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크리스마스 캐럴”

<누가복음 16장 19-31절>

1. 모두가 1등인 가을 운동회

8년 전 2014년 10월,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제일초등학교 가을 운동회에서 일어난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당시 이 운동회는 여러 신문과 뉴스에서 “모두가 1등인 운동회”라는 제목으로 일제히 보도되었는데요, 아마 기억하시는 분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심윤섭, 양세찬, 오승찬, 이재홍, 그리고 김기국” 당시 제일초등학교 6학년 같은 반 학생들입니다. 이 중에 김기국이라는 학생은 ‘연골무형성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 병은 다른 건 모두 정상인데 ‘저신장’ 곧 ‘키가 자라지 않는 병’이었습니다.

가을 운동회가 열리면 학생들은 ‘청팀 이겨라, 백팀 이겨라’ 깃발을 흔들면서 자기편의 승리를 위해서 열심히 응원도 하고, 또 그 응원에 힘입어서 열심히 뛰기도 합니다. 운동회 하면 뭐니 뭐니해도 ‘달리기 경주’지요? 6학년 장애물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다섯 아이들이 출발 신호가 울리자 골인 지점을 향해 전력을 다해 뜁니다. 하지만 또래에 비해서 키가 아주 작았던 기국이는 열심히 뛰긴 했어도 다른 아이들만큼 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올해도 꼴등이구나’ 이런 생각으로 뛰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서 달리던 네 명의 친구들이 달리다가 일제히 멈춰 선 것입니다. 그리고는 기국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같이 기국이의 손을 잡고 결승선을 넘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1등을 한 아름다운 경기였습니다.

(사진을 한번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키가 작았던 기국이는 친구들이 기다려 준 것이 너무 고마워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아이들은 인생을 살아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던 것입니다. 곧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야 좋다는 것입니다. 이 소중한 배움을 2014년 가을 운동회 때 경험한 것입니다. 지금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이 아이들의 삶을 축복하면서 저들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불러주고 싶습니다. “심윤섭, 양세찬, 오승찬, 이재홍, 김기국”

2. 만약 호피 원주민 마을이었다면?

당시 저는 호피 원주민 마을에서 이 뉴스를 접했습니다. 여러 방송국의 기자들이 앞다투어 학교를 찾아가서 아이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더 감동스럽게’ 만들어내려고 혈안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일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은 분명한데, 뭔가 다른 생각이 불쑥 올라왔습니다. “만약 호피 원주민 마을이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살았던 호피 마을에서는 이런 일이 있다 하더라도 기삿거리가 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호피 마을에서는 이런 일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호피의 아이들은 (물론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겠지만) 공부건 운동이건 뭐든 간에 1등이 되는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호피에서 자란 제 아이들도 그랬습니다. 둘째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크로스 컨트리 대회에 참가했다가 메달을 받더니 너무 좋아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야, 우리 아들 잘했네. 몇 등 했어?”라고 한국 아버지처럼 캐물었더니 아이는 받은 메달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해맑게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아빠, 91등 했어요”.

물론 500명이 넘게 뛰어서 91등 했으면 정말 잘한 거지요. 그런데 어디, 우리나라 같으면 500명 중 91등 한 것으로 이처럼 메달을 만지작거리면서 좋아할 아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호피에서 자란 우리 아이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한국 아버지였던 저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철없는 것 같으니, 9등도 아니고, 고작 91등이 뭐가 그리 좋아서 저렇게 좋아하나!”라고 말입니다.

호피 아이들은 그랬습니다. 등수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그것을 이루었을 때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출발선에 섰는데, 자기보다 신체적으로 부족한 아이가 함께 뛴다는 걸 안다면, 그 아이를 제치고 먼저 달려나갈 아이는 단언컨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호피 원주민 마을의 정서였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를 접했을 때, ‘우리 사회는 얼마나 각박해졌는가?’ 싶은 생각이 거꾸로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공감 능력을 얼마나 상실해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친구의 손을 잡고 함께 들어왔다는 것이 너무나 아름답고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극히 마땅한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어쩌자고 희귀한 특종감이 되어가고 있는가?’ 하는 슬픈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3. 본문의 배경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이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본문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백성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신랄한 풍자를 통해 들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공감 능력을 상실해가는 오늘날의 세상을 향한 우리 주님의 단호한 경고인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지난주 금요일 머풍금 기도회 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바리새인들을 향한 말씀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누가복음 15장에서 저 주옥같은 비유의 말씀들, 곧 “잃은 양을 찾는 목자의 비유, 드라크마를 찾는 여인의 비유, 그리고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아버지의 비유”의 말씀을 주셨고, 또한 지난주에 우리가 나눈 것처럼 “옳지 않은 청지기의 비유”를 통해서 잃어버린 죄인들을 부르시고 구원하시는 주님의 뜻을 분명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를 바리새인들은 “비웃었다”(14절)고 누가복음은 고발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코웃음 치며 조롱했던 것입니다. 이런 그들에게 예수께서는 “너희는 사람 앞에서 스스로 옳다 하는 자들이구나!”(15절) 하시며 엄히 꾸짖으셨습니다. ‘너희는 스스로 자기의(self-righteousness)에 빠져서 마치 구원을 완성한 자라도 되는 것처럼 으스대고 있구나!’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엄한 꾸짖음에 곧바로 이어지는 말씀이 오늘 우리가 읽은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비유”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부자’는 바리새인을 지칭할 것입니다. 그리고 ‘거지 나사로’는 바리새인들이 죄인이라고 정죄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나올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단순히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비교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우리에게 ‘실천적인 기독교 윤리’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오늘 말씀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4. 부자와 거지라는 양극의 상황

