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무엇 해주기를 원하느냐?”

<마가복음 10장46-52절>

1. 주제 사라마구, [눈먼자들의 도시](해냄)

여러분 지난주에 제가 ‘도플갱어’라는 단어를 설명하다가, 포르투갈의 소설가로서,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주제 사라마구라는 분을 잠시 언급했는데요, 사실 이 소설가가 한국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2008년도에 상영된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영화 때문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소설가의 책인 <[눈먼 자들의 도시](해냄)>를 영화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내용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어느 날 운전석에 앉아서 신호를 기다리던 사람이 갑자기 눈이 멀게 됩니다. 그래서 차에서 내려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게 되는데요, 그를 도와주려던 사람도 눈이 멀게 됩니다. 병원을 찾았더니 그 환자를 맞이한 간호사도 눈이 멀고요, 환자를 치료하려고 했던 안과 의사조차도 눈이 멀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든 사람들이 다 눈이 멀게 됩니다. 그러니까 온 세상이 혼돈의 세상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안과의사의 아내, 단 한 사람만 눈이 멀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이 소설은 바로 그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눈먼 자들의 도시’는 과연 어땠는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흥미롭겠지요?)

여러분, 사람들이 눈이 멀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이 소설을 보면, 모든 사람들이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외모를 가꾸는 일이 없어집니다. 세수는 무슨 세숩니까. 또한 사람들이 용변을 아무 데서나 해결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온갖 오물을 밟고 다니기도 하고요, 오물 옆에서 먹기도 하고 잠도 잡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그저 상황 설명에 불과합니다. 아주 잔인한 일도 버젓이 일어납니다. 암흑 같은 상황이 됐는데도 사람들은 탐욕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와중에도 권력을 독점하려는 힘 센 보스와, 또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합니다. 거기엔 살인도 일어나고요, 추악한 거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폭력 같은 끔찍한 범죄도 대놓고 벌어집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이란 존재는 눈을 뜨고 사나, 눈을 감고 사나 “어쩌면 저렇게 악하기만 할까?” 하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눈을 뜨고 사는 사람들이 맞다면, “우리가 정말 두눈 부릅 뜨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되었습니다.

2.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여러분, 일전에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르 퐁티M. Merleau-Ponty라는 사람은 “세상은 ‘보이는 것’things that are seen과 ‘보이지 않는 것’things that are unseen이 직조물처럼 얽혀 있다” 말한 적이 있습니다. ‘보이는 세계’는 우리 손에 감각적으로 잡히는 물질세계를 의미하고요, ‘보이지 않는 세계’는 정서적이고, 또한 영적인 세계를 의미한다고 그는 설명합니다.<[모리스 메를르 퐁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동문선)>

그런데 여러분들도 공감하시겠지만, 슬프게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에 갇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해서 참, 좋아 보이기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물질세계의 가치에 ‘인생을 걸겠다!’ 할 만큼,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는 달콤해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의 불행이 거기서 비롯됐다는 것을 쉽게 깨닫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이미 2천 년 전에 고린도후서 4장18절에서 사도 바울은 말하기를,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늘 함께 자리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저는 이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두 눈을 뜨고 살아가는 우리 인생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추구하고 살아왔는지 먼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영혼의 눈이 머물러야 할 곳에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키고자 결단하는 이 시간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3. 치유자 예수

여러분, 예수께서는 셀 수 없이 많은 병자들을 치유하셨습니다. 다른 병자들을 치유하신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더 있지만, 그 얘기들을 다 담자면 복음서가 네 권이 아니라 4백 권이 돼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에 나오는 치유사건을 읽을 때면, 예수께서 그들을 ‘왜 고쳐주신 것인지’를 곱씹어가며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 수많은 치유사건 중에 왜 하필 ‘이 이야기’를 ‘여기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인지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한 ‘눈먼 사람’을 치유해주셨는데요, 여러분, 먼저 잠깐 마가복음 8장22절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거기 보시면 예수께서 ‘벳새다’에서도 한 눈먼 사람을 고쳐주십니다. 이 기적 사건에 이어서 오늘 본문에서도 눈먼 사람을 고쳐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면 여러분, 이 두 사건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던가요? 여러분 기억하시겠습니까? 이 사이에는요, 마가복음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건이 다뤄졌습니다. 곧 ‘제자도’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바로 예수께서 자신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해서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로 예고하신 것과, 그에 따른 제자들의 반응이 바로 이 두 치유 사건 사이에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을 볼 수 없었던 이 두 사람은 육체적으로 눈이 멀었었지만, 제자들은 그보다 더 못하게 영적으로 완전히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성경은 아주 전략적으로 우리에게 증언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4. 여리고를 통한 예루살렘

