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페니키아 여인, 바닥에서 주를 부르다.”

<마가복음 7장24-30절>

1. 들어가며: 불편한 예수의 말씀

지난주 우리는 예수님이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물음에 대답해 주신 내용을 토대로 “사람은 무엇으로 더럽게 되고,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깨끗게 되는가?”에 대하여 나누었습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게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 곧 마음이 정결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너무나도 “완벽한 죄인”인 것을 주님 앞에 겸손히 인정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자는 권면의 말씀을 지난주에 나누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께서 그 말씀을 하신 뒤에 곧바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오늘 내용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심상치 않은데요, 무엇보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우리가 아는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님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는 않는 아주 낯선 예수님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저는 예수께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향해 “뱀들아,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가 지옥불을 피하지 못하리라!” 하면서 비판하셨던 것을 인용했었는데요, 그런데 오늘 말씀에 비하면 이건 그저 애교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번에는 ‘뱀’이 아니라, ‘개’에 빗대어서 한 여인에게 호통을 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 27절을 읽을 때는 조마조마하기도 하고요 싸늘한 분위기마저 감지됩니다. 혹여라도 초신자가 이 말씀을 읽게 되면 어쩌나 싶은 조바심까지 날 지경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기독교를 공격하는 무신론자들이 걸핏하면 끄집어내서 비판하는 대표적인 본문이 바로 오늘 본문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너희들이 믿는 예수란 자는 한 여인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대할 수 있느냐?” “그러면서도 기독교가 사랑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느냐?” 이러는 것입니다.

우리 이 말씀을 다같이 한번 읽어볼까요. 27절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하십니다.

2. 수로보니게 여인에 대한 세 가지 정보

여러분, 오늘 우리는 예수님과 이 여인의 만남을 어떻게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이 말씀은 우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는 것일까요? 그 물음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 먼저 우리는 이 여인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이 여인에 대한 정보에 따르면, 크게 세 가지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①첫째로, 여러분, 이 여인이 사는 곳은 어딘가요? “두로”였습니다. 오늘날에는 레바논의 ‘티레’Tyre라는 도시인데요, 예수님 시대에 이 도시는 아름다운 지중해 해변을 끼고 있던 아주 유명한 무역항이자 휴양지였습니다. 왕족이나 귀족들이 별장을 짓고 휴가를 즐기는 곳이었으니, 아무나 살 수 있는 동네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돈 좀 만진다.”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첫째로 이 여인은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부유한 여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②둘째로, 26절에 보면 이 여인은 ‘헬라인’이라고 소개됩니다. 여러분, 성경에서 ‘헬라인’이라고 하면, 단순히 헬라 사람, 곧 그리스 말을 하는 사람을 뜻할 때도 왕왕 있습니다만, 대체로 헬라인이라고 하면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은 식자층을 뜻합니다. 더군다나 당시에는 어디 지금처럼 ‘무상교육’이란 게 있었겠습니까. 헬라식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교육비가 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 여인은 재산이 많은 집 딸로 태어나서 아주 값비싸고 질 좋은 교육을 받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여러분, 그 ‘헬라인’이라는 말은요, 성경 원어로 ‘~Ellhni,j’라고 하는데요, ‘헬라 여성’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신약성경에서 딱 두 번만 나오는데요, 그중 하나가 오늘 본문이고요, 다른 하나는 사도행전 17장12절에서, 바울이 베뢰아에서 복음을 성공적으로 전했을 때, “베뢰아의 많은 헬라의 귀부인들과 남자들이 날마다 성경을 상고했다.”라고 할 때, 여기서 ‘헬라의 귀부인’이라는 말에 같은 단어 ‘Ellhni,j’가 사용된 것입니다. 그래서 짐작건대, 이 여인은 부유한 도시 두로에 사는 귀부인 중에 하나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③여러분, 여기까지 들으니까 이 여인이 결코 호락호락하거나 만만한 사람이 아닐 것 같지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할 게 있습니다. 그것은 이 여인의 혈통입니다. 우리는 이 여인을 ‘수로보니게 여인’으로 기억합니다. ‘수로-보니게’ 라는 말은 ‘수로’가 곧 오늘날의 ‘시리아’를 뜻하고요, ‘보니게’라는 말은 ‘페니키아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시리아 지역에 사는 페니키아 여인’이란 뜻입니다.

