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이 전하는 예수께 감사”

<요 13장34-35절>

(July-1, 2021)

*찬송: “예수를 나의 구주삼고”(288) *기도: 김동원장로 *성경:눅 10:25-37(최은수집사)

*특별찬송: 남녀 선교회장 일동 *설교 *찬송 : “구주를 생각만 해도”(85장) *축도

3세기에 살았던 클레멘트Clement of Alexandria라는 교부는 요한복음을 일컬어 “영적인 복음서”라고 했습니다. 여러분, 요한복음을 읽으실 때 어떠하신가요? 다른 복음서에 비해서 요한복음이 쉽던가요, 어렵던가요? 여러분들이 뭐라고 대답하시든지, 둘 다 맞는 대답입니다. 요한복음은 심지어 기독교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읽기에도 대단히 쉽고요, 다만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어려운 복음서가 바로 요한복음서이기도 합니다.

저도 어쩔 때는 요한복음서가 귀에 쏙쏙 들어오고 마음에 깊이 뿌리내릴 것 같은 감동이 오다가도, 또 어쩔 때는 같은 본문인데도,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고, 전에 내가 어떻게 이해했었더라, 하면서 다시 골똘해질 때도 많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계시해 주실 때는 쉽게 이해가 되는 것 같다가도, 그렇지 않다 싶을 때는 전혀 감도 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요한복음은 마치 신비의 복음서인 것처럼 알 듯 모를 듯 하기만 합니다.

여담을 잠깐 말씀드리자면, 저 개인적으로는 20대 때는 마가복음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습니다. 마가복음의 그 생생하고도 놀라운 예수님의 모습에 매료되어서, 마가복음을 연구하면서 성경을 보는 눈이 나름 열리기도 했고요, 대학원을 졸업할 때는 마가복음을 본문으로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 입학해서 성서학자가 되려던 것이었지만, 바울이 아시아에 전도하러 가려 했을 때, “하나님이 막으셨다” 했던 것처럼, 저도 하나님이 막으셨던 일이 있습니다.

성서학자가 되고 싶었던 제게 하나님이 물으시기를, “왜 성서학자가 되고 싶으냐?” 하셨습니다. “성경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했더니, 하나님께서 “누구를 가르치고 싶으냐?”고 물으셨습니다. 그 물음에서 제가 대답을 머뭇거렸습니다. 누구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싶은지 사실 잘 몰랐습니다. 그저 막연히 성경을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누구에게?” 이 질문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에 누굴 가르치고 싶은지 알게 됐습니다. 성도님들이었습니다. 성도님들이 스스로 성경에 대한 안목을 가지고, 성경이 우리에게 말씀하는 바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 제 바람이었던 걸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30대에 저는 누가복음과 마태복음에 빠져 살았습니다. 어제, 그리고 엊그제 새벽 시간에 나누었던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예수님을 조금이라도 닮아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선교하며 사는 목사가 되면 좋겠다고 다짐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마태복음이 전해주는 예수님의 구원과 예수님 윤리의 진수를 읽을 때면, 평생을 사는 동안 단 하루라도 이 말씀에 충실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회개하기도 했고요, 누가복음이 전해주는 죄인을 사랑하시는 예수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저 자신의 신앙이 너무 편협했고, 제 눈을 가리고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들어있는 티끌을 찾아내는 데는 어쩌면 그렇게 도가 튼 채로 살고 있었는지, 주님 앞에 참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40대에는 요한복음과의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나님이 이처럼 세상을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자 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요 3:16)는 이 말씀, 너무나도 쉬운 말씀이었지만, 이 한 구절을 두고, 몇 달을 묵상한 적도 있습니다. 어쩔 때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이 쉬운 구절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어제는 이런 뜻 같더니, 오늘은 전혀 다른 뜻으로 제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너무나도 많이 듣곤 했습니다.

쉬운 말씀 같은데,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전혀 다른 뜻으로 날마다 새롭게 살아나 말씀하시는 성경, 복음서 중에 단연 요한복음이 으뜸입니다. 여러분, 오늘 이후로 요한복음과 사랑에 빠지시기를 축원합니다. 요한복음은 많이 사랑할수록 많이 이해하게 됩니다. 요한복음을 많이 사랑해주시면, 요한복음은 풍성한 주님의 사랑으로 여러분들에게 보답해 줄 것입니다.

첫째로, 이 요한복음을 잘 이해하려면, 먼저 공관복음서의 예수님과 요한복음의 예수님이 어떻게 다르게 묘사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 마태, 마가, 누가복음을 공관복음서라고 하지요? 공관복음서에서 전하고 있는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그리스도이시며, 주님”이십니다. 공관복음서들이 말해주는 예수님은요, 분명한 “하나님의 대리자”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단순한 대리자는 아닙니다. 누가 봐도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면모를 보이셨고,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이 하시고자 하시는 일을 능력과 권세로 행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마귀들도 감히 예수님 앞에서 대적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요한복음은 우리에게 어떤 예수님을 증언해주고 있을까요? 저도 말씀을 준비하면서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많이 고심이 됐습니다. 뭐라고 표현하면, 여러분들이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한마디로 말씀을 드리자면, 요한복음이 들려주고 있는 예수님은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보이는 하나님으로 나타나신 분”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만약 우리 눈에 보이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신다면, 이는 마치 요한복음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일 거란 말씀입니다.