첫째로 오늘 말씀은 ‘부자와 거지 나사로라는 양-극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이 시작되는 19절은 부자에 대해 말하기를, 그는 “자색 옷과 고운 베옷을 입고 날마다 호화롭게 즐기더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색 옷’은 단순한 보라색 옷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당시에 자색 옷은 구하기도 어려운 아주 희귀한 재료로 만들어야 해서, 심지어 순금보다도 비쌀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돈이 많다 해서 아무나 사서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닙니다. 이 옷은 ‘왕궁 자색’(Royal Purple)이라 불릴 만큼 ‘제사장이나 귀족 또는 왕족’ 정도의 ‘신분’이 뒷받침되어야 사 입을 수 있는 옷이었기 때문입니다.<“Israeli archaeologists find ‘Biblical royal purple dye’”, bbc.com/news/world-middle-east-55815820> 그러니까 이 부자는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최상위 특권층의 사람을 상징하면서 오늘 본문에 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반해 거지 나사로의 상태는 끔찍하리만치 심각해 보입니다. 그는 부자의 대문 앞에 버려져 있습니다. 버려진 채로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주워다가 배를 채우려 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빌어먹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몸 상태를 보아하니, “헌데 투성이로 개들이 와서 그 헌데를 핥고 있다”고 합니다. ‘헌데’(e`lko,w)라는 말은 ‘상처, 종기’라는 의미도 있는데요, 온 몸에 종기가 나서 개들이 그의 몸을 핥고 있다고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앞서 말한 부자와는 정반대로 거지 나사로는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인물로 오늘 본문에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5. 부자로 나사로 사이의 경계

두 번째로, 부자와 나사로 사이에 경계가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서로 만날 수가 없습니다. 살아있을 때는 ‘대문’이라 경계가 두 사람 사이를 막고 있습니다. 그 경계를 나사로는 뚫을 수 없습니다. 이것을 허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부자였지만, 그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죽게 됩니다. 22절을 보면 “부자는 장사되었다”다고 하지만, 거지 나사로는 장례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모습도 부자는 과연 부자다웠고, 거지는 다만 초라하게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런데 부자는 음부에 내려가 고통을 받게 됩니다. 부자는 뜨거운 불꽃으로 인해 고통받게 되자 물 한 모금이라도 마시고 싶어 발버둥을 치지만, 저 멀리 보이는 나사로에게 건너갈 수가 없습니다. 26절은 말하기를, “너희와 우리 사이에 큰 구렁텅이가 놓여 있어 여기서 너희에게 건너가고자 하되 갈 수 없고 거기서 우리에게 건너올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살아 있을 때는 분명 기회가 있었습니다. 부자가 나사로를 집안에 들이고, 그의 상처를 치료하고 먹을 것을 나누었다면, 대문이라는 경계를 허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죽어서는 이런 가능성이 사라진 것입니다. 양쪽 누구도 건널 수 없는 ‘큰 구렁텅이’가 놓였기 때문입니다.

6. 부자와 나사로의 신분이 바뀌었으나 부자의 태도는 여전했다.

셋째로 부자와 나사로의 신분이 뒤바뀐 것을 보게 됩니다. 살아있을 때 부자는 사회적, 경제적, 종교적으로 완벽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들이 자랑해 마지않는 ‘아브라함의 자손’이었던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스스로 아브라함의 자손이란 것을 가장 명예롭게 여깁니다. 스스로 이방인, 그리고 죄인들과 구별해서 자기들을 돋보이게 드러내며 말할 때, ‘너희는 이방인, 너희는 죄인, 그러나 우리는 아브라함의 자손이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충격적이게도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은 부자가 아니라 거지 나사로였습니다(22절). 그 모습을 멀리 음부에서 지켜보는 부자는 “아버지 아브라함이여, 나를 긍휼히 여기사 나사로를 보내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내 혀를 서늘하게 하소서!”라고 허탄한 비명만 지르고 있던 것입니다. 전에는 아브라함의 자손이었던 자가, 이제는 음부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또한 전에는 온몸에 상처 투성이로 빌어먹던 거지가, 이제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그의 자손이 된 것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로, 이런 참혹한 일을 당한 부자는 ‘후회’를 하긴 했지만, 슬프게도 그의 ‘태도’는 전과 같았다는 점을 꼬집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자는 아브라함에게 간청하기를 나사로를 자기 형제들에게 보내서 이 사실을 증언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이 고통받는 곳에 오지 않게 해 달라고 간청했던 것입니다. 그는 분명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의 태도는 살아있을 때나 죽어서 음부에 떨어졌을 때나 여전합니다.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그는 오늘 본문에서 두 번이나 “나사로를 보내라”고 말합니다. “나사로를 보내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내 혀를 서늘하게 하소서”(24절)라고 하더니, 다시 한번 “나사로를 내 아버지의 집에 보내소서”(27절)라고 합니다. 그의 눈에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긴 나사로가 아직도 ‘대문 앞의 거지 나사로’로만 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상전이 종을 부리듯이, 자기 뜻대로 나사로 쯤은 어디든 원하는 대로 ‘보낼 수 있다’고 착각한 것입니다.

