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치러진 예수의 장례식 풍경”

<요한복음 12장1-8절>

1.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햄릿]

저는 지난주 아주 오랜만에 영국의 극작가인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희곡 한 편을 읽었습니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 하나인 [햄릿](민음사)이란 작품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만, 틈나는 대로 제가 좋아하는 [햄릿]의 3막 부분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 내용 중에는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보신 아주 유명한 대사가 나옵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

세익스피어는 39편의 희곡을 썼는데요, 하나 같이 역사에 길이 남을 천재적인 작품들입니다. ‘희곡’은 무대에서 연극을 상연하기 위한 대본입니다. 그래서 희곡 작품들을 읽어보면, 본격적으로 제1막이 시작되기 전, 맨 앞에 먼저 소개되는 게 있습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첫째는 ‘배경(설명)’입니다. 물론 없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만, 이 대본을 가지고 연극을 공연할 때, 어떤 특별한 상황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때는 배경설명을 붙여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둘째는 ‘등장인물’(the characters)입니다. 희곡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나열하면서, 그 옆에 간단한 설명을 붙여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햄릿’은 옆에 ‘덴마크의 왕자’ 이런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작가는 독자들이 햄릿을 읽을 때, 그가 덴마크의 왕자로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인 것을 알려주려는 것입니다.

2. 극본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붓다]

여러분, 만약 세익스피어가 오늘 우리가 읽은 요한복음의 내용을 가지고 희곡을 쓴다면, 그래서 맨 앞에 배경과 등장인물을 묘사한다면, 뭐라고 쓸 수 있을까요. 오늘 본문은 1절부터 8절까지 아주 짧은 내용이지만,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몇 사람이나 나올까요? ‘나사로, 마르다, 마리아, 가룟 유다, 그리고 예수님’ 이렇게 등장인물이 다섯 명이나 됩니다. 물론 주인공은 예수님입니다. 오늘 본문은 희곡으로 바꿔 쓰기에 딱 좋습니다. 왜냐하면 요한복음이 등장인물의 특징을 잡아서 짧지만 아주 적절하면서, 적나라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익스피어를 대신해서 오늘 본문의 내용에 근거해서 이렇게 배경과 등장인물을 구성해 봤습니다.

[배경]: 유월절이 되기 6일 전, 예수는 베다니에 있는 한 집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앉아 만찬을 나누고 있다. 얼마 전 예수는 이곳 베다니 마을에서 죽은 ‘나사로’를 살려준 적이 있다.

이렇게 설명하면 배경이 잘 이해되실까요? 적어도 오늘 본문에 근거하면, 이 정도 설명이면 일단 무난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등장인물을 살펴보겠습니다.

[등장인물]

예 수: 만왕의 왕으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 열두 제자의 스승으로서 죽은 나사로를 살려주었다.

2. 나 사 로: 한번 죽었다가 무덤에 갇혔지만, 예수의 능력으로 무덤을 열고 다시 소생한 베다니 사람. 마르다와 마리아라는 누이가 있음.

3. 마 르 다: 나사로의 누이로서 ‘일’ 중심의 인물. 일 복이 터진 여인(‘소띠’로 추정됨)

4. 마 리 아: 나사로의 누이로서 ‘사람’ 중심의 인물. 누가에 의하면, 언니 마르다가 일할 때 일은 돕지 않고 예수 발 아래 앉아 말씀을 듣다가 언니에게 눈총을 받은 적이 있음(눅 10:40). 예수의 죽음을 직감적으로 예감한 유일한 인물로서, 값비싼 향유를 예수의 발에 붓고 씻음으로 사건의 발단이 된 인물.

5. 가룟유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으로서 예수를 은 30냥에 팔아넘긴 문제적 인물. 인류 역사상 ‘배신의 아이콘’이 된 인물. 돈 관리를 맡아 상습적으로 돈을 훔치다가 요한에게 들킨 적이 있으므로, 뒤끝 있던 사도 요한은 그를 ‘도둑’이라고 칭함(12:6 “그는 도둑이라”).