여러분, 이렇게 말씀드리니까 구분이 좀 되시나요? 공관복음의 예수님은 누가 봐도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실제로 하나님의 아들로 자주 불립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의 예수님은 누가 봐도 “하나님의 아들이라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하나님”같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의 두 번째 특징을 말씀드리면, 예수님께서는 저 유명한, 7개의 자기소개를 해주시지요. 지난 몇 달 동안 새벽기도를 통해 말씀을 나누신 분들은 익히 잘 아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그 생명의 떡이다. 내가 그 세상의 빛이다. 내가 그 양의 문이다. 내가 그 선한 목자다. 내가 그 부활이요 그 생명이다. 내가 그 길이요 그 진리요 그 생명이다. 내가 그 참 포도나무다.” 제가 왜 “그”라는 표현을 붙이는지 지난 새벽 시간에 말씀드렸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이해하실 것입니다.

이렇게 7개의 자기소개를 해주신 것은요, 그저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예수님의 신성을 드러내 주는 표현이라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것은 마치 구약 성경의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자신을 드러내실 때에, “나는 나다” 또는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라고 자신을 나타내 보여주셨던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와 같은 7개의 자기소개를 통해서, 하나님의 위엄을 고스란히 눈에 보이게 드러내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요 14장9절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누구든지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본 것이다.”하셨고요, 요 10장30절에서는 “나와 아버지는 하나다”, 곧 “나는 아버지와 완벽히 일치된 자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특징으로,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철저히 자신은 “하늘로부터 보냄을 받은 자”라고 하셨습니다. 이 역시 새벽기도 시간에 이미 누차 말씀을 드렸던 것처럼, 요한복음 1장부터 마지막 장인 21장에 이르기까지, 1장, 2장, 18장, 19장, 21장을 제외하고 모든 장에서 예수님은 “나는 보냄을 받았다.” “나는 내 뜻대로 행하는 게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대로 행할 뿐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이 행하셨던 일들은 바로 하나님 아버지께서 행하시고자 했던 일들이란 뜻이겠지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예수님이 행하신 일들은 곧 아버지 하나님의 일이다.” 그러므로 제가 표현해 드렸듯이,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보이는 하나님으로 나타나신 분” 이것이 요한복음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일 것입니다.

여러분, 이런 점에서 오늘 본문의 말씀 요한복음 14장34-35절을 우리 다시 한번 다같이 읽겠습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아멘. 여러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옛계명인 율법을 주신 분은 구약성경의 야웨 하나님이십니다. 그렇다면, 그 옛계명 대신에 새계명을 줄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요? 누가 감히 야웨 하나님의 옛계명을 대신할 새계명을 줄 수 있던 것인가요?

왕이 칙령을 내리면, 그것을 일개 신하 중 한 사람이 그 칙령 대신에 다른 칙령을 내보낼 수 있던가요? 그럴 수 없습니다. 설사 왕의 아들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새계명을 너희에게 준다” 말씀하십니다. 누구 맘대로 말입니까? 예수님 맘대로 였습니다. 예수님은“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보이는 하나님으로 나타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그런데 우리가 이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서로 사랑하라”는 말이, 참 익숙한 표현입니다. 이 말은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다들 쓰는 말이고요, 그래서 어쩔 때는 안타깝게도 식상하게 들리는 말이 돼 버렸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구약성경에는요, “서로 사랑하라”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레위기 19장에 “서로 거짓말 하지 말라” 레위기 25장에 “서로 속이지 말라”, 이런 부정적인 표현으로 “서로 ~하지 말라”는 표현은 있어도, “서로 사랑하라” 이렇게 사랑을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표현만으로도 예수님의 새계명은 매우 급진적인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매우 도발적인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서로 사랑하라” 이것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보이는 하나님으로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이란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거기에 덧붙이십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우리는 전도하고 선교해야 할 사명이 있지요? 요즘에는 좀 시들시들해 졌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도에 대한 수없이 많은 강의들이 한국 교회에 유행처럼 번지곤 했습니다. 그런 강의에서 강사들이 뭐라고 말하는지는 몰라도, 만약 예수님께서 전도학 강의를 하신다면, 우리에게 단 한마디 말씀만 해 주실 것 같습니다. “서로 사랑하라”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이실지도 모릅니다. “사랑하지 못하면서, 전도를 기대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 서강교회에 큰 부흥을 허락해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다들 그러시지요? 요한복음이 그 부흥의 비결을 알려 주고 있는 겁니다. “서로 사랑하라” 이 간단한, 쉬워 보이는, 그러나 어쩌면 죽는 날까지 절대로 이루지 못할 것만 같은 사랑에의 계명,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 계명을 포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이기 때문이고요, 우리처럼 허물이 많은 사람들도 끝없이 용서해 주시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이처럼 허물이 많은 우리들을 끝없이 용서해 주시는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그 사랑에 힙입고 덧입기를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옛 자아는 벗어버리고, 새로운 영혼을 입어 주님 말씀하신,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우리가 만난 이 아름답고 소중한 공동체, 서강 공동체에서 이루어 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