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반열에 들어선 사람들”

<마가복음 5장21-43절>

1. 상반된 두 명의 인물 : 야이로와 혈루증 여인

오늘 본문에는 두 명의 상반되는 인물이 나옵니다. 한 사람은 남성이요, 다른 한 사람은 여성입니다. 한 사람은 ‘야이로’라는 이름이고요, 다른 한 사람은 이름조차 없이 소개됩니다. 야이로는 ‘회당장’이라는 직책으로 소개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볼 때, 지식인이자 지도층이었던 것에 반해, 두 번째 사람은 그저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아 온 여인”이라고만 소개됩니다.

여러분 ‘혈루증’(evn r`u,sei ai[matoj)은요 피가 멈추지 않고 만성적으로 하혈을 하는 병입니다. 이러한 증상이 있는 여성을 향해 레위기 15장(2-15절)은 엄히 말하기를, “누구든지 그의 몸에 유출병이 있으면 부정한 자라.”고 못박아 말합니다. ‘부정한 자’unclean 곧 ‘더러운 자’filthy란 뜻입니다. 레위기에 따르면, 이 병이 있는 사람이 침상에 누우면 침상이 더러워지고,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도 더러워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느 한 개인이 앓고 있는 의학적인 질병이긴 하지만, 유대교에 따르면 이것은 종교적으로 부정하고 더러운 질병으로 취급받은 것입니다.

더 나가서 레위기 15장8절은 표현이 좀 그렇지만요, 아주 흥미롭게도 “유출병이 있는 자가 정한 자에게 침을 뱉으면 정한 자는 그의 옷을 빨고 물로 몸을 씻을 것이며 저녁까지 부정하다.” 이렇게 말하는데요, 여러분, 이 규정은 왜 있을까요? 이 규정은 유출병 걸린 사람들은 침 뱉지 말라는 규정일까요? 그들이 침을 뱉으면 잘 피하라는 안내문이라도 되는 걸까요? 아니겠지요. 유출병 걸린 사람과는 만나지도 말고 말도 섞지 말라는 뜻일 겁니다. 말을 섞다가 침이 튀기라도 하면 그 사람까지 부정해질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문인 것입니다.

말하기 좀 조심스럽고, 딱 들어맞는 얘기도 아니겠지만, 지금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이유를 생각하면, 이러한 규정이 왜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혈루증에 대해 율법은 매우 단호합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의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부정하다’ ‘더럽다’ 말합니다. 그러므로 손가락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접촉이 차단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본문에 나오는 이 여인은 이름도 아니요, 성도 아닌, 이처럼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고 있는 여인으로 소개되고 있으니, 그의 삶이 얼마나 기구했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지난 12년이라는 삶은 마치 지옥과도 같은 외로운 삶이었을 것입니다. 함성호라는 시인은 외로움을 일컬어 “홀로 우주를 떠도는 듯한 마음”이라 했습니다.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말할 사람도 없는, 사방으로 칠흑같은 공허함 만이 가득한 심정이 이와 같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본문의 이 여인 또한 그러했을 것입니다. 가족을 포함한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을 환영해주기는커녕, 12년 동안이나 ‘더럽다, 더럽다‘ 하며 곁에 오지 못하게 했을 것이니, 그 심정을 누가 헤아릴 수나 있겠습니까.

설상가상으로 이 여인은 소유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소유했다가 다 잃어버렸습니다. 본문 26절을 한번 봐주십시오. 마가복음의 저자는 이 여인이 그 병으로 인해 “많은 의사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가진 것을 다 허비하였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의료비가 많이 들었다는 말이 아니라, 아주 못된 의사들에게 속고 또 속아서 낫기는커녕 오히려 병이 더 중해졌고, 얼마간 있던 재산마저 다 탕진해버렸다는 고발장처럼 읽힙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두 주요 인물, 야이로와 혈루증을 앓는 여인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비교가 됩니다. 한 사람은 유대교에 아주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회당장이었고요, 다른 한 사람은 바로 그 유대교로부터 정죄 받아 12년 동안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왔던 외로운 여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마가복음은 이처럼 서로 상반된 두 사람에게서 공통점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모든 면에서 다른 두 인물이었지만, 예수님을 간절히 만나기 원했고요, 그 결과 믿음과 구원의 반열에 들어 선 사람들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둘 다 예수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린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하나님의 구원받은 백성이 되는 것에는 지금까지 살아 온 배경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주님 앞에 무릎 꿇고 나아올 수 있는 용단이 그 위대한 믿음의 반열에 올라 설 수 있는 조건이 될 뿐입니다.