7.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저는 오늘 말씀을 준비하면서 소설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많이 읽거나 듣거나 아니면 영화로 이미 봤을 소설입니다. 영국의 위대한 작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의 『크리스마스 캐럴』<찰스 디킨스 지음, 황금진 옮김, 더스토리>입니다. 사실 이 소설은 제목보다 소설의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이 더 잘 알려져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의 이름 ‘스크루지’(Scrooge)는 오늘날 영어 사전에 등재되어서 “구두쇠, 자린고비, 수전노”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스크루지가 얼마나 지독한 구두쇠였냐면, 소설은 말하기를, “거지도 그에게는 한 푼만 달라며 구걸하는 법이 없었고, 아이들도 몇 시냐고 물은 적이 없었으며, 장님이 데리고 다니는 개조차 그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고 할 정도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부자처럼, 스크루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경계를 긋고 살았던 것입니다. 선을 긋고는 ‘넘어오지 말라!’ 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개조차 그런 스크루지를 알아보고 가까이 가지 않았을 정도였다니 말은 더해서 무엇하겠습니다. 이처럼 타인과 경계를 그으며 살았던 스크루지는 조카에게 크리스마스 가족 파티에 초대를 받지만, 이내 매몰차게 거절합니다. 조카의 뒤통수에 대고 비아냥거리는 말도 잊지 않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라니? 네가 지금 즐거워할 주제냐? 즐거워할 이유나 있냐 말이다. 가난뱅이 주제에”

그런데 그날 밤 스크루지는 세 명의 유령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돌아보게 됩니다. 특별히 스크루지를 미래로 데려간 유령은 스크루지 영감이 죽고 난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줍니다. 스크루지는 자신의 죽음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오히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자신의 죽음을 통쾌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끝내 유령은 스크루지 영감을 한 무덤으로 데리고 가는데, 그 무덤 앞에 세워진 묘비에 자신의 이름, “에브니저 스크루지”가 적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묘비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보고, 스크루지는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고 소설은 말합니다.

이 소설의 결말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돌아본 뒤로, 스크루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스크루지는 유령들을 만난 다음날, 곧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어서 조카의 집으로 달려가서 그와 화해 합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면서 행복한 결말로 이 소설은 끝마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앞서 스크루지는 자신의 무덤 앞에 세워진 묘비에 자기 이름 “에브니저 스크루지”가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읽으면서 문득 그 이름의 뜻이 궁금해졌습니다. ‘스크루지’라는 이름이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구두쇠”라는 뜻이라면, 한글로 번역된 ‘에브니저’는 대체 뭘까 궁금했습니다. 작가가 그 이름에 어떤 힌트를 담아놓지 않았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의 영문 이름을 찾아보니, “Ebenezer Scrooge”라고 씁니다.

‘에브니저’는 우리가 잘 아는 사무엘상 7장에 나오는 ‘에벤에셀’(Ebenezer)을 영어식으로 발음한 표기입니다. 이스라엘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비석이 에벤에셀이고, 이는 ‘하나님이 여기까지 도와주셨다’는 뜻입니다. 곧 ‘에브니저’는 ‘하나님의 은혜’를 의미했던 것입니다.

8. 에벤에셀인가, 스크루지인가?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세상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부자가 이생에서 철저히 실패한 일이라면 무엇이겠습니까? 그는 하나님의 의와 하나님의 은혜를 잊은 것입니다. 오직 자기 의에 빠져 산 것입니다. 그것이 바리새인으로 대변되는 부자의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에벤에셀, 곧 지금까지 도와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린 인간은 결국 자기만 아는 고집스러운 스크루지로 살게 될 뿐입니다. 그래서 살아서나, 심지어 죽어서조차 자기의만을 앞세우는 그런 불쌍한 인생일 뿐이라는 것을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9월 25일 주일을 맞아, 여러분들이 불러야 할 ‘9월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무엇입니까? 2022년도 벌써 3/4을 끝마쳐가고 있는 이 때에, 여러분들의 삶은 영적으로 에벤에셀이었습니까? 아니면 스크루지였습니까? 지금까지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우리는 얼마나 선명하게 기억하고 감사하며 살아왔습니까?

오늘 우리가 불러야 할 9월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내가 아닌 오직 주님만 높이겠다는 것, 형제와 자매를 친절하게 섬기겠다는 것, 그리고 주께서 말씀하시면 겸손히 순종하겠노라고 결단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살아가는 아브라함의 백성이 되고자 힘쓰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단과 삶의 변화가 온전히 여러분의 삶에 아름답게 펼쳐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