오늘 말씀은 예수께서 ‘여리고에 가셨다’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호수아서 6장에 보시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저들의 최종 목적지인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직전에, 지도자였던 여호수아가 여리고성을 점령한 사건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여리고성을 거쳐서 가나안 땅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여리고성 사건은 오늘 말씀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신약의 ‘예수’라는 이름은 구약의 ‘여호수아’Joshua(‘예호슈아’)를 헬라식으로 부르는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예수’와 ‘여호수아’는 같은 이름입니다.

오늘 본문에 이어서 다음 장인 11장으로 넘어가게 되면, 이제 예수께서는 드디어 ‘예루살렘’ 부근에 도착하시는데요, 그곳은 예수님 공생애의 최종 종착지입니다. 여호수아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기 위해서 여리고성을 통과해야 했던 것처럼, 이제 ‘예수’께서는 자신의 구원 사역의 최종 종착지였던 예루살렘에 도착하기 직전에, 여리고를 통과하고 있는 아주 의미심장한 장면인 것입니다.

5. 영광의 아들, 바디매오, 거지가 되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보면 예수께서 여리고에 가셨다가 나오는 길에 한 눈먼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소개부터가 이상하기도 하고, 범상치가 않습니다. 뭐라고 소개하고 있는가요? 46절을 보시면, “디매오의 아들인 맹인 거지 바디매오가 길가에 앉았다”고 합니다. 여러분, 그 노래 아시지요? “예수님이 말씀하시니, 바디매오가 눈을 떴다네.” 그럼 이 사람 이름은 뭐죠? 크게 한번 말씀해 보실까요? 바.디.매.오.

그런데 여러분, 안타깝게도 이 사람의 실제 이름을 우리는 모릅니다. 무슨 말일까요? “아니, 모르긴 왜 모르나요? 바디매오 아닌가?”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런데 ‘바-디매오’는요, 여기서 ‘바’가 아람어로 ‘아들’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바-디매오’는 ‘디매오의 아들’이란 뜻일 뿐이지 사람 이름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건 소개가 좀 이상합니다. 다시 46절을 다시 봐주시면, ‘디매오의 아들인 눈먼 거지 디매오의 아들이 길 가에 앉았다.’ 이렇게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디매오’Timaeus라는 이름은 ‘영광, 영예’Glory & Honor를 뜻하는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디매오가 이런 뜻이면, ‘바디매오’는 결국 ‘영광의 아들’ 또는 ‘영예의 아들’이란 아주 그럴싸한 이름이 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영광의 아들, 곧 바디매오는 지금 앞을 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집안이 어찌 되었는지 몰라도, 성경은 이 영광의 아들이 지금 설상가상으로 ‘거지’가 되었다고 소개하고 있으니, 아마도 어떤 불행의 그림자가 이 사람과 그 가족을 뒤덮었던가 봅니다.

앞을 못 보는 데다가 거지로 살아야 했던 이 바디매오는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 길가에 앉아서 뭐라고 소리를 치고 있었겠습니까? “길가는 선생님들, 이 불쌍한 걸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선생님들, 한 푼만 줍쇼~”라고 구걸하는 것이 그의 일상언어 아니었겠습니까. ‘영광의 아들’로 소개되는 인물치고는 너무나도 궁박한 모습입니다. 매일같이 육신의 양식을 구걸하기 위해서 목청 높여서 소리를 질러야 겨우 입에 풀칠을 했던 굴욕적인 삶을 살아왔으니 말입니다.

6. 눈먼 바디매오, 예수를 듣다, 알아보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오늘 47절에서 예수님을 만납니다. 군중들이 ‘나사렛 예수’가 왔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바디매오는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물질을 위해 사람들에게 소리높여 구걸하던 바디매오의 언어가 주님을 향해 자비를 구하는 거룩한 언어로 바뀐 것입니다.