2. 야이로 : God shines, God enlightens!

먼저 야이로를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야이로’Jairus는요 이름하여 “God shines” “하나님이 비추신다!”, “God enlightens” “하나님이 깨우신다!”는 뜻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이런 이름을 붙여 줄 때는 “너는 세상을 비추는 사람이 되라, 너는 세상을 깨우는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지어줬을 것입니다. 아주 좋은 이름입니다. 그래서 저는 야이로의 이름을 빛 光 자에 밝을 明 자를 써서, ‘광명’이라 이름 지어 보았습니다. “광명, 야이로”

이름처럼, 실제로 그는 회당장으로서 많은 유대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예배를 인도하면서 살아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에게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어린 딸이 하나 있는데,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다 죽게 생긴 것입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딸아이를 위해서 못할 게 뭐 있겠나 하는 심정으로 그는 아마도 사방팔방 의원을 찾아다니며 딸아이의 병을 고치려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의사도 포기했는지 의식도 점점 희미해져 가고 이 아이는 캄캄한 죽음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이름이 “비추는 자” “깨우는 자”, 곧 ‘광명’이란 뜻이었지만, 정작 자신의 딸 아이를 엄습한 그 어둠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고요, 그 딸의 영혼은 점점 시들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3. 야이로, 예수의 소문을 듣고 찾아가다

바로 그 때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 것이지요. 그는 수없이 많은 병자들을 낫게 해 주었다고 합니다. 저 바다 건너 마을 거라사 지역의 무시무시한 군대 귀신도 쫓아낸 사람이라 소문이 파다합니다. 바다를 건너는 동안 큰 풍랑이 불었는데, 그 풍랑을 잠재운 능력이 있다는 것도 이미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입니다. 예수님이 누군지 제대로 파악할 틈도 없이 그는 예수님이 가버나움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초고속 스피드로 달려갑니다. 딸이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으니 한시가 급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오늘 본문 23절에 보면 예수님께 나아와 “그 발 앞에 엎드렸다”고 합니다. 예수님에게 랍비님이라고 해야 할지, 의사 선생님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 불러야 할지 몰랐던 건지 호칭은 생략되었고요, 오로지 급한 마음만 표현되고 있습니다. 호칭이고 뭐고 다 생략한 채로 다짜고짜 딸을 살려달라고 하는데요, 여러분, 이러한 회당장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무엇보다 그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딸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겠나 싶은 심정이긴 했어도, 그는 단순히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예수님을 찾아 간 것은 아닙니다. 그는 예수님을 만나면 딸이 나을 것이라 분명 확신했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수많은 가버나움 도시의 행렬 인파들을 다 물리치고 그 발 앞에 엎드린 것입니다. 유대 회당장으로서 이러기가 쉽지 않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는 매우 겸손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겸손한 것도 맞지만, 왠지 그가 품위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제 눈에는 그가 멋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한가지 좀 걸리는 구석이 있긴 합니다. 야이로는요 병을 낫게 해 주실 분이 예수님인 건 믿고 있었지만, 어떻게 하면 자신의 딸을 낫게 할 수 있을지, 자기가 직접 그 방법을 예수님께 알려주고 있습니다. 야이로가 알려 준 방법이 무엇이었던가요? 23절에 보면 “오셔서 그 위에 손을 얹으면” 딸이 구원받아 살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지난 수년간 회당장으로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치유를 위해서는 안수가 제격이지!” 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은 우리가 예수님 앞에 나올 때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입니다. 주님께 순종하는 것 같다가도 결정적일 때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말해버립니다. 주님의 뜻을 자신의 생각으로 재단하고 속단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예수님께서 빈정이 상하셔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간절히 요청하는 야이로의 말에 예수님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함께 가십니다. 소녀를 고쳐줄 것이기는 하지만, 그 전에 뭔가 야이로에게 따끔하게 충고하실 것만 같습니다.