어떻습니까? 오늘 우리가 나눈 말씀을 이렇게 구성해 보면 좋은 희곡이 될 수 있겠습니까? 일단 무난할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의 ‘베다니 마을 잔치’가 있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금 더 들여다보면, 어쩌면 우리는 몇 가지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3. 예수를 죽일 모의 직후

그러면 오늘 예수께서 베다니 마을 잔치에 참여하시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던가요? 바로 앞장인 요한복음 11장을 보면, 저 유명한 ‘예수께서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사건’이 나옵니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감동적이어서 우리에게 큰 은혜를 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요한복음 11장에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힘이 될 만한 많은 말씀이 나와 있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요 11:25-26) 하신 주님의 말씀은 우리가 장례예배 때 빠짐없이 선포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처럼 감동적이고 힘이 되는 말씀들이 즐비한 가운데, 요한복음 11장 중반부에 가면 예수께서 죽은 나사로를 살려준 일에 대한 두 가지 반응이 나옵니다. 11장 45절이 말하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수께서 나사로를 살려 주신 일을 보고 나서 ‘예수를 믿게 되었다’고 하지만, 46절은 말하기를, 죽은 나사로가 살아난 그 놀라운 기적을 본 몇몇 사람들이 그 일을 ‘바리새인들에게 가서 고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평상시에는 서로 소 닭 보듯 하던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하나로 붙어먹더니, 이 사건을 공론화시키려고 ‘공회’를 열었고요, 급기야 53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날부터는 그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모의하니라.”

이 언급 뒤에는 분위기가 더욱 음험하고 살벌해집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요한복음 11장은 이런 말로 마감 됩니다.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우매 --- 그들이 예수를 찾으며 성전에 서서 서로 말하되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가 명절에 오지 아니하겠느냐 하니 이는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누구든지 예수 있는 곳을 알거든 신고하여 잡게 하라 명령하였음이러라.”(요 11:55-57) 그들은 예수를 잡아 죽이려고 수배령까지 내렸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우리가 나눈 본문은 바리새인과 대제사장들이 예수를 잡아 죽이려던 모의를 꾸민 직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란 말입니다.

4. 앞뒤로 세워진 죽음의 벽

여기서 한 가지 더 찾아볼 게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오늘 본문의 이야기 ‘직전’에는 예수님을 죽이려는 모의가 있었습니다. 곧 오늘 이야기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 ‘직후’, 곧 오늘 본문에 곧바로 이어지는 요한복음 12장 9-11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유대인의 큰 무리가 예수께서 여기 계신 줄을 알고 오니 이는 예수만 보기 위함이 아니요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로도 보려 함이러라. 대제사장들이 나사로까지 죽이려고 모의하니 나사로 때문에 많은 유대인이 가서 예수를 믿음이러라.” 예수를 죽이려고 공모한 사람들이, 이제는 예수를 죽이는 것도 모자라 예수께서 살려준 나사로까지 죽이려고 한다는 말입니다.

곧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 ‘앞에도, 그리고 뒤에도’ 죽음이 가로막고 있던 것입니다. 저들은 예수를 죽이려 했고, 예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로까지 죽이려고, 살기 등등한 채로 그 집 주변으로 모여들었던 것입니다. 마치 토끼 한 마리를 두고 사나운 이리떼가 모여드는 꼴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건은 비록 2절에서 ‘예수를 위한 잔치’라고 소개되고 있지만, 이것을 어찌 잔칫집이라, 잔칫상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축하와 감사를 나누며 입맛에 따라 음식을 골라 먹는 뷔페 식사가 아니라, 사실상 슬픔을 애도하는 장례식장에서 내주는 육개장 한 그릇이었던 것입니다.

