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주일에 서기관을 만나신 예수”

<마가복음 12장28-34절>

1. 종교개혁 504주년 기념 주일: 개신교회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우리는 [종교개혁 504주년 기념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종교개혁주일]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이미 많이 들어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날은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1517년 10월31일 바로 오늘, 독일의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가톨릭 교회를 비판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붙인 것에서 시작된 날입니다. 마르틴 루터를 비롯해서 스위스의 쯔빙글리, 프랑스의 깔뱅 같은 사람들을 우리는 종교개혁가라 부릅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종교개혁가들을 ‘저항하는 사람들’이란 의미에서 라틴어로는 ‘protestatio’라 했고요, 영어로는 ‘Protestant’라 불렀습니다. 이 말은 당시 가톨릭교회가 종교개혁가들을 조롱하고자 붙인 불명예스러운 멸칭이었는데요, 하지만 종교개혁자들은 오히려 이런 호칭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가톨릭교회가 워낙에 오랫동안 타락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우리를 뭐라고 부르건 간에, 우리는 너희들에게 저항하는 사람들, 맞다!”고 선언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저항하는 사람들’이란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는 가톨릭과 구분해서 ‘개신교회’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개신교회’改新敎會는 이름 그대로 ‘옛것을 고쳐서 새롭게 세워진 교회’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서강교회도 바로 이러한 개신교회의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2. 중세교회의 타락상

여러분, 중세교회의 타락상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면에서 당시 교회는 타락의 끝을 달리고 있었는데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중에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첫째로 가톨릭의 교황을 비롯해서 성직자들은 뇌물수수라든가 성직매매를 다반사로 여겼습니다. 당시 교회는 유럽 사회에서 가장 돈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직자들은 고리대금을 받아가며 버젓이 돈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황은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유럽 각국의 땅을 사들이면서 재산을 늘려갔을 뿐만 아니라, 각국의 군주들과 전략적으로 동맹을 맺었습니다. 이로써 교황은 종교적 권력뿐만 아니라 세속적인 권력까지도 손아귀에 넣게 된 것입니다.<데이비드 벤틀리 하트, [그리스도교, 역사와 만나다](비아)>

두 번째로, 중세시대는 저 악명높은 ‘흑사병’으로 인해서 죽음의 공포가 사람들을 휘어감고 있었던 시대였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여러분, 오늘날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서 전 지구적으로, 현재 확진자는 2억 5천만 명이고요, 사망자는 500만 명입니다. 80억 인구가 살아가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그것도 의학이 고도로 발달된 상황 속에서도 이러한 통계는 우리를 움츠리게 하고 불안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런 통계는 14-15-16세기의 유럽 사회와는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당시 유럽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던 ‘흑사병’Pest에 대해서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 전염병으로 인해서 당시 유럽 인구 7천만 명 중에 1/3 정도인 2천만 명이 죽었습니다.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죽었다는 말입니다.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겠습니까. 이런 이유로 죽음이란 것이 멀리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들 삶의 일상이 돼 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죽음에의 공포를 매일 피부로 느끼고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에게 당시 교회는 여러분들도 이미 아시다시피, ‘면죄부’(면벌부)라는 요상한 티켓을 판매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죄를 돈을 받고 면하게 해준다는 것도 말이 되질 않지만, 이미 죽은 사람까지도 티켓을 사면 천국행 열차에 올라탈 수 있다는 사악한 요설을 주일 강단에서 버젓이 늘어놓던 사람들이 당시 가톨릭교회의 사제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성경에 관한 문제입니다. 당시 중세교회는 오직 ‘라틴어 성경’만을 인정했습니다. 공적이며 사적인 모든 종교적인 행사에서는 오직 ‘라틴어 성경’만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당시 가톨릭교회의 성직자들 중에서 라틴어 성경을 제대로 읽고 이해했던 사람들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통계에 의하면, 성직자조차도 겨우 5%만 라틴어를 이해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 미사를 집례할 때,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겠습니까. 미사를 집례하는 성직자도 그저 앵무새처럼 말할 뿐이었으니, 회중들은 하나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면서도 라틴어 성경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것을 교회는 엄격하게 금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왜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을 금지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성경이 곧 ‘권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성직자들조차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것을 고집해야 저 무지한 회중들을 휘어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딜 감히 자국어로 성경을 번역해서 읽느냐!”고 엄포를 놓았던 것입니다.