4. 야이로, 믿음의 진가를 보이다

그런데 길을 가다가 야이로는 뜻하지 않는 소식을 듣습니다. 자기 집에서 온 사람들이 그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 것입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딸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와르르 무너지고 수포로 돌아간 순간이었습니다. ‘절망’이란 감정은 바로 이런 때 느끼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다 끝났구나”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야이로에게, 예수님께서는 36절에서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놀랍게도 야이로는 바로 이 때에, 그러니까 절망을 느꼈던 바로 그 순간 비로소 ‘믿음의 순도’가 더 깊어집니다. 사실 야이로가 지녔던 믿음의 진가는 처음 예수님께 나왔을 때가 아니라, 바로 여기서 드러납니다. 여러분, 이때 야이로는 어떤 믿음의 고백을 예수님께 드렸던가요? 앞에서처럼 겸손하면서도 위풍 당당하게 다시금 무릎을 꿇었던가요? 예수님이 안수기도 해주시면 죽은 딸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던가요? 아니었습니다.

야이로는, 이후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 38절에 보면, 그 집에 있던 사람들은 “떠들었고” “울며 심히 통곡했고”, 40절에서는 심지어 예수님을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야이로는 그런 말에 동조하지 않고 일절 말이 없습니다. 말을 아끼려 했을 것입니다. 중세 영성가인 십자가의 성요한은 하나님의 체험이 다만 그가 말한 차원에 한정된다고 사람들이 오해할까 두려워 말하기를 멈추었다고 합니다. 야이로도 섣부른 말을 내뱉음으로, 자기 안에 일어나는 믿음이 훼손되거나 왜곡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입니다. 그저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만 의지하고, 말없이 자기 안에 일어나고 있는 그 믿음을 고이 간직하려 애썼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야이로의 믿음대로 그 소녀를 고쳐주셨습니다. 여러분 어떻게 고쳐주셨던가요? 야이로가 가르쳐준대로 안수하셨던가요? 41절입니다.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이르시되 달리다쿰 하시니 번역하면 곧 내가 네게 말하노니 소녀야 알어나라 하심이라” 예수님은 안수하지 않으셨고, 소녀의 손을 잡아 일으키셨습니다. 마치 캄캄한 죽음 저편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 어린 소녀를 다시금 빛으로 잡아 끌어내듯이, 예수님께서는 소녀의 손을 잡아 “달리다쿰” 하며 일으키셨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에게 필요한 믿음의 고백은 때때로 ‘침묵’이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주님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고자 하는 화려한 말이 아니라, 다만 말없이 주님이 약속하신 말씀을 곱씹으며 그 말씀이 내 삶 속에 이루어지기를 잠잠히 기다리는 믿음이 여러분의 믿음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5. 혈루증을 앓던 여인

여러분, 그러면 혈루증을 앓던 여인은 어떻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녀는 사회로부터 철저히 배제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야이로처럼 예수님 ‘앞에’ 당당히, 그리고 멋있게 나아와 무릎을 꿇기는커녕, 27절에 보면, “예수님 ‘뒤로’ 왔다.”고 합니다. “안수하면 내 딸을 낫게 하실 수 있습니다.” 말했던 오지랖 넓은 야이로와는 달리, 그녀는 예수님의 몸도 아닌 ‘옷자락’을, 그것도 ‘몰래’ 만집니다. 28절은 그녀의 속사정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는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받으리라 생각함일러라.” 여러분, 천하에 이런 믿음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옷자락에 손만 대어도 구원을 받을 것이라 믿다니요?

