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요한복음 6장56-69절>

1. 들어가며 “떠나간 사람들의 이야기”

여러분, 우리가 몇 주 전에 말씀을 나눴듯이, 요한복음 6장은 ‘5천 명을 먹이신 기적 사건’으로 시작 됐는데요, 이후로 예수께서는 “썩을 양식을 위해 일하지 말고 영생하는 양식을 위해 일하라”(27) 하시면서, “내가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확인했다시피,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주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예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기는커녕, 뒤에서 수군거리면서 그 말씀에 불신을 드러내 보였고요, 그러면서도 기적을 한 번 더 보여달라면서 욕심 가득한 속내를 여과없이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 우리 주님이 그런 돼도 않는 요구에 응하시겠습니까. 우리 한 번 따라하겠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지만, 우리의 욕심을 채우지는 않으신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요한복음 6장의 주제입니다. 무리들의 과도한 요청에 예수님이 꿈쩍도 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예수님을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습니다. 오병이어 기적을 체험했던 5천 명의 사람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그저 일군의 무리들만 남더니, 이내 그들도 소리 소문도 없이 다 떠나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요한복음 6장은 “생명의 떡을 거부하고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이런 쓸쓸한 제목을 붙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말씀을 나누기에 앞서 여러분들을 축복하고 싶습니다. 다 떠나갈지라도, 오늘 우리가 정대환 솔리스트의 찬양으로도 들었지만, “주여,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하며, 주님 곁에 머물고자 했던 베드로의 고백이 우리들의 고백이 되고, 또한 그 고백대로 살고자 결단하는 이 시간이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2. 성만찬 논쟁-1: 가톨릭교회 ‘화체설’

여러분, 기독교 2천 년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교리나 신앙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교회 밖에서부터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내고 지키기 위해서 신학적인 논쟁을 벌여야 했고요, 또 때로는 교회 내부적으로 서로 다른 신학적 견해가 충돌할 때도 많아서, 그들 간의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서라도 신학적 토론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논쟁은 오늘날까지도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데요,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 56절에 보면 예수께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의 안에 거하리라.”고 말씀하셨지요? 여러분, 예수님의 이 말씀을 두고서 신학 논쟁이 벌어졌다면, 어떤 논쟁이 벌어질만 할까요?

그것은 가톨릭교회와 종교개혁가들 사이에 벌어진 ‘성만찬 논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중세의 가톨릭교회가 거의 300년 이상 공히 믿고 가르쳐왔던 성만찬에 대해서 종교개혁가들이 반기를 들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는 성만찬에 대해서 서로 달리 이해하고 있다는 것, 잘 아시지요? 가톨릭교회는 사제가 빵과 포도주를 하나님께 봉헌하고 축성하면, 바로 그 순간 그 빵과 포도주가 ‘실제로’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외형상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제가 기도하면, 그와 동시에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해서, 신자들은 실제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는 것이라, 이렇게 믿고 있습니다.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육체로 변한다’는 의미로 이런 교리를 일반적으로 ‘화체설’(化體說, transubstantiation)이라 부릅니다.

그러니 여러분, 한번 가정을 해 보십시오. 성만찬을 마쳤는데, 만약 빵과 포도주가 많이 남으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물론 그걸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것은 개신교인들인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가톨릭교회에게 있어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성만찬을 마치고 빵과 포도주가 남으면, 그걸 사제가 다 먹어야 하는 곤욕을 치르곤 했고요, 빵은 그렇다 쳐도 포도주까지 억지로 다 마셔야 했기 때문에, 매 주일 미사가 끝나면 사제들이 고주망태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그것이 문제를 일으킨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이 화체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이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고 말씀하실 때, 그 ‘살’이라는 단어를 성경원어로 보면, 희랍어에는 ‘영적인 몸’을 뜻하는 단어(sw/ma)와 ‘실제 육체를 가리키는 단어’(sa,rx)가 따로 있는데요, 예수께서 “내 살을 먹으라” 하실 때, 그 ‘살’이 영적인 몸이 아니라 육체적인 몸을 가리키는 단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것이 좋은 근거가 되어서, 오늘날에도 가톨릭 신학자들은 화체설을 더욱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성만찬 논쟁: 개신교회 ‘기념설’

하지만 우리 개신교는 종교개혁 이후로 이런 화체설을 믿지 않습니다. 우리 개신교는 성만찬을 소위 말하는 ‘기념설’(記念說)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태복음 26장과 누가복음 22장에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떡과 포도주를 주시면서,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 너희가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말씀하셨던 것에 근거합니다.

그래서 감리교회를 비롯해서 개신교회들이 성만찬을 할 때는 그 떡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화된다고 믿는 게 아니라, 예수님의 살과 피를 ‘상징’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면서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그 아름다운 사랑과 위대한 희생을 ‘기억’하고 ‘기념’하면서, 주님의 십자가 사랑에 우리도 헌신하겠다 결단하는 시간이 바로 우리가 행하고 있는 성만찬입니다.