하지만 48절에서 성경은 이어서 말하기를 ‘많은 군중들’이 그렇게 소리치는 바디매오를 꾸짖으면서 ‘잠잠하라!’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길가의 거렁뱅이가 자기들 일행에 끼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나 봅니다. “너같은 사람이 낄 자리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했을 거란 말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소리치는 바디매오에게 “소리치는 것을 멈추고 잠잠하라!”며 엄히 꾸짖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 이 부분에서 우리는 두 가지 놀라운 점을 보게 됩니다.

첫째로 바디매오는 그 소리를 듣고도 멈추지 않았고요, 오히려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함으로 예수님을 만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 우리 삶에 우리의 신앙을 방해하고 멈춰 세우려는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우리들을 주눅 들게 만들기도 하고요, 짜증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일로도 주님을 부르는 우리들의 기도가 멈춰서는 안 됩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이제 주님을 그만 불러야 하나?” 싶은 생각이 밀려온다면, 오히려 바로 그때가 더 크게 소리내서 우리 주님을 불러야 할 때인 줄로 믿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주님을 부를 때에, 49절에서처럼, 우리 주님이 ‘멈추어 서서’ 우리의 이름을 불러 주시리라 믿습니다.

둘째는 놀랍기도 하지만, 좀 이상한 점입니다. 여러분, 만약 여러분들이 ‘나사렛 예수’가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뭐라고 소리쳐야 합니까? 당연히 ‘나사렛 예수여!’라고 소리를 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디매오는 ‘나사렛 예수’가 왔다는 군중들의 말을 듣고는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소리를 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을 향해 ‘다윗의 자손이여!’라고 부른 것은 오늘 본문의 바디매오가 유일합니다. 제자들을 포함해서 그 많은 군중들은 두 눈을 멀쩡히 뜨고도 예수님이 누구신지 몰라봤지만, 그래서 고작 예수님의 출신을 나타내는 ‘나사렛’ 예수가 그들이 볼 수 있는 예수님의 전부였지만, 바디매오는 비록 그의 눈은 멀었어도, 단 한 번도 예수님을 만난 적이 없었어도, 비록 지금껏 거지 신세로 사람들에게 구걸하며 살아왔어도, 단번에 그가 이스라엘이 기다려온 다윗의 자손, 곧 ‘메시야’인 것을 직감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알았던 것입니다.,<마가복음 ‘다윗의 자손’에 관한 적확한 소논문 Stephen H. Smith, “The Function of the Son of David Tradition in Mark’s Gospel,” NTS vol. 42>

7. 예수, 바디매오를 부르시다

그런데 여러분,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49-51절까지를 다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49절에 ‘부르다’는 말이 몇 번?) “예수께서 머물러 서서 그를 부르라 하시니 그들이 그 맹인을 부르며 이르되 안심하고 일어나라 그가 너를 부르신다 하매 맹인이 겉옷을 내버리고 뛰어 일어나 예수께 나아오거늘 예수께서 말씀하여 이르시되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맹인이 이르되 선생님이여 보기를 원하나이다.”

여러분, 49절을 보시면, ‘부르다’는 말이 몇 번 나오지요? 세 번입니다. 한 구절에 세 번이나 ‘부르다’는 말이 나옵니다. 여러분, 무슨 뜻일까요? 이제 예수께서는 이 바디매오를 ‘제자’로 부르시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바디매오의 운명이 그 부르심에 순종해서 ‘따라가느냐-아니냐’ 하는 갈림길에 놓여진 것입니다.

그래서 바디매오는 어떻게 했던가요? 주님이 그를 부르시자, 바디매오는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도 절실한 무언가를 버립니다. 그것이 무엇이었던가요? 다름 아닌 ‘겉옷’이었습니다. 당시 거지들에게 겉옷은 단순한 옷이 아니었습니다. 겉옷은, 날이 추울 때는 코트 역할을 했고요, 햇볕이 뜨거울 때면 그늘막이 되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비라도 쏟아질 때는 우비가 되기도 했고요, 잠을 잘 때는 이불이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겉옷은 어떤 특정 지역에 앉아서 구걸할 수 있는 ‘허가증’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바디매오에게 있어서 겉옷은 생계 유지를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버려서는 안 될 삶의 전부였던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몇 주 전에 읽었던 본문에서 부자 청년은 ‘재물’을 버릴 수 없어서 예수님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저 슬퍼하고 근심했던 것이 그가 보일 수 있는 마지막 뒷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바디매오는 그의 삶의 전부를 버린 것입니다. 부자 청년에게 그 많은 재물이 삶의 전부였듯이, 바디매오에게는 이 겉옷이 전부였던 것입니다. 재물이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버릴 수 있느냐-아니냐’를 성경은 우리에게 극적으로 다시 묻고 있는 것입니다.

