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깨끗게 되는가?”

<마가복음 7장1-23절>

1. 들어가며: “모여들었던” 자들

여러분, 마가복음 3장에는요, 예수님이 안식일에 회당에서 손 마른 사람을 고쳐주었다고 해서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어떻게 죽일까?” 의논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리고는 3장을 지나 4장, 5장, 6장까지 바리새인들이 나오지 않다가, 오늘 본문인 7장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는데요, 혼자 온 것이 아니라 이들은 당시 유대 사회에서 공식적인 법조인 역할을 했던 서기관 몇 사람들을 데리고 온 것입니다. 뭔가 사태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예수님과 저들의 만남은 우연히 이루어진 게 아니라, 뭔가 작심하고 저 멀리 예루살렘으로부터 지금 예수님이 머물고 있던 갈릴리 호수 근처 게네사렛까지 약 150km나 되는 거리를, 서울에서 대전 거리를, 몇날 며칠을 걸어서 예수님을 찾아 온 것입니다.

더군다나 오늘 본문은 그들이 예수께 “모여들었다.”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성경에서 이 “모여들었다”(suna,gw)는 헬라어 표현은 ‘누군가를 제거하기 위해서 군대를 소집할 때’ 종종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그러니 저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어떤 마음을 품고 예수님께 ‘모여들었던’ 건지 짐작이 가지요. “뭐 하나라도 걸리기만 걸려봐라. 내 저놈을 가만두지 않겠다.” 이렇게 작심을 하고서 예수님을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온 것입니다.

여러분, 바리새인과 서기관은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아시지요? 성경에서는 이들이 ‘위선적인 인간의 대명사’로 나옵니다. 사실이지, 예수께서도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아,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마 23:27) 하시면서 크게 호통을 치시기도 하셨고요, 더 나아가서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 너희가 어떻게 지옥의 판결을 피하겠느냐!”(마 23:33), 이렇게 거칠고 무시무시한 말씀도 그들에게 서슴지 않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께서, 자신의 성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어떤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두고서 이처럼 대노하신 것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유일할 것입니다.

2. 세가지 유대 율법들: 모세오경, 미쉬나, 탈무드

이 문제의 사람들이 예수께 모여들더니 드디어 본격적인 시비를 겁니다. 어떤 시비였냐면, 본문 2절이 말하는 것처럼 예수님의 제자들이 음식을 먹을 때 “손을 씻지 않고 먹었다.”는 것입니다. 3절과 4절에서 설명하기를, “바리새인들과 모든 유대인들은 손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하고요, 또한 “시장에서 돌아와 물을 뿌리지 않고서는 먹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그 외에 “잔과 주발과 놋그릇도 씻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요, 이런 걸 두고 유대교는 “정결법”이라 이름 붙입니다. 그런데 저들이 매사에 씻고 또 씻었던 것은 “장로들의 전통에 따라” 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여러분, “장로들의 전통”(The Tradition of the Elders)이 뭔가요? 아시는 분도 계시지요? 그러면 한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장로들의 전통은 율법인가요? 아닌가요? 좀 헷갈리시지요? 그러면 여러분, “탈무드”라고 아시지요? 탈무드는 율법인가요? 아닌가요?

여러분들이 만약 유대인들을 만나서 “당신들은 어떤 율법을 갖고 있습니까?”하고 물으면, 그들은 세 가지 종류의 율법을 말할 것입니다. 첫째는 ‘모세오경’이고요, 둘째는 ‘미쉬나’라고 합니다. 그리고 셋째는 ‘탈무드’입니다. 탈무드를 포함해서 이 세 가지는 저들에게 율법이었다는 말입니다.