예수님 시대에 페니키아인은 당대 최고의 ‘항해 능력’을 갖춘 민족이었습니다. 탁월한 해양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중해는 물론이고 인도양, 대서양까지도 누비면서 심지어 원양어업까지도 가능했던 사람들입니다. 열왕기상 5장에 보면,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할 때, 레바논의 백향목을 배로 운반해준 사람들이 바로 페니키아인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오늘날 영어의 ‘알파벳’을 처음으로 만든 문명인이기도 합니다. 실로 놀랍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이 페니키아인들이 믿었던 신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저 악명높은, 성경에 나오는 대표적인 이방신, 즉 ‘바알신’을 믿었던 사람들이 바로 페니키아인들이었습니다.

여러분, 이 여인의 정체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셨나요? 오늘 본문의 수로보니게 여인, 그러니까 ‘시리아-페니키아 여인’은 객관적으로 보면, 불쌍한 여인이기는커녕, 재산도 많았을 것이고요, 교육도 많이 받은 여성입니다. 더군다나 지중해 해상 무역을 장악했던 자랑스런 페니키아인의 혈통을 타고났으니, 그녀는 지금까지 살면서 마음속에 남들이 넘볼 수 없는 높다란 ‘자존심의 탑’을 쌓고 살아왔을 것입니다.

3. 시리아-페니키아 여인, 벽에 부딛히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왔던 그녀에게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그녀의 어린 딸이 더러운 귀신에 들린 것입니다. 성경은 이 어린 딸의 증상에 대해 전혀 말해주고 있지 않아서 우리가 정확한 증세를 알 수는 없습니다. 일본 영화에 나오는 귀신처럼, 천정을 거꾸로 기어다니는 귀신이 붙은 것인지, 아니면 서양 영화에 나오는 악령에 사로잡힌 소녀처럼, 목이 360도로 뱅글뱅글 돌아가고, 입에서 더럽고 시꺼먼 액체를 뿜어내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금지옥엽으로 키웠던 딸이 이와 같이 더럽고 악한 영에 사로잡히자, 그의 어머니였던 이 시리아-페니키아 여인은 절망에 빠져 버렸을 것입니다. 이런 딸의 증상을 지켜보면서, 이 여인은 모르긴 몰라도, 엄마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찾아 해봤을 것입니다. 돈도 많고 권세도 있으니 두로에서 용하다는 의원들에게 딸 아이의 진맥을 잡게 했을 것입니다. 의원들을 찾아갈 것도 없습니다, 집으로 오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의사를 불러도 효험이 없자, 그녀는 분명 자기가 믿는 신에게 제물을 드리면서 푸닥거리도 했을 것입니다. 이 시리아-페니키아 여인이 믿던 신이 무엇이었다고요? 바알신! 그렇습니다. 바알신을 섬기는 대제사장급의 선지자들을 불러다가 제단을 쌓고 열심히 빌어도 봤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귀신들린 딸은 요지부동입니다. 의사도, 종교도, 갖고 있던 재물도, 에메랄드빛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대저택도, 더러운 귀신 들린 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던 것입니다. 어렵게 공부해서 갖춘 교양 지식도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게 느껴집니다.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게 된 그녀는 하루하루 넋이 나간 채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어디, 누구에게 이런 심정을 말해야 하나, 말한다고 해결이나 될까, 내 딸은 앞으로 어찌될 것인가” 이런 불안한 마음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바닥을 경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4. 시리아-페니키아 여인, 예수의 소문을 듣다

그러던 중 이 여인이 소식을 듣게 됩니다. 바로 ‘예수’에 관한 소식이었습니다. 예수란 자가 우리 도시에 왔는데, 그는 비록 갈릴리 나사렛 출신 촌뜨기에 불과하지만, 온 이스라엘이 그로 인해 지금 난리가 났다는 소문이었습니다. 그는 5천 명의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기적을 행했다고 합니다. 또한 아픈 병자들이 그의 옷자락에 손만 대도 나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거라사 지역에 군대 귀신들린 그 무시무시한 광인조차도 예수를 만나서는 꼬리를 내리고 해방되었다는 얘기까지 듣게 된 것입니다. 동네방네 소문이 자자했던 그 거라사 광인도 해방시켜 주신 분이라면, 내 딸도 분명히 낫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자기가 사는 도시에 왔다는 것입니다.