4. 중세시대의 미신적 믿음

여러분, 중세시대 교회는요, 미사와 성만찬을 아주 미신적으로 믿고 가르쳤던 좋지 못한 역사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늙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기도 했고요, “미사에 참석하면 벼락을 맞지 않을 것이며, 소화가 잘 될 것입니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그리고 좀 더 기가 막힌 것은, 성만찬의 빵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해도 영생복락은 따 놓은 당상처럼 가르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성만찬 할 때 빵을 높이 들지요? 이것을 가톨릭교회는 ‘성체거양’이라고 하는데요, 뒤에 앉은 사람들이 잘 안 보이면 “좀 더 높이 들어주세요, 안 보입니다.” 하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일도 벌어지곤 했습니다. 앞 사람에게 가려서 그 떡을 못 보게 되면 하나님의 은총이 임하지 않는다 믿었던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중세시대 교회는 떡과 포도주가 실제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화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 귀한 것을 일반 회중들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주었다가 저 무지한 회중들이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낭패를 볼 거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살덩어리와 보혈이 땅바닥에 떨어져서 사람들이 밟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큰일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회중들에게는 떡과 포도주를 주지 않았고요, 앞에서 성만찬을 집례하는 사제들끼리만 떡과 포도주를 주거니 받거니 나눠 먹으면서, 그 먹는 모습을 회중들에게 보여주기만 했던 것입니다.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교육을 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참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떡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살과 피로 실제로 변화한다고 믿었고, 그렇게 가르쳤던 교회가, 정작 그것을 회중들에게는 나눠주지도 못하고,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하다, 이렇게 가르쳤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예배학자인 프랭클린 지글러Franklin M. Segler 교수는요, 사실상 중세시대 때 가톨릭교회의 회중들은 예배에 온전히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구경꾼’에 지나지 않았다고 꼬집어 말했던 것입니다.<[예배학원론](요단출판사)>

5. 그 안에 참으로 거하는가?

여러분, 가톨릭교회든 개신교회든 이처럼 각자 저마다의 성만찬을 하고 있어서, 그로 인해 어떤 것이 더 적합한 것인지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것은 건설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말씀에 비추어 보면, 그것이 화체설이든 혹은 기념설이든 상관할 것 없이 중요한 것은 따로 있음을 보게 됩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 56절에서 예수께서는 무어라 말씀하고 있는가요? “내 살을 참으로 먹고 내 피를 마시면, 너희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너희 안에 거한다” 말씀하십니다. 57절은 또한 뭐라 말씀하시는가요? “너희가 참으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면, 너희는 나로 인해 살 것이다.” 하십니다. 주님의 살과 피를 먹는 사람들은, 이제 자기 안에서 나오는 혈과 육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주님의 마음으로 살고,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사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여러분, 이 말씀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가톨릭교회가, 자기들은 진짜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이라 제아무리 주장할지라도, 그 떡과 포도주가 저들의 삶을 한치도 바꾸지 못하고, 여전히 썩어져 없어질 양식만 구하고 산다면, 화체설이든 뭐든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들의 삶에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그저 ‘신비’를 가장한 ‘미신’에 불과하다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예수님 한번 보고 싶지요? 영적으로 말고 실제로 우리 앞에서 성큼 걸어오시는 주님을 다들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주님의 손도 한번 잡아보고 싶으시지요? 그런데 하물며 실제로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는다 믿으면서도, 주님을 닮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성만찬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가톨릭교회만 뭐라 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성만찬을 행할 때에,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그 놀라운 십자가 사랑과 용서와, 구속의 은혜를 ‘기념하는 행위’라 믿으면서, 제아무리 엄숙하게 성만찬에 그럴싸하게 참여한다 할지라도, 우리가 주님의 사랑 안에 거하기는커녕, 주님이 우리 삶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아집으로만 똘똘 뭉쳐서 주님을 튕겨내고만 있다면, 그것을 백날 기념해 봐야 무슨 선한 게 있겠느냐 말입니다. 주님이 그런 우리의 성만찬을 기뻐하시겠냐는 말씀입니다.