첫째로 “모세오경”(Torah)입니다. 이것은 가장 으뜸이 되는 율법 중의 율법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유대인들은 모세오경에 나오는 율법을 근간으로 유대 사회와 유대교를 세웠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 모세오경을 글로 적혀진 절대적인 하나님의 율법(Written Laws)이라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는 “미쉬나”(Mishna)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도 유대인들에게는 분명 율법인데요, 이 미쉬나는요 방금 말씀드린 모세오경을 오랜 기간에 걸쳐 유대 서기관들이 해석하고 가르치던 구전된 율법(Oral Laws)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미쉬나는 모세오경의 아들격인 율법이라 말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모세오경이 “하나님을 사랑하라”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것은 잘 말해주고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일상생활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건지 자세히 알려주고, 또 지침을 내려주는 것이 바로 ‘미쉬나’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경이 “장로들의 전통”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우리가 잘 아는 “탈무드”(Talmud)입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탈무드가 유대인들의 ‘지혜’를 알려주는 책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 탈무드도 유대인들에게 있어서는 율법입니다. 탈무드는 방금 말씀드린, ‘미쉬나’, 곧 “장로들의 전통”에 살을 붙이고, 또 예를 들어가면서 구구절절 아주 자세하게 주석을 붙인 하나의 율법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탈무드는 미쉬나의 아들격이고요, 모세오경의 손자뻘인 율법인 것입니다.

<jewishvirtuallibrary.org “The Oral Law-Talmud & Mishna”>

3. 예수를 죽이려던 그 정결한(?) 사람들

정리해 보면 이런 것입니다. 모세오경이 고정불변의 절대적인 하나님의 율법이었다면, “미쉬나” 곧 “장로들의 전통”과 “탈무드”는 상대적인 율법이었습니다. 이것들은 모세오경처럼 하나님이 직접 주신 게 아니라, 유대 서기관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결국 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오늘 본문에 저들이 고집스레 ‘손을 안 씻었다.’고 하는 주장은요 모세오경에 따르면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출애굽기 30장에 보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규정이 나오긴 하지만, 이것은 오직 제사장을 위한 필수적인 규칙이었지, “모든 유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이처럼 손을 씻는 규정은 서기관들이 고안해서 만들어 낸 전통에 불과하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여러분 한번 상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날처럼 이렇게 편리하게 물을 사용할 수 있었던 때도 아니고요,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모세율법에 나오지도 않는 이처럼 과도한 정결법을 만들어서 그것을 지키라 하고요, 그걸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죄인’이라 몰아세우고 찍어 눌렀다면,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가뜩이나 먹고 사는 것조차 막막해서,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장로들의 전통에 따른 정결예법을 지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뿐 아니라, 사치스러운 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상당수의 서민들은 이러한 정결법을 아예 포기하고 살았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늘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은 바로 이 정결법을 가지고 예수님을 물고 늘어지려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을 정죄하기 위해서 150km를 몇날 며칠을 걸어서 찾아 ‘모여들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을 죽이고자 하는 그 ‘열심’은 실로 대단했던 것입니다.

4. 예수님의 응답-1: 이사야서

이런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저돌적인 물음에, 예수님께서 주시는 응답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씀으로 저들의 몹쓸 속내를 들춰내시면서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6절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기를, 선지자 “이사야가 너희 외식하는 자에 대하여 잘 예언하였도다 기록하였으되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 하십니다.

“너희는 말로만 나를 공경할 뿐,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구나!” 이것이 예수님 말씀의 핵심입니다. 모세오경을 토씨 하나 틀림없이 외우는 것은 물론이고, “장로들의 전통”이란 것도 만들어 낼 정도로 율법에 집착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런 그들을 향한 예수님의 평가는 아주 냉정하다 못해 냉혹하기까지 합니다. 8절과 9절에서 예수께서는 “너희가 하나님의 계명은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느니라. 너희가 너희 전통을 지키려고 하나님의 계명을 저버리는도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만일 우리 주님이 오늘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의 신앙을 평가하신다면, 우리들에게는 뭐라 하실까요?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찔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늘 말씀에 비추어 보면, 우리도 입술로는 하나님을 수도 없이 공경했으면서도, 우리의 마음은 하나님을 멀리 했던 때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은 분명 우리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자 하실 것인데, 우리의 마음은 주님의 마음을 닮기는커녕, 여전히 죄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말씀하시는 주님의 안타까운 음성을 들으시고, 참회는 심령으로 주께 돌아오는 이 시간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5. 예수님의 응답-2: 고르반