이 잔치는 예수께서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먹는 마지막 잔치가 될 것입니다. 비록 예수께서 유월절 어린양으로 붙잡혀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시기 ‘6일 전’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있긴 하지만(1절), 이것은 분명 그 십자가의 죽음보다 앞서 치러진 예수님의 장례식과도 같은 풍경이 됩니다. 지금 살아 있지만, 살아도 산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로 말씀하셨겠지만,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은, 이미 자신의 운명이 사나운 죽음의 그림자 아래 소용돌이치고 있음을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5. 등장인물1,2 “나사로와 마르다”

그렇다면 여러분, 이날의 풍경을 우리는 어떤 눈으로 들여다봐야 하겠습니까? 예수께서는 아직 유월절 어린양으로 붙잡혀 십자가를 지기까지 6일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에 앞선 장례식은 어떻게 치러지고 있을까요? 우리는 이런 눈으로 오늘 본문의 등장인물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등장인물은 나사로였습니다. 그는 1절이 말하듯이, ‘예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사람’ 입니다. 여러분, 성경에서 나사로가 하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예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셨을 때, 나사로는 예수님에게 뭐라고 말을 했던가요? 우리는 성경에서 나사로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합니다. 성경은 나사로가 무엇을 ‘말했다’ 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는 원래부터 말을 못 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2절이 “나사로가 예수와 함께 앉은 자 중에 있더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는 비록 입을 열어 예수께 말을 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주님 곁에 앉아서 주님의 마지막 말씀을 ‘경청하며 겸손히 듣는자’였던 것입니다. 이것이 앞서 치러진 예수의 장례식 풍경에서, 나사로가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이었습니다.

둘째로 마르다는 어떻습니까? 오늘 본문 2절은 “마르다는 일을 했다”고 짧고도 강렬하게 마르다에 대해 묘사합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마르다는 소띠가 분명할 것입니다. 마르다는 행동파 여인이었습니다. 예수께서 나사로를 살리러 가실 때, 버선발로 제일 먼저 주님을 마중 나간 사람도 마르다였습니다. 그러더니 오늘 이처럼 앞서 치러진 예수의 장례식에서 마르다는 ‘장례위원장이자 애찬실장’을 도맡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14세기 독일의 영성가인 마이스터 엑카르트Meister Echart는 마르다의 편을 들면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마르다는 주님을 사랑했고, 이에 대단히 사려 깊은 행동으로 외적인 일을 수행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사랑스러우신 손님의 고귀한 인품은 또 어떠한가?”<[마이스터 엑카르트는 이렇게 말했다](분도출판사)>라고 말입니다.

비록 마르다는 이날이 예수님과의 마지막 만찬이 될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겠지만, 그녀는 그처럼 최선을 다해서 따뜻한 육개장 한 그릇을 주님 식탁 위에 올려 놓음으로 ‘주님을 지극히 환대한 여인’으로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는 것입니다.

6. 등장인물3 “마리아”