이 소문을 들은 여인은 더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즉각적으로 예수에 대한 수소문을 합니다. 데리고 있던 하인들을 온 동네에 풀었을 것입니다. “빨리 찾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찾아야 한다.” 하면서 안방마님의 호령으로 신신당부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았습니다. 예수가 두로의 어느 집에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들은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 본문 25절을 한번 보십시오. 본문은 말하기를 이 수로보니게 여인은 예수의 소문을 듣고 “곧(euvqu.j) 왔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위치를 확인한 순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전광석화처럼 달려갔다는 것입니다. 그녀의 절박한 마음이 느껴지는 표현이겠지요. 그리고 저 위대한 복종의 행위를 보여줍니다. 성경은 그녀가 “그 발 아래 엎드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예수께 간청합니다. “내 딸이 더러운 귀신에 들렸습니다. 제발 쫓아내 주십시오.”

5. 시리아-페니키아 여인, 자존심의 탑을 허물다

여러분, 지금까지 이 여인은 남 앞에 엎드려 빌 일이 전혀 없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므로 이 여인이 예수 앞에 엎드렸다는 것은 단순히 몸을 눕혀서 어떤 ‘특정한 포즈를 취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녀는 지금껏 자기 안에 쌓아왔던 ‘자존심 탑’을 허문 것입니다. 저 높은 타워팰리스에 살던 그녀가 이제 반지하 단칸방으로 스스로 내려온 격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는 딸의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자기 앞에 있는 예수, 그분 밖에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입에서 자기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말이 새어 나옵니다. 듣자 하니 마음에 긍휼함이 가득해서 많은 병자들을 불쌍히 여기고 치유해 준 분이라 했는데, 그분 입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혹독하기만 합니다. 뭐라 하셨던가요?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다.” 고 말입니다.

여러분, 요즘에는 개나 강아지를 대하는 것이 웬만한 사람 대하는 것보다 훨씬 낫기 때문에, 어떤 목사님은 “네 이웃을, 너의 강아지 사랑하듯 사랑하라” 이렇게 설교를 하셨다는데요, 일반적으로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는 그저 개일 뿐입니다. 물론 예수님 당시에 ‘견유학파’Cynics라는 사람들이 있긴 했습니다. 개 ‘犬’ 자에 선비 ‘儒’ 자를 써서 일정한 주거지도 없고 길거리를 떠돌면서 당대 학자들과 토론을 벌이던 선비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마치 세상을 달관한 것처럼 거리의 개처럼 떠돌며 살았기 때문에(Kynicos Bios), 사람들이 그들에게 ‘견유학파’Cynics라 부르면서 심지어 존경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수님이 이 여인을 ‘개’라 불렀던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수로보니게 여인도 자신에게 ‘개’라고 부르는 예수님의 말에 납득이 갈 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땅바닥에 엎드린 채로 그런 말을 듣고 있자니, 그녀 안에 있던 자존심이 완전히 너덜너덜 해질 지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화려하게 살아왔던 과거를 생각하면서, “이 무례한 갈릴리 촌뜨기 같으니! 네깟 놈이 뭐라고 감히 나한테 이런 수모를 안긴단 말이냐!” 하고 벌떡 일어나 역정을 내고 되돌아갈 법도 합니다.

6. 시리아의 군대장관 나아만의 경우

여러분, 이 수로보니게 여인과 비슷한 경우를 겪었던 구약성경의 인물이 혹시 생각나십니까? ‘아람(시리아) 사람이었던 나아만 장군’ 입니다. 그는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의 권세를 누리고 있었지만, 치명적인 병이 하나 있었지요. 살이 썩어 문드러지는 ‘나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 병이 어떻게 낫게 됐는지 여러분, 다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열왕기하 5장을 보시면 선지자 엘리사가 “요단강에 내려가 일곱 번 씻으라.” 했을 때, 처음에 그는 거절하면서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나를 뭘로 알기에, 이런 구정물 같은 요단강에서 씻으라는 거냐!” “다메섹 강 아바나와 바르발은 이스라엘 모든 강물보다 낫지 아니하냐!”며 역정을 내며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종들이 참으로 현명하게 나아만 장군에게 조언을 했었지요. “장군이시여, 만일 선지자 엘리사가 이보다 더 어렵고 큰 일을 해야 낫는다고 했다면, 장군께서는 그것을 안 하셨겠습니까? 그런데 요단강에서 씻기만 하면 된다는데,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거절하십니까? 한번 해보시지요.” 이렇게 잘 달래며 말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이 종들이 나아만 장군을 달래가면서 조심스럽게 말했었겠지만, 그들은 아주 중요하고도 현명한 조언을 했던 것입니다. 곧 나아만 장군에게 “당신이 엘리사를 만나러 내려온 목적이 무엇인지를 잊지 마십시오!” 했던 것입니다. “당신이 여기 온 것은 ‘장군으로서 온 게 아니라’, 병이 나아야 하는 ‘환자로서’ 왔음”을 일깨워 준 것이었습니다. 환자가 병이 낫고자 하는데, 장군의 지위가 무엇이며, 자존심이 다 무엇이냐고 알려준 것입니다.