이렇게 이사야의 말씀을 던지신 뒤에, 예수께서는 저 유명한 ‘고르반’(Corban)을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본문에도 나와 있듯이 ‘고르반’은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는 뜻인데요, 이 또한 모세율법이 아닌 장로들의 전통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내용을 알고 계실 텐데요,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어떤 유대인이 사업이 번창한 것입니다. 그래서 한달에 몇 천 만원의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그가 성전을 찾아가서는 자기가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해 ‘고르반’, 곧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사람들 앞에서 선언한 것입니다. 제사장들을 비롯해서 많은 유대교 신자들이 박수를 쳐주고 그의 믿음에 탄복하면서 축복을 해주었습니다.

자 그러면, 이후 이 사람이 수입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하나님께 헌금으로 드려야 하겠지요? 그런데 이 고르반 선언의 맹점은, 고르반 선언을 하면 반드시 하나님께 헌금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없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하면, 백만원을 벌면 백만원을 하나님께 드려야했지만, 그냥 만원이든 천원이든, 자기가 내고 싶은 만큼만 내면 그만이어서, 이 사람은 자기가 서원한 대로 헌금하지 않고, 그저 하나님 앞에 생색만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연로하신 어머니가 병으로 앓아눕고 생활비가 떨어져서 끼니 걱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자식된 도리로서 그는 마땅히 어머니를 도와야 하는데, 이 사람이 이러는 겁니다. “나는 내 수입을 ‘고르반’ 했습니다. 하나님께 바치기로 했으니 안타깝게도 어머니에게 드릴 돈은 없습니다. 하나님보다 어머니를 더 사랑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만약 이런 사람이 우리 주변에 있다면 납득하기 어려우시겠지요. 장로들의 전통에 따라 고르반 하더니, 그걸 빌미 삼아서, 제대로 헌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율법이 명하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상위법을 보란 듯이 비웃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 떠나서,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 거지요.

오늘 예수님이 저들을 비판하신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단지 고르반이라는 ‘예’를 하나 들었을 뿐이지만, 네놈들은 늘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겁니다. 너희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은 언제나 율법을 지키는 ‘척’, 스스로 의로운 ‘척’은 혼자 다하고 있지만, 사실상 너희들은 입술로만 하나님을 공경할 뿐이지, 너희 마음은 하나님을 멀리 떠난지 오래고, 이제는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뼈있는 말씀은 오늘 임재성집사님이 읽어주신 신명기와 그리고 특별히 조미경집사님이 읽어주신 야고보서에서도 충분히 설명이 됩니다. 야고보서 1장 26절과 27절은 말하기를, “누구든지 스스로 경건하다 생각하며 자기 혀를 재갈 물리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이 사람의 경건은 헛것이라.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라.”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신앙은 우리의 세 치 혀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으로부터 정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 중 누구라도 예수님을 닮기는커녕, 외식하는 바리새인과 서기관을 닮게 될지도 모른다는 엄중한 경고인 것입니다.

6. 예수께서 ‘모으신 사람들’

여러분, 앞서 우리는 1절에서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모여들었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들이 모여들었던 것은 예수님을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적개심으로 모여들었던 자들이 예수님의 말씀 앞에 이제는 온데 간데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다 듣고 떠난 것인지, 아니면 듣던 중간에 “도저히 못듣겠다” 하고 벌떡 일어나 나간 것인지는 몰라도, 마음이 돌처럼 굳어 버린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닫고 종적을 감춰버린 것입니다.