3. 종교개혁의 ‘새벽별’ 존 위클리프, 성경을 번역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마르틴 루터보다 150년 정도 앞서 살았던 존 위클리프John Wycliffe라는 영국 신학자의 삶은 ‘종교개혁의 새벽별’이라 칭할 만큼 너무나도 고귀합니다. 그는 이러한 가톨릭교회에 반기를 들면서, 당시 교황이었던 그레고리우스 11세를 향해 “적그리스도와 같다!”며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이었습니다. 위클리프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그의 사도들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장 잘 아는 언어로 가르쳤다. 왜 오늘날은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는가? 유식하든 무지하든 구원받아야 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그리스도를 따르고 그의 가르침과 삶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성경은 번역되어야 한다.”<존 위클리프, [개혁의 주창자들:위클리프부터 에라스무스까지](두란노아카데미)>

이런 결단으로 위클리프는 라틴어 성경을 자국어인 영어로 번역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의 삶은 이단으로 정죄받고, 파면을 당했으며, 매우 궁핍한 삶을 살다가 1384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20년이 지난 뒤에, 가톨릭교회의 교황은 위클리프를 ‘가장 고집스럽고 뉘우치지 않는 이교도’라 정죄하면서, 그를 심판하고자 그의 무덤을 파해쳤고요, ‘그의 뼈를 파내어 불에 태워 바람에 날려 버리라는 명령’을 내렸던 것입니다.<존 폭스, [기독교 순교사화](생명의말씀사)>

참으로 안타깝고도 수치스러운 교회의 역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4. 마르틴 루터, 성경을 번역하다

여러분, 오늘 우리가 기념하고 있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태동되었습니다. 루터는 말하기를, “성서를 읽고, 그것을 해석하는 권위는 교황이나 교회 같은 외부 조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서 그 자체에 있다.”고 하면서,<[Martin Luther’s basic theological writings](Augsburg Fortress)> ‘하나님의 말씀을 회중들에게 돌려주는 것’이야말로 종교개혁의 핵심이라 여겼던 것입니다. 모든 성도들이 성경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하고, 그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충만히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종교개혁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성경이 너무 많고 흔해져서, 우리가 말씀을 가볍게 대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유로, 마르틴 루터는 가톨릭교회의 그 어떤 성직자들보다도 라틴어에 능숙했음에도 불구하고, 평민들에게는 늘 독일어로 설교했습니다. 교회는 이런 그를 늘 못마땅하게 여기다가 보름스 의회Reichstag zu Worms를 열어 그를 이단으로 정죄했습니다. 그 결과 루터는 목숨이 위태한 상황에까지 놓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루터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었을 때, 당시 작센 지방의 영주였던 프리드리히는 루터를 은밀히 납치해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었던 성으로 그를 데려갑니다. 그곳이 저 유명한 바르트부르크 성Schloss Wartburg입니다. 루터는 이곳에 머물면서 단 11주 만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그야말로 성령에 힘입었다 하지 않고는 설명될 수 없는 단기간 내에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 성경으로 번역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여담이지만, 당시에 라틴어 성경은 한권에 얼마나 했을까요? 놀라지 마십시오. 한권에 지금 돈으로 5억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마르틴 루터가 출간한 독일어 성경은 얼마나 했을까요? 오늘날 한국 돈으로 치자면 대략 150만원 정도로 아주 값싸게 보급될 수 있었습니다.

루터의 독일어 성경 초판이 3000부가 인쇄되자마자 3개월 만에 다 팔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로 그가 살아 있는 동안 10만부 이상 판매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과 단순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실로 놀라운 판매 부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최주훈, [루터의재발견](복있는사람)>

5. 하나님의 아들 예수, 세속의 최고 권력자 서기관을 만나다

여러분, 우리가 이러한 종교개혁의 눈으로 하나님이 오늘 우리에게 주신 말씀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사실 오늘 말씀은 아주 세밀한 주석과 해설이 필요한 내용이긴 합니다만, 시간이 허락지 않기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고요, 다만 ‘종교개혁’이라는 안경을 쓰고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과 서기관의 대화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여러분, 우리 주님은 하늘 아버지의 아들,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그분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영원무궁하시고, 영광을 받기에 합당하신 분이십니다. 이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오늘 자신을 찾아온 한 서기관을 만나고 있습니다.