그녀는 참으로 위대한 믿음을 보여준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그녀가 말하듯이, 그것으로 구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예수님 옷자락을 만지고 병이 나았다고 해서, 그것을 구원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삶의 어려운 문제가 해결 받는 것, 그것도 구원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범사가 잘 되고 번창하는 것, 우리는 이런 것을 구원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구원은 ‘예수님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프란치스코 수도사인 브레넌 매닝Brennan Manning은 “하나님은 자신과의 연합을 위해 우리를 지으셨다. 이것이 우리 인생 본연의 목표다.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알고 사는 삶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삶의 회전축”이라 말했습니다.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져서 12년 동안의 고통이 사라졌다고 해도, 예수님이 그가 누군지 알고, 그도 예수님이 누구지 알아야 합니다. 인격적인 사귐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 예수님께서는 굳이 그녀를 찾습니다. 30절에서 예수께서는 “그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을 곧 스스로 아시고 무리 가운데서 돌이켜 말씀하시되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며 묻고 계십니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이 가버나움 행렬에서 예수님의 몸에 손을 댄 사람은 부지기숩니다. 31절에서 제자들이 “이렇게 많은 무리들이 에워싸고 미는 것을 보시면서도 누가 내게 손을 댔냐고 물으시면 어쩝니까?” 하고 반문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예수님의 몸과 그 옷에 손을 댄 사람이 어디 한둘이어야 말입니다.

6. 믿음의 반열, 그리고 한국교회

여러분, 저는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한국 교회를 생각하게 됩니다. 저마다 예수님을 따른다 하면서, 오늘 이 가버나움 행렬의 인파처럼 무수히 많은 기독교인들이 있지만, 정작 예수님이 찾는 기독교인은 얼마나 될까요? 오늘 우리가 예배하는 이 시간에도 전국적으로 교회마다 셀 수 없이 많은 기독교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을 텐데요, 이 혈루증 여인처럼 예수님의 옷자락이라도 만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과 믿음으로 예배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우리는 가버나움 행렬을 이루었던 수많은 무리 중 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군중 속에서 예수님을 에워싸고, 예수님을 밀고 당기고 했다고 해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그 행렬 속에 있었다고 해서 예수님을 만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오직 33절에서처럼 “자기에게 이루어진 일을 알고 두려워하여 떨며 와서 그 앞에 엎드린 여인”을 우리 주님이 오늘도 찾고 계신 줄로 믿습니다.

여러분, 오늘 말씀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37절을 보시면,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 외에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하셨다고 합니다. 또한 40절에 보시면 예수께서는 회당장의 집에 있던 사람들을 “다 내보내신 후에 아이의 부모와 또 자기와 함께 한 사람들만을 데리고 집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걸러내고 또 걸러내십니다. 하나님 나라의 일꾼은 세워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렇듯 걸러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결국 오늘 이 두 개의 치유 사건 속에서, 그 가버나움 행렬 중에 있던 수많은 군중들과, 집에서 떠들썩하니 있다가 급기야 예수님을 비웃었던 사람들까지도 모두 다 걸러집니다. 예수님이 남으라 하시고, 함께 들어가자 하셨던 사람들만이 믿음의 반열에 들어서서 그 두 번째 치유 사건의 증언자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순교자기념주일로 예배를 드리는데요, 순교자들이야말로 이러한 믿음의 반열에 굳건히 올라서서 변함없는 믿음의 정주행을 보여준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가버나움의 행렬 속, 구경꾼으로 머물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 두 명의 주인공, ‘야이로와 혈루증을 앓았던 여인’, 아니 혈루증으로부터 자유롭게 된 여인처럼 믿음의 반열에 든든히 올라서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주님이 저 세상을 치유하고자 하실 때, “너는 남아서 나와 함께 가자” 하시는 그 초대의 주역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