여러분, 예수님 옆에 가까이 있다고 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굳어버리면 예수님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기는커녕, 불편하기만 하고, 듣기 거북한 말로만 들릴 것이 뻔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14절을 한번 봐주십시오. 이제 예수께서는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으십니다.”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이미 떠나가고, 이제 무리들을 친히 “불러 모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다 내 말을 듣고 깨달으라.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아멘.

또한 21절을 보시면,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악한 생각이 어떤 것인지 그 목록을 나열해 주십니다. 21-23절에 나와 있습니다.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이니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아멘.

7. “사람은 무엇으로 깨끗게 되는가?”

여러분 중에 이 목록에서 자유로운 분 혹시 있으신가요? 없으시지요? 여러분, 그런데 이 죄의 목록을 하나씩 세어보면 몇 개나 되나요? 하필이면 12개입니다. 이게 무엇을 뜻할까요? 아시다시피,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12라는 숫자는 ‘완전’을 뜻하는 숫자입니다. 사람들 안에 있는 죄의 목록이 완벽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이런 12개의 목록으로 말씀하신 것은 당시 유대인들의 마음에 어떤 죄가 가득 차 있는지를 12개로 요약해서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사실상 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완벽한 죄인’이라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신비주의 영성가 잔느 귀용Jeanne Guyon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안에는 더러움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체험하기](생명의말씀사)> 또한 사도 바울도 절박하고도 고통스러운 심정으로 ‘내 안에 끊을 수 없는 죄의 습성이 가득하다’ 고백했던 것처럼(롬 7:24), 여러분, 사람은 더 이상 손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할 정도로 죄에 물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손을 안 씻어서 사람이 더러워지는 게 아니라, 그 안에 그득그득한 죄악된 마음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우리는 안 그런가요? 우리는 이런 고백에서 예외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도 완벽한 죄인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깨끗해질 수 있는 것인가요?” “우리는 어떻게 하면 정결한 심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요?” 여러분, 이러한 물음은 비단 우리들만의 물음은 아니었습니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고자 노력해왔습니다.

특별히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Leo Tolstoy도 이런 물음으로 방황하면서 인생을 허비하며 산 적이 있었습니다. 그도 자기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갖가지 욕망을 지니고 사는 ‘나’라는 존재는 대체 무엇인가?”고 말입니다. 자기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온갖 잡다한 욕망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추한 모습을 본 것입니다. 그리고 톨스토이는 오랜 방황 끝에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 밖에 내가 찾을 것이 또 무엇인가?” “갑자기 이렇게 깨닫고는 나의 내부와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전보다 훨씬 빛나게 보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빛은 그 후 절대로 나를 버리는 일이 없었다.”<[참회록](크리스챤다이제스트)>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톨스토이가 만난 그 빛이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조건 없이 베푸시는 ‘은혜’인 줄로 믿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무엇으로 깨끗게 되는가?” 이 물음의 해답이 ‘은혜’라면, 오늘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야 말로 그 은혜를 받았어야 합니다. 듣기 싫어도 남아서 들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모여들었던” 그들은 스스로 떠나가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우리가 이 자리에 있고, 온라인으로 예배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모여든 것’이 아닙니다. 내가 ‘무얼했다’ 하며 주장하는 순간, 우리는 위험해집니다. 우리는 그저 불러 모으시는 예수님의 간절한 초대에 겸손히 나아와, 그 말씀에 순종해야 할 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은혜의 자리로 우리를 초대해 주시고, 우리를 모아주실 때, 마음을 열고, 귀를 열어, 응답하는 여러분들이 되셔야 합니다. 비록 우리는 악하고 부족하여도, 주님을 떠나지 말고 “주 예수여 충만한 은혜를 우리에게 주옵소서.” 하며 그분을 붙들어야 합니다.

그 은혜만이 우리가 깨끗게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며,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이 되는 까닭입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24)는 사도 바울의 이 위대한 고백이 또한 여러분들의 고백이 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