6. 주님의 초대를 거부하고 떠난 제자들

그래서 여러분, 주님의 살과 피를 먹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 표현만 봐도 주님의 살과 피를 ‘먹는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찌 보면 우리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기에 가장 어려운 일이 주님의 살과 피를 먹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본문 60절을 보면, 제자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어렵고 못미덥게 들렸던지 “이 말씀은 어렵도다! 누가 들을 수 있느냐?” 라고 말하면서 수군거렸던 것입니다. 여기서 ‘어렵도다’라는 말은 성경원어로 보면, ‘불쾌하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는 주님의 말씀이, 저들에게는 그저 단순히 이해할 수 없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말이 걸림돌이 될 정도로 듣기 싫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66절은 말하기를 “그때부터 그의 제자 중에서 많은 사람이 떠나가고 다시 그와 함께 다니지 아니하더라.”고 합니다. 여러분, 누가 떠나갔다고요? 허다한 무리 중 어떤 사람들이 떠나간 게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라 칭함을 받았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 예수님을 완전히 떠나고 ‘다시는’ 예수님을 따라 다니지 않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여러분, 영국 성공회의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라는 저명한 신학자는 “우리는 언제나 (주님으로부터 초대받은) ‘손님’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말한 바 있습니다.<[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복있는사람)> 그 아름다운 주님의 초대를 거부하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누가복음 10장에 보면, 예수께서는 “따로 70인”을 세워서 둘씩 짝을 지어 동네마다 전도하러 내보내셨다 하는 것처럼, 예수님은 처음에 적어도 70명 이상의 제자들을 초대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만 하더라도 훨씬 더 많은 제자들이 거기 있었음을 분명히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는 주님으로부터 “나를 따라 오라”고 초대를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생명의 떡이신 예수님의 초대를 거부하고 떠나버리더니, 이후로 “다시는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았다.” 이렇게 매정한 증언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은 제자의 숫자가 몇 명이 되었다지요? 67절을 보니 비로소 이제 12명의 제자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최종적으로 ‘12명’으로 구성된 것은 예수님이 의도적으로 12명을 뽑아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결국 12명만 남게 된 결과였습니다. 12명으로 자연스레 추려진 것입니다.

7. 너희도 가려느냐?

여러분, 제자들이 떠나갔을 때, 예수님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그래, 이놈들아, 어디,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나 두고보자!” 이러셨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가지 말라고 소리치며 붙잡으셨던가요?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그러셨다면, 그래서 그들을 혼구멍이라도 내셨든지, 아니면 억지로라도 떠나는 제자들을 붙잡기라도 하셨다면, 이 말씀을 읽는 우리들의 마음이 조금 더 편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그 많은 제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떠나가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시면서, 그 아픈 마음을 남아있는 제자들에게 쓸쓸히 털어놓고 있습니다. 67절에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가려느냐?”

여러분, 어느 시인은, 이별이란 “하르르하르르 무너져내리는 꽃잎처럼 그 무게를 견딜 수 없는 고통”<“이별 노래” 박시교, [독작](작가, 2004)>이라 노래한 바 있는데요, 제자들이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떠날 때마다 예수님의 심정도 그랬을 것만 같습니다. 예수님의 마음도 ‘하르르하르르’ 떨어지는 꽃잎처럼 무너져내렸을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무너진 예수님의 마음이 “너희도 가려느냐?” 하는 쓸쓸한 물음으로 덩그러니 제자들 앞에 놓인 것입니다.

8. 주여,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그리고 문득 한 제자가 입을 엽니다. 갈릴리 출신 어부 베드로였습니다. 그가 말합니다. “주여,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우리가 주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이신 줄 믿고 알았사옵나이다.” 아멘. 사랑하는 여러분, 베드로의 이 마음 절절한 고백이 여러분과 저의 고백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베드로라고 해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는 주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다 헤아려 알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전에 없는 생경하고도 이상한 그 가르침에, 떠나갔던 다른 제자들처럼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잘 알다시피 베드로가 이후 보여준 모습은 그렇게 훌륭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늘 좌충우돌하는 모습뿐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세 번씩이나 모른다고 부인한 장본인이 바로 베드로 아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베드로는 정녕, 주님의 살과 피를 먹는 게 무엇인지 몰랐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고백합니다. “주여,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베드로는 그가 어디로 갈 것인지 방향도 설정합니다. 어디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베드로는 말합니다.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여러분, 이 말은 “우리가 주님께로 가겠습니다”라는 직설적인 표현보다도 더욱 애틋하고도 절실한 표현이었습니다. 이 말은 주님, 아무리 좋은 곳이 있다 해도, 설사 제가 주님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는 있는 모습 그대로 저를 받아주시는 “주님 밖에는 갈 곳이 없습니다.”는 절박한 고백이었기 때문입니다. “주님, 나는 부족하여서, 아직 주님의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다 헤아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주님은 주님이시기에 저는, 그리고 우리는 주님을 떠날 수 없습니다.”는 위대한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눈치채셨지요. 지금 베드로가 혼자 주님께 고백하고 있는데, 그는 나머지 11명의 제자들을 아울러 ‘우리’라고 표현합니다. 그의 고백은 이제 하나님 나라를 위한 12명의 제자 공동체가 온전히 갖추어 졌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그들 각자는 실수와 오류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겠지만, 그렇게 부족하여도, 이 고백으로 말미암아, 주님은 그런 부족한 12명의 제자들과 함께, 저 위대한 하나님 나라를 위한 채비를 갖추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우리도 베드로처럼 아직 주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앞으로도 갈팡질팡할 것이 분명합니다. 주님보다 우리의 뜻을 앞세우려 할 것입니다. 때로는 베드로가 그랬던 것처럼, 주님을 아예 모르는 사람처럼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오늘 이 시간에 우리 주님이 묻고 있습니다. “너희도 가려느냐?” 그 물음 앞에 “주여,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겸손히 응답하는 우리 각자가, 그리고 우리 서강공동체가 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