여러분, 예수님이 하늘의 최고 권위자시라면, 서기관은 어떤 사람입니까? 서기관은 모세의 율법에 있어서 최고의 권위자입니다. 서기관은 유대 사회에서 척척박사로 통했고요, 세상의 모든 지식을 통달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최고의 엘리트였습니다. 그 결과 종교적으로도 높은 지위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오늘날로 치자면, 국회의원과 판사를 겸직할 정도의 위세 등등한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이들은 복음서에서 예수님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던 사람들이었는데요, 마가복음 전반부에서 예수님께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막 2:16)라고 호통쳤던 사람들이 누구였습니까? 서기관들입니다. 또한 예수님께 ‘바알세불 지폈다!’(막 3:22)고 모함했던 사람들, 누구입니까? 서기관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들이 손도 안 씻고 먹는 것을 목격하고는 ‘부정한 손으로 먹었다!’(막 7:5)면서 예수님을 궁지로 몰아넣고자 했던 사람들이 바로 서기관이었습니다.

6. 새계명을 주시는 예수

여러분,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과 서기관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던가요? 서기관이 “모든 계명 중에 첫째가 무엇이냐?”고 예수님께 물으면서 대화가 시작됩니다.

첫째가는 계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수께서는 신명기를 인용하면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을 말씀하시고요, 두 번째로는 레위기를 인용하면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 여러분, 이것이 무엇입니까? 예수께서 마지막 만찬 때에 제자들에게 주셨던 ‘새계명’(요 13)이 오늘 서기관과의 대화 속에서 살짝 소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예수님의 말씀이 새계명이라면, 옛계명은 무엇인가요?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서 받은 율법을 우리는 옛계명이라 부릅니다. 새계명과 옛계명, 어느 것이 뛰어납니까? 아시다시피 예수님의 새계명은 구약의 옛계명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완성하는 계명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예수님이 말씀하신 새계명은, [종교개혁주일]의 눈으로 보자면, 가히 예수님의 종교개혁이라 말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루터가 살던 시대의 가톨릭교회가 그러했던 것처럼, 예수님 시대의 유대교는 이미 구태의연해졌고요, 하나님의 성령이 떠나버린지 오래된 것처럼, 허울만 남은 종교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예수께서는 옛 계명을 폐기하고 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한 새계명을 주고 계신 것입니다.

여러분, 이런 눈으로 오늘 30절을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아멘.

이 말씀은 오늘 구약성경 봉독으로 읽어주신 신명기 6장4절을 예수께서 인용하신 것입니다. 이 본문은 모든 유대인들이 매일같이 성전에서 암송하고, 가정에서조차 입에서 떠나 않도록 가르치는 유대 교육의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신명기 6장4절 원본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고 말입니다.

7. 목숨을 다해, 지혜를 다해

신명기 원본은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곧 이 세 가지를 다해서 여호와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말하는데요, 그런데 우리가 방금 읽었던 30절에는 세 가지가 아니라 네 가지가 나옵니다. 무엇이던가요? 오늘 예수께서는 그 세 가지에 ‘목숨’을 덧붙여서 네 가지로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이 신명기 말씀을 착각이라도 하신 걸까요? 그럴 리가요.