그 결과 나아만 장군은 그의 ‘자존심’을 완전히 내려놓았습니다. 불쾌한 감정이고 뭐고, 상한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일단 시키는 대로 하자고 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성경은 말하기를 “그가 하나님의 사람의 말대로 요단강에 일곱 번 몸을 잠그니 그의 살이 어린 아이의 살 같이 회복되어 깨끗하게 되었다.”고 합니다(왕하5:14).

그러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수로보니게 여인은 “자녀들의 떡을 개에게 주는 것이 마땅치 아니하다”고 하면서, 그녀의 자존심을 박박 긁어놓고 있는 예수님께 어떻게 응대하고 있었던가요? 그녀의 반응은 실로 놀랍기만 합니다. 거절의 뜻을 분명히 밝힌 예수님에게, 그녀는 뭐라고 부르고 있습니까? ku,rioj! ‘주님’이라고 부릅니다.

나아만 장군처럼 자존심을 내세우며 자리를 박차고 떠나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예수님에게 처음부터 ‘주님’이라 부르면서, 예수님의 품 속으로 더 깊이 파고 들어가고자 합니다.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하고 말입니다. 그리하여 이 이방 여인은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을 ‘주님’Kyrios이라 부르는 첫 번째 사람이 됩니다.

7. 구약의 야곱, 신약의 수로보니게 여인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창세기 32장에는 ‘하나님과 씨름해서 이겼다’ 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누구인가요? ‘야곱’입니다. 야곱은 하나님과의 씨름에서 날이 새도록 하나님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습니까? 성경은 말하기를 “자기가 야곱을 이기지 못함을 보고”(2번)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는 것으로 퉁치고는 시합을 서둘러 마감했습니다.

이처럼 구약성경에 야곱이라는 씨름 선수가 있었다면, 오늘 우리는 그에 비견될만한 신약성경의 씨름 선수를 만난 것입니다. ‘시리아-페니키아 이방 여인’ 이었습니다.

야곱이 그랬던 것처럼, 이 여인도 한치의 물러섬 없이 예수님의 샅바를 부여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이 뭐라 하시든, 말씀하시는 대로 들었던 것입니다. 또한 얍복강에서 야곱이 “당신이 나를 축복하지 않으시면, 가지 않겠나이다” 했던 것처럼, 이 여인도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하며, 주님이 주실 은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 주님이 여인에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이 말을 하였으니 돌아가라 귀신이 네 딸에게서 나갔느니라.” 그리고 여자가 집으로 돌아가서 보니, 귀신이 아이를 침상 위에 내려놓고 떠났다고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8. 시리아-페니키아 여인, 바닥에서 주님을 부르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믿음의 여정에서 예수님과 씨름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한 번 정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없으시다면, 제가 예수님과의 씨름에서 이길 수 있는 비결을 알려드릴 테니, 꼭 한번 예수님의 샅바를 잡아 보십시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순종’입니다.

‘순종’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특권’입니다.

예수님의 발 아래 거하는 사람들만이 예수님을 온전히 ‘주님’이라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순종’은 주님의 발 아래서, 주님을 겨우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행할 수 있는 ‘갸륵한 능력’이기도 합니다.

‘순종’ 제물을 드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제물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오직 주님의 은혜만을 갈망하며, 주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대로 듣는 일, 그것이 ‘순종’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바닥에 엎드려 간절히 주님을 불렀던 시리아-페니키아 여인을 통해 그 순종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았습니다. 이 여인의 순종이 여러분들의 순종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그리고 우리 서강 공동체가 언제나 주님 발 아래 엎드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순종의 사람들로 거듭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