8. “네게 무엇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여러분, 이제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렇게 겉옷을 내버리고 바디매오는 ‘뛰어 일어나 예수께 나아갔다’he jumped to his feet and came to Jesus고 합니다. 그리고 예수께서 오늘 설교 제목처럼, 그에게 이렇게 물으십니다. “너에게 무엇 해주기를 원하느냐?”What do you want me to do? 여러분, 만약 우리 주님이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물으신다면, 여러분들의 대답은 무엇이겠습니까?

대답을 생각하시기 전에, 지난 주 설교 본문이었던 마가복음 10장36절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예수께서는 야고보와 요한에게도 “너희에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오늘 바디매오와 똑같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그때 야고보와 요한의 대답은 “주의 영광중에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앉게 해 주옵소서.”라는 저 악명높은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면 오늘 바디매오는 그 똑같은 물음에 뭐라고 대답하고 있습니까? 51절에서 바디매오는 말합니다. “선생님이여 보기를 원하나이다.” 여기서 ‘보다’라는 말은 헬라어로 ‘avnable,pw’라고서 해서요, ‘위를 쳐다보다’는 뜻입니다. 제게 성경을 번역하는 영예가 주어졌다면 ‘우러러보기를 원하나이다’라고 번역했을 것입니다.

여러분, 눈을 흐리멍텅하게 뜨고 사물을 바라보는 것도 우리는 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도끼눈을 하고서 째려보는 것도 우리는 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디매오는 ‘위를 보기 원한다’고 대답합니다. 자신의 눈이 저 하늘로 향하기 원하다 말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우리 주님이 우리에게도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물으실 때, 우리의 대답은 누구를 닮아야 하겠습니까? 야고보와 요한인가요, 아니면 바대매오인가요? 사랑하는 여러분, 주께서 우리 각 사람에게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물으실 때, 우리의 대답도 바디매오처럼, “주님, 우리의 시선이 하나님을 향하기를 원합니다.”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9. 우리의 눈을 뜨고

사랑하는 여러분, 그렇게 눈을 뜬 바디매오에게 주님은 52절에서 ‘가라’고 하셨습니다.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말씀하십니다. ‘가라’ 하셨으니 가고 싶은 곳으로 가도 됩니다. 하지만 바디매오는 가지 않습니다. 성경은 말하기를 “곧 보게 되어 예수를 길에서 따랐다”고 감격스러운 보도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제 바디매오는 예수님이 ‘부르셨을 때’ 그 부르심에 응답함으로, ‘그 길에서’ 예수를 ‘따르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여러분 ‘부르심에 응답해서 따르는 사람’을 우리가 뭐라고 부르지요? 그렇습니다. 바디매오는 예수님의 ‘제자’가 된 것입니다. 그것도 최종 목적지인 예루살렘까지, 예수님의 마지막 여정에 동참하는 제자가 된 것입니다. 그 쓸쓸하고도 고독한, 고난의 길이요 가시밭과 같은 길을 함께 하고자 바디매오는 예수님을 따라 나선 것입니다.

여러분, 제가 서두에 언급했던 소설 [눈 먼자들의 도시]의 마지막 장면에 가면, 이제 사람들이 모두 다시 눈을 뜨게 됩니다. 참 다행이지요.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렇게 눈을 다시 뜨게 된 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눈이 멀었을 때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미 똑똑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그의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 어쩌면 지금껏 우리의 신앙은 여전히 눈이 멀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에 힘입어서, 주께서 우리에게, “네게 무엇 해주기를 원하느냐?” 물으실 때, 우리 중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윗의 자손’으로 오신 예수께 은혜를 입어 어두웠던 영혼의 눈이 열리기를 축복합니다. 그리하여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그 주님 뒤를 따라가는 주의 제자들로 거듭나기를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