예수께서 ‘마음과 뜻과 힘’에 덧붙여서 ‘목숨’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하신 뜻은 무엇이겠습니까? 대답이 좀 어려우시지요? 그러면 이렇게 물어보면 어떻겠습니까? 예수님은 목숨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셨던가요? 아멘.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구약의 신명기가 말하는 것처럼, 마음과 뜻과 힘뿐만 아니라, 이제 자신이 하나님 아버지를 사랑할 방법, 그리고 우리들을 구원하실 방법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그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빌립보서 2장8절에서, “예수께서는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말했던 것처럼, 오늘 새계명을 주시는 예수께서는 십자가에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아버지 하나님께 순종하셨고요, 또한 여러분과 저를 그만큼 사랑해 주셨던 것입니다. 목숨을 다하는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만약 우리 주님을 종교개혁가로 불러야 한다면, 개혁가이신 예수님의 핵심 가치는 “목숨을 다하는 사랑”이며, 예수께서는 그것을 남에게 미루지 않으시고, 몸소 십자가를 지심으로 그 개혁을 어떻게 완수할 수 있는지를 친히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서기관은 예수님의 이러한 말씀을 듣고는 33절에서 응답하고 있습니다. 우리 다같이 함께 읽겠습니다. “또 마음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또 이웃을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 전체로 드리는 모든 번제물과 기타 제물보다 나으니이다.”

여러분, 서기관은 무엇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겠다 대답하고 있습니까? ‘마음과 지혜와 힘’이었습니다. 신명기 원본에 나오는 ‘마음과 힘’에다가 ‘지혜’를 덧붙여서 하나님을 사랑하겠다 대답한 것이 특이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성경 원어를 보면, 여기서 서기관이 말한 ‘지혜’(su,nesij)는 우리가 ‘지혜롭다, 슬기롭다’ 할 때 말하는 그런 지헤wisdom가 아니고요, 오히려 ‘지성’이라든가 ‘지식’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 당시 최고의 지성인이자 엘리트였던 서기관은, 이제 자신은 그런 지성이나 엘리트의식을 뽐내지 않고, 그런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사랑하겠다 다짐하는 선언이었던 것입니다.

8.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목숨’을 내려놓겠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서기관은 ‘지혜를 내려놓겠다.’며 응답했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도 흐뭇한 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서기관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자신의 전 존재를 스스로 부정할 때라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특권을 포기하시고, 자신의 목숨을 십자가에 내놓으셨던 것처럼, 서기관은 지금껏 목숨처럼 여겨왔던 명예와 지식을 내려놓을 때만 이와같이 응답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500년 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로, 그리고 20세기의 위대한 신학자인 칼바르트가 말한 이후로 개신교회가 늘 금언처럼 지켜오는 말이 있습니다.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semper reformanda, The church must always BE reformed)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껏 교회는 이 말을 잘못 적용해왔습니다. 여러분, 이 말이 “교회는 항상 개혁해야 한다”가 아니라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인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교회는, 그리고 여러분과 저와 같은 성도들은, 매일매일 개혁 ‘되어야’ 할 사람들 곧 개혁 ‘당해야’ 할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개혁하고자 한다면, 그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예수님처럼, 그리고 서기관처럼 우리가 지금껏 내려놓을 수 없었던 그 무언가를 내려놓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우리는 내년을 위해서 여러 가지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우리 교회는 지금 속회 개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하면 저쪽 사람들이 뾰로통합니다. 그렇다고 저렇게 하면, 또 이쪽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한다 할 것입니다. 그러면 누구에게 맞춰야 할까요? 누구 한 사람 진지하지 않은 사람 없고요, 누구 한 사람 허투루 말씀하는 분도 없습니다. 다들 ‘교회를 위한다’ 똑같이 말씀하시는데, 모든 분들에게서 저는 정말이지 진심을 느낍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여러분, 이런 일들은 기본적으로 누굴 무시하는 일도 아니고요, 또, 누구 좋으라고 편들어 주는 일도 아닙니다. 우리 교회가 하나님의 일에 쓰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찾고자 할 뿐입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기 것을 내려놓는 일에서 우리 교회의 개혁이 시작될 뿐입니다. 예수님처럼, 그리고 서기관처럼 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감사하게도 이런 변화를 목전에 둔 우리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오늘 [종교개혁주일]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성경 본문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날을 맞아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는 너를 위해 목숨을 내려놓았다. 너는 무엇을 내려놓을 것이냐?”고 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러한 주님의 물음 앞에, 우리도 오늘 서기관처럼 결단하고 응답할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여러분들의 결단과 응답이 하나씩 그리고 둘씩 모여질 때에, 주님이 우리 교회를 반드시 사용해 주실 것이고, 그 위대한 변화와 개혁과 그리고 부흥의 물결을 우리 교회에 허락해 주실 줄로 믿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