서 예배당으로 올라오는 벽에 쓰여있는 문구를 보셨지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그러나 모든 것에 사랑을” 이 말은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에 살았던 루터교회의 신학자 루퍼투스 멜데니우스Rupertus Meldenius란 사람이 최초로 사용한 말입니다. 이후 이 말은 마치 교회를 위한 금언처럼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이지, 교회가 2천 년 동안 씨름해 온 주제가 이 말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교회는 단 한 번도 완성된 적이 없습니다. 2천 년 교회 역사를 아무리 뒤져봐도 교회는 늘 미완성이었습니다. 교회는 영원한 죄인 공동체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한 교회는 단 한 번도 완성을 향한 경주를 멈춘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생명을 몸값으로 치르고,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이자 주인이 되시며, 친히 교회를 이끌어 가시기 때문인 줄로 믿습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바로 그 주님이 오늘 이 시간 우리를 간절히 부르십니다. 그 옛날 제자들을 향한 사랑을 철회하지 않으셨던 것처럼, 우리를 향한 사랑도 여전하여서, 우리의 실패와, 우리의 실수와, 우리의 상처를 싸매주시며, 이 위대한 믿음의 경주를 끝까지 ‘완주하자!’ 초대하십니다. 오늘 함께 예배하는 우리 모두가 그 초대에 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믿음의 서강공동체가, 대속해 주신 주님의 사랑과 은혜의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나가는 그런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