그러면 마리아는 어떤 인물로 나오고 있습니까? 오늘 본문 3절은 “마리아는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닦으니 향유 냄새가 집에 가득하더라.”고 말합니다. 여러분, ‘순전한 나드 한 근’은 얼마나 비쌀까요? 그 계산을 고맙게도 가룟 유다가 해주고 있습니다. 곧 300데나리온의 가치라고 합니다. 이것은 당시 로마 군인의 일년 연봉에 해당되는 액수였습니다. 만약 마리아가 단순한 환대를 목적으로 이렇게나 비싼 향유를 예수님 발아래 부었다면, 낭비도 그런 낭비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이미 뭔가를 직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예수님을 두 번 만난 적이 있는데요, 그때마다 예수님의 말씀을 가까이서 경청하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예수님의 운명이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던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오라버니인 나사로를 살려준 것으로 인해 사람들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는 말도 들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한 ‘영적 지각력’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관심이 없으면, 애정이 없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영적인 능력입니다. 열두 제자 중 누구 하나 이러한 영적 지각력을 갖고 있던 사람이 없었습니다. 제자들에게는 ‘예루살렘에서 고난을 받고 죽임당할 것’을 세 번씩이나 콕 집어 말씀하셨지만, 그중에 알아듣는 제자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이미 직감적으로 예수님의 어두운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이날 식탁에 앉아서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웃음 속에서 외로움과 슬픔을 보았을 것입니다. 호탕하게 웃으셨고,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시던 예수님의 음성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들었을 것입니다. 모두가 그 잔치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마리아는 수시로 창밖을 내다보면서 그 집 주변으로 몰려드는 사악한 세력들의 발자국 소리에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리아는 잔치가 한창이던 때에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합니다. 순전한 나드 한근을 가져다가 한 방울 남김없이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음으로 향유 냄새가 그 집에 가득하게 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그 값비싼 향유로부터 나온 향기는 얼마나 그윽했을까요? 원산지가 히말라야라고 하니 분명 태고적 신비가 집안 곳곳을 숙연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이 말씀을 읽는 우리는 이 향유보다 더 그윽한 향기를 맡게 됩니다. 그 향기는 값비싼 향유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마리아의 영혼으로부터 흘러나온 향기였습니다. 주님 발 앞에 무릎으로 향유를 부었으며, 머리를 숙여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는 겸손과 헌신이 빚어낸 향기였습니다. 마리아는 ‘그윽한 영혼의 향기를 품은 여인’이었던 것입니다.

7. 등장인물4 “가룟 유다” 그리고 우리

그러나 여러분, 이 집에는 나사로와 마르다와 마리아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 배반의 아이콘 ‘가룟 유다’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가룟 유다의 몸은 분명 그 집 안에 있었지만, 영혼은 예수를 죽이고자 집 밖을 서성이던 이리 떼에게 가 있었습니다. 그는 3년간이나 예수를 따라다니며 배운 제자였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은혜로 녹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이 장례식 고운 풍경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가룟 유다는 시종일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 거룩한 장례식 풍경을 해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급기야 그는 예수님을 향한 마리아의 고귀한 헌신을 ‘300 데나리온의 헤픈 낭비’라며 거세게 비난하더니, 정작 6일 뒤 그는 예수를 팔고 ‘은 30냥’을 손에 거머쥔 채로 뒤돌아 길을 떠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여러분, 이날, 베다니 집 곳곳에 풍겼던 가룟 유다의 썩은 악취를 우리는 뭐라 불러야 하겠습니까?

말씀을 드리고 나니, 마리아가 왜 향유를 부었는지 이해가 갈 것도 같습니다. 그녀는 어쩌면 가룟 유다에게서 풍기는 영적인 악취를 맡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만약 우리가 그 집에 초대받았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향기를 발하며 주님 곁으로 나가겠습니까? 여러분 중에는 말주변이 없어서 나사로처럼 고요히 앉아 장례식의 풍경을 애틋하게 빚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 중에는 ‘마르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일머리가 좋아서, 예수님의 장례식을 끝까지 책임지며 돕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 중에는 마리아처럼, 이제 곧 십자가를 지게 될 주님의 음성에 가슴이 떨리고 영혼이 떨려서, 눈물겨운 헌신으로 숙연한 향기를 집안 곳곳에 발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 안에는 가룟 유다가 풍겼던 그 악취의 흔적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룟 유다의 악취’는 어쩌면 지난주 나누었던 ‘애굽의 수치’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열심히 감추려고만 하는 우리 안에 깊이 뿌리 박힌 죄의 습성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사순절 다섯째 주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제 몇 주가 지나면 부활의 태양이 머지않아 뜰 것입니다. 우리 안에 찌들어 있는 가룟 유다의 악취를 품고서, 부활의 태양을 맞이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순절이 우리에게 특별한 기간인 것은, 이처럼 어려운 영적 결단을 위해 투쟁하라고 주어진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사순절 기간이 끝나기 전에, 우리 내면의 악취를 걷어내고자 부단히 투쟁하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그 영적 투쟁 속에서 십자가의 주님이 주시는 은총으로 승리하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